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6)화 (47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6화

46장. I MOVE

“내… 내가 만든 멜로디가…….”

충격적인 진실에 절로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내가 만든 멜로디가 뉴블랙 월드 송이었다니…….”

“우주 형, 정신 차려요.”

“아니, 며칠 밤을 새워서 고민해서 나온 게 뉴블랙 월드 송…….”

“중현이 형. 이 아저씨 딱밤 한 대 날려 봐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손가락을 문질문질하는 중현이의 손을 눌러서 막고는 심호흡을 했다.

아직도 머리가 멍했다.

“괜찮아요. 형?”

비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조금 당황한 거야.”

“저두 당황스러웠어여.”

동생들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하기사 누가 안 그럴까.

역대급 명곡이 탄생할지도 몰라, 하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었는데 뉴블랙 월드였다니.

“허탈하다. 정말.”

내가 말했다.

“미슐랭 맛집에 가서 와 맛있다 했는데 알고 보니 동네 식당이랑 똑같은 조미료인 그런 느낌이야.”

“진짜 가까운 데 숨어 있었네여.”

“역시 병맛이랑 명품은 한 끝 차이예요.”

정규 앨범의 후렴 멜로디가 뉴블랙 월드 송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 동생들과 헛웃음을 교환했다.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었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표절이 아니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만약에 이미 있는 다른 곡이었으면 많이 슬펐을 텐데.”

“맞아여. 그리고 이건 뉴블랙 월드 송이랑 다르게 들리기도 하고.”

“걱정은 덜은 거죠. 뭐.”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며 동생들과 하하 웃은 후.

차량에 침묵이 감돌았다.

“…….”

“…….”

긍정적인 면에 이어서 따라 나온 부정적인 면 때문이었다.

딱히 부정적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조금 미묘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 있잖아.”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걸로 곡 만들면 수플레들이 눈치챌까?”

“글쎄요.”

리혁이가 곰곰이 생각하고는 답했다.

“잘 모를 거 같은데요. 바꾸고 바꾼 뒤에야 똑같아지는 거라. 사실 멜로디 자체로 보면 유사점이 적어요. 쌍둥이까지는 아니고 형과 동생 같은 느낌이라서.”

“저도 그런 느낌이에요. 형. 감자랑 고구마 같은 느낌. 물론, 이건 고구마예요.”

중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겠지?”

“모를 거예요.”

“에이~ 설마~”

하하하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다가 다시금 침묵이 감돌았다.

“…….”

“…….”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흐아아…….”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거 백 퍼센트 알겠지?”

“백 퍼센트 눈치챌 거 같아요.”

“수플레들 알잖아여. 집요하고 막 파고들구…….”

본래 고기송이었던 Nine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았던 수플레들이었다.

“저번에 우리 뉴블랙 아카데미 게임 나왔던 것도 막 분기점이랑 루트별로 정리 다 해 놨잖아여.”

“우리 위키 문서 가 보면 거의 국립 흑역사 도서관이에요.”

“…….”

가수에게 반지 선물을 하기 위해 손가락 호수를 삼각함수로 계산하는 팬들까지 있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수플레들의 눈을 속이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여. 제가 리혁이 형 아이스크림을 몰래 퍼먹고 모르는 척하는 거랑 같은 거져.”

“뭐야. 그거 너였어?”

“예시~ 그냥 예시예여.”

눈매가 가늘어진 리혁이가 막내를 추궁하는 동안 나는 곰곰이 고민했다.

숨기려면 숨길 수 있지만, 수플레들이 ‘어?’ 하고 비슷함을 눈치채는 건 백 퍼센트.

그럼 결론은 간단했다.

“그러면 이대로 곡을 쓴 다음에 나중에 들통 나는 걸로 하자.”

“역시 좋은 생각이에여.”

“수플레들이 물어보면 비하인드로 밝히면 되겠지.”

내가 생각해도 명쾌한 해결책이었다.

안티들이 자가 복제라거나 병맛이라며 뭐라고 하겠지만 그건 알 바 아니었다.

중요한 건 딱 어울리는 멜로디를 찾았다는 거고. 이걸로 근사한 곡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이제부터는 일사천리지. 후렴도 만들었고.”

