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8)화 (51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8화

K-net 사옥.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고 있던 직원들의 눈동자가 안쪽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무슨 날인가?’

오늘따라 함필수 국장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다들 고생이 많아. 하하.

평소 하지도 않던 치하의 말을 하기도 하고, 양치를 하러 가면서 콧노래를 룰루랄라 하기도 하고.

뉴블랙 사인지를 들고 오면서부터 저렇게 된 걸 보니.

‘함 국장이 뉴블랙 팬이었나?’

어쩌면 뉴불백을 먼저 받기로 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이 들 때쯤.

밖에서 요란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오.”

누군가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뉴블랙 쇼케이스 끝났나 봐요.”

“끝날 때가 되긴 했지.”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들을 보아하니 보통 사람이 많은 게 아닌 듯했다.

하기사 다른 그룹도 아니고 뉴블랙이 컴백을 하는 상황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오늘 나온 거 노래 들어 보셨어요, 엠파이어? 장난 아니던데.”

“좋긴 하더라. 걔 노래 진짜 잘 써.”

관련 직종인 만큼 음원이 나오자마자 들어 본 K넷의 직원들이었다.

강렬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Empire의 사운드가 귓가에서 아련하게 메아리치는 듯한 느낌.

마치 다 꺼져, 우린 우리만의 길을 간다, 하는 듯한 시원스러움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인트로나 후렴을 듣는 순간 다시 10초 전으로 넘겨 같은 부분을 또 한 번 듣게 되는 중독성 넘치는 곡.

그런 이유 때문일까.

밤 10시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음원 차트의 1위부터 시작해서 10위까지 거의 뉴블랙의 정규 앨범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럴 만했다.

‘……대단하다. 버릴 곡이 없네.’

보통 타이틀곡이 좋고, 수록곡은 그저 그런 경우가 보편적인데.

Empire 외에 다른 트랙들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마이너한데 메이저한 느낌 아시죠? 처음에 어…? 하면서 나만 취향인가? 하고 듣는데 다 같이 듣고 있는 그런 거요.”

“그런가. 난 딱히 그런 것도 잘 모르겠던데. 그냥 귀에 쏙 들어오잖아.”

“다른 건 몰라도 제대로 터지긴 했네. 반응 보면.”

음원 사이트에서도 시간대가 지날 때마다 오히려 더 화력이 강해지고 있는 뉴블랙의 Empire였다.

무대는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워낙 퍼포먼스 잘하기로 유명한 아이돌에다가 노래도 좋으니, 정규 앨범의 성공은 확실해 보였다.

‘얼마나 터질지가 관건이긴 한데…….’

K넷 뮤직 어워드를 담당하는 직원들이기에 뉴블랙이 이번에 어떤 식으로 올라갈지 관심이 갔다.

누군가 말했다.

“이게, 뉴블랙은 가늠이 안 가요. 보이그룹이랑 비교하기에도 애매하고, 걸그룹이랑 비교하기에도 애매하고.”

“확실히 그런 면이 있지.”

다른 엇비슷한 보이그룹이랑 비교하자니 대중성이 높고, 걸그룹이랑 비교하자니 팬덤이 너무 크다.

‘요새는 틴스피릿보다 얘네가 더 잘나가는 것 같긴 한데…….’

팬덤의 크기만 밀릴 뿐, 그동안 모든 지표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앞서고 있던 뉴블랙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이돌=뉴블랙’이니까.

다만 업계에서는 구매력을 지닌 팬덤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기에 그동안 거의 비등비등하게 인식을 했을 뿐이다.

뉴블랙을 1등이라고 하기에는 국내 팬덤의 크기 면에서 틴스피릿이 압도적인 느낌.

하지만 이번 앨범의 기세를 보아하니 뭔가 변화가 느껴졌다.

‘……조회수가 이게 가능한가?’

지상파의 영향력에 버금가는 뉴블랙 TV라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나, 뮤비 조회수의 증가 속도가 너무나도 폭발적이다.

