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65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된 모양이다.
단톡방에 비주가 보낸 사진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비주 [지금 안무가쌤 만나고 있어요~!]
비주 [(사진)]
비주 [너무 행복..!!!]
개별 회의가 끝나고 내친김에 바로 안무가까지 섭외하려는 듯했다.
무대를 어떻게 꾸리려고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다른 동생들이었으면 조금은 걱정이 됐을 텐데, 워낙 똑 부러진 애라서 걱정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근데…….”
우리 애는 걱정이 안 되긴 하는데.
같은 팀이 된 란 선배님이나 하루 씨는 심히 걱정이 됐다.
옆에 앉아 있는 민기 형에게 물었다.
“형, 이거 볼래요?”
“뭔데… 흐핫!”
사진 속에서 벌써부터 다크서클이 생긴 하루와 란, 그리고 안무가님의 표정이 돋보였다.
혼자서 화사하게 웃고 있는 비주를 보고 있자면 마치 생기를 빨아먹는 뱀파이어 같았다.
“분명히 다들 비주랑 팀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마 첫 방 나오면 다들 기피할 거예요.”
“그건 그렇지. 나 같아도 비주랑 팀 하는 건 좀…….”
“차라리 제가 낫죠?”
“그건 절대 아냐.”
같이 구르냐와 밑에서 구르냐의 차이라는 말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매니저가 시선을 피했다.
내가 웃으며 핸드폰으로 화이팅! 하는 뉴블랙 이모티콘을 보냈다.
다른 동생들도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던 FD가 날 불렀다.
“우주 씨!”
“네!”
“다음 씬 준비할게요!”
“네~”
이곳은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실내 세트장.
시트콤 특성상 집 안을 비롯해 특정 배경이 자주 나오게 되는데, 그런 배경이 모두 세트로 되어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신기했다.
뒤로 가서 보면 나무 합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런데, 앞에서 보고 있으면 진짜 집에 있는 느낌.
“아~ 행복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에어컨 바람에 외계인 가족의 리더 역할을 맡은 서노을이 알프스 소녀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곤 나와 눈이 마주쳤다.
“…….”
“…….”
뻘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서노을이 말했다.
“우리 막내~”
“네, 선배님.”
“실내 촬영이란 건 정말 행복한 거야~ 아~ 이 축복 받은 실내 촬영이여~!”
뮤지컬 배우처럼 라랄라 쩌렁쩌렁한 성량에 스탭들이 웃고, 주변에 서 있던 배우 정인우가 웃으며 말했다.
“저 누나가 원래 체력이 좀 약해. 이번에 시트콤 들어온 것도 드라마 하나 더 했다가는 죽을 것 같다고 들어온 거거든.”
“네, 저번에 슬립 촬영하실 때 봤어요.”
그때만 해도 난로 앞에서 로또에 당첨되었다가 돈을 탕진한 사람 같은 몰골로 계셨는데.
지금은 철근 콘크리트를 빼빼로처럼 씹어 드실 것처럼 건강해 보였다.
“난 시트콤이 좋아~~”
“저도 좋아요~”
아라까지 끼어들어서 둘이 빙글빙글 돌자 촬영장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방금 서노을 선배가 말했던 대로 실내 촬영이 주를 이루는 덕분이었다.
매주 1회 50분 분량이라 촬영 스케줄도 넉넉하고.
시트콤 특성상 별도의 로케이션 촬영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니 배우들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랄라~”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 둘이면 둘이지~”
이제는 정인우까지 끼어서 서노을, 아라, 정인우 셋이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좋은 이유는 첫 방송을 얼마 안 남겨두고 느껴지는 대박의 예감 때문이었다.
조금 민망한 얘기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로 인한 홍보효과 때문이고.
“자! 여러분! 여기 우리 복덩이가 있습니다~”
“복덩이라니요. 저는…….”
나를 둘러싼 셋이 경배하듯이 양손을 팔락팔락 하면서 행운의 토템~! 하듯이 찬양했다.
내가 픽 웃고는 근엄하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 주세요.”
