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01)화 (50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01화

목적지인 중평 휴게소까지는 대형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카메라가 설치된 버스에서 출연진과 즐겁게 수다를 떨고, 게임도 하면서 분량을 열심히 뽑았다.

“60세 이하 접어.”

“아아아!”

“뭣들 해? 얼른 접으라니까.”

양옥분 쌤의 말에 다들 손가락을 접었다.

곧이어 벌칙에 걸린 리혁이가 헬륨 풍선을 슈우웁 마시고 나는 개똥벌레~ 하며 처량하게 노래를 불렀다.

다들 박장대소를 하는 가운데 우리가 말했다.

“리혁이의 자전적인 노래예요.”

“이 형한테 친구가 저희밖에 없거든여.”

“인정. 저희니까 친구 해 주는 거죠.”

홍조가 떠오른 하얀 얼굴이 헬륨 목소리로 에에엥 외쳤다.

“난 땅신들이랑 칭구 아니야아아!”

“근데 표정은 다른데여? 친구라고 하니까 좋아하는 거 봐여~”

“아니이이야!”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변해 가는 리혁이를 놀리고 있을 때.

버스에서 나올 법한 분량을 적당히 뽑아내고 있는 우리와 출연진에게 오태준 PD가 손짓했다.

“자! 이제 앞으로 40분가량 더 가면 목적지인 중평 휴게소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준비 단단히 하셨죠?”

“네!”

“오늘 미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태준 PD가 핸드폰의 메모를 읽었다.

“오늘의 미션! 일일 장사!”

“빠밤-!”

“여러분의 임무는 명절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귀경객들에게 돈불정식을 파는 것입니다.”

“맛 좋은 요리~!”

우리가 화음을 넣어 주자 피디님이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원래 점심과 저녁 장사로 계획을 했는데, 시간 관계상 점심 장사만 하기로 협의가 됐습니다.”

다들 엉덩이를 들썩이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와아아아!”

“아이고, 한숨 놨구만. 하하.”

“그래. 태준아, 솔직히 저녁까지는 진짜 무리수였다니까.”

오형석의 말에 다들 공감했다.

저녁까지 하게 되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엄청 몰릴 텐데, 그것 때문에 어마어마한 교통 체증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원로배우 선생님들의 체력 문제도 있고.

“대신.”

오 피디가 말했다.

“오늘 점심 장사는 오후 2시 반까지, 혹은 재료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재료가 어느 정도 있는데?”

“아마 지금 있는 재료로는 3시까지도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장사는 대략 12시에서 3시까지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여희연이 물었다.

“감독님, 그래서 미션이 뭐예요?”

“오늘의 미션은 휴게소 푸드코트 최고 매출 달성하기입니다. 성공 기준은 간단합니다.”

오태준 감독이 기준표를 들어 보였다.

“중평 휴게소 푸드코트의 역대 최고 일일 매출이 있는데요. 그걸 넘어서면 성공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점심 장사 한 번으로…?”

“장사가 잘 된다면 가능합니다. 충분히.”

우리가 눈을 깜빡이다가 리혁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주세한 멤버들도 바라보는 가운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린 리혁이가 손가락으로 OK를 했다.

“돼요.”

“리혁이가 된대요.”

다들 납득했다.

그때 지호가 손을 번쩍 들었다.

“감독님! 그러면 보상은여?”

“우선 저희가 선정한 매출 구간이 있는데요. 그 구간이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주사위를 하나씩 더 주겠습니다.”

부루마블처럼 주사위를 굴려서 다음 목적지를 고르는 주세한 출연진들.

오늘 장사가 잘될수록 주사위를 굴릴 수 있는 횟수를 더 늘려 주겠다는 모양이었다.

여희연이 내게 신뢰감 가득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근데 주사위 1번만 굴려도 되지 않아요? 우주한테 한 번 굴려 달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맞네!”

“우주야, 이따가 그 사기 좀 부탁한다.”

그 말에 우재용 선생님이 눈을 크게 뜨며 날 바라보았다.

“그래? 우주가 그렇게 사기를 잘 쳐?”

