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9)화 (49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9화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

불이 환히 켜지며 아이돌 멤버들이 짜잔~ 하듯 손을 흔들었다.

-마피아 게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아아아아-!

18명의 대인원이 우와아아 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는 동안 우주가 손에 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와, 반응이 정말 뜨겁네요. 댓글을 읽을 수가 없어요.

그 말대로 댓글이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마피아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들.. 세상에 누가 추석에 마피아를 해요.. 물론 전 찬성

-휴.. 그래도 인간 탑쌓기 이런 게 아닌게 어디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미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 속의 우주가 댓글 하나를 캐치한 듯 웃었다.

-미튜브 댓글창에서 마피아 게임이 뭐냐고 여쭤 보시는 분이 계시네요.

-모르는 분이 있어요?

틴스피릿 멤버들이 웅성거렸다.

-이건 완전 어린 친구들도 알 텐데.

-와, 이걸 어떻게 모르시지?

우주가 생긋 웃으며 답했다.

-58세라고 하시네요.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생각이 짧았어요!

10대 소년들이 다급하게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우주가 룰 설명을 했다.

-마피아 게임의 룰은 간단합니다. 사회자가 마피아를 지목하고, 밤이 되면 마피아가 시민을 지목해서 탈락시킵니다.

시범을 보여 주듯이 중현이 지호를 가리키는 시늉을 하자, 지호가 께꿍 하고 뒤로 넘어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낮이 되면 시민들이 토론을 해서 마피아가 누구일지 추리를 하며 검거하죠. 물론 진짜 마피아가 안 걸릴 수도 있습니다.

비주와 중현이 리혁을 지목하고, 리혁이 황당해한다.

그밖에 경찰, 의사 등이 추가된 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본격적으로 마피아 게임이 시작됐다.

‘하악…….’

아이돌 팬들의 가슴이 흥분으로 두근거렸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세상 이런 꿀잼이 있을 수가 없었다.

보고 있는 것은 Y앱 라이브지만, 기분만으로는 마치 추석 특집 예능 한편을 보는 듯하다고 할까.

우주가 중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눈을 감고도 기척을 감지할 수 있는 기인이 존재하는 만큼, 마피아가 누굴 탈락시킬지 지목하는 건 폰으로 하겠습니다.

-네!

-다들 폰을 들어 주세요! 마피아로 선정된 5명에게는 제가 직접 톡을 보내겠습니다.

시청자도 정체를 모르는 마피아.

모두가 긴장감을 느끼고 있을 때.

[까똑!]

한조의 폰에서 명랑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엇.

-푸하하하하!

시청자들과 아이돌들이 웃음이 터진 가운데 한조가 ‘아니, 저…’ 하는 얼굴로 우주를 돌아보았다.

이마를 짚고 절레절레 하는 우주.

같은 팀원인 기원이 한숨을 쉬었다.

-형, 무음모드 몰라?

-미안. 아니, 폰을 끄고 있었어서 몰랐지.

-우와 알림음 진짜 크다. 우리 엄마 폰이 저런데…….

무효로 돌리고 다시 선정을 시작했다.

우주가 곧바로 톡에 톡톡톡 뭐라고 입력하면서 저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오!

케빈이 헉 했다.

다들 고개를 돌아보자 씩 웃으며 말한다.

-스팸 왔어요.

-아이…….

그 밖에 톡이 정말 온 것인지 헷갈리도록 일부러 예능용으로 과장하는 표정을 짓는 멤버들도 있고.

선정을 마치고 첫 번째 낮이 밝아 올랐다.

마피아를 추리하는 시간.

-일단.

지호가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저는 아니에요.

-요?

-요오오? 저거 연기톤인데?

연기 멤버인 석지훈의 말에 다들 삽시간에 몰아가면서 지호가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여! 여!

-의심 살 짓 하지 마요. 지호 씨.

석지훈이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틴스피릿의 연후가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런데 선배님 목소리 톤이 조금 낮아지신 것 같은데요.

-맞아. 너야말로 연기 톤인데.

-얘 연기하네.

같은 팀의 지한빈과 한태현이 몰아가면서 첫 번째 타자로 의심 받은 것은 연기를 하는 멤버들이었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 석지훈이 다급하게 케빈을 지목했다.

-제일 수상한 건 저기지. 케빈 씨가 저렇게 말이 없을 사람이 아닌데, 조용히 있잖아요.

