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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27)화 (52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27화

문을 닫았지만, 새우처럼 퍼덕이던 중현이의 잔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개를 흔들어 뿌리치려고 했지만, 상상 속 중현이가 ‘왜 지우려고 하새우’ 하며 퍼덕퍼덕거렸다.

“…….”

또 꿈에 나오겠네. 이거.

가끔 이렇게 중현이가 이상한 짓을 할 때면 꿈속에 중현이가 나오곤 했다.

얼마 전에는 중현이가 공중부양을 하는 꿈도 꿨는데.

-공중부양은 쉬워요. 형.

-진짜?

-이렇게 두 팔로 바닥을 밀어내고요. 그 상태에서 손만 떼면 공중부양인 거예요.

-우와아아! 되는구나!

왜 꿈속에서는 바보 같은 생각에 의심을 못하게 되는 건지, 하는 의문으로 잡생각을 하는 한편.

안도의 숨을 쉬었다.

별문제는 없어 보였으니까.

시구 영상을 보면서 말이 없어지고 묘한 표정을 짓기에 무슨 심경에 문제라도 있는 줄 알았다.

“…….”

그래도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서 문손잡이를 돌렸다.

여전히 새우 자세인 중현이가 반가움의 퍼덕거림을 보였다.

“중현아.”

“네.”

“근데 왜 새우야?”

“그러게요.”

그냥 별생각 없이 새우가 되자 하고 있던 모양이다.

픽 웃으며 중현이에게 다가갔다. 기왕 온 김에 수다라도 좀 떨고 가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자 중현이가 숙이라고 손짓했다.

“숙이고 나와요. 형.”

“왜?”

“밖에 카메라 있던데요.”

“또?”

고개를 숙이고 중현이와 테라스 담장 아랫부분에서 웅크렸다.

“어디 있는데?”

“먼 건물 옥상인 것 같아요. 카메라 렌즈 같은 게 반짝하는 느낌이라.”

보안에 철저한 이 건물 특성상 밖에서 어떤 각도로도 안이 안 보이도록 설계가 되어 있기는 한데.

이런 식으로 아주 먼 건물 옥상에서 줌을 댕겨 내부를 찍으려는 이들이 있곤 했다.

매니저 형들은 아마 질이 안 좋은 연예부 기자 혹은 사생에게 의뢰받은 무리일 거라고 추측했다.

-가끔 가다 남녀 연예인들 투 샷은 없는지, 연예인들 숙소 찍으려고 하는 인간들이 있어. 할 짓도 어지간히 없다 싶은데, 옛날에 그런 식으로 스캔들 기사 내고 그랬으니까.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물었다.

“근데 이 거리에서 찍히려나.”

“찍힐걸요. 100배 줌 되는 렌즈도 있거든요.”

“그래?”

카메라에 대해 잘 아는 애가 하는 말이라 그러려니 했다.

매니저 형들에게 몇 번 정도 말을 해서 어떻게든 처리해 보려고 했는데, 이 바닥 일이 다 그렇다시피 정말 확실한 물증이 있는 게 아닌 이상은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힘들다.

물증이 있어도 법이 약하고.

“킁.”

근데 춥네.

10월의 밤이라 그런지 바람이 꽤 매섭다.

“이거 덮어요. 형.”

중현이가 자기 점퍼를 벗어서 내게 덮어 주었다.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어서 좋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사탕 껍질들 때문에 놀라긴 했지만.

“뭐 먹을 거라도 줄까요. 형?”

“그래.”

“컵라면 있는데.”

“오……!”

컵라면이 있다는 말에 싱글벙글 웃음이 나왔다.

이윽고 중현이가 커피 포트로 끓인 물을 컵라면에 부어 주는 동안, 내가 젓가락을 뜯으며 말했다.

“야구 보는 것도 재미있더라.”

“그죠? 제가 옛날부터 재미있다고 그랬잖아요.”

“응. 근데 팬은 못 할 거 같아.”

내가 웃으며 턱짓을 했다.

