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6화
어두운 공연장.
전광판에서 대표님의 얼굴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정말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죠. 하하.]
전광판 속에서 K팝의 미래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대표님의 모습에 우리가 환호했다.
“우아아아아아!”
“대표니이임…!”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가운데.
달봉이를 든 수플레들 속에서도 비슷한 환호성이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어디선가 규호야아아아 하는 함성까지 들리면서 가수석과 객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호가 입을 가리고 말했다.
“저건 언제 찍으셨을까여?”
“그러게. 진짜 신기하다.”
오프닝 VCR부터 대표님의 얼굴과 함께 하니 든든하면서도 신기하다.
마치 우리에게 얘들아, 마음껏 돈을 쓰거라 하며 핫핫 웃어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곧이어 대표님에 이어 다른 사람으로 인터뷰 장면이 넘어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무가 한아윤이 K팝의 안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음악의 미래가 어떨지 물어본 듯한 느낌.
잔잔한 BGM과 함께 인터뷰가 교차된다.
[정말 비약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죠. 21세기 들어와서 일종의 문화적인…….]
분명히 마지막에 ‘K팝의 미래, 지금부터 여러분의 앞에 펼쳐집니다’ 하는 문장과 함께 끝날 분위기의 영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영상을 볼 때.
[한국 음악의 미래요? 와하하.]
TJ 엔터의 박태준 회장이 인터뷰 속에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등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붸에에에에에-!”
객석에서 터져 나온 적나라한 반응에 가수석에 있는 가수들이 단체로 고개를 푹 숙이며 뺨을 씰룩였다.
* * *
같은 시각.
온라인 생중계나 TV로 망고 차트 어워드를 보고 있던 아이돌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붸-’ 하며 울리는 현장 관객들의 야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뜻밖의 민심청츀ㅋㅋㅋㅋㅋ
-어워드인 줄 알았는데 신문고였던 거시예요
-박태준은 ㅅㅂ 말나올만 하지ㅋㅋㅋㅋㅋㅋ
-영감탱이 텐티 좀 어떻게 해 봐..
-골동품 살 돈으로 애들 앨범이나 굿즈 좀 내라고
-“K팝의 미래를 위해 원석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
-선우주 : ???
박태준 회장을 시작으로 현재 아이돌 판에서 유명한 기획사들 대표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레몬의 박규호 대표와 앙숙으로 유명한 DNS 미디어의 임현식 대표.
초반의 붸~ 에 깊은 인상을 얻었는지,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이 현장에서 으으으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현장 담당자 울겠다 진짜ㅋㅋㅋㅋㅋㅋ
-지금 현장 송출되는 소리 뮤트 할려고 버튼 찾는 중일듯
-엥 재작년이랑 평가 완전 바뀌었네ㅋㅋ
-규호는 돈을 많이 쓴다는 게 증명됨
-현시긔는 돈을 쓰지 않긔..
-돈좀써ㅠㅜㅜ 어떤 아이돌이 격하게 춤출때마다 의상 비즈가 옥수수처럼 떨어지냐
-스보가 멱살 잡고 캐리하는중
-실제로도 멱살 잡았으면 좋겠음ㅎ
뒤이어 나온 KM 엔터의 허강민 대표나 MOP 엔터의 표영만 대표의 경우에는 나름 호의적인 환호가 흘러나왔다.
-그래 둘 정도면 괜찮다
-강민이랑 영만이는 들어가. 태준이는 남고
-태준 : 시무룩
-그런 거 하지 말라고ㅋㅋㅋㅋㅋㅋ
-mop 대박나긴 했구나 틴스랑 세레니티가 어떻게 한 회사냐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 : 뉴블랙이랑 스칼렛이 한 회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지 알 거 같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다시금 영상 마무리 즈음에 박규호 대표가 나오면서 환호성이 울렸다.
-규호: 1등 비결이요? 나머지가 다 죽어 있던데요..?
