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68화
45장. On The Stage
흔히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하는 말이 있는데.
끝이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시작이 창대하다는 건 확실했다.
주말에 끝난 시트콤에 대한 기사는 그 다음 주로 넘어가서도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시트콤 ‘우리 가족은 외계인’, 첫 회부터 시청률 대박.. ‘13.8%’ 시트콤 부활의 신호탄
-‘외계인 가족’..외계인들의 케미 통했다, “이유 있는 시청률 대박”
-[별별☆리포트] 첫 회부터 떡밥 투척에 시청자 들썩.. “외계인 가족” 관전 포인트 3가지
밤 10시에 하는 일요일 시트콤이 1회부터 13.8% 가까이 나왔다는 게 관계자들 모두에게 충격이었던 듯했다.
우리 TF팀장님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었다.
“이 정도 수치면 방송국에서 벌써부터 해외 판권 가지고 말 나오고 있을 거야. 중국이나 일본 쪽에서도 얘기가 오가고 있을 거고.”
“그 정도야?”
“이미 동남아 쪽에서는 그 전에 입질 들어왔을 거다. 무엇보다 네가 출연을 하니까.”
“오호.”
석환 형이 기분 좋게 웃었다.
“초대박난 거야, 인마. 2000년대 중후반에 일일 시트콤 한창 잘나갈 때 시청률이 20프로대였으니까. 그것도 8프로에서 시작한 건데.”
“흐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쭉 상승세 이어가지면 또 혹시 모르지.”
우리 매니저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외계인 가족이 시트콤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지. 뭐, 여기저기서 예측이 많은데 난 긍정적으로 본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
현장에서 배우나 제작진들끼리 특별하게 말을 주고받는 건 아니지만 묘한 확신이 감돌고 있었다.
이거 정말 크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HBS와 PBS에서도 시트콤에 뛰어들지 모른다는 말이 들렸다.
그리고.
“이건……?”
1회가 끝나고 내게 수북한 종이들이 도착했다.
“영화랑 드라마. 거의 쏟아지듯이 들어왔어. 담당 직원이 정리하다가 울려고 하더라.”
“……엄청 많구만. 지호가 보면 좋아하겠다.”
우리 막둥이가 보면 세, 세상에! 이곳이 저의 천국인가여! 하면서 시놉시스에 파묻힐 만한 양이었다.
석환 형이 나를 슥 바라보며 물었다.
“하고 싶어?”
“아니.”
딱히 들여다보지 않고 옆으로 밀었다.
이 중에서 대박이 터질 작품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번에 시트콤에 나간 건… 솔직히 말하자면 분야를 확장하고 싶어서였거든. 가수 활동을 하면서 같이 해 볼 수 있을 만한 게 뭐가 있는지 찾을 겸 해서 겸사겸사.”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어서 시작한 연기였다.
“다음에 진짜 딱 이거다 싶은 게 생기는 게 아니라면 연기 쪽은 보류하려고.”
“노래만큼 재미가 없지?”
“응.”
픽 웃는 상대에게 내가 말했다.
“주 1회 시트콤인데도 벅차더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어우…….”
촬영장에서 담요를 두르고 오들오들 떨던 <슬립> 때 서노을 선배가 나의 미래처럼 보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이내 시놉들을 보며 미소를 흘렸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그치? 이야, 우리 선우주가 연기로 인정도 다 받고.”
“흐히히.”
나와 매니저가 껄껄 웃었다.
저번에만 해도 화제 몰이성 배역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들어온 배역들은 비중이 컸다.
전에는 고기 한 점 맛보기 정도였는데 지금은 고기 실속세트 같은 느낌이었다.
“짜잔~”
시놉들로 만든 피사의 탑 앞에서 동생들에게 보내 줄 셀카를 찍으며 환히 웃었다.
나 [연기의 신.. 그의 이름 선우주..]
곰중현 [연기의 신 김중현]
곰중현 [(사진)]
나 [뭐야?]
곰중현 [고기 구울 때 나는 연기에요]
곰중현 [어 탔다]
곰중현 [ㅠㅠㅠ]
고기 굽는 연기 뒤편에서 훈훈하게 웃는 자기 사진을 보낸 중현이의 모습에 웃었다.
