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66화
음식점이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감독님 지인이 빌려준 가게라는데, 스탭들과 배우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빠 하이!”
“안녕~”
구석에서 치킨을 후루룩 먹는 데이지와 스칼렛 멤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곤 사람들을 비집고 다른 쪽 구석에 자리 잡은 동생들에게 다가갔다.
“휴…….”
안줏거리를 담은 쟁반을 머리에서 내렸다.
동생들이 우아아 하면서 젓가락을 촙촙촙 놀렸다.
우물우물.
쭈왑쭈왑.
어쩜 이렇게 추하게 먹는 것인지, 과연 나의 졸개들이었다.
“어휴, 품위 없게.”
리혁이가 혀를 끌끌 차면서 젓가락으로 피자를 집어들었다. 물론 이쪽도 정상은 아니었다.
내가 웃으면서 물었다.
“여기 앉아 있으려고?”
“넹, 뭐 형이랑 제작진 분들끼리 있어야 되는 건데 우리가 꼽사리 낀 거잖아여.”
“괜찮다고 해도 우리가 신경 쓰여요.”
딱히 다들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긴 한데.
멀찍이 구석에서 음식을 흡입하는 모습에 내가 푸근하게 웃었다.
“저분들이랑 가까이 있기 싫어서 그런 거구만?”
“……으흠.”
저쪽에서 왜 이리 안 와, 뉴블랙~ 하면서 손을 흔드는 외계인 가족의 시선을 동생들이 외면했다.
중현이가 어묵탕을 먹으며 말했다.
“뭔가 시선이… 리혁이가 가끔씩 노트 들고 저를 바라볼 때 그런 시선이었어요. 아니면 김비주가 냉동실에서 오래된 고기 꺼내서 먹일 때라거나.”
“형도 느꼈구나. 저도 느꼈어여.”
“어쩐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배우들의 시선이 이상하다는 동생들의 말에 내가 시선을 돌렸다.
비주와 리혁이가 뭔가 눈치를 챌 듯 말 듯한 표정을 보일 때.
다행히 송훈 선생님이 날 구해 주었다.
“주선아아아아~”
“네!”
“어디 있냐! 얼른 와야지!”
동생들이 다녀오라는 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배우들과 감독님, 작가님이 앉은 테이블에 합류하자, 선배들이 내게 잔을 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주선아.”
송훈 선생님이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주선이를 위해서 다 같이 금주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콜라 마십시다~”
술 한 방울 튀었다가 인사불성이 되면 어떡하냐며 다들 콜라나 사이다를 마신다는 모양이었다.
웃음을 터뜨리는 스탭들에게 내가 해명했다.
“한 방울 가지고는 안 취해요.”
바로 그때.
초저주파처럼 굵고 낮은 중현이의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려왔다.
-저 형 취해요오…….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중현이가 치얼스 하듯 맥주잔을 들어 보이는 동안, 외계인 가족의 아들을 맡은 정인우에게 속삭였다.
“진짜 저 때문이에요?”
“아니.”
그가 키득거리며 답했다.
“송훈 선생님이 술은 아예 입에도 댈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거든. 음주 이슈도 있고 하니까.”
“아.”
“말 나올 거리는 피하는 게 좋지~”
매니저가 아니라 본인이 차를 끌고 온 배우도 여럿 있다나. 역시 연륜 있는 선생님다운 조치였다.
그 동안 주변에서 왁자지껄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8% 정도 되려나?”
“9%까지도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잘하면….”
연차가 있는 조명, 촬영 등의 감독님들이 시청률을 두고 주고받는 이야기에 다들 귀를 쫑긋거렸다.
조명 감독님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일단은 시간대가 굉장히 좋잖아. 지금 ‘오! 어머니여’도 상승세를 타고 있고.”
다들 TV로 시선을 돌렸다.
대형 스크린에 TBC에서 하는 주말 드라마 <오! 어머니여>가 한창 방영 중이었다.
평범한 가족 드라마에 스릴러 한 스푼을 넣은 주말극인데.
학창 시절에는 친구 사이였고, 지금은 사돈 사이인 두 어머니가 메인 캐릭터였다.
며느리/딸의 석연찮은 죽음에 전직 무당과 경찰이었던 둘이 힘을 합쳐 수사하는 그런 내용인데, 매 화 내용을 예측할 수 없는 막장 스토리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방영 초기인데 무려 시청률 23%.
