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2)화 (53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2화

송훈 선생님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음악을 잘하면 음악을 해야지. 연기야 천천히, 늙어서 해도 되는 거야. 하하하하!”

내 등을 팡팡 두드리며 선생님이 껄껄 웃는 동안, 중견 배우 하나가 깐족거리듯 끼어들었다.

“선생님, 방금 연기 꼭 하라고 했잖아요.”

“연기가 중하냐. 주선이가 지금 버는 돈이 얼만데…!”

송훈 선생님의 말에 여기저기서 맞다며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동안 옆 테이블에서 소식을 들은 황정구 감독님이 술에 취해 벌게진 얼굴로 일어섰다.

“좋은 소식! 좋은 소식!”

감독님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우리 외계인 가족의 막내가 쓴 곡이 지금 해외에서 빵 뜨고 있답니다! 자, 박수…!”

“와아아아아!”

스탭들이 깔깔 웃으며 쳐주는 박수에 내가 웃으며 여기저기 고개를 꾸벅했다.

조금 부끄럽긴 한데, 좋다.

“자자, 그런 의미로 건배!”

“건배!”

술잔이 쨍- 하고 부딪치는 소리들이 울리는 동안,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은 배우들이 축하한다며 인사를 해 주었다.

형이 기 좀 받아가겠다고 내 손을 붙잡으려던 정인우가 양옥분 쌤께 등짝을 맞고 으악! 했다.

그가 투덜거렸다.

“쌤은 맨날 우주만 이뻐한다니까. 쟤가 잘생겨서 그래요?”

“어.”

“음… 인정.”

손으로 OK 사인을 익살맞게 그리는 정인우의 모습에 양옥분 쌤이 으이구 하고 웃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유쾌한 분위기였다.

치이익, 하며 고기가 새로 올라가는 동안 살짝 떨리는 손으로 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졸개들아. 우리 음원 잘 됐나 봐, 하고.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비주 [!!!!!!!]

비주 [언제 와요 형?]

집에서 축하 파티를 하자는 말에 1차 회식이 끝나고 곧 갈 거라고 말했다.

지호가 중현이가 두둠칫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내 줬다.

화면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가 맞은편에서 턱을 괸 채 웃고 있는 아라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반달처럼 부드럽게 휘어진다.

“애들이야?”

“네.”

아라가 웃으며 물었다.

“다들 좋아해?”

“네, 그렇긴 한데… 얼떨떨해하는 거 같아요. 일단 미국 차트라서 이게 어떤 경우인지 잘 모르겠기도 하고.”

“그러게. 긴가민가하네. 이런 경우가 없으니까.”

망고 차트 1위다! 하면 우와아아 하며 감이 딱 오는데.

기준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국내와는 다르게 해외 쪽은 가끔 이게 얼마나 좋은 건지 잘 모를 때가 있었다.

일단 차트부터가 엄청 다양하다.

예컨대 우리가 이번에 정규 앨범으로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200 차트에 27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마저도 이게 어느 정도로 잘 된 건지 감이 안 왔다.

그 나라의 업계에 대해 잘 모르니까.

이번의 Blue Moon이 올랐다는 해외 차트들도 이게 메이저한 지표인지, 공신력은 있는 것인지 긴가민가하다.

특히나 이번에는 미국에서 유명한 가수와의 콜라보인 터라, 어느 정도까지가 실제 우리의 성과인지 애매하기도 했고.

뭐. 일단은….

“기분이 엄청 좋네요.”

주어진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멀찍이서 석환 형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술을 들이켜는 걸 보니, 굉장히 좋은 소식인 건 확실했다.

송훈 선생님이 껄껄 웃으며 내 잔에 콜라를 채워 주려고 했다.

“선생님, 저 지금부터는 사이다로….”

“왜?”

“카페인에도 좀 취약해서요. 콜라도 일정 이상 마시면 가슴이 막…….”

두근두근? 심쿵? 하던 정인우가 다시 한번 옥분 쌤에게 등짝을 맞았다.

