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2)화 (49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2화

우리의 신메뉴에 대해 제작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만 봐도 진짜 맛있을 것 같은데요? 이름도 너무 귀엽고!

직접 맛을 본 것은 아니기에 그 부분은 립서비스겠지만, 이름에 대해서는 정말 만족한 것 같다.

주변 사람들도 이름을 들을 때마다 빵 터졌다.

“뉴불백?”

민기 형과 원석이 형, 스타일리스트 쌤들까지 찰떡 같은 네이밍이라며 박장대소를 했다.

막내가 눈을 빛냈다.

“이름 진짜 잘 지었져? 이거 리혁이 형이 지은 거예여!”

“리혁이의 몇 안 되는 업적이죠.”

도끼눈을 뜨는 리혁이의 모습에 내가 웃으며 덧붙였다.

“이름 진짜 잘 지은 거 같지 않아요?”

“너무 잘 지었는데?”

우리 스탭들은 이름이 예능에서 공개되고 나면 다들 엄청 웃음이 터질 거라며 칭찬해 주었다.

간만에 업적을 세운 리혁이가 어깨를 위풍당당하게 들어 올리는 한편.

맛에 대한 평도 좋았다.

“민기 형, 와서 이것 좀 먹어 봐요. 제가 할머니 레시피로 만든 거라서 진짜 맛있어요.”

“진짜?”

“중현이랑 지호, 리혁이는 만들 때 손도 안 댔어요.”

“오.”

그 말에 매니저들이 뉴불백을 한 입씩 먹었다.

호- 하- 하며 뜨거운 불백에 앗뜨뜨 하던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이 입을 오물오물하더니.

“오……!”

눈이 번쩍 뜨였다.

비주가 손뼉을 치며 성공했다고 기뻐하는 가운데 중현이가 공감한다는 듯 흐뭇하게 웃었다.

“맛있죠?”

“대박인데…?”

늘 담담하기만 했던 원석이 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무 맛있어.”

“더 줄까요?”

“어, 어.”

햇반까지 담아서 같이 주니 둘의 젓가락질이 빨라졌다.

매니저들이 입에 고추기름을 번들거리며 말없이 밥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내가 민기 형에게 물었다.

“…형, 밥 먹고 왔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어, 근데 이건 먹어야겠다. 맛이 미쳤네.”

“너무 맛있어.”

엄지를 드는 매니저들에게 우리가 셀프캠을 내밀었다.

“맛이 어떤지 시청자 분들에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일단 고기가 굉장히 부드러워서 이 사이에 끼는 느낌도 안 들고요. 양념이 기가 막히네요. 단 맛이 강한데, 이게 과한 단맛이 아니고 진짜 딱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단맛의 최대치예요.”

“그야말로 뉴-불백이네요.”

그러고는 됐지? 하는 얼굴로 매콤한 돼지불백을 해치우는 매니저들이었다.

밑에 고기 부스러기까지 숟가락으로 긁어먹은 매니저들이 이내 바닥이 드러난 후라이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얘들아.”

“네.”

“…이거 방송 나가면 대박 나겠다. 방송국 사람들도 이거 먹어 보면 표정이 바뀔걸?”

“대박이야. 불백이 맛있어야 얼마나 맛있을까 싶었는데.”

매니저 형들의 극찬에 우리가 씩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베타 테스트를 위해 불려온 매니저들까지 이 정도 반응이라면 타깃으로 한 일반 손님들에게도 반응이 좋을 것 같다.

비주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내친 김에 사이드 메뉴도 구상할까 봐요.”

“그럴까?”

“네, 여기에 몇 가지 밑반찬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쌈장에 찍어먹을 배추나 상추 같은 것을 비롯해 어울릴 만한 메뉴들을 테스트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의 뉴블랙 편 녹화가 코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   *   *

녹화 1일차.

우리가 차를 타고 향한 목적지는 마포구에 있는 어느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이었다.

민기 형이 말했다.

“박재우 셰프님이라고, 너희도 만난 적이 있는 분이야.”

내가 아 하고 있는 동안, 리혁이가 태블릿 PC에 셰프 복장을 입은 남자의 프로필을 띄웠다.

동생들도 아 했다.

“이분 그분이잖아여! 그 우젠민 했을 때 같이 빵 만드셨던 분.”

“명세진 파티시에님이랑 같이 나왔던 그분 맞죠?”

우리가 대만에서 일일 카페를 열었을 때 조언자로 등장했던 분이었다.

