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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25)화 (52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25화

3분 전.

잠실야구장으로 들어서는 뉴블랙이 TBC 스포츠의 중계 카메라에 잡히면서 캐스터들이 웃었다.

-말씀드린 순간, 뉴블랙이 나오네요.

MC가 마이크를 건네주자 야구 모자 아래로 빛나는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미남이 무어라 말한다.

그 위로 해설진들의 오디오가 겹쳐졌다.

-오늘 시구와 시타는 인기그룹인 뉴블랙의 우주 씨와 중현 씨입니다.

-국민 아이돌이죠! 저희 딸이 너무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 불백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죠.

해설진들의 너스레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이 중계 오디오로 잡혔다.

잠시 중계 화면으로 객석에서 일어나 단체로 핸드폰을 들어 뉴블랙을 찍는 관객들이 나타났다.

-인기가 정말 대단하네요.

-플레이오프 시구에서 이렇게 큰 함성이 나오는 건 처음 보네요. 정말 인기가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보이그룹 아니겠습니까.

가끔 가장 핫한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들이 시구자로 나올 때 들릴 법한 환호성이었다.

그동안 그라운드에서 우주와 중현이 마스코트 청룡의 안내를 받아 이동한다.

야구 모자를 거꾸로 써서 꾸러기처럼 웃고 있는 지호의 얼굴이 지나가면서 지켜보고 있는 멤버들의 뒷모습이 비춰지고.

-이제 중현 씨가 시구, 우주 씨가 시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자를 벗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중현.

-시구를 송윤호 선수가 가르쳤다고 하죠? 아까 듣기로는 송 선수가 중현 씨의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조금 기대가 됩니다.

캐스터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뉴블랙의 중현 씨 하면 압도적인 힘이나 스피드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에서 차량이랑 나란히 달리기도 했고요. 거의 강속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여태까지 남자 연예인 최고 구속이 몇이었죠?

-이견우 씨였죠. 111km.

-오늘 한 번 기대해 봐도 될까요~? 하하하.

캐스터들이 수다를 떨며 웃는 동안, 인사를 마친 중현이 자세를 잡는다.

평소의 온화해 보이던 얼굴이 진지하게 집중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중현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오우, 왼손잡이네요.

-좌완 시구인가요. 하하하.

그와 함께 중현의 오른다리가 쭉 하고 올라오더니 중현의 상체가 빠르게 회전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한 자세.

손끝을 떠난 공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오우우우!

-어?

캐스터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동안, 객석에서도 비슷한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워우우우우…! 하는 관객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캐스터들과 야구팬들의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뭐야? 방금 뭐야?’

시구라는 것도 깜빡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현장에서 야구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우와!’ 하려고 할 때였다.

-이야, 이거 진짜 강속…….

-어?

이제 포수의 글러브에 공이 착 감기고, 우주가 헛스윙을 부웅 하면 시구 시타가 끝나게 되는 건데.

바로 그때.

잔뜩 겁에 질렸던 우주의 표정이 스윽 바뀌더니 방망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마……?’

따아아악-!

…하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날아간다.

-어어어어?

-쳤어요? 저걸 또 쳤어요! 카메라 당황했습니다. 카메라 당황했어요!

당황한 중계 카메라가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공의 궤적을 쫓는다.

현장의 객석에서 떠들썩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느슨하게 앉아서 뉴블랙의 시구를 바라보고 있던 관중들도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공을 쫓았다.

부웅 하고 날아간 공.

-날아갑니다! 갑니다아…!

-와, 엄청 날아가네요.

처음에는 오, 하면서 웃음을 터뜨리던 관객들의 눈이 포물선을 그리던 공을 쫓는다.

‘홈런인가? 홈런이야?’

고개를 쭉 빼고 바라볼 때, 공이 홈런의 경계선이 되는 펜스 쪽으로 날아갔다.

“와아아아… 어어어어!”

“어어어어!”

아슬아슬하게 날아가던 공이 쭈욱 떨어졌다.

그리고.

-어어어어! 떨어집니다!

통!

경계선을 앞두고 마치 ‘속았지?’ 하듯이 공이 안쪽 벽에 통! 하고 떨어졌다.

어어어어? 하던 관객들이 탄식했다.

“아아아!”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하던 관객들이 입을 크게 벌렸다.

‘미친……!’

처음에는 뭐야? 하며 당황했다가, 얼마 안 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처럼 웃는 관객들.

이내 모두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향했다.

중계 화면과 전광판으로 방망이를 든 채 얼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우주의 모습이 나타났다.

“흐하하하하!”

중계석과 관객석, 선수석을 가리지 않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포수가 멍 때리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   *   *

이게 되네…?

아니, 어떻… 아니, 나 뭐. 어. 아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는 듯한 느낌과 함께 멍하니 서 있을 때였다.

