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3화
음?
핸드폰 화면이 계속해서 반짝거렸다.
윤석환 [고기 맛있게 먹고 있니? ^^]
윤석환 [(사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메시지를 확인하자 석환 형이 흐뭇하게 웃고 있는 셀카가 떴다.
“형. 왜 그래여?”
“졸개들아. 우리 망한 거 같다.”
“왜여?”
“석환 형이 우리 고기 먹고 있는 거 알았어.”
“……!”
비주와 리혁이가 고기를 집다가 고개를 들었고, 중현이가 충격 받은 얼굴로 고기 씹기를 멈췄다.
그러고는 고기들을 미친 듯이 먹기 시작했다.
“……얘들아. 이거 어떻게 하지?”
“형이 리더인데 우리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여! 그러라고 뇌를 외주 준 건데!”
“맞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지 모르니 일단 발뺌해 보기로 했다.
나 [고기라니?]
이런 상황일 경우에는 상대가 어느 정도의 정보를 쥐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심증인지, 아니면 물증까지 가지고 있는지.
“일단 어디까지 알고 계신지 알아야 돼여. 울 아빠가 그러는데, 일단은 모른 척하는 게 좋대여.”
“지호야. 아버님 경영은 괜찮게 하고 계시는 거지…?”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윤석환 [(사진)]
고기를 먹다가 꺼흐흣 하고 있는 우리 사진을 받았다.
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윤석환 [고기 정도는 괜찮아]
윤석환 [너무 많이만 먹지 말고]
윤석환 [너희 체할까 봐 그래]
감동이었다.
윤석환 [체하면 돈 못 벌어 오니까..]
우리 뉴블랙 팀은 왜 훈훈함이 10초를 못 가는 걸까.
기왕 먹는 거 편하게 먹으라는 석환 형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고는, 동생들에게 보여 주었다.
“휴우…….”
“살았다.”
“와, 이걸 살았네.”
다 같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을 때.
멈칫.
“……?”
다급해서 잊고 있었던 게 떠올랐다.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가 고기를 먹고 있는 걸 알았을까?
거기에 우리 5인이 나온 사진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고로 결론은…….
“얘들아.”
아까부터 말없이 고기만 집어 먹는 이들에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움찔.
내가 웃으며 물었다.
“너희지?”
“…….”
“자, 우리 어린이들. 자수할 시간 10초 줄게요. 10.”
그 순간 틴스피릿 멤버들이 서로를 가리켰다.
“이 새끼예요!”
“이 새끼가 꼰질렀어요!”
“아닌데! 쟤예요!”
모래성 같은 의리에 감탄하면서 서로를 가리키는 틴스피릿 멤버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 눈 감고.”
“…….”
“화내는 게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
눈을 감고 있는 미소년들에게 말했다.
“그런 의미로 1회 한정 자수의 기회를 주겠습니다. 내가 문자를 보냈다. 손 들면, 죄가 사라집니다. 뾰로롱.”
“뾰로롱-.”
우리의 말에 틴스피릿이 꼼지락거리더니 손을 들었다.
6인 전원이었다.
웃음을 터뜨리고는 눈을 뜨라고 했다. 다들 실눈으로 서로가 손을 드는 걸 봤는지 민망한 얼굴로 고해성사를 했다.
“아니, 행님들이 매니저 형한테 막 문자 보낸 거 있잖아요. 매니저 형이 엄청 감동하고 그랬거든요.”
“저희도 하면 잘될 줄 알았죠.”
“근데 잘되기는 개뿔, 개처망해서…….”
울적해하는 이들에게 어디가 잘못됐는지를 차근차근 알려 줬다.
“너희가 가지고 있던 석환 형 연락처 말이야.”
“네.”
“그분이 이번에 TF 팀장님으로 승진했어. 일반 회사 직급으로 따지면 부장님 정도…….”
“존나 승진하셨네요….”
틴스피릿과 처음 만났던 이천시 행사 때만 해도 석환 형은 현장을 돌아다니는 실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TF 팀장.
보통 상황이라면, 필드 업무를 다루는 민기 형이나 원석이 형에게 보냈어야 할 문자였다.
“아씨, 실수했네.”
“이렇게 어른의 꿈은 또 멀어져 가고….”
서글퍼하는 급식 친구들에게 현재의 매니저 형들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겸사겸사 문자 예절도 알려 주고.
“친구끼리 보낼 때처럼 보내면 안 되거든. 이렇게 처음에 내가 누구인지부터 밝혀 주고.”
“아, 네.”