“말도 못해요, 쌤. 뉴블랙 TV 보시면 다 나와요. 리더도 고스톱으로 딴 거란 소리가 파다할 정도거든요.”

“신통방통하구만.”

송진우의 촐싹거리는 말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나를 이용해서 주사위를 굴리겠다는 계획은 곧바로 제작진에 의해 좌초됐다.

“우주 씨가 굴리는 건 안 됩니다.”

“에이.”

다들 시무룩해하는 모습을 보며 웃던 내가 질문했다.

“그러면 저희는요, 피디님?”

“게스트로 참여해 준 뉴블랙 분들에게는 별도 보상이 있습니다. 이번 특집은 관련 업계와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인데요.”

오태준 피디가 말했다.

“그분들께서 뉴블랙 분들에게 무제한으로 돼지고기를 보내 주시겠다고 하네요.”

“대, 대박……!”

동생들이 웅성거렸다.

우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침을 꼴깍 삼키자 오태준 피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짐작하셨겠지만, 주세한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매출 구간이 올라갈수록 무제한 제공기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

“룰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시죠?”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주세한 멤버들과 눈을 마주쳤다. 크로스 하듯 손을 내밀었다.

“돼지고기를 위하여.”

“유럽 여행을 위하여.”

찐한 눈빛을 교환하며 끄덕끄덕 하는 가운데.

오형석이 하핫 웃으며 말했다.

“근데 뭐 이 정도면 쉬운데? 홍보는 못했지만 금세 SNS로 소식 퍼질 거 아냐. 그럼 손님들도 엄청 올 거고.”

“맞아요. 무난할 것 같아요.”

“이 정도면 껌이지. 그간에 미션 진행했던 거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하던 송진우가 말끝을 흐리며 눈매를 좁혔다.

“잠깐만. 우리 프로가 그렇게 순탄하게 가는 프로가 아닌데…….”

“태준이 봐. 저거 웃고 있는데?”

어딘가 쎄한 느낌을 받고 있을 때, 오태준 피디가 보여 주었던 매출 기록을 보던 예능인 나미리가 말했다.

“어머, 저거 이상한데? 역대 최고 매출이면 명절 기간도 포함인 거잖아. 근데 왜 저거밖에 안 돼?”

“그러네요…?”

중평 휴게소 역대 최고 일일매출 Top 5라고 적힌 수치는 휴게소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이 보기에도 적었다.

리혁이가 곧바로 토도독 검색했다.

그러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

“왜 그래?”

“지금 중평 휴게소 매출 검색해 봤는데요. 충청권에서 최하위라고 하는데요…?”

“……!”

다들 리혁이가 들고 있는 태블릿 속 내용을 바라보았다.

휴게소에 달린 리뷰들.

-누가 휴게소를 이딴 데 지어 놓은 걸까요

-휴게소가 아니고 대피소로 해야 될듯. 여긴 북한군도 존재를 모르고 지나칠듯합니다

-전쟁 나면 중평 휴게소로 가는 거 추천합니다ㅎㅎ

-위치가 개구림.. 대형 휴게소들 사이에 있어서 더 그런가 보네요

조금만 더 가면 좋은 휴게소가 있고,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서 인기가 없는 휴게소인 모양이다.

비주가 긍정적으로 활짝 웃었다.

“그래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일일 최고 매출 정도는…….”

“음? 저거 연도도 이상한데?”

오형석의 말에 다시 표를 들여다보았다.

역대 최고 매출이라고 쓰여 있는 것들이 대부분 2012년도 즈음에서 멈춰 있었다.

“…….”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자 오태준 피디가 웃고 있었다.

“최근에 매출이 조금 떨어진 상태라고 하네요.”

“그 최근이?”

“한 5년 동안 계속…….”

“태준이, 너 나와 봐. 이리 와! 야! 야!”

흥분한 오형석이 저걸 확 그냥 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동안 다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호가 말했다.

“미션 이름 바꿔야 하지 않을까여. 휴게소 살리기로…….”

“휴게소에서 살아남기는 어때?”

“으음, 넘 올드해여.”

그 와중에도 할 말은 하는 우리 막내였다.

그때 오태준 피디가 말했다.

