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5)화 (48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5화

‘본 영상은…’ 하는 안내 문구가 나오려고 할 때.

막내가 리모컨을 슥 눌렀다.

“이건 넘기구~ 처음부터 봐여.”

“음……?”

어두워졌던 화면이 밝아 오르며 화면이 한 여자를 비추었다.

눈을 감은 창백한 안색의 여자.

마치 잠에 빠져든 것처럼 누워 있는 그녀를 여러 각도의 카메라가 비추었다.

“어유, 바닥에서 주무시네. 저러면 입 돌아가는데…….”

그런 말을 하며 무설탕 젤리를 하나 쏙 빼먹을 때였다.

앵글이 옮겨 다니던 카메라가 창백한 얼굴 위에 멈추더니, 서서히 줌 아웃되기 시작했다.

“……?”

여자가 누워 있는 바닥의 재질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녀 옆으로 전등이 보였다.

고개를 갸웃하던 리혁이가 말했다.

“천장 같은데요?”

“그러네.”

“천장에 사람이 어떻게 누워 있…….”

그리고 그 순간.

여자가 눈을 번쩍 떴다.

“……아으씨!”

“아으으아아아!”

동생들과 비명을 지르며 으아악! 아아악 하며 서로에게 달라붙었다.

TV 화면 속에 나오고 있는 여자의 얼굴 때문이었다.

동공이 있어야 할 곳에는 마치 새빨간 탁구공처럼 변한 눈동자가 있었다.

“…….”

일체의 깜빡임도 없이 새빨간 눈이 정면을 응시하고.

여자의 입이 웃기 시작했다.

“아으으으……!”

리혁이가 나와 중현이 사이로 마치 굴에 숨는 두더지처럼 파고들었다.

그런 우리의 모습에 막내가 키득거리고 있었다.

“제가 왜 여태까지 비밀이라고 한 줄 알겠져?”

“야……!”

“사실 호러였어여. 형들 놀래켜 주려고 일부러… 으아악!”

우리가 던진 쿠션 세례에 막내가 으악! 하며 주저앉았다.

“아니, 너는…….”

심장 떨려서 죽는 줄 알았네.

여전히 무서워서 TV 화면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을 때, 소파 뒤에 숨은 막내가 발랄하게 말했다.

“그래도 무서운 건 지나갔어여.”

“그래?”

그런 말에 TV 화면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새빨간 눈을 뜨고 있는 여자가 웃고 있는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악-

탁구공이 튀는 듯한 소리.

따악-

마치 입으로 뭔가를 말하듯 천장에 붙어 탁구공 소리를 내는 여자의 모습에 우리가 비명을 질렀다.

“무서운 거 지나갔다며……!”

“아! 더 무서운 게 남아 있다는 뜻이었… 으아악! 쿠션 좀 그만 던져여!”

우리가 막내를 쿠션으로 때리고 있는 동안 TV 화면은 다행히 암전 상태로 빠져들었다.

정체불명의 귀신같은 존재와 함께 시작한 웹 드라마.

그와 함께 독특한 한자 글씨체의 로고가 떠올랐다.

[ 신이(神異) ]

지호가 출연한 웹 드라마이자 <슬립> 작가님이 쓴 신작의 장르는 바로 호러/미스터리였다.

*   *   *

비슷한 시각.

오늘도 미튜브의 세계를 돌아다니던 이들의 앞에 <신이>라는 처음 보는 영상이 하나 떠올랐다.

‘뭐지?’

버스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사람들과 회사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사람들 등등.

각기 다양한 사람들의 앞에 추천 영상으로 뜬 컨텐츠였다.

‘……어? 이거.’

곳곳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수플레들과 짭플레들이 눈을 반짝거렸다.

‘지호 웹 드라마구나!’

기다리고 있던 떡밥 중 하나였다.

뉴블랙 TV에서 중간중간 <신이>라는 제목의 웹 드라마를 런칭할 거라고 홍보하고.

우주도 인터뷰에서 동생들을 언급하며 웹 드라마를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드라마의 내용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라는 것 정도만 알려 줄 뿐 더 이상 언급이 없었는데 그 점이 사람을 궁금하게 했다.

썸네일을 누르자 그간의 홍보 등으로 미리 구독하고 있던 스튜디오 LM이란 채널이 떴다.

