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3)화 (53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3화

빌보드 Hot 100.

빌보드 잡지에서 발표하는 메인 차트로, 200 앨범 차트가 앨범이 얼마나 팔렸는지 보여 주는 지표라면 Hot 100은 음원이 얼마나 잘 됐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다.

말 그대로 미국 대중들에게 뭐가 제일 핫하냐에 대한 답.

“눌러 봐. 얼른 눌러 봐!”

빌보드지의 SNS에 올라온 이미지 파일을 누르며 가슴이 설렐 때였다.

“얼레?”

“이거 맞아여?”

1위부터 10위까지 쭉 나와 있는 이미지였다.

비주가 손가락으로 태블릿에 뜬 이미지 파일을 휙, 넘기려고 했지만 넘어가지 않았다.

중현이가 미간을 모았다.

“비켜 봐.”

그러고는 중현이가 손가락으로 이미지 파일을 힘껏 넘겼다. 당연하게도 넘어가지 않았다.

리혁이가 한숨을 쉬었다.

“그게 잘도 되겠네요. 형.”

“어? 왜 안 밀리지?”

“그야 당연히 이미지 파일이 뒤에 없으니까 그렇죠.”

“와, 중현이 형이 힘으로 못 이기는 것도 있네여.”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 파일은 중현이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원래 1위부터 10위까지만 발표하는 건가?”

빌보드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해 보았지만 차트가 바뀌거나 그런 게 없었다.

“사이트에서 Q&A 보니까 Tuesday 모닝에 업데이트 된다는데여. 헐, 목요일인가 봐여!”

“당장 내일모레가 수능인 애가…….”

리혁이가 현기증을 느끼는 가운데, 우리가 차트가 언제 뜨는 건지 한참 동안 검색하며 헤맬 때였다.

띄워 두고 있던 SNS 상에서 어느 게시글의 링크가 보였다.

-Blue Black’s ‘Blue Moon’ Debuts at No.17

잡지에 실려 있는 칼럼이었다.

“해석해라, 미국인.”

“한국인이에요.”

입이 아프다는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주무르던 리혁이가 이내 깔끔하게 번역을 해 주었다.

“헤일리 블루와 K팝 가수 뉴블랙의 협업으로 발매한 음원 ‘Blue Moon’이 빌보드 차트 핫 100에 17위로 데뷔했다.”

“와아아아아아!”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환히 웃었다.

“뭐, 그런 얘기들이에요. 월요일에 발매해서 다른 음원들보다 밀리는 상황임에도 17위나 올라왔다는 얘기.”

“아.”

헤일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긴 했다.

빌보드 차트는 집계 기간이 금요일부터 시작이라 다른 요일에 시작하면 불리하다고 했다.

예컨대 우리가 출시한 Blue Moon은 미국 기준 월요일 자정 출시니 다른 음원에 비해 금토일 3일이나 빠진다나.

“뭐, 어쨌든 17위!”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빌보드 17위를 축하합니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사이다가 담긴 종이컵을 부딪혔다.

애당초 성적을 신경 쓰고 출시한 음원이 아니기도 하고, 콜라보 음원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라 그저 기쁘기만 하다.

국내에서 성적이 안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좀 있었을 뿐.

그리고.

이번 음원으로 인한 목적은 따로 있었으니까.

“여러분.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귀에 손을 댄 나의 말에 동생들이 근엄하게 답했다.

“멋모르는 사람들이 수플레들의 소굴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맞습니다. 데굴데굴하다가 우리 팬들이 되는 거예요~”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갑니다~ 하는 뉴블랙 월드의 테마 송을 흥얼거리면서 크아아 하며 기뻐할 때.

행복하게 꺄르르 웃던 우리의 태블릿에 딩동- 하고 알림이 떴다.

‘이웃을 사랑합시다’ 라는 단톡방에 뜬 메시지였다.

연후 [ㅅㅂ]

연후 [행님들 저 잠]

연후 [잠!!!!]