송훈 선생님이 말했다.

“주선이는 안 되는 게 참 많구만. 술이 혓바닥에만 닿아도 마른 짚단처럼 풀썩 쓰러지구, 어이구, 어쩜 이리 안 됐누.”

술이 좀 들어가셔서 그런 건지 짠하다는 표정으로 양손으로 내 뺨을 짜부시키며 어이구 하셨다.

“그스흡느드, 씀.”

맞은편에 있던 서노을과 아라가 꺽꺽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원로배우에게서 풀려난 후에 사이다를 마시며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을 때였다.

“그래서….”

옥분 쌤이 날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연기 같은 건 생각이 없니?”

“생각은 당연히 있긴 한데 시간이 좀…….”

“하긴. 아이돌 애들 보면 엄청 바쁘고 그러더라.”

서노을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얘 앨범 준비할 때, 스튜디오에서 자는 연기 촬영하다가 잤잖아요.”

“선배님…….”

다들 키득거리며 웃는 동안, 잠시 생각을 정리해서 말했다.

“이번에는 그래도 어떻게 했지만, 기왕 연기 활동을 할 거면 연기에만 전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맞아. 병행이 어렵지.”

“네.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연습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앞으로는 분 단위로 스케줄을 쪼개야 할 텐데.

카메오나 조연 수준의 분량이었던 주당 50분짜리 시트콤과 다르게 일반 드라마는 소요되는 시간이 어마어마하니까.

옥분 쌤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아까워서 그래. 연기도 잘하던데.”

“감사합니다.”

“농담 아니고 진짜야.”

송훈 선생님도 끄덕이며 말했다.

“나중에 늙어서라도 연기 하고 싶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감독들한테 적극 추천할 테니까.”

“진짜 감사해요. 선생님.”

“물론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다는 보장이 없지만…….”

“……!”

아련한 눈으로 ‘늦기 전에 꼭 돌아오거라’ 하는 선생님의 말에 다들 못 참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꼭 돌아올게요.”

그런 말을 하면서 다시금 건배를 했다.

고기가 계속 들어오고, 직원들이 건넨 무수한 술잔에 취한 예능국장님이 ‘드라마국! 보고 있냐! 내가 이겼다…!’ 하며 널브러지고. 김우용 대표님이 곰 같은 몸을 들썩이며 울고.

각본을 쓴 황정연 작가님도 내게 미끄러지듯 다가와 술 냄새를 풍겼다.

“우주 씨, 내가 너무 고마워… 김우주가 우주 씨를 탄생해서 김우주 씨가,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난 오늘 어제 술을 못 마셔도 기분이 아주 어! 행복하고! 그… 근데 그리고 어… 난!”

황정구 감독님이 작가님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누나, 그만하고.”

“난! 나나나! 난난나나나-나! 이거 놔아! 내 행복을 방해하지 마아-!”

“갑시다. 가자. 술도 약한 사람이 뭔 술을 이렇게…….”

“우주 씨이-! 내가 사랑한다, 그대! 영원하라!”

눈이 풀린 황정연 작가님이 눈에 힘을 주고 크게 하트를 그리는 모습에 다들 크게 웃었다.

고기, 술, 웃음.

드라마 촬영을 다 끝내고 나서 그런지, 고깃집 전체에 동지애 같은 감정이 철철 흘러넘친다.

여기저기서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왜 드라마나 영화 같은 활동에 그토록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지 알 것 같다.

거대한 프로젝트의 한 축이 되어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기분.

“자자! 케이크 커팅할게요!”

시트콤 시청률 1위를 기념하기 위해 생크림 케이크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실내의 환풍기 바람에 촛불이 휘청일 때마다 어어어어! 하며 떠들썩한 웃음이 흐른다.

내 어깨로 다른 배우들의 손이 올라온다.

“자, 다 같이 하나둘 셋 하면 부는 거예요~!”

“하나둘 셋-!”

초가 훅 꺼진다.

