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02화
주세한과 뉴블랙이 운영한다는 식당에 가기 위해 전 국민들이 경쟁을 시작하고 있을 때.
‘대박이다!’
중평 휴게소와 가까운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1등으로 가겠네.’
남들이 먼 지역에서 오고 있을 때, 지역 주민들은 유유자적하게 남들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차를 몰고 온 시민들은.
“어라……?”
입구 컷에 당황해 버렸다.
[중평 휴게소]라는 안내판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휴게소로 진입하는 줄이 구불구불 늘어져 있었다.
차 안에 타고 있는 시민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야. 이게 다 먹으러 온 사람들이야?”
“들어갈 수는 있나…? 언제 다 온 거야, 이렇게.”
이 정도면 근방 고속도로로 다니던 차들이 모두 방향을 틀어야 가능한 풍경이었다.
‘내가 늦은 거였다고? 근처 주민인데?’
새벽부터 나왔다고 깔깔 웃고 있는데, 마치 현장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친 듯한 기분이었다.
운 좋게 일찍 들어간 주민들도 식당 앞에 늘어선 줄을 보며 감탄했다.
‘세상은 넓고, 빠른 사람들은 많구나…….’
TBC 로고가 붙은 카메라를 든 제작진이 돌아다니는 가운데, 흡사 수백 명은 될 법한 인원이 설렌 얼굴로 섰다.
그러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차가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소장님.”
“…….”
“지금 휴게소 터지고 있는데요.”
“어…….”
직원의 말에 중평 휴게소의 소장은 멍하니 밀려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휴가철 해운대 같다.
‘이게 말이 되나……?’
첫 30분 동안은 평소처럼 잠잠했는데, 갑자기 차량이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휴게소 직원들은 벙찐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살려 달라고 했더니 휴게소를 불살라 주는 뉴블랙과 주세한이었다.
“그, 그… 일단 손님 맞이하자고! 자네는 가서 교통정리 좀 해 주고! 자네는 화장실 좀 살피고!”
당혹스럽긴 했지만, 휴게소 직원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살았다!’
충청권에서 매출 최하위였던 중평 휴게소가 다시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홍보 효과가 어마어마할 거야…!’
물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었다.
중평 휴게소의 이름은 현재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하면서 언론 보도를 타고 있었다.
“여기는 중평 휴게소입니다. 오늘 인기 프로그램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와 보이그룹 뉴블랙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공영 방송 지부에서 취재 차량까지 대동해 나오기도 하고.
“미튜브 여러분, 미하! 입소문이 엄청났던 뉴불백, 지금 제가 먹으러 왔습니다. 안에서는 방송 못 할 것 같은데 지금…….”
미튜버나 블로거들도 준동하고 있었다.
금액으로 치환할 수 없는 홍보 효과.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으로 퍼지고 있는 별명은 휴게소 직원들의 기대와 달랐다.
[실시간 헬평 휴게소]
(그야말로 끝없이 이어진 줄 사진)
질문 안 받습니다ㅠㅠ
-ㄷㄷㄷ 저게 다 식당가는 인파인가유
-[작성자] 아녀.. 화장실 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와
-저거 먹겟다고 누가 가나 했는데 엄청 많네요
-ㄹㅇ 민족 대이동이네요
-(식당 앞에 선 인파) 이게 식당 줄입니다..
온라인에 ‘실시간 헬평 휴게소 근황’ 같은 제목으로 무궁무진하게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휴게소 소장이 알게 된다면 눈물이 나올 만한 별명이었다.
그렇게 인파가 계속해서 불어나는 가운데.
“이야…….”
줄을 서 있는 시민들이 식당 입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기다리는 것도 기다리는 건데, 진짜 안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헬이긴 하겠다.”
“진짜.”
“내가 저기 일하는 사람들이면 눈물 날 것 같은데.”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 * *
“크흑……!”
“아니, 세상에……!”
주세한 출연진과 우리의 눈가가 촉촉했다.
“얘들아!”
“선배님!”
다 같이 우아아 하면서 얼싸안고 기뻐했다.
“손님이 쏟아지고 있어여!”
“이야, 우리 장사 대박이다아아……!”
