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7)화 (51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7화

희뿌연 연기가 아련하게 깔리면서 첫 곡 ‘Until Dawn’의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 뒤편 계단에서 걸어 내려온 뉴블랙 멤버들이 제자리에 서면서 수플레들의 환호성이 격해졌다.

회색빛 클록을 걸친 귀공자 같은 의상.

‘얘들아……!’

객석을 등지고 있는 포즈.

가운데서 조명을 받던 메인 보컬이 뒤돌아보며 한쪽 눈썹을 슥 치켜뜨고는 무대 뒤편으로 걸어갔다.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오는 한편.

손가락을 딱딱 튕기는 듯한 배경음과 함께 다섯 명이 몸을 부드럽게 튕기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루브한 음악 아래 펼쳐지는 화려한 춤에 팬들이 시선을 떼지 못했다.

Until Dawn, 새벽이 올 때까지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답게 동이 틀 무렵을 기다리는 이들의 노래였다.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한 느낌의 노래였다.

깊은 새벽의 끝

별빛마저 사라질 때

헤드 마이크를 착용한 메인 댄서가 허공에 손을 뻗으며 흩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마지막 구절을 부르고.

다른 멤버들이 그의 어깨와 팔 등에 손을 올린 채 모이며 첫 곡이 끝났다.

처연한 느낌을 주는 노래 분위기에 수플레들이 두 손을 모은 채 입을 가리거나 응원봉을 천천히 흔들고 있을 때.

‘드디어 무대다…! 진짜 무대 보고 싶었는데…….’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온 최애의 모습에 감격해 있을 때였다.

-에헤헤헤헤!

해맑은 막내의 웃음소리에 팬들이 훈훈하게 웃었다.

아련한 눈빛 연기를 하던 아이돌에서 벗어나 본모습으로 돌아온 최애들이었다.

-여러부우우우운! 잘 지내셨나여-!

꼬리를 프로펠러마냥 흔드는 강아지들처럼 멤버들이 손을 팔락팔락 흔들며 인사했다.

-정말 오랜만이죠?

-저 보고 싶으셨나여…!

-저기, 일단 멘트 좀 자제하고요. 인사부터 해야죠, 지호 씨.

흥분한 막내를 다독이던 리더가 멤버들을 바라보며 신호를 맞췄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관객들이 함성으로 답했다.

객석 구석구석을 둘러보던 멤버들이 팬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저희가 얼마 만에 컴백을 했죠? 5월 23일에 낙화 앨범이 나왔으니까….

-148일이에요.

-잘했어요, 우리 계산기 친구.

칭찬에 흡족하게 웃던 리혁이 ‘계산기?’ 하며 갸웃하다가 도끼눈을 뜨는 모습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리더가 웃으며 말했다.

-150일 정도면 거의 딱 5개월이네요. 느낌으로는 1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그동안 뭐가 많아서 그런가 봐요.

중현의 말에 다들 웃으며 공감했다.

미스터 프로듀서와의 Attention 협업, 불꽃놀이 역주행, 온 더 스테이지 출연, 최근에는 주세한까지 그룹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한 뉴블랙.

멤버들의 개개인 활동을 제외해도 참으로 굵직굵직한 것들이 많았다.

비주가 상냥한 미소로 물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네!”

-저희가 많이 보고 싶으셨나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비주가 살짝 안도했다는 듯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아, 다행이다. 저희가 너무 여기저기 많이 나와서 혹시 크게 기다려지진 않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많이 보긴 했지.’

TV를 틀면 뉴블랙 광고가 나오고 있고, 유행에 민감한 카페나 음식점을 가면 뉴블랙 노래가 나왔다.

엄청 흥행한 시트콤에 우주가 나오고.

미튜브에서 핫하다는 공포 웹 드라마에는 지호가 있고, 춤 예능이 뜬다고 해서 봤더니 비주가 있었다.