꼬르륵-
급격한 배고픔에 석환 형에게 물었다.
“얘기 다 끝났어? 우리도 밥 먹으러 갈까? 형, 요새 기력이 허해 보이는데 소고기 먹어야지.”
“잠시만, 몇 가지만 더.”
개인 스케줄이 몇 가지 들어왔다고 했다.
다들 김우주의 정장 핏이 인상 깊었던 걸까.
고급 정장 브랜드에서 광고가 하나 들어왔고, 유명 잡지에서 진행하는 수트 화보 촬영과 인터뷰 요청도 들어왔다.
그 외에…….
“온 더 스테이지 녹화 관련인데.”
이번 주에 우리가 멘토로 출연할 예정인 HBS 서바이벌 <온 더 스테이지>에 대한 몇 가지 당부도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눈 후.
“얘기 다 끝난 거지? 고기 먹으러 갑시다. 고기~!”
“한 가지만 더.”
자세를 고친 석환 형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굉장히 심각한 표정이라 나도 덩달아 진지하게 경청할 때.
“우주야.”
“응.”
“그래서… 1화 마지막에 그 구슬의 정체가 뭐야?”
나도 진지하게 자세를 고쳤다.
“석환 형.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 줄까?”
“응.”
“본방사수를 하면 돼.”
“…….”
부들부들하는 석환 형을 바라보고는 깔깔 웃었다.
그래도.
어지간한 일에는 관심이 없는 이 사람도 관심을 가지는 걸 보니, 시트콤이 정말 잘되려는 모양이다.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웃으면서 상대의 등을 툭 쳤다.
* * *
시트콤의 1화가 대박 나면서 할 일이 많아졌다.
시청률 공약도 이행하고.
TBC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화제의 시트콤! 그곳 현장을 가 보았습니다!’ 라는 인터뷰에 출연해서 재롱도 좀 부리고.
연예 기자들과 인터뷰도 여럿 했다.
-[오기자의 OH 칼럼] 뉴블랙 우주 “우주선..? 저를 김우주라고 소개해 주시겠어요?”①
오랜만에 오소희 기자님과 만나 인터뷰도 했는데, 굉장히 덕심 가득한 기사를 써 주셨다.
그렇게 내가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동생들도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리혁이는 OST 녹음을 하고, 중현이는 믹스테이프 작업을 하고.
막내는 웹 드라마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비주도 이번 주에 있을 경연을 앞두고 안무 연습에 사활을 건 사람처럼 연습했다.
그때마다 같은 사과팀 사람들의 얼굴은 매일매일 가냘퍼지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흩어져 있어서 그런지,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행복했다.
“이게 떨어져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그치?”
“맞아여.”
막내가 히힛 웃었다.
“뭔가 형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
“그렇지. 막내야. 형들이 없으니까 의지할 사람이…….”
“촬영장에서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엄청 심심하더라구여.”
“……역시 글러먹었구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거라고 하잖아여.”
“…….”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혀서 먼 곳을 바라보자, 리혁이가 비죽 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밀었다.
“뭐, 나쁘지 않았다.”
“형이 알려준 거 잘 써 먹었져?”
두 막내가 하이파이브를 하곤 깔깔 웃었다.
개인 스케줄의 장점이라고 해야 할지… 요즘에 흩어져서 놀다 보니 저 둘 사이가 더 돈독해진 모양이다.
“아 진짜, 너 과자 먹었냐? 손에 과자 부스러기.”
“와. 깔끔 떠는 거 봐. 하이파이브 하고 나서 바로 물티슈로 손 닦는 사람이 어디 있어여?”
“그러기 전에 네 손부터 닦으셔.”
“제 손이 얼마나 귀여운데여! 울 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손이라고 해 준 건데?”
“말이 안 통하네.”
아닐 수도 있고.
어쨌거나 깨가 쏟아지는… 수준을 넘어서 깨가 폭발하는 수준으로 시끌벅적한 차량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민기 형이 음악 볼륨을 서서히 높였다.
