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64)화 (46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64화

뉴블랙이 숙소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일산 TBC 방송국의 스튜디오에서도 즐거운 환호가 오가고 있었다.

“오……!”

“어? 우리 같은 팀이에요!”

사과팀이 발표된 이후로 딸기팀, 수박팀 등이 차례대로 발표되었다.

3명씩 총 5팀.

과일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라며 서로 즐겁게 눈빛을 주고받는 가운데, 전광판으로 눈길이 향했다.

‘어우, 빡세네. 빡세.’

어느 팀을 바라봐도 만만한 팀이 없었다.

아이돌 중에서 춤 하나만큼은 톱클래스로 꼽히는 춤꾼들만 모여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어디가 제일 강하려나?’

경연 프로그램인 만큼 어디가 제일 강할지 눈동자를 굴리던 이들의 시선이 같은 곳에 머물렀다.

‘A팀.’

이중에서 굳이 가장 강한 팀을 뽑자면 저쪽이었다.

[하루(에이플비), 란(트윙클), 비주(뉴블랙)]

개개인의 실력을 떠나서 밸런스가 굉장히 좋아 보이는 팀이었다.

현재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2세대 걸그룹 중에서 춤으로 원탑에 꼽혔던 란이 있고.

3세대 남자 아이돌 중에서 춤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비주가 저 안에 들어가 있었다.

관계자들이 늘 TNT의 한태현, 백승제와 함께 언급할 만큼 빼어난 실력.

거기에 더 무서운 건 매 앨범마다 춤 실력이 계속해서 늘어서 아직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쟤도 엄청 잘 추던데.’

그룹의 인지도가 낮아 대중들은 잘 모르지만, 가수들 사이에서 춤 잘 추는 멤버로 소문난 에이플비의 하루였다.

‘밸런스 진짜 좋네.’

무게감 있는 춤이 특징인 하루가 중심을 잡아 주면, 화려한 춤선을 자랑하는 두 멤버가 기교를 부릴 수 있고.

어쨌거나 2세대와 3세대의 톱으로 꼽히는 둘이 같은 팀이라 벌써부터 강력해 보였다.

하지만 경쟁자를 눈여겨보던 가수들의 입가에는 자신 있는 미소가 지어졌다.

‘뭐, 결과는 까 봐야 아는 거니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우열을 가릴 수 있겠으나 실제 무대에서 그다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첫 경연의 1등은 내가 한다는 마음으로 웃을 때.

여러 팀을 둘러보던 이들이 다시금 A팀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되게 원하던 사람들이랑 팀이 돼서 그런가?’

같은 사과 팀원들을 바라보는 비주의 눈에는 애정이 가득 담겨 있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뚝뚝 흘러넘치고 있었다.

‘뭐지?’

다른 가수들로서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   *

비주가 싱글벙글 웃었다.

‘팀 운이 이렇게 진짜 좋다니…!’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기쁜 것도 좋은데.

내심 마음속으로 같은 팀을 하면 좋겠다고 점찍은 사람들과 같은 팀이 됐다.

‘내 춤선이랑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야.’

하루의 춤은 파워풀하면서 무겁고.

자신의 춤은 화려하면서 가볍다.

그리고 트윙클의 란은 춤에 힘이 넘치면서도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삼각형으로 된 퍼즐조각이 쏙쏙 맞는 느낌이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란 선배님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겠지만, 하루 씨도 거기 마냥 따라갈 성격은 아닌 것 같고.’

그 사이에서 중재를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비주였다.

평소에도 자주 하던 일이었다.

-이번 연말무대에서는 평소와 조금 다른 컨셉으로 가보는 게 어때? 조금 귀여운 느낌으로…?

-나는 반대 입장이에요. 이전 곡이랑 분위기도 다르고.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리더와 그런 리더에게 반대하기 위해 데뷔한 메인보컬.

합리적으로 의견이 오가지만 가끔 서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 순간들이 있다.

그 사이에서 언제나 적절하게 중재하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사과 한 조각씩 먹어요.

-네….