“너 보니까 야구팬도 할 만한 거 아닌 것 같던데.”

“아… 그렇긴 하죠.”

“너 그렇게 흥분하는 거 처음 봤다니까. 보면서 ‘와 야구는 중현이도 열 받게 하는구나’ 이랬지.”

“근데 진짜 야구 보면 이렇게 돼요.”

젓가락을 똑 뜯는 중현이에게 물었다.

“원래부터 KG 드래곤스 팬이야?”

“네.”

“어쩌다가?”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요.”

태어날 때부터 KG! 하면서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눈을 깜빡이자 중현이가 푸근하게 웃었다.

“형. 연고지 야구팬이 되는 거는요.”

“응.”

“그냥 태어나면 명단에 새겨지는 거예요. KG 드래곤스 서포터 명단에 김중현, 하고.”

“아.”

어릴 적부터 부모님들, 주변 사람들이 야구팬이다 보니 저절로 입문을 하게 된다는 모양이다.

“신기하네.”

사발면 뚜껑을 뜯어서 원뿔 모양 컵으로 만드는 동안, 컵라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잠시 면을 먹으며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진짜 맛있다.”

“맛있네요…….”

우아아 하며 컵라면으로 건배를 하고는 웃었다.

“이렇게 밤에 운치 있게 라면 먹으니까 좋긴 하다.”

“그러게요. 할머님이 보내 주신 김치 가져올까요. 형?”

“응.”

우리 김덕순 여사의 묵은지가 곧바로 도착했다. 뜨끈하고 살짝 느끼한 라면 국물과 아삭한 김치의 새콤한 맛이 얽혀들었다.

슬슬 이야기의 흐름도 탔고.

맞은편에서 면을 흡입하는 상대를 살피며 말을 꺼냈다.

“아까 공 잘 던지더라.”

“야구부였는데 잘 던져야죠. 형.”

그러면서 더 잘 던질 수 있을 줄 알았다고 아쉬워하는 중현이에게 웃으며 물었다.

“시구할 때 어땠어? 간만에 던진 거 아니야?”

“재미있었어요. 정말 간만에 야구를 하니까. 제가 원래 몸 쓰는 거 되게 좋아하잖아요. 형.”

“그렇긴 하지.”

내가 픽 웃으면서 말했다.

“근데 네가 돌아오고 나서 조금 표정이 묘해 보여서.”

“아.”

“뭐, 별일은 없나 해서 놀러 와 본 거야.”

“별일 아니에요.”

중현이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내가 웃으며 잠시 바라보자 중현이가 말을 꺼냈다.

“음… 그냥 옛날 초등학교 때 생각이 나서.”

“야구부?”

“네.”

야구가 꿈이었는데 포기했다거나 하는 사연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시구를 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중현이가 라면을 먹다 말고 하늘을 잠시 바라보았다.

“제가 어렸을 때 되게 수줍음이 많았거든요. 약하다고 집안에서 안 내보내고 그래 가지고.”

“비주 어렸을 때랑 비슷했네.”

“……걔랑은 달라요.”

비교를 해도 걔랑 비교하느냐는 투로 슥 눈을 흘기던 중현이가 말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되게 내성적이어서. 엄마, 아빠가 뭐라도 해 보라고 했다가 들어간 게 야구부였거든요.”

“갑자기?”

내성적인 사람이 갑자기 성격 바꿔 보겠다고 야구부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나.

“감독님이 아빠 친구분이셔서.”

“오.”

“그래서 들어갔는데, 제가 운동을 되게 잘하잖아요. 몸으로 하는 거 또 감각이 있는 편이니까.”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초등학생 중현이는 금세 야구부의 에이스가 되었다고 한다.

“근데 그것 때문에 좀 피곤하긴 했어요.”

“선배들?”

“네.”

중현이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선배들이 좀 못살게 굴었어요. 근데 제가 성격상 별로 그런 거 신경을 잘 안 쓰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자꾸 안 보는 데서 괴롭히고 그러더라고요.”

“감독님이나 다른 친구들은?”