“으하하하하하하!”
“흐헤헤헤헤헤! 렛츠 파리~~”
더 흥이 나는 동생들의 모습에 내가 눈짓을 했다.
곧바로 우리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
마음이 차분해지는 Nine이었다.
남의 노래는 괜찮은데, 우리 노래는 들으면 무대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떠오르고 그런다.
“으하하하하!”
“흐하핫!”
조금 차분함을 되찾은 가운데 차창 너머를 살펴보았다.
아스팔트에서 이글이글 아지랑이가 솟아나는 가운데, 도로에 차량이 빼곡했다.
우리는 지금 용산구에 있는 KM 엔터로 가는 중이었다.
바로 <온 더 스테이지>에서 멘토로 출연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팀 미션으로 우리 곡을 한다는 거져?”
“응.”
“신기하네여. 대형기획사 연습생들이 우리 곡으로 연습도 한다고 그러고.”
3세대 대표 아이돌이 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프로그램답게 TNT, 틴스피릿에 이어 우리 곡을 테마로 하는 모양이다.
E북 리더기로 러시아어를 공부하던 리혁이가 말했다.
“우리 곡은 여기저기서 월말평가로 많이 할걸.”
“그래여?”
“스트릿 보이즈 회사도 연습생들이 우리 곡으로 연습한다고 그러던데. 난도가 높아서 실력 보기 좋다고.”
“어렵긴 하져. 매번 팬분들이 이번 안무 레전드야~ 하잖아여.”
“…….”
리혁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먼 곳을 바라보았다.
‘우와. 이거 안무 진짜 괜찮네요.’
‘이제부터 네가 해야 돼.’
‘……네?’
‘이게 이제부터 네가 해야 되는 안무야. 리혁아.’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동생들이 ‘온더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타이틀 후보군으로 이것저것 난잡하게 아이디어를 써 놓은 곡들.
헤일리 블루가 조언해 준 대로 편하게 쓴 곡도 있고. 힘을 잔뜩 주고 쓴 곡도 있고.
이번 달 말이라는 시한을 앞두고 계획한 정규 앨범 타이틀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비주가 내게 물었다.
“타이틀곡 생각해요, 형?”
“응.”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생각이 잘 안 나서…….”
“그럴 때는 머리를 비우면 좋대요. 형.”
“오.”
중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끼어들었다.
“그럼 머리가 이미 비워져 있으면?”
“중현아.”
“왜?”
“……아니다.”
비주가 떨떠름한 눈으로 중현이를 바라보다가 내게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촬영 가서 이것저것 봐 봐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잖아요?”
“사실 나도 그걸 노리고 있어.”
이번에 온 더 스테이지 녹화를 하면서 뉴블랙 TV의 컨텐츠도 하나 새로 찍을 예정이었다.
이름하야 4대 기획사 탐방기② KM 엔터 편.
그리고, 현재 데뷔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파릇파릇한 새싹들을 만날 예정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네.”
내가 흐뭇하게 웃자 동생들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어어어어!”
“안 돼요. 형!”
“……뭐가 안 돼?”
동생들이 말했다.
“남의 집 애들이잖아요. 막… 만나서 갈고 그러면 안 돼요.”
“내가 언제 사람을 갈아?”
운전석과 조수석의 매니저 형들을 비롯해 동생들에게서 동시에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 저거 녹음했다가 A&R이랑 프로듀싱 분들한테 들려줘야 돼여.”
“역시 우주 형의 염치없음은 세계 제일.”
“뭐 그냥 냅둬요. 작곡가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어요. 두 손 달린 작곡 기계 정도로.”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 뼈마디를 망치로 꽁꽁꽁 두드려대는 말을 듣고 있을 때, 리혁이가 혀를 끌끌 찼다.
“내가 저 사람 패턴을 다 외웠어. 저기서 우수에 찬 표정 지으면서 ‘아… 막혔다. 이번엔 공모를 할까 봐’ 라고 해서 A&R팀이 다급하게 곡 외주 주잖아요?”
“흐하하하!”