“주제도 정해져 있구여.”

멤버들과 A&R팀, 프로듀싱팀 등이 모여서 정규 앨범의 테마에 대해서는 이미 정한 터였다.

갈등과 화합.

불꽃놀이부터 낙화까지 만남과 이별을 다뤘으니, 정규 앨범부터는 갈등과 화합을 다뤄 보면 어떠냐는 이야기였다.

그중에서 이번에 주제로 삼은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 다툼.

-우리가 여태까지 긍정적인 것만 다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걸 회피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봐요. 이렇게 한 번쯤 다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불화와 다툼의 화신인 우리 메인 보컬이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다섯 개의 색깔을 하나씩 소개했으니, 그 색이 하나로 섞여 들어 검은색이 될 때.

거기서 나오는 갈등을 노래로 만들어 보자는 계획이었다.

그랬기에 준비가 다 되어 있는 상태였다.

“지금 어때요. 형? 곡 쓸 수 있어요?”

“응. 내친 김에 다 쓸 수 있을 거 같아.”

후렴에서 파생된 전주라든가 3절 등의 멜로디가 머릿속에 둥둥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나의 대답에 비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민기 형. 저희…….”

“알았어.”

진지하게 답하던 민기 형이 조수석에 앉아 있는 원석이 형에게 시선을 돌렸다.

“원석아.”

“네, 팀장님.”

곧이어 원석이 형의 손가락이 내비게이션을 톡톡 눌렀다.

10초 후.

[새로운 목적지가 설정되었습니다]

[레몬 엔터테인먼트]

내비게이션의 안내음을 들으며 우리가 꺄핫 웃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프로듀싱 팀 여러분!’

‘저희가 갈게요!’

인간 비타민이자 활력소, 뉴블랙이 지금 여러분을 만나러 갑니다…!

*   *   *

레몬 엔터.

한창 지하 연습실에서 안무 연습에 열중하고 있던 연습생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안녀어어어엉!”

“우리들 등장!”

문이 벌컥 열리고 등장한 뉴블랙 선배님들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뉴블랙의 곡을 끄고 다급하게 인사를 하는 연습생들이었다.

무언가를 사 왔는지 선배들의 양손에 검은 비닐봉지가 가득했다.

이진후를 비롯한 연습생들이 달려가 받아 들었다.

“……?”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큼큼큼.”

“큼큼… 어?!”

소고기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던 연습생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소, 소고기…!”

“출출할 거 같아서 야식으로 사 왔어.”

“대박…! 감사합니다! 선배님!”

연습생들의 입에서 꺄하하 하는 웃음소리가 나오자 뉴블랙의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척척.

미리 준비가 된 것처럼 사물함에서 고기 접시와 집게를 꺼내오는 연습생들.

“오, 준비 많이 늘었는데?”

중현의 칭찬에 연습생들이 흐뭇하게 웃었다.

곧바로 연습실 바닥에 소고기 모듬이 펼쳐진 가운데 연습생들이 젓가락을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야. 선배님들 아직 안 드시는데.’

연습생들에게 눈짓을 하던 이진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선배님들은 같이 안 드시나요?”

“우린 이미 먹고 와서. 먹으면서 포장해 온 거야.”

“아하. 그럼 잘 먹겠습니다!”

이내 발랄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연습생들이었다.

그 모습을 스윽 바라보던 우주가 웃으며 물었다.

“요즘 진후가 리더 역할이야?”

“아. 네… 어쩌다 보니까. 근데 저희 다 역할이 있어요. 여기 복수는 미화부장이고요.”

“저는 불 켜고 끄는 조명 담당.”

연습생들의 역할 분담이 귀여웠는지 뉴블랙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안창살을 집어먹던 김복수가 물었다.

“저, 선배님들 오늘 녹화 가신다고 들은 거 같은데.”

“아. 끝나고 왔어.”

“우와…! 어떤 프로그램 녹화하고 오셨어요?”

“온 더 스테이지.”

그 말에 연습생들이 눈을 크게 떴다.

“온더스요? 대박…!”

“너희도 알아?”