-내 생각에는 둘 다 맞는 것 같은데… 귀여운 것도 꼭 과하게 귀여워야 하는 건 아니니까. 적절하게 끼 부리는 포즈? 그런 게 들어가면 어떨까요?

그는 리더가 되어 이끄는 쪽보다는 이렇게 중재하는 것이 제일 성미에 맞고 좋았다.

‘……생각하니까 우주 형 보고 싶다.’

바닥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거렸다.

팀 프로젝트라서 그런 걸까.

무얼 하든 간에 같은 팀이 되었을 때 가장 든든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들 잘 있겠지?’

지금쯤 꺄르륵 거리면서 숙소를 휘젓고 다니고 김중현이 지호를 비행기 태워 주고 그러고 있을 텐데.

부디 돌아갔을 때 많이 어질러 놓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김중현, 너 뭐 부수면 가만 안 둬…….’

친구 생각을 하다 잠시 서늘하게 변했던 눈빛이 주변의 시선에 다시금 환히 웃었다.

그러는 동안 좌석 재배치가 이루어졌다.

같은 팀끼리 모여 앉는 한편, MC인 백상중이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이제 첫 번째 경연의 주제가 될 영화를 소개해 드릴 텐데요. 아주 오래된 영화입니다.

출연진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조지 허스트 감독의 1958년도 작품, <에라트리아(Eratria)>입니다.

곧이어 영상이 흘러나왔다.

흑백으로 된 화면.

처음에 인형놀이를 하듯이 중세 기사와 용 인형이 막 움직인다.

[옛날 옛적, 사악한 용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막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상의 왕국 ‘에라트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설명이었다.

왕국 사람들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서쪽에서 아주 사악한 용이 왕국을 습격한다.

이에 맞서 왕국의 왕이 용과 싸우게 되고.

[몇 날 며칠의 싸움이 끝나고 왕은 마침내 용을 쓰러뜨렸습니다.]

실에 따라 움직이던 용 인형이 털썩 쓰러져서 혀를 빼물고, 왕 인형이 칼을 들고 와아 하듯 뛴다.

하지만.

[용의 죽음은 그 자체로 평화로운 왕국에 저주가 되었습니다.]

용의 둥지가 있던 곳을 두고 주변 왕국과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도가 습격당하면서 갓난아기였던 왕의 쌍둥이 아들딸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인을 잃은 재상은 타락하여 간신이 된다.

‘주요 인물이 왕, 재상, 왕자와 공주인가…?’

주요 배역을 염두에 두고 있는 동안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옛날 영화라서 그런지 살짝 지루한 느낌도 들었지만, 연출이 상당히 독특한 편이었다.

세트장 대신에 뒷배경으로 그림이 그려진 합판 하나만을 세워뒀는데, 흑백 화면과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와 어우러져 어딘가 묘한 느낌을 주었다.

어두운 동화 같은 인상.

대장간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이 나왔다.

‘이건 왕자고.’

이어서 무용단에 거두어져서 춤을 배우고 있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흘러나온다.

‘이건 공주네.’

얼마 안 가 광장에 왕의 칙령이 걸리게 된다.

[세금이 또 올랐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세금이 또 오른다니?]

수군거리는 군중들.

쌍둥이 아들딸을 잃은 이후로 왕은 정사에서 손을 떼게 되고. 타락한 재상이 왕국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나라는 곧 내 것이야.]

왕의 후사가 없었던 까닭에 재상은 혼란스러운 정세를 명분으로 왕을 몰아내고 자신이 왕이 되려는 속셈을 가진다.

그러는 동안.

[이 왕국은 바뀌어야 해.]

왕자와 공주는 각자 경험한 모종의 비극으로 인해 왕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비밀결사에 가입한다.

그리고 왕을 암살하기 위해 왕궁에 잠입할 계획을 세우게 되고.

“으아아…!”

“안 돼, 그러는 거 아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왕자와 공주는 사랑에 빠질락 말락 한다.

마침내 왕궁에 잠입한 두 남녀는 자신들의 친아버지인, 왕의 탄신일을 기념해 왕을 죽이고자 한다.

그와 함께 영화 외적으로,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대립과 50년대 당시 미국 사회상을 반영한 우화라는 설명도 이어졌는데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댄서들이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요약은 거기서 끝났다.