‘LM이 레몬은 아니겠지…?’

어느 반짝이는 대표의 작명센스가 느껴지는 제작사 이름을 보고 있을 때.

곧바로 노약자나 심신이 미약한 분들은 보지 말라는 말이 진지하게 경고문으로 흘러나왔다.

‘뭐 얼마나 무서운 게 있다고….’

공포 영화인가 하고 생각한 이들이 웃으면서 본격적으로 드라마가 시작됐다.

“푸훕-!”

이어폰을 끼고 첫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이 주스를 뿜었고.

“어우씨!”

버스 뒷좌석에 앉아 핸드폰 화면의 밝기를 조절하고 있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뭐, 뭔데 이건…?’

[신이]라는 제목과 함께 시작한 웹 드라마의 강렬한 도입부에 사람들은 화면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17분짜리 영상.

뉴블랙 TV에 처음으로 올라온 드라마 영상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멤버들이 출연한 건가?’

‘이거 뭐야. 게임 광고도 아니고…….’

‘단편 영화인가?’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영상.

이윽고 제목이 사라지고 본격적인 영상이 시작됐다.

[후우…….]

버스에서 고된 얼굴로 내리는 30대 남자.

퇴근길인지 크로스백을 맨 남자가 터덜터덜 걸어 아파트의 입구에 들어간다.

곧이어 띵- 하고 나오는 4층.

‘F층’으로 표기된 층수 아래로 낡은 아파트 복도를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흘러나왔다.

문이 열리고, 바깥의 빛이 어두운 아파트로 새어 들어온다.

[나 왔어.]

일상에 지친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거실의 사진들이 비춰진다.

‘어……?’

‘부부인가 보네.’

‘부부구나.’

오프닝에 나왔던 여자가 남자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찍은 결혼사진 등이 곳곳에 조명된다.

크로스백을 내려놓은 남자가 거실 불을 켜려고 한다.

똑딱.

똑딱.

[어? 이거 왜 이래…?]

클리셰 같은 대사를 내뱉은 남자가 스위치를 여러 번 눌러보지만 집에는 여전히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열린 창가를 통해 커튼이 살랑거리는 외풍.

그리고 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만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길 뿐.

[…….]

그리고 남자가 똑딱- 하는 스위치 누르기를 멈췄을 때.

딱.

딱.

꼭 누군가 탁구공을 바닥에 튕기는 듯한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오면서 남자의 긴장한 눈매가 클로즈업됐다.

[자기야.]

어딘가 불길함을 느낀 남자가 종종걸음으로 침실을 향해 들어갔다.

‘안 돼!’

‘아저씨 거기 아니에요!’

‘들어가지 마아아아!’

시청자들이 그거 아니라고 다급하게 그를 불러 세우고 싶었지만 이미 화면 속의 남자는 침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

털썩 하고 뒤로 넘어진 남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물러나다가 벽에 부딪힌다.

딱.

딱.

남자가 있건 말건 상관없이 천장에 붙은 채로 입으로 탁구공 소리를 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괴기스럽다.

[어, 어으어…!]

그가 덜덜 떨고 있을 때.

스윽.

천장에 있던 여자의 새빨간 눈동자가 움직이며 남자를 비추었다.

그러고는 히죽 웃고 있는 미소가 한층 더 진해졌다.

이윽고 남자의 얼굴에 괴기스러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화면이 다시 암전된 후.

딱.

딱.

화면이 밝아지면서 이번에는 천장에 붙은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옆에 붙은 부인과 마찬가지로 히죽 웃으며 딱딱- 거리며 붉은 눈을 번들거리는 남편.

그렇게 화면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찰칵. 찰칵.

드라마에서 감식반 직원들이 현장 증거를 촬영하듯, 온몸에 방호 장비를 두른 이들이 거실의 각종 소품을 촬영한다.

방독면을 쓴 채 돌아다니는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러는 동안 침실은 마치 위험구역이라도 되는 듯 벽에 비닐이 둘러져 있고, 입구도 따로 봉쇄되어 있다.

‘경찰인가…?’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조사를 하고 있는 한편.

낡은 아파트 입구에는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있고, 밖으로 쫓겨난 주민들이 잠옷차림으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자자, 진정들 하시고….]

