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03)화 (50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03화

“좋구만. 하하.”

박규호 대표가 핸드폰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식자재 배송이 성공적으로 되었다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제대로 도착했구만.’

오늘 일은 제작진과 협의했던 사안이었다.

멤버들에게 깜짝 선물로 식자재를 보내고 싶다고 하니 제작진도 몹시 마음에 들어 했고.

‘반응이 엄청 좋겠지?’

뉴블랙 멤버들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졌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와 재료가 부족하고, 손님들의 민심이 폭발하려고 하던 때.

그가 보낸 차량이 뙇! 하고 도착하는 것이다.

“하하하하하.”

흡족하게 웃는 박규호 대표에게 딸이 말했다.

“아빠.”

“응, 딸.”

“와서 만두나 만들어.”

“응…….”

만두피를 동글동글 마는 박규호 대표였다.

본가에 내려온 김에 열심히 만두를 만들고 있는 그에게 같이 만두를 말던 형제들이 물었다.

“거 이번에 뭐냐. 지금 뉴블랙이 휴게소에서 음식 팔고 있다며.”

“그래, 그거 기사 뜨고 난리도 아니더라. 그렇게 맛있나?”

뉴블랙 이야기가 나오자 조카들도 난리법석이었다.

“삼촌은 그거 드셔 보셨어요? 뉴불백?”

“대박이다. 대표님이니까 뉴블랙이 와서 뉴불백 주고 그랬겠네요?”

“좋겠다.”

지레짐작으로 대표니까 당연히 먹어 봤겠구나, 하는 이들에게 말없이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이 회사의 진짜 갑은 따로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허허 웃을 때.

다른 반짝이는 형제들이 동글동글한 만두를 빚으며 말했다.

“형님은 걔네한테 절하고 살아야겠더만.”

“안 그래도 내가 얼마나 멤버들에게 잘해 주는데.”

스스로도 뿌듯했다.

“아, 오늘도 내가 재료가 부족할 것 같아서 장사하는 데 재료를 보낸 거 아냐. 하하하.”

“잘했네! 하하하하!”

크하하 하며 거실이 반짝반짝할 때.

만두를 빚고 있던 박 대표의 딸이 멈칫했다.

“아빠……?”

“응, 딸.”

“재료를 언제 보냈다고? 지금?”

“음, 지금쯤 보내 달라고 했지. 하하.”

그 말에 딸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럼 장사가 끝나야 되는데 못 끝나는 거잖아?”

“어…? 오…….”

“어 오가 아니고 지금 아빠 대박 망한 거야.”

“…….”

박씨 집안 남자들의 침묵이 감돌던 바로 그 순간.

지이잉-

마치 호러 영화에 나오는 으스스한 느낌으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받아… 당장 받아…’ 하는 듯한 느낌.

조카 한 명이 핸드폰 화면을 보며 확인 사살을 했다.

“재물의 신이라는데요? 이거 우주죠?”

“…….”

박규호 대표가 핸드폰을 들자, 만두를 빚고 있던 가족들이 모두 다 그의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그가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불을 뿜을 뉴블랙과 대면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우…….”

박규호 대표가 심호흡을 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놀랐다.

“얘들아……?”

-푸후으으으…….

우리 애들이 아닌가?

영상 통화 화면 너머로 보이는 것은 마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아이돌처럼 보이는 뉴블랙이었다.

콧김을 뿜을 때마다 불꽃이 피어나오는 느낌.

-대표님.

“어, 그래…….”

-감사합니다.

입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눈은 이글이글거리는 우주였다.

다른 멤버들도 눈에서 지옥의 겁화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표니이이임! 정말 감사해여어어어-!

-느아아아…. 저 말할 기운 없어요. 중현이 형이 저 대신 감사 인사 드려 줘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대표님.

-저희 막 장사 끝내고, 지금 미니 콘서트까지 했거든요. 못 드시는 손님 분들을 위해서 노래라도 불러드리려고요. 그렇게 앵콜까지 했는데…….