“꼭 주변에 누가 없을 때만 와서 시비 걸고, 욕하고 그랬어요. 그냥 질투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근데 누구였더라? 얼굴도 잘 기억 안 나서.”

워낙 누가 뭐라고 해도 그런가~ 하고 넘기는 성격이라서 오히려 상대방을 더 자극한 모양이다.

“…….”

근데 왜 내가 열이 뻗치려고 그러지.

10년도 더 된 일이기도 하고, 당사자도 자기 기억이 맞긴 한지 가물가물해 하는데 마음 한구석에서 불길이 확 오른다.

“아무한테도 얘기를 안 했어?”

“그게 시비라는 개념이 없었거든요. 어렸을 때라 그런지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는 게 뭔지 몰랐던 것 같아요. 남을 미워한다는 게 뭔지도 잘 몰랐고.”

“아…….”

“그리고 넘어뜨리려고 발 걸었는데 자기가 넘어지고 그러더라고요. 이빨 깨지고.”

불길이 식었다.

중현이가 컵라면 국물을 들이켜며 말했다.

“근데 언제였더라. 제가 밥 먹고 졸려서 야구부실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누가 자고 있던 중현이를 발로 밀어서 바닥에 떨어졌다고 한다.

쿵! 하고.

일어나 보니까 몇몇이서 낄낄거리고 있었다고.

“직접적으로 누가 절 때리고 그런 건 처음이라서, 엄청 놀라기도 했고. 막 집에 뛰어갔거든요.”

“그래서 관둔 거야?”

“네, 그게 무서웠거든요. 진짜 못된 사람들도 있구나 해서.”

기껏해야 조금 심술 맞은 사람 정도만 상상했다나.

다들 착하고 행복하게 보였던 주변 세상이 갑자기 달리 보이면서 무서워진 탓에 야구부를 관뒀다고 했다.

중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기억에 남나 봐요. 제가 그때 신발 신고 잤는데, 그것 때문에 아직도 신발 신으면 잠 못 자거든요.”

“아…….”

막내가 ‘중현이 형은 신발 신기면 벌떡 일어나여!’ 했던 게 떠오른다. 나도 쏠쏠하게 써먹기도 했고.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졌다.

“야… 그건 말 좀 하지.”

“근데 그냥 몸이 저절로 깨는 거라… 기분 나쁘고 그런 건 아니에요.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마요.”

“알았어.”

머쓱하게 뺨을 긁적이던 내가 물었다.

“걔네들은?”

“저희 가족들이 처리했어요.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다음 날부터 눈을 피하더라고요.”

왜 내가 섬뜩하지.

“근데 저 발로 찬 형이 그걸로 뼈가 나가기도 했고.”

“…….”

내가 물었다.

“그 사람들은 뭐… 살아 있긴 해?”

“모르겠어요. 근데 저한테 못되게 구는 사람들은 잘 안 되더라고요. 근데 왜 갑자기 제 어깨를 주물러요?”

“그냥.”

어깨를 열심히 조물조물하다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아까 싱숭생숭했던 거야?”

“아, 아뇨. 이거는 사실 기억도 잘 안 나서. 다른 것 때문에 그랬어요.”

중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것 때문에 나오긴 했는데 원래부터 그만두려고 생각 중이긴 했거든요. 감독님이 하도 ‘넌 메이저 갈 거다’ 하면서 안 놔주셔서 그랬는데.”

“왜?”

“잘하려고 하니까 재미가 없어졌어요. 근데 저는 성격이 흥미 안 가는 일은 별로 안 하고 싶어서…….”

그러곤 아까 왜 시구를 다시 보면서 지었던 표정이 뭔지 말해 줬다.

“만약에 그때 안 관두고 선수가 됐으면 어땠을까 머릿속으로 그려 봤는데, 그렇게 행복했을 것 같지가 않았어요.”

“랩은 좀 다르고?”

“네, 일인데도 재밌어요. 그냥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서.”

