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4화
47장. 수확의 계절
즐거운 고기 파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틴스피릿 멤버들이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고기 잘 먹었어~!”
“또 오세요, 행님덜~!”
멤버들끼리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동안 나는 현관 구석에 서서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틴스피릿과 눈이 마주쳤다.
“우주 갈게용~!”
양쪽에서 돌아오는 싸늘한 눈빛.
“……갈게.”
흥 하며 고개를 돌리는 내 모습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낄낄거리며 나를 불러 세웠다.
“행님.”
“응?”
“웃고 다니세요. 웃으면 복이 옵니다!”
“…….”
“아하하하핫!”
깔깔 웃으면서 문을 닫는 틴스피릿과 우리 동생들이 손을 흔들면서 다음에 또 봐~ 했다.
말없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키득거렸다.
“좋은 거 알았네여. 우주 형 카운터 치는 데는 틴스피릿이 최고다.”
“우주 형도 천적이 있구나.”
“그러게 왜 되도 않는 막내를 한다고 그래요?”
내가 근엄하게 답했다.
“해 보고 싶어서.”
“그런 거 안 해도 돼요, 형~”
비주가 웃었다.
“맏형 하는 게 얼마나 좋은 건데요! 모두를 턱끝으로 부릴 수 있고, A&R 직원들을 소환할 수 있고.”
“비주야. 너 맏형이란 단어를 굉장히 오해하는 것 같은데…….”
리혁이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뭐, 그럼 한 번 이유나 들어 볼게요. 왜 막내를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건데요?”
“여기저기서 용돈도 엄청 주고, 스탭들 준비하는 동안 혼자서 잠도 자고. 날로 먹어도 다들 귀엽다고 해 주고….”
“영 글러먹은 의도였구만….”
메인 보컬이 고개를 절레절레 하고 있을 때, 막내가 쏙 끼어들었다.
“그냥 맏형 해 줘여~ 형~”
“동의. 제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김비주를 맏형으로 모실 순 없어요.”
비주가 쇼핑몰에서 흙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어깨를 양손으로 총총총 하며 선우주 맏형이다! 좋다! 하는 동생들을 보며 웃었다.
“이런 말 한다고 내가 넘어갈 거 같아?”
“넘어간 거 같은데여?”
“맞아.”
넘어갔다.
나도 모르게 뺨이 씰룩씰룩하는 모습에 동생들이 키득거렸다.
“근데 얘들아. 그래도 하루쯤은…….”
곧바로 싸늘한 표정들이 돌아왔다.
“절대 안 돼요.”
“집착을 버려여, 형. 막내 된다고 다시 어린이가 될 거 같아여?”
“흐하하핫!”
아. 왜 눈앞이 뿌옇지.
* * *
온 더 스테이지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한번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시청률이 굉장히 잘 나오는 프로그램인 만큼 좋은 쪽의 반응들이 쏟아지듯이 올라왔다.
-‘온더스’ 멘토 뉴블랙, 따스하고 강렬한 멘토링에 연습생들 ‘감동’
-뉴블랙, 온더스에서 멘토로서 화려한 이미지 변신 실패
-‘온더스’, 뉴블랙 멘토로 깜짝 출연.. “우리가 누구게~?”
그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체 맞추기 게임이었다.
[여러분도 한 번 맞춰 보세요] 라는 제목으로 포털 TV캐스트에 올라왔는데 정답을 맞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체 공개 전 : ㅋㅋㅋㅋ 이걸 틀려? / 이걸 틀리네..
-이건 솔직히 뉴블랙 본인들 데려와도 헷갈릴듯
-아놔,,ㅋㅋ3번에서 리혁이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ㅋㅋㅋㅋㅋㅋㅋ
-수플레예요!! 팬들도 다 틀렸으니 모두 안심하세요ㅎㅎㅎ
-아니 근데 이거 무슨 프로예요?? 뉴블랙 새 예능 나옴??