“랄랄라라~”
넷이서 빙글빙글 돌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세트장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던 양옥분 선생님이 타박했다.
“너희들은 막내 좀 그만 괴롭혀. 가뜩이나 스케줄 많아서 피곤한 애한테 그러면 쓰니? 애 정신 하나도 없겠다.”
다들 반발했다.
“우주도 이런 거 좋아해요!”
“사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 쳤을 때, 가장 우측으로 치우친 사람이 아닌가….”
“얘 뉴블랙이란 말이에요. 쌤!”
“어유! 토 달지 좀 말어~! 시끄럽네!”
핀잔 한 번 줬다고 우아앙 하며 도망치는 출연진의 모습에 양옥분 쌤이 못 산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처음에만 해도 다들 데면데면하고 그랬는데.
가족 연기를 해서 그런지 촬영 2주 만에 벌써부터 묘하게 우애가 돈독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일할 맛이 나는 분위기라 좋기는 한데….
“으음…….”
이러다가 드라마 1회 반응이 안 좋거나 그러면 어떡하지.
TJ 엔터에서 연습생 생활할 때도 이런 적이 있었다. 태현이랑 연습하다가 야 이번에 무대 제대로 뒤집는다, 해 놓고 나가서 제대로 패배했지.
물론, 내 생각에도 이번 드라마는 잘 될 것 같긴 하지만… 이러다가 결과가 안 좋기라도 하면.
“무슨 생각해?”
“아, 누나.”
스칼렛 아라의 질문에 내가 조용히 말했다.
“혹시, 진짜 혹시나 해서 그러는 건데요. 만에 하나 이러다가 좀 잘 안 풀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해서…….”
“ㅎ.”
컹 소리를 내며 웃던 아라가 조용히 말했다.
“너 그거 못 들었구나.”
“뭘요?”
“다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 예능국에서 1회 내부 시사를 했는데….”
꿀꺽.
침을 삼키는 내게 아라가 말했다.
“반응이 엄청 좋았대.”
“그래요?”
“예능국장님이 보시고 야 이거 홍보 엄청 때려~ 그랬다던데. 나도 자세한 건 모르는데 아무튼 좋다나봐.”
“허어…!”
“근데 우주야.”
“네.”
“카메오로 헤일리 블루를 데려와 놓고 할 만한 걱정은 아니지 않을까…?”
내가 머쓱하게 웃자, 아라가 으이구 하며 웃었다.
-자! 준비 다 끝났고~ 촬영 들어갈게요! 이게 오늘 마지막 장면입니다! 끝나면 퇴근이에요!
황정구 감독님의 호출에 배우들이 저마다 자기 자리에 섰다.
방금 전까지 발랄하게 장난을 치던 배우들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곧바로 자기 배역으로 변신했다.
잘 될 때는 뭘 해도 잘 된다는 말처럼 촬영은 순조로웠다.
[으아아아악!]
[이거 떨어뜨리면 지구 터져요! 요원님!]
[진짜… 당신들은 대체 언제 집에 가는 건데!?]
김우주와 외계인 가족이 프라이팬으로 탁구공 같은 반물질폭탄을 통통 튕기며 촌극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중간에 몇 번 정도 배우들이 현실 웃음이 터지면서 NG가 났지만, 금세 마무리가 됐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도 최고였어요.
황정구 감독님의 컷 신호에 다들 박수를 치면서 퇴근 준비를 했다.
나도 얼른 숙소로 돌아가 비주를 맞이하려고 할 때, 감독님이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우주야.”
“네, 감독님.”
“이번 주 일요일 밤에 시간 되는 거 맞지? 다 같이 모여서 1화 보는 거 말이야.”
“당연히 스케줄 비워 놨죠.”
이번에 출연진, 제작진이 모두 모여서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1화를 실시간으로 함께 시청할 예정이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이번에 우리 같이 드라마 보는 거예여~? 우후후후! 제가 환상의 리뷰를… 아, 같이 못 봐여?’
‘형 좋아하는 야식 만들어 주려고 레시피 준비했는데….’
‘거기서 막내 대접 받고 돌아오지 마요.’
