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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1)화 (48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1화

열심히 전광판을 흔드는 멤버들의 모습에 비주는 눈을 슥 피했다.

‘아이, 창피해…….’

다들 민망하게 왜 저러는 걸까.

고개를 돌린 상태로 눈가의 가장자리를 이용해 곁눈질을 했다. 우리 비주 최고다 하는 내용들.

“으히힛, 흠흠.”

은근히 기분 좋다.

시선을 슥 피했다가 으히힛 했다가 다시 시선을 피하는 비주의 모습에 사과팀과 댄서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다.’

‘어쩜 이렇게 귀엽지? 연습할 때는 독사과 악당이 나오는데.’

귀여운 겉모습에 댄서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어수선한 무대가 정돈되고 본격적인 심사평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안무가 한아윤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어요. 워낙에 기대치가 높았던 팀이었거든요. 이 팀은 정말 잘할 것 같다 했는데…….

사과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별로였다는 건가?’

걱정 가득한 그들의 표정을 보던 한아윤 안무가가 웃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했어요.

“아아…….”

다행히 그 별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별로였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안무가가 아까 무대에서 좋았던 포인트를 하나씩 짚었다.

-무희들의 춤? 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 부분이 나올 때 감탄했어요. 보통 칼군무는 이런 단기 프로젝트에서 피해야 할 요소거든요. 합이 안 맞으면 오히려 안 예쁠 수 있어서.

패널석에 앉은 아이돌 멤버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적인 트레이닝이 소요되어야 할 칼군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데서 1차적으로 너무 놀랐어요.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을 한 건가요?

그 말에 란과 하루가 비주를 바라보았다. 비주가 마이크를 들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거든요. 이게 이 시간에 될까 하고 고민을 했는데.

-그랬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원래 계획했던 연습량을 세 배로 늘렸습니다!

해맑게 웃으며 답하는 비주의 모습에 한아윤 안무가가 눈을 깜빡이며 다시금 마이크를 들었다.

-연습량을 세 배로요?

-네, 거기에 합이 맞을 때까지 계속하는 방식으로 합을 맞췄어요.

-그, 그렇군요.

-하니까 되더라고요~

말투와 목소리는 상냥함 그 자체인데 내용물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사 같은 내용이었다.

양옆에 서 있는 하루와 란이 해탈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에 다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아윤 안무가가 말문을 잃고 있는 동안 뿔테 안경을 쓴 남자 안무가 김승철이 마이크를 들었다.

-정말 퍼펙트한 무대였어요. 특히 멤버 개개인의 춤선이 정말 돋보였던 무대 같습니다. 란 씨.

-네.

-정말 경험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 것 같아요. 10년이 넘는 경력에서 나오는 내공이 보이네요.

안무가의 열렬한 칭찬에 란이 민망하게 웃자, 비주와 하루가 우우우~ 하며 양손을 파닥거리며 좋아했다.

김승철 안무가가 이번에는 하루를 돌아보았다.

-하루 씨도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에 재상 역할을 맡은 분들이 워낙 쟁쟁했잖아요. 그런데 이번 무대에서 정말 존재감을 어필한 것 같아요. 란 씨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더라고요.

-가,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하루가 바닥을 보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짓자, 란과 비주가 꺄르르 웃으며 그를 토닥였다.

훈훈한 광경이 이어질 때, 칭찬 받은 팀원들을 보며 해맑게 웃는 비주에게 안무가가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후우… 잠시만요.

심호흡을 하는 모습에 시선이 모였다. 깊게 숨을 들이켜던 안무가가 해명하듯 말했다.

-비주 씨에 대해서 칭찬할 말이 너무 많아서요. 미리 예열 좀 하고 가겠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안무가 김승철이 마이크를 들었다.

-아니 어쩜 춤을 그렇게 춰요? 나 보고 감탄했잖아요. 비주 씨 춤 잘 추지~ 하고 원래 알고 있었는데. 오늘 보여 준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가끔 그럴 때가 있거든요? 무대를 보면서 저도 같이 들어가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던 것 같아요. 저도….

-저 실례합니다만.

MC인 백상중이 재치 있게 끼어들었다.

-안무가님 일단 숨부터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좋은 춤을 보면 미친 듯이 흥분하는 습관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일어나게 되네요.

기립했다가 다시 앉은 안무가의 모습에 다들 웃었다.

-후우, 아무튼 너무 멋졌어요. 비주 씨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까요?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 말과 함께 안무가가 마무리 멘트를 했다.

-이번 경연에… 어쩌면 가장 고민이 많았을 텐데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손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비주의 모습에 양옆에 있는 란과 하루가 예이~ 하며 손을 파닥였다.

그런 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비주 진짜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선배님.’

