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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6)화 (51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6화

대기실에 돌아온 후에 매니저 형들을 따로 조용히 불렀다.

여기저기 소문낼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두 사람에게만 조용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뭐?”

민기 형이 눈매를 좁혔다.

평소에는 푸근하기 그지없었던 원석이 형도 화가 난 곰 인형처럼 눈이 브이자로 변했다.

“그걸 왜 너희한테 부탁을 해?”

“저희도 모르겠어요.”

“이상한 사람이 다 있네. 이건 또 무슨 경우래.”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긴 했다.

행사 주최 측이 다른 출연자에게 부탁해서 출연자를 섭외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물론 예능 같은 TV 프로그램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다. PD가 출연자에게 누구 씨랑 친한데 혹시 한 번 부를 수 있냐, 그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출연자도 프로그램의 일원이니까.

하지만 어워드 규모의 행사에서 세계적인 팝 스타의 섭외가 힘드니 너희가 한 번 연락해 달라고 하는 건 좀…….

민기 형이 헛웃음을 지었다.

“어이없네.”

우리도 나지막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무튼 형,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윤 팀장님한테 전화해서 확인해 줄 수 있어요?”

“알았어.”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야 어떻게 해야 할지 견적이 나오니까.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상대편에서 적의를 드러낸 정도의 일이 아닌 이상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최고다.

어느 업계든 동료를 만드는 것보다는 적을 안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니까.

“후우…….”

리혁이가 벽에다 뒤통수를 콩콩 하며 미간을 좁혔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러긴요.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그러지. 아침부터 생각 비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할 게 생기니까.”

안 그래도 생각이 많았다는 넷째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지호가 중현이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중현이 형한테 딱밤 한 대 맞아 볼래여? 이거 한 대 맞으면 생각이 싹 사라져여. 제가 벌칙으로 맞아 봐서 알아여.”

“음, 리혁아. 내가 도와줄까?”

리혁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돼, 됐어요.”

“생각이 많다면서여?”

“없어졌어.”

“그래여…?”

“느이이, 그 팔 나한테서 좀 치워!”

자기에게 겨눠진 총구인 양 중현이의 팔을 향해 손사래를 치는 리혁이었다.

작은 웃음이 흘러나오면서 금세 분위기를 다시금 반전하는 데 성공했다.

머릿속에서 방금 전에 있었던 황당한 일을 지우며, 가사지를 살피거나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체크했다.

“I’m gonna build an empire~”

“우우우~”

후렴구에 맞춰 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안무를 슥슥 연습하더니 심심풀이로 몇 바퀴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곤 양옆으로 비틀거리다 바닥에 널브러졌다.

“비주 형. 괜찮아요… 어?”

도와주려고 벌떡 일어난 리혁이가 눈을 몽롱하게 뜨더니 다시금 뒤로 털썩 소파에 앉았다.

“넌 왜 그래?”

“……기립성 저혈압이 왔어요.”

주변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던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와 같은 개판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러는 동안 석환 형과 전화 통화를 하고 온 민기 형이 우리에게 아까 벌어진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헤일리 블루 측 에이전트랑 메일을 주고받았다는데, 거기서 뭐 섭외 요청 들어온 게 없다던데?”

“네? 없어요?”

“응. 없대. 자기들한테 연락도 온 적이 없다고.”

“…….”

“그런데 K넷 측에 문의해 보니까 자기들은 분명히 섭외 요청을 진행 중이라고 답을 했다더라고.”

지호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면 어떻게 된 거예여?”

“뭐기는.”

리혁이가 속삭였다.

“우리한테 잘 말해 달라고 부탁한 다음에 섭외 진행하려고 한 거지.”

“오…….”

참으로 신박한 섭외 방식인 터라 감탄이 나왔다.

‘한국에선 어워드 섭외를 가수가 합니다.’ 하는 미튜브 썸네일 등이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는 듯한 느낌.

비주가 눈을 깜빡이며 속삭였다.

