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9)화 (51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19화

둔둔둔둔둔!

박진감 넘치는 BGM이 깔리며 뉴블랙 멤버들이 근엄한 포즈로 걸어왔다.

마치 사극의 액션씬처럼 옷자락을 펄럭이며 나머지 넷이 포즈를 취할 때.

펄럭-!

가운데서 걸어오던 우주가 손에 든 두루마리를 촤락 펼치자 상소문처럼 돌돌돌 내려온다.

궁서체의 글귀.

[!! 뉴불백 !!]

뚠뚠뚠뚠.

여전히 박진감 넘치는 BGM과 왠지 모르게 하찮은 느낌에 구석에 있던 쇼호스트가 입을 가리며 눈을 돌리는 게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등장ㅋㅋㅋㅋㅋㅋ

-아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호스트분 처음부터 방송사고 위기

-내 생각엔 저기 카메라 뒤에선 감독들이랑 스탭들 다 웃고 있을듯ㅋㅋㅋㅋㅋ

그건 사실이었다.

현장에서 카메라 뒤편에서 서 있던 이들이 입술을 꾹 말고 있는 가운데, 음악이 잦아들었다.

뉴블랙 곁에 다가온 쇼호스트가 웃으며 말했다.

-네, 여러분! 보시다시피 저희 KG 홈쇼핑이 역대 최고의 손님을 모시게 되었는데요.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뉴블랙이 환히 웃으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럼 인사드려 볼까요?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와아아아아!

셀프로 박수를 치던 뉴블랙이 각자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인터넷에서 와글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시간

-우리 할머니 : 뭘 또 소개를햔디야..

-(홈쇼핑 채널을 바라보는 포메라니안 사진.jpg) 우리집 아가도 뉴블랙 알아보는 거 같음

-우리 언니 태교 음악 뉴블랙 바람꽃으로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할머님ㄱㅇㄱ

-아 근데 뒤에 배경으로 우주 할머님 너무 신경 쓰인다ㅋㅋㅋㅋㅋ 흐릿하게 보이는데 존재감 대박ㅋㅋ

-인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배경에서 두 손을 마왕처럼 촤악 펼쳐든 김덕순 여사 캐리커처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쇼호스트가 말을 이었다.

-우선 오늘 판매하게 될 상품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 영상 보시겠습니다!

‘자료 제공 : TBC’라는 문구와 함께 주세한에서 있었던 영상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세한에서 메뉴를 만들게 된 순간부터 전설이 된 헬평 휴게소까지.

시청자들이 다시금 복작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시간222

-222222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맞다

-아 언제 파냐고 현기증난다아

-제발 사게 해 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뉴불백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일일 쇼호스트를 맡게 된 리혁입니다.

하얀 얼굴이 유난히 뽀얗게 반짝거린다.

옆에서 미청년들이 깐족거린다.

-저거 하고 싶다고 며칠 전부터 엄청 노래를 불렀죠. 쇼호스트 하게 해 달라고 진짜 노래까지 불렀어요.

-근데 잘 불렀어.

-맞아여. 잘 부르져.

빠르게 멘트를 하던 멤버들이 스윽 시선을 피할 때, 리혁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갔다.

그런데도 어딘가 모르게 신난 어조에 시청자들이 웃었다.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쇼호스트 맡아서 신났네

-보통 저런 거 우주가 맡아서 그런지 되게 좋아하는 듯

-왕지호는 왜 기특하게 바라보는 건뎈ㅋㅋㅋㅋㅋㅋ

-지호(19세) : 잘 컸군여..

리혁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그런 이유로 이번에 편의점 버전으로 출시된 뉴불백 도시락과 함께, 홈쇼핑으로 뉴불백 세트를 팔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어머, 그랬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쇼호스트에게 다른 멤버들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저희가 오늘 직접 현장에서 뉴불백을 만들어서 시식하는 모습도 보여 드릴 테니까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요!

-오늘 <뉴불백 쇼>에서는 저희 뉴블랙의 정규 앨범 수록곡 무대도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그들이 멘트를 마치고 홈쇼핑에서 본격적인 조리를 하기 위해 세트장을 가로질러 이동할 때.

쇼호스트에게 다시 카메라의 포커싱이 맞춰졌다.

