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2화
왕관 아이디어에 대해 호의적인 기류가 감돌았다.
직원들이 괜찮은 것 같은데? 하고 있을 때 석환 형이 피식 웃었다.
“비주가 경연에서 왕관 썼다며. 그게 엄청 부러웠구만?”
“무슨 소리예요. 팀장님.”
우리가 부정했다.
“그냥 비주가 왕관을 쓰는 걸 보면서 아 저거 우리 앨범에 쓰면 좋겠다 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 거지.”
“저희 그렇게 샘 내고 그럴 사람들 아니에여.”
“누가 뭐 하면 따라 하고 싶어하는 초등학생들도 아니고. 저희는 왕관 안 해도 돼요.”
그렇게 말을 하는 우리의 모습에 직원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홍서영 과장님이 물었다.
“정말? 안 해도 돼?”
“…….”
“그렇게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굳이…….”
우리가 다급하게 말을 바꿨다.
“하고 싶어요.”
“저도 왕관 한 번 써 보고 싶어여…! 저 유치원 때도 왕 못하고 공주 했단 말이에여!”
“가끔 써 보고 싶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우리의 대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동안 회의실 한편에 앉아 있던 조규환 이사님이 턱을 쓰다듬었다.
“왕관이라…….”
잠시 생각에 잠겼던 조 이사님이 우릴 바라보았다.
“정말 부러워서만 그런 건 아닐 테고. 어떻게 특별하게 생각해 둔 스토리 같은 게 있니?”
“네.”
우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갈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력 갈등을 다뤄 보겠다고 했잖아요. 그중에서도 후계 갈등 쪽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봤으면 해요. 제국(Empire)의 후계자들이 황제 자리를 두고 다투는 느낌으로.”
다섯 명의 후계자가 권력을 두고 얽히는 그런 분위기의 스토리를 원한다는 말에 다들 흥미를 보였다.
“어떠세요?”
“좋은데.”
A&R팀장님이 호의적인 분위기를 내비쳤다.
“저는 좋은 것 같은데. 다들 어때요?”
“저도 찬성이에요.”
직원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제작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조 이사님까지 동의하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남은 것은 구체적인 실무 단계.
“정규 앨범의 컴백 날짜는 10월 17일 정도로 잡고 있어. 언제인지 달력 안 봐도 돼. 월요일이야.”
우리 TF팀장님의 말에 지호가 말했다.
“거의 딱 두 달 남았네여.”
“그래도 막상 준비 들어가면 빠듯할 거야. 이제 안무가 섭외하고 준비하고, 9월 말에 뮤비 촬영 들어가고.”
“바쁘겠구만.”
두 달이라 체감상으로는 한참 남은 기분이었지만 그 사이에 해야 될 녹음, 연습 등을 고려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거기에 각자 개인 스케줄도 끼어 있으니까.
연습이 가능한 시간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TF팀으로부터 앨범 외적인 스케줄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TBC 측과도 완벽하게 합의가 끝났어.”
“정말?”
“너희 이번에 돌림픽 안 나간다.”
“우아아아-!”
졸개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면제다!’
‘돌림픽 면제!’
TBC에서 매년 명절마다 하는 아이돌 체육대회에 출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좋은 소식이었다.
홍 과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뭐, 우리가 안 나가고 싶다는데 자기들이 어쩌겠어?”
“그냥 안 나가겠다고 했어요?”
“적당히 에둘러 말하긴 했는데, 당연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지. 은근히 통쾌하더라고.”
팬들도 힘들고, 가수도 힘들고.
매년 부상자까지 속출하는 이 방송이 계속되는 이유는 방송국의 압박 때문이다.
음악 방송이나 예능 출연에 불이익을 주니까.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어느 쪽이든 아쉬울 게 없기에 상관없었다.
“이건 당연한 거지.”
TF팀 직원 중 하나가 말했다.
“우주 지금 네가 외계인 가족으로 끌어다 주는 시청률이 몇인데. 내가 저쪽이었으면 먼저 전화해서 옥체를 보중하시라고 했어.”
농담에 다들 웃었지만 맞는 말이긴 했다.
TBC와 현재 걸린 게 여러 개가 있었으니까.