야, 누가 먼저 끄래, 셋 다음 아니에요? 하며 타박하는 소리와 박수 소리가 고깃집에 울려 퍼지는 동안.

내 어깨에 손을 올린 배우들을 돌아보았다. 서로 등을 팡팡 치며 웃고 있는 사람들의 미소가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우주야! 한 잔 더 하자!”

“네!”

인생 처음으로 참석해 본 종방연은 몹시도 근사한 분위기였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을 만큼.

*   *   *

“그럼 들어갈게요.”

“들어가!”

차에 올라타는 나를 향해 배우들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고는 어깨동무를 하며 뭐라고 서로 웃더니 저마다의 차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걸음들에서 술냄새가 풍기는 느낌이다.

“후우…….”

근처에 앉아 있는 우리팀 아저씨들이 생수병을 들이켜고 후하 하며 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벌게져서 진짜 수학귀신처럼 변한 석환 형에게 물었다.

“형.”

“어.”

“내가 여기서 형한테 뭐라고 말하면 다음 날 기억할까?”

“응. 그 정도론 안 취했어.”

“그렇구만.”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그러곤 고개를 흔들며 뺨을 촙촙 때리는 매니저 형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2차 가고 싶은데 저 때문에 못 가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이제 늙어서 그런지 몸이 못 버틴다며 농담을 던지는 매니저들이었다.

그동안 회사에서 찾아온 다른 매니저분이 우리 차량에 올라타 운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

어느 샌가 멀쩡한 정신을 되찾았는지, 멀끔한 표정으로 변한 석환 형이 태블릿 PC를 바라보았다.

홍 과장님이 보내 준 메시지들인 듯했다.

“우리 음원 관련이야?”

“응.”

“나 아까 사람들 있는 자리라서 못 물어봤는데. 지금 1위 했다는 거, 좋은 데서 1위 한 거야?”

“아니.”

석환 형이 환하게 웃었다.

“엄청 좋은 곳에서 1위 한 거야.”

“진짜? 애들한테 알려 줘야겠다.”

메시지를 토토톡 입력하는 동안 석환 형이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헤일리 블루의 네임 밸류 덕에 이만큼 오른 거기는 하다만.”

“그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게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같은 데 한정이야.”

“응?”

우리 TF팀장님이 스크린샷으로 다른 나라의 음원 차트들을 보여 주었다.

“영미권에서 차트 순위가 올라가기 전에 다른 나라 차트들은 이미 먼저 올라가고 있었거든.”

“……?”

“보면 너희 미튜브 구독자들이 많은 나라들이야. 너희 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거지.”

“그러니까….”

“헤일리 블루의 영향 없이도 이 나라들에선 잘 됐을 거라는 거야.”

아직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분석이 어렵지만, 아무래도 영어 노래인 게 꽤 영향이 있는 듯했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들도 영어 팝송엔 익숙하니까. 거부감이 덜하기도 하고.”

그래서 일반인들도 한 번 듣고 오 하며 계속 들어서 이런 순위가 나온 게 아니냐는 말이었다.

안경을 고쳐 쓰는 상대의 표정이 즐거워 보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는…….”

“뭔데?”

“너네 팬들이 또 대규모로 들어올 조짐이 보인다는 거야.”

“여기서 더…?”

거대한 빵들이 굴러오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석환 형의 손가락이 태블릿을 리듬감 있게 두드렸다.

“지금 아마 미국 쪽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일 텐데.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할로윈?”

“맞아. 할로윈에 딱 맞는 노래니까. 타이밍도 적절하고….”

그러더니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잘될지도 모르겠다.”

해외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에서 더 잘 될 만한 것이 있던가?

우리 TF팀장님의 시선이 얼마나 먼 곳까지 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낙관적인 예측에 기분이 좋았다.

석환 형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다.”

“뭘.”

멋쩍게 웃고 있을 때.

차에 틀어 놓았던 HBS 라디오 ‘장소원의 원더풀 나잇’에서 멘트가 흘러나왔다.

