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1화
실시간 차트를 멍하니 바라보던 비주가 입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와.”
그러곤 침을 꿀꺽 삼켰다.
“형, 우리 내년에 콘서트… 고척돔 같은 데서 해도 3일 채울 수 있을 거 같아요?”
“4일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이 정도면.”
“4일까지는 못해여. 4일차에 리혁이 형이 쓰러질 테니까.”
“그건 그러네.”
우리팀 하루살이가 자기는 그런 체력 아니라며 분개하는 동안 다시 한번 감탄이 나왔다.
“팬분들이 엄청 더 많아지긴 했구나.”
초동 판매량에서부터 짐작하고 있기는 했지만 차트에서 이 정도 인원이 나오는 건 처음 본다.
이건 회사 사람들도 분석을 제대로 못했던 부분이었다.
팬들만 참여하는 이벤트 등을 통해 인원을 파악해야 하는데 늘 모르는 사람들이 끼어 있기 때문이었다.
행사 때도 자주 보곤 했다.
-저희 팬이신가요?
-아뇨. 저는…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일반인입니다.
-호일이시군요.
백화점 사인회 같은 곳에서 일반인 분들과 머쓱하게 웃으며 행사를 진행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한 잔씩 하자.”
종이컵에 포도주스를 따라서 축배를 들고는 인터넷에 올라온 Blue Moon의 반응들을 살폈다.
음원 사이트 리뷰창부터.
-90년대 풍 사운드 같은데 묘하게 트렌디하네요. 레트로한데 세련된 것 같습니다
-뉴블랙에 헤일리 블루 한 스푼 얹은 느낌ㅋㅋㅋㅋ
-어쩜 이렇게 매번 새로운 음악이 나오지.. 우주선 도핑테스트 시급함
-가야금 사운드에 뭐지..? 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계속 듣고 있다ㅋㅋㅋㅋㅋ
-중독성 오진다
-듣고 있음 넷플 주인공된거 같음
-Blue Black 저만 자꾸 불백으로 읽히나요
-드립 날리려고 리뷰창 들어온 짭플레,, 감탄만 하고 갑니다
-와 버릴곡이 없다ㅋㅋㅋㅋ
┕그야 한 곡이니까요..
중독성이 대단하다는 평들을 보며 웃었다. 본래 의도했던 바에 부합하는 평들이라 기분이 좋기도 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듣기에도 좋은 노래라는 사실에 흐뭇했다.
사실 이번에 콜라보한 Blue Moon은 한국보다는 미국 색이 강한 노래였다. 일단 가사부터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고.
스트리밍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의 리스너들에게 적합한 리듬과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었다.
할로윈 테마라는 아이디어가 헤일리에게서 나오기도 했고 우리에겐 번외편 같은 활동이니까.
그래서 큰 기대는 없었는데 예상을 웃도는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흐어어… 형들 이거 봐여. 1시간 만에 오른 거예여. 이게.”
“우와…….”
뮤직 비디오의 Blue와 Black 버전의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따 종방연 갈 때쯤에는 각각 최소 1,000만 뷰씩은 찍을 듯하다고 할까.
구독자 수천만인 두 계정이 힘을 합친 결과물.
타깃으로 한 나라 사람들이 자고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대단한 결과였다.
그런 까닭인지 벌써 기사들도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실시간 차트에 올라온 ‘블루 블랙’.. 네티즌 “누구냐?” “뉴블랙이네..”
-헤일리 블루 SNS 인증샷 공개, ‘모두 닥치고 우리의 어썸한 음원을 들어라’
-뉴블랙과 헤일리 블루 깜짝 콜라보, “Blue Moon” MV 조회수 폭발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카메오 출연이나 미튜브 컨텐츠 등을 미리 공개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듯했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Blue Moon?’ 하며 들어가면서 실시간 차트가 출렁출렁하는 게 보였다.
막내가 흐음 하며 말했다.
“근데 이러다가 미국 지점이 본점을 이기겠는데여. 엠파이어보다 위에 올라가면 어떡하져?”