너무 시끄러웠나.

미안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나 [왜 거실에서 자]

나 [너 입 돌아간다 이제]

연후 [방에서 벌레 나왔어요]

연후 [개찝찝]

연후 [(사진)]

“으아아!”

“얘는 왜 이러는 거야. 진짜.”

“귀엽네.”

연후 [뭔 축제 하시나요]

나 [(사진)]

콜라보했던 음원이 빌보드의 메인 차트에서 17위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자,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연후 [오]

연후 [빌보드면 ㅇㅈ이지]

연후 [계속하세요]

동생들과 함께 우아아 하며 방방 뛰었다.

*   *   *

뉴블랙이 빌보드 차트에서 17위를 했다는 소식에 방방 뛰면서 기뻐하고 있을 때.

수플레들은 행복하면서 동시에 차분함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이럴 땐 침착해야지.’

뉴블랙이 아니라 블루블랙이 출시한 음원이었다.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미국 차트 1위를 하고 있는 가수와의 콜라보이기에, 뉴블랙이 해냈구나! 하는 느낌보다는, 콜라보를 한 곡이 잘됐구나! 하는 정도의 행복함이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좋은 소식이라 흐뭇했다.

-ㅊㅋㅊㅋ

-대박ㅠㅠ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주선

-고생하셨씁니다 A&R, 프로듀싱팀 분들ㅠㅠㅠ 여러분에게 joy를 보냅니다

-(리혁이 싫어하는 음료를 믹서기로 제조하면서 깔깔깔깔 광인처럼 웃는 우주의 짤.gif)

-좋다ㅠㅠㅠㅠㅠㅠ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그것은 바로 뉴블랙 덕질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뉴블랙 덕질은 뽕밭에서 구르는 느낌이라고.

습하습하 하며 뽕밭의 냄새를 즐기는 듯한 덕질이었다.

‘안티들은 또 난리네.’

극심한 견제가 여기저기 보였지만 순풍을 타고 있는 배 위에 올라탄 느낌이라 그다지 큰 위협은 아니었다.

타격이 없었다.

살점을 노리고 달려든 상어들이 강철로 된 갑판에 쿠와앙! 뛰어들어다가 쿠웨엑 하고 나가떨어지는 느낌.

-헤일리 블루 이름값이면 당연한 거 아님??

-잘돼서 신났나 보네ㅋㅋㅋㅋ

-미국 사는데 헤일리 블루 음원ㄴㅐ면 거의 그냥 1위한다고 보면 됨..ㅇㅇ 저건 당연한 수치

-Feat. 뉴블랙이라고 보면 되는 거 아닌가

-외국 가수 ㅁㅁ와 콜라보한 뉴블랙이 망고 차트에서 1위했다,, 그냥 요런 느낌

-일반인: 뉴블랙 콜라보가 17위? 잘됐네~ / 안티: 뉴블랙이 낸 음원이 잘된것은 어쩌구저쩌구 ㅂㄷㅂㄷ

-어둠의 수플레냐 너네

무엇보다 팬들이나 안티들 모두 잘 모른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미국의 생소한 차트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니 양쪽 모두에게 정보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미국 애들이 엄청 신나 하는 거 보니까 잘된 거겠지.’

SNS 상에서 보이는 미국 수플레들이 눈물을 주르르륵 하고 있는 걸 보면 좋은 건 확실한 듯했다.

그리고.

이번 일로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헤일리 블루가 완전 쩌는 가수였구나.’

그냥 미국에서 유명한 가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지에서의 위상이 장난 아닌 듯했다.

미튜브에서 공연 영상만 검색해도 락 페스티벌에서 관중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방방 뛰고, 그녀의 손짓과 목소리에 환호성을 보냈다.

‘대단하다.’

다른 가수들 모두가 금요일에 발매할 때, 할로윈 특별 음원이라며 월요일에 공개하는 패기가 대단하다고 할까.