디저트를 비롯해 식당 음식까지 지식이 해박해서 방송 활동을 많이 하는 분 중에 하나인데.

이번 특집에 도움을 준다고 들었다.

“아마 그분이 나오는 건 아니고, 그분 제자들이 나와서 도움을 주고 그러는 식으로 할 것 같아.”

“아하.”

“아무래도 요리 전문가가 필요하니까.”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주세한의 멤버 7인과 우리 5인이 합쳐 12명이긴 하지만, 지금 하려는 것은 휴게소 장사였다.

회전율이 중요한 상황에서 허둥지둥하다가 주문이 확 밀릴 수 있고. 그래서 요리사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특히나 추석 연휴에 하는 거니까.

-우르르르르!

-뉴블랙이다아아아! 잡아라아아!

추석 시즌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몰릴 인파를 머릿속에 그리자, 우리의 안색이 잠시 창백해졌다.

막내가 물었다.

“할 수 있을까여, 우리…?”

“해야지.”

내가 굳게 말했다.

“그리고 망하는 건 미래의 우리니까.”

“맞아요.”

동생들도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주세한의 제작진으로부터 건네받은 촬영 1일차의 대본을 펼쳐 꼼꼼하게 살폈다.

뭐, 대본이라고 해서 이 상황에서 무슨 대사를 해 달라 그런 종류는 아니다.

기본적인 진행 멘트와 함께 어떤 방향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달라고 알려 주는 식이었다.

“특별한 건 없네여.”

막내가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 친구야! 정도 해 주고, 요리를 만들어 보고. 요리사 분들이랑 같이 계획을 세우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2일차는 연예인 동료들을 불러서 맛을 보라고 하고, 그런 게스트들과의 케미로 분량을 뽑고.

그렇게 1회 분량이 끝나고 나면 다음 회차에 3일차 장사를 하는 식으로 나갈 거 같다.

리혁이가 요약했다.

“분량상으로 2부작 아니면 2.5부작 정도 갈 거 같네요.”

“잘하면 3회까지 갈 거 같아.”

제작진이 편집을 어떻게 하고, 또 우리가 분량을 얼마나 뽑느냐에 달린 문제겠지만 잘하면 3주 분량까지도 나올 것 같다.

그러고는 TF팀으로부터 전달 받은 유의사항들을 살폈다.

일반적인 다른 예능과 다르게 그 임팩트가 다른 국민예능인 만큼 발언에 주의할 요소들이 있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키워드라든가. 최근 주세한 멤버들 개인사와 관련해 예민한 부분 등등.

‘역시 윤 팀장님이에여.’

‘최고.’

그런 부분들을 숙지하고 있을 때 목적지가 점점 다가왔다.

“으, 떨린다.”

양손을 파닥파닥하는 막내의 모습에 공감이 갔다.

9월 중순의 아침이라 그리 추운 것도 아니건만 왠지 모르게 떨린다고 해야 되나.

설렘도 살짝 섞여 있지만, 주세한에 처음 나갔을 때의 그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그런 것 같다.

“자자! 분위기 끌어 올립시다!”

손뼉을 치며 생각에 빠져드는 동생들을 불러 모았다.

“자 파도타기~!”

“와아아아아-!”

오징어처럼 양팔을 흐느적거리며 웨이브를 전달하면서 예능용 텐션을 끌어올리고는 차에서 내렸다.

곧이어 골목에 바글바글한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TBC 로고가 붙은 차량도 있고, 바쁘게 짐을 옮기는 제작진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레스토랑을 향해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밖에 나와 있던 작가님이 호다닥 뛰어왔다.

날씨 등에 대해 잡담을 떨면서 제작진들에게 인사를 하며 들어갔다.

딸랑.

레스토랑 안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던 출연진들이 벌떡 일어났다.

우리가 밝게 웃으며 목청을 돋웠다.

“안녕하세요오오~!”

“오오오오!”

그중에서 양옥분 선생님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쌤, 저 왔어요!”

“왔어? 어제 촬영장에서 보고 또 보는데도 반갑네. 어제 새벽에 들어갔다며. 집에는 잘 들어갔고?”

“네!”

<우리 가족은 외계인>에서 외계인 가족과 요원으로 합을 맞추고 있어서 그런지 유독 더 반갑다.

나이 순으로 출연진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이구, 오랜만에 보네.”

주세한의 할아버지 포지션이자 원로배우 우재용 선생님이 허허 웃으면서 눈가의 주름이 움직였다.