거기에 최근에 핫하게 뜬 드라마의 OST와 자연주의 믹스테잎까지.

미프나 주세한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저 덕질을 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최신 유행을 따라가게 된 팬들이었다.

-첫 정규 앨범이라 다들 많이 기대하셨을 텐데,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앨범 곡은 다 들어 보셨나요?

이구동성으로 ‘네!’ 하고 답했다.

막내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어떠셨나여?

곧바로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 목소리들이 한데 뒤섞여 쿠르쾅쾅궁쾅 하는 소리처럼 됐다.

눈을 가늘게 뜬 래퍼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신 확인’ 하듯 OK를 보였다.

-형은 다 들었어여?

-응.

-근데 까먹었져?

-아니야. 수플레들이 말한 거는 이렇게 왼쪽 귀로 들어와서 오른쪽 귀로 나가.

-보통 그런 걸 까먹었다고 해요. 형.

리혁의 말에 가수와 팬이 하나 되어 깔깔 웃은 후.

본격적인 컴백 쇼가 진행됐다.

일반적인 컴백 쇼가 50분 정도 분량이라면, 이번 뉴블랙의 컴백 쇼는 거의 1시간 20분에 달한 터라 분위기가 여유로웠다.

-우선 뉴블랙의 첫 정규 앨범 의 컴백 쇼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오늘 컴백 쇼에는 재미있는 코너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이번 앨범에 대한 팬들의 질문에 답해 주는 코너, 작곡/작사 비하인드 영상 등등.

하나같이 수플레들이 뿌듯해지는 코너들이었다.

‘우리 애들이 프로듀서라서 가능한 거구나.’

팬들이 앨범에 관한 어떤 질문을 해도 바로 답할 수 있다는 제작자만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마치 <하승주의 뮤직카페>처럼 음악적으로 알찬 코너에 대한 소개가 흘러나온 후.

비주가 진행 카드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오늘 방송은 전 세계 생중계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분들에게도 인사를 드려 볼까요?

-네.

진행 카드를 흘깃 바라보던 리혁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영어로 인사했다.

미국에서 산 경험 덕분인지 능숙한 영어.

뒤를 이어 일본어와 스페인어 등으로 된 인사말이 흘러나왔다. 잘 모르겠지만 아르르르 하면서 혀가 굴러가는 걸 보니 잘하는 것 같다.

-와, 대박 잘해…….

막내의 말에 팬들도 웃음을 터뜨리면서 공감할 때였다.

뺨을 씰룩이던 리혁의 옆에 서 있던 우주가 해외 팬들에 대한 인사를 이어 갔다.

“добрый вечер!”

잠시 러시아인이 빙의한 것처럼 쏼라쏼라 말을 하던 리더가 인사를 이어 갔다.

갑자기 슬퍼 보이는 메인 보컬.

“สวัสดีครับ!”

태국어, 힌디어, 아랍어, 독일어와 프랑스어까지 주르륵 빠르게 나오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가 감탄했다.

-엄청 준비했네요. 형.

-네, 미튜브 보면서 준비했습니다.

씩 웃던 맏형이 리혁을 바라보며 어떠신가요? 하듯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리혁이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가수는 노래로 승부하는 거예요.

말은 그렇지만 누구보다 신경 쓰는 듯한 어조로 나온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들뜨는 분위기 속에서 컴백 쇼에 대한 안내가 끝나고.

-자.

우주가 두 손을 마주 모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컴백 쇼를 시작해 볼까요? 다들 준비되셨나요?

팬들이 뜨거운 함성으로 답했다.

*   *   *

컴백 쇼도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지나갈게요!”

“나 지금 눈 괜찮아요? 흐려지지 않았어요?”

“저 이거 좀 고정시켜 주세요!”

흐트러진 메이크업을 수정하면서 빠르게 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

의상을 바쁘게 갈아입으며 매니저 형들이 건네준 손풍기로 살짝 배어나온 땀을 말리는 식이었다.

