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0)화 (51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0화

리혁이가 등장한 것은 파티를 기획하는 장면이었다.

그 이전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았다.

본래 심약했지만, 지금은 이세계 공주님이 빙의한 재벌가 며느리가 집안으로부터 쓸모를 인정 받게 되고.

[그래. 이번에는 네가 한 번 회장님의 파티를 기획해 보려무나.]

시어머니로부터 첫 임무를 받게 된다.

생글생글 웃고 있던 주인공에게 다른 손윗 며느리들이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진주 목걸이를 매만진다.

[축하해! 동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야. 엄청 큰일인데. 손에 물 한 번 안 묻혀 본 동서에겐 어렵지 않겠어?]

그러고 지나가면서 주인공의 귓가에 ‘어디 한번 발버둥 쳐 봐’ 하며 속삭이는 그런 클리셰가 나오는 장면.

주인공이 주변 눈치를 슥 보고는 목소리를 낮춘다.

[야.]

주인공이 말한다.

[이게 뒤질라고. 심보가 고블린 같은 게.]

[……동서?]

[아오, 내가 성질이 뻗쳐서 진짜.]

본래 성질머리 더러운 공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속삭임이 삐삐 처리가 되고.

그 모습에 놀란 본래 몸 주인의 영혼이 다시 튀어나온다.

[너, 너… 미쳤어?]

[죄송해요. 형님.]

뭐라고 말하려던 악역이 갑자기 180도로 바뀐 주인공의 얼굴에 벙 찌고 있을 때.

[그럼, 이만.]

그리하여 방에 돌아온 주인공의 몸속에 있는 두 영혼이 서로에게 ‘이 답답아!’, ‘미쳤어요?!’ 하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나왔다.

“와, 다중인격 연기 겁나 잘하시네여.”

“진짜.”

보면서 감탄이 나오는 능청맞은 연기.

어쨌거나 가문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기 위해, 이곳의 사람들에게 일단 인정을 받아서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

두 영혼은 합심해서 파티 계획을 짠다.

태산그룹 강 회장의 66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

[이건, 축하 가수로 섭외할 수 있는 명단입니다.]

비서가 리스트를 주고, 주인공이 후루룩 리스트를 훑어보면서 하나씩 만나 보기로 한다.

그리고 리혁이가 거기서 등장했다.

유능해 보이는 비서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하자, 확대되는 프로필.

[지금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가수입니다. 강 회장님도 굉장히 좋아하는 가수인데요.]

[회장님이?]

[마치 젊은 시절의 자기 자신과 닮으셨다고.]

[그 영감님도 참 자의식 과잉이라니까. 거울을 안 보고 사나?]

공주님의 발언에 몸 주인의 영혼이 끼요옷 비명을 지르고, 비서가 당황한다.

모니터를 보던 중현이가 말했다.

“리혁이가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가수, 그런 설정인가 봐요.”

“마음에 안 드네여. 동의?”

“보감~”

이웃집 미소년들에게 배운 대사를 주고받으며 꺄르륵 웃고 있을 때였다.

화면 속에서 비서가 ‘만약 초청한다면 대박입니다!’ 하고 있는 동안 리혁이가 어으으 소리를 냈다.

“나, 나 이거 못 보겠어요.”

“왜~?”

내가 웃으며 팔꿈치로 쿡 찔렀다.

“연기하는 게 민망해서 그래? 우리끼리 뮤비 보는 셈이라 치고 모니터링하면 되잖아.”

“그게 아니라니깐요. 이게…….”

리혁이가 뭐라고 설명을 하려고 있을 때.

[그래서.]

주인공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이 사람, 이름이 뭔데?]

곧바로 장면이 전환되며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선글라스 차림의 리혁이가 나타났다.

어딘가 익숙하고 예쁜 꽃무늬 셔츠.

[서우주 씨?]

[네.]

리혁이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훗 웃었다.

[그래요. 내가 바로 루블랙의 리더, 서우주예요.]

“어……?”

내가 눈을 깜빡이며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는 동안.

동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하핫!”

“우주 형 따라 한 거였어여? 와, 대박 똑같아.”

“표정 진짜 똑같다…!”

비주도 우와 감탄을 하는 모습에 내가 리혁이를 바라보았다.

