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1)화 (49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1화

구재영 PD.

PBS <미스터 프로듀서>의 신무록 PD와 함께 대표적인 예능 스타 피디로 꼽히는 인물이다.

일반인들에게 아는 피디 이름을 대 보세요, 하면 바로 이 사람 이름이 나올 만큼.

“여기도 2년 만에 왔네요.”

“오랜만이지?”

구재영 피디가 우리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PBS 예능국에서 미프가 그랬듯이, TBC 예능국에서도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회의실이었다.

안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작가님들이 일어났다.

“어머……!”

“안녕하세요~!”

2년 만에 만나는 얼굴들이었지만 보자마자 이름들이 다 떠올랐다.

“너희 진짜 오랜만에 본다.”

공동 연출을 맡았던 오태준 피디님도 있고.

중현이가 펌프를 수리했던 그때 영상을 바탕으로 우릴 섭외한 양 작가님도 있고.

당시에 막내 작가라서 신인인 우리를 담당했던 한주연 작가님도 있었다.

“작가님 정말 오랜만에 봬요.”

“안녕~”

“후배 분도 생기셨네요.”

상대가 기분 좋게 웃었다.

“하나가 아니고 둘이야.”

그녀의 말에 따라 시선을 돌리니 남녀 한 쌍이 눈을 부릅뜬 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뉴블랙이다… 뉴블랙이야… 하는 눈빛이 읽힌다.

우리가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만났던 이곳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뜨고 난 후의 우리를 보는 거라 다른 느낌의 시선이라고 할까.

“안녕하세요~!”

“엇, 네! 네 안녕하세요!”

허둥지둥 인사하던 이들이 자리에 앉으면서 자기들끼리 와… 하면서 뭐라고 속삭이는 게 보였다.

입모양을 보니 ‘대박’인 것 같다.

다 같이 회의실에 둘러앉아 있으니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마치 지난 2년간의 시간을 서로 복기하듯이.

“와…….”

막내가 의자를 빙글 돌리며 회의실을 바라보았다.

“느낌 진짜 이상하네여.”

“하하하!”

“그져? 회의실 들어오는데 느낌이 진짜 이상해서…….”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감정이 있어서 우리도 공감하는 미소를 지었다.

오태준 피디가 너털웃음을 보였다.

“너희 엄청 성공했더라.”

“맞아. 소식 들려올 때마다 깜짝 놀란다니까. 요즘에는 그 뭐라더라, 국민 아이돌이라고 그러고.”

우리도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신기해요.”

“맞아여. 아직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고.”

“재작년에 추석 특집 나오고 나서부터 잘 된 것 같아요. 주세한 나오고 나서부터 예능에서도 많이 불러 주고.”

우리가 예능 쪽으로 영역을 넓혀 가는데 발판이 되었던 것이 그때 그 주세한의 추석 특집이었다.

전설의 대길이 추격전이 나왔던 바로 그때.

그 말에 한 작가님이 말했다.

“너희가 잘한 거지. 너희 나오고 나서 제2의 대길이 친구를 꿈꾸는 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중현이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게 서로 네가 잘났네, 아니다 네가 잘났다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그러면서 주세한 팀의 회의실을 슥 둘러보았다.

리혁이가 말했다.

“여기가 이렇게 생겼었네요.”

“신기해?”

“그때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못 봤거든요.”

사전 미팅을 하러 왔을 때 덜덜덜 떨면서 내 옆에 착 붙어 있던 메인 보컬의 모습이 기억났다.

시간이란 게 참 상대적이다.

2년이면 고등학교 졸업도 못할 시간인데, 연예계에서는 한 신인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니까.

그걸 증명하듯 맞은편에 자리한 이들의 숫자가 10명이나 있다.

우리가 주세한에 처음 출연할 때는 막내작가님 한 분 정도가 우리를 전담했던 것 같은데.

“…….”

동생들과 잠시 묘한 기분을 공유하며 웃었다.