“네. 요새 학교 가면 다 그 얘기해요. 자기 누구 뽑을 거라고.”

KM 엔터의 신규 보이그룹을 런칭하는 오디션은 악마의 편집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연습생들이 물었다.

“연습생들 실제로 보셨어요? 어땠어요? TV에서 보는 거랑 똑같아요?”

“그냥 똑같던데?”

“신기하고 그러진 않았어. 우리는 멘토로 다녀온 거라서.”

최근 가장 핫한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다녀왔음에도 정작 뉴블랙의 반응은 담담한 편이었다.

연습생들이 감탄했다.

‘아. 이제 어지간한 예능으로는 감탄이 안 나오시는구나!’

역시 예능계의 베테랑, 우리 선배님들이었다.

김복수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방송은 잘 하고 오셨나요?”

“으음…….”

그 말에 5인조의 눈동자가 허공으로 향했다.

“어디 보자…….”

“분량은 충분히 뽑았고.”

“재미도 어느 정도 있었고.”

“일단 기본은 한 거 같네.”

자기들끼리 중얼중얼하더니 보통 정도 하고 온 것 같다고 대답해 주는 선배들이었다.

연습생들이 다시 한번 눈을 빛냈다.

‘찢고 오셨구나!’

분량 못 뽑았어~ 할 때마다 2회차 편성이 되는 뉴블랙 선배님들 아니던가.

이번에 온더스를 제대로 뒤집어 놓고 오신 듯했다.

역시 우리 예능 천재 선배님들이라며 감탄하던 연습생들이 웃으며 고기를 먹었다.

“우아아아…….”

입에 쏙 들어올 때마다 사르르 녹는 안심이었다.

비주가 웃으며 물었다.

“맛있어?”

“네! 너무너무 마히허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사랑해요!”

“저희 엄마만큼 존경해요!”

고기의 행복감에 취해 아무 말 잔치를 하는 연습생들을 자상하게 바라보던 우주가 말했다.

“참가자들 보고 오는데 너희 생각이 나더라고. 너희도 연습하느라 엄청 힘들 거 같기도 하고.”

“우리는 연습생 때 야식으로 소고기 사 주는 선배들이 없었거든.”

“너희가 눈앞에 아른아른해서 얼굴 보려고 온 거야.”

중간에 뭔가 이상한 말이 낀 것 같았지만 연습생들로서는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면서 요즘 연습은 잘 되냐, 뭐 어렵거나 그런 것 있냐고 물을 때마다 신이 났다. 그냥 물어보는 게 아니라 정말 따스하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눈빛이었다.

“아 맞다! 저희 요새 선배님들 Nine 연습하고 있는데, 혹시 이따가 가실 때 한 번 봐주실 수 있나요?”

“그럼. 당연히 봐줄 수 있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연습실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고 있을 때였다.

사아아아악.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싸늘한 한기.

그들을 바라보며 흥 하는 시선에 연습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

“…….”

연습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노트북을 딸깍딸깍 하고 있는 프로듀싱 팀의 작곡가들.

그들에게서 마치 어두운 기운이 몽실거리는 듯했다.

그 기운에서 부들부들하는 감정이 느껴질 때.

“…….”

우주가 웃으면서 왜 그러세요? 하듯 바라보자, 그들의 어두운 기운이 후퇴하듯이 쏙 들어갔다.

연습생들이 또 한 번 탄복했다.

‘역시 레몬 엔터 최고 권력자의 눈빛……!’

그들도 언젠가 저런 권력을 가져 보는 게 꿈이었다.

회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대표님이 먼저 들어가 불을 켜 주고, 대표님이 화장실에도 먼저 들어가 손을 휘휘 저어 자동 센서 불을 켜 주는 권력.

그런 달콤한 상상을 하던 연습생들이 물었다.

“근데 저…….”

“응?”

“프로듀싱 팀 분들은 왜 여기서 작업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뉴블랙이 들어올 때 뒤따라 들어온 프로듀싱팀이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주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지금 사무실 공사 중이라 못 들어간다고 하셔서. 작업 공간이 마땅치가 않거든.”

“아.”

“회의실 빌 때까지 잠깐만 있다 갈게.”

