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8)화 (49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8화

라이브 방송을 해 보면 어떠냐는 휘연의 말에 내가 동생들을 돌아보았다.

“너희는 어때?”

“재미있을 거 같은데여?”

눈을 반짝이는 지호를 비롯해 다들 동의하는 듯했다.

팬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였다.

근처에 서 있는 우리 매니저 형들에게 시선을 돌리니 ‘너희가 결정해라’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태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일단 다들 회사에 허락부터 받읍시다.”

곧바로 다들 전화기를 들었다.

저마다 책임자를 찾는 동안 우리는 TF팀 사무실에 있는 홍서영 과장님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저희 오늘 주세한에서 친한 아이돌 그룹들 만났는데, 혹시 합동으로 라이브 방송 해도 돼요?”

-당연하지~ 근데 누구랑 같이 할 건데?

“스트릿 보이즈랑요.”

-응.

“TNT랑, 틴스피릿이랑… 그리고 케빈 아시나요?”

-…….

“과장님?”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무 말이 없었다.

드르륵.

의자 밀리는 소리와 함께 홍서영 과장님이 자리에서 번쩍 일어난 듯한 소리가 들렸다.

-누구라고…?

“아, 누구 있냐면요. 차례대로 TNT, 틴스피릿, 스트릿 보이즈, 그리고 에이플비의 케빈이요.”

-그걸 다 같이 하겠다고?

“네.”

다시 홍서영 과장님의 말이 사라졌다.

혹시라도 안 좋은 아이디어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할 때, 과장님이 다급하게 말했다.

-얘들아. 잠깐만. 이거 라이브 방송 하기 전에 다른 회사랑 전화 통화 좀 해 볼게. 이, 이건 특종 건이라서…!

잠깐의 시간 여유를 달라는 말과 함께 통화가 뚝 끊겼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아이돌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서 숨 들이켜는 소리와 잠깐 시간을 달라는 소식이 속속 들렸다.

한조가 멍하니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커지는 모양인데…….”

“우리는 매니저 형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데? 일단 그다음에 라방을 하든지 하라고.”

LB가 반응이 장난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는 한편.

주변에서 돌아오는 반응에 우리가 지금 심심풀이로 해 보자는 기획이 생각보다 사이즈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기사 그럴 만도 한 것이…….

이 자리에 모인 보이그룹들의 연간 앨범 판매량을 합치면 시장 전체의 50%에 육박할 테니까.

“크.”

내 표정에 TNT의 동생 라인이 손뼉을 쳤다.

“드디어 이 형이 우리가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네.”

“이제야 알았어?”

“대단한 거 알면 지금부터 잘해.”

내가 훈훈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선배님.”

“으아…! 진짜, 슨브늠으르그 흐즈 믈르그!”

선배님 소리에 기겁하는 TNT 멤버들의 모습에 동생들이 공감 간다는 얼굴로 키득거렸다.

한편, 라이브 방송이 생각보다 큰일이 되어서 그런지 걱정이 많아 보이는 회사들도 보였다.

첫째로는.

“아… 대표님, 또 잔소리. 아니에요. 제 속마음이 저도 모르게 나와 버렸나 봐요.”

숨 엔터의 대표님으로부터 폭풍 걱정과 잔소리를 듣는 은성이었다.

여우 같은 눈매가 시든 꽃처럼 축 처지고 있었다.

“저 아시잖아요. 제가 눈치를 안 봐서 그렇지,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안 나댈게요. 네~ 아니, 근데 걱정 안 하셔도 되는데? 제가 예능은 이 자리 넘버 투예요!”

대표님에게 잘하겠다며 걱정 말라는 은성이의 말이 들릴 때, 한쪽에선 6인조가 뭐라고 얘기를 듣고 있었다.

“대표님. 저희 욕 안 한다니까요~!”

“저희 못 믿으세요? 맹세할게요.”

“저희 장유유서 존나 깍듯한 거 아시면서, 아니… 대표님이 저희 이미지 순수로 만드셔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맞은편에서 MOP 엔터의 대표가 뭐라고 간곡하게 하는 말에 틴스피릿이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조언을 하는지 틴스피릿의 눈이 흘깃 움직여 우리 쪽으로 향했다.

“네, 네.”

연후가 답했다.