계속해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손님의 물결에 너무나도 큰 기쁨이 몰려왔다.
계산대에서 주문을 받고 있는 리혁이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슥 세고는 우리에게 숫자 3을 그렸다.
‘3개월…!’
이 정도면 3개월 정도 돼지고기를 무제한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유럽 가나? 유럽 가?”
“드디어 유럽을 가 보네.”
주세한 출연진에게도 흥분이 감돌았다.
모여 있는 인파의 수를 생각하면 오늘 장사가 상당히 힘들 거란 예상을 할 수 있지만, 모두 기쁠 뿐이었다.
기왕 녹화하는 거 초대박이 날수록 좋지.
“와, 근데 진짜 순식간에 사람이 모이네여.”
“그러게.”
초반 30분 정도만 해도 손님이 드문드문 오는 정도였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금은 근처 교통이 거의 마비된 상황이라 들었다.
“어서 오세요~!”
입구에 선 리혁이가 우재용 쌤과 함께 주문을 받고 있는 동안, 우리는 바쁘게 요리를 준비했다.
“중현아!”
“네!”
중현이가 쟁반에 밑반찬을 담은 접시들을 착착 올려놓으면.
여희찬이 돈까스를 기름에서 건져 내어 담고, 여희연이 소스를 슥슥 뿌렸다.
그리고 비주가 불백을 조금씩 담아 주고 나면.
“주문 번호 27번 손님!”
지호가 숫자를 쏙쏙 입력해서 전광판에 딩동! 하고 울리는 식이었다.
그러면 손님들이 돈불정식을 받으러 주섬주섬 일어났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저 혹시 여기 영수증에 사인 좀…….”
“네!”
중간중간 서비스도 해 드리고.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와서 바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일이 수월했다.
일단은 메뉴가 돈불정식 하나라서 초보자들에게도 쉬웠고.
“우주야. 네 말대로 커팅 하길 잘했다.”
“그죠?”
할머니한테 들었던 팁을 이용하니 사람들이 먹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돈까스를 잘라 놔서 줘.
-잘라서?
-그러면 손님들이 후딱 먹고 나가니까.
메뉴 자체가 불백과 돈까스다 보니, 회전율도 어마어마하게 좋은 편이었다.
손님이 금방 들어왔다가 나가고.
오히려 음식 준비하는 속도보다 접시 돌아오는 속도가 더 빠를 정도.
그 때문인지 생각보다 여유로워서 일하는 것 외에도 예능 분량을 챙길 수가 있었다.
“형.”
중현이가 테이블 중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테이블에 앉아 계시는 분이 수플레래요.”
“그래?”
“네, 대화하는 게 들렸어요.”
계속해서 우리 쪽을 바라보는 테이블을 향해 손을 흔들자, 화들짝 놀란 이가 어깨를 움츠렸다.
“수플레라는데?”
“수플레가 있대여?!”
곧바로 우리가 도도도 달려갔다.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는 팬에게 우리가 환히 웃으며 외쳤다.
“여러분! 이분이 저희 뉴블랙의 팬이래요!”
“박수!”
“이 사람 아이돌 판대여-!”
막내의 말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 동안 내가 부끄러워하는 수플레에게 물었다.
“혹시 닉네임이…?”
“그, 그…….”
“괜찮아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 리혁이 내 거.”
우리가 박수를 치며 등장을 반겼다.
“리혁이 내 거님! 환영합니다아아!”
“아으…….”
“리혁이 형! 여기 이분 닉네임이 리혁이 내 거래여!”
얼굴이 벌게져서 손부채질하는 팬에게 계산대에 서 있던 리혁이가 새초롬하게 하트를 그렸다.
그래 놓고선 귀가 벌게졌다.
양쪽에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우리와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계속해.’
그때, 주방 쪽에서 일하고 있는 주세한 멤버들이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분량을 뽑으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우리는 리혁이 내 거님에게 말했다.
“저희가 특별하게 준비한 건 없는데… 저희 매장을 방문하신 1호 수플레님이기도 하니…….”
“굿즈를 선물로 드릴게요!”
주변에서 보던 손님들이 다 부러워했다.
“굿즈? 굿즈 주나 봐.”