“어어…?”

“아니, 결말은 보여 줘야죠!”

왕이 아들딸의 손에 과연 죽는지, 그들을 알아보는지에 대한 얘기가 없었기에 다들 당황할 때.

MC인 백상중이 씩 웃었다.

-러닝타임이 1시간 36분이나 되는 영화인 만큼, 직접 다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 드리겠습니다.

저작권이 만료된 영화이기에 미튜브에 들어가 검색만 하면 바로 나온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MC가 5가지의 장면을 스크린에 띄웠다.

-이제 5가지 장면을 고르게 될 텐데요. 제비뽑기를 통해 추첨으로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각자 팀별로 대표 한 명씩 일어나기로 했다.

사과팀에서는 하루와 란이 동시에 비주를 바라보았다.

“비주야.”

“선배님.”

비주가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제가 뽑아요…?”

둘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반인들에게 네 잎 클로버가 있다면 연예계에는 이파리가 다섯 개인 뉴블랙이 있었다.

기대를 담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비주가 선뜻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다녀올게요.”

“응. 기왕이면 꼭 4번째 장면으로 뽑아 와.”

“노력해 볼게요~”

4번째 장면은 왕의 탄신일 축하 파티에서 왕자와 공주가 왕의 암살을 시도하는 장면이었다.

가장 임팩트가 큰 장면.

모두가 욕심을 내고 있는 장면이었다.

-자, 그럼 A팀부터 나와서 뽑아 볼까요?

“네~”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걸어 나간 비주가 제비뽑기 통을 바라보았다.

제비는 5개.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모두 동일하게 되어 있는 제비였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쭉 훑던 비주가 흐으음 하고 고민할 때.

-야.

김중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아침에 신발을 신고 있을 때, 근엄한 얼굴로 마법의 젤리 책을 보고 있던 중현이 말했다.

-기억해. 오늘 불행의 숫자는 4.

-행운의 숫자예여~ 형~

아까 혹시 4여서 4과팀이 된 것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주의 눈이 왼쪽에서 네 번째 있는 제비를 슥 뽑았다.

그를 시작으로 딸기팀부터 팀원들이 하나씩 나와서 남은 제비를 뽑아 갔다.

그리고 다 같이 펼치는 시간을 가질 때.

“……!”

펼친 제비에 쓰여 있는 숫자 ‘4’에 비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우아아아아!”

“우와아… 역시 뉴블랙이다…!”

하루와 란이 꺄 하면서 기뻐할 때, 그 속에서 제비를 바라보던 비주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맨날 보면서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던 대사가 있었다.

“어…? 이게 되네요.”

말을 마친 비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그러고는 기뻐하는 이들과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행운의 숫자를 추천해 준 친구를.

‘……많이 어지렵혀 놨어도 조금은 봐줘야지.’

마음을 너그럽게 먹는 비주였다.

*   *   *

“자, 이제 치웁시다!”

실컷 놀고 난 후.

메인보컬의 주도 아래 숙소 청소가 시작됐다.

“역할 분담은 이렇게 하도록 하고. 비주 형이 아까 하라고 준 리스트들 있죠?”

“응.”

“그거 다 하려면 지금부터 일해도 시간이 모자라요. 언제 돌아온다고 했죠?”

“밤 10시 정도였나?”

지금은 무슨 추첨을 마치고 나서 출연진들끼리 무대를 어떻게 꾸릴지 회의하는 시간이라고 들었다.

중간에 각자 개인 스케줄 다녀오는 시간까지 치면 굉장히 빠듯하긴 했다.

지호가 말했다.

“근데 뭐 리스트가 길어도 얼마나 흐어어억!”

“흐어어…….”

리스트에 적힌 하루 필수 일과들을 보면서 눈을 깜빡이는 우리였다.

“집안일이 이렇게나 많은 거였어여…?”

“이 정도면 스케줄 없을 때, 하루 종일 집안일만 해야 되는 정도 아니야?”

“…….”

“…….”

이 정도까지 뭐가 많을 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리스트에 적힌 목록들을 바라보며 동생들과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말했다.

