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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28)화 (52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28화

영상 통화 화면 속에서 파란 머리카락의 요정이 요술지팡이 같은 걸 흔들면서 환히 웃었다.

-해피 할로윈이야!

「할로윈이요?」

-한국은 할로윈 아니야? 시차가 그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에요. 내일이에요.」

우리가 웃으며 여기도 30일이라고 말해 주자 헤일리가 오 하며 말했다.

-집이 아니라서 시간 감각이 애매하네. 그럼 미리 인사한 셈 치지 뭐. 음원 공개를 앞두고 기분이 어때? 두근두근하고 그래?

「네, 조금 설레긴 해요.」

웃으며 대답하는 한편, 우리 모두 화면 속 인물을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오늘따라 친절하져…?’

‘어째서 친절하지.’

‘수상하다.’

친절하면 안 되고 그런 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적응이 안 된다고 해야 되나.

그렇다고 왜 친절해요 물었다가는 기모노 입고 인천공항에 들어올 것 같아서 조용히 있었다.

그때 비주가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헤일리, 지금 뭘 입고 있는 거예요?」

-아.

그녀가 카메라 각도를 내려서 입고 있는 옷을 보여 주었다.

마녀 같은 코스튬이었다.

-할로윈 준비 중이야. 별로 입기 싫은데 딸이 입으라고 해서…….

그녀가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을 때 그녀의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허어……!」

우리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짤막한 팔다리와 통통한 젖살, 엄마와 비슷한 결의 금발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어린아이였다.

-엄마!

-우리 딸.

헤일리가 품에 딸을 앉히며 말했다.

-내 딸, 써머야. 인사해. 여긴 엄마 친구들.

「안녕~!」

우리가 손을 흔들자 아이가 눈을 또랑또랑 뜨면서 환히 웃었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우릴 가리켰다.

-이 사람들이 엄마가 말했던 한국의 그… 음!

-캔디 줄게. 캔디.

우리에 대해서 뭐라고 말한 걸까.

잠시 눈을 게슴츠레 뜨는 가운데, 우리와 인사를 마친 써머에게 헤일리가 Blue Moon을 들려주었다.

-어때?

-으음…….

아이가 세상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좋아!

헤일리가 우리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노래가 공개되기 전에 가족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곤 하거든. 이번에 Blue Moon을 들려주니까 좋다고 하더라고. 남편보다 써머한테 더 반응이 좋은 거 같아.

「그래요?」

-써머가 잘 될 노래는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니까.

귀엽다는 듯 딸의 통통한 뺨을 두드리는 헤일리였다.

딸 앞이라서 그런지 말투가 엄청 나긋나긋하다. Shibal이 없는 헤일리와의 대화가 간만이라 우리도 좋았다.

지호가 물었다.

「그래서 엄마가 우리 보고 뭐라고 했어요~?」

-음, 뭐라고 했느냐면!

-캔디 먹어. 캔디.

재빨리 캔디를 입에 먹이려는 헤일리에게 써머가 손가락을 폈다.

-5개.

-어디서 엄마랑 흥정이야?

-10개.

-가져가.

귀여운 모녀의 대화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동안 방문 뒤편에서 훤칠한 키의 미남이 등장했다. 일전에 보았던 남편, 유명 배우 크리스 카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우리에게 인사하던 그가 딸을 훌쩍 안아 들며 말했다.

-헤일리, 써머 의상을 더 손대야 할 것 같은데. 좀 더 만져야 해.

-음, 근데 내가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마치 수백억 대의 거래를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의 헤일리에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게.

그러곤 우리에게 눈을 찡긋했다.

-노래 좋던데요.

「고마워요.」

헤일리가 웃으며 남편의 뺨에 입맞춤을 했다.

-그럼 부탁할게.

-알겠어. 쉬엄쉬엄해.

단란한 가족의 풍경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부녀가 방을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왜 헤일리가 우리에게 전화를 걸었는지를 깨달았다.

「일하기 싫었죠?」

-…아닌데.

「솔직하게 말해 봐요.」

-맞아.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딸내미 할로윈 코스튬을 손보는 게 귀찮아서 우리에게 전화를 건 거였다.

