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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4)화 (49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4화

TNT의 멤버들이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이번에는 주세한 멤버들의 화보에서 입 부분이 쏘오옥 열렸다.

“안녕.”

“……어, 안녕하세요.”

멍하니 답을 하던 TNT의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라서 숨을 몰아쉬던 한태현은 손가락으로 화보들을 가리켰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요?”

“손님 구경.”

여희연의 화보가 말했다.

안에서 손등으로 벽을 두드리는지 벽이 퉁퉁 울린다. 안이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 주듯이.

“손님 기다리는 동안 뭐 하고 있을까, 했는데 지호가 여기 뒤에 숨어 있는 게 어떠냐고 그래서.”

“죄송해여~! 선배님, 많이 놀라셨져?”

“네…….”

꺄르륵, 껄껄 하는 웃는 소리들이 섞인 양쪽 화보들을 보며 한태현과 두 멤버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 진짜 놀랐잖아요. 저희 진짜 담이 얼마나 약한데.”

“그래서 우주 형이 적극 추천했어여~! 특히 태현 선배님 반응이 엄청 재미있을 거라고~!”

“…….”

한태현의 시선이 선우주의 화보로 넘어갔다.

그저 벽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안에서 움찔하는 분위기가 공기 중으로 읽히는 듯했다.

한태현이 허허 웃었다.

“형.”

“네……?”

“두고 봅시다. 이따가.”

“아니, 근데 솔직히 제가 이런 기획을 추천한 덕분에 우리 선배님들께서 분량을 더 챙긴 것 아닐까요?”

“여전히 뻔뻔하시네요.”

“예, 벽 뒤에서 숨어 있으니까 용기가 충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도 기회가 되시면 들어와 보세요.”

하여간, 저 혓바닥은…….

말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깨달은 한태현이 먼 곳을 바라보자, 둘의 티키타카에 다른 사람들이 웃었다.

그때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던 지한빈이 키오스크로 다가갔다.

“그러면 여기서 뭘 하는 건가요? 뭐 먹을지 고르면 돼요?”

“그런 건 아니고.”

우주의 화보가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장사하기 전에 수요 예측을 보려는 거거든요. 사람들이 어떤 메뉴를 더 먹으려고 하는가.”

“그러면 개인 취향대로…?”

“각자 좋아하는 메뉴들을 골라 주면 돼요. 어차피 두 메뉴 다 제공되니까.”

“아하.”

그 말에 TNT의 멤버들이 차례대로 음식을 눌렀다.

한태현은 돈까스, 지한빈은 돼지불백, 석지훈은 돈까스.

그렇게 세 멤버가 선택을 마치고 나자, 가벽 옆에 뚫린 문에서 주세한의 송진우, 여씨 남매들과 뉴블랙 멤버들이 나왔다.

“얘들아~!”

그리고 선우주가 활짝 웃으며 땀을 훔치며 나올 때.

깜짝 놀란 것에 대해 살짝 괘씸함을 가지고 있던 TNT 멤버들의 표정도 그 웃는 얼굴에 금세 풀렸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그들을 맞이했다.

“왔어?”

그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선우주가 안부 인사를 하며 즐겁게 웃는 동안, 그들이 봉투를 내밀었다.

“이건 뭐야?”

“추석 선물이야. 내일 추석인데 빈손으로 오기가 뭐 해서.”

그러고는 TNT의 멤버들이 뉴블랙과 주세한 멤버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건넸다.

안에서 조리하고 있다는 원로 배우들과 다른 주세한 멤버들에게도 선물을 주기 위해 들어갈 때.

“자.”

우주가 식당 한구석에 있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그들에게 봉투를 세 개 내밀었다.

“그럴 것 같아서 나도 준비했지.”

“오…….”

그러곤 마이크를 슥 감싸 쥐며 속삭였다.

“너희 요새 TV에서 피곤해 보이고 그러더라. 보탬이 될 만한 것들을 조금씩 챙겼어.”

“고마워. 형.”

“오… 나 이거 사려고 했던 건데.”

예능 프로에 나왔지만, 왠지 모르게 만남의 장 같은 기분이었다.

