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0)화 (53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0화

50장. Blue Moon

밤 12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의 네티즌들에게 알림이 떴다.

‘헤일리 블루…?’

그들이 구독하고 있던 헤일리 블루의 계정에 새로운 뮤직비디오가 올라와 있었다.

구독자만 2,500만에 이르는 계정답게 빠르게 조회수가 올라가는 가운데.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도 헤일리 블루가 새롭게 올린 뮤비가 뜨고 있었다.

‘헤일리 블루가 신곡을 냈나?’

음산한 푸른빛을 바탕으로 파란 머리카락의 소녀가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는 썸네일.

제목은 Blue Moon이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Blue Black?’

가수 이름에 ‘Haley Blue’가 아니라 Blue Black이라는 낯선 이름이 보였다. 잘못 올라온 걸까.

호기심에 곧바로 영상을 재생했다.

[Chirp- Chirp-]

귀뚜라미가 우는 밤.

앙증맞게 생긴 파란 머리카락의 소녀가 빈 바구니를 들고 주택가를 걷고 있었다.

‘할로윈인가.’

악마나 마녀, 좀비 같은 사악한 존재들로 분장하고 집집마다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할로윈.

샛노란 잭 오 랜턴 호박이 곳곳의 집에 걸린 가운데.

뱀파이어, 좀비, 해골 등으로 분장한 어린아이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쏘다닌다.

‘근데… 화질이 왜 이래?’

시청자들이 손가락을 들어 ‘화질’을 눌렀다. 이미 1080p로 설정이 되어 있는데 왜 저화질처럼 나올까.

마치 90년대나 80년대의 영화를 비디오로 보는 것처럼 흐릿하면서 노이즈가 있는 영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 배경인가?’

명곡 Thriller의 뮤직비디오에서 볼 법한 화질로 곳곳에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거기 서!]

[Trick or Treat! 사탕 주면 안 잡아먹지~!]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은 모두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속에 섞이지 못한 소녀는 홀로 걸어 다닐 뿐.

곧이어 배경이 바뀐다.

쏴아아- 하며 파도가 치는 밤바다를 지나고 있을 때. 멀리서 흐릿한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놀이공원이었다.

롤러코스터 등에서 와아악! 하는 메아리가 아스라이 부서지고 화려한 빛이 반짝이고 있다.

[…….]

그중에서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귀신의 집이 눈에 뜨였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이 멈췄다.

바로 근처에 있는, 해변의 저택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월광이 푸르게 부서지는 오래되고 낡은 저택.

그 안에서 따스한 불빛들이 새어 나온다.

소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놀이공원에서 시선을 끄는 귀신의 집, 또 하나는 지금 바닷가에 있는 저택. 어느 쪽으로 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Oh…….”

마치 선택지를 주듯이 화면 위로 서로 다른 링크로 이어지는, 두 개의 창이 떠올랐다.

1. Blue Moon (Black Ver.)

2. Blue Moon (Blue Ver.)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미소가 감돌았다.

뮤직 비디오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선택지를 고르는 인터랙티브 영상이었다.

‘어떤 것부터 볼까?’

헤일리 블루의 팬들이 자연스럽게 Blue 버전을 고르자, 새로운 미튜브 영상으로 링크가 넘어갔다.

그리고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

‘드디어 영상이 깨끗해졌네.’

방금까지 80년대와 90년대 화질을 연상시키던 화면이 말끔한 1080p로 변모해 있었다.

[저기요……!]

음산하게 버려져 있는 저택에 소녀가 발을 들이민다.

거미줄이 곳곳에 가득하고, 촛대는 하얀 월광 아래 그림자를 드리울 뿐이었다.

바로 그때.

[화르륵-]

횃불에 불이 하나씩 솟듯이 벽에 걸린 양초들에 불꽃이 맺히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를 인도하듯 도미노처럼 촛불이 켜진다.

어디선가 바이올린 연주도 들리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소녀가 마침내 저택의 응접실 같은 공간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는 미소년이 보인다.

‘오오…!’

여성 시청자들이 반색했다.