경연에 참여한 모두가 온 힘을 다해 무대를 준비했지만, 이번 경연에서 비주는 그 이상을 준비했다.

거의 생사가 걸린 것처럼.

그 이유는 간단했다.

-뉴블랙 멤버가 여기 나온대…? 진짜로?

-이런 데까지 나와?

-그럼 경쟁이 무의미한 거 아닌가?

지금이야 그런 시선이 희석되어 사라졌지만 처음 출연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많은 아이돌 멤버들이 보였던 반응이었다.

‘어차피 뉴블랙이 1등 하겠네.’

경쟁이란 것은 급이 비슷해야 가능한 것인데. 현재 뉴블랙이 가요계에서의 급이 너무 높기 때문이었다.

스트릿 보이즈 정도를 제외하면 경연에 참가한 모든 팬덤을 합해도 수플레 하나가 더 클 정도.

일반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방청객 투표나 심사위원 투표로 1위를 정한다면 무조건 뉴블랙이 1위를 하는 구조였다.

어느 구도로 가도 경연에 참여한 톱스타에게 무조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구도는 당사자에게도 부담이었다.

그 결과에 걸맞은 실력이나 퍼포먼스를 보여 주지 못한다면 인정받기 어려우니까.

-저는 이번에 정말 잘하고 싶어요.

첫 회의 때부터 밝혔던 포부가 그들의 귓가에 남아 있었다.

경연에서 그 누구에게도 혹평이 나올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무대를 보여 주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그 의도는 성공적으로 먹혔다.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이런 장르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비주 선배님이 손을 딱 펼치셨을 때.

-이번 방송이 나오면 아마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게 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두가 일부러 눈치를 보거나 할 필요도 없이 정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민망하게 웃는 비주.

“우우우~”

그 모습에 란과 하루가 양손을 파닥일 때였다.

“꺄르르르!”

-아까 비주 씨가 손을 딱 들었을 때 마치 시간이….

“꺄르륵!”

누군가 비주의 칭찬을 할 때마다 패널석에서 네 마리의 왕꿈틀이가 팔딱팔딱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뉴블랙 분들. 죄송합니다만 다른 분들 말 좀 할 수 있게.

-죄송합니다…….

-저희가 주체가 안 돼서여….

MC에게 제지 당하는 뉴블랙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메인 댄서가 칭찬 받는 게 그렇게도 좋은지 아주 입이 귀에 걸려서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MC가 물었다.

-뉴블랙 분들은 어떠셨습니까?

대표로 우주가 마이크를 들자 졸개 3인이 그의 곁으로 모여섰다. 이 사람의 말이 우리 뜻입니다 하듯이.

-정말 근사한 무대였어요. 대사나 노래 가사 없이,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내용 전달이 되는 게 너무 신기했고요. 무대에 서 계시던 모든 분들이 별처럼 빛났던 것 같습니다.

매끄럽게 전체적인 부분을 띄워 주던 뉴블랙의 리더가 시선을 옮겨 자신의 멤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비주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요. 오늘 무대는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눈을 마주치며 웃는 상대의 모습에 비주가 조용히 웃었다.

그리 긴 말은 아니었지만 지난 2주 가까이 연습했던 것에 대해 충분히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1등보다 더 값진 보상.

우주가 할 말 있으면 한마디 하라고 마이크를 건네주자 막내가 씩 웃으며 말했다.

-형은 언제나 저희 자랑이에여.

객석에서 어어어~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비주가 촉촉해지려는 눈가를 슥 훔치고 있을 때, 패널들의 멘트가 끝나고 MC 백상중이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내려가시기 전에 한마디씩 하고 갈까요? 이번 무대에 대한 소감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란이 마이크를 들었다.

-네, 일단 우리 팀원들 너무너무 고생 많았고요. 오늘 무대를 함께 빛내준 우리 크루 여러분!

무대 아래쪽에서 무희, 귀족 복장을 입은 댄스 크루가 방방 뛰면서 와아아 하며 환호를 했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유쾌하고 열정적인 에너지.

노고를 치하하는 팀장의 말에 그들이 환호하고 있을 때, 비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너무 행복한 무대였어요.

댄스 크루가 환호할 때.

-연습 시간이 조금 더 많았다면 좋았겠지만….

-아아아아아!

-엇… 이게 아닌가요?

당황한 비주.

연습 멈춰~! 하며 단체로 괴성을 내지르는 댄스 크루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우리 둘째의 무대가 끝난 후.

계속해서 무대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수박팀의 무대와 출연진 전체가 올라오는 엔딩 무대였다.

왕자가 죽은 이후에 <에라트리아>가 어찌 되는지 내용이 전개됐다.

[너는…….]