“야.”

“…….”

“이거 뭐야……?”

리혁이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연기 못하는 거 알잖아요. 피디님이 연기 잘할 수 있는 배역이 없냐고 물어보길래.”

“…….”

“그, 그 온더스에서도 내가 따라 했잖아요. 감독님이 그걸 봤는지 그거 하면 어떠냐고 제안을 해서.”

자의가 아니라며 해명하는 리혁이에게 눈을 흘기고는 TV를 바라보았다.

모니터링을 하는 게 부끄러워서 못 보겠다는 건 줄 알았는데.

지은 죄가 있어서 못 보겠다는 거였다.

그나저나.

“아…….”

꽃무늬 셔츠를 입은 리혁이가 익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에 갑자기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아, 나는 안 볼래.”

“어딜 가요, 형~”

비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붙잡았다.

“비주야. 나 이거 진짜 못 보겠어.”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하라고 해서 따라 하기는 했는데.”

다시 한번 자의가 아니라고 설명하는 리혁이었다.

그동안 화면 속에서는 루블랙의 리더 서우주와 주인공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런 행사 참여에 대해서는 서우주 씨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서우주’가 훗 웃었다.

[멤버들이 제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라서요.]

너무 과장된 표정.

“……내가 저렇게 웃는다고?”

“가끔 자랑할 때 그래여. 되게 얄미운 표정 있는데… 리혁이 형이 연기를 못해서 그런 거지, 좀 비슷해여.”

“비주야. 내가 저렇게 웃어?”

내 말에 비주가 네? 하고 하핫 웃으며 못 들은 척을 했다.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그동안 TV 화면 속에선 서우주가 손가락을 톡톡 튕기고 있었다.

[이 음악이란 건 말이죠. 눈에 보이는 색채를 따라가면 되는 거거든요. 음흠흠~ 보이나요. 이 파란색의 흐름이?]

동생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진짜 똑같다.”

“우리한테 맨날 그러잖아여. 지호야, 넌 이 색이 안 보이는 거니~? 어휴~ 이러구.”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형?”

으하하하 웃고 있는 동생들의 말이 나올 때.

화면 속 서우주가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리혁이가 쭈뼛쭈뼛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 뭔데?]

통화를 받는 서우주.

[중언이가 또 물건을 부쉈다고? 비준이는…? 오, 비준이는 길을 잃어서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그래, 우리 지홍이는 뭐 하니? 밥을 먹고 있다고. 그래… 밥이 잘 넘어가니?]

깔깔 웃던 동생들이 엄격하고 근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동안 통화를 끝낸 서우주의 대사가 이어졌다.

[어째 제대로 된 게 리현이밖에 없다니까요. 참.]

다 같이 하하하 웃으며 멀찍이 구석에서 혼날 짓을 한 고양이처럼 웅크린 누군가에게 고개를 획 돌렸다.

동생들의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자의적으로 한 게 아니다…?”

“…….”

“하고 싶어서 한 연기가 아니다. 그럼 저 대사들이 어디서 나왔을까…? 작가님이 썼을 리는 없고.”

“지, 진정해요!”

드라마를 통해 간접 디스를 한 넷째가 우리와 더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중현이가 투덜거렸다.

“내가 언제 그렇게 부순다고.”

“길도 맨날 잃는 거 아닌데.”

“제가 뭐 맨날 철이 없는 줄 알아여? 완전 사람을 왜….”

리혁이가 멀리서 ‘왜곡’ 하고 말했다.

“사람을 왜곡하고 있고!”

“맞아!”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동생들을 나도 모르게 빤히 바라보았다.

1시간 전에 텀블러를 깨먹은 자, 지도를 거꾸로 들고 다니는 자, 그리고 철이 없는 자.

영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내게 주겠다는 게 뭔데요?]

루블랙의 리더, 서우주의 마음을 사야 하는 주인공이 손뼉을 치자 직원들이 행거를 밀고 들어온다.

서우주가 벌떡 일어난다.

[이, 이건…….]

[이번 시즌 신상 꽃무늬 옷들이에요. 서우주 씨에겐 꽃무늬 옷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죠?]

[여긴 천국이야!]