“케이넷 대기업 아니었어요…?”

“대기업 맞아.”

“우와…….”

대기업도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구나, 하는 눈빛으로 감탄하는 비주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매니저 형들에게 물었다.

“우리 팀장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굳이 전화까지 해서 이야기를 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어. 우리 쪽에 명분도 있고 하니까.”

“형들 생각은 어때요?”

“우리도 마찬가지야. 괘씸하기는 한데… 이런 건 그냥 넘겨야지. 어쩌겠어.”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미디어에서 국민 아이돌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현장에서 비정상적인 걸 너무 많이 본 터라.

이 정도는 그냥 웃어넘길 만한 일이긴 했다.

“고마워요. 형.”

“고맙긴. 이런 걸로 너희가 신경 쓸까 봐, 난 그게 걱정이야. 남의 잔칫날에 와 가지고…….”

“조금 당황스럽기만 했어요.”

그렇게 웃고는 헤일리 블루의 KMA 섭외에 대한 소식은 머릿속에서 지운 채, 다시금 컴백 쇼케이스에 집중했다.

1차 리허설, 2차 리허설을 쭉 진행하고.

이제 얼마 있으면 각 음원 사이트에 올라오게 될 정규 1집 의 발매를 기다릴 때였다.

“음……?”

해외에서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

[Haley Blue]라고 되어 있는 이름을 보며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중현이가 오오 하며 말했다.

“헤일리도 호랑이처럼 제 말 하면 오네요.”

“그러니까. 타이밍 한 번 대단하네여.”

이내 수신을 누른 우리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Hey~!”

-Yo!

파란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부드럽게 나부끼는 가운데, 맑은 눈동자가 우릴 바라보았다.

그 뒤편에 선 거구의 두 경호원에게도 인사를 했다.

「조, 토니. 잘 지내고 있어요?」

순수한 눈망울을 지닌 경호원들이 울적한 미소로 왓썹했다.

마치 치과에 끌려가는 아이 같은 표정.

그러고 보니 헤일리의 복장이 어딘가 특이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옷과 비슷하다고 할까.

「헤일리, 지금 어디예요?」

-여긴 남아공이야.

언제 또 남아공까지 간 거지.

헤일리가 씩 웃었다.

-며칠 전에 꿈에 백상아리가 하나 나왔거든. 실제로도 한 번 보고 싶어서.

「…….」

-못 보고 죽으면 억울하잖아.

「전혀 안 억울할 거 같은데요……」

귓가에서 죠스가 빠밤, 빠밤 밤밤밤밤 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헤일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 알아? 백상아리는 사실 마음이 따뜻한 상어래. 멸종위기종인 데다가 식인상어는 편견이라고.

막내가 눈을 크게 떴다.

「진짜요? 그럼 죠스가 다 뻥이었어요?」

-응. 대신에 물개로 착각해서 한 입 먹고 퉤 하는 경우는 있대. 어쨌든 고의는 아닌 거잖아?

「…….」

전혀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였다.

리혁이가 앞으로 해수욕장 놀러가기는 글렀다며 눈을 글썽이고 있을 때, 헤일리가 경호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와 토니도 같이 들어가기로 했어. 어, 그리고 온다. 여긴 내 남편, 크리스.

-Hey…….

쪽 하고 뺨에 부인의 입맞춤을 받은 훤칠한 미남이 초점이 풀린 눈으로 손을 흔들었다.

저분도 들어가는가 보다.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헤일리가 용건이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참, 에이전트한테 메일 하나를 받았는데 말이야. KMA? 무슨 한국의 시상식에서 날 초청했다더라고.

「아, 네.」

-여기는 뭐 하는 데야? 인디 공연 같은 거 하는 데인가?

에이전트에게 뭐 하는 곳인지 한 번 조사하라고 시켰다지만, 한국인인 우리가 제일 잘 알 것 같아서 전화했다는 듯했다.