추석 명절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최근 7년 차에 접어들어 다소 버거움과 힘겨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선생님들이랑 인사해야지. 얼른 가자.”

눈앞에 있는 사람이 굉장히 반가웠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여희연과 여희찬 남매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우주에게 건넸다.

한태현이 물었다.

“뭐예요? 내기했어요?”

“응. 너희 메뉴 뭐 고를지 내가 맞출 수 있다고 했거든.”

“…….”

“흐핫, 쏠쏠하구만.”

2만 원을 쥐고 졸개들아! 간식비 벌었다! 하고 같이 우아아 하는 뉴블랙 리더의 모습에 그들이 훈훈하게 웃었다.

‘여전하네.’

진지할 때만 진지하지, 여전히 철없는 형이었다.

*   *   *

TNT의 멤버들이 바(bar)처럼 주방을 마주 보고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때.

“네, 주세한과 뉴블랙의 콜라보 ‘장사합니다’의 시식 테스트. 그 첫 번째 손님으로 TNT가 함께 해 주셨습니다!”

“최고의 한류 아이돌이죠?”

주세한 멤버들이 띄워 주는 멘트에 우리도 동참했다.

“맞습니다. TNT 곡으로 연습하지 않는 연습생이 없다고 할 만큼 대단한 분들이죠.”

“아으…….”

“정말 제가 존경하는 선배…….”

“저기.”

지한빈이 내 멘트를 끊었다.

“네.”

“저 선배님이라고 안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굉장히 거북하네요.”

“하지만 제가 말을 편하게 하면 시청자분들께서 저 친구 버릇없다, 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럼 제가 대신 말을 할게요.”

한빈이가 카메라를 보고는 말했다.

“잠시 양해를 구할게요. 저 형이 연습생 때부터 굉장히 오래 만난 형이라 정말 선배님 소리 듣는 게 힘들어요.”

“맞아.”

“거북하긴 하지.”

한태현도 물을 들이켜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편하게……?”

“편하게 하라고! 제발!”

우레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반말 모드로 가기로 했다.

그동안 돈까스 튀김가루를 준비하던 양옥분 쌤이 물었다.

“너희 많이 친하니?”

“네, 연습생 때 좀 오래 얼굴을 봤어요.”

“어쩐지, 아까 선물도 주고받고 그러더라. 너 없었으면 우리 선물도 못 받았겠다.”

“아니에요.”

태현이가 말했다.

“저희 정말 모든 분께 다 드리려고 준비한 거라.”

“그런 것치고는 우주 보따리가 엄청 무거워 보이던데.”

“……보이는 것만 그래요.”

뻔뻔하게 답하며 물을 들이켜는 태현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불백에 들어갈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주세한 멤버들과 우리가 TNT와 가볍게 신변잡기 토크를 했다.

송송송송.

리드미컬 하게 야채를 손질하던 비주가 물었다.

“명절인데 이번에 본가로 가시나요?”

“워우, 칼질… 아, 일이 바빠서요. 추석에 해야 될 게 많아서, 본가에는 끝나고 다녀오려고 해요.”

태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근데 추석에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팔자라서.”

그 말에 다들 공감하듯 웃었다.

추석 시즌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의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좋은 일이었다. 명절 시즌에 바쁘다는 것 자체가, 연예인으로서 여기저기 찾는 곳이 많다는 거니까.

예능인 나미리가 달걀을 꺼내며 물었다.

“그럼, 여기는 우주 씨 때문에 나온 거네?”

“아, 그건 아니고요.”

태현이가 쾌활하게 웃었다.

“앨범 홍보하러 나왔습니다. 주세한이라고 해서.”

“저는 믹스 테이프.”

“저는 드라마 새로 나가거든요. 그리고 지호가 나오면 어떻겠냐고 톡을 해 줘서 왔어요.”

둘이 좀 친해졌나?

전에 슬립에서 카메오로 나오고 나서, 지훈이가 같은 연기돌이라고 번호를 가져간 기억은 있는데.

지호가 예~ 하며 지훈이와 손뼉을 마주친다.

그러자 나를 슥 곁눈질로 보던 송진우가 말했다.

“지금 둘이 친하니까 우주가 되게 경계하는데?”

“그게…….”

내가 해명했다.