화면 속에서 감격해 하며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모습에 현실의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이리 와. 저거 대사 네가 썼지?”

“아, 아닌데요!”

“야! 너 거기 안 서?”

“에잇!”

내 얼굴에 담요를 집어던지고는 연습실 밖으로 재빠르게 도망치는 리혁이었다.

“너 거기 서!”

“난 어디까지나 사실적으로 연기한 거예요! 팩트라고요!”

우당탕탕 달리는 리혁이를 맹추격했다.

드라마고 뭐고, 나는 오늘 우리 넷째를 처치하기로 결심했다.

*   *   *

뉴블랙의 첫째와 넷째가 추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대략 3분 정도의 분량 동안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리혁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흐하하핫!”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리혁의 얼굴에 ‘어?!’ 하며 놀랐는데.

이윽고 루블랙의 리더, 서우주라는 설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개똑같앸ㅋㅋㅋㅋㅋㅋㅋ

-온더스에서 우주 연기해서 연습생들 속이지 않았나?? 이거 보니까 납-득

-뉴블랙 특) 대체로 리더 따라하기에 진심인 편

-(우주가 실수로 혀 짧은 소리를 내자 단체로 따라 하는 형조롱이들.gif)

-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우주면 지금쯤 서리혁 방문 두들기고 잇음

-원본이랑 비슷한데 뭔가 더 얄미운 포인트가 있다 진짜ㅋㅋㅋ

-아 진짜 개터졌닼ㅋㅋㅋㅋ

본방을 보고 있던 다른 아이돌 팬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수플레들은 꺽꺽대며 웃고 있었다.

‘포인트 대박 잘 잡았어.’

실제 우주와는 완전 다른 버전이긴 하지만,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다른 멤버들의 성격과 습관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수플레들에게는 더 웃긴 장면이었다.

리혁이 다른 멤버들을 간접 디스하는 애드립을 듣고 키득거리던 그들이 입을 열었다.

“엄마, 저게 뭐냐면 비주가…….”

“비주는 또 저기서도 길을 잃었나 보다~ 비준이라고 한 애가 비주 맞지?”

“응.”

“리혁이 저것도 새초롬하면서 은근히 요망하다니까. 어유, 얄밉게도 연기하네.”

왜 엄마가 그걸 알고 있는 거냐는 말을 하려던 수플레가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눈팅용으로 켜 둔 일반 커뮤니티 화면.

-진짜 신기한 게 뉴블랙팬도 아닌데 방금 나온 드립들이 뭔지 다 이해가 가네요ㅋㅋㅋㅋ

-진짜 독보적인 이미지임

-지금쯤 멤버들한테 멱살잡혀서 귀가 불타고 있을듯요ㅋㅋ

-뉴블랙이 근데 다 진짜 잘생기긴 했네요. 리혁이도 스크린에서 이렇게까지 근사하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ㅇㅇ 탑급 여배우랑 투샷 붙는데도 밀리는 느낌이 없네요

-리혁이가 성격이 나빠서 그렇지 비주얼은 참 좋아요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지.’

주세한이나 미프 같은 예능이야 뉴블랙을 아는 시청자 층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수목 드라마에 아무 예고도 없이 카메오로 나온 리혁과 뉴블랙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진짜 국민돌, 아니 아이돌인가…?’

팬들이야 관심사의 중심이 자신의 가수에게 있다지만, 일반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이상했다.

보통의 보이그룹을 대하는 태도와는 또 다른 느낌.

그간 은연중에 느끼고 있던 변화가 피부로 확 와닿는 가운데, 리혁이 나온 카메오 장면은 금세 끝났다.

그리고 화제는 금세 다른 쪽으로 옮겨 갔다.

-근데 리혁이는 오늘 왜 나온건가요..??

-감독이 슬립 감독이라 인맥으로 나온듯

-뉴블랙 멤버들은 출연했다는 걸 모르고 있다는데 500원을 걸 수 있습니다

-ㅇㅇ 알면 촬영장 따라와서 저 내용 못하게 했습니다ㅋㅋㅋ

-그냥 카메오로 나온 거 아닌가요..?

-근데 뉴블랙이 지금 그냥 카메오로 나올급은 아니지 않나요? 스케줄 장난 아닐텐데

출연을 한 데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추측이 대세였다.