지금 내가 출연하는 주말 시트콤 <우리 가족은 외계인>은 2회 방영이 끝나고 1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회보다 3% 상승한 결과물이었는데 벌써부터 방송국에서 시즌2를 하자며 설레발을 칠 만큼 좋은 성적이었다.
그리고.
“주세한 측과도 협의가 끝났어. 곧 녹화 들어갈 거야.”
“네.”
미스터 프로듀서와 함께 양대 국민예능으로 꼽히는 주세한에 재출연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
거의 2년 만에 출연하는 것 같다.
가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힘든 일은 아니겠지. 만약에 힘든 게 있어도 괜찮았다.
“망하는 건 미래의 우리니까.”
“맞는 말이에여.”
동생들과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지호야. 잠깐 나 좀 보자.”
막내는 조 이사님에게 따로 불려 갔다. 웹 드라마 관련해서 나눌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
이번에 우리 회사가 인수한 제작사가 만드는 드라마라서 조 이사님도 굉장히 공을 들이는 것 같다고 할까.
최근에 새롭게 사업들을 확장해서 그런지 회사 내부에 활기가 감돌았다.
“이제 앨범 준비하면 또 바쁘게 달려야겠네요.”
리혁이의 말에 우리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 이제 두 달 지나면 컴백…….”
“컴백이라니…….”
새로운 노래 Empire로 음악 방송 무대에 서고, 수플레들과 우아아 하며 만나는 상상을 할 때.
“컴백을 한다는 건….”
중현이가 울적한 얼굴로 말했다.
“다이어트 시즌이라는 거네요.”
“하…….”
“이번에 우리 다이어트 방법을 좀 바꿔 볼까요. 형? 곡 제목이 엠파이어니까 황제 다이어트를 하는 거예요.”
“그거 하면 오래 못 살잖아.”
이제 앨범 준비에 들어가서 고기를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아파 왔다.
“흐아아아아…….”
“느아아아….”
회의실 의자에 종이인형처럼 널브러져서 흐느적거렸다.
곧 다가오는 가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인데, 어째 우리의 앞길에 놓인 것은 닭가슴살과 샐러드였다.
* * *
그날부터 본격적인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졸개들아.”
“예!”
“우린 언제나 그러했듯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두부에 달콤한 땅콩 드레싱을 뿌린다면…!”
“138 칼로리라는데요. 두부보다 칼로리가 높아요.”
땅콩 드레싱 실패.
“이건 닭가슴살이 아니다. 고기다. 닭가슴살이 아니고 고기다…….”
“맛있는 고기…….”
최면 요법 실패.
“비주가 받아 온 한우 세트 딱 한 점만 먹어 볼까…?”
“그래여. 소고기도 닭가슴살처럼 똑같은 단백질이잖아여. 이 꽃등심 조금만 먹으면 될 거예여.”
“맞아, 맞아.”
“제가 인터넷에서 봤는데 야채랑 같이 맛있게 먹으면 살 안 찐대요!”
“좋은 유사과학이네요.”
양 조절에 실패해서 실패.
한우 세트를 모조리 먹어치우는 바람에 체중이 더 늘었다.
“과일을 먹어 보는 건 어떨까여…!”
“과일이 정답이었네!”
아니었다.
과일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을 뿐.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 봤지만 역시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있었다.
닭가슴살과 샐러드.
“하하하하…….”
“하하…….”
“하…….”
동생들과 식사 때마다 웃으면서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
앨범을 내고 나서 3개월간 실컷 먹고 또 먹고 하다가 갑자기 굶으려니 위장이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꼬르륵 소리 때문에 NG가 날 정도였다.
-주선이~ 아주 사운드 좋아! 하하!
송훈 선생님이 엄지를 들면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메말라 가는 내 안색이 안쓰러워 보였던지 도시락을 먹던 아라가 비엔나 소세지 반찬을 하나씩 줬는데.
그 때문에 촬영장 가는 시간이 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진 못했다.
“미안, 실장님이 우리 이러는 거 알았나 봐.”
“이제 끝인가요…….”
사랑하는 비엔나마저 내 곁을 떠나갔다.