같이 모니터링을 못하는 거냐며 슬퍼하는 동생들이었다.
자꾸 마음에 걸려서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감독님 혹시 저희 애들….”
“아? 그거 때문에 망설인 거였어? 데리고 와. 분위기 살고 좋지.”
비주도 카메오 출연을 했고, 저번에 제작진도 밥차를 얻어먹었는데 안 될 게 무어냐는 반응이었다.
스칼렛도 온다는 말에 아 하고 웃었다.
감사하다고 말을 하고는 꾸벅하고 헤어질 때.
“아.”
궁금한 게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저, 감독님.”
“응?”
“감독님은 혹시 1화 보셨나요?”
조금 말을 엉뚱하게 해서 그런지 감독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보시고 어땠느냐는 질문에 황 감독님이 말했다.
“일요일 되면 알 거야.”
의미심장하게 말을 하던 감독님이 훗 하고 몸을 돌리더니 바닥 케이블에 발이 걸려 휘청거리곤 콩콩 뛰어갔다.
“…….”
다른 건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비범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은 확실했다.
* * *
숙소에 돌아와서는 곧바로 야식 준비에 들어갔다.
“밥 하기가 힘들면?”
“시켜 먹으면 된다~!”
고마워요, 음식점! 하면서 웃었다.
비주가 좋아하는 접시들을 꺼내서 우리가 시킨 야식들을 하나씩 담았다.
“조명도 준비했어요.”
리혁이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숙소가 우아하게 꾸며져 있었다.
여기저기 빛나는 무드등과 LED 촛불들.
마치 미튜브에서 ASMR 영상을 볼 때, 벽난로가 타닥타닥하는 영상에 나올 법한 아늑함이었다.
“이제 비주 형만 오면 돼여. 아, 비주 형 얼른 보고 싶다.”
발을 동동거리며 둘째를 그리워하는 막내의 모습에 웃으며 물었다.
“나 예비군 갈 때도 이렇겠구만?”
“무슨 말이에여? 형이랑 비주 형은 다르져. 비주 형은 맛난 밥을 해 주잖아여.”
“…….”
내 마음에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농담이에여. 형도 안 보이면 보고 싶고 그래여.”
“그치?”
“…라고 리혁이 형이 말하래여~ 흐하핫!”
“이걸 속네!”
두 막내가 아하하 하면서 테이블을 팡팡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
나야말로 정말 비주가 보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비주가 숙소에 돌아왔다.
“나 왔어요~ 어머!”
“허어!”
양쪽이 동시에 놀랐다.
비주는 식탁에 즐비한 야식과 무드등으로 꾸며진 거실을 보고 놀라 눈이 동그래졌고.
우리는 우리대로 비주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세상에… 사람들의 기력을 얼마나 뽑아먹었으면…….’
‘얼굴 윤기 나는 거 봐여.’
‘피부 뽀얘진 거 봐…….’
어찌나 얼굴이 반짝반짝하는지 마치 아기 피부 같다.
아직 본 연습은 시작도 안 했겠지만, 하루 씨와 란 선배님이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알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그런 거 있죠!”
금세 식탁에 앉은 비주는 야식을 먹으면서 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눈을 빛내면서 설명을 하는 비주에게 우리가 물었다.
“경연은 어떤 식으로 한데?”
“아! 이게 영화 시나리오를 뮤지컬처럼 하는 거래요! 에리트리아? 그런 고전 영화였는데. 지호야 너 혹시 알아?”
“에리트리아…? 아, 그 흑백영화 알아여.”
영화광인 막내답게 바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거 근데 진짜 옛날 영화인데… 아, 확실히 시나리오 써먹기 좋기는 하겠네여.”
무대 꾸밀 때 연기라든가 하는 부분을 도와달라는 비주의 요청에 막내가 흔쾌히 OK를 했다.
비주 접시에 족발을 올려 주던 중현이가 물었다.
“랩은 안 필요하냐?”
“형, 노래는 안 필요해요?”
“응. 그쪽은 안 필요할 거 같아.”
둘이 살짝 시무룩해하는 가운데 내가 물었다.