-저기선 1등 해야지
-규호 입장에선 가만히 돈만 쓰고 있는데 다른 사장들이 알아서 관으로 들어감
-(그의 손에 쥐어지는 합격 목걸이 짤.jpg)
-근데 망고 놈들은 대체 뭔 생각으로 저런 vcr 만든 걸까
-시작부터 웃음을 주기 위한 큰그림
-오늘 하이라이트 모먼트로 올려 줬으면 좋겠다
-붸~~ ㄹㅇ 강렬했음ㅋㅋㄱㅋㅋㄱㅋㅋㅋ
전문가들을 비롯해 소속사 사장들의 인터뷰가 끝나면서 가수들의 공연 장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해외 콘서트에서 부채로 마스커레이드 안무를 표현하는 뉴블랙, 도쿄돔에서 화려한 칼군무를 보여 주는 틴스피릿. 유명 페스티벌에서 청량한 곡을 부르며 시원하게 웃는 세레니티 등등.
현장의 환호성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올라갔다.
‘근데 왜 잊혀지지 않는 걸까.’
계속해서 귓가에 메아리처럼 남아 있는 처음의 ‘붸~’를 느끼며 아이돌 팬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동안.
검은 화면에 감동적인 BGM과 글귀가 떠올랐다.
[세계인과 함께 하는 K팝]
[여러분과 오늘, 함께 합니다!]
다시 한번 현장의 환호성과 함께 본격적인 어워드가 막을 올렸다.
* * *
20대 유명 배우의 오프닝 멘트로 시작한 어워드는 곧바로 시상을 시작했다.
첫 순서는 올해 음원 차트에서 가장 잘나간 열 팀에게 주는 Top 10 시상이었다.
시상자로 나온 남녀 모델이 진행 카드를 보고 외쳤다.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와아아아아아아!”
살갗이 떨릴 만큼 커다란 환호성.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다른 가수들이 손뼉을 쳐 주는 동안, 앰프에서 낙화가 울려 퍼진다.
“축하해요!”
시상하러 본 무대까지 가면서 노래가 Empire로 변했다.
이제 시상식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작년에 받았던 상이기도 하고, 올해도 받을 게 확실했던 상이기에 생각만큼 떨리진 않았다.
대신 기분이 엄청 좋았다.
손에 쥔 트로피의 맨들맨들한 감촉도 그렇고, 공연장에서 이렇게 많은 팬들의 환호를 듣는 것도 오랜만이었으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지호가 트로피를 매만지며 기분 좋게 웃는 동안, 대표로 내가 짤막하게 소감을 전하고 돌아왔다.
“축하해요.”
“축하해!”
가수석에서 인사를 해 주는 이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어워드를 진행하는 동안 2팀씩 나눠서 5번을 발표하는 Top 10이기에, 우리에 이어 곧바로 다른 Top 10도 발표됐다.
-축하드립니다! 장소원 씨!
올해 가장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의 메인 OST, 그리고 미니 앨범으로 큰 성공을 거둔 선배였다.
검은 드레스를 붙잡고 우아하게 일어나는 장소원 선배에게 우리가 웃으며 인사했다.
“선배님, 축하드려요.”
상대가 눈을 찡긋하며 웃고는 상을 받으러 갔다.
화이 엔터의 작은 작업실에서 함께 땀을 흘려 가며 곡을 만든 기억이 나서 그런지 더욱 감회가 새롭다.
장소원 선배가 Top 10 수상을 마치고 나서는 올해의 신인상 차례.
-축하드립니다! 트릭스터!
TJ 엔터에서 올해 데뷔시킨 보이그룹이 신인상을 가져갔다.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에 우리도 그만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화면에 잡혔다.
“와아아아아아-!”
자신들에게 향한 환호라고 생각했는지, 트릭스터 멤버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동생들과 내가 눈을 마주쳤다.
‘아…….’
‘이거였구나.’
우리가 신인상을 받았을 때였나.
수상소감을 말하다가 갑자기 환호가 확 커졌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었나 보다.
아마 태현이나 TNT 멤버가 카메라에 잡힌 게 아니었을까.
“아하.”
불현듯 얻은 깨달음이었다.
트로피를 들고 어색하게 쭈뼛쭈뼛 걸어오는 트릭스터 멤버들에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신인상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비주가 그중에 멤버 하나의 손을 붙잡아 뭐라고 말하며 웃는데, 에 함께 출연한 사이였다.
트릭스터의 메인 댄서가 꾸벅 인사하고는 뒷자리로 갔다.
막내가 말했다.
“친해 보이네여.”
“응, 세 번 정도 같은 팀이었거든.”
비주가 화사하게 웃는 동안, 동생들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불쌍한 친구.’
‘저 친구한테는 원수가 아니었을까.’