“몰라도 되는데 그래도 알아 두면 좋은 거니까~”
워낙 어린 시절부터 활동했고, 큰 성공을 해서 이런 걸 알려 줄 사람이 주변에 없었던 모양이다.
“캬, 어른이다. 어른!”
자기들끼리 문자를 쓴 것을 보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에 훈훈하게 웃을 때였다.
TV에서는 광고가 끝나고 마침내 <온 더 스테이지>의 본방송이 시작됐다.
“시작한다! 시작한다!”
다 같이 볼륨을 키우고 TV 화면에 집중했다.
오늘 회차의 예고가 첫 시작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좀 황당한…? 우리한테 뭐라고 하기 전에 본인들 팀워크를 살려야 되지 않나?]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안다지만 굳이…?]
[우리 팀이 다 발라 버린다! 라고 했는데 정작 발린 건 우리였죠.]
어그로성 강력한 인터뷰 멘트들에 틴스피릿이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캬 초반부터 쌉 소리 파티~”
“용감한 발언이야.”
“얘네 뭐 오늘만 산대요?”
찰진 반응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설명해 주었다.
“쟤네들 핸드폰이랑 TV가 없어서, 바깥 반응을 모르거든.”
“아하.”
본인들 인지도를 모르고 있다 보니, 정제되지 않는 날것의 멘트가 나오는 연습생들이 많았다.
오늘 경연에 대해 예고가 이어진 후.
끝부분에는 ‘깜짝 손님 등장.. 과연 그들의 정체는?’ 하면서 [야이야아아아~] 하는 헬륨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존나 웃겨!”
이번에는 틴스피릿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그동안 우리도 온더스의 5회 차 방송을 시청했다.
“되게 반갑다.”
비주가 사근사근하게 웃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래도 정이 들긴 했나 봐요. 다시 보니까 너무 반가운 것 같아요.”
“그러게여. 근데 저 친구들도 과연 같은 생각일까여?”
“…아 너무 반갑다!”
지호의 말을 흘려들으며 모른 척하는 비주였다.
한편, TV에서는 다음 미션으로 뉴블랙의 곡이 선정됐다는 MC 멘트에 대한 연습생들의 반응이 나왔다.
현장에서 환호하는 연습생들과 인터뷰 멘트가 교차된다.
[뉴블랙 선배님들 곡이요? 저 진짜 좋아해요!]
[와 대박… 이 선배님들 노래를 경연곡으로 하는구나. 너무 좋더라고요.]
우리가 흐뭇하게 웃을 때, 옆자리에 앉아 있는 틴스피릿이 하 하며 비웃었다.
“멍청이들, 뉴블랙 곡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고.”
“너네 조떼따.”
“다른 거 다 베끼는 우리 회사가 못 베낀 게 저 곡들인데…!”
낄낄거리는 모습을 보며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런데 왜 얘네가 뿌듯해하는 거지?’
‘이웃 간의 정…?’
왜 그러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탑 아이돌들의 멘트는 금세 현실이 되었다.
[흐어어어…….]
TV 속 연습생들이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현재 일요일에 가장 핫한 예능으로 꼽히는 <온 더 스테이지>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의문이 일었다.
‘뉴블랙 노래가 그렇게 어려운가?’
한 번도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지 리스닝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그런데 연습생들의 반응을 보니 아닌 듯했다.
[죄송합니다.]
[너 이거 음 왜 안 올라가?]
[그게…….]
[이유를 생각해 봐. 왜 그럴지.]
[어… 제가 리혁 선배님이 아니어서요…?]
시무룩해하는 한 연습생의 멘트에 보컬 트레이너인 장소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노래를 시작으로 안무도 마찬가지였다.
[허억…… 허억….]
[저 오늘 연습 끝나고 체중 달아봤는데, 몸무게가 줄어 있었어요. 살 빼시고 싶은 분이 있다면 추천할게요.]
[깨달았어요. 선배님들이 그토록 고기를 드시고도 날씬하신 이유가 있었구나.]
안무 연습을 한 번 할 때마다 헉헉 대며 탈진하듯이 바닥에 주저앉는 연습생들이었다.
[선배님들은 쉽게 하시던데…….]
[바람꽃 괜히 골랐어. 이게 더 어려워….]
원하던 곡을 쟁취했다며 좋아했던 게 10분 전인데, 지금은 나 죽겠다 하면서 괴로워하는 연습생들이었다.
본방을 달리고 있는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뉴블랙 곡이 글케 어려웠나..?