-네, 여러분! 정말 여러 번 오지 않는 아주 특별한 기회입니다! 40년 넘는 원조 불백 레시피와 뉴블랙의 특제 소스가 합쳐진 뉴불백! 저도 TV를 보면서 정말 맛이 궁금했던 제품이었어요.

청산유수 같은 쇼호스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시청자들은 얼마 안 가 판매가 시작될 거라는 걸 감지했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동안.

‘반드시 구한다. 불백과 저 통.’

수플레들이 눈에서 불꽃을 활활 태웠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번에 뉴불백 통이라고 나온 게 굉장히 예뻤다. 통만 팔아도 대박이 날 듯한 느낌.

그들 모두 심호흡을 했다.

‘난 티켓팅에 강하다. 약하지 않다.’

덕질을 하면서 선착순으로 하는 모든 것에 단련이 된 팬들이었다.

거지 같은 예매 시스템 속에서도 서버 시간을 맞추며 스탠딩을 뚫었고, 선착순으로 파는 굿즈도 언제나 쟁취했다.

친구들이나 주변 친지들이 너는 티켓팅과냐 하는 말을 할 정도.

수플레들이 후후후 웃었다.

-티켓팅에 실패한다는 건 무슨기분이지..?

-내 사전에 실패는 없음

-수강신청 전공필수 선택 못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뉴불백은 내가 get

-저 얘들아 우리 얼른 전화해야 될 것 같은데

집집마다 온 가족이 전화기 하나씩 붙들고 있는 상황.

수플레들도 판매 시작에 맞춰 인터넷 주문창에 접속하거나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어어?”

주종목인 인터넷으로 접속하던 수플레들이 당황했다.

‘이 미친…!’

서버 확충했다며?

아니.

확충했다면서?

KG 홈쇼핑 측에서 기사로 서버를 확충했으니 걱정 마시라 했는데, 눈앞에서 허연 화면이 버버버벅 한다.

‘조… 조때써!’

여기저기서 당황한 수플레들이 이번엔 전화기로 도전을 하려고 했을 때.

-세상에!

쇼호스트의 새된 비명이 들려왔다.

-지금 주문이 미친 듯이 들어오고 있네요!

-대, 대박이에여!

화면에 표시된 주문 수가 미친 듯이 폭증하고 있었고, 아래에 써진 대기 시간이 수플레들을 절망케 했다.

‘대기시간 10분…?’

속도가 생명인 상황에 10분이라니.

수화기에서 클래식 음악과 함께 기다려 달라는 뉴블랙의 안내 멘트가 울려 퍼졌지만, 속이 타오를 뿐이었다.

“아니……!”

저거 사야 되는데. 진짜로 사야 되는데.

수플레들이 애타게 속을 끓이고 있을 때, 판매 시작하고 나서 딱 5분이 됐을 때였다.

[딩동!]

딩동?

TV 속에서 쇼호스트와 뉴블랙이 눈을 껌뻑이고 있다.

확인 사살을 하듯 화면이 도장찍는 효과음과 함께 붉은색 [매진]이 쾅! 찍힌다.

-매… 매진되었습니다!

-…… 매진됐어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뉴블랙의 모습에 웃음이 터질 겨를도 없었다.

시청자들 모두가 멍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인터넷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뉴불백 예매 성공한 사람??????

-성공한 사람 있나요?

-뉴불백 누가 산거냐 주변에 성공했다는 사람이 없는데

-물량 뭐임 홈쇼핑새기들 쥐꼬리만큼 준비해 놓은 거 아냐?????

-앟이.. 않ㄴ이 내 뉴불백

-ㅅㅂ

-오늘부터 내 꿈은 뉴블랙 매니저

-ㄹㅇ 뉴블랙네 회사 취업하는 게 더빨리 먹을 수 있을듯

수플레들도 마찬가지였다.

-불백을 먹는다는 건 뭘까?

-내사전에 실패 없다고 한 사람임.. 사전 개정작업 들어갑니다

-내가 지다니

-아직 배울 게 많았구나.. 세상은 쉽지 않았어

다들 멍하니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핸드폰에서 시선을 뗀 수플레들은 주변에서 슥 웃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엄마……?”

“왜.”

“성공했어?”

“어.”

“끼아아아아!”

“얜 미쳤나? 뭘 또 껴안고 그래.”

그러면서 수플레 딸들을 안아 주는 엄마들.

홈쇼핑 채널을 자주 틀어 놓는 전국의 어머니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을 때.