공동 연출인 오태준 피디가 손에 깍지를 끼며 웃었다.

“아무튼 우리랑도 재미있는 거 하나 제대로 찍고 가야지.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

“아쉬움이요…?”

“특공대 다녀온 것도 그렇고, 요즘 뉴블랙 TV도 그렇고. 컨텐츠가 이렇게 많은 애들을 그런 특집으로 썩혔나 싶어서.”

그렇게 나올 건덕지가 많은 줄도 몰랐다는 말에 우리가 웃었다.

양 작가님이 오태준 피디를 슥 보며 말했다.

“우리 오 감독님이 엄청 부러워했거든. 미프랑 너희랑 콜라보했던 그 특집이 초대박이 터졌잖아.”

“아, 에이텐이요?”

“그래, 그거 보고 얼마나 배 아파하던지.”

“내가 언제 배가 아팠다고 그래? 양 작가도 참.”

끄응 하는 오태준 피디가 배가 아주 조금 아팠다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적당히 끊을 겸 내가 질문했다.

“그래서 이번 특집은 정확히 어떤 건가요~?”

“잠시만.”

우리에게 기획안이 한 부씩 들어왔다.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저번에 전화통화 등으로 이야기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내용은 없었다.

이미 석환 형이 다 조율해 놨기도 했고.

오태준 피디가 말했다.

“컴백이 얼마 안 남았다면서?”

“한 달 정도 남았어요.”

“팀장님이 말씀하셔서 몸 쓰는 쪽은 다 뺐어. 크게 몸에 무리가 갈 일은 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석환 형이 엄청 깐깐하게 군 것 같다.

재작년에 석환 형이 매일같이 커피 사 들고 와서 사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 인생사 새옹지마다.

-아마 주세한이랑 너희랑 서로 윈윈이 될 거다.

우리 TF 팀장님의 말을 떠올리며 기획안을 더 꼼꼼하게 살폈다.

현재 주세한은 2년 전과는 다르게 시청률이 서서히 하락하고 있는 추세였다.

아무리 잘나가는 예능이어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인데 그 끝이 점점 더 다가왔다고 할까.

이건 예능의 신이 와도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재미가 없어진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캐릭터 간 케미에 완벽하게 적응해서 생긴 문제니까.

네티즌이 특정 상황에 대한 주세한 멤버들의 대화 장면을 상상만으로 쓴 글들이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일 정도.

그런 까닭에 최근에는 게스트를 출연시켜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끈질기게 우리를 섭외하려고 한 거고.

-너희도 이미지 상으로 얻어 갈 게 꽤 많을 거야.

라이벌 프로인 미프가 아이돌 특집으로 잠깐 추월하긴 했어도 여전히 부동의 시청률 1위인 국민 예능이다.

미프에 이어 주세한에 출연하는 것은 우리의 대중적 이미지에 정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였다.

사각사각.

조용히 종이 넘기는 소리들이 끝난 후.

“다 봤어?”

“네.”

“읽는 것보다는 말로 설명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우니까. 말로 한 번 더 설명을 해 줄게.”

집중한 우리에게 구재영 피디가 입을 열었다.

“촬영 기간은 하루씩 나눠서 3일 정도로 잡고 있어. 그중에서 처음 2일은 준비 기간이고, 내용은 거기 써 있는 그대로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 팔기요?”

“응.”

정말 특별할 것 없는 포맷이라 당황했지만 이윽고 눈앞에 있는 구재영 피디를 보며 납득했다.

맛집 기행 같은 평범한 소재로도 재미를 뽑는 재능을 가진 피디.

비주가 물었다.

“정말 음식만 팔면 되는 건가요? 외발 자전거를 타면서 호객행위를 한다거나, 물구나무를 선다거나.”

“비주야. 그거 네가 할 거니?”

“아뇨. 형이 할 거긴 한데…….”

눈을 깜빡거리는 나와 하핫 웃는 비주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말했다.