“음원은? 배경음악은 있어야 될 거 아니야. 편곡할 거 있으면 내가 도와줄까?”
“아, 그거요.”
비주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배경음악 생각하면서 형 떠올렸는데요. 피디님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한테는 부탁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왜……?”
“형이 편곡한 음악을 누가 이기냐고…….”
동생들과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기야 내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물은 거지만 엄밀히 말해서 안 될 일이긴 했다.
경연 프로그램 특성상 사소한 걸로도 공정성 시비가 걸릴 수 있어서, 최대한 그럴 만한 부분은 배제하는 게 맞았다.
“그래서 란 선배님이 그쪽을 알아보시기로 했어요.”
“그래야 말 안 나오겠다.”
우리가 알고 지내는 업계 사람들이 과하게 화려한 라인업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당장 비주가 자주 연락하는 안무가들만 해도 클레이 타일러와 국내 탑으로 꼽히는 한아윤 안무가였으니까.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근데 프로그램 특성이 막 1위 못하면 탈락하고, 경쟁하는 그런 프로가 아니라서 걱정은 좀 덜어도 될 것 같아요.”
“분위기가 괜찮았어?”
“네, 다들 으쌰으쌰하는 체육대회 느낌?”
어떤 분위기인지 알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곤 비주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이번에 무슨 역할이야?”
“저는 연습 담당이요!”
“아이고….”
“네?”
“아이고오! 잘됐네! 연습 담당이라니….”
비주가 잘됐죠? 하고 웃고는 핸드폰을 톡톡거렸다.
“그래서 제가 연습하는 날 도시락도 싸 가려고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아침 점심 저녁…?”
“네, 간식까지 싸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세 끼 도시락도 아닌 것 같은데.
그보다 남의 밥까지 준비하는 게 좀 그래서 내가 만류하려고 할 때.
“주먹밥을 싸 갈까 생각 중이에요. 그러면 먹는 시간도 엄청 절약되고. 길어도 30분이면 다 먹으니까!”
“…….”
“더 금방 먹을 음식이 안 떠오르더라고요.”
잠시 숨을 멈칫하며 동생들과 눈을 마주쳤다가.
‘우리 아니니까.’
‘잘 되겠져~’
훈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비주가 아늑한 거실을 둘러보며 웃었다.
“엄청 어질러 놓고 그럴 줄 알았는데. 별일 없었나 보네요. 은근히 걱정했어요.”
“무슨 소리에여~ 형~ 우리가 애도 아니고.”
“하하하!”
“진짜 형 나갔을 때랑 거의 똑같을 거예요.”
우리의 말에 비주가 웃으면서 거실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보기 시작하다가.
“……음?”
눈매를 좁히고 거실을 살피기 시작했다.
동생들과 나의 심장박동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할 때, 비주가 고개를 갸웃하는 걸 반복했다.
그러고는 어두운 거실을 밝히고 있는 무드등과 촛불, 그리고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불 켜 봐요.”
“……!”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안 되겠어요. 불 켜 주세요.”
“아아아… 안 돼!”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비주를 우리 모두가 만류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분 후.
“……!”
우리에게 지옥불이 날아들었다.
* * *
8월 둘째 주는 빠르게 흘러갔다.
각자 개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한편 지인 결혼식에도 참석을 했다.
“안녕하세요!”
“뭐야. 왜, 어째서, 아니, 왜 여기, 어, 아니… 어! 어어! 그.”
발랄하게 등장한 우리의 모습에 결혼식장 로비에서 하객을 맞이하던 남도훈 씨가 당황했다.
“아니, 왜….”
“왜 왔냐니요? 저희 축가 부르러 왔습니다~!”
“……의지 형이 불렀다는 축가가 너희였어?”
“네!”
“진짜로 올 줄은 몰랐는데.”
미스터 프로듀서의 멤버이자 이번에 새신랑이 된 남도훈 씨였다.
저번에 쇼케이스 장에서 우리가 결혼 운세를 봐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와 별개로 엄청 설레 보이셨다.
축가는 MC를 맡은 미프의 맏형 김의지가 부탁을 해서 성사된 거였다.