TV와 현장 스튜디오에서는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저기…….

요리를 준비하고 있던 뉴블랙이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저희 그럼 이제 집에 가야 되나요?

-요리 준비는 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 버린 뉴불백 판매에 뉴블랙이 촉촉한 눈으로 묻는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시청자들도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공허한 시식회

-판촉행사로 준비한 코너가 순식간에 못 산 사람들을 자극하려는 고도의 술책이 되어 버림ㅋㅋㅋㅋ

-뉴블랙 : 여러분은 못 드신다고요? 저희가 먹겠습니다!

-국민 아이돌에서 매국노 아이돌 전환

-중현이가 저기서 맛나게 촵촵 먹으면 백만안티 쌉가능

-내 생각에 kg 홈쇼핑 사람들 욕먹기 싫으면 저기서 뉴블랙이 지금 현장조리 해서 팔아야됨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뉴블랙 애들은 그저 음식을 팔러 나왔을 뿐인데ㅋㅋㅋㅋ

-뭐 기왕 이렇게된거 뉴블랙표 홈쇼핑 예능 보고 간다

-당황한 거 봐ㅋㅋㅋㅋ 다 우주 보네

졸개 4인조가 어쩌지? 하고 우주를 바라보는 가운데, 우주와 쇼호스트의 눈이 마주친다.

잠깐의 적막.

쇼호스트가 이어폰으로 바깥의 지시를 듣는 동안, 뉴블랙이 능청맞게 꽁트를 이어 갔다.

-네! 일단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단 뉴불백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만들어서 저희가 이걸로 보내드릴게여~!

-괜찮네. 이것도 추가합격 그런 거 있나요?

중현의 말에 뉴블랙 멤버들이 꺄르륵 웃는다.

능청맞게 일단의 쇼를 이끌어 가는 뉴블랙 멤버들이 뉴불백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중현 씨, 이거 양념장 맛 좀 보세요.

-네, 형.

-어떠세요?

-간은 적절한데 손맛이 나네요.

-들켰네요.

비닐장갑이 찢어졌는지 우주의 손가락 끝에 양념이 묻어 있다.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캬ㅋㅋㅋㅋㅋㅋㅋ

-예능 잘해 진짜 잘해

-그게 아니고 중현이는 진짜루 손맛을 본 거 같은디

-손맛(물리)

-확실히 예능 많이해서 그런지 능청맞게 이끌어가는 거 있음

-TV 보고 있는데 부모님이 잘하네.. 하면서 감탄함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뉴블랙이 불백을 조리하며 시간을 벌어 주고 있는 동안, 쇼호스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많이들 당황스러우셨죠?

그녀가 손을 들었다.

-일찍이 제대로 소개를 못 드렸는데요. 방금 있었던 것은 바로 1차 판매였습니다.

-역시! 1차 판매였군요~!

뉴블랙이 단체로 주먹을 들며 환호했다.

그 호응에 기분 좋게 웃던 쇼호스트가 눈을 찡긋하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오늘 뉴불백 판매는 2차와 3차까지 있습니다! 각각 20분씩 진행할 텐데요.

-20분씩!

-네, 크흡, 네! 다만 1차 판매보다 배송일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청자들 모두가 눈치를 챘다.

‘지금부터 만드는 거구나!’

인터넷이 와글와글해졌다.

-홈쇼핑 : 사장님. / 공장사장 : 예? / 홈쇼핑 : 만들어

-지금 이시각 뉴불백 공장 : 달달달다랃랃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격 일자리 창출하는 아이돌

-대한민국 K팝의 부가가치 : 불백, 빵

-공장 어딘지 아시는분 있나요..?

-모름ㅇㅇ 움파룸파족만 고용하는 듯

TV 화면에 2차 판매 시각 예고가 카운트다운 되는 가운데.

2차와 3차까지 있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진 시청자들이 TV 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실시간 문자로 뉴블랙과 소통하세요!]

방송국 놈들의 상술이었지만 흥이 가득한 한국인들의 열정이 곧장 발휘됐다.

스윽스윽 올라가는 문자를 보며 능숙하게 소통하던 뉴블랙 멤버들이 말을 이어 간다.

-그러고 보니 저희 앨범 소개를 안 했네요.

조물조물.

우주가 열심히 고기를 조물조물하는 동안 다른 멤버들이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옆에 붙은 쇼호스트가 MC처럼 묻는다.