-오늘 나온 따끈따끈한 신곡이죠. 오늘 10월 31일. 할로윈을 테마로 한 곡인데, 정말 그 분위기를 너무 잘 살렸어요. 듣고 있다 보면 또 듣게 되고.

이 가수의 정체를 맞히는 사람들에게 경품 이벤트를 증정한다는 말에 다 같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윽고 Blue Moon이 흘러나왔다.

공포영화의 BGM처럼 가야금 현이 한 번 튕기고, 촤르르 흘러가며 잦아들면서 Blue Moon의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오, 좋다.”

운전하고 있던 배우팀 매니저분이 와 하며 말했다.

“진짜 너무 좋아요. 이번 곡.”

“감사합니다.”

“아까도 들었는데… 듣고 있으면 되게 신나는 느낌? 드라이브할 때 들으면 딱 좋다고 생각했다니까요.”

“정말요?”

“네. 그냥 틀어 두고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그 뭐냐.”

매니저분이 말했다.

“파티 같은 데서 들어도 좋을 것 같은 느낌?”

“아.”

“대학생 때 미국에 교환학생 다녀온 적 있는데, 걔네들이 파티에서 이런 노래 엄청 틀거든요.”

그런 데서 나오면 딱 어울릴 것 같다는 현지 경험자의 말에 나와 매니저 형들이 기분 좋게 웃을 때.

당첨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정답을 맞혀 주신 레인알콜 님, 감사합니다! 도마와 식칼 세트 증정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물었다.

“저분 수플레 아닌가?”

“수플레?”

“어디선가 지나가면서 닉네임 한 번 본 것 같은데… 아닌가?”

“맞겠지. 너희 팬이 한두 명도 아닌데.”

“그렇겠지?”

우리 팬이 당첨됐다는 소식에 기분 좋게 웃었다.

*   *   *

숙소에 도착한 뉴블랙의 리더가 유난히 밝은 얼굴의 둘째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고.

야식을 먹고 둠칫둠칫 구애의 춤을 추던 멤버들이 거실에서 이불을 깔고 잠에 빠져들어 있을 때.

같은 시각.

북미의 많은 지역들에서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Trick or treat!”

학생들이 코스튬을 갖춰 입고 초인종을 똥땅땅 누르고.

고등학교나 대학 건물에서 할로윈 기념 이벤트가 벌어지는 가운데, 홈 파티도 한창이었다.

잭 오 랜턴 호박과 촛불, 소품 등으로 할로윈 느낌을 잔뜩 낸 실내에서 두런두런 대화가 오가고.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음산한 음악들도 깔려 나왔다.

그리고.

“Oh…?”

그런 음악 속에서 귀를 잡아끄는 듯한 노래가 하나 있었으니.

“이건 무슨 곡이야?”

“Blue Moon. 헤일리 블루가 할로윈 노래 낸 거야.”

“좋네~”

술을 홀짝이며 어깨를 두둠칫 흔들던 이들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소년의 미성 같은 목소리도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중저음의 목소리도 있고.

“피처링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나?”

대다수가 노래가 좋다며 흥얼흥얼하며 노래 제목을 기억해 두는 가운데.

‘누구지?’

지금까지의 노래들에서는 듣지 못했던 목소리에 호기심을 품은 이들이 노래를 찾았다.

그런데 가수 이름이 이상하다.

“블루 블랙?”

헤일리 블루가 아니고 왜 블루 블랙일까.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파티의 주최자가 말해 주었다.

“뮤직비디오 봤어? 헤일리 블루가 다른 나라 가수들이랑 노래 부르고 그러던데.”

“진짜?”

“한 번 봐봐.”

미튜브에서 Blue Moon 등을 검색하니 미친 듯한 조회수의 MV가 나왔다.

절로 눈이 크게 뜨인다.

‘이게 몇만이야?’

거의 수천만은 되는 조회수를 보아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본 듯했다.

이윽고 뮤직 비디오를 재생한 이들의 눈에 마지막에 흘러나온 ‘The New Black’이란 이름이 보였다.

그리고 좋아요를 엄청 받은 댓글도 있다.