“……이따 야식도 차려놓고 기다릴까?”

“그래야겠어요.”

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곧바로 청소를 시작했다.

리혁이에게 건네받은 진공청소기를 돌리면서 거실을 유유히 거닐었다.

위이이잉- 하는 소리가 눈앞을 스쳐 가면서 노란색 빛깔을 냈다가 사라진다.

화장실에서 뭔가를 하는지 중현이가 쿵쿵쿵 하는 소리가 초록색 섬광처럼 팟팟 튀고.

소리에 집중하면서 주변의 빛깔들을 눈여겨보았다.

“…….”

집중력을 잃자 금세 눈앞에서 연기처럼 뿌옇게 사라진다.

갑갑한 마음에 청소기를 요리조리 돌리다가 바닥에서 몰래 뒹굴거리는 막내의 배에 청소기를 얹었다.

츄웁!

티셔츠가 빨려들어가면서 막내가 꿈틀거렸다.

“으아아아아!”

“일해라. 이 굼벵아.”

“아, 진짜! 잠깐 쉬고 있는 거였다구여-!”

“영원히 쉬게 해 주지.”

츄루루룹!

“으아아악!”

막내를 훠이훠이 내쫓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비주가 개인 스케줄을 하러 간 틈을 이용해서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멜로디를 만들어 보는 중이었다.

바로 다음 앨범 때문이었다.

첫 정규 앨범.

회사에서 10월 중순 정도에 컴백하는 게 어떠냐는 제의를 했고, 우리도 거기에 OK를 한 터였다.

문제는 타이틀곡이다.

“이번에는 진짜로 공모를 받아야 되나…….”

9월 말 즈음에 뮤비 촬영에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한 달 정도는 연습을 해야 되는 거니까 적어도 이번 달 말에는 타이틀곡이 완성이 돼야 한다.

남은 기간은 대략 2주에서 3주.

시간이야 넉넉하긴 한데 이번 정규 앨범 타이틀곡을 어떤 식으로 만들지 머리가 복잡했다.

하도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 싶어서, 오늘은 다 같이 영화도 보고 뒹굴뒹굴 놀면서 생각을 비웠는데.

딱히 정규 앨범 타이틀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게 없었다.

-제발 집에 가게 해 주세요….

-우주야. 브레인스토밍은 사람을 쥐어짠다고 되는 게 아니야. …마른 걸레도 짜면 물이 나온다고? 그걸 눈물이라고 부르는 거야.

A&R팀이나 프로듀싱팀 분들을 붙잡고도 아이디어 회의를 해 봤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비주가 오면 다시 우리끼리 회의를 해 볼까 고민하고 있을 때.

“야, 왕지호. 너 청소 개판으로 할 거야?”

“아니, 이거… 제가 제대로 한 거란 말이에여.”

“대충 한 것 같은데.”

“아! 저 엄청 열심히 했어여!”

티격태격하는 두 막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주가 없어서 그런가.

평소였으면 저 사이에 끼어들어서 둘이 왜 그래~? 하면서 강제로 사과를 먹였을 텐데.

“음……?”

티격태격하는 막내들의 모습에 뭔가 스쳐간 듯할 때.

중현이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왜 그래?”

“아니, 저 열심히 청소해 놨는데. 리혁이 형이 막 대충 했다고 그러는 거예여. 진짜 열심히 한 건데….”

“억울하겠네.”

“이게 열심히 한 거랑 아닌 거랑 보면 알아요.”

“일리가 있네.”

“형은 누구 편이에여?”

“난 이기는 쪽을 좋아해.”

실시간으로 악화되는 분쟁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비주야. 얼른 돌아와라.

다행스럽게도 티격태격하며 흥! 흥! 하던 둘의 다툼은 우리에게 날아온 톡 하나로 끊겼다.

“오, 비주 형한테 메시지 왔어여!”

“진짜?”

다 같이 핸드폰 앞에 모여들자, 비주가 보낸 사진들이 단톡방에 올라와 있었다.

행복한 사과처럼 웃고 있는 비주와 같은 팀이 된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오, 란 선배님이랑 같은 팀 됐네?”