-둘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우와아아아-!”
잠깐 축가를 부르려고 등장했을 때, 콘서트 같은 환호가 터져 나와서 깜짝 놀랐다.
연예인 하객들까지 일어나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결혼 정말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저희가 오늘 아주 특별한 노래를 준비해 왔어요.
조마조마한 얼굴로 바라보던 남도훈 선배님은 얼마 안 가 이어진 노래에 안도했다.
리혁이를 중심으로 화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발라드곡이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노래 진짜 잘 부른다……. 아, 얘네 가수였지?”
“뭐야? 뉴블랙이 축가를 해 줘.”
“미프 그거 때문에 해 주는 건가 본대?”
뉴블랙이 축가를 해 주냐는 말이 신랑과 신부 측 하객들 사이에서 들렸는데, 신부 측 부모님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남도훈 선배님이 신부 옆에서 왠지 모르게 으쓱으쓱하는 느낌이라 우리도 기분이 좋았다.
‘고마워.’
‘행복하세요.’
눈인사를 건네고는 바로 식장에서 퇴장했다.
하객으로서 남아 있고 싶었는데, 우리가 더 있었다가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식의 분위기를 방해할 듯했다.
“크흥…….”
“어우, 나 왜 이래….”
물론 결혼식을 지켜보던 동생들이 소리 없이 통곡한 탓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렇게 결혼식에 참석한 한편.
-안녕하세요! 우주입니다.
방영을 앞둔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했다.
명곡단을 비롯해 여러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 터라 무난하게 질의응답을 이어 나갔다.
-보통 아이돌이 배우 데뷔를 하면 본명을 사용하는데, 우주 씨는 아이돌 활동명을 쓰는 이유가 있나요?
배우 선우주가 아니고 왜 그냥 우주라고 했냐는 이상한 질문이 하나 있긴 했다.
아마 다른 아이돌 선배님들과 엮어서 이상한 타이틀을 걸려는 모양이었는데, 옆에서 다른 배우들이 멈칫하는 동안 내가 웃으며 답을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제 이름이 우주라서 우주라고 했습니다…!”
이런 때는 웃으면서 동문서답을 해 주는 게 예의였다.
내 대답에 다른 기자들이 웃는 동안 배우들이 역시 막내라며 어깨를 으쓱으쓱했다.
그리하여 제작발표회까지 끝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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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인 곤 픽처스를 비롯해서 다른 배우들의 소속사에서도 홍보 물량을 쏟아냈다.
이제 남은 것은 1화 방영뿐.
일요일에 TBC 주말 드라마가 끝나는 10시에 방영될 시트콤을 앞두고 우리는 영등포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어, 우주 왔어?”
벌써부터 왁자지껄한 음식점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배우들과 스탭들이 인사를 했다.
“아이고, 주선이 왔구나!”
“쌤, 잘 지내셨어요?”
말티즈의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터라 얼굴 보기 힘든 송훈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후.
뒤에서 눈을 반짝반짝하는 동생들을 배우들에게 소개했다.
“여기 저희 동생들이에요.”
“…….”
그 말에 배우들이 1초간 멈칫하고는 일어나서 환히 웃었다.
“어이구! 잘 왔다!”
“잘 왔어요!”
“와, 나 진짜로 보고 싶었는데… 이리 와서 앉아 봐요. 내가 물어볼 게 있거든~”
엄청 반갑게 맞이해 주는 배우들의 모습에 동생들이 어어? 하다가 금세 환히 웃으며 좋아했다.
그러는 동안.
“…….”
웃으며 얘기를 하면서도 배우들이 진지한 눈으로 동생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운 눈길에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대체 우리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한 거예요?’
‘아무것도.’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뜨끔했다.
-아이고. 이게 외계인 연기하려니까 어렵네. 이럴 때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냐?
-선생님.
-응?
-저희 멤버 중에 거기에 부합하는 캐릭터가 하나 있거든요.
마치 눈앞에 외계인 가족이 등장한 것처럼 자료조사를 하려는 배우들의 모습에 내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
이건 절대 들키면 안 될 비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