-저 말하고 있었는데요…?

-그래요? 못 들었어요.

떠들썩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아무나 붙잡고 네가 마피아지! 하고 있는 아이돌 멤버들의 모습에 팬들이 흐뭇하게 웃었다.

‘우리 애 최고 귀여워.’

‘이야. TJ 놈들도 안 찍어 준 자컨을 뉴블랙이 찍어 주네.’

‘은성아. 얼른 기 죽어!’

자기들 딴에는 으르르렁! 하며 진지하게 하는 것 같은데 어째 팬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고양이들 싸움이었다.

뉴블랙의 하찮은 아우라가 몽글몽글 번진 느낌.

-귀여웤ㅋㅋㅋㅋ

-애들 뭐라고 하는 거 사실 귀에 안 들어옴ㅋㅋㅋㅋㅋㅋㅋ

-보면서 하는 생각 : 귀엽다.. 귀엽다..

-노잼이어도 좋으니까 마피아 10시간 해줘

-근데 누가 마피아 같음???

-난 일단 케빈이랑 한태현 둘은 확정일 거 같음,, 예능에서 잘할 캐릭터들 골랐을듯

-222 저 둘은 마피아 아니어도 경찰이나 의사 하나씩은 시켜 줬을듯

한편, 현장에서 첫 번째 라운드의 마피아 추리는 병맛으로 가고 있었다.

-제 생각인데.

중현이 LB를 가리키며 진지하게 헛소리를 했다.

-보통 범인은 모자를 많이 쓰지 않나요?

-맞네!

-아니, 뭐가 맞아요?

LB가 펄쩍 뛰자 다들 깔깔거리며 말했다.

-펄쩍 뛰는 거 보니까 마피아다! 원래 방귀도 뀐 사람이 성질 낸다고 하잖아여.

-나무 형은 생긴 것도 범인 상이야.

-아니, 이렇게 생긴 걸 어떡하라고. 생긴 걸 바꿀 수 있어요?

그 말에 중현과 우주가 LB를 바라보며 무언가 표정을 지었다.

등을 돌려 시청자들에게는 각도상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돌 멤버들이 ‘!!!’ 하는 표정으로 박장대소했다.

‘뭔데? 뭘 한 건데?’

대체 뭘 한 건지 LB가 수긍했다.

-바꿀 수 있네요. 얼굴.

-아니, 근데.

그때 리혁이 끼어들었다.

-나는 이렇게 비논리적인 추리는 반대예요. 시민들끼리 논리적으로 추리를 해야 되지 않겠어요?

-…….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진지함 100퍼센트의 말에 아이돌 멤버들이 눈을 끔뻑끔뻑했다.

지호가 손을 들었다.

-리혁이 형 죽이실 분?

리혁을 제외한 전원이 손을 들었다.

-아니, 이건 말도 안 돼! 나 같은 필수 인력을 이런 식으로 탈락시킨다고요?

-그게 최후 변론이에여?

-나를 죽이면 정말 후회할 거예요.

심금을 울리는 리혁의 말에 아이돌 멤버들이 웃으며 엄지를 꺾었다.

리혁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나를 마피아로 지목하다니!

벌떡 일어난 리혁의 귀가 벌게졌을 때, 우주가 말했다.

-리혁 씨는……!

-너무한다. 다들. 진짜….

-마피아가 맞습니다.

-촉이 좋네요.

부들부들 하던 리혁이 헹 하는 얼굴로 물러나서 앉자, 리혁을 마피아로 지목한 시민들이 당황했다.

-어라?

-뭐야. 진짜였어?

-아니, 우린 무고한 사람을 찍고 싶었을 뿐인데…! 어째서…!

-1라운드 무고한 시민은 상식 아닌가요!

틴스피릿 멤버들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마피아가 4명으로 줄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피 튀기는 마피아 게임의 서막이 올랐다.

-움직이지 마여! 지금부터 움직이면 범인이야!

-숨 쉬면 마피아!

-이거 봐요! 오늘의 운세를 봤는데 마피아가 95년생이래요! 이거 운세 사이언스라니까요.

-리혁아 진정해! 유사과학이라도 참아!

온갖 병맛 대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아이돌 팬들에게 웃음을 줬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환장 파티.