-보통은 에이전트 선에서 어느 정도 거절을 하는데, 너희가 뭐 같이 공연을 하고 싶다고? 뭐 그랬다더라.

「저희가요……?」

-응. 딱 봐도 별로 안 하고 싶게 생겼는데, 너네 이야기가 있어서 궁금했어.

눈을 깜빡이는 우리의 모습에 헤일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 같이 해맑게 웃으며 헤일리에게 있는 그대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혹시나 들을 귀를 우려해서 정말 사실 그대로.

그로부터 몇 분 후.

헤일리 블루의 입에서 Shibal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음흠흠~”

동생들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웃었다.

‘해피 엔딩이네요.’

‘좋다.’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한복을 입고 나리타 공항을 재방문한 팝스타의 일화를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의미로 미소 짓는 누군가도 있었다.

“샤크 케이지…….”

“중현아.”

“있잖아요. 나중에 우리도.”

“안 돼.”

비주와 리혁이도 절대 안 돼, 하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된다는 말에 잠시 바깥을 바라보던 중현이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여러분.”

내가 손뼉을 짝 치며 화제를 돌렸다.

“이제 음원이 공개되기까지 앞으로 1시간 남았습니다.”

“와아아아아!”

뮤비와 음원 공개를 한 시간 앞둔 5시.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 가는 가운데, 땀이 배어 나오는 손바닥을 문지르며 다 같이 태블릿 PC 앞에 모였다.

짧게는 지난 몇 달, 길게는 곡 작업 등으로 1년 전부터 준비했던 정규 앨범을 대중들과 팬들에게 선보일 시간이었다.

*   *   *

콘서트 예매를 앞둔 사람들처럼 수플레들이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59분 57초.

58초.

59초.

……18시 00분.

‘떴다!’

새로고침을 하자 눈앞에 우아한 검은색으로 된 앨범 재킷과 함께 ‘Deep Black’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가슴이 세차게 뛴다.

마우스를 쥔 손과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려고 하던 손가락이 달달 떨리는 가운데.

‘일단 스밍 리스트부터 만들고.’

귓가에 정규 1집의 타이틀곡 Empire가 흘러 들어온다.

팬들이 예상했던 대로 강렬한 트랩 비트 위로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파워풀한 보컬이 나오는 노래였다.

‘……대박.’

지금까지 했던 곡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무언가 여럿이 하나로 통합되는 느낌인데, 따로 노는 느낌 하나 없이 물 흐르듯이 연결되는 듯한 인상.

일단 도입부부터 사람을 확 끌어당긴다.

거기에 후반부에 있을 댄스 브레이크를 상정한 듯한 파트에 수플레들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해냈다. 우주야, 네가 또 해냈다.’

지금까지의 여섯 타이틀 곡에 이어 정규 앨범까지 타이틀을 맡은 리더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얼마나 부담이 됐을지 상상되는 한편.

어떤 비트이든 간에 이지 리스닝처럼 들리는 듯한 착각을 주는 뉴블랙스러운 음악에 마음을 놓았다.

-뉴블랙 예전 행사에서 말나왔던 쌩라이브.mtb

-늅 메보 창법 변한 듯

-이번 늅 신곡 파트분배 어떰?

-이번건 좀 아쉽다

-나 진심 뉴블랙 노래 불꽃놀이때부터 다 좋아했는데 엠파이어 처음부터 엥함

-레퍼토리 다 비슷비슷한 듯.. 이제 작곡가 좀 바꿔ㅠ

-난 얘 능력 잘 모르겠던데 맨날 팬들만 찬양하면서 입막음하는 듯

-작곡멤이 타이틀까지쓰는 거 별로인게 별로라고 말 못하게 오지게 눈치줌ㅇㅇ

게시판에 쏟아지는 혹평들을 보며 수플레들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대박이다. 또 대박이야.’

본래 퀄리티와 반대되는 게 안티들의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진짜 노래가 안 좋은 경우에는 오히려 반응이 없으니까.