-어려운 파트가 많고 그런 건 아닐텐데.. 애들 진짜 죽으려고 하네
-애들 말 없어진 거 봐ㅋㅋㅋㅋㅋ
-딱히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신기하다
뉴블랙 멤버들이 그냥 쉽게 쉽게 해서 지나쳤던 파트들에 연습생들이 고전을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깐의 연습을 마친 1차 평가에서 충격과 공포의 무대가 이어졌다.
-찢었네..? 게시판을 찢었어
-캬 원곡자가 생각이 안 나는 압도적인 무대
-이게 1차 평가여서 다행이다ㅠ 나 현장 갔으면 저거 눈 가리고 손 틈새로 봤을 듯
-않이.. 않이..
-제발 못하면서 끼 부리지 말라고ㅠㅠㅠㅠ
-야 진짜 뉴블랙이 관뚜껑 뜯고 나오겠다ㅋㅋㅋㅋㅋㅋ
-너 왜 그래.. 뉴블랙 아직 살아 있단 말이야
원곡자들이 본다면 극대노할 무대였다.
물론 실제로 원곡자들은 허허 웃고, 그 옆에 앉은 거친 10대 소년들이 대신 욕을 퍼붓는 중이었다.
“저런 시발…!”
달그락달그락 움직이는 팔다리.
윙크를 하다가 동선이 꼬여서 부딪친다거나, 리혁의 파트에서 고음을 내다가 꾜오오옷! 하는 모습들이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못한다. 압도적으로 못 해.’
1차 평가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야말로 연습생 간의 실력 편차가 여실히 드러나는 무대였다.
특히나 불꽃놀이 팀은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음소거로 하고 먼 곳을 바라볼 정도였다.
한데 의외로 트레이너들은 침착해 보였다.
[예상은 했어. 워낙 어려운 곡이니까. 다만 연습이 좀 많이 필요하겠다 싶네.]
[어려운 곡이란 건 알고 있어. 그런데 너희가 본 무대 올라가서도 시청자들이 뒷사정을 이해해 줄까?]
[이해 못 할 건 아닌데, 평가할 게 있어야 하지.]
은연중에 뉴블랙 곡이니까 이해한다는 뉘앙스를 흘리는 트레이너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납득 했다.
‘진짜 어려운가 보네.’
안무가 쉬워 보이는 바람꽃마저 고전을 하는 것을 보면 보통 어려운 게 아닌 모양이다.
-저번에 틴스곡할 때도 이랬던 거 같은데.. 새삼 텐틴뉴 무대존잘인 거 느끼고 간다
-애들 맥아리가 없네..
-그나마 C팀 모영훈이 괜찮은 듯
-불꽃놀이가 어려운 노래였구나
-얘네도 못하는 건 아닌데 노래가 좀 센 느낌이긴 해..
상위권 실력의 연습생들이 포진한 팀은 나름대로 좋은 무대를 보여 주었지만, 불꽃놀이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거 어떻게 답이 있나?’
1차 평가라고 해도 여기서 큰 발전이 없는 이상은 미래가 어두워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두둥-!
검은 밴이 남양주의 스튜디오 앞에 멈춰 서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문이 열리고 차에서 내리는 얄쌍한 다리들을 카메라가 비춘다.
[여기인가.]
[아니라는데요? 저기로 오래요.]
일부러 정체를 숨기겠다는 듯 제작진이 음성변조를 했지만,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
-오ㅋㅋㅋㅋㅋㅋ 선생님들 왔다ㅋㅋㅋ
-ㅋㅋㅋㅋㅋ실루엣 보니까 급 웃음 터지네
-나 방금까지 하씨.. 이거 무대 개망하겠네 하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가 웃음 터짐
-지금부터 장르를 변환합니다. [뉴블랙]
-제작진이 빌드업한 긴장감이 싹 사라지는 매직
-뉴블랙이 뭔가 해 줄 거 같아서 급 편안
병자들이 있는 마을에 전설적인 명의가 등장한 것 같은 기대감이 감돌았다.
미스터 프로듀서에서는 이보다 더한 이들을 가르쳐서 아재돌 ATEN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가요계의 쑥과 마늘 같은 존재.
덩달아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수플레들의 가슴도 두근거렸다.
‘선배미 뿜뿜하는 건가?’
늘상 하찮게 보였던 그들의 아이돌이 마침내 멋있는 장면으로 등장할 기회였다.
우아하게 워킹을 하면서 등장하고, 연습생들이 우아아아 하는 가운데 훗 웃는 선우주와 졸개들.