“영어 노래라서 괜찮아. 차트에 영어 노래 있던 적이 뭐 얼마나 되나.”
“그건 그러네여.”
하핫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점심 먹으러 갈 시간이었다.
식어 버린 땀을 닦아 내며 연습실을 나설 때.
근처에 있는 다른 연습실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에서 음악 소리 같은 게 들린다.
“애들 연습하나 봐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 같이 고개를 빼꼼 내밀자, 멀찍이 연습실 안에 옹기종기 모인 뒤통수들이 보인다.
얼마 전에 출시한 뉴불백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뭔가를 보고 있다.
“쟤네 뭐 보고 있는 거지?”
호기심에 문을 열었다.
* * *
레몬 엔터의 연습생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개쩔어…….”
“우리 언제 이만큼 되지?”
뉴불백을 먹으면서,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Blue Moon의 뮤직 비디오를 보며 감탄했다.
딱히 특별하게 고난이도 안무들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회사 선배들이 하고 있으면 동작부터가 달라 보였다.
바이올린을 든 비주가 우아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우와아아…….”
게다가 노래도 엄청나게 좋다.
누군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우리도 나중에 데뷔하면 우주 선배님 곡 받을 수 있을까…?”
“우리 데뷔할 때쯤이면 힘들걸? 그때 되면 선배님 거의 모차르트 되어 있을 거 같은데.”
“모차르트는 오래 못 살지 않았어?”
“엇, 그럼 안 되는데…!”
뉴블랙의 후배들다운 대화를 주고받던 연습생들이 다시금 화면 속 지호의 파트에 우와아 할 때.
누군가 등 뒤에서 낭랑하게 물었다.
“와, 진짜 잘생겼어. 지호 선배님이 젤 잘생겼다니까.”
“에헤이~ 그건 아니지~”
연습생 이진후가 고개를 저었다.
“비주얼은 우주 선배님이잖아.”
“그래……?”
“응, 근데…….”
너 왜 지호 선배님 성대모사 하느냐고 말을 하려던 이진후를 비롯해 연습생들이 고개를 돌릴 때였다.
짙은 눈썹 아래로 섬세한 이목구비가 시무룩한 표정을 띠고 있다.
“…….”
그리고 그 뒤로 방금 모니터에서 보던 4인조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무룩하게 변한 지호 선배님의 얼굴과 그 옆에서 세상 통쾌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우주 선배님.
그리고 다른 졸개 선배님들.
“어어어어어어-!”
연습생들이 당황해서 일어났다. 사레가 들려서 불백을 콜록콜록하는 가운데, 이진후가 다급하게 외쳤다.
“잘생기셨습니다!”
“괜찮아. 우리 엄마도 우주 형이 젤 잘생겼대.”
그리 말하던 뉴블랙의 막내가 씩 웃었다.
“그럼 서리혁 VS 왕지호.”
“애들 괴롭히지 좀 마.”
서리혁이 어휴 하며 뒷덜미를 잡는 가운데, 연습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 들어오셨지?’
연습생 강윤수가 손을 들었다.
“저, 선배님.”
“응?”
“언제 들어오셨는지…….”
“1분 됐어.”
“들어오신 지도 몰랐습니다.”
우주가 씩 웃으며 말했다.
“뭐 하는지 궁금해서 은신술을 좀 썼거든.”
“은신술이요?”
“응.”
김중현의 양 어깨로 멤버들이 둘씩 매달린다.
물동이를 건 마을 청년처럼 살금살금 걸어오는 중현이 푸근하게 웃었다.
그만 사레가 들린 연습생 하나가 기침을 하다가 얼굴이 벌게졌다.
“어, 괜찮니?”
“괘, 괜찮습니다!”
“뭐 하고 있었어? 식사?”
“네, 도시락 먹고 있었습니다.”
하늘 같은 선배들의 시선이 그들이 먹고 있던 뉴불백 도시락에 머물렀다.
흐뭇해하는 표정.
그 순간, 연습생들이 아! 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맞다. 선배님들이 뉴불백의 창조주였지…!’
우주 선배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때? 맛있어?”
“진짜 맛있습니다.”