무희 속에 섞여 있던 공주와 만난 왕은 그녀가 자신의 딸인 것을 알게 된다.

그와 함께 밝혀지는 진실들.

왕은 호위기사가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주는 자신이 연모했던 이가 혈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전개 속에서 왕은 다시금 정신을 차리게 된다.

하지만….

[이미 늦었구나.]

자신이 방관자로 있는 동안 타락한 재상에 의해 왕국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스로 왕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왕은 공주에게 왕위를 양위한다.

그러고는 멀리 서쪽을 향해 떠난다.

[서쪽에는 신비한 약초가 하나 있다지. 죽은 사람마저 살린다는….]

왕자를 되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왕위를 벗어던진 방랑자의 신분으로 서쪽으로 향하는 왕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에라트리아에는 황금빛 여명이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왕의 시대가 아니었다.

“오……?”

엔딩 무대의 마지막에 이르러 출연진들이 일렬로 쭉 늘어섰다.

맨 왼편에 왕과 귀족들부터 마지막으로는 평민까지.

새로운 왕의 치세와 함께 먼 미래가 어찌 될지 보여 주는 암시의 연출인 듯했다.

왕의 옆에서 귀족이 왕관을 꺼내 쓰고. 마치 도미노처럼 마지막에 선 평민들까지 왕관을 쓴다.

‘반역이에여?’

‘민주주의.’

모두가 왕이 되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을 암시하며 끝나는 <에라트리아>였다.

차례대로 왕관을 쓰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특히 비주가 우아하게 손을 들어 왕관을 머리 위에 얹는 모습에서 감탄이 나왔다.

역시 우리 둘째였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의 무대가 모두 끝난 후.

-자! 이제 대망의 1위 발표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1위에게는 바로 한우 세트가 주어집니다!

우리의 눈빛이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근데 이거 1위 어떻게 가리는 거예여?”

“아마 출연진 투표일걸.”

아무래도 아이돌 멤버들이 많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제작진이 머리를 엄청 쓴 듯했다.

어떻게든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연구한 듯하다고 할까.

심사위원 투표나 방청객 투표로 결정되면 팬덤의 크기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 출연진들에게 공을 돌린 듯했다.

-자신의 팀을 제외하고,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한 팀을 꼽아 주세요.

최선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경연 프로그램이 포맷인 이상 1위가 공중부양을 해도 무조건 뒷말이 나오게 되어 있으니까.

물론 대개 이런 식으로 베스트를 꼽으라고 하면 투표할 때 견제표가 나오게 된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2등 느낌이라면 일부러 1등에게 표를 안 주는 식으로 해서.

하지만 그건 시청자 투표상이고, 얼굴이 다 나오는 이런 프로그램에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고로 저마다 객관적으로 가장 잘했다 여겨지는 무대를 고르게 될 텐데.

‘비주네가 1위 하겠다.’

‘그러겠네요.’

리혁이와 눈빛을 교환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때.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오고, 큐카드를 든 백상중이 웃으며 말했다.

-네, 총 15표 중에서 12표를 얻은 팀입니다.

사실상의 만장일치.

-독… 아니 사과팀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파앙- 하며 떨어지는 금박과 함께 MC가 ‘한우 세트’를 건넸다. 우리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사과팀의 소감과 함께 다 같이 우아아 하는 분위기.

그렇게 녹화가 끝나고, 방송국 복도에서 우리는 가족상봉을 했다.

“비주야아아아아아!”

“우주 혀어어엉!”

우리가 다다다 뛰어가고 비주가 두 팔을 벌릴 때.

“비주 손에 그거 봐봐. 진짜 한우 세트야?”

“마블링을 보니 입안이 츄릅하네요.”

“이거 얼른 집으로 가져가야겠어여. 한여름이라서 이대로 두면 금세 상할 수도 있잖아여.”

“…….”

샐쭉한 표정을 짓는 비주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다가가 넷이서 둘러쌌다.

“경연은 재미있었어?”

“잘한 거 같아여?”

비주가 웃으면서 상기된 얼굴로 답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정말로. 1등 할지는 진짜로 몰랐는데 다들 1등으로 뽑아 주셔서…….”

“그럴 만했어.”

“정말 잘했어요. 형.”

“한우 타느라 고생했다.”

리혁이와 중현이의 말에 비주가 웃었다.

공연의 흥분이 남아서 그런지 양 뺨이 살짝 상기되어 있다. 우리가 뭐라고 말을 더 하려고 할 때.

“비주야!”

“비주야아!”

여기저기서 비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사과팀과 댄스 크루도 얼른 오라며 손짓을 하고, 다른 팀원들도 뭐라고 부르고 있었다.

엇, 하며 난처해하는 비주에게 우리가 말했다.

“회식하고 온다고 했지?”

“네.”