그렇게 다시 무대에 나오면 어둠 속에서 흔들거리는 달봉이들이 은하수의 별들처럼 우릴 맞이했다.

“와아아아아아아-!”

무대를 하면서도 헷갈린다.

내가 지금 긴장해서 떨고 있는 것인지, 팬들의 환호 때문에 흥분한 건지, 마침내 정규 앨범의 무대를 해서 설렌 건지.

심장 박동이 쿵쿵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이거예여…….”

백스테이지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신 막내가 몽롱한 표정으로 벽에 기댔다.

“진짜 이걸 기다렸어여.”

“나도.”

“저도요.”

이번에 예능이나 연기를 하면서 그간의 활동과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느끼긴 했지만, 무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본질적인 뭔가가 있다.

같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고, 귓가에 함성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마치 거대한 물결과도 같은 무언가가 몸을 강타한다.

마치 화려한 빛의 색채와 같은 물결이…….

“흐핫.”

나 엄청 신났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동생들도 자꾸만 가만히 힛 하며 실실 웃음을 흘렸다.

비주가 말했다.

“저 지금 엄청 기분 좋은가 봐요. 중현이가 좋게 보이는 거 보면.”

“나도 그래.”

평소에 서로를 돌멩이와 밥솥 보듯이 하던 비주와 중현이가 양손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우아아 했다.

나도 막내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도 할까?”

“싫어요.”

“솔직히 말해. 너 나 반대하려고 데뷔했지.”

“들켰네요.”

리혁이가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웃었다.

그러는 동안 무대에서는 의 작곡 비하인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의 멘트가 나올 때마다 수플레들이 웃거나 함성을 지르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인터컴을 낀 스탭이 검지로 1을 가리켰다.

“1분 남았네.”

동생들이 바로 내게 다가와 둥글게 뭉쳤다. 서로 손을 얹은 후에 내가 웃으며 물었다.

“알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마주치는 동안 저마다의 마음속 목소리가 귓가에 겹쳐 들리는 듯했다.

이렇게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은 참 좋다.

스탭이 수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파이팅!”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각자의 위치로 이동했다.

이제 컴백 쇼의 마지막이자 정규 앨범 타이틀곡, Empire의 무대를 보여 줄 차례였다.

“후우…….”

무대 세트에 흩어져서 자리를 잡고는 어깨를 부드럽게 돌리며 목을 주물렀다.

동생들과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치고 끄덕일 때.

마침내 무대 조명이 암전됐다.

*   *   *

-고마워요. 우리 곧 만나요.

작업실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끝으로 마지막 VCR이 종료된 후.

그때까지 웃고 떠들던 수플레들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시작한다……!’

1시간 넘게 기다려 왔던 ‘Empire’의 첫 무대가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현장에 모인 팬들뿐만 아니라 미튜브 생중계를 보고 있는 국내의 팬들, 그리고 각자 시간대가 다른 해외의 팬들 모두가 똑같이 흥분했다.

그리고.

Intro Performance : Thrones

스크린에 떠오른 로고와 함께 조명이 암전됐다.

다시금 음산하게 깔리는 희뿌연 연기.

파란빛 조명이 내리쬐고, 현재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트 내부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규호… 그대 대체 돈을 얼마나 쓴 건가요.’

세트의 퀄리티에 입을 떡하니 벌리던 팬들이 이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

곳곳에 거미줄이 처져 있고, 낡은 골동품 등이 배치되어 있는 방에, 아주 낡아빠진 돌로 된 옥좌가 있다.

그곳에 흑발을 단정하게 정리한 막내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좌에서 우로 빙글 돌아가면서 움직이는 카메라가 그 모습을 담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난 지호가 어깨 부근을 톡 눌렀다.

몸을 감싸고 있던 망토가 스르륵 흘러내리면서 뮤비에서 보았던 그 의상이 드러난다.

검은색에 황금 수실을 수놓은 듯한 제복.