중현이가 컵라면 국물을 마지막까지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아무튼 그때 관두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어요. 그럼 김비주랑 애들이랑도 못 만났을 거고. 형이랑도 못 만났을 거고. 이게 되게 우연의 일치 같은 거잖아요.”

“그렇지.”

동생들과도 항상 하는 이야기긴 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났을까 하고.

나도 수능을 보러 가던 길에 벌어진 사고가 아니었다면 멤버들과 만날 일도 없었을 거고. 세상일이라는 게 참 묘하다.

“윤호처럼 야구 선수가 돼서 시구하러 온 형이랑 동생들한테 동작 알려 준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그 기분 이해해.”

가끔씩 나도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뉴블랙으로 만나기까지 우연이 많이 겹치기도 했고.

요즘 들어 일이 잘 풀리고 있어서 그런지,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TJ 엔터에서 쫓겨난 날이면 어쩌지 하고.

하늘의 별을 헤아리던 중현이가 내게 말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생각할 시간이 생겨서 그래.”

앞만 보면서 달리다가 잠깐씩 숨을 고를 때 드는 생각이 이런 종류니까.

처음에는 야트막한 언덕을 달리고 있었는데, 잠깐 멈추고 돌아보니 구름 위의 까마득한 절벽에 매달려 있는 거다.

어떻게 올라왔지? 하고 얼떨떨한 느낌.

동시에 지나온 길들이 보이면서 저 중에 하나라도 잘못 골랐다면 이렇게 올라올 수 있었을까 하기도 하고.

“우리 근데 진짜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

“그러게요…….”

초동 판매량 1위를 하고, 이번 앨범이 대박 나면서도 실감하지 못했던 위치가 오늘 피부로 와닿았다고 할까.

야구장에 등장할 때도 사람들의 환호성에 피부가 찌릿찌릿했다.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오늘 스케줄을 하면서 우리가 진짜 꼭대기에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현아.”

“네. 형.”

“오늘따라 생각이 되게 깊구나. 놀랐어.”

“저도 제가 가끔 놀라워요.”

엉뚱한 대답에 웃음을 터뜨리고는 웃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올라온 만큼 이제 더 올라가야지.”

“맞아요.”

중현이가 손바닥을 곰발바닥처럼 들어 통 하고 마주쳤다.

내 몸이 울리는 것 같다.

그 선배란 사람은 대체 무슨 깡으로 중현이한테 시비를 건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라면 잘 먹었……. 어?”

“왜 그래요?”

테라스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덜컹덜컹.

“문이 걸렸나 본데…. 핸드폰 있어?”

“걸렸어요?”

중현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내가 누구와 함께 라면을 먹었는지를 깨달았다.

“물러나 봐요. 형.”

중현이가 스윽 손을 뻗고는 문을 양손으로 꽉 잡았다.

그리고.

“오오오……!”

덜컹! 하며 창틀째로 문이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어어어! 야아!”

“엇.”

두 쪽으로 나뉜 창틀 중에서 중현이가 들고 있지 않았던 창이 통째로 방 안쪽으로 넘어갔다.

와장창 하는 소리를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을 때.

쿠우우우웅!

“…….”

“…….”

눈을 빼꼼 떴다.

바닥에 엎어질 뻔하다가 침대에 가까스로 걸쳐진 문틀을 보며 식겁하다가 안도했다.

내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중현아.”

“네, 형.”

“내가 핸드폰 있냐고 물어봤잖아…….”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어요.”

“그래. 그 덕에 내가 미칠 것 같다…….”

아. 이거 창틀 어떻게 처리하지, 하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형드으으을! 무슨 일이에여……!”

“무슨 일… 어엇!”

“으어어어어! 뭐야?”

문이 벌컥 열리며 셋이 뛰어 들어오면서 동시에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딩동! 딩동!

-시발! 괜찮으신가요?!

-행님들! 대답하세요!

아랫집 사람들까지 놀라서 찾아온 모양인지 쉴 새 없이 울리는 딩동 소리와 으아아 하며 머리를 쥐어짜는 동생들이 뒤섞였다.

그야말로 혼란과 파괴의 현장이었다.