눈 아래에 다크서클을 짙게 그린 채, 본래 유순하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귀공자처럼 레이스 달린 옷을 입은 소년이 바이올린을 우아하게 연주하다가 손을 우뚝 멈춘다.

그리고.

[…….]

눈이 마주쳐 당황한 소녀가 뒤로 돌아가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프랑켄슈타인처럼 머리에 못이 하나 달려 있는 미남이 무뚝뚝한 얼굴로 소녀를 내려다본다.

당황한 그녀가 복도를 내달리는데, 그 옆으로 서재에서 책을 읽는 좀비 소년, 변신 준비를 하기 위해 머리털을 섬세하게 손질하던 늑대인간이 지나간다.

그리고.

“Wooow…….”

누구나 한 번 보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볼 만한 미모의 흡혈귀가 식당에서 과일을 음미하고 있었다.

예스러운 복식을 입은 미청년의 붉은 입술이 요사스러운 호선을 그릴 때.

영상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얘네는 누구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처음에는 헤일리 블루의 뮤비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모델들인가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그게 아닌 듯했다.

Blue Black에서 Black이란 글자가 눈에 뜨일 때.

[Uhh……!]

서서히 다가오는 괴물들을 피해 뒷걸음질 치던 주인공이 콩, 하고 부딪치면서 찬장의 약병이 빙그르르 돌며 떨어졌다.

약병이 깨지면서 소녀에게 내용물이 쏟아진 후.

‘헤일리다!’

정신을 잃었던 소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팬들이 알고 있는 헤일리 블루가 되었다.

그들이 서로 친해지는 듯한 분위기의 내용이 흘러나오면서.

마침내 음악이 시작됐다.

몽환적으로 시작된 사운드에 점차적으로 드럼이 리드미컬하게 추가된 R&B 풍의 노래였다.

파란 머리카락을 매력적으로 흩날리던 가수가 나선형 계단의 손잡이를 붙잡고 부드럽게 내려온다.

한밤중에 달에 올라가

넌 나에게 주문을 걸어

먼지를 털듯이 후우- 하고 손가락의 먼지를 불던 가수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리고.

그런 헤일리에게 우아하게 손을 내밀며 맞잡은 뱀파이어가 파트를 이어받았다.

새햐안 분장에 붉은 입술이 고혹스럽다.

가끔씩 마법이 필요할 때가 있지

특히나 이 푸른 달 아래선

R&B 풍에 딱 어울리는 보컬이었다. 클래식 음악처럼 부드러운 목소리가 정석적으로 호흡을 가져갔다.

시청자들이 눈을 크게 떴다.

‘피처링인가?’

헤일리 블루와 이번에 협업을 한 가수인 모양이라고 생각할 때, 뱀파이어의 파트를 바이올린 귀염둥이가 이어받았다.

춤을 준비했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그러니

내 손을 잡아주겠소?

뒷부분에 가서 일부러 예스러운 고어(古語)체로 노래하는 목소리가 감미롭고, 발음도 달콤했다.

더군다나 눈에 띄는 것은 ‘춤’이라는 가사를 말하면서 보여 준 안무들이었다.

저택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다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돈 댄서가 놀라운 균형감각을 보였다.

그러곤 홀로 다른 방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에 뱀파이어와 헤일리가 그의 어깨를 붙잡아 이끌며 유쾌히 웃는다.

‘콜라보레이션이네.’

K팝으로 추정되는 보이밴드와 헤일리 블루의 협업인 듯했지만 긴가민가했다.

그간 10대들이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보이밴드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느낌.

세계적인 싱어송 라이터와 함께 뮤비에서 무대를 하는데도 밀리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든다고 할까.

특히 좀비로 분장한 새하얀 얼굴의 미소년은 거의 악기 같은 음역대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얼굴이 보이밴드가 아닐 수가 없지.’

잘생긴 얼굴은 만국 공통이었다. 그냥 화면 속에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비주얼.

중저음으로 싱잉랩을 선보이는 프랑켄슈타인과 늑대인간 소년 등, 저마다 다른 매력을 풍겼다.

푸른 달 아래 한데 모여 가벼운 군무를 추는 6인조.

헤일리 블루의 팬들에게는 신비로운 장면이었다.