물론 게다가 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사비 겁나 조아ㅋㅋㅋㅋㅋㅋ

-리혁이 목소리 진짜 보물인 듯

-장르가 뉴블랙이라는 게 뭔말인지 알 것 같다 유니크한데 개조음

-와 이번에 진짜 각잡고 나온듯ㅋㅋㅋ

-후렴 역대급으로 잘뽑긴 했어

댓글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동안 곧바로 음원 사이트의 5분 차트에서도 반응이 왔다.

그리고.

‘……엄마야.’

5분간의 기록을 통해 다음 시간대의 실시간 차트 순위가 어떨지 보여 주는 차트.

그곳에서 2~4위의 곡을 훌쩍 뛰어넘어 삽시간에 거의 절벽에 가까운 직선으로 올라간 Empire였다.

눈앞에 떠오른 다음 시간대 ‘1위 예상’이라는 문구.

‘다음번에 이거 기록 넘을 수는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그 아래와도 어마어마한 격차를 벌리며 올라가고 있는 신곡이었다.

-바로 지붕킥하네

-살살해 줘..

-와 개부럽다ㅋㅋㅋㅋㅋㅋㅋ

-ㅊㅋㅊㅋ

-노래가 좋아서 그래

-음원깡패랑 팬덤형이 합쳐져야 이런 그래프가 나오는구나..

-머글들 스밍 잘하네

다음 시간대의 예상 순위 1, 2, 3위에 뉴블랙의 음원이 나올 거라는 예측이 올라오는 가운데.

‘내 정신 좀 봐.’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던 수플레들은 미리 띄워 두고 있던 뉴블랙 TV에 들어가 뮤비를 눌렀다.

[뉴블랙 - ‘Empire’ Official MV]

노래보다 긴 영상 길이를 보아하니 오프닝 등에 어떤 장면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뮤직 비디오를 누른 순간, 눈앞에 등장한 두 스타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눈을 크게 떴다.

‘곽시현이랑 이견우……?’

그제야 뉴불백을 받고 출연했다는 두 톱스타 배우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드라마에서 편당 1억가량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들이 뮤직 비디오 오프닝에 등장하니 얼떨떨한 기분.

“우와…….”

육성으로 감탄이 흘러나올 때.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남신과 여신처럼 고풍스러운 옷을 걸친 남녀가 우아하게 마주 보고 있다.

백색의 배경.

두 사람 사이에 체스판이 놓여 있다.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곽시현이 나른한 몸짓으로 말을 움직이고, 백색의 이견우도 마찬가지로 응수한다.

수백 년, 수천 년 가까이 게임을 한 사람들처럼 권태로운 몸짓으로 체스를 두던 판에서 결국 백색 옷을 입은 신이 승리를 거둔다.

톡.

손가락이 부드럽게 건드리자 검은색의 킹이 쓰러진다.

그렇게 승부가 끝나고 두 신이 사라지고, 검은색 체스말들이 쓰러져 있는 체스판으로 카메라가 클로즈업 된다.

‘오…….’

수플레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하늘에서 체스판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클로즈업 되면서 체스판의 말들이 사람으로 변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흑발의 다섯 미남.

그와 함께 아까 들었던 인트로가 흘러나왔고, 하나둘 일어나면서 일직선으로 모인 뉴블랙.

리더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다시금 안무 대형이 촤악 펼쳐졌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Empire의 뮤직 비디오에 수플레들은 멍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쩐다…….’

마지막에 폐허가 된 왕좌에 주르륵 앉아 있는 다섯 멤버들을 클로즈업되는 장면까지.

댓글을 남길 생각도 못한 채 몇 번이고 반복재생한 후.

‘뭐야, 이게?’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조회수의 맨 앞자리 숫자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쇼케이스 할 때쯤에 거의 100만 뷰를 찍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미튜브라서 그런지, 바다 건너 사람들이 거의 방방 뛰듯이 흥분하고 있었다.