지난 5월에 발표한 낙화의 경우 24시간 만에 500만 뷰였나 해서 최단기록인가 그랬는데.

어쩌면 이번에는 24시간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할지도 모르겠다.

‘얘네 해외 팬들이야 워낙에 많기야 한데…….’

여태까지 해외 팬덤이 크다던 그룹들도 이만한 폭발력을 보여 주진 않았다.

K넷의 직원이 영어 댓글들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올 여름에 뉴욕과 LA에서 진행했던 K팝 콘서트에서도 뉴블랙의 반응이 어마어마했다고 하던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느껴졌다.

‘이번에 확 더 올라가려나.’

이번 어워드의 무대 순서라든가, 연출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이기에 촉각을 곤두세워 살피는 요소였다.

그렇게 한 달 반가량 앞둔 어워드를 준비하며 야근을 하고 있을 때.

“……?”

어디선가 들린 소리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누가 ‘예?’ 하고 큰 소리를 한 것 같았는데?

이윽고 그들의 눈에 유리창 너머로 안쪽 사무실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함필수 국장이 보였다.

‘왜 저래?’

마치 무언가 잘못 들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 얼굴이 허옇게 질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쩔쩔 매며 무언가를 해명하는 듯한 표정.

‘오, 비굴한데.’

전화기를 손에 쥔 채 아이고오, 하며 뭐라고 읍소하는 듯한 표정의 함 국장.

어딘가에 된통 걸린 모양이다.

맨날 일을 시키고 문제가 생기면 구렁이처럼 넘어가던 함 국장이 당하는 모습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어이구?’

무슨 충격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수화기를 귀에서 뗀 함필수 국장이 전화기를 멍하니 바라본다.

마치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거지?’ 하는 표정.

이윽고 통화가 종료된 듯 보이자, 직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떼고 업무에 집중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분 후.

끼이익.

“…….”

왠지 모르게 처량하게 열리는 듯한 유리문의 소리와 함께 10년은 늙은 듯한 함필수 국장이 등장했다.

“그… 헤일리 블루 건 말이야.”

“네, 국장님.”

“KMA에 출연하겠대. 당사자한테 지금 직접 연락이 왔어.”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정말요? 헤일리 블루가요?”

“무대는 아니고… 뭐 영상 메시지 같은 걸로 나와 줄 수 있다고 하니까.”

“아…….”

그럼에도 직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게 어디인가.

헤일리 블루는 SNS 팔로워만 거의 8천만 명에, 그래미 어워드에서 대상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가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슬퍼 보이는 거지?’

함 국장의 반응이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

눈가가 촉촉한 함필수 국장이 물었다.

“그리고 뉴블랙네, 그 회사 어디냐… 그, 그.”

뭔가 큰 충격을 받았는지 레몬이라는 단어가 안 떠오를 정도로 경황이 없어 보였다.

“레몬이요, 국장님.”

“그래. 레몬… 소속사 연락처 있는 사람 있으면 나한테 보내 놔. 내가 지금 전화를 해야 되니까.”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레몬에서 아까 헤일리 블루 섭외했냐고 물어보던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 있나?’

무슨 일인지 확실한 건 알 수 없었다.

다만 말없이 터덜터덜 사무실로 되돌아가는 함 국장의 뒷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였다.

*   *   *

다음 날.

간만에 7시간 정도 자서 풀 컨디션으로 충전된 우리에게 놀라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응?”

-미안하다던데.

수화기 건너편에서 석환 형이 해 주는 말에 우리가 눈을 크게 떴다.

막내가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실장님, 뭐라고 하셨어여? 누가 미안하다고…?”

-K넷 뮤직 어워드를 담당하고 있는 함필수 국장이 공식적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

“……?”

-뭐, 나도 얼떨떨한 마당에 너희야 오죽하겠냐.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중현이가 황망한 얼굴로 물었다.

“방송국이 사과도 할 줄 아는 곳이었나요.”

“그니까.”

연예계를 달리 부르는 말 중에 ‘방송가’라는 말이 있는 만큼 업계에서 방송국은 최고의 갑이다.