그러면서 야식으로 유산슬이랑 팔보채를 사 주기로 했다며 속삭이는 우주의 말에 연습생들이 유산슬! 하고 오오 할 때였다.

“우주야.”

“네, 피디님.”

“잠깐 이리 와 볼래? 요 부분 좀 들어 봐라.”

나상윤 피디의 부름에 다가간 우주가 이어폰으로 뭔가를 듣더니 뭐라고 말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상윤 피디.

꺼슬꺼슬한 수염과 초췌한 안색을 바라보던 연습생들이 안쓰러운 기분을 느낄 때.

“얘들아.”

프로듀싱팀 직원 하나가 허허 웃으며 연습생들을 불렀다.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아니?”

“어… 왜요?”

“우리가 아주 큰 잘못을 했거든.”

연습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큰 잘못이요?”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는 말이 있어.”

“그럼 작곡가가 잘못하면…….”

“맞아.”

고개를 끄덕이는 프로듀서의 모습에 연습생들이 깨달음을 얻었다.

‘작곡가가 잘못하면 레몬 엔터에 오는 거구나!’

헉 하는 연습생들의 모습에 프로듀싱팀과 뉴블랙 멤버들이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이제 다시 일할까요?”

“네…….”

오늘도 레몬 엔터의 맷돌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   *   *

정규 앨범 타이틀곡의 작업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첫날부터 후렴과 뼈대를 잡은 터라 남은 것은 거기에 살을 더하고 빼는 작업이었다.

수정, 수정, 그리고 또 수정.

무수한 수정 절차가 남아 있었지만 크게 힘든 부분은 아니었다.

진짜 힘든 건 곡이 안 뽑혔을 때 괴로운 거지, 막상 곡이 뽑히고 나면 뭘 해도 힘이 안 든다.

프로듀싱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좋은데?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고 이번에는 곡 외주 안 줬거든.

-이야. 이거 좋네….

어느 정도 뼈대가 완성된 정규 앨범 타이틀곡을 들은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똑같은 평을 내렸다.

-귀에 착착 감긴다. 이거 댄스곡이지? 댄스곡으로 해야 돼. 이거는.

-일단 중독성 하나는 최고다.

-센 느낌으로 가면 될 거 같아.

공통적인 평으로는 멜로디가 중독성이 강하고, 센 분위기의 댄스곡으로 가면 어울릴 듯하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동의하는 바였다.

조규환 이사님도 듣고는 OK 사인을 보내 주시기도 했고. 모든 것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형, 저 이것 좀 알려 줄 수 있어여?”

“나 곡 쓴 것 좀 한 번 봐줘요.”

이번에는 우리가 데뷔하고 첫 번째로 내는 정규 앨범인 만큼 우리의 자작곡도 많이 실으려고 하고 있었다.

외부 작곡가들과 블라인드 테스트로 경쟁하는 시스템이라 동생들도 긴장감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가 제일 잘 썼다고 생각하는 곡을 들고 와 내게 멘토링을 요청했는데….

“왜 그래여. 형?”

“…….”

“되게 기특하면서, 복잡하면서도, 뭔가 싫으면서도 좋은 표정이네여. 흐으음.”

“아니야. 아무것도.”

역시나 예리한 우리 막내였다.

“이걸 네가 쓴 거야?”

“넹.”

동생들이 자기가 쓴 최고의 곡이라고 들고 올 때마다 놀랐다.

생각 이상으로 퀄리티가 좋다고 해야 되나.

기대치가 낮은 편이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꽤 봐줄 만한 곡들이었다.

늘상 시간을 쪼개서 작곡 공부를 하는 비주와 원래 작곡을 했던 중현이뿐만 아니라 두 막내들도 확연히 늘어 있었다.

“어때여?”

“진짜 잘 썼어.”

“어…엇! 잠시만여. 저 녹음 어플 켤 테니까 여기다가 다시 한번 말해 주세여!”

“리혁이 최고.”

“아 형……!”

놀고, 먹고, 연기하는 줄만 알았던 막내마저 놀라운 변화를 보여 주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게 10월 중순 컴백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달리는 한편.