“참고로 손님들이 SNS나 전화 등으로 홍보해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여러분이 부탁하실 수는 없습니다.”

“태준아. 그럼 손님을 어떻게 모아? 애초에 오는 손님이 많지 않다며.”

“추석 명절 연휴니 그래도 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객관적으로 계산하면 당연히 성공 가능한 미션이긴 한데, 왠지 모르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불안에 떠는 주세한 출연진과 다르게 우리는 평온했다.

“……큰일 났네. 오늘 장사 잘할 수 있나? 손님들 몰려오기 전에 끝나 버리는 거 아니야?”

“불안하신가요?”

“불안하지…. 너넨 안 불안하니?”

오형석의 물음에 우리가 말했다.

“좋은 방법이 하나 있거든요.”

“뭔데?”

주세한 멤버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중현아.”

“꺼낼게요.”

중현이가 책가방에서 주섬주섬 두꺼운 양장본 서적을 꺼냈다.

우리가 후후후 웃으며 말했다.

“중현이와 마법의 책입니다…!”

“오.”

“이걸로 오늘의 운세를 점칠 거예요.”

어떤 원리로 마법책이 작동하는지 말해 주고는 중현이가 근엄하게 젤리젤리를 외치며 책장을 펼쳤다.

촤라라락. 촵!

중현이의 손가락이 페이지 하나를 짚었다.

[때로는 갑자기 벼락이 떨어질 때도 있다.]

우재용 쌤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안 좋은 거 아니냐?”

“쌤, 역방향이요.”

“아, 거꾸로~?”

집중하고 있는 주세한 출연진에게 우리가 책을 거꾸로 들어 보였다.

거기에 작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 돈벼락이다.]

오태준 피디의 안색이 시무룩해지는 동안 다 같이 환호하며 즐겁게 웃었다.

먹구름 따윈 하나도 없는 오늘의 운세였다.

*   *   *

목적지에 도착해 중평 휴게소에 내렸다.

주차장은 넓은데 건물들은 작고.

“정말 여기에 휴게소가 있구나.”

“그러네요.”

그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막내가 큰 건물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기 큰 건물이 하나 있어여.”

“화장실 같은데?”

“…….”

이른 아침부터 도착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차장에도 차가 거의 없었다.

제작진이 촬영 장비를 세팅하러 움직이며, 미리 도착해 있던 구재영 PD의 선발대와 합류하는 한편.

“아이고오오오! 안녕하십니까! 이 누추한 곳에 귀한 분들이……!”

굉장히 기뻐 보이는 표정의 휴게소 소장님이 나오셨다.

대충 시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소개와 함께 아주 강렬한 훈화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진 소장님이었다.

“저희 좀…….”

“네!”

“살려 주세요.”

정말이지 강렬했던 한마디였다.

그러는 동안 제작진이 미리 세팅해 놓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오……!”

“그래도 푸드코트가 생각보다 넓은데요? 테이블도 많고.”

“근데 저게 주방이에요…?”

식사하는 공간에 비해 조리 공간이 굉장히 작은 편이었다.

설계를 의뢰하신 분에게 설계자가 무언가 악감정이 있다거나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 만큼.

비주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도 되게 예쁘게 꾸며진 것 같아요.”

“예쁘긴 하다.”

본래 있던 푸드코트 간판은 내려가고 거기에 ‘뉴블랙&주세한’s 키친’이라는 네온사인이 붙어 있다.

메뉴판에도 ‘뉴불백&옛날돈까스 정식’이라는 메뉴가 붙어 있고.

“진짜 장사하는 것 같네.”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여? 예전부터 우리끼리 상상만 해 보던 거였잖아여. 창업하자고 말로만 그랬는데.”

수플레빵을 팔면서 베이커리의 꿈을 꾸었던 때가 문득 떠올라서 웃음이 나왔다.

“자자! 일단 일 시작합시다!”

“네!”

냉장고에 재료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조리 도구를 확인하고.

열심히 안내문 수십 개를 붙이고 다니던 리혁이가 우재용 선생님과 함께 캐셔 분들에게 가서 어떻게 주문을 받는지도 배웠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한편.

