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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3)화 (49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3화

돼지불백 접시 옆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응원봉의 모습에, 주세한 출연진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우재용 선생님이 송진우에게 물었다.

“진우야, 저 야시꾸리하게 빛나는 건 뭐냐?”

“저게 응원봉이라는 거예요. 쌤. 아이돌 친구들 춤추고 그럴 때 열심히 하라고 저걸 흔들어 주거든요.”

“그래?”

“응원봉이 다 저런 건 아니고요. 저게 좀 유독 저런 걸로 유명해요.”

“암만 봐도 군용 라이트 같은데…….”

원로배우의 말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러는 동안 양옥분 쌤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어우, 나 눈물 나온 거 봐. 저것 때문에 눈물이 나왔어.”

“엇……!”

다들 웃는 동안 중현이가 얼른 달봉이의 조도를 낮췄다.

그제야 주세한의 출연진들이 눈을 끔뻑끔뻑하거나 눈을 비비거나 했다. 그 모습에 우리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굉장히 극적인 효과를 주고 싶어서…….”

“응, 그런 거라면 성공한 거 같네.”

여희연의 말에 아버지 포지션인 개그맨 오형석이 받아쳤다.

“두 번 극적이었으면 눈이 나갔을 뻔했지.”

“어휴, 근데 그거 그렇게 빛나서 쓸 수는 있니?”

지호가 답했다.

“이렇게는 못 쓰구여. 왜냐면 퇴장당하니까. 그래서 평소에 팬분들이 중간 밝기로 흔들어 줘여~”

“중간 밝기면 어느 정도야? 그것도 진짜 밝네.”

“누가 불 좀 꺼봐!”

촬영장 불이 꺼졌는데도 주변이 엄청나게 환히 밝아 올랐다.

우재용 쌤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대낮이 됐구만…….”

지호에게 달봉이를 건네받은 내가 자유의 여신상처럼 들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녹화로 돌아와 오형석이 멘트를 정리하듯 말했다.

“응원봉도 뉴블랙스럽네요. 성능 좋은데 뭔가 좀 묘하고.”

“맞습니다.”

훈훈하게 웃고 있는 동안 응원봉으로 빠졌던 이야기가 다시금 요리에 대한 화제로 돌아왔다.

MC 역할을 맡은 오형석이 말했다.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저희가 준비한 요리의 이름은 ‘뉴불백’이고요. 모든 분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음식이 뭘까 고민하다가 탄생했습니다.”

“오호.”

“저희 할머니가 백반집을 운영하시는데, 제가 배웠던 레시피를 비주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다들 리액션을 해 주는 가운데 카메라 감독님이 다가와 요리를 담았다.

우리가 냄새가 퍼지라고 손을 휘휘휘 젓자, 감독님이 목울대를 꿀렁이고는 중얼거렸다.

“워우…….”

그 한마디가 냄새를 완벽하게 설명했다.

주세한의 출연진들도 킁킁하며 냄새를 맡고는 침을 꼴깍였다. 두 눈이 뉴불백에 바로 고정된다.

“와, 냄새 미쳐…….”

“이거 휴게소에서 팔 때 장난 아니겠다. 손님들 들어오면 이 냄새가 쫘아악 하고 퍼지는 거 아냐.”

“뭐가 들어갔기에 그래?”

비법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내가 말했다.

“저희 할머니의 비밀 양념장이 들어갔습니다.”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호호호 저희 비밀양념이에요, 하며 스으윽 넣는 비밀의 양념장을 언급했다.

40년 전통 백반집의 비밀 양념장…! 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에 동생들과 내가 눈빛을 교환했다.

‘절대 말 못 하지…….’

‘MSG라고 어떻게 말해여.’

MSG를 기가 막히게 배합한 양념장을 콸콸 넣으니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멀찍이 카메라 너머에서 셰프들이 눈치챈 듯 훈훈하게 웃으며 엄지를 들었다.

‘MSG 최고.’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냄새를 맡으며 침을 꼴깍이던 오형석이 멘트를 했다.

“이, 일단 시식을 해 볼까요? 서로 준비한 요리를 맛보고 그래야 하니까.”

“네, 좋습니다!”

우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일곱 명이 우르르 우리 쪽으로 몰려왔다.