“대박… 나도 팬이라고 할까?”
곧바로 우리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반지 상자를 꺼내왔다. 주변에서 와 하는 가운데 상자가 뽁 열렸다.
“불 들어오는 보석 반지입니다!”
“흐하하하!”
대표님이 고안하신 굿즈인데 나름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굿즈 중 하나였다.
리혁이 내 거님의 얼굴이 완벽하게 벌게졌다.
“……이거 껴야 돼요?”
“부끄러우시면 저희가 끼워 드릴게요.”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는 보석 반지를 끼워 주니,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하는 우리 수플레였다.
옆 테이블에서 남자분이 능청맞게 손을 들었다.
“저도 수플레입니다!”
“오.”
우리가 물었다.
“0619?”
“네?”
“모르세여? 모르시면 수플레 아닌데~”
지호가 흥 하며 웃었다.
그 이후로 보석 반지를 탐내는 시도가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진짜 수플레는 없었다.
그래도 확실히 인지도가 굉장히 많이 쌓여서 그런지, 어느 테이블을 가든 반겨 주고 그런 분위기였다.
“내가 진짜 팬이에요!”
“어머, 감사합니다.”
“요즘에 드라마도 맨날 본다니까. 김우주~”
시트콤을 비롯해서 비주가 출연했던 아이무브를 언급해 주시는 분도 있고.
젊은 손님들에게는 지호의 신이가 유명했다.
“대박! 신이 보세여?”
“네!”
신이의 애청자라는 대학생 손님들에게 지호가 신이의 명대사를 들려주었다.
“딱- 딱-.”
“아으으……!”
탁구공 소리에 기겁하는 손님들을 보며 웃었다.
그렇게 팬 서비스를 하면서 돌아다니며 다양한 손님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뇨옹~”
“…….”
“안뇽?”
손가락을 빨다가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는 아기에게 우리가 손을 흔들자, 어머님이 말했다.
“잘생긴 오빠들 봐서 놀랬나 봐요.”
“그래요?”
우리가 신이 나서 해바라기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반짝하자 아기가 꺄르르 웃었다.
너무 보기 좋았다.
아버님도 그걸 보고 기분이 좋았는지, 우리를 따라 하며 ‘까꿍’ 하셨다.
“…….”
아기의 무반응.
실시간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아버님의 모습에 주변 테이블에서 웃음이 나왔다.
이어서 생일이라는 어느 어머님과 대화를 하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생신이세요?”
“네~ 올해로 6학년 3반입니다~!”
6학년 3반이 뭐냐고 물어보는 지호에게 설명을 해 주자, 막내가 냉큼 말했다.
“전 1학년 9반이에여!”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멈칫하고 당황한 어머님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조, 좋겠구만.”
“……형, 저 혹시 뭐 실수했어여?”
“아니야.”
이따가 설명을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손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소득이 있었다.
“어머님. 그 꽃무늬 옷 어디서 사셨어요?”
“이거 우리 딸이 사 줬는데, 어디냐면…….”
좋은 꽃무늬 옷을 파는 브랜드도 알았다.
내가 머릿속으로 해당 브랜드를 기억에 담자, 비주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환히 웃었다.
“형.”
눈으로 욕하는 동생들에게 손사래를 쳤다.
“내 거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우리 할머니 사 주려고 그래.”
“그럼 남성복이 있는지는 왜 물어봤어요…?”
“음흠흠~”
행복한 콧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바톤 터치해요!”
“수고해~”
이번에는 주세한 출연진이 주방을 벗어나 사람들과 명절 인사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국민 예능 멤버들의 등장에 다들 반길 때.
동생들과 함께 요리를 착착 준비하면서 벨을 눌렀다. 곧바로 147번 손님이 쟁반을 받아 들었다.
“어우, 맛있겠다!”
“맛있게 드세요.”
“근데 이거 출시는 언제 되는 거예요?”
우리가 웃었다.
아까부터 손님들이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 중 하나였다.
“왜, 빵도 팔고 이번에 불백도 파는 거 아니에요?”
“아뇨. 아니에요.”
회사 차원에서 논의가 있기는 했지만,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니라고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니, 그분이 다 안다는 듯한 얼굴로 눈을 찡긋했다.