“보통 저의 지인들이 친해지게 되면 제 욕을 바탕으로 친해지기 때문에 경계하고 있습니다.”

“맞아여.”

“이미 형에 대한 말을 엄청 했지. 지호가 힘들다고 그러던데.”

“저는 형이 숨기고 싶어 하는 연습생 시절, 옷장에 대한 스토리도…… 읍읍!”

지호의 입을 막고는 화제를 빠르게 돌렸다.

“아니, 어떻게 된 게 한 명도 저 보러 왔다고 안 해 주네요.”

세 명을 흘겨보며 말했다.

“정말 서운하네요. 요리해 주고 싶어서 부른 건데.”

“예능 때문에 하시는 거잖아요. 저희가 밥 한번 해 달라고 할 때는 절대 한 적 없잖아요? 자발적인 것만 치면.”

“설마 제가 한 번도…….”

기억을 샅샅이 뒤졌지만, 검색어와 일치하는 단어가 없다는 뇌의 메시지가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세 명의 시선을 외면하며 말했다.

“뭐, 지금부터가 중요한 거죠.”

“진짜 밥 한 번을 안 해 줬거든요. 연습생 시절에 같이 지내고 그랬는데도, 정말 밥 안 해 주려고 하고.”

“와. 나빴네여.”

나를 험담할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우리 동생들이 흐뭇하게 끼어들었다.

“얻어먹으려고 별짓을 다 했는데.”

“왜요?”

송진우의 물음에 석지훈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형이 한번 해 줬던 밥이…….”

“밥이?”

“너무 맛있었어요…….”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지훈이가 진짜라며 말했다.

“연습생 때 먹는 밥은 회사 구내식당 아니면 근처 밥집이거든요. 그래서 집밥이 흔치 않았는데, 이 형이 진짜 집밥의 귀재였어요.”

“우주가 그렇게 요리를 잘해?”

“예, 제가 요리를 좀 잘했습니다.”

할머니가 몸이 아팠을 때, 이것저것 해 주려고 초등학교 때 배운 거긴 했지만 그래도 백반집 손자의 DNA 덕분인지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

“…….”

요리를 잘한다는 말에 항상 요리를 도맡아 하는 우리 둘째의 눈빛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형, 그렇게 잘하면서…….’

놀고 있는 손을 움직여 사과를 삭삭 깎아, 비주에게 한 입 먹여 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요리에 집중하자 태현이가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와…….”

“왜?”

“이렇게 군말 없이 요리하는 건 처음 보네.”

“…….”

내가 웃으며 말했다.

“저, 태현 씨.”

“네.”

“물이나 드세요.”

다들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태현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는 말도 못 해요?”

“죄송하지만 여기가 저희 매장이어서요.”

“아니, 제가 손님인데 말할 때마다 허락받아야 하나요? 이상한 식당을 다 본다니까.”

그러면서 돼지불백 치사해서 안 먹는다며 돈까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르르륵!

그때 식당에서 쓰는 불의 화력에 힘입어 뉴불백의 냄새가 고소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태현이가 의자를 다시 드르륵 밀자, 내가 눈썹을 치켜떴다.

“안 드신다면서요?”

“……마음이 변했어요.”

뉴불백의 냄새에 현혹된 표정을 보며 웃었다.

이윽고 시식의 시간.

TNT의 세 멤버들에게 각각 두 개의 접시가 나왔다. 한빈이가 음식을 보며 말했다.

“사진 찍어도 돼요?”

“네.”

내가 요리 앞에서 브이를 하며 환히 웃을 때.

TNT의 멤버들이 카메라를 든 채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림자 때문에 안 나와요. 비켜봐요.”

“가끔 보면 자의식 과잉이라니까, 이 형. 모두가 형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게 아니야.”

“……푸흡.”

리혁이가 깔깔거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나는 민망하게 걸음을 물렸다.

그러곤 물었다.

“너희 내 지인으로 온 거 아냐? 누구 편이야.”

“친하니까 이러는 거지.”

그런 말을 넉살 좋게 하던 7년 차 아이돌 멤버들이 표정을 정돈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예능용으로 쓸 리액션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돈까스와 뉴불백을 맛본 순간, 셋의 얼굴에서 ‘!!!’ 하는 자막이 깔릴 만한 표정이 나왔다.