“저희가 이렇게 건전한 포맷은 오랜만에 해 봐서여. 진짜 음식만 팔면 되는 건가여?”

“응, 굳이 웃길 필요 없어.”

“대박…! 형들 어쩌면 우리 이번에 멋지게 나올 수도 있겠는데여?”

막내의 말에 우리도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구재영 피디님이 웃으며 말했다.

“존재 자체가 웃기니까.”

“…….”

“아니, 그… 재미있다는 거지.”

시무룩하게 변한 우리에게 구 피디님이 설명을 이어 갔다.

“방식은 간단해. 우리 출연진이 메뉴를 하나 준비해 올 거고, 너희도 메뉴를 하나 준비해 오는 거야.”

“자체 메뉴인 거죠?”

“음, 독특한 것보다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두루두루 좋아할 만한 걸로.”

“네, 안 그래도 준비하고 있었어요.”

비주가 맡겨달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구 피디님이 달력을 살피며 말했다.

“다음 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추석 연휴가 5일이니까. 그중에서 4일차쯤에 운영을 할 거야.”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내용이 그려진다.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음식 한 끼 대접하고, 겸사겸사 어느 메뉴가 더 맛있었는지 우리와 주세한 팀의 승부를 가리는 식인 듯했다.

이해했다고 답하는 우리에게 제작진이 물었다.

“혹시 아이디어 같은 게 있다면…….”

“아, 네! 있어요.”

기획안을 보면서 우리끼리 떠올렸던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제작진도 우리 이야기를 경청했다.

전부 다 받아들여진 건 아니지만 몇 가지는 제작진의 구미에도 들어맞은 것 같다.

그렇게 사전 미팅을 끝냈을 때, 제작진이 우리에게 TBC 로고가 붙은 셀프 캠을 건네주었다.

“이걸로 메뉴 만드는 걸 찍으면 되나요?”

“응.”

“오호…….”

우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재미있게 찍어 올게요.”

“아니, 아니… 그냥 평범하게 찍어 줘.”

다급하게 만류하는 제작진이었다.

*   *   *

숙소 주방.

부엌 쪽과 기구 정도만 보이게 셀프캠을 세팅한 후,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둘 셋~!”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저희 뉴블랙이 주세한에 왔습니다!”

“와아아아아!”

단소를 꺼내서 대충 불어 주자 졸개들이 음악에 맞춰 비주의 춤을 따라 했다.

내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네, 저희가 2년 만에 출연을 했죠?”

“맞습니다!”

“재작년 추석 특집 때, 게스트로 찾아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정말 감회가 새롭고.”

“새롭죠!”

“이번 특집도 정말 열심히…….”

그렇게 멘트를 어쩌구 저쩌구 하고 있을 때 불현듯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갔다.

“야, 근데 나 왜 MC 보고 있지?”

“어?”

“어……?”

자연스럽게 오프닝 멘트를 하면서 진행을 하다가 멈칫했다.

“이거 이런 식으로 찍는 거 아니지 않나?”

“그러네여.”

“습관이 진짜 무서운 거라니까요. 나도 휩쓸릴 뻔했네.”

제작진이 원하던 그림은 아마 우리가 우아아앙 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준비하는 것 같아 바로 방식을 바꿨다.

부엌 인덕션 앞에 서서 태블릿 PC를 요리조리 보는 비주에게 셀프캠을 들이밀었다.

“안녕하세요. 비주 씨.”

“안녕하세요~”

“지금 무슨 요리를 준비하고 계시나요?”

“일단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고 있어요.”

“오…….”

“아무래도 고속도로 휴게소면 많은 분들이 찾아오실 테니까, 좀 무난한 메뉴로…….”

이런저런 요리들을 고민하고 있는 비주였다.

지호가 말했다.

“그러면 비주 형이 혼자 일하기 힘드니까! 저희가 도와줄게여!”

“괜찮아. 안 도와줘도 돼.”

“자~ 동생들이 갑니다~!”