매일매일 먹고 싶다는 말에 뉴블랙 멤버들이 뿌듯하게 웃었다.
한창 자랄 때라면서 따스한 말을 건네주기도 하고. 특히나 자상하게 안부를 묻는 비주 선배님의 말에 감동했다.
“힘들지?”
“네……!”
“연습생 때가 엄청 더 힘들잖아. 매일 15시간씩 연습하고 그러니까.”
“네……?”
15시간씩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제일 힘들 때라면서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는 비주의 모습에 후배들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알고 보면 제일 무서운 선배님.’
‘저희는 기계가 아닌데……!’
‘기계는 고장 나지만 저희는 죽는 걸요…….’
레몬 엔터에서 철저한 건강관리를 받으며 연습 중인 연습생들이었다.
뒤에서 우주가 ‘그냥 알았다고 해’ 하는 표정으로 눈을 찡긋하는 동안 이런저런 조언이 이어졌다.
연습량에 대한 기준이 좀 다를 뿐.
가볍게 한두 마디 건네는 말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이었다. 언제 봐도 그들의 자랑거리인 선배님들이었다.
“근데 너희 뭐 보고 있었어~?”
“저희 Blue Moon 뮤비 보고 있었습니다.”
“어때? 좋아?”
연습생들이 대답했다.
“네!”
“완전 대박…….”
“노래가 진짜진짜 좋은 거 같습니다.”
그들의 칭찬에 기뻐하던 뉴블랙 멤버들이 이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엠파이어랑 비교하면…?”
“어… 둘 다 막상막하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엠파이어가 더 나은 거 같긴 한데.”
“그래?”
“근데 또 블루문이 중독성이 있기도 하고… 일단 신곡이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신곡을 더 많이 들으려고 하니까.”
연습생들이 이런저런 코멘트를 하고 있는 동안 선배님들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흐으음 하던 우주가 물었다.
“블루문이 중독성이 있긴 하지…?”
“네. 매일매일 듣고 싶습니다…!”
“그렇구나.”
무슨 말실수라도 한 걸까.
안색이 어두워졌던 우주 선배가 이내 졸개 선배들을 바라보며 눈짓한다. 무언가 명령을 내리듯이.
척.
그러자 멤버들의 손이 동시에 핸드폰을 들었다.
“……?”
다섯 핸드폰에서 동시에 Empire가 재생되더니, 이내 똑똑똑 움직인 손가락들이 음소거를 눌렀다.
고개를 갸웃하는 연습생들에게 그들이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간식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뇨! 없습니다!”
“카드 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다 사 와.”
“허어……!”
우주가 건네준 카드에 황송해하던 그들의 눈에, 손을 흔들며 떠나는 선배들이 비쳤다.
멋지다.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고.
우아하고.
정말 근사…….
“태현아. 너 오늘부터 당장 Empire 들어라. 뭐 곡? 줬잖아.”
전화기를 든 선배들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우리 칭구칭긔~! 도움이 필요해여. 뭐야, 방금 왕지호 멍충이라고 욕한 사람 누구야? 너 절교.”
“나 서리혁인데, 끊었네.”
“란 선배님. 저예요. 아… 연습 때문 아니에요! 끊지 말아 주세요!”
으아아아 하며 다급하게 연습실을 나서는 선배님들의 모습에 연습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으신가?”
“그러게.”
“근데 선배님들이시니까.”
“그러네!”
자연스럽게 납득하는 연습생들이었다.
* * *
여의도.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진 하늘 아래, 우리는 종방연이 열린다는 고깃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매니저 형들이 앞좌석에 앉은 가운데 석환 형과 함께 앉았다.
“형이랑 간만에 고기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다.”
“그냥 고기가 좋은 거 아니고?”
“그것도 맞긴 하네.”
석환 형이 피식 웃었다.
그동안 현장에서 함께 고생해 준 매니저 형들뿐만 아니라 캐스팅 과정에서 제작사와 여러 논의를 함께 했던 석환 형도 오늘 일행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있으면 든든하다.