나름 작심삼일이라고, 그래도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3일쯤 지나니 어느 정도 몸이 적응이 됐다.
그러는 동안 8월의 마지막 주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비주는 <아이무브>에서 새로운 팀이 된 LB를 불쏘시개처럼 써먹는 중이고, 다른 동생들도 바쁘게 본인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다 같이 숙소에 있는 날이면 타이틀곡 작업을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일이 없는 일요일이 됐을 때.
“언제 시작한다고 했지?”
“아마 저녁 타임 예능일 거예요.”
우리는 간만에 HBS를 틀기로 했다.
저번에 멘토로 출연했던 <온 더 스테이지>의 뉴블랙 경연 편을 보기 위함이었다.
“누가 우승했을까여?”
우리가 떠나고 나서 얼마 후에 경연을 했을 텐데, 그 무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일일 맏형 타이틀을 건 매치.
소파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막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참고로 맏형 안 할 거예여. 둘째 형 할 거예여. 우주 형이랑 비주 형 사이.”
“왜?”
“희한하게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형이 저 보고 형이라고 그러면 뭔가… 으으. 이상해여.”
“뭐가 이상해?”
“암튼 그런 게 있어여.”
그 말에 다른 동생들을 바라보자 다들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주가 사과를 깎으며 말했다.
“형이 저 보고 형이라고 하면 뭔가… 그 느낌이에요. 친척집 가면 낯선 어른이 당숙 하고 부르는?”
“고마워. 비주야. 덕분에 형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어.”
“헛…….”
“근데 나 동안이라서 괜찮지 않아? 내가 형~ 해도….”
“으아아아아!”
완전 싫다며 몸을 파닥파닥 흔드는 졸개들을 보며 콧바람을 내뿜을 뿐이었다.
되게 싫어하네.
“대표님이 나한테 형이라고 하는 느낌인 건가.”
“아니져.”
“그치?”
“넹. 그 두 배로 더 이상해여.”
그 화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저마다 맏형이 아니고 둘째 형을 하겠다는 포부에 헛웃음을 지을 때.
“어…! 어……!”
놀란 비주가 과도를 내려놓고 TV를 가리켰다.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갑자기 그… 어! 어!”
“허어어어!”
HBS 채널에 한류스타 곽시현이 출연한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우 협회 광고.
눈앞에 지나가는 탐스러운 마블링의 등심과 맛있게 구워지고 있는 고기들. 그런 장면이 지나가면서 다 같이 침을 꼴깍였다.
“와아아…….”
30초 간의 달콤한 시간이 흐른 후.
이내 저녁 식사용으로 준비한 샐러드 무더기를 바라보며 슬픈 기분을 느낄 때였다.
“후우우…….”
카페트 위에 멍하니 누워 있던 중현이가 중얼거렸다.
“고기……. 고기 먹고 싶다아…….”
저주파처럼 우렁우렁 울리는 소리에 우리도 같이 울 때였다.
고기에 대한 우리의 염원을 하늘이 들었는지, 핸드폰에 새로운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떴다.
꾹 누르자 뉴스피릿 톡방이 떴다.
휘연 [행님덜~~~]
휘연 [고기 드시러 오실래요?]
휘연 [ \(`•ω•´)/*҉ ]
“……!”
아랫집에서 어서 내려오라며 동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 * *
준비를 마치는 데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츄리닝을 좋은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적당히 방문용 선물을 하나 챙겨들고 내려갔다.
목적지는 6층.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후가 문을 열었다.
“안녀어엉!”
왁자지껄하게 웃는 우리에게 연후가 오 하며 말했다.
“행님들 오셨어요?”
“어.”
“손에 그 화분은 뭐예요?”
“빈손으로 오기가 좀 그래서… 중현이가 키운 대파거든. 향 맡아볼래?”
“네. 뭐.”
오 하며 향을 맡던 연후가 울면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 뒤를 따라 틴스피릿의 본거지에 입성했다.
“오…….”
생전 처음 와 보는 다른 그룹의 숙소였다.
바로 위층인 우리와 구조는 똑같았는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랐다. 10대들이 독립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 주는 표본이라고 할까.
“행님들 왔어요?”
“어우, 근데 여기…….”