아무리 최고의 연예인이라고 해도 TV에 못 나오면 끝이니까.

대개 영화 스타들의 입지가 높은 이유도 바로 방송 출연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서기도 하다.

어쨌거나 TJ 엔터 같은 대형기획사가 뭐라 해도 웃어넘기고, 시청자들이 사과하라고 화를 내도 사과 안 할 거지롱 하고. 정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켜도 멀쩡히 장사하는 곳이 방송국이다.

일반 대중들에게도 겨우겨우 뭐, 미안~ 하는 곳이 업계에서는 어떤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아이돌판에서 갑 중의 갑으로 꼽히는 K넷에서 유감도 아닌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니.

“……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요?”

비주의 물음에 우리 모두 누군가의 괄괄한 성품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다…….”

“대단하네여.”

그렇게 석환 형으로부터 소식을 전달 받은 후.

제 말하면 오는 호랑이처럼 헤일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Yo, 내 친구들.

“헤일리!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아. 그거.

파란 머리칼을 쓸어넘기던 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뭐, KMA인가 하는 곳에 잠깐 나가기로 했어. 기분은 별로인데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인 거니까. 아시아에는 내 팬들도 엄청 많고…….

“아뇨. 그거 말고.”

-뭐?

“K넷에서 갑자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거든요. 뭐라고 한 거예요?”

헤일리 블루가 씩 웃었다.

-영업비밀이야. 어린이들.

“……혹시.”

-아니야. 욕 안 했어.

우리의 상상이 웃겼던지 키득거리던 상대가 말했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10년 넘게 구르다 보면 이런저런 비법들이 생기지. 방송국 하나 다루는 건 어렵지 않아.

“오오오오……!”

-그래, 위대한 나를 찬양해라!

“와아아아아!”

우리가 와아아 하며 펭귄처럼 박수를 치자, 헤일리가 북극곰처럼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때 리혁이가 질문했다.

“그것 때문에 우리한테 전화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에요?”

-아.

헤일리가 아 하며 물었다.

-너희 11월 중순에 시간 괜찮아?

“어…….”

달력을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

3월에 멈춰 있는 달력.

정신없이 살다 보니 달력조차 안 넘긴 것 같다. 중현이가 달력을 파라라락 넘겨주었다.

내가 말했다.

“4주차쯤에 괜찮을 거예요. 3주차에는 저희 망고라는 음원 사이트에서 시상식이 있거든요.”

-잘됐네. 그때쯤이면 나도 AMA 무대로 바쁘니까.

AMA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였던가.

이번에 Artist of the year 후보로 뽑혔다고 하는 헤일리의 이야기에 혀를 내두를 때.

-어쨌든 그 주에 토크쇼 일정을 잡았는데, 거기서 무대할 때 같이 노래 부를래?

“무대요?”

-응. 거기 굉장히 큰 데거든.

마지막에 노래 부를 때 같이 등장하는, 그런 출연인 듯했다.

헤일리가 불러 주는 토크쇼의 이름에 리혁이가 내게 ‘잡아야 한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일단 회사랑 이야기를 해 봐야겠는데, 저희는 OK예요.”

-잘됐네!

언어나 문화가 다른 나라의 토크쇼 같은 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한데, 노래 홍보만 하는 건 부담도 적고 좋았다.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수플레들이 많기도 하고.

그렇게 헤일리와 일정을 조율하자는 이야기를 끝으로 통화를 마쳤을 때.

“흐어…….”

“왜 그래? 지호야?”

“그러고 보니까 저 수능이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어여.”

“너 수능 봐?”

“당연한 거 아니에여…? 저 고3인데.”

“공부를 안 해서 몰랐지.”

학교 갈 때도 빈 책가방으로 에헤헤 갔다가 에헤헤 돌아오는 막내인 터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나는 리혁이를 바라보다가 막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리혁이는 공부라도 했는데…….”

“리혁이 형은 기본 머리가 있잖아여. 전 머리가 없어서 그래여.”