“그러고 보니 나 회사 들어오기 전에, 배우 매니저도 했다고 했지?”
“몇 번 정도.”
“종방연에서 뭐 주의할 건 없어?”
“딱히…….”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편하게 밥 먹고 오는 자리니까. 2차나 3차쯤 돼야 술판이지 1차는 좀 격식 차리는 자리야.”
높으신 분들에게 잔뜩 술을 먹여 퇴치해 버리고는 배우들과 현장 스탭들이 룰루랄라 놀러가는 자리라고 했다.
그 외에 이런저런 말을 들었다.
“기자들이 엄청 많을 거야.”
종방연은 드라마가 종영하고 나서 대개 다음 날 열리는 회식 같은 것인데, 행사가 행사인 만큼 취재진이 붙는다고 했다.
포토월만 없을 뿐이지 포토라인도 있고.
종방연 현장을 보면 드라마가 얼마나 잘됐는지 알 수 있다나.
“그런 의미에서 이따가 가 보면… 뭐야?”
석환 형이 말을 하다 말고 눈을 깜빡였다.
길을 돌아 들어선 2차선 도로 양옆으로 사람들이 쭈욱 늘어서 있었다. 희대의 맛집에 줄을 선 것처럼 인파가 많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원석이 형이 말했다.
“……이거 종방연 구경하러 온 사람들인가 본데요.”
“아니야.”
민기 형이 말했다.
“팬들 같은데.”
그와 함께 양옆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차량을 알아본 것인지, 웅성거리던 이들이 와아악!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종방연이 열리는 고깃집 앞에 도착했을 때.
“경호원들까지 있네.”
고깃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십수 명이 넘는 사진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대기 중이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일렬로 모여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드라마가 대박난 걸까. 우리가 대박난 걸까….”
“둘 다야.”
이내 석환 형과 눈을 마주치고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고생했다.”
상대의 말에 말없이 웃고는 내릴 준비를 했다.
종방연 같은 곳에 모여 있을 인파라고는 예상을 못해서 그렇지, 이 정도 인파는 요즘 들어 익숙해진 편이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헬평이었지…….”
“헛소리는 그만하고 얼른 내려.”
“먼저 내릴게. 조금 이따 보자.”
다가오는 경호원 분이 문을 열어 주면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
번개가 친 줄 알았을 만큼 플래시가 앞뒤, 양옆으로 번쩍였다.
메뚜기 떼가 날아가는 듯한 셔터 소리와 함께 귀청을 찌르는 비명들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여기저기서 외치는 소리들이 뒤섞인 가운데 먼저 경호원 분의 안내에 따라 사진 기자들 앞에 섰다.
“사진 잘 부탁드려요!”
기자들이 웃으며 외쳤다.
“우주 씨 오늘 옷 예쁘네! 누가 골라 줬어?”
“제가 직접 골랐어요!”
“에헤이—!”
기자들의 탄식과 함께 뒤편에서 ‘거짓말 한다아아아-!’ 하는 누군가의 외침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사진 촬영을 마치고는 뒤로 몸을 돌렸다.
다시 한번 환호성이 온 거리를 떠들썩하게 울린다. 핸드폰 카메라, 대포 카메라, 입을 틀어막고 있는 얼굴, 뭐라고 웃으며 외치는 표정들.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스탭 분이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매니저 형들과 합류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함성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2층 고깃집에 들어서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떠들썩한 인사가 쏟아졌다.
“김우주 왔다!”
“우리 막내…! 얼른 이리 와!”
매니저들끼리 인사하는 가운데, 배우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내게 손짓을 해 왔다.
송훈 선생님이 방석 두 장을 깔아 주며 팡팡 두드렸다.
“왜 인제 왔어!”
“길이 조금 막혀서요.”
자리에 앉자마자 숟가락과 젓가락이 탁 놓이고, 유리잔에 콜라가 채워져서 나왔다.
완전 막내 취급.
“흐하하하하!”
좋았다.
양옥분 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휴, 쟤 또 숭하게 웃는 거 봐.”
“멤버들한테 늙은이 취급 받는다잖아요.”