비주가 상냥하게 웃었다.

-대표님이 고기를 보내 주셨어요.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는 뉴블랙의 모습에 박규호 대표가 침을 삼켰다.

‘어마어마하게 큰 실수를 했구만.’

회사에서 제일 잘 보여야 할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다는 사실에 눈가가 촉촉해지는 박규호 대표였다.

“아이고, 내가 눈치가 없어 가지고.”

-아니에요~

우주가 넉살 좋게 웃었다.

-정말 대표님께 감사 인사 하려고 전화 드렸어요. 안 그래도 저희끼리 고민이 많았거든요. 미니 콘서트까지 해야 할 만큼 분위기가 안 좋아서…….

-대표님 덕분에 분량도 더 많이 얻었어여~!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던 박규호 대표가 맞은편에서 딸이 X자를 그리는 모습에 표정을 다시 정돈했다.

“그래, 정말 고생이 많겠구나. 지금도 손님이 많니?”

-아, 손님이요?

뉴블랙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 정도로 많지는 않아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럼 추석 잘 보내세요~!

꾸벅 인사하던 뉴블랙이 영상 통화 화면에서 사라진 후.

박씨 집안 사람들이 감탄했다.

“애들이 착하네.”

“그래도 무사히 넘어간 것 같다.”

“어떻대? 사람이 많대?”

박규호 대표가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정도까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말을 할 때였다.

TV 뉴스 채널에서 들린 아나운서의 멘트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지역별 교통 소식입니다.]

전국 교통 소식이 지나가는 가운데, 충북 지역에 있는 고속도로 구간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현재 해당 구간은 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와 뉴블랙이 장사를 하면서 극심한 정체를 보이고 있는데요.]

“세상에…….”

차들이 멈춰 서서 있었다.

멀찍이서 항공 촬영을 했는지 거의 좀비 아포칼립스 최후의 건물 같은 중평 휴게소가 보였다.

“저 뛰어가는 개미 떼가 사람들이야……?”

아나운서의 멘트가 이어졌다.

[본래 점심 장사로 예정되어 있던 음식 판매가 예상치 못하게 연장이 되면서, 더욱더 정체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귀성객과 귀경객들은 해당 구간을 피하는…….]

모두가 멍하니 TV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는 가운데.

“…….”

전국적인 교통 대란을 만든 죄인은 말없이 자신을 닮은 만두를 빚을 뿐이었다.

*   *   *

장사는 몹시도 번창했다.

어느 정도로 잘됐느냐면 중간에 휴게소 소장님이 와서 눈물을 흘리며 우리와 주세한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했을 만큼.

-감사합니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푸드 코트의 매출이 중평 휴게소 몇 달 치라며 정말 행복해하시는 모습이었다.

“맛있다……!”

“너무 맛있어. 진짜 대박이야.”

“와, 못 먹고 가는 줄 알았는데…….”

자기 순서까지는 절대 안 올 줄 알았던 손님들도 예상치 못한 행운에 엄청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제작진도 분량을 많이 뽑았다며 좋아하고.

모두가 행복한 그날의 장사였다.

문제는.

“후우…….”

중현이가 쪼그려 앉아서 허어, 하는 소리를 냈다.

“중현아? 괜찮아?”

“좀 힘들어요. 형.”

“많이 힘들어?”

“아뇨. 그 정도까지는 아니긴 한데 몸이 좀 뻐근해서……. 안 쓰는 근육을 써서 그런가 봐요.”

하루 종일 연습을 해도 기별이 안 오는 체력을 지닌 우리 셋째마저 눈이 풀릴 만큼 고된 장사였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느아아아아…….”

리혁이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장사가 끝나고 휴게소 테이블에 둘러앉은 채 널브러진 사람들이 내는 소리였다.

테이블에 엎어져 얼굴이 찐빵처럼 된 비주가 웃었다.

“너무 힘드니까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것 같아요.”

“하, 하얗게 불태웠어여…….”

“난 말할 기운도 없어요.”