“저기서 얼마나 우리가 떼어 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방영시간은 저 주말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바로였다.
여기서 리모컨을 얼마나 안 돌리느냐, 혹은 얼마나 새로 유입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결정될 것이다.
촬영감독님도 말을 보탰다.
“내가 봤을 때는 8% 정도 나오면 굉장히 선방하는 거야.”
“그치. 그 정도면 엄청 잘 나오는 거지. 10%까지 나온다 치면 진짜 대박 터진 거고.”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 편성되기 전에 있었던 예능이 시청률 4~5%를 오갔다고 한다.
엄청 잘 나오면 10% 정도고, 7~8%가 제작진이 성공했다! 하면서 좋아할 만한 수치인 듯했다.
누군가 말했다.
“우리 드라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볼 만한 장르인데… 특성상 이게 본방 사수보다는 VOD나 재방송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그렇긴 하지.”
조명 감독님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때, 음향 감독님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마침 잘됐다는 듯 나를 불렀다.
“우주야. 넌 얼마가 나올 거 같아?”
“으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저는 10%보다 확실하게 더 위요.”
잠깐 의아한 침묵이 흘렀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소원이 없겠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는 동안,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내가 웃어 보였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잖아요. 기왕 예상하는 거 오늘 1회가 10% 이상이 될 거라고 믿어 보려고요.”
되면 좋잖아요? 하고 말하니 다들 기분 좋게 웃었다.
그때 조연출 한 명이 아! 하며 말했다.
“그러네. 간절히 바라면 네가 들어주는구나. 우주야!”
떠들썩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걸 시작으로 감독님들도 앞다투어 말을 했다.
“그럼 나도 10%.”
“나는 15%!”
“와! 다들 말 바꾸시는 거 봐!”
그렇게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을 때.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TV 화면에 무언가 떠올랐다.
-잠시 후, 주말 시트콤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 방송됩니다.
으아아아~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짧게는 나처럼 한두 달 참여한 사람부터 길게는 1년 가까이 준비해 온 황정구 감독님, 황정연 작가님까지.
설렘, 초조, 흥분, 기대감, 불안함 등이 뒤섞인 소리였다.
“자자!”
황정구 감독이 일어나더니 맥주잔에 숟가락을 두들겼다.
땅땅.
“긴 말 않겠습니다. 오늘 첫 방송! 제가 외계인 가족! 하면 흥해라! 외쳐 주세요! 외계인 가족-!”
“흥해라~!”
배우들과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이윽고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오프닝이 흘러나오고 광고 타임이 되면서 미묘한 적막이 감돌았다.
“…….”
맞은편에 앉은 서노을이 침을 꿀꺽 삼키며 입술을 핥는 게 보인다.
양옥분 선생님도 두 손을 모은 채로 앉아 있고, 송훈 선생님도 느슨하게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부부 역할을 맡은 중견배우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인우와 아라도 심호흡을 하면서 TV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현장에 나온 말티즈 영식이도 주인의 품에 안겨 헥헥하고 있다.
그때, 광고 하나가 나오며 웃음이 흘렀다.
-똑똑 택배 왔습니다!
-뭐, 뭐야?
-안녕하세요. 행복 배달꾼 뉴블랙 중혀니입니다~!
-잘못 오신 것 같은데요?
택배 상자에서 중현이가 뿅 하고 솟아나는 도로명주소 광고에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도 잠시.
“으아……!”
작가님이 얼굴을 부여잡고 신음하면서.
이걸 15세 미만이 보면 보호자가 잘못한 거라는 알림이 떴다.
이내 어두워졌던 화면이 밝아 올랐다.
“우아아아!”
“시작합니다!”
마침내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1화가 방영되었다.
* * *
출연진과 제작진이 한데 모여서 1화를 시청하고 있을 때.
<우리 가족은 외계인>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꽤 많았다.
“엄마, 이거 <어머니여> 끝나고 뭐 봐?”
“볼 거 없는데.”
“그럼 채널 TBC로 놓고 보자.”
“왜?”
“시트콤 새로 한대. 뉴블랙에 걔, 우주 나온다든데.”
“그래?”
나이 있는 세대와 젊은 세대가 간만에 TV에 대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시간이었다.
그 외에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바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중이었다.
인터넷에서도 따끈따끈한 반응이 올라왔다.
-두근두근
-우가외) 재미있을 거 같나요?