“아, 알았다고요. 뉴블랙 형들 옆에 딱 붙어 있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시발 안 할게요. 네, 씨발도요.”

“저희가 그렇게 못, 못…….”

단어를 떠올리는 틴스피릿에게 리혁이가 ‘미덥다’ 하고 입모양으로 알려 주었다.

“저희가 못 미더우세요?”

잔뜩 걱정하는 MOP 엔터의 대표와 퉁명스럽게 답하면서도 결국에는 수긍하는 틴스피릿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는 동안 각 그룹의 매니저들도 도착했다.

이제는 비어 있는 식당 테이블에 둘러앉아 자리를 잡는 동안 거치대에 올린 핸드폰들이 세팅됐다.

“형, 상황 정리 좀.”

태현이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라이브 방송을 할 건데 각자 폰으로 할 거고요. 저기 있는 카메라는 우리 뉴블랙 TV 카메라인데 라이브 방송을 찍을 거예요.”

“저희 카메라예여~!”

처음에는 홍서영 과장님이 왜 시간을 달라고 한 건지 몰랐는데, 뉴블랙 TV에 올라갈 컨텐츠를 협의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아마 ‘드디어 뭉쳤습니다’ 하는 자극적인 썸네일로 올라가지 않을까.

“자!”

다들 두구두구두구 하며 테이블을 두드리는 가운데 내가 웃으며 말했다.

“방송을 켜 볼까요?”

*   *   *

같은 시각.

전국에 있는 아이돌 팬들을 당황하게 한 대사건의 서막이 올랐다.

“음?”

Y앱의 라이브 방송 알림이 뜬다.

[깜짝 라이브 시작!]

뉴블랙 : 여

이건 뭔 알림일까.

명절 연휴에 친척 집에 방문하거나 집에서 쉬면서 뒹굴거리던 수플레들이 알림을 눌렀다.

‘여?’

건방진 우리 아이들이었다.

수플레들이 반색하며 알림을 누르는 동안 다른 그룹의 팬덤들에게도 비슷한 알림이 뜨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제일 당황한 팬들이 있었으니.

“……뭐야?”

바로 여러 그룹을 잡다하게 덕질하는 일명 잡덕들이었다.

그들의 핸드폰이 지이이잉- 하며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뉴블랙 : 여]

[TNT : 러]

[틴스피릿 : 분]

[스트릿 보이즈 : 안]

[에이플비 : 녕하세요. 케빈입니다 오래 할 거는 아니구 잠깐 했다가 꺼야 되는데 여러분이 너무 보고 시퍼서 왓어요☆ 저 케비니는 지금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어안이 벙벙한 기분을 느끼며 첫 번째로 뜬 라이브 방송 알림을 눌렀다.

그리고 모든 아이돌 팬들은 경악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어……?”

우리 애들이다.

그런데 옆집 애들이 붙어 있었다.

-오! 연결됐어여~!

-안녕하세요! 여러분! 뉴블랙입니다~!

-TNT예요!

-틴스피릿이랍니다~!

핸드폰이 움직인다.

가운데 앉은 뉴블랙을 중심으로 보이그룹 멤버들이 둘러앉아 있는 총 18명의 구도가 눈앞에 지나갔다.

‘……도, 돌림픽이야?’

돌림픽도 이 구도는 못 만들 것 같은데.

라이브 방송에 댓글을 쓰려고 했던 아이돌 팬들이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게 뭐시여..

-얘들아?????

-?

-오빠들 왜 같이 잇어요

댓글이 미친 듯이 올라오는 가운데 쭉쭉 올라가는 시청자 숫자를 보며 아이돌들이 우오오오 할 때였다.

SNS와 커뮤니티에도 난리판이 벌어졌다.

-[속보] 지금 텐틴뉴스 합동라방함 (만우절 아님)

-야 지금 와이앱켜라아아아!!!

-지금 내 두눈을 의심함

-ㅁㅊㅁㅊㅁㅊ 지금 합동라방함

-오늘 뭔 날이야..?

-주세한에서 라방하는 거임??

오전에 봤던 주세한 소식인가 싶어 들어간 이들이 이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댓글이 파바바밧 넘어가는 모습에 화면 너머 아이돌들이 눈을 끔뻑일 때, 중현이 스윽 나섰다.

놀라운 동체시력이 댓글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모인 거예요? 래요.