“요즘에 엄청 일이 많다고 들었는데, 잘 왔어~”

“주세한에서 불러 주는데 나와야죠~”

“하하.”

엄마아빠 포지션을 맡은 예능인 나미리와 개그맨 오형석과도 인사를 하고.

“안녕!”

“안녕하세요.”

철없는 삼촌 포지션의 송진우와도 인사를 하고.

그리고, 우리도 모르게 더 반가운 표정을 짓게 되는 남매가 있었다.

패션모델 같은 체형을 지닌 남녀.

우리와 주세한 특집에서 C팀으로 함께 활약했던 여희찬과 여희연이었다.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지. 근데 내가 맨날 SNS로 나와 달라, 나와 달라 했는데 이제 나오고.”

“일정이 잘 안 맞았어요.”

눈을 살짝 흘기던 여희연이 이내 피식 웃으면서 우리도 같이 웃었다.

그러곤 태평하게 서 있는 여희찬에게도 반갑게 인사했다. 넷째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를 보며 말했다.

“늦었지만 결혼 축하 드려요, 선배님. 저희가 그때 해외 투어 중이어서 못 갔어요.”

“뭘~ 화환 보내 주고 했으면 됐지.”

그렇게 근황 토크를 하면서 주세한의 출연진과 워밍업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간의 정보를 알아 둬야 토크할 때도 편하니까.

작가님들이 다가와 마이크를 채워 주는 한편.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을 도와줄 보조 셰프님들까지 도착하면서 촬영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바빠서 눈가를 찡그릴 만큼 분주하던 제작진이 여유를 찾을 때쯤에 조용히 일어나 카메라 쪽을 향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잘 지내셨어요?”

농촌에서 촬영을 했을 때 함께 움직였던 스탭들에게 인사를 했다.

중현이가 한 분을 데리고 오며 말했다.

“대길이한테 쫓겼을 때 먼저 도망치셨던 감독님이에요.”

“중현 씨…….”

“아, 감탄의 의미로 말한 거예요. 저보다 빨리 뛰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카메라 감독님들 사이에서 웃음이 감도는 가운데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준비를 다 끝낸 후.

구재영 피디가 팔짱을 끼고 상황을 점검하는 동안, 오태준 피디가 외쳤다.

“자,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사이드에 물러나 있는 동안 주세한의 출연진이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굴려굴려!”

“주사위!”

프로그램 구호와 함께 MC를 맡은 개그맨 오형석의 멘트가 이어졌다.

“이번 특집을 함께해 주실 특급 게스트 분들을 모셔 볼 차례인데요. 정말 어렵게 모셨습니다. 우리 구 피디가 거의 그분들 회사까지 찾아갈 뻔했죠.”

오형석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주세한에 정말 많은 게스트들이 출연했고, 많은 분들이 성공을 하셨는데. 그런 분들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입니다.”

“주세한 최고 아웃풋이 아닌가.”

송진우의 촐싹거리는 덧붙임에 촬영장에 웃음이 감돌았다.

사이드에 있는 우리를 슬쩍 비추는 카메라에 손을 흔들며 우아앙 하고 어깨춤을 추었다.

여희연이 혀를 차며 으이구 했다.

“최고 아웃풋이니 그런 이야기 좀 하지 마요. 어휴, 부끄러워. 우리 프로가 뭐 해 준 것도 없는데.”

“아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넉살 좋게 대화를 주고받던 MC가 소개 멘트를 외쳤다.

“이제는 국민 아이돌로 부상한 우리 주세한이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하나죠! 뉴블랙입니다!”

“와아아아아-!”

우리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들어갔다.

“둘 셋!”

“안녕하세요! 주세한이 낳은 아이돌, 뉴블랙입니다!”

출연진이 했던 드립을 받아서 인사를 해 주니 다들 웃었다.

곧바로 그간 잘 지냈느냐는 근황 토크가 이어졌다.

예능인 나미리가 말했다.

“요즘에 보면 이것저것 많이 하던데. 드라마도 찍고 있지 않아요?”

“네!”

막내가 답했다.

“저는 지금 미튜브에 올라오는 웹 드라마 <신이>를 찍고 있구여. 우주 형은 여기 같은 T본부의 시트콤을 찍고 있습니다.”

“아, 김우주! 우리 옥분 쌤도 거기 나오잖아.”

“네. 선생님께 배우면서 찍고 있습니다.”

내 말에 양옥분 쌤이 픽 웃었다.