“대박…….”

손으로 우적거리는 입을 가린 지한빈이 외쳤다.

“미쳤다!”

“대박인데…?”

“와…….”

자기들끼리 대박이라고 하더니 음식을 폭풍같이 흡입하는 모습에 우리와 주세한 멤버들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첫 손님부터 성공적이었다.

“돈까스, 이거 어떻게 소스 구하신 거예요? 이거 동네에서 되게 오래되고 맛있는 돈까스집 갈 때 먹었던 맛인데.”

“불백 대박이다. 이거 할머님 레시피야?”

음식이 몹시 맛있었던지 최상의 평가를 내리는 이들이었다.

메뉴에 대한 선호도 조사와 함께 몇 가지 설문에 응한 후, TNT의 멤버들이 배를 매만졌다.

“진짜 잘 먹었다…….”

“너무 맛있었어요. 이거 진짜 대박인데.”

“그냥 메뉴를 단일화해서 판매하시는 게 어때요? 불백이랑 돈까스 반반씩 해서 잘 섞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매콤 밸런스도 좋고.”

태현이도 제법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너무 좋네요. 추석에 이렇게 친한 형도 만나고, 맛있는 밥도 먹고. 정말 서울에서 명절을 쇠는 거 같네요.”

그런 식으로 훈훈하게 멘트를 하는 TNT 멤버들이 슬슬 떠날 채비를 하려고 할 때.

“저…….”

내가 웃으며 불렀다.

“가기 전에 설거지하고 가셔야죠.”

“…….”

“저희 식당은 셀프거든요.”

쳇 하며 일어난 세 멤버가 개수대 쪽으로 접시를 들고 가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설거지를 하다가 허둥지둥 접시를 놓치거나 하는 모습에 지호가 동질감이 느껴진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중현이가 도와주러 가서 같이 콰강강강 하고 옥분 쌤이 골이 울린다고 뭐라고 하시는 동안.

“오?”

새로운 손님이 도착했다.

7년 차 탑 아이돌이 설거지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주변이 환해지는 비주얼을 자랑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재킷을 맵시 좋게 걸친 한류 배우 이견우의 등장에 다들 반겼다.

우리가 재작년에 주세한 추석 특집을 했을 때, C팀으로 함께 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어… 손님이 있었네요.”

혼자 12명을 상대해야 하는 건가 해서 살짝 질려 있었던 내향성 배우의 눈빛이 TNT의 멤버들을 보고 밝아졌다.

여희찬이 인사했다.

“형님 오셨어요?”

“어, 왔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하고 있을 때, TNT의 멤버들이 땀을 훔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안 떠나는 모양새에 물었다.

“너희 안 가?”

“설거지하고 나서 배가 좀 꺼진 것 같아서,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나?”

“당연하지.”

양옥분 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희가 진짜 우주 친구들이긴 하구나.”

“네?”

TNT 멤버들의 위장 크기에 다들 감탄을 하고 있을 때.

이런저런 근황 토크를 하고 있던 이견우 앞에 돈까스와 뉴불백이 놓였다. 15명이 동시에 바라보자 상대가 젓가락질을 머뭇거렸다.

“저, 제가 시선을 받으면 밥을 잘 못 먹어서.”

“예. 그러면 저희 다 같이 위를 볼까요?”

내 말에 다들 고개를 쳐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돼지불백의 고춧가루가 목에 걸렸는지 한류 스타가 콜록거리며 벌건 얼굴로 물을 들이켰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녹화를 하는 동안, 멀찍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다른 손님들도 올 시간이었다.

‘준비할까?’

‘네.’

토크를 하면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을 때, 멀찍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시선과 마주쳤다.

“……?”

주세한의 구재영 CP.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무뚝뚝한 얼굴에 큼지막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   *   *

구재영은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역시 뉴블랙을 부르기를 잘했어.’

순간순간의 센스도 좋고, 게스트로 불러온 연예인들과도 궁합이 찰떡이었다.

처음에는 TNT와는 아는 동료 사이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금세 이견우와도 친해진 모습이었다.