카메라를 싸늘하게 바라보던 서브 보컬이 길쭉한 다리를 뽐내며 걸어 나오자, 세트의 틈 사이로 막내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와아아아아아-!”

다른 멤버들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허공에 물결치며 흘러내리는 망토 사이로 우아하게 걸어 나오는 메인 댄서, 양손으로 딸깍 하고는 머리를 터는 메인 보컬.

거슬린다는 듯 그냥 손끝으로 투둑 뜯어낸 래퍼와 클록을 벗으며 뒤를 돌아보며 은은하게 웃는 리더까지.

‘얼굴 미쳤다…….’

저마다의 배경 스토리가 절로 그려지는 비주얼의 황자들이었다.

그렇게 세트 사이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멤버들이 암전된 무대 위에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리더를 앞에 세워두고 일렬로 뒤에 선 멤버들의 뒤로 자막이 떠올랐다.

Empire

-Composed by 우주

조명이 밝아 오르며 팬들이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는 동안.

다섯 멤버가 그림자처럼 양옆으로 퍼져 나왔다. 얼음 위를 걷듯이 매끄러운 움직임.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주.

강렬한 분위기의 트랩 비트 속에서 턱 끝을 까딱하며 들어 올리던 멤버들이 귀족 같은 걸음걸이로 나섰다.

오프닝의 짧은 안무가 끝나고.

종을 울려라

멀리 퍼지도록

하늘 높이 손을 내뻗은 리드 보컬이 부드럽게 몸을 돌리면서 멤버들이 무대를 둥글게 돌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서 있던 지호가 나른한 목소리로 가사를 읊조렸다.

다가온다

다가간다

깃발을 들어 올려

너의 이름을 보여라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부르던 서브 보컬이 슥 물러나자.

곧바로 그 뒤에서 중현이 걸어 나왔다.

음악의 분위기가 살짝 바뀌고, 동시에 리듬감 있게 들어오는 중저음의 랩 파트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꿈을 꿀 때면

목소리가 들려와

들어 본 적 없는

왕관이 너의 것이니 가지라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의 가사.

손짓으로 머리와 가슴을 짚으며 기나긴 랩을 빠르게 소화하던 래퍼가 옆으로 빠진 후.

곧바로 리드 보컬이 눈을 빛내며 걸어 나왔다.

It’s just a game

이기거나 지거나

그 끝에 기다릴

story of victory and defeat

중현보다 더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랩을 이어 가면서 함성이 한층 더 커져 갔다.

그동안 멤버들이 뒤에 모였다.

카메라를 향해 자신이 바라보고 있다는 듯 눈가를 톡톡 검지로 두드리던 우주가 빠지고.

음악이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메인 보컬이 호소력 짙은 눈빛을 보이며 다시 손을 뻗었다.

이제 다시

내게 주어진 왕관을

되찾아

그동안 뒤에 서 있는 이들의 안무가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뉴블랙이 그간에 보여 주던 빠른 안무와는 성격이 다소 다른 느낌이었다.

‘진짜 우아하다…….’

빠르지만 경박하게 빠른 느낌이 아니었다.

Empire의 컨셉에 맞춰 정말 귀족들이 춤을 추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인상의 안무였다.

손짓 하나하나가 고풍스럽다.

팔을 휘두르거나 다리를 현란하게 움직이는 등, 큰 동작을 강조했던 Nine이나 낙화와는 또 달랐다. 동작이 크진 않지만 정확함과 무게감을 실린 안무가 이번 곡의 정체성을 잘 살린 듯한 느낌.

동시에 사자 등의 동물에게 따온 듯한 야성적인 느낌을 은은하게 풍기는 안무에 팬들의 함성이 커져 갔다.

그렇게 후렴구에 이른 후.

I’m gonna build an empire

So I can rule your hearts

메인 댄서가 파워풀한 보컬로 후렴구를 부르는 가운데.

“와아아아아아-!”