“분명히 마감기간 다 끝나고 ‘엇? 어떡하죠? 신곡 만들었어요~’ 하고 농락할 거란 말이에요.”
자기가 가진 세계문학전집을 걸 수도 있다는 말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머쓱해서 시선을 돌렸다.
만난 지 얼추 2, 3년 정도인데 나를 굉장히 잘 파악하고 있는 동생들이었다.
“리혁이 오늘 입 잘 풀렸네. 예능 잘하겠다.”
“나 원래 말 잘해요.”
그러곤 동생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당부하는 건데… 오늘은 차분하게 다니도록 하자.”
“우리가 뭐 어때서여?”
“…….”
말없이 바라보자 다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눈을 피했다.
“아무튼 오늘은 차분하게 하고 옵시다.”
“넹.”
“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연습생들 만나는 자리잖아. 오늘은 좀 선배답게 선배미도 좀 뿜뿜해 주고… 어, 그래 중현이.”
중현이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형, 근데 오늘 녹화에서 선배미를 어떻게 해야 더 잘 뽐낼 수가 있을까요?”
“주변에 선배님들 많잖아. 따라해.”
“……으음. 예시라고 할 만한 선배님들이….”
“아.”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 우리 보고 선배님이래! 우리는 동생즈라고!
-아 시발. 내 종이컵에 껌 넣은 새끼 지옥으로 가라. 아, 매니저 형이세요? 천국 가세요. 천국.
-으아아! 소고기! 언니, 나 진짜 행복해! 나 눈물 날 거 같아~!
선배라고 할 만한 분들의 예시가 좋지 못했다.
친한 사람들 중에 비교적 멀쩡한 분들을 떠올리다가… 하나씩 거슬러 가서 2년 전으로 거슬러 갔다.
“장소원 선배님 같은 느낌으로 하자.”
“아. 이해했어요.”
동생들이 훈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멀찍이 근사하게 꾸며진 KM 엔터 사옥이 눈에 들어오는 동안 동생들과 손을 뻗어 모았다.
“자, 오늘 녹화도 잘하고!”
“잘하고!”
“연습생들한테 3년차 햇병아리 선배가 어떤 것인지 보여 주도록 합시다!”
“삐약삐약!”
동생들과 함께 멋짐 뿜뿜~! 하면서 꺄르륵 웃는 동안.
앞자리에 앉은 매니저 형들이 푸근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왜 그래요, 형? 저희 못 믿는 거예요?”
“한번 잘 해 봐…….”
민기 형의 아련한 표정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KM 엔터테인먼트.
국내 최고의 기획사가 어디냐 물을 때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TJ 엔터를 가리킨다면.
2등이 누구인 거 같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KM 엔터로 손가락이 오곤 했다.
TJ 엔터보다는 확실히 더 후발주자지만, 특유의 특색 있는 아이돌로 유명한 회사다.
정확히 말하자면 힙합을 베이스로 하는 아이돌이라 해외 팬덤에게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회사였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조금 흔들리는 모양새긴 했다.
-우주 씨. 내가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아이돌은… 인성이야. 인성…….
한때 TNT보다 더 잘나갔던 6인조 아이돌 ‘식스티 세컨즈’가 막말 녹취록이 퍼지면서 대번에 몰락했고.
그나마 우리와 같은 시기에 데뷔한 힙합 4인조 블링크가 1군으로 잘나가고 있지만.
틴스피릿과 현재 걸그룹 원탑으로 불리는 세레니티를 보유한 MOP 엔터가 무지막지하게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형기획사의 매출을 견인하는 대형 보이그룹의 부재가 그 원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온 더 스테이지>라는 야심찬 기획을 선보인 것이다.
[KM 엔터의 신규 아이돌을 여러분이 직접 뽑아 보세요!]
이번에 막대한 투자로 군소 기획사들을 인수한 KM 엔터가 휘하 레이블의 모든 연습생을 끌어모으고, 심지어는 외부 연습생까지 오디션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독기가 담겨서 그런 것인지.
첫 회부터 어마어마한 화제를 끌면서 연일 시청률을 갱신하는 중이었다.