하지만 수플레들의 예상은 둘 중 하나만 맞았다.
[와아아아아아!]
환호하며 강당으로 뛰어오는 연습생들도 나오긴 했지만 뉴블랙의 등장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동물 이모티콘이 붙은 다섯 개의 부스.
‘……?’
그 안에서 헬륨을 들이켠 목소리들이 꺄르륵 흘러나오면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
-분위기 주말 예능이냐고ㅋㅋㅋㅋㅋ
-계속 뚱하게 보던 울 아빠 박수 치고 웃는 중
-연습생들 표정 관리하는 거 개귀엽다ㅋㅋㅋㅋ 나 같으면 저기서 개터졋음
이어서 멘토를 추리해서 골라야 한다는 포맷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확률은 5분의 5
-누굴 택하든 확신의 지옥행
-근데 저거 누가 누구 같음..? 다 뻔히 보이는 거 같긴 한데
-일단 3번 선우주
-가운데 어깨뽕 괴인이 우주 맞음? 중현이 아닌가??
일반 시청자들이 성격까지 알고 있는 만큼, 각 가정의 거실에서도 치열한 토론이 오가고 있었다.
“1번은 일단 지호야. 지가 귀염둥이라고 하는 애가 쟤 말고 누가 있어?”
“맞네.”
“2번은…….”
어느 트레이너의 유도 심문에 걸려서 바로 들통 나버리는 비주의 모습에 웃은 후.
“3번에 저 스테로이드 맞은 어깨가 우주 아닌가?”
“4번에 똑 부러지게 말하는 게 리혁이고.”
5번인 중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플레들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다.
-숯불들아? 누가 누구 같음??
-이건 뭐 사실 특별할 것도 없어서ㅋㅋㅋ
-ㅇㅇ 다 예상하는 거랑 같음 ㅋㅋ 1지호 2비주 3우주 4리혁 5중현
-백퍼
가수를 누구보다 잘 아는 팬들의 증언에 다들 오호 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정체가 공개되려던 그 순간!
[60초 후에 계속됩니다!]
곳곳에서 격한 육두문자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60초간의 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뉴블랙의 정체가 공개됐다.
비주, 중현은 예상과 그대로였지만 1번부터 왕지호가 아닌 선우주가 등장해 손을 흔들었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수플레들이 급격하게 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4번에서 리혁인 줄 알았던 지호가 나오고.
3번에서는 어깨뽕 가득한 망토를 걸친 리혁이 걸어 나왔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는 한편, 뉴블랙 멤버들이 연습생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온 더 스테이지 연습생 여러분!
그제야 자신들이 보고 있던 프로그램을 기억해 낸 시청자들이었다.
‘아. 맞다.’
이탈했던 장르가 원래의 서바이벌로 돌아왔다.
곧바로 팀을 매칭해서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연습생들의 커버 무대를 보고도 화사하게 웃으며 멘토링을 하는 뉴블랙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진짜 착하긴 하다ㅋㅋㅋ
-우리 따스한 뉴블이들..♡ 하지만 소속사 직원들에겐 차갑겠지
-선우주랑 결혼하고 싶다.. 그러면 나머지 넷이 주렁주렁 딸려올 테니까
-그거 맞다
-여러분은 지금 진지하게 본업을 하고 있는 뉴블랙을 보고 계십니다.
진지하면서도 따스한 모습으로 연습생들을 가르쳐 주는 모습들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이 삭막한 프로그램에 내린 한 줄기 빛 같은 느낌.
TV 속에서 연습생들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시청자들도 흐뭇하게 볼 때였다.
‘어라……?’
뉴블랙이 시계를 뗐다.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출연진을 굴리기 전에 뉴블랙이 의식처럼 반복했던 행위였다.
시청자들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시간 감각을 교란시키는 건가…!’
이윽고 다시 훈훈하게 웃으며 가르쳐 주는 뉴블랙의 모습.
그러나 연습생의 표정에서 볼 수 있듯이.
-연습생들 : 수업이 안 끝나..
-ㅋㅋㅋㅋㅋㅋㅋ 명강의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수강했는데 교수님이 수업을 안 끝내주시는 거예요
-온더스의 한 줄기 빛인데 그 빛이 등대였던 거임
-하루죙일 햇볕 쨍쨍한 낮만 있다면 저런 느낌일 거 같음
뚜껑이 열린 물티슈처럼 선배들의 훈훈한 열기에 말라 가는 연습생들이었다.