“쟤 내숭 떠는 거 봐. 쟤가 말만 저러지, 촬영장 들어가면 눈빛부터 변해서 무섭다니까.”

“하핫.”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여희찬이 지호의 웹 드라마에 대해서도 말했다.

“지호 웹 드라마도 장난 아니거든요. 요즘에 SNS 가면 신이 얘기 엄청 나오고 그래요.”

“진짜?”

“네, 진짜 무서워요. 그거.”

전반적으로 우리의 개인 활동에 대해서 주세한 멤버들이 대단해! 하면서 띄워 주는 내용들이었다.

과할 정도로 띄워 줘서 은근 부담이긴 했는데,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홍보가 더 되는 거니까.

리혁이와 중현이도 곧 무언가를 보여 줄 예정이라는 말을 하고 있을 때, 송진우가 아! 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비주도 얼마 전에 그거 나오지 않았어? 춤 예능, 온더스.”

“온더스는 H본부고, 진우야….”

“아, 그… 아이 무브!”

비주 춤 너무 잘 춘다면서, 인터넷에 뜬 영상을 봤다는 칭찬에 우리가 웃었다.

그때 MC를 맡은 오형석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다 우리 TBC 거네요. 외계인 가족도 그렇고, 아이 무브도 그렇고. 우리 주세한까지.”

“네, 맞습니다.”

“이 정도면 TBC의 아들이 아닌가 싶네요.”

국장님이 버선발로 마중 나올 거라는 드립에 우리가 민망하게 웃었다.

그러는 동안 점잖게 서 있는 우리 모습에 출연진이 물었다.

“근데 오늘따라 뉴블랙이 차분해 보이네.”

“아.”

우리가 아련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말할 틈을 안 주셔서요…….”

“철벽 방어 보는 줄 알았어요.”

출연진들이 웃음을 터뜨릴 때, 지호가 말했다.

“맞아여. 제가 멘트 하려고 할 때마다 훅 들어오셔 가지고. 어엇 하다가 밀려났어여.”

“아, 이게 직업병이라서.”

오형석이 해명했다.

“예능인들끼리 그런 거 있거든요. 나보다 더 웃길 것 같은 사람 옆에 있으면 자꾸 멘트 앞서 나가려고 그러고.”

“아니, 저희는 예능인이 아니고 아이돌인데…!”

“미안합니다. 우리가 마음이 급해서.”

뉴블랙에게 밀릴까 봐 쉴 새 없이 멘트를 했다는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말했다.

“저희가 웃겨도 얼마나 웃길 수 있겠어여?”

“맞아.”

“가끔 이상한 게 튀어나오는 거지. 저희 뭐 그렇게 웃기는…….”

제작진이 모니터로 바퀴벌레 테이블 짤을 보여 주었다.

출렁이는 테이블 아래로 네 쌍의 다리가 움직이는 짤에 주세한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저희 그냥 예능인 할게요.”

“프로그램 뺏기지 않으려면 조심하세여. 이제 뉴세한이 될 수도 있어여.”

포기한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있을 때, 오태준 피디가 말했다.

“뉴블랙이 2년 만에 주세한에 재출연을 하게 됐잖아요.”

“네.”

“그런 의미로 저희가 특별한 환영의 메시지를 준비했습니다.”

“……?”

우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TV 화면에 ‘To 뉴블랙’ 하는 자막이 떠올랐다.

“오……!”

이내 화면에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우리가 주세한 특집에서 방문했던 연천군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여따 대고 말하면 되나?

-네.

임순현 할머니가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와 리혁이가 맥시와 함께 집 청소를 해 드렸던 분이었다.

-잘 지내는가? 그때는 누가 누군지 이름도 잘 몰랐는데 요새는 테레비에 맨날 나오대. 우리 김우주.

“선우주인데…….”

동생들과 함께 리혁이가 옆에서 깔깔 웃을 때.

-우리 이름도 예쁜 왕리혁.

“할머님…?”

멍해지는 리혁이의 표정에 이번에는 지호와 내가 깔깔 웃었다.

포메라니안 두식이를 쓰다듬던 임순현 할머니의 말이 이어졌다.

-그 저번에 청소 해 줘 가지고 너무 고맙고.

리혁이가 눈가를 슥 훔칠 때.

-근데 청소한다면서 죄다 버려 놔 가지고. 아니, 들기름 담으려고 쓸 통까지 죄다 버려 놨어. 남의 집 가산을 쓰레기라면서 죄다 버려 가지고…! 내가 그 페트 다시 구하려고 엄청 걸은 거 아냐!