-손재주도 없는데 자꾸 나한테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고 하잖아. 다른 집 엄마들은 직접 손으로 만들어 준다고 그러면서……. 나 그런 거 존나게 못한단 말이야.

투덜투덜하던 헤일리를 보며 웃었다.

그러면서 왜 전화를 걸었는지 진짜 이유도 짐작이 갔다. 굉장히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해야 되나.

우리와 마찬가지로 헤일리도 실적에 대한 압박이 어마어마할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낯선 나라의 가수와 콜라보한 음원을 출시하려고 하니, 이게 잘 될지 안 될지 불확실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다.

「잘될 거예요.」

따스한 말에 웃던 헤일리가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매직 포테이토, 너는 어때?

「으음……. 글쎄요.」

-이건 대박이군. 터진다.

스트레스 해소 성공.

중현이의 한마디에 헤일리의 안색이 환해졌다. 아까와는 다른 진짜배기 환한 미소였다.

-이럴 때 보면 너넨 그룹이라 좋겠다.

「네, 그 부분이 너무 좋아요. 다 같이 오들오들 떨 수 있어서.」

그러면서 이제 토크쇼 프로모션 등을 하니까 곧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헤일리가 우리에게 물었다.

-근데 너흰 뭐 하고 있어? 아까부터 축제 분위기인데.

「아.」

리혁이가 날 가리키며 답했다.

「이 사람이 출연한 시트콤을 보기로 했어요.」

-오.

「오늘 눈물 흘리거든요.」

-축제가 아니라 써니의 장례식이었군. 수고해.

동생들이 배를 잡고 웃는 동안, 얄밉게 웃는 헤일리를 향해 눈을 흘겨 주었다.

*   *   *

“안 봐도 돼.”

“무슨 소리예여? 우린 가족이잖아여!”

막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가족은 기쁨과 슬픔 모두 공유해야 되는 거예여. 이렇게 슬픈 일을 피하려고 하면 안 돼여.”

“안 슬프다니까. 그냥 민망해서 그래.”

“괜찮아여.”

“안 괜찮다고…….”

내 말에 다 같이 답했다.

“우리가 괜찮아요~!”

“…….”

도망가지 못하게 나를 꼭꼭 붙들고 있는 동생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막내를 바라보았다.

얘 때문이다.

눈물 연기를 어떻게 해야 되냐고 조언을 구했는데, 멤버들한테 우주 형이 눈물 흘린대요~! 하고 다녀서 이 사단이 났다.

원래는 컨디션 핑계로 방에 들어가서 숨으려고 했는데.

“……놔. 어디 안 갈게.”

“진짜 안 갈 거예요?”

“응.”

꼼짝 못하고 직관하게 생겼다.

하얀 인간들이 기억할게 해 주는 자동차 영화에서 꼬챙이에 매달린 채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던 주인공의 모습과 내가 겹쳐 보였다.

그동안 TV에서는 TBC 로고 아래로 <우리 가족은 외계인 - 최종회>라고 되어 있는 문구가 나왔다.

“형.”

사과를 깎던 비주가 물었다.

“그러면 오늘은 좀 더 길게 하는 거예요?”

“응. 평소보다 30분 길어.”

본래 50분에서 1시간 정도 분량의 시트콤인데 오늘은 최종회라 특별히 평소보다 30분 더 길었다.

보여 줄 내용도 많아서 그렇지만 본래 편성된 프로그램을 뒤로 밀어도 될 만큼 외계인 가족이 흥한 덕분이었다.

“뭐, 오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거라는 말이 많네요.”

태블릿 PC를 보던 리혁이가 말했다.

“실시간 댓글 올라가는 속도도 엄청 빠르고. 평소에 VOD로 보던 사람들까지 다 몰린 것 같아요.”

“흐어… 진짜네여. 사람 겁나 많다.”

리혁이가 보고 있는 댓글창이 촤라라락 하며 거의 Y앱 댓글창과 비슷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

기분이 묘하다.