주민들이 분개한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우리 딸이 지금 고3이에요! 고3! 애 몸이라도 축 나면 당신들이 책임져 줄 거냐고!]

[거참! 무슨 일인지 얘기나 좀 해 주든가!]

[아 뭔데 그래요!]

수사 드라마의 클리셰처럼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아유! 진정 좀 하세요!’ 하고 주민들은 진정 안 할 때.

무전기로 소식을 들은 경찰관이 말했다.

[그 자세한 건 모르지만… 유독 가스 같은 게 나왔을 수도 있다고.]

[유독 가스요?! 아이고!]

더욱더 소란스러워지는 바깥.

그동안 차에서 내린 정장 남녀가 폴리스 라인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주민인 중년 남자가 그들을 부른다.

[이봐요! 유독 가스라니 무슨 상황이에요?!]

[…….]

비밀 요원들처럼 보이는 젊은 남녀는 아무 대답 없이 입구로 들어가 문제의 현장에 진입한다.

선임자로 보이는 남자 요원이 묻는다.

[상황은?]

[남자는 37세, 여자는 34세. 부부 사이고 현재 시각으로 천장에 붙은 상태로 정체불명의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정확히 어떤 현상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태고.]

바쁘게 거실로 들어가는 남녀.

모니터 화면으로 침실의 상황이 나오는 가운데 여자가 보고를 이어 간다.

[현장에 있던 요원 하나에게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겼습니다.]

[사고?]

그런 말을 할 때, 모니터가 비춰진다.

천장에 붙은 부부와 함께 바닥에서 피를 쏟은 채 사망한 누군가가 있었다.

남자가 현장 책임자를 불렀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 친구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저 딱, 딱 하는 소리 박자가 익숙하다고. 모스 부호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요?]

[저 신호를 해석하고 갑자기 놀라더니 저렇게 피를…….]

시청자들도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했다.

‘비밀을 알게 되면 저 꼴이 된다, 그런 건가?’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석을 하게 되는 순간, 저렇게 사망을 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초자연적인 현상을 수사하는 정부 기관인 듯한 느낌.

정체불명의 현상을 두고 추리와 해결 방법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자가 묻는다.

[가족 관계는? 특이사항 없어? 자식은?]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그 말에 맞춰 화면이 전환된다.

PC방.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하는 누군가의 얼굴이 비춰진다.

‘지호다!’

그제야 이게 뉴블랙 TV에 올라온 영상이란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

하도 몰입하고 있어서 잊고 있었던 사실.

[음……?]

지호가 핸드폰에 뜬 메시지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다.

이윽고 PC방에서 나오며 ‘오늘 존잼이었다’ 하면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헤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특별하게 배경 설정은 없었지만 쾌활한 성격과 친구들 사이의 묘한 상하 관계를 통해 지호가 무리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메신저 등의 장치를 통해 공부도 잘하고, 반장도 맡고 있다는 정보 등이 나왔다.

‘지호가 아까 그 사람들 아들인가?’

버스를 타고 지루한 듯 창가를 바라보는 지호의 장면이 나왔다.

정말 그 나이 또래 고등학생 같은 느낌.

평소의 지호에서 장난기가 싹 빠진 듯한 인상에 시청자들이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보니까 잘생겼네.’

현재 19살이라 그런지, 고등학생 역할이 자연스럽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묘하게 어색함이 느껴졌다.

‘지호가 연기 멤버 아니었나…?’

‘조금 애매한데.’

어딘가 연기가 어색한 느낌이다.

진지한 고등학교 반장 역할을 맡아서 그런 건지,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김우주로 나온 우주보다 오히려 조금 부족한 듯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파트 앞에 폴리스 라인을 본 지호가 비상계단 쪽을 향해 다가간다.

[진정하세요!]

여전히 진정 안 하는 사람들 사이로 고등학생이 조용히 비상계단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다시 4층.

이어폰을 낀 채 학생 특유의 무심한 얼굴을 하던 지호가 복도를 거닐며 문이 활짝 열린 곳을 향해 다가간다.

‘안 돼!’

‘지호야, 안 된다!’

숙소에서 보던 뉴블랙도 안 된다! 너도 허 의경 테크냐 하며 만류하고 있을 때.