-이번에 정규 앨범 으로 컴백하셨죠?

-네, 맞습니다! 저희의 첫 정규 앨범이에여!

-와아아아아!

조물조물.

쇼호스트가 물었다.

-이번 앨범에서 그간의 앨범과는 다른 차이점이라면 무어가 있을까요?

-으음, 아무래도 상당히 진지한 분위기가 아닌가 해요. 낙화 때보다 조금 더 진지한 분위기거든요.

-블랙이란 색채에 맞춰 전체적으로 무게감을 주고 싶었어요.

조물조물.

뒤에 있는 우주가 불백을 만드는 동안, 멤버들과 쇼호스트가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뒤에 우주좀 봐줘라ㅋㅋㅋㅋㅋㅋ

-(뒤에서 스산한 얼굴로 바라보는 실시간 우주 표정 캡처.jpg) 리더는 멤버들이 밉다

-아 근데 조물조물 소리랑 목소리 겹쳐서 개웃김

-뮤직카페 온 거 같다

이내 뉴불백을 만들고 있던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아무도 안 도와주시네요.

-저희 앨범 홍보하고 있었어여, 형~

부들부들하던 우주가 다시금 조물조물하고 앨범 토크가 이어진다.

그동안 시청자들은 다른 의미로 웃음을 터뜨렸다.

보석처럼 눈이 빛나는 듯한 미남이 흥 하며 샐쭉한 얼굴로 뒤에서 보는 표정이…….

‘뭐야. 완전 똑같아.’

뒤편에서 흥 하고 있는 할머니 캐리커처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존나 똑같아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뭐지 암튼 뭐뭐유전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러시아인형 같다 그 뽁하면 뽁뽁 나오는 거

-만화에서 보던 구도 : 대마왕 > 마왕 > 졸개들

특히나 우주의 할머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아는 수플레들이 더 웃음을 크게 터뜨릴 때.

-비주야.

-네!

비주가 우주를 도와 뉴불백을 만든 후.

본격적인 시식 시간이 이어졌다.

홈쇼핑에서 음식 등을 팔 때 나오는 단란한 가족들처럼 테이블에 둘러앉은 뉴블랙 4인조가 시식을 하고.

-네, 이제 2차 판매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리혁과 쇼호스트가 진행 카드를 들고 토크를 한다.

뉴블랙이 부른 경쾌한 ‘불꽃놀이’가 BGM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전국의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핫!”

“미치겠다, 정말.”

“쟤네 뒤에서 뭐 해?”

뒤에서 비주와 중현이 음식을 맛보고 나서 우아하게 와인잔을 부딪치는 것처럼 콜라가 담긴 잔을 건배하고.

지호와 우주가 불백을 한 입 먹고는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투명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린다.

이 세상 것이 아닌 음식을 맛본 것처럼 갸륵한 눈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능 낭비하지 말라고 진짜ㅋㅋㅋㅋㅋ

-저 둘이 연기멤버인가??

-눈물이 어떻게 저렇게 바로 뽁 나오지?

-앞에서 두 사람이 말하는데 뒷배경에 할머님이랑 저 4인조 때문에 집중이 하나도 안 됨ㅋㅋㅋㅋ

-아 나 웃다가 지금 다이얼 실수할뻔

수플레들이 캡처를 하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렇게 예쁜 얼굴을 이런 방송에서…….’

레전드 짤로 소장하고 싶은데 ‘뉴불백 특가 판매’, ‘실화냐!’ 같은 현란한 자막이 가득한 짤이었다.

그러는 한편.

카메라를 들고 다가오는 감독을 향해 테이블에 둘러앉은 뉴블랙 멤버들이 엄지를 슥슥 든다.

동시에 곧바로 시작된 2차 판매.

-네! 2차 판매도 종료되었습니다!

전국에서 수많은 환호와 비명이 뒤섞이는 가운데.

홈쇼핑 방송이 중반으로 가면서 다양한 코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감사 이벤트나 뉴불백에 관한 Q&A 등등.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시간이었지만, 뉴블랙 본인들에게도 대중들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별개로 또 다른 이득이 있었다.

“저거 밑에 깔린 노래가 뭐야? 좋은데?”

“노래 좋다. 이거.”

홈쇼핑의 배경 음악으로 그동안 뉴블랙의 앨범에 수록되어 있었던 노래들이 나오고 있었다.