*   *   *

창틀은 다시 끼웠다.

리혁이가 업체를 바로 수배한 터라 금세 업체 직원들이 왔는데, 와서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걸 들었다고요?

-네.

-혼자……?

-네.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중현이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날 일은 잘 마무리가 됐다.

-존나 식겁했어요.

-위에서 뭐가 콰콰쾅 하니까 시발 큰일이구나 하고.

아랫집 미소년들과도 간만에 해후를 하기도 했고.

최근에 초동 1위 때문에 조금 껄끄러워지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별로 신경도 안 쓰는 기색이었다.

-온 김에 삼겹살 좀 받아가도 돼요?

리혁이가 저울로 재서 1.818kg을 맞춰 주니 엄청 좋아했다.

그러곤 시구랑 시타 잘 봤다면서 나와 중현이를 향해 눈을 반짝였는데,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굉장히 새삼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만큼 그날의 시구가 임팩트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박. 아침 뉴스에 우리 시구, 시타했던 거 쫙 깔렸대여.”

“진짜?”

생활 정보 프로그램이나 아침 뉴스에서도 이색 장면으로 등장했다는 모양이었다.

이탈리아 뉴스라든가, BBC 등에도 진출했다는데.

시구자의 강속구는 꽤 있어도 일반인 시타자가 이런 식의 안타를 치는 건 처음이라 꽤 이슈가 된 듯했다.

민기 형도 씩 웃으며 말했다.

“KG 드래곤스에서 벌써부터 내년도 스케줄 문의하더라.”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언제든 티켓 줄 테니까 직관이라도 하러 오라고 그러더라고. 뉴블랙이라면 언제 오시든 환영이라고.”

KG 드래곤스 홍보팀 쪽에서 엄청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홍보 효과라고.

마음에 들어한다는 말에 우리도 기뻤다.

하지만 가장 기뻤던 건 따로 있었다.

“되게 강력하시네여. 이분들.”

KG 드래곤스의 팬들이 우리를 좋게 보는 듯하다고 할까.

미튜브 댓글창에 홀연히 등장해서 악플러들을 잡는 야구팬들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일시적인 호의 같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렇게 월요일 밤의 야구 시구를 마친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10월 마지막 주의 일정에 돌입했다.

-네, 이번 주의 뮤직On, 대망의 1위는…!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주간 1위를 차지한 우리의 Empire는 음악 방송 점수에서 만점을 기록하며 1위를 거두었다.

HBS를 제외하고 K-net, PBS, TBC에서 받은 세 개의 트로피가 진열장을 장식했다.

언제나 기분 좋은 1위였다.

TBC에서 1위를 거둔 날, 석환 형이 축하해 주며 연말 무대에 대한 소식도 전했다.

“아마 HBS 연말 무대는 안 나갈 것 같아. 결렬됐어.”

“다행이네.”

현재 방송국과 우리 회사 사이를 생각하면 출연해 달라고 해도 저쪽에서 무슨 짓을 할지를 몰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럼 그 외에는 그대로 가는 거지?”

“응.”

연말 무대와 함께 이제 어워드 시즌이 2주 앞으로 바짝 다가오고 있었다.

망고 차트 어워드가 그 시작이었다. 거기서 얼마 안 가서 K넷의 KMA와 일본 콘서트 투어가 있고.

짧았던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는 게 느껴졌다.

-‘I MOVE’ 최종회..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

-“춤 경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막 내린 I MOVE

-호평 받은 ‘I MOVE’ 시즌 2 나올까?

비주가 출연했던 댄스 경연 프로그램 I MOVE의 마지막 방송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리혁이의 OST도 엠파이어 밑에서 부들부들하면서 차트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지호의 ‘신이’도 다음 시즌을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중현이의 믹스 테이프에 대해서도 해외 칼럼니스트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눈물 연기를 보였던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마지막 방송도 다가오는 가운데.

-Hey, 친구들! 마음의 준비는 됐어?

헤일리 블루와 함께 작업했던 ‘Blue Moon’의 공개 예정일인 할로윈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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