-뉴블랙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당신을 위해 http://www.metube..

-Who?를 생각한 당신을 위한 정답: Woo-Joo

콜라보를 한 가수가 누구인지 정성스럽게 소개하는 영상을 비롯해서, 궁금했던 이름도 바로 적혀 있다.

위키피디아에도 항목이 엄청 자세하고.

‘유명한 외국 가수인가 보네. 근데…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가?’

낯선 외국의 보이밴드.

워낙 다른 나라 사정에 무심한 미국인들답게 내가 모르는 유명인인가, 하며 납득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할로윈을 기념해 곳곳에서 헤일리 블루의 Blue Moon이 흘러나오면서 점점 더 뮤직 비디오의 조회수가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파티의 주최자가 흐뭇하게 웃었다.

‘후후후후후.’

영업에 성공한 대학생 수플레, 애니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멋진 걸로 영업할 수 있다…!’

소 울음을 따라 하는 해외 토픽 사연 등은 이제 안 ㄴ…….

“이거 봤어? 사람이 소랑 말을 하는데!”

“와……!”

“누구야?”

“방금 노래 부른 애들. 얘네가 헤일리 블루랑 노래 같이 불렀대.”

애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   *

종방연으로 시작한 11월의 첫 주.

3주차 음방 활동에서 우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모든 음악 방송에서 1위를 달성했다.

-네! 축하드립니다!

-뉴블랙의 Empire!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Empire는 여전히 일간 차트의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Blue Moon에 밀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영어 노래라서 그런지 순위가 내려가더니 7위권 정도에 안착했다. 거기서 안 떨어지는 게 신기하다고 할까.

“영어 노래는 보통 떨어진다고 그러지 않았어여?”

“한국인이 불러서 그런가.”

중현이의 말에 우리가 탄복했다.

“아……!”

“뭐가 아, 인데요. 이 바보들아.”

“야. 바보한테 바보라고 하지 마라.”

“맞아, 맞아.”

“…….”

한편, 그런 국내 차트와 별개로 Blue Moon은 외국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헤일리가 SNS에 ‘뉴블랙에게 신이 존나게 가호를 내리기를…’ 하는 문장을 쓸 만큼 성적이 좋았다.

뮤직 비디오와 함께 할로윈 스페셜 음원으로 초반 이목을 끈 덕이었다.

“여기서도 5위에 계속 있네요.”

“진짜 대박 났나 봐여.”

아무래도 반응이 있는 나라들에 안 살고 있다 보니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잘된 건 확실한 듯했다.

석환 형 말마따나 우리 미튜브의 최신 동영상들 조회수가 쭉쭉 오르고 있었다.

비주가 웃었다.

“마트에서 시식 코너 하는 분들이 손님들 바글바글하면 좋아하는 게 이런 느낌이었나 봐요.”

“그러게. 손님이 많으니까 좋네…….”

우리의 Empire 할로윈 귀요미 안무 버전을 비롯해 헤일리와 함께 했던 비하인드 영상들의 조회수도 쭉쭉 올라가고 있다.

보기만 해도 절로 배가 부른 조회수.

“배고프네. 야식 먹자.”

“족발 시킬까여?”

“오늘은 김치 추가 좀 하자. 저번에 중현이가 다 먹었잖아.”

“넹.”

오늘은 월요일 밤.

이제 곧 자정이 넘어 찾아올 화요일 새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진짜 신기하다. 이거 진짜로 올라오는 거 맞겠지?”

“새벽 되면 올라온다던데요.”

“대박이에여. 진짜.”

동생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핫100이었다.

음원 판매량과 스트리밍, 라디오 등을 종합해서 발표하는 순위인데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음원 차트 중 하나다.

Blue Moon의 성적이 좋아서 바로 진입할 거라는 소식에 캡처하려고 지금부터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랫집 소년들의 수면을 위해 방방 뛸 카펫을 깔아두고.

야식을 먹으며 한참 동안 대기하고 있을 때.

“떴다……!”

마침내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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