-외계가족) 지금 보려고 TV 틀었습니다 ㅎㅎㅎ (+오늘의 안주)
-가족이외계인) 감독 전작 보면 그냥 흔한 케이블드1 같은데 이거 잘될거 같나요?
-누가 말머리 좀 통일해주세요..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한창 관심을 받고 있는 드라마인 만큼 실시간으로 보는 사람들의 수가 꽤나 많았다.
하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의 수도 적잖았다.
‘재미있다고 하면 봐야지.’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그때 따라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었다.
거기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솔직히 우려는 되네요;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는데 홍보 때린거에 비해서 과연 실속이 있을지는..
-최근 시트콤 한다는 것중에 재밌던게 없슴
-아이돌 연기자 둘이나 껴있는 것도 좀;;
-별 내용이 없으니까 카메오로 홍보하는 거 아닌가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견들이었다.
성공을 예감한 제작사와 소속사들이 다소 과할 만큼 홍보를 하기도 했고. 거기에 각종 카메오들의 뉴스가 더해지면서 반감을 가진 이들도 생겼기 때문이었다.
다들 재미있어 하면서 보려는 분위기가 싫은 사람도 있고.
그렇게 기대하는 반응과 거부하는 반응이 뒤섞여서 각종 커뮤니티의 게시판이 북적이는 가운데.
마침내 드라마가 시작됐다.
‘오……?’
TV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첫 장면은 외계인들이 기기 고장으로 불시착하는 장면이었다.
‘와. CG 좋네.’
시트콤이라서 발로 만든 CG를 예상했는데, CG도 돈 들인 티가 나고. 화질이나 때깔도 굉장히 좋았다.
09년도 즈음 시트콤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16년도다운 변화가 느껴졌다.
[콰앙-!]
‘서울 관악산 어딘가’ 하는 자막과 함께 불시착하는 UFO.
산짐승들이 놀라 도망치고, UFO에서 푸쉬쉬 하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어머, 이제 저기서 뉴블랙이 나오는 거야?”
“어… 아니? 아닐걸?”
눈이 3개인 외계인들이 비틀대면서 UFO에서 탈출하고. 그들은 지구 생활에 녹아들기 위한 시도를 한다.
일단 UFO를 변신시키는데.
[훌륭하구나!]
[이거 좀 자연스러운 걸?]
뾰로로롱 빛나던 UFO가 갑자기 초가집으로 뿅~ 변하자 시청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야?’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 사람으로 변신하는 외계인들의 어리석은 모습에 시청자들이 웃을 때였다.
[뿅-!]
[이, 이게 무슨 일이냐!]
“흐하하하하하!”
UFO의 기기 오류로 원로 배우인 송훈이 갑자기 말티즈로 변신하면서 TV로 보던 시청자들이 뒤집어졌다.
버스에서 보던 사람도 웃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말티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말티즈ㅋㅋㅋ
-시작하고 3분만에 맕ㅣ즈 개웃기네ㅋㅋㅋ
-외계가족 뭐 웃긴 거 나왔나요..? 다들 웃네
┕송훈이 말티즈로 변신함ㅋㅋㅋㅋㅋㅋㅋ
┕?
어느 드라마에 나오든 비중 있게 출연하던 원로 배우가 시작부터 말티즈로 변신하는 것이 반전이었다.
시작하고 3분 만에 시청자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가는 시트콤.
대개 뒷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때 드라마가 따분해지기 마련인데. 그런 예상을 깨자, 시트콤을 보는 시청자들의 눈이 흥미롭게 빛났다.
‘어떻게 되는 거지?’
생전 처음 보는 파격 줄거리 전개에 절로 시선이 집중됐다.
본격적으로 외계인 가족들의 좌충우돌 지구 적응기가 시작됐다.
고등학교 앞에서 조선시대 복장으로 길을 묻다가, 건방진 고등학생들의 대답에 극대노하는 말티즈.
[꾸왕!]
[-이런 고얀 것들! 장유유서의 예도 모르느냐!]
[미친! 강아지가 말을 해!]
으아아악! 하며 고등학생들에게 쫓기는 장면에 웃음을 터뜨릴 때.
아주 짧게 지나간 장면이 하나 있었다.
‘어? 이거 우주인가?’
각종 TV 화면이 가득한 방에 앉아 있는 미남의 뒷모습이었다.
화면 중 하나에서 말을 하는 말티즈가 쫓기는 장면이 나온다.
정장을 입고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는 모습이었지만, 한눈에 미남이라는 게 보이는 자태.