“그, 그렇군.”

비주와 중현이가 ‘건강하면 됐어’를 중얼거리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막내가 헤헷 웃었다.

“그래도 제가 이렇게 밑에서 깔아 줘야 전국의 수험생들이 행복할 거 아니에여~ 세상에, 내 밑에 누군가가 있어! 이러구.”

“흐음, 지하 2층 같은 건가.”

중현이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밑에 있어 주라 하면서 부탁했다는 막내의 이야기에 픽 웃는 한편.

다시금 핸드폰을 잡고 인터넷을 확인했다.

컴백 다음 날, 아침의 차트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정규 앨범이 차트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스크린샷!”

기계치인 우리 둘째가 핸드폰을 바라보며 스크린샷 되라! 하는 모습에 내가 웃으며 말했다.

“비주야, 그런다고 캡처가…….”

찰칵.

“되네.”

“신기능이에요. 형.”

“…….”

늙은이는 나였고.

나머지 셋이서 속닥거리며 키득대는 모습을 외면하며 음원 차트들을 살폈다.

출근 시간대의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이 우리 노래를 엄청 듣고 있는 듯했다.

음원 사이트의 앨범 리뷰창에도 어마어마한 수의 좋아요와 함께 댓글들이 주르륵 달려 있었다.

-어떻게 전곡이 다 타이틀 같냐

-짭플레 왔쪄요~ 우리 블랙이들 아저씨가 음원 살 테니까 이 돈으로 까까 사먹도록 해요

┕가수한텐 얼마 안 간대요!

┕역시 세상엔 날강도가 참 많아요

-이번 앨범에선 멤버들 다 돋보이지만 비주의 보컬이 돋보이는 듯. Empire 후렴구 부를때 너무 조아..

-여러분은 지금 머글들이 줄세우기를 해 주는 남돌을 보고 계십니다

-머글들 화력대박♥

-매번 역대급ㅠㅠㅠㅠ

음원 사이트의 리뷰 창을 추천순으로 적당히 보다가 넘겼다.

최신순으로 보면 ‘사재기로 떠놓고 양심 어디갔누’ 같은 댓글을 발견하고 미간을 모을 때가 있어서.

지금도 최대한 공감을 많이 얻고 있는 반응들 위주로 살피고 있다.

지금까지 3년 가까이 활동하며 깨달은 바, 사람의 정신력은 소모되는 자원이라 최대한 아껴 둬야 한다.

일단 겉보기로 보이는 차트에서도 팬들과 대중들의 반응이 몹시 좋은 상황이라, 당분간 Empire가 쭉 1위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형, 이거 봤어요?”

중현이가 보여 준 화면에는 평론가들이 쓴 리뷰들이 있었다.

유명 아이돌 웹진에서 올라온 리뷰도 있고, 황호철 평론가가 5점을 준 리뷰도 있고.

『 Deep Black (2016) 』

- 뉴블랙

- [★★★★☆]

타이틀곡 ‘Empire’의 퀄리티는 정말이지 놀라운 수준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이라는 주제를 ‘체스’의 은유로 표현한 Empire는 강렬한 트랩 비트와 파워풀한 보컬로 시종일관 청자를 가상의 제국으로 데려간다.

그 음악적인 제국의 톱니바퀴처럼 수록곡들 또한 매력을…….

(중략)

이런 의미에서 우주와 레몬 엔터 팀은 국내 최고의 기량을 지닌 프로듀서들이 아닐까 싶다. 5점을 주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더욱 발전할 다음 앨범을 위해서다.

유진철 평론가, 이렇게 이름이 되어 있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제 믹스테잎에 3점 주신 분인데, 이분이 별점 엄청 짜게 주시는 걸로 유명해요.”

“그래?”

“네, 이분이 4점을 줬다는 건 ‘오점’이 없어서라는 농담이 있던데요.”

중현이의 말에 기분 좋게 웃었다.

어쨌거나 칭찬 가득한 리뷰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긴 했다.