“우주 씨.”

내 아래쪽에서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뛰어요.”

“네?”

고개를 돌리자 포수 마스크 너머로 씩 웃는 얼굴이 보였다.

“뛰어요~! 방망이는 두고.”

“아, 네!”

벽에 통! 맞고 굴러 오는 공을 보고 있는 것도 잠시, 뛰라는 말에 방망이를 두고 타타탓 뛰기 시작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근데 어디까지 뛰어야 되는 거지?

포수 쪽을 보면서 ‘이렇게요…?’ 하자 계속 뛰라는 듯 상대가 손짓했다. 더 빨리 뛰라는 듯.

그렇게 2루를 넘어서 3루까지 파파팟 뛰고 있을 때였다.

“와아아아아!”

멀찍이 펜스 쪽에 있던 선수가 중현이에게 공을 던지는 게 보였다.

촙!

오오오오 하는 함성과 함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중현이가 공을 잡아서 홈 베이스 쪽으로 던지려고 할 때.

“으아아아!”

내 몸이 홈 베이스 쪽으로 촤아악! 하고 들어가면서 포수의 글러브에 중현이가 던진 공이 착 하고 안착했다.

“헉, 허억…….”

내가 허벅지를 붙잡고 헉헉대고 있는 동안, 주변에 있던 심판 분들과 관계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는 포수 분에게 내가 물었다.

“근데 저… 왜… 뛰, 뛴 건가요?”

“재밌잖아요~”

그 말에 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객석에서도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예상치 못한 진귀한 광경을 보아서 그런지, 다들 배를 잡고 웃는다고 할까.

“와아아아아아아-!”

박수를 쳐 주는 관객들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중현이가 내게 다가왔다.

“형, 잘했어요.”

“야, 나 죽는 줄 알았어.”

물러나서 구경하고 있던 동생들도 발랄하게 뛰어오는 가운데, 다 같이 모여 모자를 벗고는 현장의 팬들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곧이어 커다란 함성과 웃음소리, 박수 소리가 한데 뒤섞여서 야구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시구, 시타는 대성공이었다.

*   *   *

현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동안, 중계석에 있는 캐스터들도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KG 드래곤스와 구송 모터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그 첫 번째 득점을 뉴블랙이 가져갑니다!

-1대 0대 0이네요.

-역시 강하네요. 뉴블랙 불백스.

불백스라는 드립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식전의 인상 깊었던 이벤트 덕분인지 [Replay]라는 자막과 함께 방금 장면이 흘러나온다.

흐아아악!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갑자기 표정이 사악 변해서 따악! 공을 날리고, 3루까지 돌아 홈 베이스까지 달리는 동안 중현이 공을 척 받아서 홈 베이스로 던진다.

이윽고 판정이 나온다.

-세이프네요!

캐스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경기의 한 장면을 본 것 같습니다.

-너무 재밌네요.

그러면서 구속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방금 중현 씨의 구속이 몇이었죠?

-128이라고 하네요. 솔직히 방금 건 정상적인 마운드에서 던졌어도 좋았을 공이었거든요.

-야구 선수에서 은퇴해서 아이돌로 전향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하하.

-뉴블랙 분들은 광고 한 편 찍어야겠어요. 야구로 해서.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중계 카메라가 이제 관계자석에 앉는 뉴블랙을 비추었다.

아직도 얼떨떨해 보이는 우주와 근엄하게 웃고 있는 중현, 그리고 옆에서 그들의 어깨를 붙잡고 꺄르륵 웃어 대는 멤버들.

전광판에 흘러나온 걸 발견했는지 둘이 웃는 동안, 나머지 셋이 그들의 어깨를 마구 흔들며 꺄아아아 했다.

그러는 동안 중계 화면 밑으로는 마치 선수 프로필처럼 자막이 흘러나왔다.

[선우주] 타율 1.000

안타 1

센스 있는 자막에 캐스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일 기사가 엄청 나오겠어요.

-정말 멋진 시구였습니다!

그와 함께 웃음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면서 캐스터들이 본격적인 경기 진행에 대한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도 본격적인 경기 준비에 들어가고 있을 때.

온라인에서는 이미 소식이 퍼진 뒤였다.

-(현시각 잠실야구장) 뉴블랙 우주 안타 침

-현재 야구 스코어 불백스 1 : 드래곤스 0 : 모터스 0

-현시각 연예인 시구 기록 1위 깬 아이돌

실시간으로 올라온 영상과 함께 올라온 게시글들에 당황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야

-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

-태릉이 빼앗긴 인재

-따릉이도 빼앗는 인재.. (뉴블랙TV에서 우주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는 중현의 짤.gif)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뭐야

-ㅅㅂ 개웃기네

-불백슼ㅋㅋㅋㅋㅋㅋㅋ 뉴불백슼ㅋㅋㅋㅋ

-스케일 보소ㅋㅋㅋㅋㅋ

그와 함께 생수병을 들이켜다가 ‘푸훕’ 하고 뱉는 야구 감독의 반응 등이 짤로 조명을 받고 있었다.