‘헤일리가 춤을 춰……?’

춤추는 걸 엄청 수줍어하는 욕쟁이 가수의 변화도 신기하고.

그간 다른 솔로 가수들과 듀엣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그룹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신기했다.

음악의 장르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헤일리 블루가 작곡했던 곡들과 맥락이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느낌을 풍겼다.

‘노래가 어쩜 이렇게 좋지?’

단품으로 먹던 햄버거에 감자튀김과 콜라가 추가된 것처럼 완벽했다.

‘사운드까지 완벽해!’

그것은 바로 뮤비에서 춤을 추는 흡혈귀가 회사 직원들의 고혈을 빨아 가며 만든 결과물이었지만.

헤일리 블루의 팬들인 ‘블러버’들에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내 가수 천재만재다를 외칠 뿐.

‘너무 좋다. 진짜, 어떻게 이런 노래를 또 썼지?’

동양의 악기를 썼는지 독특한 사운드까지 귀를 간질간질하는데, R&B 풍의 노래와 쫀득하게 어우러졌다.

대략 3분 5초 가까이 이어진 노래.

스트리밍에 적합하도록 개량했는지 미묘한 아쉬움과 함께. 다시 한번 또 듣도록 간결하게 끝나는 노래였다.

‘우와…….’

파란 달빛 아래 적셔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에는 왠지 모를 중독성도 담겨 있었다.

또 명곡이 나왔다며 헤일리 블루의 팬들의 가슴이 설렘으로 뛸 때.

마침내 뮤직 비디오가 끝나고 저택 응접실에 모인 6인조가 무대에서 인사하듯 우아하게 손을 내밀며 꾸벅했다.

촛불들이 하나씩 꺼지면서, 화면에 자막이 떠올랐다.

Haley BLUE & The New BLACK

BLUE와 BLACK에 포인트가 들어가서 왜 콜라보 프로젝트의 그룹명이 Blue Black인지 보여 주는 듯했다.

그제야 가수가 전에 라이브 방송으로 ‘뉴블랙’을 언급했던 게 기억이 나는 라이트 팬들과 일반인들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팬들이 손을 움직였다.

‘다시 또 들어야지. 이번에는 Black 버전으로.’

놀이동산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버전의 뮤비를 보는 한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Blue Moon을 재생하며 듣던 ‘블러버’들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뉴블랙이라고 했지……?’

어떤 K팝 그룹이기에 콜라보가 성사된 것일까 호기심을 품으며 미튜브나 검색엔진에 뉴블랙을 쓸 때였다.

그리고.

“음……?”

결과물을 본 순간 육성으로 당황했다.

뉴블랙 TV라고 되어 있는 미튜브 계정에 들어가니 구독자가 거의 수천만에 이르고 있었다.

구독자 순위를 검색해 보니 전 세계 20위 안에 들어가 있다.

‘……나만 모르던 유명인이었나?’

1억 뷰가 넘는 뮤비들을 보유한 헤일리긴 하지만, 최신 음악 영상들은 대부분 수백만 뷰 정도였다.

그런데 이쪽에 있는 Empire란 영상은 몇 주 전에 올라왔는데 벌써 수천만에 이르고 있었다.

떨어지는 꽃이라는 제목의 노래도 거의 1억 뷰에 근접하려 하고 있고.

단순히 K팝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그룹 같다. 리액션 영상만 수천 개가 나오고.

댓글창에도 들어가니 영어 댓글들이 많았다.

‘음? 이건 또 뭐야?’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헷갈리는 건 이들의 진정한 정체였다.

검색 엔진에서 나온 결과대로 쭉 내려 보니 동영상들의 일관성이 하나도 없었다.

-이야아아! 공 날아갑니다! 날아가요!

야구를 하고 있고.

-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날이면 날마다 오는 뉴불백이 아닙니다~!

홈쇼핑 같은 곳에서 음식을 팔고 있고.

어떤 TV 프로에서 그들이 만든 음식을 먹은 미소년들이 꺼이꺼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이’라는 드라마도 있고.

난생처음 보는 미친 실력의 훌라후프까지.