다들 엎어진 채 웅얼웅얼하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여희연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우주야.”

“네, 선배님.”

“너희 대표님 집 주소 있으면 좀 알려 줘.”

내가 하하 웃으며 테이블에서 꼼지락거릴 때.

주세한의 MC인 오형석이 말했다.

“희연아.”

“네?”

“나도 같이 가자.”

다들 힘없이 웃을 때 그가 말했다.

“아니, 나도 이제 장사가 끝난 줄 알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재료가 갑자기 들어오고.”

“끔찍했지. 7시까지 장사할 줄 누가 알았겠어.”

“저는 이제 돼지고기 냄새만 맡아도 속에서 뭐가 올라와여.”

그 말에 리혁이가 킁킁하더니 헛구역질을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불백이랑 돈까스 냄새를 하루 종일 맡아서 그런지 앞으로 최소 1년은 돼지고기를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다들 널브러져서 흐느적거리고 있을 때.

“자, 여러분.”

오태준 피디가 손뼉을 쳤다.

“이제 엔딩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

다들 엎어진 채로 고개를 돌려서 카메라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 서 있는 제작진들이 뚱한 얼굴의 출연진과 우리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그렇게 계실 건가요?”

“몰라여. 저는 이제 불량한 뉴블랙이 되기로 했어여.”

지호가 흥 하면서 몸을 슥 일으켰다.

다들 식은땀을 훔치거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오태준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장사하시느라, 그리고 지난 몇 주 동안 장사 준비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와아아아!”

다 같이 웃으면서 환호했다.

그동안 스탭들이 멀찍이서 판넬 같은 것들을 들고 왔다.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 있는 게시판.

“그건 뭐예여~?”

“오늘 식사를 하고 간 손님들께서 남겨 주신 포스트잇 후기들입니다.”

색색의 포스트잇에 다양한 글씨들이 적혀 있었다.

[인생불백이었어요.. 존맛탱 (출시 기대할게요)]

[뉴불백 출시기원 1일차]

[주세한♡뉴블랙 평생 장사해 주세요!!!]

정말 대만족했다는 평가들이 많아서 뿌듯했다.

오늘 하룻동안 고생한 보람이 느껴진다고 할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셨다니까 너무 좋네요.”

“그러네. 근데 온통 뉴불백 칭찬이네. 출시될 거냐고 묻는 분들도 많고.”

오늘 하루 화제의 대상이었던 뉴불백에 대해 주세한 출연진들도 궁금해하는 모양새였다.

송진우가 슥 다가와서 말했다.

“이쯤 돼서 우리끼리 묻는 거지만, 어때? 진짜로 출시돼?”

“잘 모르겠어요.”

정확하게는 방송 반응을 보고 결정할 것 같다.

요즘 들어서 국민 아이돌로 언급되면서 반대급부로 안티들이 좀 많이 늘어나기도 해서.

아마 시청자들 반응이 ‘출시해라!’ 하는 쪽으로 갈 확률이 높긴 한데.

“일단 할머니와도 이야기해 봐야 하고요.”

“아, 할머님 레시피라고 했지?”

“네.”

김덕순 여사한테 내일쯤에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포스트잇을 훑어보던 우리가 다시금 식당 안에 엔딩 대형으로 설 때였다. 구재영 피디가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나가서 촬영하죠.”

“밖에서요?”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현재 시각 8시.

장사를 모두 끝내고 1시간 넘게 흐른 터라 다들 집에 가지 않았나 싶었는데.

“흐어어……!”

밖으로 나간 우리가 식겁했다.

‘뭐예여. 이거?’

‘체조경기장 온 줄.’

페스티벌을 관람하러 온 것처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이쪽을 봐도 사람, 저쪽을 봐도 사람.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우리와 주세한 멤버들이 식당에서 걸어 나오자 주차장에 모여 있는 손님들이 환호를 해 주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어딘가 설치된 조명까지 내리쬐는 가운데, 최소 천여 명은 될 법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워우…….”