껌을 짝짝 씹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선수가 한국말로 ‘와 시발’ 하는 입모양 짤도 나오고.

난생처음 보는 시구, 시타에 현장 관계자들의 리얼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근데 그럴 만하다ㅋㅋㅋㅋ

-대체 어케 한 거냐고ㅋㅋㅋㅋㅋㅋ

-불백스 강팀이네

-자막 미쳤나ㅋㅋㅋㅋ 안타1 ㅈㄴ 웃겨

-아니 근데 130이면 거의 선수로 전향해야 되는 거 아님??

-우리는 최고의 좌완 파이어 볼러를 잃었읍니다..

-어느 날 UFO가 침공해서 우리 종족을 내놓으라고 김중현 사진 내밀면 이해할 용의 있음

-완벽한 개연성ㅋㅋㅋㅋㅋ

그야말로 역대급 임팩트를 주는 시구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했지?’

다시 봐도 신기한 영상이었다.

강속구도 강속구인데,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우주가 눈을 팟 뜨더니 마치 메이저 리그 선수처럼 방망이를 휘두른다.

실시간으로 올라온 영상 댓글에도 사람들이 복작거리고 있었다.

-엄마 전 커서 뉴블랙이 될 거예요

-엄마 : 시구 128km. 시타 홈런. / 아들 : 뉴블랙이 안 될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와아

-n년 후에 ‘경기보다 더 화제된 시구’ 이런 제목으로 뜰 것 같네요ㅋㅋㅋㅋㅋ

-시구가 다 했다

-몇 번이고 돌려보는데 진짜 신기하다ㅋㅋㅋㅋ 어떻게 했지?

얼마 안 가 실시간 검색어가 ‘시구’, ‘시타’ 등으로 도배될 때.

뉴블랙의 시구/시타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커뮤니티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중현이 128 나오던데 빠른 건가요?]

사회인 야구는 잘 몰라서;

-아이돌이 던진 거잖아요..

-저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ㅇㅇ 근데 제구가 되야죠

-제구 신경 안쓰고 던지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제구가 되야 진짜임

-120만 돼도 비선출 중에서 5프로도 안 될 텐데ㅋㅋㅋㅋ

-아니 이 사람들아ㅋㅋㅋㅋㅋㅋ 저 정도면 사실상 130이에요

-타고났네요 ㄷㄷㄷ

-그래서 다들 구속이 몇 나오시는지..?

-사회인 야구에서도 자기 110 던진다고 하는 사람들 스피드건으로 재보면 실제로 100키로 정도인 경우 많아요ㅋㅋ

야구 커뮤니티에서도 이게 빠른 거냐를 두고 토론이 벌어지고, 우주의 타격 폼에 대해서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중현이 야구선수였으면 유니폼이 얼마나 팔렸을까에 대한 토론도 함께였다.

-와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해외토픽감이긴 한 듯

-최소 미튭 천만은 나올 듯요

-무명이었으면 바로 떴을 거 같은데 이미 원체 유명해서

-ㅋㅋ와 다시 봐도 개쩐다.. 김중현은 평생 동안 자랑거리 생긴듯ㅋㅋㅋㅋ

-까비 거의 홈런이었느데

실제로도 실시간으로 올라온 해당 영상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뉴블랙의 시구, 시타가 큰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야구 경기를 보고 있는 드래곤스와 모터스의 팬들의 드립에 뉴블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발 어떻게 불백스보다 못하냐

-불백스가 1점 얻어 갈 동안 0점ㅋㅋㅋㅋㅋㅋ 대단하고요

-불백스는 1점이라도 땄다

-아오 우주선보단 빨리 달려야 할 거 아니냐고!!!

-아 ㅆㅂ!!!

-이새기들은 나 혈압 높여서 암살하려고 온 암살단인게 분명함

비슷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불백스 >>>> 프로 야구인 이유 말해줌]

불백스 : 개그도 하고 야구도 잘함

프로 야구 : 야구를 해야 되는데 개그를 함

-이거 마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백스로 갈아탑니다 시발

-불멘

-불백스는 구단주도 돈 많이 쓴다더라

한편, 불백스를 연호하는 이들의 격한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수플레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야구는 대체 무슨 스포츠인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화로 가득 차 있었다.

어쨌거나 뉴블랙의 시구와 시타에 대해 야구팬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 안심이 됐다.