새로 런칭한 예능으로 오해하는 분들까지 있는 모양이다.
그런 정체 맞추기가 큰 웃음을 준 가운데 우리에게 큰 웃음을 준 짤도 있었다.
어느 아이돌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하나.
[리혁이 망토 벡터맨 악당이 쓰던 거 같지 않음?]
비교하는 짤이 올라왔는데 정말 절묘해서 웃음이 나왔다.
gif 사진으로 온더스에서 망토를 입은 채 종종종 걸어 다니는 리혁이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이런 건 누가 올린 거야?”
“아이디명 리혁이는 나의 최애.”
“올려도 돼요.”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된 한편.
정체 맞추기와 함께 온라인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가 시계를 떼는 장면이었다.
“왜 이게 핫한 건데…?”
원래 하던 대로 연습 전이니까 시계를 떼자! 해서 시계를 뗐는데 사람들이 막 웃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블랙.. 과연 그들에게 시계란 무엇인가
-예전에 전공강의 들은 거 생각난다.. 교수님이 백화점에 시계가 없는 거 사례 보여주면서 뉴블랙 시계 사진 보여주셧음
-정신과 시간의 방이 떠오르네요 ㅎㅎㅎ
-저걸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게 ㄹㅇ 웃김ㅋㅋㅋㅋ
다섯이서 동시에 시계를 떼는 장면이 모인 짤방이 인터넷에 돌면서 각종 드립이 이어졌다.
아이돌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뉴블랙이 좋아할 미술 작품]
홀린 듯이 클릭을 했는데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란 미술 그림이 나왔다.
“아, 이거 미술 교과서에서 본 적 있어여.”
“나도.”
교과서에서 보던 그 흐느적대는 시계들이 있었다. 댓글창에서 다들 웃는 가운데 우리도 인정했다.
“떼 버리고 싶다…….”
“참아요. 이거 그림이야.”
그 외에도 연습생들이 복제가 된다거나, 우리가 해 준 조언대로 감자탈 CG가 나왔던 장면들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KM 엔터에서 신인 아이돌을 뽑기 위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아이돌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이 제일 활발했다.
“반응은 좋은 것 같네요.”
“생각보다 무난하네.”
안 좋은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미리 각오하고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성상 참가자들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이 많을 테니까.
그런 입장에서 분량을 뺏어가는 멘토들을 달가워하지 않을 사람들도 분명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수플레들이 인구수로 눌러 주고 있었다.
KM 엔터의 연습생 팬들이 도리어 무서워하는 분위기라고 할까.
“우리 진짜 팬들이 많이 생기긴 했구나…….”
“예전 같았으면 이런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 나오기만 해도 다들 우리를 막 때리고 그랬잖아여.”
“그게 때린 거였어?”
전에는 절친인 태현이를 언급하기도 힘든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그런 제약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이래서 일단 성공하고 보라는 모양이다.
잠시 떠오른 과거의 설움에 웃는 한편, HBS에서 올려 준 우리의 비하인드 영상 링크를 살필 때였다.
“엇…….”
@HBS
Guess who came to #On_The_Stage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멘토!
그 비하인드가 궁금하신 분들은..
비하인드 영상의 화려한 퀄리티에 감탄이 나오고 있을 때, 그 아래로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응 2분 30초~~
-작년에 불러다가 거지같이 대우해 놓고 국민 아이돌 되니까 아주 1절 2절 뇌절하네
-왜 이렇게 질척거림..?ㅠ 그냥 망해
-뉴블이들은 잊어도 우린 안 잊는다
-오~~ 숟가락 얹기 대박,, ㅎㅎㅋㅋ!!
-한성방송은 보시오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고얀심보에 한마디해야겟소
-뉴블랙 사랑해요 응원 합니다
가만 보니 수플레만 있는 게 아니라 짭플레, 어르신들까지 섞여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세대가 하나 되는 삶의 현장.
그곳이 바로 HBS 미튜브 채널의 댓글창이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들까지 계시는구나.”