-다들 댓글 못 보겠으면 중현이 형한테 말해요. 대신 20글자 이상 넘어가면 기억 못 하는 거 기억해 주시고.

리혁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린다.

이내 화면 너머에서 우주가 시청자들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손뼉을 짝 쳤다.

-저희가 왜 모인 거냐면요.

그 말이 다섯 그룹의 라이브 방송에 울려 퍼질 때.

우주가 말을 이었다.

-저희가 오. 오. 오. 오. 오.

오빤 강남스타일이 나와야 할 법한 리듬으로 오가 이어졌다.

-오. 오. 오. 오. 오. 오.

이내 화면 속 우주가 멈췄다.

아이돌 팬들의 속이 터졌다.

‘그래서 왜 모인 건데……!’

갑자기 정지된 상황에 와이앱을 껐다가 다시 들어가 보기도 하고, 방송을 눌렀지만 까만 화면만이 뜰 뿐이었다.

빨간 [LIVE] 알림에 속이 탔다.

‘이거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운 좋게 들어간 이들이 꺄르륵 웃으며 라방을 보는 게 아닌가 싶어 커뮤에 들어간 팬들은 이내 안심했다.

-와이앱 ㅂㅅ 새기들

-서버 증축하라고 몇 번을 말하냐 이새기들은 월급탈때도 라방접속해서 타게해야됨

-[정보] 얘네 서버비 때문에 늘 적자다

-아 그럼 죄송합니다

-근데 지금 돌들도 ㅈㄴ 당황해 있을듯ㅋㅋㅋㅋㅋㅋ

-야 서버 터지는 거 첨 본다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하는 알림에 팬들이 애타는 얼굴로 ‘재시도’를 누르기 시작했다.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와이앱 서버 증축 기원’, ‘라이브가 있는데 왜 보질 못해’ 등이 올라오는 한편.

“…….”

서버가 왜 터졌는지 상황을 파악하던 와이앱 관리자들이 눈을 깜빡이며 접속자 수를 바라보았다.

국내 아이돌 팬들과 해외 팬들까지 더해져 수백만에 달하는 숫자.

서버가 저 좀 도와주세요 하고 비명을 지르는 듯한 숫자에 그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일이고…….’

‘서버가 쑥대밭이 됐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되냐.’

난생처음 겪는 상황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   *   *

“……서버가 터졌네.”

내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말에 틴스피릿이 박수를 쳤다.

“우와!”

“개…인적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TNT의 한빈이가 박수 칠 일이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틴스피릿이 ‘ㅈㅅ’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가 말했다.

“설마 하긴 했는데 진짜 터질 줄은 몰랐어요.”

“이거 근데 어떡하죠? 아예 접속 자체가 안 되는데…?”

다들 걱정스럽게 Y앱 아이콘을 눌러보는 동안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힘내라. 우리 뇌.”

“저희 손발은 머리의 명령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어요.”

동생들의 말에 틴스피릿이 좋아했다.

“손발!”

“저희도 할게요! 손발!”

“와 손발!”

TNT의 석지훈이 물을 마시다 뿜고는 콜록거렸다.

그게 시발점, 아니 자꾸 왜 이런 단어만 떠오르지. 아무튼 그게 시작이 되었는지 다들 눈을 빛내며 날 바라보았다.

‘해결책 내놔.’

나 말고도 머리가 17개나 있는데 그중에 단 한 명도 생각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으으음…….”

고민을 하다가 미리 몇 가지 대안으로 생각했던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러면…….”

그나마 가장 나은 대안이 하나 있었다.

“미튜브로 라방 합시다.”

다들 수긍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오……!”

“괜찮은데?”

“와이앱보다는 훨씬 서버가 튼튼할 테니까.”

그런 훈훈한 웃음과 함께 곧바로 뉴블랙 TV로 라이브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   *   *

여전히 먹통인 Y앱.

‘아, 애들 봐야 되는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수플레들에게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LIVE] 뉴블랙 TV

여기로 옮겨 왔어요~!

오늘의 게스트 : TNT, 틴스피릿, 스트릿 보이즈, 케빈 님

구독하고 있는 뉴블랙 TV의 알림창이었다.

수플레들이 다급하게 알림창을 누르는 가운데, 다른 아이돌 팬들도 알림을 누르며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속보] 뉴블랙TV로 옮겨감

-야 다들 뉴블랙TV 틀어라

-1티비야 2티비야???

