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5)화 (47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5화

10분 후.

“저는 맏형 안 할래여…….”

“흐하핫!”

“진짜 제가 생각한 거랑 너무 다른 거 같아여. 제가 생각한 거는 이런 느낌이 아닌데.”

“흐하하하!”

깔깔 웃는 우리의 모습에 막내가 얄밉다는 듯 눈을 흘기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막내가 편하지?”

“넹.”

지호가 말했다.

“이게 사람이 안 하던 걸 하려고 하면 안 되나 봐여. 형이랑 리혁이 형이 막 형 하는데 속에서 뭐가 올라오고. 으아아… 저는 이거 못하겠어여.”

“그렇구나.”

우리가 훈훈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미 내기는 시작됐는걸.”

“무르기 없기.”

“최종 평가에서도 1등 하면 그때는 하루 종일 형이라고 불러야지~”

“…….”

다 밉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막내였다.

그러곤 멀찍이서 자기들끼리 축하하는 불꽃놀이 팀을 바라보며 웃었다. 웃는 입꼬리가 기분 좋게 휘어져 있다.

자기가 담당하는 팀이 중간 평가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좋은 모양이었다.

“저는 솔직히 형들 못 이길 줄 알았거든여.”

“왜?”

“그냥…?”

지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제가 형들보다 조금 부족하잖아여. 물론 리혁이 형보다는 춤을 잘 추고, 중현이 형보다는 노래를 잘 부르고, 비주 형보단 체력이 좋지만.”

동생들이 훈훈하게 웃었다.

“그런 사족 붙이지 므르…….”

“난 래퍼인데. 왕서운하네, 왕지호.”

“지호 오늘 간식 없어.”

그 말을 무시하고 연습생들을 바라보던 막내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가 멘토링한 팀이 못 이길 줄 알았어여. 형들이 워낙에 잘하고, 제가 거기서 많이 배웠으니까.”

스스로 우리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래서 멘토링을 해도 결과물이 이 정도로 좋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먼 곳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짓는 지호의 모습에 우리가 시선을 교환했다.

‘그건 아닌데…….’

‘우리 막내 잘하는데.’

평소에도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거의 숨만 쉬어도 칭찬을 해 주곤 했는데.

정작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라고, 너 원래도 잘해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해 주려고 할 때.

“그래서 제가 깨달았어여.”

지호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제가 형들보다 더 잘났다는 걸…!”

“…….”

“형들이 없으면 나는 역시 부족한 존재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역시 아니었어여. 제가 잘난 거였어여. 으하하핫!”

에라이.

“오늘부터 저를 멘토링의 천재, 왕지호라고 불러 주세요.”

“호는 붙여 줄게. 배은망덕으로.”

흥 하는 눈으로 흘기는 막내의 모습에 우리가 깔깔 웃었다.

옆에서 웃던 트레이너들도 가세해서 수다를 떠는 한편, 제작진이 어수선해진 무대를 정리했다.

어느덧 오늘의 촬영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동안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복기했다.

“으으음…….”

마스커레이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의 불꽃놀이까지.

KM 엔터의 스타일대로 편곡한 우리 곡을 들으니 뭔가 신선하다고 할까.

관점이 달라서 그런지, 마치 정면에서만 보던 조각상을 옆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백수천 번 넘게 들어서 익숙해진 노래의 멜로디가 새롭게 보인다.

“…….”

메모지에 ‘불꽃놀이’라고 적고는 아까 지호 팀이 했던 무대의 음악을 귓가에 재생했다.

이어서 마스커레이드부터 낙화까지.

내 마음대로 KM 엔터 스타일로 편곡한 겨울잠까지 더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보았다.

미처 모르고 있었던 타이틀곡 간의 흐름이 보이는 듯했다.

펑-

하고 불꽃놀이에서 터졌던 흐름이 낙화로 갈수록 한 점으로 쭉쭉 모이는 듯하다고 할까.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뭐가 나와야 자연스러울까?

무언가 떠오르려고 할락 말락했다.