“여기 길이 다 있어요.”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과 과자 봉지들 사이로 사람이 다니는 길이 나 있었다.
집안일에 조예가 깊은 비주와 리혁이뿐만 아니라 일을 안 하는 우리에게도 쇼킹한 광경이었다.
지호가 리혁이에게 속삭였다.
“어때여. 형? 이걸 보니까 제가 선녀 같져?”
“어? 어…….”
“앞으로 저한테 잘해여.”
평소 같았으면 뭐라고 대꾸를 했을 리혁이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거실에 입성하자 여섯이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거실 소파에 앉아 게임기를 두드리며 열심히 시발하던 이들이 손을 흔들고, 주방에 있던 휘연이 여~ 했다.
“그건 뭐예요?”
“아, 선물용으로 가져온 대파.”
오 하며 향을 맡은 휘연이 싱크대로 가 눈을 닦으며 흐느꼈다.
확실히 키운 사람이 중현이라서 그런지 향이 엄청나게 강한 모양이다.
눈이 토끼처럼 변한 휘연과 연후, 나머지 미소년들이 우릴 맞이했다.
“오랜만에 보네요. 행님들.”
“해외 투어 끝나고 돌아온 거야?”
“예, 이제 뭐 중반 정도? 어차피 내년 3월까지 투어라서.”
여름에 할 공연은 모두 마치고 돌아온 듯했다.
해외 투어 도느라 한창 얼굴을 못 봤는데 간만에 여기저기서 울리는 존나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근데 어쩌다가 우리 생각이 났대?”
“희한한 게요. 저녁 뭐 먹지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중현이 형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 그래…?”
“고기… 고기… 하면서 존나 그 종 뭐죠? 존나 슬픈 종.”
“에밀레종?”
“네, 그것처럼 저 행님 목소리가 막 머릿속에 들리더라고요.”
그 말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어? 나도 하면서 말을 하는 모습에 우리가 말없이 웃었다.
그거 환청이 아닐 텐데…….
“암튼 그래 가지고 이 기회에게 저번에 얻어먹은 고기를 보답해야겠다, 해서 행님들 초대했죠.”
“고마워. 마침 다이어트 중이라서….”
“컴백 들어가요?”
대충 날짜를 계산하던 틴스피릿 멤버들이 환하게 웃었다.
“휴. 안 겹치네.”
“우린 12월에 리패키지 나오거든요.”
스트릿 보이즈와 마찬가지로 우리랑 안 겹친다고 좋아하는 탑 아이돌이었다.
“어쨌든 저희가 고기 구워드릴게요!”
“참고로 완전 못 구움!”
미리 각오하라는 말에 웃으면서 식탁에 앉았다.
TV도 HBS 채널로 맞추고 훈훈하게 지켜볼 때.
“야! 파무침 이거 맞냐? 뉴블랙 TV 레시피 보고 했는데.”
“파가 이상한데?”
“그거 무침이냐? 그냥 미친 거 같은데.”
고춧가루를 퍼붓고 있는 틴스피릿의 모습에 비주가 조용히 일어나서 싱크대로 다가갔다.
“고기 하면 또 이연후거든요. 캬~”
집게를 든 연후가 불판에 식용유를 줄줄 뿌리면서 등심을 구우려는 모습에 중현이가 다급하게 일어났다.
멀티탭에 난잡하게 꽂힌 전열기기들의 모습에 리혁이가 기함을 하고.
얼마 안 가 거실의 구도는 윗집에 있을 때와 똑같이 돌아갔다.
테이블에 쫄쫄 둘러앉은 6인의 미소년과 일어나서 일을 하고 있는 우리였다.
“너네 진짜 고기 못 굽는구나.”
“뭐, 그래도 해 보면 될 거 같은데. 매니저 형이 그러는데 해 봐야 실력이 는대요.”
맞는 말이었지만 그냥 우리가 하기로 했다.
중현이가 식용유라니… 하면서 한숨을 쉬는 모습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먼 곳을 바라볼 때.
급식 친구들과 함께 나무젓가락을 쫍- 하던 막내가 물었다.
“해외 투어는 잘하고 왔어?”
“찢고 왔다.”