-1티비

-그래도 미튭은 서버 튼튼하니까 다행쓰ㅠㅠㅠㅠ

행복하게 라이브 방송을 튼 아이돌 팬들은 이내 눈을 깜빡였다.

‘하느님 시점이냐.’

열여덟의 아이돌을 담기 위해 카메라가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얼굴이 조그맣게 보였다.

문제는 접속 폭주로 인한 안 좋은 화질.

‘음?’

그 속에서 유일하게 고화질 얼굴을 가진 인물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희가 미튜브로 피신 왔어여~!

-네? 아, 잘 안 보인다고요? 잠시만요.

이내 단체 졸업 사진을 찍는 듯한 구도로 다른 아이돌 멤버들이 일어나 뒤편에 옹기종기 모였다.

카메라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나마 사람의 얼굴 형태가 잡혔다.

세로로 3명, 가로로 6명씩.

애타게 화질 1080p를 누르는 가운데, 마침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휴.

다들 숨을 돌린다.

한태현이 말했다.

-저희가 합동 라이브 방송을 하려고 했는데… 서버가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몰랐죠.

지한빈과 석지훈이 말을 보태는 가운데.

-각자 소개해 볼까요? 안녕하세요! 뉴블랙 TV 여러분~ 저희는 틴스피릿입니다~

-아하하하~!

틴스피릿이 자기소개를 하고.

-예, 데뷔 동기 친구들입니다. 스보라고 하고요.

-댓글창에 ‘스모인가요..?’ 라는데요. 스모가 아니고 스보입니다. 스트릿 보이즈의 약칭이에요.

스트릿 보이즈가 자기소개를 하고.

-은녕하세요~!

예능돌아이로 유명한 케빈까지 자기소개를 마쳤다.

누가 봐도 요상한 구도.

마치 피카소와 미켈란젤로, 다빈치가 그린 서로 다른 화풍의 그림이 한자리에 모인 듯한 묘함이 느껴졌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게 대체 뭔지 싶고.

-근데 댓글이 안 올라오고 있네요? 왜 백지지?

-그러게요. 중현이 형, 이거 봐봐요.

틴스피릿 멤버의 말에 중현이 눈매를 좁힌다.

-흐으으으음.

그러고는 다시 눈에 힘을 준다.

마치 투시라도 할 것처럼.

중현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요…? 아니 근데 왜 안 올라오지?

댓글창이 고장 난 것처럼 백지였다.

너무 많은 접속자가 몰려 발생한 오류인 듯했다.

하고 싶은 말이 수백 가지는 있지만 말을 못하는 시청자들이 아오! 하며 소리를 지를 때.

-일단 그러면 라이브 채팅 없이 저희가 별도로 방송을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자연스럽게 MC처럼 나선 우주가 말을 이었다.

-우선 저희가 왜 모였는지 궁금하셨을 텐데, 오늘 소식을 들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가 주세한에 출연을 하게 됐어요.

어떻게 모이게 되었고, 또 평소에 어떤 친분이 있어 이리 모이게 되었는지 조리 있게 소개가 이어졌다.

-오늘 특별한 것을 하기 위해 모인 건 아니고요. 추석에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김에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여러분!

다 같이 일어나서 배꼽인사를 꾸벅하며 꺄르륵 웃었다.

-해피 추석~!

-행복한 명절 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대충 그런 말들인 것 같은데 오디오들이 십여 개가 물리면서 시청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엑뛣딿뙀!

-똬똬뚜따따!

우주가 한 손을 들었다.

곧바로 조용해지는 좌중.

-자… 그룹별로 한마디씩 갈게요.

그렇게 훈훈한 인사가 이어진 후.

-사랑해요! 수플레!

-소울! 우리가 미치도록 사랑한다아~!

-투게더~!

똻뙀 하는 외계인 소리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추석 명절 인사들이 이어지는 한편, 뉴블랙 TV에 접속하고 있는 것은 아이돌 팬들뿐만이 아니었다.

‘얼레……?’

국내의 뉴블랙 TV 구독자들.

‘Oh, what’s this?’

해외의 구독자들도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에 미튜브로는 별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았던 뉴블랙 TV 계정이기에 호기심을 느끼며 눌렀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분 후.

‘……어?’