장사 시간이 점차 다가오면서 다 같이 회의를 했다.

“일단 초반에 손님을 확 끌어모으는 게 중요해요! 편의점 가려는 손님한테도 밥 먹으러 오라고 하고.”

호객행위가 중요하다는 여희연의 말에 우리가 공감했다.

초반에 어떻게든 손님을 끌어모아서 입소문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게 최선이었다.

“호객 행위는 저희가 할게요.”

“오! 우주.”

“저랑 중현이랑 혹시 몰라서 준비한 게 있거든요.”

중현이와 내가 일어나서는 식당 한가운데 섰다.

팔랄라랄라라-!

옷소매를 파르르 흔들면서 개업 축하 공기인형처럼 춤을 추는 내 모습에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흐하하핫!”

카메라 뒤편에서 작가님들이 깔깔 웃는 동안, 옥분 쌤이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쟤 또 숭한 거 하네.”

“숭하다니요, 쌤.”

내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쌤이 말했다.

“그 얼굴을 누가 그렇게 쓰니? 손님들이 밥 먹으러 올라고 하다가도 질겁하고 가겠다.”

“…….”

“그니까 우주야.”

“네.”

“너희는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나가서 가만히 서 있어.”

“가만히요?”

“가서 밥 드시러 오세요~ 그것만 해.”

결국 야심차게 준비했던 풍선 인형 계획은 실패했다.

하지만 호객 행위를 하려고 했던 계획도 금세 물 건너갔다. 손님이 와야 호객을 하는데 휴게소에 들어오는 차량이 없었다.

게다가 주방에 일손도 부족하고.

그저 손님이 오기만을 바라며 음식을 준비할 때였다.

“어서 오세요~!”

리혁이가 활기찬 목소리로 누군가를 반기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손님이다!’

‘손님!’

중년 남자 분이 걸어들어 왔다가 뒤로 물러나 푸드코트란 간판을 보고는 다시 들어왔다.

“어어…….”

“어서 오세요!”

“여기 밥 먹으러 온 건데…….”

“네, 밥 맞아요.”

얼떨떨한 얼굴로 관찰 카메라와 주세한 출연진,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던 중년 남자가 밥값을 결제했다.

그러고는 테이블에 앉아 멀뚱멀뚱 눈을 뜨고 있자, 내가 웃으며 물었다.

“많이 당황스러우시죠?”

“…그, 지금 여기서 뭐 하는?”

“저희가 이번에 주세한 분들과 함께 요리를 팔고 있습니다! 옛날 돈까스랑 뉴불백이랑 해서요.”

관찰 카메라만 수십 개에 12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켜봐서 그런지 어색해하시는 것 같다.

미리 준비되었던 요리가 바로 나갔다.

딩동!

“주문하신 돈불정식 나왔습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요리를 받아간 손님이 이내 젓가락을 들어 뉴불백을 입에 한 입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

눈이 큼지막하게 벌어졌다.

돈까스까지 한 입 먹어 보더니 이내 말없이 흡입하기 시작했다. 1인분을 다 먹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우리가 웃으며 물었다.

“맛있죠?”

“…이거 또 시켜 먹어도 되나? 그래도 돼요?”

“저희가 1인당 1회 제공으로 규칙을 정해서요.”

아쉬워하는 분에게 리혁이가 쓴 17번째 안내문을 가리켰다.

“아이고, 이거 맛있네. 너무 잘 먹었어요.”

그러고는 후- 하며 긴 숨을 토해 내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어, 대현아. 어어… 나야. 아니, 요 중평 휴게소 와 있는데 방송국 양반들도 있고. 밥이 엄청 맛있어. 그…….”

남자 분이 주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더라….”

“뉴블랙입니다!”

“아니, 그 말고. 우주 옆에 계시는….”

“아, 송진우입니다…….”

주세한 멤버들과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송진우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통화가 이어졌다.

“응응. 뉴블랙도 있고, 주세한도 나와 있는 거 아냐. 그 저번에 TV에서 봤던 송진우인가 하는 양반도 있고.”

맞은편에서 자기도 한 번 먹어 보러 오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홍보를 해 준 손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할 때.