데뷔 싱글부터 미니 앨범, 스페셜 앨범 등등.

카페 같은 곳에서 들어서 ‘어? 이거?’ 했던 노래들도 있고, 갑자기 귀에 삭 꽂히는 노래들이 있었다.

‘좋다…….’

포털의 질문 코너나 커뮤니티에 ‘지금 나오는 노래 아는 사람?’ 같은 글들이 쭉쭉 올라왔다.

아이돌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였다.

-헐.. 이거 노래 뭐야??? 좋다 제목 아는 사람 있어? 국악풍 취저

-낙화 앨범에 있는 꽃놀이야!

-분위기 좋다.. 이거 그 뭐지 뉴블랙 내고향투어 다닐ㄸ ㅐ 그 앨범 노래 같은데 제목 좀ㅠㅠㅠ

-스페셜앨범 인트로야 Intro : Nineteen 리혁이가 부른 거

-뉴블랙은 ㄹㅇ 띵곡파티네

-와 근데 14년도 곡들도 진짜 좋다

-16놀이때 입덕했는데,, 다들 이 좋은 걸 먼저 듣고 있었구나

여기저기서 노래 제목을 알려 달라는 요청들에 왠지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리고.

그간의 수록곡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진다는 것과 함께 또 다른 효과가 있었으니…….

-3차 판매를 기다리고 계신 전국의 시청자 분들을 위해 저희가 오늘 특별한 무대들을 준비했어요.

-여러분을 위해 부릅니다. ‘It’s OK’

우주가 어쿠스틱 기타를 퉁기면서 노래를 부르고, 다른 멤버들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노인정에서 TV를 보고 있던 노인들이 말했다.

“잘 부르네.”

“잘 불러. 쟤들.”

“그 뭐시기냐. 제주도 영감탱이 누구야, 그 영감 노래도 부르고 그랬잖아.”

“아, 노재현이?”

전국에 있는 다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로 이번 정규 앨범의 수록곡 무대들을 감상하며 오호 했다.

‘좋네.’

컴백 쇼케이스에서는 보여 주지 않았던 안무 없는 곡들의 무대가 쭉쭉 이어졌다.

가사가 옆에서 흘러나오고, 곡 제목 아래로 ‘서로 간의 다툼과…’하는 소개글이 적혀 있다.

바로 옆에는 ‘역대급 혜택!’ 하는 문구들이 있고.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좋아.’

현재 홈쇼핑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방송인 만큼, 음악 방송보다 압도적인 파급력을 보이는 무대였다.

그것은 곧바로 지표로 이어졌다.

음원 사이트에서 뉴블랙이 홈쇼핑에서 무대를 하고 있는 곡들의 실시간 그래프가 변화무쌍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뭐야? 음원 추이 이상한데?’

실시간 그래프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안티들이 건수 잡았다고 좋아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뉴블랙 곡들 추이 이상한 듯

-ㅇㅇ 이상할 거임

그런데 뭔가 반응이 이상했다.

-??? 이상하다니까

-ㅇㅇ 홈쇼핑에서 무대를 하고 있으니까 당연하지

-뭔소리야 홈쇼핑에서 뭔 무대를 해

-TV 틀어봥~

…라고 말을 하며 KG 홈쇼핑 채널을 트는데, 정말로 뉴블랙이 워우워 하며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

‘뭐지. 이건.’

다른 아이돌이 컴백할 때, 불백하고 있는 아이돌의 모습이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뉴블랙이 홈쇼핑 출연으로 정규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도 톡톡히 홍보를 해내고 있을 때.

다시금 3차 판매가 시작되면서 다시 희비가 교차했다.

“와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씨 또 못 샀어!”

그 유명하다는 뉴불백을 쟁취한 이들과 쟁취하지 못한 이들이 아쉬움을 삼키고 있을 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뉴블랙이 활짝 웃고 있는 동안, 지금 전국에서 누구보다 가장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역대급 기록으로 흥분한 KG 홈쇼핑의 직원들, 성공적인 노래 홍보에 흐뭇해하는 어느 기획사 대표보다 더 환히 웃고 있는.

“오호호~”

누군가와 닮은 낭랑한 웃음소리.

“그려요~ 덕순이의 세상이 왔어요~”

비단옷을 입은 고양이를 무르팍에 앉힌 채, 스포츠카 카탈로그를 넘기고 있는 김덕순 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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