식칼을 든 중현이가 근엄한 얼굴로 돼지고기를 썰었… 야야, 저거 또 도마 썰고 있네.

비주가 뒷목을 주무르는 동안.

리혁이가 저울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생수를 넣었다.

“아…….”

이내 숟가락으로 열심히 물을 퍼내는 모습에 내가 물었다.

“왜 그래?”

“550밀리 준비하라고 레시피에 되어 있는데, 554밀리 들어갔어요.”

“…….”

그러니까 요리를 못하는 거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다이 하드 3편에서 폭탄 생수병 물을 옮기는 주인공들처럼 계량에 집착을 보이는 메인 보컬의 모습을 뒤로하고 막내를 바라보았다.

“요! 요!”

“넌 뭐 하니…?”

“응원이여. 제 특기는 귀여움이니까.”

EDM 음악을 틀고 양손을 푸쳐핸섭 하는 막내의 응원에 비주의 얼굴이 부처님처럼 변했다.

1분 후.

우리는 구석에 모여 서서 양손을 앞에 모은 채 사열했다.

“죄송합니다.”

“나대지 않을게여…….”

“아니, 계량이 그게 아닌데.”

스산한 시선에 동생들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동안 아무런 죄가 없는 나는 슥 빠져나와 비주 곁에 섰다. 눈치를 보던 동생들도 쫄래쫄래 내 뒤에 붙었다.

카메라 녹화를 잠시 중단하며 물었다.

“요리들이 다 마음에 안 들어?”

“네?”

“고민이 좀 많아 보여서.”

요리 담당인 비주가 으으음 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막내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근데 왜 고민이 돼여? 그냥 형이 하는 메뉴 중에 아무거나 나와도 다들 우와아아 할 것 같은데.”

“이게 장사해야 되는 요리라서 그런가 봐.”

비주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집에서 하는 요리는 재료도 좋은 거고, 조리 과정도 되게 공을 들이잖아요. 근데 이건 장사니까.”

“용량이 문제지?”

“네, 엄청 대용량으로 만들 수 있어야죠.”

집에서 하던 요리를 팔 수 있는 걸로 바꿔야 하니 고민이 되는 모양이다.

재료 예산에도 맞춰야 하고, 비교적 어렵지 않은 조리 과정과 함께 기본적인 맛도 잡아야 한다.

그 때문에 고민이 깊어 보이는 듯했는데 내게는 너무나 간단한 해결책이 보였다.

“내가 도와줄까?”

“형이요?”

“나 백반집 손자잖아.”

졸개들이 ‘!’ 하는 얼굴로 외쳤다.

“백반집 손자…!”

“…….”

“으하하핫!”

놀리는 얼굴로 깔깔 웃는 동생들의 모습에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무튼 이런 메뉴 선정할 때 우리 할머니가 그랬거든. 이거 2개 중에서 하나만 잘 만들어도 식당이 절대 안 망한다.”

“뭔데요…?”

“돈까스랑 제육볶음.”

동생들도 맞는 말이라며 인정했다.

비주도 눈을 빛냈다.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엄청 무난하고 또 대용량으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이니까.”

“괜찮지?”

내가 웃으며 졸개들을 불렀다.

“자, 모여 봐.”

그러곤 리혁이를 바라보았다.

“이번이 몇 회지?”

“임시 회니까 387회요.”

“자, 지금부터 제387차 임시 가족회의를 개최합니다. 안건은 메뉴 선정에 관한 건이고 옵션은 두 가지. 돈까스와 제육, 공정하게 투표하겠습니다. 참고로 난 제육이 더 좋아.”

만장일치로 제육볶음이 선정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까스를 만들려면 끓는 기름을 다뤄야 하는데 우리는 자타공인의 겁쟁이들이었다.

“돈까스는 안 돼요. 김중현이 잘못해서 기름이라도 쏟을 수도 있고.”

“나 그런 건 잘 안 쏟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다시 카메라를 켜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들을 꺼냈다.