“아유, 잘 먹었어요~”

“더 앉아 있다 가시지.”

“가는 길이 바빠 가지고. 잘 먹었어요~!”

첫 번째 손님이 쿨하게 떠났다.

그리고 다시 식당에 내려앉은 정적.

오형석이 중얼거렸다.

“……이분 붙잡고 토크라도 했어야 하나.”

“근데 워낙에 빨리 드시고 나가서 잡을 틈도 없었어요.”

텅 빈 식당.

여전히 새로 차량이 들어올 생각을 안 하는 중평 휴게소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손님이 오긴 하려나……?”

*   *   *

카메라 뒤편에서 지켜보고 있는 제작진이 근심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연예인들을 보며 웃었다.

손님이 없었지만 오히려 제작진은 안도한 기색이었다.

“일단 시작은 이렇게 해야 돼.”

“초장부터 손님들 들어오면 감당이 안 되지.”

제작진이 거의 억지를 쓰는 급으로 장소를 선정하고, 손님을 유치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인원이 감당이 안 돼.’

주세한이 무슨 특집을 한다고만 해도 사람이 구름같이 몰리는데.

이번 파트너로 뉴블랙이 들어오면서부터 제작진이 생각했던 모든 그림이 어그러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입소문을 탈 줄 누가 알았겠냐고.’

원래 생각했던 것은 뉴블랙과 주세한이 요리를 개발하고, 친한 연예인 몇몇을 초청해서 꽁냥꽁냥 토크도 주고받고.

굉장히 한적한 휴게소 한 곳을 골라 귀성길이나 귀경길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좀 들어 보는 식의 내용을 준비한 터였다.

주세한과 뉴블랙의 이름값을 생각해 모일 막대한 인파까지 계산을 해 놨는데.

문제는.

-이견우도 호평한 그 맛, ‘뉴불백’.. 연예인들 호평 일색

정신을 차려 보니 한류 스타가 리뷰를 하고.

TNT와 틴스피릿 등을 게스트로 불러서 화제성을 키워서 이번 특집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을 극대화시켰다.

게스트가 너무 일을 잘해 생긴 문제.

그런 까닭에 어떻게든 모일 인원을 줄여 보려고 애를 쓰는 중이었다.

“그래도 설마 추석, 그것도 주말인데 집에서 쉬지. 이거 먹으려고 여기까지 오겠어요?”

“그치. 오는 시간 생각하면 점심시간도 간당간당할 텐데.”

“이 정도까지 해 놨으면 사람 몰려도 커버 가능할 거예요.”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두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4인 가족.

중학생으로 보이는 자매가 뉴블랙을 보며 거의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핸드폰을 쥔 그들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빨라지는 게 보였다.

‘시작됐다.’

아마 주변 친구들에게 뉴블랙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제작진의 예측대로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미친; 지금 휴게소에서 뉴블랙이랑 주세한 음식 판다고 함]

인터넷에 글이 하나 올라오고.

곧바로 SNS 상으로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정보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뉴블랙이 휴게소에서 불백 판다는데? 중평 휴게소? 충북이래.”

“조금 먼데. 근데 거기까지 가는 동안 점심시간 다 끝나는 거 아냐?”

“그래도 일단 가자.”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으로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한편.

“그 불백이 그렇게 맛있다며…?”

“돈까스랑 불백을 같이 판대? 맛있대?”

“며, 몇 시까지 한대?”

소식이 퍼지자마자 전국 각지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차를 타고.

이미 고속도로에 있는 사람들이 방향을 틀고.

먼 곳에 사는 이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통편을 찾았다.

상황이 제작진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들이 고려하지 못한 변수가 두 가지 있었다.

‘뉴블랙이 한 게 이거였구나!’

하나는 뉴블랙이 거둔 홍보 효과가 그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이건 꼭 먹어야 한다.’

맛있는 먹을거리를 향한 한국인들의 집념이었다.

제작진이 원래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인파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숫자가 전국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왜 그래, 중현아?”

“왠지 모르게 예감이 좋아서요.”

“……일 났네.”

중평 휴게소가 ‘헬평 휴게소’라는 별명을 얻게 된 사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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