교복을 입은 채로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온 지호가 이어폰을 빼면서 가방을 거실에 내려놓는다.

“……?”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도 안 놀라는 듯한 분위기.

오히려 남녀 요원이 교복을 입은 지호에게 다가와서 긴장한 낯으로 말한다.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정중하게 대우하고 지호는 귀찮다는 듯이 무미건조한 얼굴로 물었다.

[상황은?]

[저 보시다시피…….]

브리핑을 듣는 지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였다.

담담함 그 자체.

그와 함께 시청자들은 신기함을 느꼈다.

‘……아까랑 완전 달라 보이는데?’

친구들과 있을 때부터 서서히 고등학생의 색깔이 빠져나오더니 이제는 고등학생의 탈을 쓴 어른 같았다.

고등학생 연기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무릎을 탁 쳤다.

‘일부러 의도한 거구나.’

디테일적인 부분까지 처리한 지호의 연기력에 감탄이 흘러나올 때.

무감정한 로봇처럼 서 있던 고등학생이 두 요원에게 말했다.

[문을 열어. 내가 들어가지.]

[저, 그럼 방호복이라도…….]

[필요 없어.]

손을 슥 내저은 지호가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방호복을 입은 요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이윽고 안에는 시체 하나와 딱딱거리는 부부만이 있을 뿐이었다.

여유로운 발걸음.

침실을 돌아다니는 지호에겐 위기감이 전혀 안 보였다. 오히려 무감정했던 눈동자에 활기가 감돌았다.

[흐음…….]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던 고등학생.

그러더니 재미있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아주 깊은 세월이 담긴 듯한 깊은 웃음소리였다.

오래된 고목이 껄껄 웃는 듯한 느낌.

‘와…….’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인외의 존재를 표현한 것처럼, 화면 속의 고등학생이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처럼 느껴지는 연기였다.

그렇게 웃던 존재가 말했다.

[아주 재미있는 기술을 가졌구나. 아이야.]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허공을 보며 말하던 지호가 바닥에 쓰러진 연구원의 시체를 바라본다.

물건을 대하듯 시체를 뒤집은 존재가 손에 든 기기를 본다.

모스 부호가 적힌 화면.

그 메시지를 읽던 존재의 입가에서 피가 한 줄기 주르륵 흘러내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미안하구나. 죽을 수 없는 몸이어서 말이지.]

입가의 피를 슥 훔치자 피 묻은 입술이 번들거렸다.

그와 함께 우아하게 손을 허공에 내미는 지호.

독특한 빛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휘젓는 지호에게 맞춰 연기처럼 잔상을 남기는 한편.

‘마법 같은 건가?’

침실에서 터져 나오는 광채에 바깥에 있던 이들이 저마다 눈을 감거나 눈을 찡그렸다.

잠깐의 정적 후.

가벼운 일을 하나 처리했다는 듯 침실 밖으로 나온 지호가 손을 저었다.

[들어가서 확보해.]

[예!]

안에 들어가자 아까까지는 안 보였던 것이 있었다.

이제는 침대에 널브러져서 잠에 든 부부.

그리고, 구석에서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는 어린아이와 그 손에 들려 있는 눈알이 빠진 인형.

‘인형인가? 아이인가?’

정확히 어떤 것이 원인이었는지, 탁구공 소리가 뭐였는지 알려 주지 않은 채 화면이 넘어간다.

거실에 내려놓은 책가방을 멘 지호가 말했다.

[더 필요한 게 있나?]

[없…습니다. 저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면 열화상 영상으로 확인해 보든가.]

그런 말을 남긴 채 문밖으로 나가는 고등학생.

남아 있는 요원들이 ‘열화상 카메라?’ 하면서 모니터에 기록된 영상들을 찾을 때.

‘어……?’

주변 온도보다 한참 낮아 보이는 가닥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마치 촉수처럼.

천장에 붙은 것처럼 보이는 부부의 몸에는 마치 인형에 달린 실처럼 보이지 않는 촉수들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두렵게 한 것은 그런 가닥 같은 실이 단순히 거기에만 아니라 집 전체에 뻗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현장에 들어온 이들의 목에 이미 감겨 있었다는 열화상 카메라 장면으로 끝났다.

‘으아아, 저게 뭐야?’