“아유, 말 못 하는구나. 알지.”
“아니, 진짜 아니에요.”
“내가 나오면 꼭 사 먹을게~”
저희 이야기를 전혀 듣고 계시지 않군요.
하하핫 웃고 떠나는 손님을 보며 동생들과 훈훈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러다 불백도 팔게 생겼네.’
‘커리어에 한 줄 더 새기고 좋네여.’
좋은 것이 좋은 거다, 하는 마음으로 웃고 있을 때.
돈까스 기름을 체크하던 비주가 말했다.
“오늘 진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추석 분위기도 나는 거 같고.”
“맞아여. 이렇게 안 웃겨도 되고, 정상적으로 녹화하는데도 마음이 편하잖아여.”
“그러니까.”
둘째 날 분량을 많이 뽑아 놔서 그런지,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하다. 이렇게 일만 해도 되는 녹화가 있다니.
그때 비주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근데 기다리는 손님분들이 좀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생각보다 물량이 일찍 소진되고 있었다. 손님들의 수를 고려해서 추가 물량을 들여오기로는 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아마 전부 다 먹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이따가 이벤트라도 하나 할까여?”
“그것도 괜찮겠다.”
동생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바쁘게 움직였다.
홀가분한 마음.
이제 오늘 녹화까지 곧 마무리 하고 나면 남은 스케줄은 컴백 준비.
“열심히 요리를 팝시다.”
“파이팅!”
사실상 이번 달의 마지막 스케줄이라 볼 수 있는 주세한의 점심 장사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 * *
식당 바깥.
주세한의 조연출이 쭈뼛거리며 나오는 모습에 줄을 서고 있는 손님들 사이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하…….”
아니나 다를까.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재료가 많이 떨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라…….”
“아아아아!”
“현재 상황으로는 아마 뒤에 서 계신 분들은 못 드실 것 같거든요.”
줄을 서고 싶다면 계속 서 있어도 되지만, 뒷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까지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줄에서 이탈하는 사람은 없었다.
‘혹시 몰라.’
운이 좋다면 혹시라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다.
‘내 순서까지만 어떻게 안 되려나…?’
‘아, 진짜 먹고 싶은데.’
‘방송국 놈들은 이런 거 계산도 제대로 안 하나?’
찐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누가 재료 사 오면 안 되나? 연예인들 후기 보니까 재료 사서 리필해 먹고 그랬다던데.”
“지금 오는 사람들이 재료 사 왔으면 좋겠다.”
주차장으로 구불구불 들어오는 차량을 향해 ‘재료 사 오시나요~’ 하고 드립을 하면서 슬픔을 승화하는 한국인들이었다.
그런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때.
“와악……!”
입구 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이내 앞에서 줄 서 있던 사람들도 비명을 터뜨렸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종업원 복장을 입은 뉴블랙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눈을 휘둥그레 뜨며 서로를 바라보거나 입에 손을 모으는 사람들이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디가 친근해…?’
인터넷에서 뉴블랙을 봤다는 후기가 들려올 때마다 ‘어제 본 것처럼 친근했다’ 는 말이 많은데.
실제로 보니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얼굴도 엄청 조그만데, 피부도 뽀얗고 어딘가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잘생겼어요!”
누군가의 말에 뉴블랙 멤버들이 꺄하핫 웃었다.
“…….”
순식간에 친근해졌다.
말을 하지 않으면 완벽한 비주얼의 미남들을 보며, 사람들이 감탄하거나 저마다 폰을 들어 동영상을 찍을 때.
주차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서 그들이 멈춰 섰다.
이내 제작진이 달려가 마이크를 건네주자, 뉴블랙의 목소리가 휴게소 스피커와 앰프를 통해 울려 퍼졌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쎄쎄쎄-
우주가 모여 있는 인파를 둘러보며 외쳤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와아아아아!”
-명절 연휴인데, 어떻게 잘 보내고 계시나요?
추석 인사를 하던 뉴블랙의 리더가 멋쩍게 웃었다.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서, 아마 여기 계신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쉬움이 조금 있었지만 뉴블랙의 얼굴을 보니 조금 풀리는 듯했다.