그렇게 [멘토링 비하인드는 HBS 미튜브로 확인하세요!] 라는 자막이 지나가고 중간 평가가 나올 때였다.
-음..?
-뭔가 이상한데?
-이거 나만 그런가.. 아니 연습생들 느낌이 뉴블랙이랑 비슷해지지 않았음?
-어?
어딘가 자신들의 멘토를 닮은 듯한 연습생들의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중현이 웃을 때마다 하하하 따라 웃는 중현 팀, 꺄르륵 웃는 지호 팀, 말없이 조소하는 리혁 팀, 헤헷 웃는 비주 팀.
우주 팀은 우주 팀.
이윽고 ‘아메바가 증식한 것 같다’는 장소원의 드립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거 2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엇냐고ㅋㅋㅋㅋㅋ
-[충격] 가수 복제 가능한 것으로 밝혀져
-허강민 벙 찌는 표정ㅋㅋㅋ앀ㅋㅋㅋㅋ 개터졋네
-허강민 : 내가 이걸 원한 게 아닌데..
-규호야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레몬 연습생들 챙겨
그동안 멤버들이 해 주는 조언이 주목을 받았다.
긴장하고 있는 연습생들에게 관객을 감자나 사과, 젤리 등으로 생각하라는 말과 함께 관객들에게 덧입힌 CG가 흘러나왔다.
허강민 대표의 얼굴 주변을 둘러싼 감자 탈 CG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릴 때.
중간 평가가 시작됐다.
-와ㅋㅋㅋㅋ 진짜 많이 바뀐 듯
-진짜 용 됐다
-이게 진짜로 되는구나
-무대가 확실히 전과 후로 비교하면 차이점들이 눈에 띄는 듯. 춤선이 일단 되게 깔끔해졌음
-팀별로 전체적으로 향상된 듯
춤이나 노래 등 멘토들의 특기에 맞춰 향상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체적으로 향상이 되어 있는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팀은 바로 불꽃놀이 팀이었다.
[내가 뽑은 오늘의 1등은 너희다.]
지호의 멘토링에 힘입어 최약체로 꼽혔던 팀이 화려한 반전을 선보였다.
초반부터 트레이너와 심사위원들에게 설움을 들었던 팀이기에,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가슴이 땃땃해지는 장면이었다.
그러는 한편.
-근데 이러면 불꽃놀이팀이 최종 1등하긴 어려울듯..
-ㅇㅇ 서사를 너무 빨리 소모했음
-아깝긴 하다ㅋㅋ 중간평가 없이 경연에서 1등했으면 서사 폭발인데
-이럼 딴 팀이 1등하겠네
-저팀은 1등이 문제가 아니었어서.. 그냥 문제가 컷음
본격적인 경연에 들어가면서 어떤 팀이 최종 1위를 할지 시청자들 사이에서 추측이 오갔다.
퇴폐하고 섹시한 컨셉을 들고나온 마스커레이드 팀.
힙합으로 재탄생한 바람꽃 팀.
청량함을 극대화한 불꽃놀이 팀.
격렬한 안무를 자랑하는 Nine 팀.
마지막으로 경쾌하게 바뀐 낙화까지.
[커버 곡 미션의 최종 승리자는 바로…!]
그중에서 1위를 거둔 팀은 바로 우주가 멘토링을 한 마스커레이드 팀이었다.
목에 초커를 하고 섹시한 의상을 입고 나온 이들이 마스커레이드의 안무를 포인트 있게 잘 살린 것이 요인이었다.
비등비등한 실력.
그런 까닭에 처음부터 컨셉과 무대 순서에 맞게 전략을 세운 마커 팀의 승리가 확정될 때.
“으아아아아!”
“아아아아…!”
어딘가에선 희비가 교차하고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부터 뉴블랙의 사랑둥이 막내, 선! 우! 주! 라고 합니다! 흐핫핫핫!”
“…….”
“형들~ 이제부터 형들이라고 불러도 돼죠?”
기분이 좋은지, 으핫핫핫 하며 무릎을 팡팡 치며 좋아하는 24세 선모 씨.
‘진짜 싫다.’
‘최악의 상황이야.’
뉴블랙 멤버들이 입맛이 달아난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틴스피릿 멤버들이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리 칭구 칭긔~!”
발랄하게 웃으며 틴스피릿에게 우리 친구? 하는 이의 모습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손을 들었다.
“저, 행님.”
“네~!”
“자중하십쇼.”
“네…….”
10대들의 면박을 받고 침몰하는 리더의 모습에 뉴블랙의 멤버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