그러는 동안 주세한 출연진이 우리 뒤에 슬그머니 숨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이런 건 처음 보네.”

국민 예능의 출연진에게도 적응이 안 되는 인파인 듯했다.

우리가 웃으면서 그들을 잡아끌어 앞으로 데려왔다. 마치 축제와 같은 함성이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이내 각자의 손에 마이크가 하나씩 주어졌다.

-안 가고 기다리셨네요.

개그맨 오형석이 넉살맞게 웃었다.

-다들 뉴블랙이랑 저희 보려고 기다리셨나 봐요. 기다리고 계신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나왔을 텐데.

-오늘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리혁이의 물음에 ‘네!’ 하는 함성이 흘러나왔다.

그때 앞줄에 서 있는 누군가 ‘노래!’ 하고 외쳤다.

-부르고 싶으시다구여?

막내가 웃으면서 손짓했다.

-부르고 싶으시다면 나와서 불러 주세여~!

-와아아아!

손님들이 ‘불러 줘! 불러 줘!’ 하면서 앞줄에 서 있는 분이 쭈뼛쭈뼛 나와서 발라드 한 곡을 짧게 불렀다.

차우현 선배의 곡이었다.

-너에게 간다…….

-간다.

우리가 화음을 맞춰서 같이 불러 주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노래! 노래!”

“노래해! 노래해!”

흥겹게 노래를 부르려던 우리가 멈칫했다.

중현이가 흥 하며 웃었다.

-또 당하지 않을 거예요.

-저희 아까도 노래 불러드렸잖아여~!

못 불러 준다~! 하는 우리의 대답에 손님들이 시무룩해지더니 이내 시선을 비주에게로 돌렸다.

초롱초롱.

마음 약한 비주가 우리에게 말했다.

-그럼 이따가 아까 못한 앵콜 한 곡 정도?

“와아아아아아-!”

-와, 이분들 봐여. 비주 형 마음 약한 거 알고… 아니, 잠깐만. 근데 비주 형이 이런 데 마음 약한 건 어떻게 아세여?

-그러네. 어떻게 아세요…?

군중들은 후후후 웃을 뿐,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어마어마한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주세한의 장사 특집 엔딩을 촬영했다.

아까 피디가 설명했던 보상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이 나온 후.

“네, 미션 성공 먼저 축하드리고요. 약속대로 우리 주세한 멤버들은 주사위를 굴릴 횟수를 더 획득하셨습니다!”

-우와아아아!

주세한 멤버들과 우리가 얼싸안고 으쌰으쌰 뛰었다.

큼지막한 쿠션처럼 되어 있는 주사위를 받아 든 주세한 멤버들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아, 우리 유럽 가나? 유럽 가?

-근데 우리 주사위 몇 번 굴려야 돼요?

매출 구간에 따라 업그레이드되는 보상이었다.

그 물음에 오태준 피디가 머쓱하게 웃더니 표를 살피며 말했다.

“예, 저희 기준에 따르면… 102회입니다.”

-예?

출연자들이 모두 벙 찐 표정을 짓는 동안 주차장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102회요?

“네, 기준에 따르면 그러네요.”

-태준아. 그러면 그냥 102회 굴리는 거 말고, 최고 등급 여행지로 가는 걸로 하자. 6, 6, 6 해서.

“……음.”

고민하는 오태준 피디의 모습에 우리가 인파를 향해 손짓했다.

“해 줘라!”

“그냥 해 줘요!”

성공적인 선동이었다.

군중들의 몰아가기에 오태준 피디가 눈금을 최고 등급으로 조정하는 걸로 합의했다.

양옥분 쌤이 내게 말했다.

“대표로 네가 굴려라. 우주야.”

“네, 쌤.”

중현이에게 마이크를 건네주고는 주사위를 차례대로 쉭쉭쉭 던졌다. 허공에 떠오른 주사위가 차례대로 딱딱 떨어졌다.

-오, 6.

-이것도 6.