“흐하핫! 저희 불백을 더 얻어 드시고 싶으시다면 뮤비에 출연해 주시면 돼여~”

“진짜요? 뮤비 출연하면 불백 레시피 알려 줘요?”

드립도 주고받고.

전체적으로 오가는 그림들이 좋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였는데도 마치 친척 집에서 재회한 것처럼 온화한 분위기였다.

프로그램의 메인 PD인 그가 원했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늘 느끼는 건데, 우주 쟤는 진짜 잘해요.”

공동연출을 맡은 후배, 오태준 PD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해.’

예능적인 면에서 센스가 좋은 뉴블랙 사이에서도 그의 마음에 쏙 들은 인물이었다.

오태준 PD가 말했다.

“진짜로 듣는 게 쉽지 않잖아요. 재능이에요, 저것도.”

“흔치 않지.”

예능 PD들이 마음에 들어 한 재능은 바로 우주의 듣는 능력이었다.

보통 게스트가 예능에 출연하면, 자기 할 말을 떠올리거나 주변 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없기 마련인데.

저렇게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물 흐르듯이 녹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배님은 고향이 그러면 춘천이신 건가요?”

“응.”

“여기 태현이도 춘천이 본가거든요.”

“진짜?”

간단한 대화들이지만 상대에게서 이끌어 냈던 사소한 정보들을 연결 지어 주기도 하고.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사이사이에 기름칠해 주는 모습이 기특하다.

그러는 동안 오태준 PD와 다르게 구재영의 눈에는 새로운 그림이 하나 그려지고 있었다.

‘꽤 괜찮을 것 같은데?’

예능 피디의 머릿속에서 뉴블랙과 TNT 멤버들이 있는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어둠 속에 자리를 잡는다.

그곳에 새롭게 세팅되는 조리 기구와 테이블.

게스트로 부른 연예인들과 토크도 하면서, 뉴블랙이 개발한 요리를 맛보며 먹방도 보여 주고.

뉴블랙 TV에서 그런 것처럼 외국 연예인을 불러서 한식을 소개해 줄 수도 있고.

흔한 포맷과 뉴블랙이 결합되니 꽤 괜찮은 내용이 머릿속에 완성되었다.

“피디님.”

잠시 딴생각을 하던 그가 옆에서 부르는 조연출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좋은 아이디어긴 했지만 당장 추진하거나 그럴 만한 계획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머리 한구석에 있는 아이디어 뱅크에 그런 생각을 치운 후, 그는 조연출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방금 도착했다고 하는데, 바로 들어오라고 할까요?”

“음…….”

이견우까지 합쳐서 이미 16명이다.

너무 난잡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가 상황을 보며 말했다.

“이제 거의 끝난 것 같으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해. 저 손님들도 금방 나갈 것 같으니까.”

“예, 그럼 마이크 채워 주고 준비할게요.”

구재영이 그 말에 끄덕이며 웃었다.

‘그림이 재미있겠네.’

곧 돌림픽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질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자니 흐뭇하다.

짧게 마주친 것만으로도 예고편으로 광 팔기에 충분한 장면.

그러고 있는 동안 왠지 모르게 서늘함을 느꼈다. 뉴블랙과는 다른 느낌으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오는 느낌.

그렇게 예능 피디가 속으로 멈칫 떨고 있을 때.

“하…….”

실제로 긴장해서 떨고 있는 6인조 아이돌이 식당 밖에서 머뭇거렸다.

‘조온나 떨리네. 시밤.’

‘욕 미리 해 놔야지. 십팔 더하기 십팔 이십팔.’

‘아, 엄마한테 잘하고 온다고 했는데.’

잔뜩 긴장한 그들이 의지할 대상을 찾듯 두리번거리다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훈훈하게 웃었다.

‘어떻게 이런 쓰레기들만 모여 있냐.’

‘세상 쓸모없다. 이 새끼들.’

그렇게 마이크 착용을 마친 그들이 작가들에게 감사함다~ 하고는 후 하며 긴장을 풀었다.

샤라라랑.

마법 소년이 변신하듯 세상에서 제일 화사한 미소년으로 변한 6인조 탑 아이돌.

“갈까?”

“응, 가자!”

틴스피릿이 발랄한 얼굴로 식당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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