‘그래. 어차피 출시될 거니까.’
그런 믿음 때문에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진 것도 있었다.
그때, 상냥하게 웃던 비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여기까지 먼 걸음을 해 주신 분들께서 조금 아쉬우실 것 같아서, 저희가 노래라도 몇 곡 불러 드릴까 하는데… 어떠신가요?
그 순간 주차장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의 인파에서 비명과도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뜨거운 반응에 뉴블랙 멤버들이 기분 좋게 웃었다.
-마음에 드시나여?
“네에에에-!”
-그럼 준비되셨나요~!
“네에에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감돌았다.
‘출시될 거니까.’
그와 함께 뉴블랙이 직접 나와 노래를 불러 주겠다는 말에 나름대로 고마움을 느꼈다.
주방 일이 힘들었는지 잔뜩 땀에 젖어 있는 뉴블랙.
누가 봐도 힘들어 보이는데도, 보는 사람이 절로 기분이 좋아질 만큼 환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다.
게다가 음질 상태나 제작진의 준비를 보아하니, 지금의 공연은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니라 뉴블랙이 즉흥적으로 준비한 듯했다.
‘그래. 뉴블랙 공연이라도 보고 가면 남는 장사지.’
여기서 기다리다가 서글프게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래도 나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첫 곡 가겠습니다. 우주선 작곡가님이 쓰신 곡이죠.
“와아아아아!”
-네, Attention입니다!
음원이 앰프를 통해 흘러나오면서 장내가 순식간에 콘서트 현장으로 탈바꿈됐다.
여전히 일일 차트 5위권에 머물러 있는 Attention.
펑키한 리듬.
뉴블랙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고 방방 뛰면서 업, 업 하듯이 손짓하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총총 뛰었다.
지호가 눈을 찡긋하며 첫 소절을 불렀다.
‘대박이다…….’
의도치 않게 계를 타게 된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뉴블랙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어서 불꽃놀이와 Nine, 바람꽃 등등.
최소 월간 차트 1위를 한 번씩 찍었던 뉴블랙의 노래가 이어지면서 가을 낮의 공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명곡단에서 가창력 좋은 아이돌로 떴다는 사실이 확 와닿는 라이브였다.
-자, 다 같이!
작년도 최고의 노래로 꼽힌 바람꽃의 후렴구를 부르며 뉴블랙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동안.
관객들도 웃으며 손뼉을 치면서 화답했다.
대여섯 곡을 계속해서 이어 부른 뉴블랙이 숨을 몰아쉬었다.
“앵콜! 앵콜!”
-앵콜이요…? 하이고….
멤버들의 입에서 나온 현실 리액션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새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도 창문을 연 채 손을 흔들며 우아아 하고 있고, 밥을 먹고 나온 손님들도 옹기종기 모여 구경하고 있었다.
잔뜩 상기되어 있는 관객들을 둘러보던 멤버들이 말했다.
-이 분위기에 안 부를 수가 없겠네요. 앵콜 갈까요?
-갑시다~!
관객들도 와아아아 하면서 박수로 응답했다.
비록 오늘의 뉴불백 구경은 날아갔지만, 뉴블랙 공연은 제대로 보았다는 생각에 웃을 때.
-음?
무언가 시선을 끌었는지 중현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봐요.
그에 맞춰 사람들의 시선도 옮겨 갔다.
‘어……?’
무슨 유통이라는 간판이 붙은 냉동 탑차가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뉴블랙 멤버들이 눈을 깜빡깜빡하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가 흘러나왔다.
‘고기인가? 지금 재료 온 건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뉴블랙 멤버 중에서 연기 못하기로 유명한 중현의 표정을 보아하니 미리 합의가 된 게 아닌 듯했다.
재료를 싣고 온 걸로 보이는 탑차의 정체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할 때.
“내린다!”
탑차 운전석에서 내린 운전사가 줄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 순간.
“……!”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에 걸린 현수막이 드러났다.
현수막 사진 속 남자의 이마가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부족함 없이 장사하거라~!]
그와 함께 탑차에서 내리는 식자재의 물결에 환호가 터져 나올 때.
다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대표님?
그곳에는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뉴블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