-대상 라인업끼리 모여서 초딩 싸움이냐고ㅋㅋㅋㅋㅋㅋ

-초등학생 : 절레절레

-마피아 개못해서 더 웃김ㅋㅋㅋㅋㅋㅋㅋ

-애들이 맹해서 그렇지 다들 착해

-아니 뉴블랙한테 다 뭐 옮은 거 같음ㅋㅋㅋㅋㅋㅋ

-수플레인데 인정하는 바임

물론 그 와중에도 예리한 추리가 오가기도 했다.

-지금 공범을 어떻게 보호할까 고민 중이신 것 같은데. 어어… 갑자기 표정 어색해지고 있어요~

-근데 방금 절 공격할 때 사악 웃었단 말이죠.

그리고 그런 추리의 대부분은 틴스피릿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던 아이돌 팬들이 감탄했다.

-틴스 개잘한다ㅋㅋㅋㅋㅋ

-급식이라 마피아 현역임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수학여행 같은데서 한두 번 해 본 짬바가 아님

-마피아 학원 1타강사들 같음

-해 봐야 한두살 차이긴 한데 약간 대학생 형들이 눌리는 거 같은 느낌

종횡무진하며 마피아 게임의 주도권을 가져온 틴스피릿이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신기함을 느낄 때, MC인 우주가 적절하게 질문을 던졌다.

-선배님들 정말 마피아 잘하시네요.

-평소에 숙소에서 맨날 하거든요~ 벌칙 걸고 하는데 스트레스 해소할 때 진짜 좋아요.

-아하. 아래층에서 나는 소리가 그거였군요.

우주의 말에 뉴블랙 멤버들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틴스피릿 팬들은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애들 숙소에서 귀엽게 마피아를 하는구나!’

‘세상 무해한 거 봐!’

실질적으로는 개와 소가 난무하는 마피아였지만 팬들은 행복할 뿐이었다.

그때 틴스피릿의 리더 휘연이 말했다.

-근데 말이에요. 우주 형.

-네.

-아까부터 뭔가 이상해서 여쭤보는 건데, 지금 마피아가 3명이잖아요.

-네~

-제 느낌일 수도 있는데 혹시 세 명 중 하나가 사회자인… 형은 아니죠?

-아니죠.

우주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할 때, 휘연이 상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설마 형이겠어요.

-맞아. 우주 형이 그랬으면 살아 돌아갈 수가 없으실 텐데~

-수학여행 때 사회자가 이러면 이불로 돌돌 싸서 옷장에 가두고 그러잖아요~ 하하하하!

상냥한 미소년들의 말에 우주가 어… 하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말을 바꿨다.

-정정합니다. 현재 마피아는 2명입니다.

-야! 와, 이거 어쩐지!

-미안하다. 태현아, 너 죽인 거 나 맞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나부터 죽였다니까!

한태현이 벌떡 일어나서 항의하고, 현장에 있는 이들이 다 같이 일어나 MC에게 달려들었다.

지호와 리혁이 ‘화면 조정시간입니다’ 하는 전광판을 띄우고.

비주가 그 앞에서 발레리노처럼 우아하게 춤을 췄다.

-악! 아아아악!

그 뒤편에서 들리는 소리만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짐작하게 할 뿐.

상기된 얼굴로 다들 자리에 앉는 동안 우주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흐트러진 셔츠를 정리하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짜증나. 저 와중에 잘생겼어.

누군가의 말에 다들 공감한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그동안 우주가 능청맞게 웃으며 진행을 이어 갔다.

‘와. 근데 사회 진짜 잘 본다.’

아무래도 녹화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하는 라이브 방송인 만큼 재미없을 만한 순간들도 있는데.

꽁트 같은 대화를 주고받거나, 혹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거나 할 만한 부분을 콕 찍어 주는 우주였다.

팬들이 흥분할 만한 TMI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 이제 마피아의 정체를 공개하겠습니다…!

막판까지 밝혀지지 않은 두 마피아의 정체를 두고 우주가 그 정체를 공개하려고 할 때였다.

긴장감 어린 얼굴로 마지막에 생존한 자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

-마피아는 바로……!

그리고 그 순간.

‘어?’

바로오오오오~ 하는 말과 함께 버버벅 하는 와이앱 라이브였다.

오래된 TV를 퉁퉁 치듯이 저도 모르게 휴대폰의 옆구리를 치는 팬도 있고, 놀라서 화면을 누르는 팬도 있었다.

하지만 화면은 먹통이었다.