-마지막도 6이네?

지켜보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훗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정정당당하게 얻어 냈습니다.

-……정정당당이요?

-우리 넷째는 바른말 금지야.

흥 하는 리혁이와 서로 눈을 흘기고 있을 때, 비주가 물었다.

-피디님, 그럼 저희는요?

“아, 네. 뉴블랙 분들은 매출 구간에 따라 돼지고기를 무제한으로 공급받기로 하셨죠?”

-네!

“그 포상을 위해 직접 협회 대표님이 나오셨습니다.”

푸근한 인상의 협회 대표님이 나와 우리에게 인사했다.

“덕분에 돼지고기가 엄청 팔리게 생겼어요. 아유, 감사합니다.”

“저희가 감사하죠.”

“정말,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드려도 좋으니까.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말씀해 주시면 넉넉하게 보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대표님이 그런 말을 하며 행복하게 웃었다.

아마 오늘 일로 말미암은 홍보 효과 등을 생각하시며 행복하게 웃는 듯하다고 할까.

그분이 제작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저희가 얼마 동안 드리면 될까요?”

“예, 잠시만요……. 어…….”

손을 더듬더듬 옮겨 가던 오태준 피디가 멈칫했다.

“2년 3개월…….”

“예?”

-네?

잠시 정적이 감돌던 중평 휴게소에 거대한 웃음의 물결이 몰려왔다.

다들 서로를 팡팡 치며 깔깔 웃거나 박장대소하고, 핸드폰을 들고 찍고 있던 사람들도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가까스로 표정을 되찾은 대표님이 물었다.

“얼마… 동안이라고요?”

“2년 3개월입니다.”

“아, 예…….”

지호가 손가락을 꼽았다.

-2016년, 2017년, 2018년… 2018년 말까지네여!

막내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멀찍이 대표님의 사진이 걸려 있는 냉동 탑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대표님 덕분에 저희 2년 3개월어치 얻었어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완전히 전화위복이었다.

5년차 활동까지 무제한 돼지고기가 보장되어 있다는 소식에 우리가 얼싸안고 기뻐했다.

협회 대표님이 흠흠 하며 웃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값진 홍보를 해 주셨는데, 이 정도야 당연히 해 드려야죠. 하하하!”

-감사합니다!

“뭐, 아무리 많이 드신다고 해도…….”

그때 인파 속에서 ‘뉴블랙 오지게 먹어요~!’ 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뭐야. 순간적으로 틴스피릿이라도 온 줄.

인파를 향해 검지를 들어 올려 쉿 하는 시늉을 하고는 대표님이 건네주는 금일봉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아니, 저 많이 드신다는 말이…….”

-정말 감사해요!

고개를 갸웃갸웃 하시며 떠나는 대표님에게 감사하다고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비주가 환하게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18년도 말까지 돼지고기만 먹어야겠어요.

훈훈한 웃음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염원하던 유럽 여행을 얻어 낸 주세한의 출연진과 우리가 함께 섰다.

오늘 하루 즐거웠다는 소감을 전한 후.

곧 다가올 컴백에 대해서도 말했다.

-네, 그리고 저희 뉴블랙은 다음 달 17일에 컴백을 앞두고 있는데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주세한~

-그리고 뉴블랙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세한의 멤버들과 함께 다 같이 마이크를 들고는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방송을 마무리했다.

예능 특집이 끝나서 홀가분해서 그런지, 아니면 간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신난다.

-자! 소리 질러여! 리혁이 형 이기는 분에게는 뉴불백을 선물 세트로 드립니당!

“우아아아아!”

-아무도 없네여!

“으아아아아악!”

-그래도 없네여!

주세한의 멤버들과 동생들과 함께 방방 뛰면서 무대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고 있을 때.

“……?”

어딘가 모르게 뒤통수가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뒤돌아보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이내 웃으면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뭐. 기분 탓이겠지.

*   *   *

“옘병…….”

백반집 앞에 드글거리는 인파를 보며 김덕순 여사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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