‘지금 내 고향’에 한때 출연하기도 했고, 지금도 매주 금요일마다 지역 행사를 소개하는 코너를 해서 그런 걸까.
어르신들이 얼마나 욕을 찰지게 하시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아, 맞다.”
중현이가 말했다.
“그거 알아요? 어르신들도 팬클럽 만드셨대요.”
“우리 팬클럽?”
“네, 할아버지가 며칠 전에 전화해서 너 요거 아느냐고 알려 줬는데…….”
눈을 깜빡이는 우리에게 중현이가 나름대로 활발하게 팬 활동이 이뤄지는 커뮤니티를 보여 주었다.
[송편 - 뉴블랙아 사랑한다]
요란한 핑크빛 배너에 걸린 카페 제목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취향 저격이었는지 비주가 박수를 치면서 흐느끼듯이 웃는 가운데, 내가 중현이에게 웃으며 물었다.
“아니, 왜 송편이지?”
“그건 저도 몰라요.”
“아마 그런 흐름일 것 같은데요? 젊은 애들이 수플레라는데 그게 뭐냐. 빵이다. 그럼 우리는 송편이다 이러셨을 거 같은데.”
리혁이의 가설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었다.
“그나저나… 우린 그럼 대체 팬덤이 몇 개야…?”
“3개요.”
“그러네….”
수플레, 짭플레, 송편까지.
다음에는 과연 뭐가 나올지 가슴이 덕순덕순해지는 시간이었다.
“근데 어르신들은 덕질을 어떻게 하시는 거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은데요. 사진 보고 손주 같다고 하트 달아 주시거나…….”
“유모아 게시판도 있는데요?”
“유모아?”
게시판 중에 [뉴블랙 유모아]라는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들이 자작 개그 같은 것을 올려놓는 공간인 모양인데, 이곳도 활발하게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중현이가 레스토랑을 차렸다.]
제일 끌리는 제목을 누르니 내용이 나왔다.
- 어느 날 뉴블랙의 팬들이 단체로 중현이 차린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시켰다.
그런데 뉴블랙의 음악이 나오는 것이었다.
팬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실례지만 이곡이 무슨 곡이요?”
그러자 중현이 답했다.
“쇠고기입니다.”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흐하학 하며 웃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곡이요’가 ‘고기요’로 들린 거잖아.”
“아…….”
그러고는 아하하 웃는 동생들의 모습에 서글픈 눈으로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할머니가 옆에 있었다면 같이 웃어 줬을 텐데.
“근데 이거 진짜 김덕순 여사 취향이긴 하다.”
나중에 링크 하나 보내 줘야지. 이런 건 아마 주방이모도 엄청 좋아할 것 같다.
옛날에 엄마, 아빠 책장에 들어 있던 유머 시리즈 같은데서 본 것 같은데.
어르신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지내시는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댓글 하나 남길까요?”
“응, 오래오래 사세요, 라고 적어 줘.”
“갑자기요?”
그렇게 온 더 스테이지의 반응을 살피며 새로운 즐거움까지 알아 갔다.
하지만 모든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온 더 스테이지를 보고 분노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You…….]
“Hi, Clay~!”
바다 건너 LA에 살고 있는 세계적인 안무가의 항의 전화였다.
파들파들 떨리는 입술.
영상 통화 화면 속에서 우리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클레이 타일러였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동안 뭔가 이상하다 했어. 너희와 일을 할 때마다 시계가 사라지고! 멈추고!]
「미안해요, 클레이…….」
[드디어 그 진실을 깨달았군!]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누가 DM으로 제보해 주던데. ID가 오징어 공주님 뭐 그랬던 거 같은데, 너희에게 원한이 있는 것 같더라고.]
「그분은 그럴 수 있어요.」
동일인일지는 모르겠지만 울릉도에서 강제적으로 전설이 된 우리의 팬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원한 품을 만하지.