그러는 한편.

왜 리혁이 드라마에 카메오로 나온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금세 해결됐다.

-웹소설 원작 드라마 “시댁을 터뜨렸습니다”, 차우현, 리혁 등 화려한 OST 라인업 예고

기사 헤드라인이 커뮤니티 게시글로 올라오면서 OST로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청자들이었다.

‘OST 홍보 때문인가 보네.’

보통 매 회차가 나올 때마다 ‘part 1’, ‘part 2’ 등의 앨범 아트를 달고 나오는 드라마 OST.

리혁이 나온 것을 보니 오늘 OST가 공개되는 것이 분명했다.

최애가 OST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언제 나오나 손꼽아 기다리던 수플레들이 두근거림을 느낄 때.

‘우와.’

카메오 등장 이후로 이야기가 다시 미친 듯한 속도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근데 전개 진짜 시원하다ㅋㅋㅋㅋㅋ

-러시아에 다녀와야겠군 -> 다음 컷에 모스크바 자막 뜨고 있음ㅋㅋㅋ

-지금 원작 내용 어느 정도까지 진행된 거야?? 혹시 뒤에 고구마 좀 있니ㅠ

-한참 남았어ㅋㅋㅋ 원작 작가 혈관에 사이다가 흐른다는 평이 있으니 걱정 ㄴㄴ해

-훅훅 몰아치네.. ㄹㅇ 이대로 쭉 가면 인생드라마 등극이다ㅠㅠㅠㅠ

-얼른 복수하는 거 보고 싶다

-22222 이것 땜에 4화 기다리고 있음

1~3화 동안 악역들의 만행을 보여 주었던 드라마였다.

이세계의 공주가 빙의하기 전까지 특유의 선한 품성으로 인해 무시당하고, 정신 이상으로 몰려 감금당하기도 하고.

남편은 당당하게 바람을 피우고.

심지어는 회사 내부의 부정부패에 관한 것을 며느리에게 덤터기 씌워서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악역들.

공주의 도움을 받은 주인공이 어려운 거래처를 확보하는 등 능력을 보이면서 인정받고 있지만, 이 드라마의 본질은 복수였다.

그리고.

달이 환히 비치는 밤.

대저택의 앞마당에서 파티가 열린다.

[네! 강태공 회장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카메오로 출연한 유명 아나운서가 소개를 하는 동안, 지팡이를 짚은 사람 좋은 얼굴의 노인이 나타난다.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맞이하는 손님들.

-아 회장놈 꼴보기 싫다

-나 저 할배가 주인공 혼수상태일때 그냥 죽으라고 한 거 못잊음

-강회장 유병장수 기원

-아 강그로 새끼 또 나오는 거 보소

-샷건.. 샷건이 필요하다

이어서 온갖 어그로로 인해 ‘강그로’라는 별명이 붙은 주인공의 남편까지 화면에 비춰지고.

다른 재벌가의 손님들까지 입장해 있다.

[오늘 이 집 막내 며느리가 파티에 나온다면서?]

[그래? 그 정신이 이상하다는…….]

수군거리던 손님이 옆에 있는 누군가가 팔꿈치로 툭 치는 모습에 ‘왜?’ 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헉 한다.

[맞아요.]

주인공이 그곳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고아한 미모를 자랑하는 주인공.

남편 강그로가 ‘내 부인이야’ 하며 주변에 자랑을 하는 동안.

[그럼, 지나갈게요.]

[엇…….]

[조심해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상대를 칼로 베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주인공이 우아하게 걸으면서 사람들이 감탄한다.

[우와아…….]

[완전 멀쩡해 보이는데…?]

[쉿, 들을라.]

그리고 강 회장에게 다가간 주인공이 ‘생신 축하드려요, 아버님’ 하고 미소를 짓는다.

[우리 며느리가 왔구나! 하하하!]

그렇게 겉으로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생일 파티가 이어지는 동안.

평소처럼 집안을 순찰하던 경호원이 회장의 비자금이 숨겨진 지하 금고 앞에 설치된 이상한 장치를 확인한다.

[여기는 3호, 3호.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점점 고조되는 BGM.