그리고 어딘가 특수한 시설로 이송된 아이, 인형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뒷일이 어찌 됐는지.

이 현상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 주는 한편.

[우리 기관에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있다.]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남자 요원의 내레이션과 함께 교실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활짝 웃고 있는 지호의 장면이 겹쳐진다.

남들이 안 볼 때 창밖을 보며 짓는 무미건조한 표정.

‘Case No.2756 의문의 소리 - Closed’라는 자막과 함께 지호의 눈이 클로즈업된다.

이 신기하고 기이한 존재가 누군지 설명해 주듯 서류철 폰트의 자막이 깔린다.

[Case No.367 시간이 멈춘 남자]

화면이 암전되며 ‘신이(神異)’라는 제목이 다시 한 번 떠오르며 영상이 끝났다.

그렇게 까만 화면이 나올 때.

“……어.”

한참을 몰입해서 보던 시청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이, 이건 대체 뭐지?’

처음 보는 유형의 웹 드라마에 놀란 이들이 인터넷을 켜고 ‘신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뉴블랙 숙소에는 핸드폰을 든 개코원숭이들이 난리를 부리고 있었다.

“어어어어!”

“이거 뭐야? 나 이런 거 처음 본다, 진짜.”

“검색했는데 안 나오는데요?”

신기해서 눈을 깜빡이는 이들의 모습에 지호가 말했다.

“아니… 제가 옆에 있는데 뭐 하러 검색을 해여.”

“어, 그러네.”

중현이가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그, 마법 써 봐. 마법…!”

“이렇게요?”

TV 속에서 봤던 그대로 손가락을 꿈틀꿈틀하는 지호의 모습에 우리가 오오오 하며 박수를 쳤다.

히힛 하던 막내가 물었다.

“어때여? 재미있었어여?”

“진짜 재미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마지막에 탁구공 소리가 뭔지 밝혀졌을 때의 반전도 놀라웠고.

평범한 고등학생인 것처럼 보였던 지호가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도 보다가 숨이 막힐 정도였다.

“괜찮았져?”

“응!”

“다행이다. 이게 울 나라에만 없어서 그렇지. 외국에는 흔한 포맷이라서 진부하지 않나 긴장했거든여.”

영화광인 지호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엄청 재미있는 웹 드라마였다.

지호가 길채경과 흥칫뿡 하는 그런 학교 웹 드라마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신적인 존재가 비밀기관과 협력해서 이런 현상을 조사하는 내용이 나왔다.

짧은 단편 영화를 본 것처럼 여운이 남았다.

“CG가 대박이었어.”

“슬립 작가님이 진짜 각 잡고 쓰셨구나….”

조규환 이사님이 제대로 진행한 프로젝트답게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다.

지호가 뿌듯하게 웃었다.

“돈 엄청 들였거든여. 회사에서 괜히 선우주가 벌어 오면 왕지호가 쓴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에여.”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막내야.”

“넹?”

“우리가 이걸 보면서 확신이 생겼어. 너의 연기력을 보아하니…….”

우리가 벌떡 일어났다.

“이제 떼돈을 벌어 오겠구나!”

“우아아아아! 지호야아아아!”

“형드으으으을!”

다 같이 얼싸안고 우리 막내 최고시다! 하면서 강강술래를 추고는 저마다 막내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진짜 잘했어. 너무 잘하더라.”

“히힛.”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한대?”

“제가 좀 하잖아여~”

형들한테 인정받았다고 좋아하는 막내를 보며 웃을 때.

리혁이가 ‘오’ 하며 태블릿을 보여 주었다.

“실검 떴는데요?”

“벌써……?”

실시간 검색어에 ‘지호’와 함께 ‘신이’가 떠올라 있었다.

공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바이럴하게 퍼져 나간 드라마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

미튜브에서 좋아요가 많이 달린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만 당할 수 없지

-이 영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함

초반의 무서운 장면 때문에 놀랐던 이들이 너도 당해 봐라 하면서 지인들에게 전파하는 듯했다.

“오오…….”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우리도 이내 핸드폰을 들었다.

“우리도 해 볼까요?”

“그러자.”

네티즌들의 미풍양속을 본받아 우리도 지인들에게 영상의 링크를 보내 주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10분 후.

“흐하핫!”

지인들에게서 전화 받으라는 메시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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