그러곤 제작진에게 건네받은 젓가락으로 한 입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

맨 처음 맛을 본 여희찬과 여희연 남매가 동시에 고개를 들고는 오 했다.

까다로운 표정으로 젓가락을 든 양옥분 쌤도 이내 어머 하며 말했다.

“생각보다 많이 안 다네?”

“맛있죠?”

“감칠맛도 있고, 맛있다. 너희가 자랑할 만하네.”

비주와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기뻐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불백을 호로로록 먹으려는 출연진을 바라보았다. 맛이 괜찮아서 그런지 오히려 차분한 리액션들이 나왔다.

“맛있다…….”

“이거 상추까지 있으면 대박인데, 여기 쌈장 콕 해서.”

눈에 띄는 속도로 줄어 가는 불백에 카메라 너머에 있는 제작진들의 눈빛이 아련하게 변해 갈 때.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감독님들도 얼른 오세요! 작가님들도…!”

움직이기 힘든 카메라, 오디오 감독님들에게는 다가가서 불백을 먹여드리고.

피디님과 작가님들도 와서 잠시 불백을 맛보았다.

“어떠신가요?”

“……대박.”

다들 엄지를 척 들었다.

그렇게 방송 중단에 가까울 만큼 고요한 시식이 끝난 후, 배를 문지르던 오형석이 물었다.

“우주야.”

“네.”

“할머님 백반하시는 데가 어디라고…?”

“군산에 있어요.”

내가 웃으며 답하자 여희연이 말했다.

“다행이다. 우리 방송 나가기 전에 군산에 내려가서 먹어 봐요.”

“그거 좋네. KTX 타고.”

우리 할머니네 백반집에 가 보겠다는 말에 웃는 동안 식은땀이 비질 흘러나왔다.

이거 나가고 나면 손님 엄청 몰릴 텐데.

이따가라도 얼른 자수해서 광명을 찾아야겠다.

그때 지호가 물었다.

“저희도 돈까스 먹어도 되나여?”

“얼른 와.”

우리가 우아아아 하며 돈까스 앞으로 다가갔다. 밑에 따끈한 것을 깔아 뒀는지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난다.

우리 앞에 놓인 1인 1 돈까스.

주세한에서 엄마 포지션을 맡은 나미리가 소스가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소스도 부어 줄까?”

“네!”

경양식 돈까스의 달달한 소스가 올라가는 동안 심장 박동이 콩콩콩 오르기 시작했다.

중현이가 가슴에 손을 턱 올리며 몸을 떨었다.

“중현아, 왜 그래?”

“너무 설레요.”

“나도.”

다 같이 눈앞에서 바삭바삭한 돈까스를 보며 심장이 떨릴 때.

리혁이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근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우리 지금 다이어트 중이니까…….”

“너희 다이어트 중이야?”

“네, 저희 다음 달에 컴백이라 지금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멀찍이서 민기 형이 입으로 ‘조금만 먹어’ 하는 게 보였다.

금세 축 처지는 우리 모습에 주세한 출연진이 짠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여희찬이 말했다.

“조금만 먹어, 그러면.”

“네, 그래야겠어요.”

그러곤 동생들에게 말했다.

“쪼끔만 먹고, 그럼 우리 저녁은 굶는 걸로?”

“그게 좋겠네요.”

합의를 보고는 다들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슥삭슥삭.

돈까스를 빠르게 커팅 한 우리가 한 조각씩 입에 넣었다.

“오……!”

우리 뉴불백이 압도적으로 더 맛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쪽도 만만치 않게 맛있다.

흡하흡하 하며 따끈한 돈까스를 먹는 우리에게 출연진들이 눈을 빛냈다.

“어때?”

“너무 맛있어요……!”

조 이사님이 예전에 남산에서 돈까스를 사 줬던, 그때 먹었던 맛과 비슷했다.

“이거 어떻게 만드셨어요?”

“여기저기 달인도 수소문하고, 돈까스 잘하는 집들을 찾아서 비법도 배우고 그랬거든.”

“진짜 맛있어요.”

동생들도 말없이 돈까스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촤르르릉-!

특히나 중현이는 칼질을 하는 동안, 접시에 불똥이 튀는 것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며 먹는 중이었다.

그렇게 3분 정도 지났을 때.

“휴우…….”