더군다나 Blue Black이라는 이름까지.

내가 특별하게 이름을 걸지 않아도 내 노래가 잘 될 걸 안다는 패기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런 생각을 하던 수플레들이 히히 웃었다.

‘이제 이걸로 신규 팬들 입덕했으면 좋겠다.’

쭉쭉 올라가는 뉴블랙 TV의 구독자 수에 미소가 지어졌다.

개미지옥으로 떨어지는 신규 개미들을 보는 듯한 흐뭇한 느낌이었다.

*   *   *

미국 최대의 레코드사.

월드 뮤직.

로건 스미스, 헤일리 블루 등 유명 가수들을 보유한 레코드사의 회의실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회의실 스크린에는 이번 빌보드 Hot 100의 지표가 표시가 나와 있었다.

라디오에서 얼마나 재생됐는지, 스트리밍은 얼마인지.

다른 곡과 비교해서 어떤 수치를 기록했는지 살펴 보고 있는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그들은 헤일리 블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평소에 낸 음원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고, 어떤 식의 추이를 보이는지에 대해서 알았다.

그런데…….

「숫자가 조금 이상한데.」

회의실 가운데 앉아 있던 레코드사의 간부가 손가락으로 표를 가리켰다.

「숫자가 평소랑 맞지 않잖아. 어떻게 된 거야?」

「약간의 변수 아닐까요. 딱히 지켜볼 만한 수치까지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만.」

간부가 고개를 저었다.

「평소보다 조금 튀는 수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저 정도로 숫자가 튄다? 그럼 그때는 뭐가 있다고 봐야지.」

그의 말에 다른 직원이 입을 열었다.

「헤일리 블루와 콜라보를 함께 한 가수 때문에 그런 걸로 보입니다.」

「뉴블랙?」

「네. 저 보이밴드가 미국 내에 팬덤이 어느 정도 있다는 가정 하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일리 있는 말이긴 했다.

다만.

「……저 정도로 팬덤이 크다고?」

이름조차 들어 본 적 없는 외국의 가수다.

그런데 ‘미국에서 핫하다’는 단어와 성립할 수 있나? 그건 마치 ‘나만 모르는 슈퍼스타’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딱 맞아.’

뉴블랙이 ‘미국 내에서 팬덤이 크다’는 사실 하나만 인정하면 표에 보이는 숫자가 딱 들어맞는다.

숫자가 맞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잘 이해가 안 되니 납득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에 안 맞으니 상대성 이론을 부정하겠다는 것과 같았다.

「그 가정대로 계산하면 일치해요.」

「그럼 됐군.」

간부가 손뼉을 마주치며 말했다.

「뉴블랙에 대해 조사하는 건 차차 하도록 하고, 내가 지금 궁금한 건 단 하나야. 저 가수가 어느 레코드사에 계약되어 있지? 그리고 더 중요한 것.」

그가 물었다.

「우리가 데려올 수 있나?」

노트북을 타타탁 치며 검색하던 직원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가능합니다.」

「컨택해. 지금 당장.」

아직 안 알려져 있다 뿐이지, 저 정도로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가수라면 누구든 눈독 들일 만한 매물이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먼저 데려와야 한다.

몇몇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에 회의실에 남아 있던 직원들이 와 하며 표를 바라보았다.

‘팬이 이렇게 많은 가수라고…?’

수플레들이 헤일리 블루를 보고 와 했던 표정이 그들의 얼굴에도 그대로 떠올라 있었다.

*   *   *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한 첫 주에는 17위.

본격적으로 집계 기간에 완전히 포함된 2주차에는 Blue Moon이 무려 2위로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1위에 안착할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HaleyBlue

더 들어라. 나의 노래가 1위가 아닌 꼴은 못 본다.

……헤일리의 성에는 안 찬 것 같지만 말이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딱히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작년도에 Thousand Dream라는 OST로 차트에 들어간 적도 있고.