기다리고 있던 중요한 일정도 다가왔다.

-베일에 사인 ‘아이무브’, 오늘 첫 경연 녹화한다

-I MOVE, 티저 영상 공개..역대급 퍼포먼스 예고

-댄스 경연 예능, “I MOVE” 포스터 공개

비주가 출연하는 춤 경연 예능 ‘I MOVE’의 첫 번째 경연 녹화였다.

*   *   *

새벽 6시.

비주를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2층 계단으로부터 인기척이 느껴졌다.

춤 경연을 하는 날이라 그런 걸까.

날이 갈수록 갈변하는 사과처럼 거무죽죽해지는 에이플비 하루와 트윙클 란과는 다르게 우리 애의 피부는 뽀얬다.

“일어났어?”

“네.”

숙소 부엌으로 걸어오는 비주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더니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내 모습을 보고는 더 환히 웃었다.

“제 밥 차려 주는 거예요?”

“응.”

“진짜 고마워요, 형. 새벽부터….”

그러곤 머뭇거리듯 말했다.

“근데 저 오늘은 경연 날이라서.”

“그래서 사과 샌드위치로 준비했답니다.”

“허어어어…!”

중요한 무대가 있을 때면 늘 공복으로 임하는 우리 둘째였다.

속이 더부룩하면 춤출 때 웨이브 느낌이 안 난다나.

아침으로 차린 사과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던 비주가 말했다.

“형, 저 오늘 경연 저녁 7시에 시작하는 거 알고 있어요?”

“응.”

“저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른 때라면 안 와도 돼요~ 하며 웃었을 둘째인데 오늘은 꼭 와 달라는 듯했다.

그만큼 본인에게 중요한 프로그램인 모양이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꼭 갈게.”

고개를 끄덕이며 환히 웃던 비주가 2층 계단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아직 자나 보네요.”

“응. 요새 피곤했으니까.”

“으음… 그렇구나.”

이내 생긋 웃으며 사과 샌드위치를 먹지만 왠지 모르게 우물거리는 속도가 좀 느려졌다.

우물… 우무우우울.

혹시 멤버들이 나오는 건 아닌지 기대하고 있던 비주가 이내 포기하고 사과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거기까지 먹게?”

“네, 더 먹으면 더부룩할 거 같아서요.”

입가를 슥슥 훔친 비주가 핸드폰을 보더니 나갈 채비를 했다.

고요한 숙소.

통. 통. 일부러 뒷꿈치로 소리를 내며 나 간다~ 하던 비주의 인기척에도 숙소는 고요했다.

“……저 그러면 다녀올게요! 형!”

“응. 조금 이따가 보자.”

비주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는 몸을 돌렸다. 어딘가 모르게 침울해 보이는 어깨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도 배웅을 안 나온 멤버들에게 서운한 느낌.

달칵.

그렇게 비주가 숙소를 나선 후.

“졸개들아.”

스스스스슷.

소파 뒤에 숨어 있던 그림자들이 나의 부름에 응답했다.

각양각색의 각도로 꾸물꾸물 기어 나오는 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갔어여?”

“김비주 갔어요?”

“응, 갔어.”

리혁이가 물었다.

“어때요? 많이 서운해해요?”

“엄청 서운한 거 같던데.”

“그럼 일단 어느 정도는 성공이네요.”

동생들이 흐뭇하게 웃었다.

평소 같으면 다들 눈을 비비고 나와서 배웅을 했겠지만, 오늘은 나만 나와 배웅을 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I MOVE의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눈 깜짝 카메라 때문이었다.

-뉴블랙 분들이 스케줄이 생겨서 못 오는 것처럼 한 다음에… 따앗! 하고 대기실에 등장하는 거죠.

다른 그룹들도 비슷하게 준비한다나.

시무룩했던 비주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우리가 후후후 웃었다.

“진짜 재미있겠는데요?”

“오늘 꿀잼 예상이라니까여. 아. 진짜 재미있겠다….”

“대박 성공할 삘이네요.”

꺄르륵 웃으며 손뼉을 마주치는 한편.

깜짝 카메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던 우리는 아무런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지막 말을 했던 사람이 중현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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