음악이 폭발했다.

빠르게 상승하다가 시원하게 훅 하고 하강하는 느낌.

마냥 빠른 안무가 아닌, 느릿하면서 선을 강조한 안무가 메인 댄서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두 팔을 펼친 메인 댄서가 걸어 나오며 부드럽게 웨이브를 타고.

양옆으로 늘어선 이들도 마찬가지로 개선식에 참가한 귀족들처럼 정면을 향해 나아왔다.

I’m gonna build an empire

Empire-

후렴이 흘러나오는 동안 왕관을 두고 다투듯 다섯 모두가 손을 들어 허공을 바라본다.

정말 거기 무언가 있을 듯한 표정 연기에 팬들도 고개를 돌아볼 때.

곧바로 중현이 2절의 첫 파트를 이어받았다.

정신없이 지나간 1절에 이어 2절이 흘러나오면서 팬들이 잠시 이성을 되찾았다.

‘우와…….’

1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어, 저거?’

1절에서 어딘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지호의 손짓에서 마스커레이드에 나오던 어떤 안무가 떠올랐다. 겉보기엔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안무.

동시에 멜로디 라인 또한 익숙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티저에서 봤던 게 이건가?’

티저에서 멤버들이 저마다 주인공이었던 곡이 서서히 변주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어폰을 통해 Empire를 듣던 팬들이 혀를 내둘렀다.

‘……의식도 못했네.’

듣고 난 후에는 ‘어?’ 하며 알았지만, 만약에 알려 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그만큼 각 멤버의 색채가 담겨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Empire에 감탄이 나왔다.

“와아…….”

팬들이 혀를 내둘렀다.

‘이런 장르로 듣기 편하기가 쉽지 않은데.’

뉴블랙의 다른 타이틀곡이 그러하듯, 안무를 포함시키지 않아도 굉장한 고평가를 줄 만한 곡이었다.

자칫하면 노래가 마이너해지기 쉬운 컨셉.

그런데도 후렴구의 Empire가 강렬한 주문처럼 뇌리에 맴도는 느낌이었다.

한편, 현장에서 직접 두 눈으로 무대를 보고 있는 팬들에겐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 나라가 어디냐! 내가 간다아아!’

뭔지는 모르겠고 그냥 최애들이 세운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이돌 팬으로서 최상급의 감탄사인 육두문자를 자제하며 달봉이와 왕봉이를 열심히 휘두를 뿐.

그동안 3절에서 다소 빠르게 댄스 브레이크 구간을 소화하던 리드 보컬이 잦아드는 노래 속에서 전면으로 나섰다.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찬란하게 스러져 갈

다섯 멤버들이 한 손을 들어 올려 왕관을 쓰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서, 중심에 선 우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Empire.

문장에 온점을 찍어 끝내듯이 노래가 아련하게 흩어진 후.

다섯 명의 쓸쓸한 실루엣을 비추던 조명이 멋지게 암전됐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

언제나 그러하듯 객석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   *   *

같은 시각.

개인 사무실 TV로 뉴블랙의 컴백 쇼를 바라보고 있던 K-net의 함필수 국장이 미소를 지었다.

‘뉴블랙만 뜨면 시청률이 대박이라니까.’

정확한 시청률은 알기 힘들었지만, 현재 미튜브 생중계로 보고 있는 해외 팬의 숫자만 해도 예상을 몇 배 가까이 뛰어넘을 정도였다.

애초에 뉴블랙 컴백 쇼에만 따로 광고가 들어올 정도였으니.

‘복덩이라니까.’

함 국장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내선전화가 걸려 왔다.

-국장님.

“어, 그래.”

-헤일리 블루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아까 뉴블랙을 살살 꼬드겼던 게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이다.

-그런데 헤일리 블루… 씨가 직접 걸어왔어요. 국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얼른 바꿔! 얼른!”

함필수 국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수화기를 바꿔 들었다.

‘월척이구나!’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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