‘우리도 응원해야지.’

KG 드래곤스의 초청으로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으니 마찬가지로 드래곤스를 응원하는 수플레들이었다.

“우와아아……!”

평소 야구에 관심이 없어 잘 몰랐던 팬들에게는 온통 신기한 것투성이였다.

생각보다 큰 경기장.

응원가도 흘러나오고, 사람들도 으쌰으쌰하고, 왠지 모르게 콘서트장 같은 느낌이 났다.

“야아아아아~!”

득점을 하거나 실수를 할 때마다 KG 드래곤스의 팬들 사이에 섞여서 우와! 어어! 하는 것도 잠시.

경기에 몰입하던 수플레들의 눈빛이 점차 변해 가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올 때마다.

“……!”

갑자기 가슴이 울컥 하면서 화가 치미는 느낌.

주변에서 야구팬들의 격한 반응이 튀어나오는 가운데, 경기가 5회 말쯤이 됐을 때였다.

“으아아아아아!”

이제는 야구팬들과 한데 섞여서 괴성을 지르고 있는 팬들은 큰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어떻게 저걸 놓치지?’

‘아니, 아니……!’

‘와, 나 뒷목.’

야구든 아이돌이든.

덕질에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고통이 따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으아아아!”

고통 받는 아이돌 팬들의 모습에 주변에서 응원하던 KG 드래곤스의 팬들이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   *

“오…….”

야구를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서 그런지 신기하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좋네여.”

10월 밤의 날씨가 살짝 쌀쌀하긴 했지만, 이렇게 열기 가득한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

치킨과 함께 하니 더더욱 행복한 것 같다.

“아, 맛있어…….”

비주가 행복하게 웃는 가운데, 나도 나무젓가락으로 치킨을 쏙쏙 집어먹었다.

리혁이가 핸드폰 메모장을 켜서 무언가를 지웠다.

“뭐 해?”

“버킷 리스트에서 지우려고요.”

“아.”

그러고 보니 나중에 야구장 가서 치킨 먹고 그래 보자 얘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연습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하는 얘기들 중 하나였다.

펜션 잡고 여행 가자, 동해안에 뭐 있다는데 그런 거 해 보자.

TJ 엔터에 있을 때도 연습생들끼리 ‘우리 나중에 야구 보러 갈까? 치킨 고고?’ 하면서 와글와글 대화를 나누곤 했다.

보통은 이루지 못하는 소원들인데 어쩌다 보니 스케줄이 겹쳐 이루게 된 소원들 중 하나였다.

핫바를 우물거리던 막내가 말했다.

“근데 중현이 형 친구 분 엄청 잘하는 거 같아여.”

“그러게.”

나름 팀에서 에이스 격 존재인 듯했다.

강속구를 던지는 송윤호 선수를 보며 감탄하는 한편.

“오……!”

KG 드래곤스가 득점하거나 실수를 할 때마다 우리도 오오오, 아이고 하면서 관람을 했다.

하지만 중현이 빼고는 다들 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라서 그런지, 그저 흥미로울 뿐이었다.

저거 안타 아니야? 했는데 아니라고 그러고.

“이기겠지? 이겨야 되는데.”

“이겨야죠.”

시구도 징크스 같은 게 있다고 했다.

꼭 연예인 누가 시구를 하면 경기에 지더라, 하는 그런 게 있다나.

그래서 오늘 경기는 꼭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응원을 이어 갔다.

“화이티이잉-!”

그렇게 관람을 이어 가는 가운데, 비주가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왜?’

표정을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

KG 드래곤스 선수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치킨을 먹던 것도 멈추고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는 중현이었다.

곧바로 세모꼴로 변하는 눈.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리는 듯한 모습에 다 같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왜 이래?’

‘엄청 열 받았나 봐요.’

중현이가 누구던가.

지호가 실수로 이불에 아이스크림을 엎었을 때도 푸근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던가.

무서운 걸 봐도 껄껄 웃으며 좋아하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 바로 중현이었다.

그런데…….

얘가 이 정도로 분개하는 건 처음 본다.

“하…….”

진정이 안 되는지 후우우 하면서 몸을 파르르 떤다.

“괜찮아?”

“괜찮아요. 잠깐 현기증이 나서….”

중현이가 한숨을 쉬면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그러고 있을 때.

“어? 우리 나와여!”

“진짜?”

중계 카메라로 짐작되는 곳을 향해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드는 가운데, 그런 우리를 배경으로 중현이가 열이 오른 표정으로 뒷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객석의 관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들 웃으시지?”

“그러게여…?”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서 웃어도 되는 거 아닌가?

영문을 알 수 없는 반응에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경기가 끝나고 그런 우리의 모습이 ‘야구팬 vs 일반인의 차이.gif’ 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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