투명한 해파리처럼 귓가에 맴돌락 말락하는 멜로디를 가상의 잠자리채로 탁 잡아채려고 할 때.

“형.”

중현이의 말에 맥이 탁 풀렸다.

“응……?”

“당 떨어져 보이는데 젤리라도 줄까요?”

“고마워.”

아. 놓쳤네.

아고 아까워라.

중현이가 건네준 젤리를 우물거리며 짐짓 시무룩한 기분을 느낄 때였다.

[♩♪♩♬]

멜로디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이거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후렴에 어울리는 멜로디였다.

불꽃놀이부터 시작되어 낙화에 모였던 한 점이 다시금 팡- 하고 터질 듯한 느낌의 댄스 곡 후렴.

“……!”

머릿속에서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얼른 메모하려고 할 때였다.

“어……?”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멜로디가 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보통 이런 음의 조합은 한 번 스쳐 가면 얼마 뒤에 까먹기 마련인데,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왜 그래요. 형?”

“비주야.”

내가 입을 가리고 소곤거렸다.

“이거 한 번 머릿속으로 재생해 볼래?”

“뭔데요?”

종이에다가 작게 음계와 리듬을 써서 알려 주자 비주가 고개를 까딱까딱하고는 어? 했다.

“형.”

“그치? 너도 그렇지?”

“네…….”

나와 같은 현상을 겪는 모양이었다.

“이거 방금 생각한 거예요?”

“응. 신기하지?”

중간 평가가 끝나고 마이크를 떼기는 했지만 곳곳에 카메라가 있어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대신 눈으로 대박 하는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이따가 다른 애들한테도 알려 줘요. 형.’

‘그러자.’

다음 타이틀곡에 대한 예감 때문일까.

Nine 팀이 칭찬을 받았을 때도 흐뭇하게 웃던 비주의 안색에 화사한 미소가 감돌았다.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았다.

딱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근데 형 이거 되게 익숙한데요?”

“응. 조금 그렇긴 하다.”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가 문제였다.

어디서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게 문제였다.

이런 경우에는 잘못하면 표절 시비가 걸릴 수 있기에 이따가 확인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소곤소곤하고 있을 때.

“둘이 완전 깨가 쏟아지네.”

어떤 트레이너가 웃으며 물었다.

“누가 보면 곡이라도 쓰는 줄 알겠어요.”

“네, 방금 타이틀곡 하나 썼어요~”

“흐하하하!”

능청맞은 우리의 대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진짠데.

*   *   *

무대 정리가 끝난 후.

우리는 <온 더 스테이지>의 연습생들과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연단 위에 섰다.

“와아아아아아-!”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쳐 주는 연습생들을 보며 웃고는 제작진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다들 즐거웠나요?

“네!”

-우리 간다고 지금 엄청 신난 거 같은데…?

“아니에요!”

맞는 거 같다.

세상 즐거운 표정을 짓는 연습생들의 눈에는 아쉬움이 1g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화사한 미소.

마치 회식 자리에서 반짝거리는 대표님을 바라보는 우리 회사 직원들의 시선 같았다.

지호가 말했다.

-걱정 마세여. 저희 5분 뒤면 바로 갈 거니까~

“아아아아아~!”

-우와. 너무 아쉬워하신다. 형들 우리 여기서 더 있다가 갈까여?

-그럴까?

지호와 비주의 말에 연습생들이 아하하… 하며 웃었다.

순간적으로 데시벨이 줄어든 웃음소리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면서 강당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동생들이 한마디씩 오늘의 소감을 말한 후.

내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 보냈고요. 이제 우리 <온 더 스테이지>의 생방송이 언제라고 했죠?

“9월…….”

“9월 11일이요오!”

본격적으로 탈락자가 정해지는 첫 생방송 날짜에 대한 소식이었다.

총 49명의 연습생.

내 또래부터 지호보다 어린 연습생들까지. 그 다양한 면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앞으로 다가올 다른 경연도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고요. 음… 마무리 인사로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는데.

동생들과 결정했던 마지막 말이 있었다.