본격적으로 토크가 시작되려던 때에 멈춘 화면에 아이돌 팬들이 눈을 깜빡였다.

-잠깐만요. 미 선생님..!

-튜브야 어디 가

-않이.. 않이.. 이게 여기서 끊겨??

-라방 좀 제발 보게 해 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

-라방 한번 보는 게 왜일케 힘드냐

-미튜브 사망

-아아 그는 좋은 미튜브였습니다..

이내 탄탄한 서버를 자랑하는 미튜브 라이브마저 터지면서 아이돌 팬들이 울분의 비명을 질렀다.

*   *   *

동글동글 로딩만 뜨며 멈춘 화면.

“어라?”

당황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벙 찐 표정이 됐다.

“이, 이게 왜 또 멈췄지?”

“…….”

“여기 서버가 이 정도로 터질 리가 없는데…….”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접속자 수를 살피던 태현이가 눈을 부릅떴다.

맨날 짓고 있는 특유의 여유 가득한 표정이 아니라 진짜로 놀란 표정이다.

“왜 그래?”

“형.”

“응?”

“형네 뉴블랙 TV 구독자가 몇 명이라고 했지?”

그 말에 내가 동생들을 돌아보았다.

“야, 우리 몇천만이었지?”

“모르겠는데요. 세는 걸 잊어서.”

“1TV랑 2TV랑 숫자 합쳐 봐야 알아여.”

그런 말을 하는 동안 주변이 고요해졌다.

멍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는 TNT, 틴스피릿, 스트릿 보이즈, 그리고 은성이 놈.

‘얘네 왜 저러지?’

‘그러게요.’

태현이가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수천만은 되는 사람들한테 우리 라이브 방송해요~ 하고 알린 거잖아.”

“어……?”

“전국에 아이돌 팬 다 합쳐도 천만이 안 될 텐데.”

“아……!”

그제야 우리의 판단 미스를 깨달았다.

와이앱은 아이돌 팬들만 쓰는 플랫폼이지만 미튜브는 일반 구독자들까지 끼어 있는 플랫폼이었다.

“이거 봤어요?”

LB가 폰을 내밀었다.

“흐어…….”

실시간 검색어가 ‘뉴블랙 라이브 방송’, ‘틴스피릿’, ‘TNT’ 등으로 쭉 도배되어 있었다.

연예부 기자들이 기사 수백 개를 올린 상태에다가.

SNS에서는 또 터졌다며 팬들이 분노하고 있었다. 미튜브를 살벌하게 욕하는 소울들의 댓글에 틴스피릿이 흐뭇하게 웃었다.

‘……우리 팬들이 욕 제일 잘해.’

하지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이거 계획을 좀 달리 해야겠는데…?”

“그래야 할 거 같네.”

원래는 추석 라이브 방송으로 하핫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고 30분 정도 이야기하고 가려고 했는데.

방송이 두 번이나 끊긴 입장에 팬들이 잔뜩 열이 올라 있었다.

어떻게든 보려고 들어온 이들한테 ‘하핫! 들어오느라 수고했어요~ 그럼 이만!’ 할 수는 없었다.

“우리 뭐 하지?”

이번엔 너희가 한 번 아이디어를 내 보라는 표정으로 우리가 동료 가수들을 바라보았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올 때.

“이건 어때요?”

우리 급식 친구들이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   *   *

몇 분 후.

와이앱의 서버가 정상적으로 복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뉴블랙 TV와 Y앱 양쪽으로 방송이 재개됐다는 알림에 아이돌 팬들과 구독자들이 모였다.

‘드디어……!’

원활하게 돌아가는 서버에 모두가 환호할 때.

-????

-또 오류인가??

-와이앱 펀딩 열어요~

-얼굴 보고 시ㅠ어ㅠㅠㅠ

어두운 화면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금 나만 이래?? 화면깜깜함

-콘크인데 현재 스보 화면도 껌껌함

-소울임 화면 내 미래같음

저마다 동일한 현상을 호소하고 있을 때.

번쩍- 하는 섬광이 둥글게 둘러앉은 아이돌들을 비추는 가운데, MC를 맡은 우주가 달봉이를 마이크처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전 국민에게 익숙한 마성의 문장이 울려 퍼졌다.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 주세요.

라방을 시청하던 팬들이 마시고 있던 것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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