이 정도면 정규 앨범을 준비할 때 가득 품고 있었던 걱정은 어느 정도 훌훌 날려도 되지 않을까.

“자, 그럼 밥 먹고 출근 준비합시다.”

리혁이가 움직이는 TV로 CNN 뉴스를 트는 동안, 다 같이 테이블에 둘러앉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불판 옆에 세팅된 삼겹살 팩.

비닐 랩 위로 [감사합니다] 라고 되어 있는 협회장님의 문구에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저희가 감사하죠. 이히히힛!”

“꺄르륵!”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침 식사를 즐겼다.

물론, 다이어트가 끝났지만 이렇게 아침부터 고기를 먹는 이유는….

“원래 우리 고기 먹었잖아여.”

“그렇긴 하네.”

그런 말을 하며 막내와 함께 열심히 쌈장을 비볐다.

어쨌거나 이렇게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는 이유는 바로 이따가 오늘 저녁에 있을 스케줄 때문이었다.

“자, 맛있게 먹는 연습 합시다.”

“맞아여. 이건 식사하는 게 아니고 연습하는 거예여~”

팬들이 정규 앨범을 기다렸다면, 오늘은 대중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던 것이 출시될 예정이었다.

*   *   *

그날 저녁.

케이블은 물론이고 지상파의 모든 채널을 압도하는 시청률을 자랑하는 채널이 있었으니.

바로 KG 홈쇼핑 채널이었다.

-뉴블랙, 17일 홈쇼핑 출격 ‘뉴불백이 온다’

-KG 홈쇼핑에 뉴블랙 출연.. KG측 “특별편성할 것, 최고의 손님으로 모시겠다”

-“뉴블랙의 음식은 현실이 된다”..수플레빵 이어 ‘뉴불백’까지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출시하기 전에 홈쇼핑으로 포장된 불백을 판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퍼져 나갔다.

-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시발 나 왜 야근

-부모님이랑 친척들한테 다 연락 중

-우리집 전화기 다 동원한다 기다려라

-역시ㅋㅋㅋㅋ 출시될줄 알았어

먹을거리에 대한 한국인의 집념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굿즈다!’

내 최애가 파는 것이니 어쨌든 굿즈가 아니던가.

‘난 저 통이 필요해.’

뉴블랙 캐릭터가 그려진 불백 통이 탐이 나는 수플레들이었다.

마찬가지로 아이돌 팬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뉴불백에 대한 드립을 치고 있었다.

-뉴불백 초동 얼마 나올 것 같음?

-몇 종인가요

-저 통 플미 붙겠지?

-수플레빵 vs 뉴불백.. 뉴불백이 대형신인이긴한데 해외 인지도까지 치면 수플레빵이 넘사 아닌가??

-뉴불백은 해투 못 돔

-우리 뉴불백 무슨 톤일까.. 초록색 대파 어울리는 거 보니 봄웜톤인 듯

-아.. 머리가 아찔하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너희들 무슨 덕질을 하고 있는 거냐

-뉴불백 벌써부터 정병 붙었네

그렇게 전국에서 화요일 저녁을 기다리며 들썩거리고 있을 때.

저녁 7시.

KG 홈쇼핑 채널의 화면이 바뀌며 Empire 풍으로 웅장하게 꾸민 왕궁 세트가 등장했다.

마치 근엄한 쿠키 왕국 같은 분위기.

‘시작한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화면을 집중하는 가운데, 성우의 웅장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아이돌 최초 홈쇼핑 출연!]

[역대급 컴백을 한 뉴블랙이 불백으로 돌아왔다!]

웅장한 분위기의 BGM이 깔리는 가운데.

TV 화면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만 큰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등장!]

우주의 할머니로 추정되는 캐릭터가 마왕처럼 양손을 들고, 그 아래 꼭두각시 같은 뉴블랙이 꺄르륵 웃고 있는 로고.

“흐하하하!”

치이이익!

그중에서 김덕순 여사의 입 부분이 문처럼 양옆으로 열리며 뉴블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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