‘헤일리, 대체 누구랑 콜라보를 한 거야…?’

위키피디아에는 단순히 ‘K-pop singer’로 분류되어 있는데, singer라는 단어로 묘사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간 몰랐던 유명인사에 대해 알아가는 한편, 트위터상으로 헤일리 블루의 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BlueSociety

헤일리 블루와 뉴블랙이 함께한 이번 노래는 정말 환상적이야.

@Truthou

할로윈 음원이라니. 이번에 Blue Black으로 나온 노래는 나에게 선물 같았어요. 헤일리. @HaleyBlue_Me

@DreadStone

혹시 헤일리와 함께 한 뉴블랙이란 가수에 대해서 아는 사람. 오늘 들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감미로웠어.

SNS 반응들이 순식간에 올라오는 가운데, 헤일리 블루의 노래에 대해 멘션을 남긴 이들은 얼마 안 가 당황했다.

‘얼레……?’

뉴블랙의 팬들이 보고 있는 것인지 좋아요의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통상의 10배에 달하는 숫자였다.

콜라보를 함께 한 가수의 팬들이라 그런지, 친근한 대화들이 잠시 오가고 있을 때.

어쩜 그렇게 팬들이 많냐는 질문에 수플레라고 자칭하는 이들이 답했다.

-많은 게 아니다.

-아니야?

-우린 객관적으로 숫자가 많지 않아. 하지만 하나하나가 강하다.

그런 대답에 헤일리 블루의 팬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아닌데.’

너네 안 적은 것 같은데… 우리보다 많은 거 같은데…….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적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모습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어른이 응애- 하며 우렁차게 우는 듯한 느낌.

“…….”

그렇게 전 세계에서 각자의 팬들이 빼어난 콜라보 음원의 퀄리티에 축배를 들고 있을 때.

미튜브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주요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온 Blue Moon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현지 시각으로 새벽이라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다가올 변화를 예고하는 듯한 추세였다.

10월 31일, 할로윈.

매니아 층이 아닌 북미의 리스너들에게 뉴블랙이란 이름이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날이었다.

*   *   *

비슷한 시각.

헤일리 블루의 팬들과 마찬가지로 뉴블랙의 원산지인 한국에서도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나왔다……!’

헤일리 블루와 함께 예고했던 ‘Blue Moon’이란 콜라보 음원이 출시되는 날이었다.

Pop으로 분류된 신곡.

뮤직비디오가 올라왔지만 팬들에겐 먼저 그것부터 볼 여유가 없었다.

‘일단 스밍부터 해야지.’

이번 스페셜 음원을 가지고도 그들을 못살게 달달달 볶았던 안티들이었다.

-걍 콜라보 음원 가지고 왜일케 홍보 때려 대는지 모르겠음ㅋㅋㅋㅋ

-할줄 아는 게 그거뿐이니 뭐ㅋ..

-한국도 탑찍은 거 같겠다 마음 콩밭으로 가는 거 한순간이지 뭐

-막말로 뉴블랙이 대만 가수 누구랑 콜라보 한다고 그러면 대만 가수한테 관심가냐

-222 미국에서도 헤일리 블루가 웬 듣보랑 음원 냈다고 볼거 같은데

-3333 완전 듣보

-ㅋㅋㅋㅋ일본 돔투어도 못돌면서 뭔 미국 시장 노리냐

-아 왜 해외팬들 많다잖아~ㅋㅋㅋ

-아무도 모르는 슈퍼스타 그런 거냐

-머글픽이라 글치 국내팬으로 비비기 힘들어서 그런듯

그냥 가수들끼리 서로 음악적인 합이 맞아서 음원을 내는 것일 텐데.

레몬 엔터가 미국 진출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느니, 벌써 미국병 걸렸냐, 국내 기반도 완전히 다졌다고 보기 힘들지 않냐.

근 2주 동안 별별 말을 다 들은 팬들이었다.

‘그냥 음원 하나 낸 건데 뭔…….’

온갖 질투심과 견제가 폭발하고 있었다.

혹시나 이게 잘 되면 어쩌나 하면서 오히려 더 안티들이 전전긍긍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61만 장이란 경이로운 초동 판매고 이후로 나날이 심해지는 견제였다.