경호원들의 긴박한 움직임과 평화롭게 파티를 즐기는 재벌가 사람들이 대비가 되고.

[안녕하세요!]

리혁이 나타나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반주를 한 잔 걸치고 흥에 취한 강 회장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좋아하고 있을 때.

[이런… 폭탄이야.]

경호원들이 얼마 안 남은 폭탄의 시간에 서둘러 저택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야외에서 회장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불꽃놀이가 준비된다. 더욱더 긴박하게 고조되는 BGM.

회장이 행복하게 웃고 있을 때.

피유우우웅-!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놀이와 함께 시간이 다 된 시한폭탄의 눈금이 화면에 나왔다.

그리고.

대저택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대박..

-터지네

-ㄹㅇ 시댁이 터지네

-터뜨림이 터뜨림(물리)였던거냐

-진짜 터지는 거였어???

어마어마한 폭음에 아수라장에 빠진 행사장.

다들 놀라서 몸을 피하는 동안, 주인공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본다.

[아, 안 돼. 저, 저기에는…!]

[아버지!]

비자금이 있는 금고까지 불타오르는 광경에 회장이 둿목을 잡고 쓰러지고.

모두가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는 가운데, 주인공이 불타오르는 저택을 배경으로 몸을 조용히 돌린다.

불타오르는 시댁.

이어서 역광 속에 반짝이는 주인공의 눈동자가 클로즈업 되면서 주인공이 걷기 시작했다.

복수를 계획해 준 공주가 아닌 원래 몸 주인의 걸음걸이.

소극적이던 걸음걸이에 서서히 다리의 힘이 들어가면서, 불타오르는 저택으로 다가가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나왔다.

앞으로 다가올 복수들을 예고하는 모습.

“오…….”

그리고 거기에 새로운 BGM이 깔리기 시작했다.

어딘가 경쾌하면서도 웅장한 피아노와 드럼이 얽혀 가면서, 왠지 파워 워킹을 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첫 걸음은 두렵지만

움직여야 해

불러도 닿지 않는

마음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멈췄다.

더욱 고조되는 음악.

We’ve waited long enough

It’s time to walk again

뉴블랙의 메인 보컬이 힘 있게 부르는 가사와 함께 은은하게 빛나는 이번 회차의 이미지들이 교차된다.

제작지원 로고와 함께 이미지들이 정신없이 지나가는 동안.

다음 회차에서 주인공이 불타는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가 시아버지의 중요한 물건을 가져오면서 신임을 받는 장면 등이 예고로 흘러나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깔려 나오는 OST.

“…….”

정신없이 다음 회차 예고를 보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는 OST.

리혁이 부른 ‘시댁을 터뜨렸습니다’의 OST part 4. ‘Walk Again’이었다.

*   *   *

드라마가 끝난 직후.

“와우…….”

노트북으로 음원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했던 우리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시댁을 터뜨렸습니다’ 등이 쭉쭉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음원 사이트도 이미 난리통이 벌어져 있었다.

“이거 봤어여? 음원 사이트 검색어에 리혁이 형 이름이 있어여!”

“진짜네.”

OST라서 어느 정도 적당하게 반응이 있겠거니 생각한 우리로서는 머리가 멍할 따름이었다.

일단 터졌다.

시댁이 터지면서 드라마도 터지고.

“야, 이거…….”

드라마가 끝나고 곧바로 업로드 된 ‘Walk Again’의 음원도 터지고 있었다.

노래 자체가 워낙 잘 뽑혀서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드라마 장면과 함께 나오면서 큰 시너지를 낸 듯하다고 할까.

얼마 안 가 자정 무렵에는 실시간 차트에 진입하더니.

“흐어……!”

실시간 그래프를 바라보던 막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거의 절벽처럼 상승한 그래프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던 1위곡 ‘불꽃놀이’를 뛰어넘고 있었다.

“형들!”

“…….”

“드디어 불꽃놀이가 졌어여!”

우리가 이내 와악 하며 어리둥절한 얼굴의 리혁이를 얼싸안고 환호했다.

“지, 직영점이 부른 노래가 대박 났다!”

“우와아아아!”

TJ 지점에 이어서 이번에는 직영점의 음원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