“팀 밸런스 좋네요? 이건 예상외인데.”

“어, 이 사람… 우주 형, 은성 님 그룹에 리더 이름 뭐였죠? 춤 잘 추고 오늘내일 하는 친구였는데.”

“하루 씨야.”

팀원 구성이 보기보다 좋아서 뿌듯하게 웃을 때.

뭔가 이상한 점을 포착했는지 리혁이가 물었다.

“근데 생각보다 아직 표정이 멀쩡하네요.”

“그러게.”

“비주 형이랑 오래 만나서 이렇게 환하게 웃는 사람들은 처음 봐요.”

환히 웃고 있는 두 댄서의 얼굴이 우리에겐 미스터리였다.

왜냐하면….

*   *   *

트윙클의 멤버 란의 개인 연습실.

“그럼 이쯤에서 회의는 마무리할까?”

“네!”

두 후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팀 회의는 몹시 성공적이었다.

어떤 장면을 할지 선정한 이후로 의 출연진은 전체 회의를 열었다.

전체적으로 극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지 토의하는 시간.

필요한 장면들의 각색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조용히 듣고 있던 비주가 시의적절하게 낸 의견이 채택됐다.

‘혹시, 한국풍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중세풍이었던 영화를 한국에 맞게 어레인지해 보면 어떠냐는 제안에 모두들 찬성했다.

그 외에 여러 의견을 종합하여 전체 회의를 끝낸 후.

각 팀별로 따로 모여 개별 회의에 들어갔는데, A팀의 회의는 화기애애하고 따사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하루가 뿌듯하게 웃었다.

‘아, 진짜 좋다…….’

병맛스러운 의견 없이 진행된 회의도 처음이고.

프로페셔널한 두 선배가 댄스 크루는 어찌 섭외할 것이고, 무대는 어떤 식으로 꾸밀지 얘기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선배님, 저 혹시 번호 좀….”

“핸드폰 줘 볼래?”

평소에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비주와도 왠지 모르게 더 가까워진 듯했다.

비주의 핸드폰 번호를 꼭꼭 저장하면서 하루가 웃고 있을 때.

란이 말했다.

“컨셉 회의는 이 정도로 하자. 이제 연습 시간을 정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둘 다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비주의 물음에 하루와 란이 동시에 답했다.

“남는 게 시간이지. 난 개인 스케줄도 없고.”

“저희도 요새 휴식기라서 뭐 없어요, 선배님.”

그 말에 비주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잘 됐다. 그러면 만날 때마다 6시에서 12시 정도까지 하면 될 것 같아요.”

“으음… 너무 적지 않나?”

6시간 해서 어디 코에 붙이나 하는 생각에 란이 답했다. 최소 10시간 정도는 해야지.

“그것보단 좀 더 해야지.”

“그러면… 6시에서 2시 어떠세요?”

“……?”

잠은 자야 되니까, 하고 해맑게 웃는 비주의 모습에 하루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선배님.”

“응?”

“6시에서 12시라는 말이 혹시…….”

“아, 그거?”

비주가 검지를 들어 시침처럼 보여 주고는 한 바퀴 돌리더니, 거기서 반 바퀴를 더 돌렸다.

그 순간.

“……!”

두 댄서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   *   *

『 I - MOVE 』 1회 편집본.

벙찐 표정의 팀원들과 환히 웃고 있는 비주.

란이 하핫 웃고 있는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왜 뉴블랙이 매 앨범마다 그토록 발전을 거듭하는가. 이번에 그 이유를 깨달은 것 같아요.]

[처음으로 느꼈어요.]

하루의 목소리.

화면이 교차되며 비주가 건네주는 사과를 받으며 행복해하는 하루의 옛 모습이 흑백으로 흘러나왔다.

[비주 선배님이 주신 그 사과가….]

하루가 아련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독사과였다는 것을…….]

백설공주의 왕비 CG가 비주에게 덧입혀지면서.

사과팀이라는 팻말이 찌익 하고 떨어지는 CG와 함께 새로운 별명이 공개되었다.

바로 ‘독사과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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