텅 빈 접시를 보며 흐뭇하게 배를 어루만질 때, 우재용 쌤이 눈을 깜빡깜빡하며 물었다.

“적게 먹는다며?”

“네, 적게 먹었어요.”

“그게?”

“돈까스 1개 정도면 식사량으로 적은 편이라…….”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은 어이구! 많이 먹어야지! 하시는데 우재용 쌤은 우리를 보며 눈을 깜빡이실 뿐이었다.

오형석이 멀찍이 떨어진 민기 형을 찾았다.

“저, 매니저님.”

“아, 예!”

“……이게 정말 적게 먹은 건가요?”

민기 형이 훈훈하게 웃었다.

“다이어트 할 때도 샐러드 두 접시씩 먹는 친구들입니다. 닭가슴살도 왕창 먹고, 방울토마토도 20개씩 먹고…….”

“근데 다이어트라고요?”

“네…….”

“방금까지 되게 짠했는데, 갑자기 안 불쌍해지네요.”

다른 출연진들이 끄덕였다.

“뭐, 근데 생각해 보면 10인분 먹다가 1인분 먹으면 다이어트인 거니까. 그것도 다이어트긴 하네.”

“너희 먹방은 진출할 생각 없니?”

“리혁이는 깨작거리면서 돈까스 2개를 먹는구나…?”

너네 진짜 많이 먹는구나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맞다며 하핫 답하고는 물었다.

“더 먹어도 되나요?”

“그, 그래.”

1개씩 더 먹었다.

그렇게 양쪽 모두에 빈 접시만이 남았을 때, 주세한 출연진과 우리가 서로를 마주 보며 말했다.

“이거 시작부터 대박 각인데요.”

“그러네. 맛에 대한 검증은 필요도 없겠는데…?”

“저희 대박 날 삘이에여. 이렇게 맛있어 가지고 불백이랑 돈까스랑 싹싹 긁어 먹었잖아여.”

하하하 하며 따뜻하게 웃을 때.

“저…….”

아직 대기하며 출연하지 못한 두 셰프님들이 손을 들었다.

“저희는 못 먹었는데요.”

그 순간, 출연진과 우리가 눈을 마주쳤다.

“아.”

제작진들이 피식 웃는 동안 12명이 빈 접시를 내려다보며 머쓱한 기분을 느꼈다.

“…….”

“…….”

이윽고 주세한의 MC를 맡은 오형석과 내가 눈이 마주쳤다. 그러곤 웃으면서 내가 멘트를 했다.

“접시가 비었으니 다시 차게 만들어야겠네요. 그럼 다시 한번 만들어 볼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지금부터 셰프님들과 함께 본격적인 요리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셰프님들의 표정이 아련해지는 동안 다 같이 활기차게 웃으며 녹화를 이어 갔다.

*   *   *

쏴아아아아-

다들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는 가운데, 촬영장 한가운데에서 서글픈 소리가 메아리를 쳤다.

꼬르르르륵.

셰프님들의 배에서 나는 소리였다. 다들 웃으며 바라보자 당사자가 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식할 테니까 되도록 위장을 비우고 오라고 들었거든요.”

“앗…….”

“근데 요리가 없네요….”

“저도 먹어 보고 싶었거든요. 뉴불백…….”

그런 이들에게 비주가 디저트 메뉴 개발용으로 준비한 사과를 깎아, 입에 하나씩 쏙 넣어 주었다.

셰프님들의 눈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고마워요, 비주 씨.”

“아니에요~”

“근데 사과 진짜 잘 깎으시네요. 그 나이대에 칼을 그렇게 다루는 게 흔치 않은데.”

비주가 칼 쓰는 솜씨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듯했다.

우리가 웃으며 답했다.

“그래서 저희가 잘해 줘요.”

“아니, 그게 그 뜻이 아니고…….”

다른 셰프 한 분이 우리 대답에 사과를 먹다가 웃었다.

그렇게 사과를 좀 먹으며 기운을 차린 셰프님들이 본격적인 요리 준비를 도왔다.

우리와 주세한 멤버들이 준비한 요리 레시피를 검토하고, 대량으로 만들 때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메뉴 구성과 장사는 어떤 식으로 하면 도움이 될지 조언을 해 주는 식이었다.