어쨌거나 그 덕에 늘상 우리의 연락을 피하던 클레이와도 간만에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계적인 안무가가 단순히 방송 때문에 연락한 것이 아님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클레이, 어쩐 일이에요?」
[그냥 요즘 어찌 지내나 해서…….]
「솔직하게 말해요. 우리랑 일하고 싶어서 그런 거죠?」
[무슨 소리를…!]
…이라고 호통 치려던 클레이가 오른손의 OK를 들었다.
[정답.]
「흐하하핫!」
[LA를 돌아다니는데 자꾸 너희 이야기가 들려오더라고. 그냥 댄스 수업 들으러 오는 일반인들한테도…….]
차근차근 미국에서도 인지도를 넓혀 가는 중이라 그런지 클레이도 커리어 상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번에 신곡 작업 들어갔다면서.]
「맞아요.」
하지만 선객이 있었다.
「그런데 한아윤 안무가님이 맡아 주시기로 했거든요. 얘기 오간 지가 얼마 안 됐어요.」
[한 발 늦었군. 아윤이 차지했다니.]
「그래도 우리와 일을 해 보고 싶다면 좋은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안무가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가 앨범 외에 진행하는 음악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었다.
그런 말에 클레이의 얼굴에 급 화색이 돌았다.
[정말…? 뭔데?]
「알고 있겠지만 저희가 콜라보를 하나…….」
[오.]
정말 짤막한 ‘Oh’ 였지만 영상 통화 맞은편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했다.
클레이의 눈앞에서 기자를 때리고, 침을 뱉는 헤일리 블루의 얼굴이 스쳐 가는 듯했다.
침을 꿀꺽 삼킨 클레이가 물었다.
[제발, 헤일리 블루는 아니라고 말해 줘.]
「하핫!」
[저번에 같이 작업했다가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어, 스케줄 갈 시간이다! 다음에 또 통화해요! 클레이!」
[아니, 거…….]
안색이 창백해진 이에게 우리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 * *
마침내 9월이 찾아왔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점점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날씨였다.
바람이 슬슬 선선해지려 하고.
곧 있으면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들로 인해 리혁이가 코를 붙잡고 걸어 다닐 계절이었다.
그리고 가을은 우리에게 수확의 계절이었다.
-‘우리 가족은 외계인’.. 시청률 고공행진 “시즌 2는 언제..?”
첫 회에 13%, 2회에 16%를 기록한 <우리 가족은 외계인>은 최근의 3회에서 18%까지 올라갔다.
바로 앞 타임에서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는 막장추리 가족 드라마 <오! 어머니여>의 시청률을 흡수하면서 신규 시청자가 유입된 결과물이었다.
이대로 가면 거의 주말 드라마 수준의 시청률이 나올 거라나.
HBS와 PBS에서도 부랴부랴 새로운 시트콤을 편성하려 한다는 소식이 방송국에서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도 톡톡히 주목을 받고 있었다.
[김우주, 마술사로 변신?!.. 헤일리 블루 깜짝 카메오]
[이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매일 100점.. 김우주 학교 선생님 되다]
[이번에는 파일럿이다.. 김우주의 새로운 위장]
‘외계인 가족’의 TV 캐스트 영상의 순위를 보면 항상 내 얼굴이 들어가 있었다.
다양한 직업으로 변신한 요원 김우주의 모습을 다들 좋게 봐준 듯했다.
-학생입니다.. 학교에 저런 선생님 없습니다ㅠㅠ
-병원입니다.. 저런 의사쌤 없습니다
-경찰입니다.. 죄송합니다
-비행기입니다.. 날고 있습니다
-업계인인데 고증이 완벽하네요 +_+ 확실히 우주님이 연구를 엄청 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저런 비주얼이 없다는거..ㅠㅠ
현장 조사를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가면서까지 연구를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다.
특공대 사람들로부터 팁을 듣고.
대만에서 같이 빵을 만들었던 명세진 파티시에로부터 도움이 되는 손동작도 이야기를 듣고.