SNS와 커뮤니티에 불이 붙었다.

-않이.. 않이 이거 또 먹통이야??ㅠ???

-그래서 마피아 누군데ㅠㅠㅠㅠ

-나도 알려 주라

-이거 나만 먹통인거 아니지??? 그런 거지???

그렇게 1분 정도 걸렸던 렉이 풀린 후.

‘다시 된다!’

흥분한 아이돌 팬들의 앞에 다시 라이브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어라……?’

예상했던 내용이 아니었다.

마피아 게임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제 다시금 엔딩 포즈로 돌아온 아이돌 멤버들.

중앙에 앉아 있는 우주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어떠셨나요?

-너무 재미있었네요. 정말 그분들이 마피아일 줄은 몰랐어요.

저마다 소감을 말하며 추석 잘 보내라고 웃으며 말을 하고 있을 때.

채팅창을 본 아이돌들이 웃었다.

-어?

비주가 말했다.

-형, 마지막에 마피아 정체 밝힐 때. 렉이 걸렸대요.

-그래?

-우리 렉 걸렸었어요?

모니터링하고 있는 매니저들에게 왜 안 알려 줬어요? 하는 눈빛을 보내자, 매니저들이 답했다.

-정신없이 보느라.

뉴블랙의 리사조아 매니저의 목소리였다.

그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아이돌 멤버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자기들끼리 섞여서 막 웃는 게 시작할 때보다 한결 더 친해진 듯한 모습.

훈훈한 모습이 보기 좋기는 했는데…….

‘그래서 누구였는데…!’

궁금해하는 팬들의 댓글에 우주가 씩 웃으며 출연자들을 둘러보더니 눈짓을 했다.

-자. 이럴 때는 뭘 해야 되는지 알죠?

-네!

-마피아의 정체는 말이죠~

다 같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뉴블랙 TV에서 확인해 주세요~!

-흐하하핫!

-해피 추석~!

-여러분! 풍성한 한가위 되세여! 여여여~! 그럼 안뇨오옹~!

손을 흔들며 와아아 하며 방방 뛰는 아이돌들의 모습과 함께 뚝 끊기는 와이앱 라이브 방송.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팬들의 눈빛이 멍해졌다.

*   *   *

먹통이 된 시간까지 합해서 1시간가량의 라이브 방송을 끝낸 후.

다 같이 웃으며 외쳤다.

“고생했어요~!”

“아! 재미있었다!”

여기저기서 손뼉을 마주치며 시끌벅적한 인사가 오갔다.

카메라가 꺼진 걸 확인한 틴스피릿이 다가와 말했다.

“행님, 사회 보느라 고생하셨슴다.”

“아까 등짝 세게 때린 거 너네지?”

“……아닌데요? 아닌데.”

“손자국 대조해 보면 다 나와요.”

“그, 그게 나와요?”

대충 블러핑을 하니 바로 넘어와서 미안하게 됐어요~ 하는 틴스피릿이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들떠 보이는 표정이다. 뺨까지 상기된 틴스피릿의 모습에 내가 물었다.

“많이 재미있었어?”

“네. 맨날 저희끼리만 하다가 갑자기 사람 늘어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개존잼.”

연습생 때 친한 친구들과 노래방 가서 신나게 놀았을 때의 그 표정과 눈앞의 얼굴들이 겹쳐 보였다.

별것도 아닌데 너무 재미있고, 그런 기분.

틴스피릿이 다른 멤버들에게 다가가는 동안 태현이가 다가와 말했다.

“옛날 생각 나지?”

“그러게. 간만에 재미있었어.”

진행을 맡기는 했지만 나도 너무 재미있었다.

앨범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을 만큼.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들 비슷한 기분인 듯했다.

하기사 놀지 못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놀았으니, 아마 장마철 내내 집에 있다 간만에 산책 나온 강아지 같은 기분이 아닐까.

내가 태현이에게 말했다.

“다음에도 또 기회 되면 좋겠다.”

“좋지.”

강렬했던 1시간이 끝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뻐근한 몸을 주무를 때.

번호 교환하고 신이 나 있던 무리에게서 말이 날아왔다.

“우리 단톡 파요!”

“단톡!”

단톡도 하나 생겼다.

18명이라 그런지 말 몇 마디만 하는데도 순식간에 메시지가 +50이 되어 가는 광경에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오늘 와 줘서 고맙다.”