“뉴불백 양념은 우주 씨가 한 건가요?”

“네.”

“한번 보여 주실래요?”

집중해서 레시피대로 양념장을 만드니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고개를 갸웃하니 지호가 날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면 양념할 때 할머님 표정이 나오거든여.”

“……흠흠.”

“이야, 할머님이 어떻게 생기셨는지 눈에 훤히 보이는구만.”

할머니가 언급된 김에 카메라를 향해 손 하트를 보내며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양옥분 쌤이 흐뭇하게 웃으며 좋아하셨다.

그동안 동생들이 일을 도와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비주는 나랑 양념장 좀 도와주고. 리혁이는 저거 통들 좀 정리해 주고. 중현이는…….”

“네, 형.”

“애들이 뭐 부탁하면 들어 주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동생들을 바라볼 때, 멀뚱 서 있는 중현이 어깨 뒤에서 지호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저는여?”

“어… 너는…….”

“저도 뭐 하는 거져?”

“뒷정리 담당.”

막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요리하고 싶은데, 저도 요리할 수 있어여!”

“국간장과 진간장의 차이는?”

“……저도 중현이 형 옆에 서 있을게여.”

중현이가 웰컴 하며 막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내 둘이 죽이 맞아서 바보처럼 헤헷 하고 있을 때 비주가 안 열리는 양념통을 낑낑거렸다.

“김중현!”

“간다.”

중현이가 도와주려고 가는 모습에 주세한 출연진이 웃었다.

“어머, 귀여워.”

“저런 거 도와주고 그러는 거구나.”

그때 중현이가 양념통 뚜껑을 돌렸다.

콰지직.

페트병이 목째로 돌아가는 모습에 주세한 출연진들과 셰프가 움찔하며 저마다 자기 목을 감쌌다.

“……어, 이게 좀 질기네.”

민망한 표정을 짓던 중현이가 다시 반대편으로 뽀드드득 감아 버리자 다시 한번 출연진들이 목을 감쌌다.

몇 번 정도 더 돌리자 페트병의 목 부분이 뽁 하고 분리됐다.

“됐다.”

“너…….”

목 아래로 말이 수십 개는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비주의 표정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둘이 엄청 친한가 보네.”

“네.”

중현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답했다.

“괜히 친해진 거 같아요.”

“야…….”

“그때 부반장에 당선되는 게 아니었는데….”

간부 수련회까지 거슬러 가는 중현이의 회상과 소리 없이 부들부들하는 비주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동안 요리가 완성됐다.

조리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셰프님들이 젓가락을 들고는 뉴불백을 맛봤다.

“……오.”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진짜 맛있는데요…? 돈 내고 먹으라고 해도 사 먹을 것 같아요.”

돈을 내고 먹어도 될 것 같다는 말에 우리가 활짝 웃었다. 프로 요리사들에게 들을 수 있는 최상의 칭찬이었다.

요리사분들이라서 이런 요리는 안 먹는 게 아닌가 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즉석밥과 함께 불백을 먹으며 오 하는 셰프님들은 누가 말리지 않았다면 계속 불백을 먹었을 모양새였다.

이윽고 돈까스까지 점검을 마친 후.

“너무 준비를 잘해 오셔서 저희가 짚어 드릴 부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몇 가지만 첨언하고.”

요리를 대량으로 생산할 때, 회전율을 비롯해서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Q&A 시간이 되어 주세한 멤버들이 진지하게 질문을 하는 가운데 우리도 몇 가지 물었다.

“아무래도 추석 연휴 마지막 즈음이면 손님들이 엄청 많을 텐데, 어떤 분들은 입장을 못 하실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준비할 만한 좋은 메뉴가 있을까요? 휴게소 간식이라든가.”

“안 그래도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셰프님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며 칭찬했다.

그렇게 설탕 감자라든가, 간단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 등에 대해서도 레시피를 전수 받은 후.

메뉴를 준비하는 1차 녹화가 끝이 났다.

“여러분들이 실제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손님들을 맞이하게 되면 긴장하고 당황할 수도 있잖아요.”

오태준 피디가 말했다.

“그래서 대용량으로 요리를 준비하는 연습도 할 겸, 실제 손님들의 의견도 들어볼 겸 하는 의미로 본격적인 시식 테스트를 할 예정입니다.”