-지금 내 기분 : *K팝의 왕이 돌아왔다*

-첫 장면을 본 순간부터 미친 듯이 웃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5분이었다

-여기서 ‘who’라는 문장으로 댓글을 달려는 이들은 지금 바로 ‘woojoo’를 검색하세요

-지호는 한국에서 언제 성인되는 것입니까. 좋아해도 될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흥분한 외국인들을 본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접은 딴 곳에서 떨어야지.’

스크롤을 내리고, 내리고, 또 내려도 한국어 댓글이 없어서 서글픈 얼굴로 포기하는 팬들이었다.

그러는 한편, 18시 59분.

어제 마지막 회 방영의 임팩트 덕인지 온 더 스테이지의 경연 음원들과 Walk Again 등의 OST가 뒤섞인 차트.

수플레들이 클릭을 딸깍한 순간 1위부터 시작해서 앨범 차트 상위권의 그림이 전부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와…….’

그야말로 왕의 귀환 같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뉴블랙의 정규 앨범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뉴블랙과 컴백 일정이 겹치는 걸 피했던 가수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죽을 뻔했네.’

가요계 관계자들과 가수들이 저마다 입을 떡하니 벌리는 한편.

차트를 바라보며 짝, 짝 박수를 치며 감탄하는 이들이 있었다.

“강하다, 강해. 이 행님들.”

“야, 내가 말했지? 겹치면 조뗀다니까.”

“인정.”

“그래도 이 행님들이랑 겹치면 존나 명예롭게 뒤지는 축 아니냐.”

우리가 이 사람들 이웃이다, 하며 윗집의 강함에 뿌듯해 하고 있는 미소년들이었다.

*   *   *

상암동의 K-net 방송국의 스튜디오에 모여 있는 수플레들에게 스탭들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응원봉 밝기 줄여 주세요!”

주섬주섬.

응원봉 밝기를 최저로 맞추자 적당히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팬들의 얼굴도 환히 빛나고 있었다.

‘드디어 무대……!’

현재 시각 8시.

Empire의 뮤직 비디오가 빠르게 100만 뷰를 달려가고, 음원 차트에는 검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노래는 당연하게도 좋다.

모든 측면에서 청신호를 보이고 있는 정규 앨범.

거기에 5개월 만의 컴백이라는 점이 팬들을 흥분케 하고 있었다.

“시작한다……!”

무대의 전면 화면에 K넷 방송국의 외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The New Black’하는 이름이 K넷 사옥의 전광판에 흘러나오면서 ‘모두가 기다려 왔던 그날’ 같은 자막이 흘러나왔다.

‘맨날 글로벌이야. 케이넷 놈들은.’

글로벌 집착이 가득한 자막이 지나간 후.

오늘 있을 순서에 대한 VCR이 흘러나왔다. 팬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 특별하게 준비한 비하인드 등등이었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

마침내 멤버들의 개인 VCR이 흘러나왔다.

검은색에 금색 수실이 돋보이는 제복을 걸친 지호가 뚜벅뚜벅 걸어가 돌로 된 왕좌에 앉고.

이어서 비주, 리혁, 중현이, 그리고 우주까지 차례대로 걸어가 왕좌에 앉았다.

왕좌에 앉을 때마다 왕좌 뒤편에서 누군가 손을 뻗어 저마다 다른 왕관을 하나씩 씌워 주고 있었다.

그렇게 대관식이 끝난 후.

각자의 왕좌에 앉아 눈앞에 있는 것을 냉엄하게 내려다보는 시선의 멤버들이 풀샷으로 잡혔다.

어두워지는 무대 조명.

팬들이 보고 있는 전광판에 곡 제목과 함께 ‘Composed by 우주’ 라고 되어 있는 자막이 떠올랐다.

다시 밝아지는 조명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무대의 막이 오르고, 조명이 계단 위에 선 다섯 멤버를 비추면서.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정규 앨범 ‘Deep Black’의 첫 무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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