이번에 역대급으로 큰 투어를 하고 왔다며 자랑하는 틴스피릿이었다.
8월 말을 기준으로 연초부터 동원한 인원이 50만쯤 된다나. 13만인 우리보다 4배나 많은 수치였다.
“허어어…….”
“맞아요, 행님들. 저희가 고기는 못 구워도 인기는 많아요.”
“장난 아니네.”
“근데 뭐 그중에서 절반이 일본이라서요. 오사카랑 도쿄돔 해서 20만쯤 됐나?”
“도쿄돔? 거기 다녀왔어?”
일본 투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꿈의 공연장으로 불리는 도쿄돔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국내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 주었다.
“너희 헤일리 블루 알아?”
“아, 그 무섭게 생긴 사람이요?”
사람 때리고 그런다던데 하고 오들오들 떠는 틴스피릿 멤버들 중에서 막내인 우빈이 물었다.
“그 사람 아냐? 우리 일본 갔을 때, TV에 나왔잖아.”
“아. 맞아.”
“호텔 TV로 봤거든요. 일본 공항에 한복 입고 와서 막 뒤집어지고 그랬던 거 같은데.”
“푸훕-!”
물을 마시던 우리가 사레가 들렸다.
설마 한국에서 입던 그대로 갈 줄은 몰랐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헤일리 블루가 일본 기자와 한 인터뷰가 나와 있었다.
Q. 기모노도 입어 볼 생각이 있는가?
A. 내 옷차림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 이 새끼야.
정신이 아득해지는 답변에 우리가 어어 할 때, 해당 짤을 보던 틴스피릿이 몽롱한 눈빛을 했다.
“존나 멋있다…….”
“미국은 저래도 괜찮구나.”
저쪽도 사실 안 괜찮다는 말을 하려다가 웃고 말았다.
대화 주제가 미국 귀화로 잠시 넘어갔을 때쯤 갓 구워진 고기가 각자의 식기 위에 올려졌다.
“와…….”
“존맛이다, 증말. 저희끼리 고기 구워 먹으면 맨날 안 익은 거 처먹고 그러거든요.”
“진짜 맛있다…….”
중현이가 구운 고기를 맛보며 우리와 틴스피릿 모두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세상에 있다니.
며칠간 다이어트를 하고 있던 우리에게는 마치 가뭄의 단비가 혓바닥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기분이었다.
“하하하하!”
식탁 위에 화기애애한 웃음이 감돌았다.
그러는 동안 TV에서 익숙한 BGM과 함께 예고가 떠올랐다.
-곧이어 <온 더 스테이지>가 방송됩니다.
우리가 귀를 쫑긋하며 바라보자 틴스피릿 멤버들이 물었다.
“저거 좋아하세요?”
“이번에 우리가 나오거든.”
“대박……!”
그게 그렇게 좋은지 틴스피릿이 환하게 웃었다.
“볼 거 생겼다…!”
“넷플 볼 거 없어서 존나 심심했는데.”
“…….”
그런 이유로 좋아했던 건가.
따스한 관심을 보이는 이웃집 사람들에게 대충 뭘 하고 왔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줄 때.
고기를 먹으면서 핸드폰을 톡톡톡 두드리는 틴스피릿 멤버들의 모습에 눈길이 갔다.
뭔가 재미있고, 막 어른다운 일을 해서 자기 자신이 뿌듯한 표정.
“뭐 해?”
“어… 아무것도 아닌데요? 왜 이러세요?”
“응?”
“아닌데요!”
얼버무리는 틴스피릿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뭘 했기에 이렇게 과민 반응인 걸까.
* * *
같은 시각.
일요일을 맞이하여 집에서 쉬고 있던 윤석환 팀장은 지이잉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뭐야?”
누가 일요일에 이렇게 문자를 쉴 새 없이 보내나 하고 바라볼 때.
“음…?”
새로운 메시지가 열 몇 개 있다.
여섯 개의 모르는 전화번호가 보낸 메시지들.
[(식탁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는 뉴블랙의 사진)]
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잘 데리고 있으니까..]
[때 되면 돌려보내겠습니다]
“……!”
저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키는 뉴블랙의 TF 팀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