미국 쪽은 거의 9할이 헤일리 덕으로 들어간 것이라 그저 순위를 보며 좋아할 뿐이었다.

그래도 미국 쪽에 제대로 홍보가 된 것 같긴 하다.

[헤일리 블루가 새로운 뮤즈를 찾은 모양이죠?]

[뉴블랙이란 K팝 그룹인데요. 이번 곡의 작사, 작곡에 이 그룹의 리더 ‘우주’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하하, 앨범 성적이 부진할 때면 언제나 새로운 남자들을 찾는군요.]

[어쩌겠어요~ 그게 그녀의 방식인걸요.]

미국 연예 매체 쪽에서 패널들이 비아냥 가득한 얼굴로 쇼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영상들을 몇 개 보았다.

헤일리를 진짜 싫어하는 모양인지, 이번 곡이 잘 된 것이 다 내 작곡 덕분이라고 띄워 주는데 오히려 기분이 별로였다.

“와. 총 있는 나라인데 말을 저렇게 해도 되나 보네여.”

“말 진짜 함부로 하긴 하는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의 연예 매체들도 정말 질이 안 좋은 곳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몇 프로에는 인종 차별의 선을 넘나드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고.

발끈하면 ‘왜? 유머인데~’ 할 수 있는 선에서 기분 나쁜 것들을 꽤 많이 봤다.

한편.

좋은 것이 있다면 신규 팬들의 유입이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들어오세요. 더 들어오세요…….”

“이제 못 나간다. 못 나간다….”

매일 매일 올라가는 구독자들의 수를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뉴블랙 TV의 구독자인 짭플레가 될지 수플레가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일단은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Blue Moon이 미국에서 효자처럼 돈을 벌어 오는 동안.

Empire의 음방 활동도 4주차를 맞이하여 모든 음악 방송에서 1위를 거두고 막을 내렸다.

-뉴블랙 Empire, 미튜브 2,000만 뷰 역대 최단 기간 돌파

-뉴불백 제조사 측, ‘핫100 너무 축하, 기념으로 핫불백 출시 예정.. 기대해 주시라’

-신기록 연속, 뉴블랙 올해 망고 차트 어워즈의 주인공 될까

Empire의 활동을 끝내고 나니 망고 차트 어워즈가 며칠 앞으로 바짝 다가와 있었다.

올해 누가 어떤 상을 거머쥘지 벌써부터 예측이 오가고 있는데.

어떤 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대상 하나는 확실히 가져올 거라고 모두가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봐여. 저 어제 상 타는 꿈 꿨어여.”

“무슨 상?”

“올해의 동생상이라고 형이 시상자로 나왔는데 완전 별로였어여. 꽃무늬 하와이안 셔츠 입고 ‘지호야! 내 동생!’ 하면서 형이 제 바짓단을 붙잡고 막 꺼이꺼이 우는 거예여.”

“개꿈이네. 밥이나 먹어라.”

훠이훠이 하고 손짓하는 나에게 끝까지 자기 꿈이 어땠는지 설명하는 막내였다.

아침부터 소고기를 먹여서 그런지 활력이 넘친다.

이내 밥을 다 먹은 막내가 필기구를 대충 주머니에 찔러 넣고 텅 빈 가방을 둘러멨다.

비주가 웃으며 통을 내밀었다.

“도시락도 챙겨 가야지.”

“네.”

묵직한 도시락 통을 드는 모습에 리혁이가 말했다.

“쟤 책가방보다 도시락 가방이 더 무거운 거 같은데여. 야, 너 그거 바꿔야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여?”

막내가 도시락 가방을 등에 매며 익살맞게 웃는 모습에 우리가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려가자.”

복도로 나오자 싸늘한 바람이 감돌았다.

나 시험 못 본 날도 그렇고, 저번에 리혁이 수능 보러 간 날도 그렇지만 수능날은 언제나 춥다.

오늘은 11월 17일.

우리 뉴블랙 가문에서 막내가 드디어 수능 시험을 치는 날이었다.