“오……!”

“승부를 겨루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자 원하는 분을 개인적으로 초청해 주시면 됩니다.”

시식 테스트를 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연예인들을 불러도 좋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손을 들었다.

“저, 피디님.”

“네.”

“그러면 아무나 불러도 되나요? 연예계 활동하고 있거나 유명한 분이라면…….”

“네, 상관없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부터 떠오르는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다.

*   *   *

며칠 후.

“여기쯤인가?”

“여기인 것 같은데.”

차량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던 TNT의 막내, 석지훈이 말했다.

“여기 맞는 것 같은데? 밖에 스탭들 서 있는 것도 그렇고.”

“와, 사람 보소.”

지한빈이 감탄사를 흘리며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수에 감탄했다.

어지간한 예능의 서너 배에 이를 만한 대인원에 지한빈이 말했다.

“주세한이 괜히 주세한이 아니네.”

“아, 또 멘트 뭐라고 해야 되나.”

석지훈이 다른 두 멤버를 둘러보며 말했다.

“둘 다 뭐 준비한 거 있어? 나 예능 울렁증 있잖아.”

“넌 연차가 몇인데 아직도 예능이 울렁거리냐.”

한태현이 대본을 살피며 중얼거리듯 하는 말에 석지훈이 답했다.

“뭐 나도 다른 예능이면 떨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주세한이잖아. 그냥 예능도 아니고.”

“근데 뉴블랙은 어떻게 또 나왔대?”

“그러게.”

새삼스럽게 신비했다.

미스터 프로듀서나 주세한은 그들이 최고로 잘나갈 때도 나가기 힘든 프로그램이었다.

톱스타 배우들도 불러 줘야 나갈 수 있는 프로.

그런 예능들에 뉴블랙이 연타석으로 출연하는 것을 보니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석지훈이 말했다.

“우리도 우주 형이랑 있고 그랬으면 예능이 더 잘 들어왔을라나.”

“모르지.”

의미 없는 말을 뭐 하려 하냐는 듯 짤막하게 답한 한태현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러고는 매니저에게 말했다.

“성호 씨, 저희 내릴게요.”

“네, 다녀오세요~”

차량 거울을 통해 얼굴을 슬쩍 살핀 TNT의 동생 라인 3명이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안녕하세요~!”

활발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꾸벅 인사한 이들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골목길을 움직였다.

모여 있던 근처 가게나 동네 주민들이 ‘누구야?’ 하는 소리에 밝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했다.

그렇게 건물 안으로 들어섰을 때.

“오…….”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있는 로비가 눈에 들어왔다.

‘뉴블랙X주세한 - 장사합시다’라는 로고와 함께 양옆으로 주세한과 뉴블랙의 화보가 있다.

요리사 복장을 입은 선우주가 반짝반짝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고는 그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그러곤 키오스크로 보이는 물건 앞에 섰다.

[먹어 보고 싶은 요리를 골라 주세요.]

신기한 척을 하며 다가간 그들이 카메라 각도를 확인했다.

각을 보아하니 이 모니터를 보며 멘트를 해 줬으면 하는 듯했다.

“요게 뭐야?”

“더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골라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돼지불백이랑… 돈까스랑.”

“투표 같은 건가? 아니면 먹을 음식 고르기?”

그런 말을 하는 동안 그들은 머릿속으로 누군가를 떠올렸다.

‘뭐 좋아하더라.’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우리 돈까스 먹자. 돈까스.

-나랑 오늘 돈까스 먹을 사람 붙어라!

-돈까스 사 줄게.

그들이 알고 있는 누군가는 돈까스 파였다.

“역시 돈까스지.”

그리하여 돈까스 쪽으로 손을 올릴 때였다.

촤악.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뉴블랙의 벽 화보에서 우주의 입 부분이 열리며, 진짜 사람의 입이 드러났다.

“돈까스?”

겁쟁이 3인방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흐아악!”

“돈까스? 태현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벼, 벽이 말을 한다…!”

혼비백산해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 TNT의 멤버들이 이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벽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이건.’

그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찾아오는 듯한 깨달음.

‘이 정도는 해야 주세한에 나올 수 있는 건가…?’

화보 너머 벽 안에서 선우주와 졸개들이 꺄르륵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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