최종화를 그만큼 많이들 봐 준다는 말에 행복하긴 한데, 한편으론 내가 눈물을 주르륵 하는 걸 다들 본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으스스 이는 기분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너무 오버해서 연기한 게 아닌가 싶고, 감정 과잉이 아니었나 싶고.

중현이가 물었다.

“긴장돼요. 형?”

“긴장은 아니고… 조금 부끄러워서 그래.”

웃는 모습만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연기이기는 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게 민망하다.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이내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뭐.

이미 나온 거 어떡하겠나. 그냥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 주길 기대해야지.

“민망해도 신경 쓰지 마요. 나 단추 터졌을 때 그런 말 해 줬잖아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고마워.”

“물론, 우리는 안 지나칠 거지만~”

그러면서 다 같이 으하하하 하면서 소파를 팡팡 치며 웃었다.

“후우…….”

TV로 시선을 돌리는 동안, 내가 가여워 보였던지 비주가 깎고 있던 사과 한 조각을 내밀었다.

“형, 사과 먹어요~”

“고맙…….”

이내 사과에 새겨진 ‘ㅠㅠ’를 보며 말을 멈췄다. 입가에 손을 올린 채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비주.

“너 그거 손 내려 봐.”

“안 돼요… 푸흐흡.”

“…….”

가끔 가다 잊어 먹지만 비주도 우리 중 하나다.

울적한 얼굴로 사과를 우물거릴 때, 막내가 TV를 가리키며 외쳤다.

“어! 시작한다! 시작해여!”

연령가 알림이 끝나고, 외계인 가족들에게 쫓기고 있는 김우주의 장면으로 최종회가 시작됐다.

*   *   *

지난 회차의 마지막 씬은 외계인 가족의 UFO에서 정체불명의 구슬들을 발견한 김우주 요원의 얼굴이었다.

어린 시절.

정체불명의 UFO가 내뿜은 광선에 가족들 모두 이상한 구슬로 변했다.

그런데 그와 똑같이 생긴 구슬들이 외계인 가족의 UFO에서 발견됐다.

‘이건…….’

구슬을 보면서 경악하고 있는 그의 뒤에서 그림자들이 솟아나듯 외계인 가족이 모습을 드러낸다.

[요원님.]

[…….]

[이게 뭔지 아시나 봐요…?]

외계인 가족들이 웃으면서 끝이 난 9회.

당연히 방송이 끝나고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

-ㅅㅂ 개소름

-그럼 뭐야 외계가족들이 흑막이었던 거임???

-뭔데요 뭔데

-나 웃고 보고 있다가 막판에 놀랐단 말이야

-아 개불안하네; 잘나가다가 마지막에 새드엔딩으로 조지는 게 한국 시트콤 전통인가

-제발 악당 아닌걸로ㅠㅠㅠㅠㅠㅠ

-상식적으로 이렇게 하다가 막판 외계인 빌런 엔딩으로 가겠냐고ㅋㅋㅋㅋ 제발 상식 좀(덜덜덜덜덜)

-감독님 집주소 어디야. 아니 내가 잠깐 할말이 있어서 그래

지금까지 정들었던 외계인들이 악당처럼 등장한 마지막 씬.

아닐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혹시 몰라서 노심초사하며 다음 회차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최종회.

[허억… 허억…!]

허연 안개가 감도는 야산에서 김우주가 도망치고, 외계인 가족들이 옷자락을 펄럭이며 추격한다.

[요원님~ 거기 서요~]

[안 잡아먹을게, 거기 서 봐요.]

어딘가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속삭이는 외계인들의 추격.

곧이어 급하게 달리던 김우주가 그만.

-어ㅓ어ㅓㅓㅓ

-ㅁ뭐야

언덕에서 굴러떨어진다.

쓰러진 김우주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가운데, 외계인 가족들이 그를 내려다보는 장면을 끝으로 기억이 끊긴다.

다시 외계인 가족 시점.

[얼레?]

[뭐야? 괜찮아요?!]

갑자기 등 뒤에서 등장한 외계인 가족을 보고 어어어! 하며 놀라더니 도망친 김우주의 모습에 당황한 외계인들이었다.

진지했던 분위기가 일견 풀어졌다.

한편, 드라마 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선 갑론을박이 오갔다.