-집은 깔끔해지셨는데 물건이 없어지셨나 봐요.

-이런 걸 깔끔이라고 하면 도둑놈이 쓸어 간 것도 깔끔이지. 있어야 될 것까지 죄다 버려 부렀어. 드럽다고 쓰레기라고 생각했나 봐.

그러고는 흥분했던 임순현 할머니가 카메라를 깨닫고 표정이 온화해졌다.

-아무튼 고맙구 우리 뉴블랙 번창하세요~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웃는 동안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된 리혁이만 먼 곳을 바라보며 귀가 벌게질 뿐이었다.

“거의 쓰레기 더미에 버려져 있었단 말이에요.”

그러는 동안 주세한 특집에서 ‘강황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강문식 할아버지도 나오고.

사람들의 멘트가 이어질 때.

마지막에 등장한 모습에 우리가 눈을 빛냈다.

“대… 대…….”

중현이가 헉 하며 숨을 들이켰다.

“대길이에요.”

“진짜 대길이에요?”

성질이 나빠 보이는 흑염소가 나와 있었다.

메에에에에-

그 울음소리에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메에에에에에-

“으음, 맞아.”

푸근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모습에 주세한 출연진과 우리가 시선이 마주쳤다.

‘중현이에요.’

‘아하.’

그러고는 주인집 할아버지가 나왔다.

-반가워요. 그려.

-저희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중현 씨를 알아본다면서요?

-응, 이놈이 아주 호되게 당했는지 잘 알아 봐.

우리가 오 하면서 바라보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프린트로 인쇄한 중현이 사진을 내밀었다.

염소가 푸르르 하며 몸을 떨며 흥분했다.

-봤지? 이놈이 사람을 알아본다니까…! 영물이야, 영물!

제작진이 종이를 건네받아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를 내밀었다.

푸르르르- 염소가 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종이를 오물오물 먹으려고 했다. 주인집 할아버지가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또 ○○이었구만. 이눔의 ○○…….

삐- 처리되는 구수한 욕설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잘 지내~ 하면서 메에에에- 하고 아련하게 영상이 끝나면서 우리가 말했다.

“근황을 들으니까 너무 반갑네요. 다들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기분도 좋고. 그리고…….”

내 눈짓에 리혁이가 이어서 말했다.

“페트병 버려서 죄송합니다.”

“흐하핫!”

“그냥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억울하면서도 서글퍼 보이는 리혁이의 눈빛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   *   *

뉴블랙과 함께 오프닝을 마치고 셰프들까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녹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멋지게 소개하는 코너.

여희연이 카트를 밀며 들어오는 동안 여희찬이 BGM으로 웅장한 음악을 틀며 뒤에 따라붙었다.

쟁반의 뚜껑이 열리면서 주세한 멤버들이 BGM에 맞춰 짜잔~! 하고 외쳤다.

“저희 주세한 팀은요. 옛날 경양식 돈까스를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야 추억의 돈까스!”

“두둥!”

절로 침이 고이는 구수한 냄새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돈까스가 나타났다.

화려한 플레이팅과 비주얼.

요리 음악 프로에 쓰이는 BGM까지.

여희연이 냄새를 맡아 보라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면서 뉴블랙이 침을 꼴깍였다.

어떠냐 하듯 후후 웃는 주세한 멤버들이 기선 제압에 성공한 기분을 느낄 때.

“……?”

뉴블랙 멤버들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음식이 담긴 카트를 밀고 왔다.

“저희가 준비한 메뉴는……!”

“불백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올… 뉴불백입니다!”

뚜껑이 열리면서 등장한 영롱한 빛깔에 주변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전설의 요리가 등장한 듯한 느낌.

제작진과 주세한 멤버들이 영롱한 빛깔에 눈을 감거나 찌푸리면서 쟁반을 바라볼 때.

‘음식에서 어떻게 빛이…….’

그리고 그 순간 멤버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진짜 빛이었네.’

반짝반짝.

현란한 빛을 내뿜는 뉴블랙의 응원봉이 불백이 담긴 쟁반 옆에서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어떠신가요?”

“더 맛있어 보이지 않나여?”

불백 뒤에서 후후 웃는 뉴블랙의 모습에 주세한 멤버들이 눈을 깜빡였다.

놀랍기야 한데….

‘아니, 근데 누가 응원봉을 이런 데다 쓰냐고…….’

뉴블랙의 팬들이 알면 참으로 경악할 만한 용도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