누가 봐도 우주선의 뒷모습이었지만 시청자들이 확신을 하지 못한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방금 지나간 거 우주 맞죠??
-다른 사람인줄ㅋㅋ
-와 근데 이거 은근 쫄깃하네요
-감독이 연출 잘하는듯ㅋㅋㅋ 냉탕이랑 온탕 오가는 느낌이네요
분명 웃기는 역할로 나올 게 분명하긴 했지만, 순간적으로 요원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극의 긴장감으로 작용했다.
외계인 가족들을 쫓는 의문의 추격자.
요원 김우주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첫 방송을 본 사람들에게는 절로 긴장되는 씬이었다.
이내 장면이 전환되어 외계 가족이 이번에는 버스에 평양 말씨를 쓰면서 올라탄다.
잘못 업데이트한 결과물이었다.
“……!”
배우들의 능청맞은 연기.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행동들을 계속하면서 화면 밖에서 미친 듯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노을 연기 진짜 잘하네요ㅋㅋㅋㅋㅋ
-외계 가족들 다 시트콤에 재능낭비 중ㅋㅋㅋ
-ㅅㅂ 평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화부터 국정원에 잡혀가는 건 처음 보네ㅋㅋㅋㅋㅋ
-외계 가족) 재미있나요??? 볼만함?
┕지금 tv 트는거 추천합니다
카메오로 나온 맥시가 ‘에궁.. 미친 사람들’ 하며 국정원에 잡혀가는 외계인 가족을 바라볼 때였다.
장면이 전환되는 순간.
전국에 있는 모든 여성 시청자들에게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오오……!”
멋들어진 구두를 시작으로 특수요원처럼 워킹을 하는 우주가 아래에서 위로 구도가 잡혔다.
처음에는 발만 보였다가, 그 다음에는 손목에 찬 시계.
단정하게 머리를 정돈한 우주가 넥타이 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복도를 걷는 장면이었다.
“이야… 이래서 배우는 배우구나.”
“쟤 아이돌이잖아. 엄마.”
연출진이 ‘우리 애 존예죠?’ 하듯 007 가방을 든 요원 김우주가 워킹하는 장면이 사심 섞인 연출로 흘러나왔다.
출연진들이 모인 음식점에서 ‘막내다!’ 하고 당사자가 부끄러워서 숨는 있는 동안.
전국에 있는 모든 수플레들의 손가락이 빨라졌다.
-하..
-내가 이걸 보려고 26년을 살았구나 우주야ㅠㅠㅠ
-감독님 누군지 모르지만 사랑해
-와 연출ㅋㅋㅋㅋ 존나 잘생겨 보여.. 이거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
-근데 우주도 본판은 있으니까 유에서 유후를 창출하는 정도 아닐까..?
선우주가 아니라 진짜로 가상의 인물인 김우주를 보는 듯했다.
거기다 배우 본인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조사실에 입장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고는 주머니에서 독특한 모양의 구슬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는 김우주.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우주 요원이라고 합니다.]
능숙하게 외계인들을 심문하는 김우주.
반응을 보기 위해 5억입니다, 하며 007 가방에 담긴 돈을 보여 주는 장면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약간 진지하게 병맛인 캐릭터인가?’
본인 딴에는 진지한데, 제3자의 시선에서 보면 웃긴 대사를 톡톡 내뱉는 요원 김우주였다.
그렇게 요원 김우주가 외계인의 정체를 밝혀내고. 외계인들도 고향에 돌아갈 때까지 신변 보호를 받는 걸 동의한다.
어느 정도 일단락된 1화의 결말에 시청자들이 약간의 루즈함을 느낄 때.
[네? 무허가 건축물이요?]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관악산 중턱에 위치한 초가집 UFO가 무허가 건축물로 적발되었다는 소식에 김우주가 벙쪄 하는 표정으로 1화가 끝났다.
‘뭐야? 또 뭐야?’
밀도 있게 진행된 25분짜리 1화가 끝나고, 곧바로 2화로 이야기가 연결되어 넘어갔다.
1화가 캐릭터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면, 2화에서는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보여 주는 시간이었다.
초가집을 번쩍 들어서 이사하는 외계인 가족의 모습이 나오고.
여러 사고에 대처하는 김우주가 골치를 썩는 모습이 나오는 가운데.
“어?”
“비주다!”
깜짝 카메오로 등장한 비주의 모습도 화제였다.