-캐붕;;

-김우주캐 생각하면 캐붕 아님? 철두철미해서 저 자리에서 바로 추궁해야 하는 게 캐 성격에 더 어울려

-이건 좀 캐붕인 듯

-초반부터 캐붕.. 오늘 좀 쎄하다

-캐붕이라 보기는 힘들지 않나? 나 같아도 저 상황에선 당황했을 거 같은데

병원에 실려 간 김우주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병실에서 눈을 뜨고.

[누구…시죠?]

병문안을 온 외계인 가족들이 당황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의사가 그들에게 설명한다.

[환자분은 지금 일시적으로 기억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 그런……!]

[절대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소란을 최대한 피우지 마시고.]

의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동안 머리에 붕대를 감은 김우주의 눈빛이 스윽 변한다.

예리하게 관찰하는 눈빛.

김우주가 언덕에서 일부러 굴러떨어지는 척하며 낙법을 구사하는 플래시백 장면이 흑백으로 흘러나온다.

-큰그림이었네

-캐붕 무새들 어디 갔냐

-냅둬 숨만 쉬어도 캐붕이라는 애들임

-근데 저게 더 맞긴 함ㅋㅋ 외계인들이 무슨 위해를 끼칠지 모르는데

그러는 한편.

최종화의 전반부는 기억을 잃은 김우주와 외계인들의 대화 등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화였다.

동시에 중간중간 스릴감이 있기도 했다.

웃기면서도 동시에 외줄타기를 하듯이 외계인들과 김우주의 텐션이 팽팽했기 때문이었다.

-아씨 내가 다 떨려ㅋㅋㅋㅋㅋ

-호러 영화 감독이 액션 연출 잘하듯이 원래 병맛 연출 잘하는 사람이 스릴러 연출 잘함

-쫄깃쫄깃하다

-외계인들 그래서 나쁜거야 아니야 그것만 말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진실이 드러난다.

본색을 드러낼 거라는 김우주의 예상과 다르게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애쓰는 외계인 가족들의 모습.

[……제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김우주는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의 삶에 특별히 미련이 없는 회색빛 요원에게는 적의보다 호의가 더 낯설다.

경계선을 세워두고 이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그렇게도 말을 하는데, 이 가족들은 들어먹지 않는다.

그런 인간에게 색채가 스며든다.

[요원님은 모르겠지만….]

송노을이 웃으며 말한다.

[당신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주홍빛 노을이 김우주의 왼쪽 얼굴을 잠식한다. 이윽고 고개를 돌린 김우주의 얼굴이 노을빛으로 완전히 적셔진다.

눈이 부신 듯 정면을 바라보던 김우주의 눈빛에 무언가가 깃들기 시작한다.

그간 외계인 가족과 함께 했었던 좌충우돌 사고들, 그걸 수습하면서도 나름 즐거웠던 기억들이 스쳐 가는 듯한 느낌.

[…….]

송노을이 묻는다.

[기억 잃었다고 하는 거, 사실 아니죠?]

[…….]

[보면 알아요.]

조용히 웃고 있는 외계인 가족들.

이윽고 무언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으로 김우주가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   *   *

“저렇게 오해가 풀리는 거예여?”

“응.”

최종회의 전반부 에피소드가 끝났다.

TV 속에서 오해가 풀린 김우주가 외계인 가족들에게 설명을 듣는다.

[음, 이건요. 우리만의 장례 문화 같은 거예요.]

[장례 문화요?]

[네! 요원님 입장에선 우리가 엄청 오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도 정해진 수명이 있거든요.]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구슬의 비밀이었다.

수명이 다하기 전의 동족들을 일종의 구슬로 만들어 봉인하는 행위였다.

[영원히 죽음을 유예하는 거죠. 우리의 수명을 극복할 기술을 새로이 얻을 때까지.]

[그럼 제 가족은…….]

외계인들이 설명한다.

[아마 이 기술을 악용하는 자들에게 당했을 거예요. 우주 해적들이 이런 기술로 납치를 벌이곤 하니까. 아마 요원님 가족을 납치하려다가 실패한 케이스일 거예요.]