“형, 혹시 양념할 수 있어요?”

“응.”

TJ에서 방출되고 나서 할머니 일을 많이 도왔던 터라 그 정도는 쉬웠다.

“근데 내가 배운 건 돼지불백인데…….”

“비슷하니까 상관없지 않을까여?”

“그럼 일단 만들어 볼게.”

비닐장갑을 끼는 동안 김덕순 여사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달칵.

-뭐.

“덕순~ 오 마이 덕순~”

-옘병하고 있네.

뚝.

“……저, 저.”

끊겨 버린 영상 통화에 동생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다시 걸었다.

“할머니! 그냥 끊는 게 어디 있어!”

-어휴, 시끄러워.

그러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나 이번에 예능 하나 나가는데 할머니 레시피 써도 될까? 물론 양념 같은 건 공개 안 하고.”

-뭐 특별할 것도 없는데 하든가. 또 이번에 요상한 테레비 나가냐?

“응, 지금도 방송에 나갈 거 찍고 있긴 한데.”

-그르냐.

별달리 흥미가 없는 목소리에 영상 통화 화면에 그릇이 보이도록 보여 주었다.

“지금 만들고 있어.”

-거 들어서 보여 줘 봐봐.

트집을 잡으려고 준비하고 있던 김덕순 여사가 내가 하는 모습을 보더니 말이 사라졌다.

내가 씩 웃었다.

“엄청 잘하지?”

-넌 어떻게 뭘 까먹는 게 없냐. 신기해 죽겄네.

브이를 하면서 양념을 신나게 무쳤다. 할머니의 칭찬에 절로 발이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주가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여기에 비율을 조금 바꿔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단맛이 조금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괜찮네.

나는 레시피대로만 하는 게 익숙해서 잘 모르겠는데, 비주는 어떤 식으로 하면 더 맛있을지 보이는 모양이다.

할머니의 원 레시피보다 더 자극적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후후후후후!”

마침내 우리의 메뉴가 완성됐다.

“진짜 맛있는데…?”

“학교 앞에 이거 있었으면 저 맨날 먹었을 거예여.”

“대박이다…….”

중현이가 한 스푼 퍼 먹고는 오 했다. 마치 TV에 나오는 초록색 물방울 CG가 터지는 느낌.

그러고는 계속 퍼먹기 시작했다.

김덕순 여사의 원 레시피보다 몸에는 해롭지만 중독성 있는 맛을 가지게 된 우리만의 신메뉴.

“좋은 이름이 떠올랐어요.”

이윽고 이어진 리혁이의 설명에 우리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정말 찰떡같은 이름.

제작진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감탄이 나올 만한 이름이었다.

“완전 대박인데…?”

“진짜 대박이에여!”

우리끼리 자화자찬하며 좋아하고 있을 때, 비주가 아 하면서 물었다.

“형.”

“응?”

“근데 할머님한테 우리 나가는 예능, 주세한이라고 말씀 안 드리지 않았어요?”

“그러네.”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괜찮겠지.”

그러고는 주세한 제작진에게 우리의 메뉴에 대한 소식을 메일로 전달했다.

*   *   *

TBC 방송국, 주세한 팀 회의실.

“푸흡-!”

노트북을 두드리던 작가 한 명이 웃음이 터졌다.

처음에 풉- 하더니 이내 웃음소리가 점점 커져서 깔깔 웃는 소리로 변했다.

메인 작가가 물었다.

“왜 그래?”

“이거… 이것 좀 보세요.”

뭔가 빵 터졌는지 계속해서 웃는 작가가 노트북 화면을 돌렸다.

제작진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메일함에 뉴블랙이 하려는 요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불고기백반 앞에 모여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뉴블랙의 사진 아래로 자세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ꉂꉂ(ᵔᗜᵔ*) 저희의 신메뉴..!]

[이 아이의 이름은.. 뉴불백입니다!]

귀여운 작명에 그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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