[흐으으음…….]
[으흐으으음… 으으음…….]
‘진짜 잘 어울려…!’
착한 진상 역할로 나온 비주가 사과 장사를 훼방 놓는 장면에 웃음이 나오는 것도 잠시.
청년 청과물상으로 옷을 차려입은 김우주가 등장하면서 최고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주민 여러분. 날이면 날마다 오는 세일이 아닙니다~]
60대 과일상 주인처럼 능청맞게 호객행위를 하는 김우주였다.
그런 카메오씬이 나오는 동안, 비주와 우주의 투샷에서 대중들은 그제야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눈치챘다.
‘어……?’
우주 혼자 나올 때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카메오 연기를 한다는 태가 나는 비주와 다르게 우주는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과일상을 연기하는 선우주가 아니라, 과일상으로 위장한 김우주 같은 모습.
‘뭐야? 왜 이렇게 잘해…?’
멤버 카메오씬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예 연기력에 대한 부분을 생각지도 못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생활 연기라고 해야 되나..? 우주 진짜 잘하네요ㅋㅋ
-아라도 그렇고 우주도 저 사이에 섞여있는데 위화감 1도 없다는게 진짜 신기함
-뉴블랙인데 뉴블랙으로 안 보이는게 일단 젤 신기한 듯
-비중 꽤 줄만 했네요
-원래 성격이 김우주랑 비슷한가??
생각지 못했던 열연에 호평이 나오는 한편.
기상천외한 개그씬을 즐기며 2화의 마무리까지 지켜본 시청자들의 감상은 대체로 비슷했다.
‘진짜 재미있다…!’
간만에 볼 만한 드라마가 하나 생긴 기분이었다.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보면 정신없이 웃을 듯한 느낌. 괜히 홍보를 이만큼 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VOD나 재방으로 봐도 되겠는데?’
본방을 안 달리면 안 될 정도의 드라마는 아니었다. 딱히 뒷내용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드라마는 아니었으니까.
그러하기에 다음 번에는 다른 식으로 시청할까 고민할 때.
‘음?’
퉁. 퉁.
2화 마지막 장면에 쿠키영상처럼 서노을이 초가집 지하로 이어진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나온 벙커.
아주 널찍한 크기에 선반으로 가득한 금고였다.
그 선반들에 수백 개에 달하는 구슬이 오싹하게 늘어서 있었다.
-??
-저거 그거 아닌가요? 김우주가 만지작거리던 구슬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같은 구슬인듯
-뭐죠 이거
심문실에 들어가기 전, 김우주가 아련한 눈으로 만지작거리던 구슬.
그것과 지금 서노을이 개수를 헤아리는 구슬의 모양이 같았다.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구슬들을 바라보던 서노을이 이를 드러내면서 으스스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침을 꿀꺽 삼킨 그 순간.
둥!
[우리 가족은 외계인]
…이란 타이틀과 함께 2화가 끝났다.
김우주와 서노을이 한 칸씩 나눠 가지는 엔딩 화면이 나오면서 제작지원과 OST가 흘러나올 때.
-어..?
“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 모두에서 똑같은 반응이 나왔다.
* * *
같은 시각.
“여러분!”
황정구 감독님이 맥주잔을 들며 소리쳤다.
“저것이 바로 우리 우주와 황정연 작가가 힘을 합쳐 만든 아이디어입니다! 박수!”
“우와아아아!”
“이제 시청자들은 본방을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흐하하하!”
다 같이 악당들처럼 깔깔 웃고 있을 때.
“형, 형!”
고개를 돌려보니 동생들이 다급한 얼굴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왜 그래?”
“이거 뭐예여? 방금 그 구슬 정체가 뭐예여?”
“구슬 뭐예요?”
호기심을 잔뜩 품고 있는 멤버들에게 내가 가까이 귀를 대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그 비밀을 말해 주었다.
그 비밀은 바로…….
꿀꺽.
침을 삼키는 동생들에게 속삭였다.
“나도 아직 몰라.”
“…….”
“우리 동생들, 그러니 앞으로 본방사수 하렴~”
사실 알고 있긴 했지만 스포일러라 이 자리에서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짜게 식어 가는 표정들을 보며 내가 깔깔 웃고 있을 때였다.
“잠시만요!”
황정구 감독님이 조용히 해 달라는 말을 하고는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주조정실에서 전화 왔습니다!”
첫 회 시청률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