“고맙긴.”

TNT의 동생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오늘 게스트로 와 준 이들에게도 인사를 전하며 명절 잘 보내라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단체 셀카도 찍고.

“자, 다 같이!”

“파이팅~!”

밥이라도 먹고 헤어질까 생각했는데…….

“흐어!”

밖에 있는 사람들 숫자를 보던 LB가 달려왔다.

“미친, 밖에 사람 장난 아니게 많아요!”

“많아…?”

“거의 며, 몇백은 될 것 같은데.”

한나절 넘게 진행한 주세한의 녹화 때문인지 장소가 다 오픈된 듯했다.

모인 사람들 면면이 면면인지라 바깥에 대포 카메라도 가득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밖을 슥 둘러보던 원석이 형이 돌아와 말했다.

“취재 차량도 있는데?”

“…….”

“연예부 기자들만 아는 얼굴이 열 명이 넘어.”

“아, 마스크 안 챙겨 왔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오며 다들 가방을 주섬주섬 뒤적이는 한편, 다 같이 눈이 마주쳤다.

“…….”

“…….”

무언가를 공감할 때 나오는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조가 부드럽게 웃었다.

“만약에 다음에도 모일 거면 조용한 데서 모여요. 우리.”

“저희 숙소로 오세여~”

“진짜? 가도 돼여?”

“넹, 어차피 리혁이 형이 치울 거… 아아악!”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 밖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 매니저들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

태현이가 말했다.

“나 방금 좋은 생각났어.”

“뭔데?”

쓰려고 했던 선글라스를 셔츠 깃에 꽂으며, 우리 대선배님이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재미있게 헤어집시다.”

*   *   *

비슷한 시각.

스탭들과 함께 TBC 방송국으로 돌아온 구재영 PD가 휴게소 녹화 준비를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피디님!”

한 작가가 그를 불렀다.

“이거 보셨어요?”

“뭐가 나왔어?”

구재영 피디와 다른 제작진들의 눈이 태블릿 PC로 향했다.

미튜브에 올라온 영상 하나.

연예부 언론사에서 올린 영상 클립이었다.

[화제의 라이브 현장]

그런 제목과 함께 재생된 영상에 누군가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저 골목이 꽉 찼네.”

카메라가 사방에 가득하고, 플래시가 번쩍번쩍하고 있는 식당 앞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음?”

첫 번째로 TNT의 세 멤버가 마스크를 안 쓴 채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식당 앞에 멈춘 차량에 올라타기 전에 마치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것처럼 부드럽게 손을 흔들어 준다.

그러곤 핸드폰 전광판을 동시에 들었다.

[주세한 많관부~♡]

주세한의 제작진이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나온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 케빈도 비슷한 전광판을 들면서 퇴장하고.

“흐하하핫!”

마지막으로 나온 뉴블랙도 익살맞게 춤을 추며 나왔다.

춤추는 강아지 이모티콘처럼 씰룩씰룩 춤을 추는 멤버들이 ‘주세한 꼭 시청해 주세요~’ 하는 영상.

오태준 PD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 이게 얼마짜리 광고야.”

“이 친구들 광고계 몸값 합치면 200억은 될걸요.”

“지금 기사도 엄청 올라왔어요. 실검에도 또 올라오고… 이번 특집 진짜 안 될 수가 없겠어요.”

‘주세한’의 키워드가 가득한 인터넷 분위기에 그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뉴블랙이다.’

섭외한 게스트에 대해 무한한 애정이 샘솟는 기분을 느끼는 한편.

-‘마피아는 누구?’.. 뉴블랙, 동료 아이돌들과 이색 라이브 방송

-“사실상 추석 특집”.. 뉴블랙, 틴스피릿, TNT 등 한 자리에 모였다.. ‘라인업 실화냐’

-[포토] ‘제가 마피아로 보이신다고요?’.. 뉴블랙 리혁

오늘 Y앱과 미튜브 서버를 터뜨린 라이브 방송으로 인터넷이 후끈 달아오를 때.

그런 반응들을 보며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하…….”

기사를 모니터링하며 허망한 표정을 짓는 한 남자.

‘망했네.’

내일 TV 방영을 앞두고 있는 돌림픽의 담당 PD였다.

인터넷에 가득한 반응들을 모니터링하던 그가 조용히 맥주를 꺼내 들었다.

“…….”

왠지 모르게 술이 당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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