욕설뿐만 아니라 날조와 루머까지 나오면서 소속사에서도 움직이고 있는 중이란 말이 돌았다.

어쨌거나.

괜스레 마음이 쓰인 팬들이 Blue Moon이 추가된 스트리밍 리스트를 만들었다.

‘노래는 당연히 좋겠지…?’

가야금 같은 사운드와 함께 곧이어 시작된 중독성 가득한 노래에 수플레들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역시 우주다. 성능 확실해.’

AI랑 작곡 배틀을 해도 AI가 거참 더럽게 플레이한다며 침을 뱉고 떠날 만한 실력의 최애였다.

헤일리 블루랑 반반 썼다던데. 그 때문인지 지금까지의 뉴블랙 음악과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그래도 콜라보 음원이니 묻히진 않겠지?’

헤일리 블루 팬들이 올린 영문 트윗이나 해외 반응들도 틈틈이 모니터링을 했다.

이번 음원에 대해서 팬으로서 큰 기대는 않고 있었다.

하도 난리를 피워 대서 신경이 쓰일 뿐, 가수들 사이에서 즉흥적으로 성사된 프로젝트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뮤비도 나중에 보시면 알겠지만 뒤에 배경이랑 그런 거 다 CG예요! 깜짝 놀라실 걸요.

뮤비도 간략하게 찍었다나.

어쨌든 그들도 큰 기대는 않고 있었다. 미국에서 헤일리 블루의 이름값이 있으니 이걸로 신규 유입이 좀 생기면 좋겠다 정도.

오히려 국내 음원 성적이 신경 쓰였다.

‘또 낮으면 낮다고 난리칠 텐데…….’

제발 노래가 망하길 기도하며 사는 안티들이 아니던가.

게다가 매번 너네 국내 팬덤도 작은 애들이 머글빨로 이긴다고 난리 치고, 해외 팬덤빨이다 그러고.

‘으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수플레들이 노래를 감상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살짝 불안감도 느꼈다.

‘근데… 뭐 괜찮겠지?’

아무래도 콜라보 음원 특성상 정규나 미니 앨범에 비해 그리 홍보를 많이 한 편은 아니었다.

이따가 미튜브에서 보고 유입되기야 하겠지만.

매번 머글들과 함께 정시 스밍을 한 터라 이번처럼 독자적으로 하는 스밍이 떨렸다.

‘일단 실시간 1위는…….’

Empire를 이기는 걸 목표로 했다.

이윽고 음원이 공개되고 나오는 차트들이 떴을 때.

“어……?”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   *   *

음원이 공개되고 나서 1시간 후.

우리 모두 노트북 앞에 모여 앉아 눈을 끔뻑였다.

“얼레……? 야, 이게 뭐시다냐.”

“형, 지금 할머님 말투 나온 거 같아요.”

“아.”

“형이 이런 건 말해 달라고 해서.”

비주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또박또박 물었다.

“얘들아. 이게 무엇일까?”

“모르겠는데여.”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통계 매니아에게 우리가 다 같이 시선을 돌렸다.

“넷째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러게요.”

아마 팬분들 위주로 들을 거라고 생각해서 기대를 적게 하고 있었는데, 바로 실시간 1위에 올라섰다.

Empire가 잠시 밀린 거다.

그리고.

추이를 보여 주는 차트에서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아니, 수플레들이 이렇게 많았어……?”

“진짜 까불면 안 되겠어여. 한 대씩만 맞아도 거의 수십만 대 아니에여…?”

“대박…….”

“슈우웁 하고 팬들이 숨만 마셔도 우리 질식할 걸요.”

팬클럽 정기 모집을 여름 때쯤에 해서 대략 어느 정도 팬들이 있는지 알고는 있었는데.

그 사이에 늘어난 팬분들인 듯했다.

비주가 침을 꼴깍 삼키더니 눈앞의 그래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화면 너머로 뭔가 보이는 것 같아요…….”

“나도.”

“나도요….”

동생들과 함께 침을 삼켰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너머로 몽둥이를 든 빵이 아른아른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와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실루엣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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