-저희가 연습생 때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로 인사를 대신할게요.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에는 우리 방송국에서 만나요.

“으아아아아!”

듣기 좋았는지 끼요오옷 하는 연습생들이었다.

뒤에서 팔짱을 끼고 바라보던 트레이너들이 귀엽다는 듯 웃었다.

-이상으로 뉴블랙이었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연습생들의 박수와 환호를 들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를 한 건 아니지만 마치 하나의 무대가 끝난 것처럼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선배님!”

카메라가 꺼지고 나서 연습생들이 다다다 달려왔다.

“저, 저희도 사인 좀…….”

“저희 혹시 사인 받아도 되나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온 더 스테이지의 단체 티셔츠에 우리의 사인이 하나씩 더해졌다.

핸드폰이 있었다면 사진이라도 찍었을 기세여서 우리가 먼저 제안했다.

“우리 사진 찍을까요?”

“허… 네!”

“메일 주소 알려 주면 나중에 회사 편으로 보내 줄게요.”

각 팀별로 단체 사진도 찍고 연습생들과 사진을 찍어 주었다.

연습생들과 오늘 즐거웠다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어……?”

“저기 봐여. 형.”

리혁이와 리혁이네 팀이 살짝 냉랭한 표정으로 대치 상태에 있었다.

꾸물꾸물.

서로 어색하게 꾸물꾸물하는 모습에 우리는 곧바로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짐작했다.

“저…….”

“저기.”

리혁이와 낙화 팀의 호주머니에서 포스트잇이 나왔다.

“선배님, 여기 포스트잇….”

“저도 이거 메모지…….”

“엇…….”

“어, 아아…….”

수줍게 손편지를 교환하는 광경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그날 저녁.

저녁 식사가 끝나고 연습생들은 저마다 합숙소 침상에 널브러져 있었다.

“어흐으윽…….”

“아이고, 팔다리야. 나 왜 다리에 느낌이 없지? 누가 내 다리 꼬집… 아아아악!”

“난 숨 쉬는 것도 힘들어.”

침상과 관물대가 양쪽으로 나뉘어 있어 군필자에게 트라우마를 생성하는 구조로 된 연습생 숙소.

그곳에 누워 있는 연습생들 모두가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 진짜 빡세.”

“너네가 뭐가 빡세냐. 중현 선배님이랑 앉아서 젤리나 먹었으면서. 너네가 비주 선배님 클래스를 들어 봐야…….”

“중현 선배님이랑 맨몸 운동 했다. 우리.”

“…….”

누군가 천장을 바라보며 아련하게 말했다.

“복근 좀 강화해야 될 것 같다고. 플랭크 하시더라. 너 플랭크할 때 안 좋은 자세 아냐? 난 안다.”

“리혁 선배님한테 초콜릿으로 세뇌 안 당해 봤으면 말을 말아.”

“난 우주 선배님이 차라리 욕을 해 줬으면 했어. 틀릴 때마다 자상하게 웃으시니까 개쫄리는데….”

그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때, 누군가 말했다.

“근데 제일 슬픈 게 뭔지 알아?”

“뭔데?”

“나 왜 더 연습할 수 있을 거 같지…?”

그 말에 공감하듯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려왔다.

‘왜 힘이 남아도는 건데?’

분명히 뉴블랙과 트레이닝을 할 때만 해도 체력이 0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들이 떠나고 나니 체력이 회복됐다.

마치 고무줄을 어디까지 늘려야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 그 최대 한계를 알고 있는 듯하다고 할까.

-이따가 저녁 되면 다 회복될 거예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우리가 해 봐서 알아요~ 하하하!

머릿속에 울리는 뉴블랙 멤버들의 목소리에 연습생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근데 진짜 대단하긴 하더라. 선배님들 가르치시는 거 들을 때 와 했다니까.”

“진짜, 개쩔긴 했어…….”

“보면서 그 생각 들더라. 이미 탑인 선배님들도 저 정도로 연습을 하는데 우리는…….”

긍정적인 의미로 벽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들이 안무나 노래가 안 될 때마다 시범을 보여 주는데 절로 입이 떡하니 벌어지는 실력이었다.