-‘온 더 스테이지’, HBS와 KM의 집념과 독기가 통했다.. “미친 서바이벌”
-자극적 방송에 HBS ‘온더스’,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빗발쳐
-“독해야 데뷔한다”.. HBS 온 더 스테이지 ‘정말 옳은 방향인가?’
언론에선 매일 온더스 나빠 하고 있는 중이긴 하는데, 실제 인기는 그와 반비례하고 있었다.
석환 형에게 듣기로 다른 대형기획사들과 친한 기자들과 친KM 연예부 언론의 전쟁이라나.
“진지하게 하고 갑시다.”
“…….”
KM 엔터 사옥 앞.
어떻게 얘기를 들은 것인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셔터를 눌렀다.
“우주 씨! 여기! 여기!”
“꽃무늬 진짜로 버렸어요?! 훨씬 낫다!”
“잘생겼다! 맨날 이렇게만 입어 줘!”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기자들 사이에서도 으하하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네, 안타깝게도 꽃무늬는 갔고요. 멤버들이 입혀 주는 옷만 입는 신세가 됐어요.”
“멀쩡하니까 예쁘져?”
기자들 사이에서 맞다, 맞다 하는 말이 격하게 나오는 동안.
“오늘 온더스 녹화 소감 어때요~?”
“시간 다 됐네. 죄송합니다! 소감은 저희가 나중에 보도 자료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지나갈게요!”
헤드라인을 원하는 기자들에게 민기 형이 능숙하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를 데리고 들어갔다.
사인이라든가, 우리가 거절을 해야 하지만 이미지상으로 할 수 없을 때 대신 나서주는 매니저 형들이다.
그렇게 로비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아이고오오오!”
버선발로 나온 플랑크톤 사장님, 아니 허강민 대표이사가 종종걸음으로 우리에게 뛰어왔다.
뒤에 선 실무자들도 같이 뛰었다.
그래서 우리도 뛰었다.
“안녕하세요오오!”
“안녀어엉!”
서로 숨을 몰아쉬며 로비 한복판에서 마주쳤을 때.
허강민 대표가 반갑게 웃으며 손을 내밀더니 우리 뒤에 서 있는 뉴블랙 TV 카메라를 발견했다.
“이미 촬영 중인 건가?”
“네.”
“그럼 한 번 더 갑시다!”
채신머리없게 나올 수는 없다며 근엄하게 다시 걸어오는 허강민 대표님이었다.
그러곤 함께 모여서 뉴블랙 TV의 오프닝을 찍었다.
“네, 오늘 저희가 KM 엔터에 왔습니다. 온 더 스테이지에 멘토로 참가할 예정이기도 하고.”
“여기는 KM 엔터의 허강민 대표님이십니다!”
“와아아아!”
허강민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는 같이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을 외쳐 주었다.
“그럼 사옥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당연하죠. 하지만 그 전에.”
그가 우리를 잘 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배고프지 않아요?”
“네, 저희는 늘 허기져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일단 만난 김에 식사도 할 겸, 우리 KM 엔터의 구내식당을 소개해 줄게요.”
“아! 구내식당!”
저번부터 회사에서 셰프가 고기를 구워 준다며 우리에게 꼭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기대감을 담아 대표님을 따라갔다.
그리고, 이내 고급 레스토랑 같은 인테리어로 꾸며진 식당에 들어섰을 때.
“우와아아아…….”
“우리 회사가 다른 건 몰라도 식당 하나 만큼은 국내 엔터에서 최고거든.”
“와아아…….”
마치 우리만을 위한 천국이 펼쳐져 있었다.
‘Welcome 뉴블랙!’ 하는 현수막까지 걸린 식당을 바라보는 동안, 허강민 대표가 눈을 찡긋했다.
마치 ‘우리 회사 어때? 넘어올래?’ 하는 듯한 눈빛.
“후…….”
심호흡을 하던 막내가 카메라를 향해 꾸벅 숙였다.
“박규호 대표님, 죄송해여!”
“저희도 죄송합니다!”
어디선가 ‘안 돼!’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릴 법한 우리의 멘트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