[해적이요? 장례할 때 쓰는 기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요원님네 행성에서도 요리를 써는 칼로 사람을 찌르기도 하잖아요.]

물론 김우주에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그럼 되돌릴 수 있다는 겁니까…?]

[가능해요. 근데… 지금 우리 우주선 상태로는 힘들고.]

TV를 보고 있던 중현이가 팝콘 통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물었다.

“저기서 그럼 이제 해결할 방법이 나오는 거네요?”

“응. 맞아.”

김우주와 송노을의 대화에서 나왔던 우주 해적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외계인 가족들이 초반에 불시착하게 된 이유라는 그들로부터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과 함께.

깐따삐야 별 같은 복장을 입은 악당들의 모습에 막내가 TV를 보며 말했다.

“근데 악당들이 되게 하찮네여. 리혁이 형 같아여.”

“잡졸 느낌.”

“……조용히들 해요.”

그런 식으로 10화의 후반부가 흘러갔다.

무기도 화력도, 자원도 모두 열세인 외계인 가족과 김우주가 재치를 발휘해서 적들을 물리치는 장면.

마치 ‘나홀로 집에’처럼 다양한 트랩으로 적들을 퇴치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동네 사람들의 협력도 있었다.

그간 외계 가족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저마다 본분을 다하는 마지막회 특유의 장면들.

그렇게 가까스로 승리를 거둔 후.

“아! 이 장면인가 보네요.”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던 장면이 TV에서 흘러나왔다.

화창한 하늘.

부상에서 회복한 김우주가 인적이 드문 산에서 심호흡을 하며 기다리고 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놓인 구슬들과 특별한 장치. 빨간 버튼이 달린 장치를 손에 쥔 김우주가 심호흡을 한다.

[…….]

배역을 연기해서 그런지 어떤 감정인지가 느껴졌다.

두려움. 설렘. 초조함.

정말 이 버튼 하나를 누르면 모든 게 해결될까. 자신이 십수 년 넘게 기다렸던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걸까.

클로즈업으로 덜덜 떨리는 손끝이 비춰진다.

주변에서 보고 있는 동생들도 숨을 작게 쉴 만큼 집중하고 있을 때.

사아아-

가을 바람이 흩날리면서 산의 낙엽들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김우주의 마음을 보여 주듯.

동시에 TV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완벽한 정적.

후우- 하는 호흡 소리와 함께, 눈을 질끈 감은 요원의 손이 장치의 버튼을 꾸욱 누른다.

[…….]

눈을 뜬 김우주.

하지만 눈앞에 구슬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버튼을 다시 한번 누르지만 여전히 변화가 없다. 딸깍, 딸깍 하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

김우주가 손을 들어 눈가를 덮을 때였다.

[우주야.]

손이 우뚝 멈추고, 김우주가 고개를 든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그가 있었던 배경이 옅어지면서 하얀색으로 변했다. 마치 눈앞의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듯이.

새하얀 공간.

가족사진으로만 등장했던 김우주의 가족들이 서 있는 가운데, 그의 눈에 초점이 몽롱하게 흐려진다.

20년 동안 찾아 헤맸던 가족들이 눈앞에서 살아 있었다.

탁-

김우주의 손에서 장치가 느릿하게 떨어진다.

그간 구슬 상태에서 김우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인지, 가족들이 그에게 다가오라며 손짓한다.

그리고 김우주는 그들의 품에 와락 안겨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20년 만의 재회였다.

“…….”

아, 이거 민망하네.

감고 있는 두 눈으로 눈물을 주르륵 흘려 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건 꽤 민망하다는 걸 알았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고개를 돌릴 때였다.

“야, 이거 진짜…….”

고개를 돌린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뭐여.”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흐어엉, 크르륵, 큽!

지호가 퉁퉁 부은 눈을 한 채 리혁이의 어깨를 끌어안고, 리혁이는 책을 끌어안고.

비주와 중현이는 서로에게 기댄 채 눈이 벌겋다.

“…….”

소파 위에서 한데 뭉쳐 있는 굼벵이들이 팝콘을 훌쩍훌쩍 먹으며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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