2년 전에 데뷔한 아이돌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실력.

그토록 실력이 좋은 이유에 대해 뉴블랙의 리더가 설명을 해 주었다.

-맨날 연습해서 그래요. 일어나서 잘 때까지. 왜 연습을 해야 되는지 알아요?

가장 기억에 남은 말 중 하나였다.

-우리가 기계가 아니라서 그래요. 사람이니까. 기계는 실수하지 않지만,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거든요. 수백 번 넘게 연습을 해도 막상 무대에서 실수할 수 있는 게 사람이에요.

그 말을 떠올리던 마스커레이드 팀의 누군가가 말했다.

“우주 선배님, 아까 알람 울리시더라. 새벽에 설정해야 될 거를 오후로 설정하신 거 같은데…….”

“뭐야. 그럼 그 시간에 일어난다는 거야?”

연습생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중현 팀이었던 연습생이 으스대듯 말했다.

“중현 선배님은 그것보다 더 알람이 빨랐어.”

“진짜?”

“어, 시간 잘못 맞추셨대.”

누워 있던 연습생들 사이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오늘 왔던 멘토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오, 영훈이 형~”

“하이.”

“뭐 먹고 왔어요? 민트 초코 냄새 나는데?”

25살의 최고령 연습생, 모영훈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뭐 먹기는. 양치한 거야.”

아니었다.

눈치가 빠른 연습생들의 시선을 피하며 모영훈이 입가에 남은 초콜릿의 여운을 즐겼다.

-오랜만이에요. 형.

녹화가 끝나고 장소원 편으로 그를 따로 불러낸 뉴블랙의 리더였다.

다시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나를 기억할 줄은 몰랐는데…….’

TJ 엔터 시절에 잠깐 스쳐 간 터라 기억할 줄 몰랐는데.

그를 따로 불러내어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는 응원을 해 주고 간 탑 아이돌이었다.

‘진짜 한결같구나.’

젖살이 빠지고 어른스럽게 변한 미모를 빼면 그때 그 시절과 똑같은 선우주였다.

TNT의 한태현이었나 지한빈이었나.

-형? 형도 부하 할래요? 아앗, 왜 그래? 우주 형? 눈치 챙기라고? 왜 이러셔, 나 눈치 대박인데.

한태현이었구나.

그때도 졸병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녔는데, 지금도 그러는 걸 보면 여전히 성격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거 수플레빵 초코맛인데, 남들 모르게 몰래 먹어요. 형.

정말이지 좋은 친구였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연습생들 틈바귀로 들어가고 있을 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연습생들의 눈앞에는 자꾸만 뉴블랙의 뒷모습이 스쳐 갔다.

“…….”

그들에게 2시간이나 할애하고 나서 다시금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떠난 뉴블랙.

그리고 그들이 연습실에서 보여 주었던 면모들.

‘나도 저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민망하게 입 밖으로 내는 이는 없었다.

그저 널브러져 있던 몸을 일으킬 뿐.

“자, 우리 연습하러 갈까여?”

“그래여~”

타 지역에서 온 전학생 하나만 있어도 반 전체가 사투리로 물들듯.

숙소에서 일어나 연습실로 이동하는 연습생들의 입에 새로운 말투가 붙고 있었다.

“근데, 선배님들 아까 되게 급하게 가시던데. 뭐 하러 가신 건가?”

“타이틀 얘기하시는 거 같던데?”

“타이틀?”

*   *   *

숙소로 이동하는 차량 안.

“…….”

“…….”

고개를 갸우뚱하는 동생들에게 내가 다시 한번 허밍하듯이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리혁이가 눈을 깜빡거렸다.

“좋은데요? 이게 아까 심사하면서 떠올랐다는 멜로디에요?”

“응. 좋지?”

“어… 나쁘지 않, 아니 좋은데요?”

곡에 대한 기준이 가장 까다로운 리혁이마저 대놓고 좋다고 할 만큼 멜로디가 좋았다.

“오…….”