“재미있게 놀고 와.”

사과팀과 댄스 크루가 다 같이 모여서 회식을 한다는 듯했다.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 비주의 등을 떠밀고 얼른 가라고 했다.

이윽고 금세 섞여드는 비주.

그 속에서 해맑게 웃는 비주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갈아버려라 저 사람들을.’

‘우리 말고 저 사람들을 갈아여! 형!’

여기서 댄스에 맺힌 한을 풀고 오면 아마 연습실에서 조금 덜 의욕적인 우리 애가 되지 않을까 싶을 때.

“아!”

비주가 총총 뛰어와서 트로피를 건넸다.

1위 기념으로 사과팀원들에게 하나씩 주어진 트로피인 듯했다.

“이거 숙소 진열장에 넣어 줄래요?”

“응.”

“1위 하니까 어때여. 형? 후련하져?”

막내의 그 말에 비주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

“이제 5개 더 남았어…….”

후후후 웃으며 집념 어린 눈빛을 보이던 비주가 다녀올게요! 하며 손을 흔들고 떠났다.

“…….”

그래도 트로피 하나 얻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나머지도 모두 쓸어버리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둘째의 의지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칠 뻔했다.

그렇게 비주를 배웅할 때.

“아이씨! 꺼져! 다 꺼져!”

“불타올라라~!”

“꺼지라고!”

평소처럼 나무 씨를 불태우며 내쫓는 스트릿 보이즈와 합류했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양쪽 다 시간 내서 만나기가 어려운 스케줄이라 같이 밥 한 끼 먹기 위해서였다.

지갑을 꺼내드는 한조에게 모두가 환호를 하고 있을 때.

우당탕 뛰어나가는 졸개를 바라보던 한조가 내게 물었다.

“기분 좋은 일 있어? 되게 싱글벙글하네.”

“당연히 기분 좋지. 동생이 1등을 했는데.”

“아니. 그거 말고.”

한조가 내 표정을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 표정이라서 그래. 우리 예전에 합동 무대했을 때, 좋은 아이디어 있다고 네가 웃었잖아.”

“그게 기억에 남았어?”

“되게 불길했거든. 사악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걸까.

내가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냐. 그냥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라서.”

“일단, 언제 컴백하는지나 얘기해 줘……. 얼굴을 보니 반드시 그때는 피해야 될 거 같으니까.”

그 말에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활기차게 떠들며 떠나는 <에라트리아>의 배역을 맡은 댄서들.

오늘 경연은 비주 개인으로서, 우리 팀으로서도 정말 경사 같은 일이었지만.

그 외에도 내가 개인적으로 얻은 소득이 하나 있었다.

*   *   *

며칠 후.

레몬 엔터의 뉴블랙 TF팀 회의실.

졸개들과 우주, 직원들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A&R 팀장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곡 제목을 정했다고?”

“네.”

우주가 노트북을 빙글 돌려서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타이틀곡 제목은 Empire예요.”

“제국?”

“이번에 비주가 나왔던 경연을 보고 영감을 얻었거든요. 우리 앨범 주제가 갈등과 화합 중에서 갈등이잖아요?”

“그렇지.”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근데 갈등 중에서 가장 강력한 갈등은 권력에 대한 갈등이잖아요.”

“맞아.”

“그래서 그걸 이용해서 상징적으로 보여 줬으면 좋겠어요. 왕권을 두고 왕자들끼리 다툼을 일으킨다던가 하는 식으로.”

“근데… 너무 진지하고 무겁지 않나?”

그 말에 멤버들이 말했다.

“그럴 것 같아서 체스나 장기 같은 컨셉을 차용하면 어떨까 해요. 체스 말들이 킹과 퀸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것처럼.”

“오, 그거 괜찮네.”

“시각적으로 재미있게 보여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멤버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할 때.

“그리고 이번에 뮤직 비디오나 스틸 컷에서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게 생겼는데요.”

“응.”

“이것 좀 써 보고 싶어요.”

갑자기 눈을 반짝이는 멤버들.

직원들의 눈이 향한 노트북 모니터에는 반짝이는 황금빛 왕관을 쓴 패션모델의 화보가 있었다.

“왕관?”

“네!”

반짝반짝.

비주가 멋쩍게 웃는 가운데 나머지 넷이 왕관을 꼭 써 보고 싶다며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열렬한 눈빛에 직원들이 훈훈하게 웃었다.

‘되게 하고 싶어하네.’

‘딸내미가 공주님 옷 사달라고 할 때 저 표정이었는데.’

‘왕관 써 보고 싶었구나. 너희.’

초롱초롱한 눈빛.

비주가 쓴 왕관이 그렇게 좋아 보였는지 잔뜩 샘을 내고 있는 4블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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