연기에 하나하나 녹여내는 맛이 있었다.
그러는 한편.
내가 출연한 드라마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동안, 비주가 출연한 의 본방송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근데 반응이 생각보다 그러네요…….”
비주가 의기소침해 할 만큼 방영 전의 평가가 좋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15명..? 저거 다 보여 줄 시간이 있기는 한가??
-춤 예능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큰 기대는 안 간다
-인기있는 애들 비추고 나머지는 들러리 설 게 백퍼
-인원수부터 오바 같은데; 제작진 능력으로 팀별로 매력 다 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일듯
-팬덤 싸움에 머리채 잡고 할 게 벌써부터 보인다..
-ㅇㅇ 벌써부터 기빨리네
-후기 보면 경연평은 ㅈㄴ 좋은 거 같은데 예능으로선 으음..
일반인들은 춤 예능이라서 큰 관심이 없고, 아이돌 팬들도 이게 과연 퀄리티가 잘 나올지 의문인 듯했다.
이해가 안 가는 반응은 아니었다.
나 같아도 경연과 VCR을 보지 않았다면 ‘예? 아이돌이 15명이나 나온다고요? 포맷은 춤 경연이고요…?’ 하는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다만 신이 나서 웹서핑을 시작한 비주는 그런 반응들을 볼 때마다 시무룩해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비주야.”
“혹시 이러다가 잘 안 될까 봐서요.”
“중현이가 잘 안 될 것 같다고 한 프로그램이야.”
“아…….”
출연 전부터 우리가 각종 필터를 통해 걸러낸 프로그램이라 딱히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당사자도 그제야 마음을 놓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비주의 경연과 함께 리혁이의 OST 발매일도 서서히 다가오고, 중현이의 믹스 테이프 작업도 마무리되어 가고.
열심히 일했던 결과물을 이제 하나씩 확인할 차례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비밀리에 작업을 한 인물도 자신의 결과물을 들고 돌아왔다.
“형드으을!”
“응.”
“저 이제 웹 드라마 나와여!”
9월 1일. 목요일.
지호가 그동안 우리에게 어떤 내용인지조차 알려 주지 않은 채 촬영에 들어갔던 웹 드라마가 공개되는 날이었다.
“자자! 모여봐여!”
거실에 모여서 TV 앞에 앉은 가운데, 엣헴 하며 으스대던 막내가 짜잔 하며 미튜브 화면을 연결했다.
온갖 게임 컨텐츠가 가득한 미튜브 화면.
리모컨을 조작한 지호가 제작사 채널로 들어가자 그곳에 뜬 ‘신이(神異) 제1화’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흠흠.”
지호가 헛기침을 하며 자체 제작발표회를 했다.
“일단 제목은 신기하고 이상하다는 뜻에서 신이고요.”
“Yo~!”
“조용히 해여….”
“Yeoh…….”
눈을 부라리는 막내에게 우리가 눈을 피했다.
“대본을 쓰신 작가님은 <슬립> 작가님이시구요. 감독님도 되게 유명한 분이에요.”
“근데 웹 드라마라고?”
“넹. 미튜브에 올라오니까 웹 드라마잖아요~ 형들 봐여. 예능인 같은데 아이돌로 데뷔해서 아이돌이라고 해 주잖아여.”
“일리 있네.”
우리 막내 말 잘하네.
<신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해 준 막내가 물었다.
“질문 있어여~?”
“내용 좀 말해 줘.”
“그건 일단 보면 알 거예여~”
그 와중에도 어떤 내용일지 말을 해 주지 않는 지호였다.
‘무슨 내용이길래 저러는 걸까요?’
‘이상한 거 아냐?’
‘근데 웃고 있는데…….’
우리의 반응을 감상하겠다는 듯이 씩 웃는 막내의 모습에 어딘가 모를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거실 불이 꺼지고 미튜브 썸네일을 눌렀을 때.
“……!”
첫 장면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왜 막내가 지금까지 스포일러를 하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