나와 비주가 그랬던 것처럼 멜로디를 들은 동생들이 계속해서 흥얼흥얼거렸다.

헤일리 블루가 저번에 그런 말을 했다.

-멜로디 하나를 떠올려 놓은 다음에 그대로 둬. 그래서 며칠 뒤에도 기억나면 좋은 곡이야.

계속해서 사람들의 귓가에 남는 곡이 좋은 곡이라는 지론에 따르자면, 내가 떠올린 멜로디는 좋은 곡이 될 조건에 부합했다.

중현이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규 앨범에 어울리네요. 낙화 끝나고 나서 바로 다음 페이지가 펼쳐지는 느낌이에요.”

“응. 바로 그거야.”

뉴블랙의 디스코그래피가 하나의 책이라면 낙화의 챕터가 끝나고 나올, 뒷장의 새 챕터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한 점에 모였던 것이 빵 터지는 느낌의 댄스곡.

A&R팀과 함께 정한 정규앨범의 컨셉에도 어울릴 만한 멜로디라 모두의 반응이 좋았다.

다만…….

“근데 뭔가 익숙하긴 하네여.”

막내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이게 어떤 걸 표절했다? 막 그런 느낌까지는 아닌데 굉장히 익숙한 거 같아여.”

“그치. 그게 문제야.”

“음악 어플 같은 거에 허밍 해 봐여. 비슷한 곡이 있을 수도 있잖아여.”

지호의 말에 한 번 그렇게 해 보았지만 일치하는 곡은 없었다.

어차피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스웨덴이나 우크라이나 같이 낯선 나라들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곡들은 다 알고 있다. 표절을 피하기 위해 매번 컨셉을 하나 정하면 비슷한 장르의 곡을 다 들어보기도 하고.

그러하기에 이게 기존의 곡에 없던 멜로디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근데 왜 익숙한 거지…?”

“예전 노래 같은 건 아닐까여? 동그라미 그리려다~”

“아닐 거야.”

옛날 우리나라 곡은 당연히 아닐 터였다. 김덕순 여사보다 내가 옛날 노래를 더 잘 아니까.

그때 비주가 의견을 제시했다.

“광고 CM 같은 거 아닐까요?”

“맞아여. 오늘은 내가 쏜다~! 막 이런 거. 아니면 침대 광고 음악일 수도 있고.”

“으으음… 그것도 아닌 거 같은데.”

멤버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광고 음악부터 드라마나 영화 OST, 혹은 라디오 시그널이나 횡단보도 신호음까지.

일상에서 무심코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나열해 보았지만…….

“아닌데.”

“아아, 이것도 아니에여!”

“다들 빨리 좀 떠올려 봐요. 나 이제 잠 못 자.”

리혁이가 재촉을 했지만 안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동생들과 내가 점점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흐어어어 하는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멜로디가 떠올라서 좋기는 한데, 표절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작업하기가 힘들었다.

“으아아아아! 이거 뭐냐구여!”

“아. 뭐지? 이거 뭐지?”

“빨리 떠올려 봐요.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한테 포상금을 주겠어요.”

그렇게 오리무중에 빠진 곡을 탐구할 때.

운전대를 잡고 흥얼거리던 민기 형이 말했다.

“어? 이거 나 알겠다.”

“뭔데요? 뭔데요, 형?”

“이거 그거잖아. 너희 몰라?”

민기 형이 말했다.

“뉴블랙 월드 송.”

“네? 이게요…?”

…라고 말을 하던 나와 동생들이 멈칫했다.

그러곤 음을 바꿔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두 번째 마디에서 박자를 좀 바꾸고, 음을 조금씩 조절해 봐요.”

다 같이 처음의 멜로디를 허밍하다가 음을 조금씩 조정해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어……?”

눈을 깜빡거리는 우리의 귓가에 아주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들어 왔다.

-뉴블랙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못 나갑니다~

잠깐만.

“그러니까 정규앨범 타이틀이랑 비슷한 멜로디가…?”

“뉴블랙 월드 송이었어여…?”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었던 건가…!”

아무도 알고 싶지 않았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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