“너 공부는 했어?”

“아녀. 하지만 괜찮아여. 저는 대상도 탄 가수니까~”

“자랑이다.”

으휴 하며 우리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막내가 이히히 웃었다.

1층에서 배웅을 해 주기 위해 다 같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려갈 때, 6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오!”

그리고 똑같이 가방을 둘러멘 틴스피릿의 멤버 하현과 다른 5인이 츄리닝 차림으로 올라탔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공부했어?”

“아뇨.”

당당하게 답하던 하현이 씩 웃었다.

“하지만 괜찮아요.”

“왜…?”

“저는 대상도 탄 가수니까~”

누군가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거울치료를 당한 지호가 멍한 표정을 짓고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틴스피릿 멤버들이 와하하 웃으며 멤버의 등을 때리기 시작했다.

“자랑이다, 이 빡대가리야.”

“아악!”

“이 새끼는 이름 절망으로 개명해야 된다니까. 미래가 없어요. 진짜.”

“시발, 우리는 우주 행님도 없는데 어디다 뇌를 하청 주냐.”

“그래서 회사가 있는 거 아님?”

소란에 엘리베이터가 흔들리면서 리혁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엘리베이터 손잡이를 붙잡았다.

내가 웃었다.

“안 떨어져.”

“그건… 모르는 거예요.”

그러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왔다.

각자 매니저 형들이 데리고 올 차를 기다리는 있을 때,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학교에서 시험 보네?”

“허어!”

이건 인연이라며 감탄했다.

왁자지껄한 수다와 함께 오늘의 수험생들에 대해 관심이 쏟아졌다.

휘연이 물었다.

“지호는 공부 잘해요?”

“잘할 것 같니…?”

나의 슬픈 표정에 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걸 물었네요. 그래도 우리 팀은 단체로 빡대가리고… 행님네는 그래도 대가리가 존재하잖아요.”

“중현이 형도 은근히 책 많이 읽고.”

“우리가 유일하게 비벼볼 수 있는 게 지호 정도.”

지호가 발끈했다.

“와, 사람을 완전 바보로 아네.”

“Thursday?”

“어… 목요일.”

“어, 가 나온 시점에서 넌 우리랑 비슷한 레벨인 거임. 반박 안 받음. 반박시 이연후.”

틴스피릿 멤버들이 으하하 웃기 시작했고, 우리는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비주가 눈매를 좁히며 강조했다.

“지호는 건강해.”

로비에서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경비원도 고개를 돌리고 몸을 들썩이면서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막내가 어깨에 두른 비주의 팔을 밀었다.

“아니, 다들 진짜… 나 똑똑한데.”

“그럼 우리랑 내기 콜?”

“내기?”

내기라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연후가 말했다.

“오늘 점수 누가 더 높을지 내기하는 거 어때요?”

우리가 지호를 바라보았다.

‘승산이 있을까.’

‘이거 완전 상처뿐인 승부…….’

‘불안하다.’

막내가 믿어 달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우리가 답했다.

“좋아.”

“근데 우리 뭐 걸고 하는 거예여?”

“자존심.”

그 전에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었다.

하현을 향해 리혁이가 시선을 돌렸다.

“동의보감을 쓴 사람은?”

“어… 드라마에 나왔던 존나 유명하신 분 있는데.”

동의? 어 보감 밖에 알지 못하는 모습에 우리가 안심했다.

한국사로 이기면 된다.

이내 양쪽의 멤버들이 치열한 눈싸움을 벌이고, 경비원분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다녀올게여!”

“다녀온다! 새끼들아!”

각자 차량에 올라타는 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어……!”

“엇……!”

차량 문이 동시에 열리더니, 지호와 하현이 내려서 쑥스럽게 웃으며 원래의 차에 올라탔다.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과 함께.

“아이고…….”

“시발…….”

본격 뉴블랙 대 틴스피릿의 수능 대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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