“근데 말이야~ 우주가 근데 또 거기서 젊은 나이는 아니지. 지호가 98년생이면…….”
이내 깔깔거리며 놀리는 이들의 모습에 눈을 흘기자, 내 반응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듯 박수를 치며 웃는다.
그렇다.
나는 여기서 뭘 하든 예쁨 받는 막내였다.
고기를 구우려고 하니 집게를 홱 뺏는 배우들의 모습에 내가 웃으며 말했다.
“매일매일이 종방연이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TBC 예능국장님을 비롯해 제작사 곤 픽처스의 김우용 대표님까지 오면서 한바탕 난리가 또 났다.
국장님이 성큼성큼 내 자리로 걸어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고오! 우리 TBC의 아들이 여기 있네!”
“어유, 아니에요.”
“우주 씨 덕분에 내가 요즘에 인생 살맛이 나. 불백도 장사하고. 시청률도 팔아 주고…!”
그러곤 내 손을 붙잡으며 천년만년 함께 하자고 말씀하셨다.
송훈 선생님이 소곤거렸다.
“저 양반은 술 먹고 왔다냐?”
누군가 소곤거리며 답했다.
“그냥 혈관에 상시로 알코올이 돌고 있을걸요. 우주네가 시청률을 엄청 벌어다 주긴 했으니까.”
“우리 막내가 큰일하긴 했지.”
대견하다는 이들의 말에 웃고 있을 때. 우리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 생고기 접시가 턱 하고 올라왔다.
옆 테이블에서 ‘오……!’ 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고기의 비주얼.
스칼렛의 아라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왈칵 쏟는 가운데, 서노을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사장님. 이거 뭐예요? 완전 제대로인데요?”
“우주 씨가 보여 가지고.”
고깃집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흐뭇한 웃음으로 날 바라보았다.
다들 눈을 깜빡거리며 고기와 나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을 때, 사장님이 은근하게 말했다.
“우리가 점심에는 불백 정식을 파는데, 뉴불백 나온 뒤로는 점심 매출이 대박이에요. 대박.”
“아…….”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생각지도 못한 이유라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소주 한두 잔씩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즐거운 웃음과 수다가 시끌벅적하게 터져 나왔다.
드라마도 최고 시청률을 찍고.
출연자들도 앞으로의 미래에 환한 빛이 내리쬐고 있는 만큼 즐거운 분위기였다.
“너무 좋다. 정말.”
“이런 종방연이 흔치가 않지.”
특히 배우들에겐 상당히 의미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
그때 송훈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주선이.”
“네, 선생님.”
“앞으로도 연기해 볼 생각은 없어?”
“아…….”
선생님이 말했다.
“있는 재능 썩히는 것도 아까운 거야. 시간이 없다고 해도 종종 이쪽으로 고개를 좀 돌려 봐.”
“네, 선생님.”
“노래를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송훈 선생님의 일장 연설에 내가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릴 때였다.
“대박!”
외계인 아들 역의 정인우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촐싹맞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야, 우주야. 너 1등 했다는데!”
“1등이요?”
“어, 무슨 미국 차트 1등 했대. 기사 보고 알았어.”
다 같이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뉴블랙 콜라보 음원 ‘Blue Moon’, 각종 해외 차트 1위
여러 스트리밍 사이트에 우리와 헤일리의 음원이 1위, 2위, 4위 등등 올라왔다는 소식이었다.
갑작스러워서 그런지 얼떨떨하다.
배우들이 ‘우와’ 하며 눈을 크게 뜨고, 주변에서 ‘진짜요?!’ 하면서 와아아 하고 축하하는 가운데.
“…….”
연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송훈 선생님이 눈매를 지그시 좁혔다.
“주선이가 쓴 게 미국에서 1등을 했대?”
“그렇다는데요?”
그 말에 송훈 선생님이 어허어… 하는 숨소리를 내시더니, 양손을 들어 내 손을 딱 붙잡았다.
“주선이.”
“네. 선생님.”
송훈 선생님이 잇몸웃음을 보이며 따봉을 들었다.
“연기는 천천히 해.”
그 말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