‘보살이네…….’
무언가 눈치챈 비주가 눈을 가늘게 뜨자, 내가 손가락으로 무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춤춘다. 저기 춤춘다…!”
“허어!”
“사람들이 춤춘다. 춤 춘다아아…….”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작년에 신인상을 수상한 SNH 엔터의 보이그룹, 에노티가 하얀 가면을 쓴 채 무대를 하고 있다.
일렉트로닉 풍의 음악에 맞춰 하나씩 가면을 벗을 때마다 환호가 울려 퍼졌다.
“우와, 잘한다….”
“이 싸늘한 적막 음악이 울려 퍼져~”
“엔오 엔오 노노노~”
1부 무대가 이어지면서 동생들과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즐겁게 관람했다.
중간중간 LB나 한조와 함께 노래의 후렴구를 주고받으며 응원하다가 카메라에 잡힐 것 같으면 정숙했다.
화면에 잡힐 때마다 환호성이 너무 커서 조금… 민망했다.
“근데 좋아.”
“왜 나한테 그걸 속삭이는 건데요.”
“이 기분을 말해 주고 싶었어. 관심 받고 싶긴 한데, 막상 받으면 쑥스럽고 그런 느낌 있잖아.”
“그냥 관종이라는 거잖아요. 내 귀에 불결한 숨결 불어넣지 마요.”
그렇다. 나는 관심종자.
예전만큼 자세나 표정 하나하나 트집 잡힐 걱정이 덜해서 그런지, 편하게 어워드의 무대를 관람했다.
새로운 퍼포먼스가 나올 때마다 비주가 눈을 반짝이는 것이…….
조만간 우리의 몸이 고생하겠다 싶었다.
-네, 다음 시상할 부문은 올해의 트렌드 상인데요!
중간중간 시상도 계속해서 이뤄졌는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처음 들어 보는 상들이 연이어 난립했다.
수상자인 스트릿 보이즈가 나가서 ‘저희가 트렌드군요!’ 하며 웃고.
파워 스타상, 모스트 원티드상, 글로벌 스타상 등등.
“저건 무슨 상일까요.”
“그러게…….”
“세계인의 선택, 2016 그런 느낌인가.”
월드 초이스 상을 받은 틴스피릿이 화사하게 웃으며 소감을 전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틴스피릿입니다!
해석) 나다. 시발.
-소울 여러분 덕에 저희가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해석) 우리 팬 빼고 다 꺼져.
이웃집 사람들로서 얼굴을 하도 마주하다 보니 이제는 어지간한 말들이 자연스럽게 해석되어 귀에 들어왔다.
돌아오는 틴스피릿을 웃으며 반겼다.
“축하해요, 선배님들.”
“네!”
이어진 상에서도 가수들이 저마다 트로피를 하나씩 거머쥐었다.
공연자 모두에게 무조건 상을 하나씩 줘야 한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할까.
그 때문에 유력하다고 생각했던 후보가 떨어지고, 다른 후보가 상을 타 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오…….”
가수들이 상을 받으러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작년보다 함성 싸움이 더 치열한 느낌이었다.
스트릿 보이즈와 우리, 틴스피릿.
세 팀의 팬들이 가수가 전광판에 나오거나 호명되거나 할 때마다 전쟁처럼 함성 배틀을 하고 있었다.
“…….”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 무대는 특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 *
1부가 끝나고 2부.
스트릿 보이즈가 2부의 문을 열었다.
리혁이가 혀를 내둘렀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진짜 잘해요.”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잘하는데?”
가죽 재킷에 선글라스를 쓴 LB와 한조가 파워풀하게 랩을 주고받다가 선글라스를 집어던진다.
곧이어 등장한 7인과 합류하더니 불꽃이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와…….”
스트릿 보이즈 특유의 사회가 무너지고, 경찰 사이렌이 울리고 하는 느낌의 힙합 곡이 끝나고.
섹시한 힙합 곡이 이어졌다.
옷을 슥 들어 복근을 보여 주는 LB의 퍼포먼스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
숭했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우린 프로니까.
리혁이가 고개를 슬쩍 틀어 다른 곳을 바라보고, 비주가 웃는 척하며 눈을 감고. 중현이와 지호는 조명을 바라보았다.
워낙에 친하기로 유명해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이 웃는다.
“흠흠.”
그러는 한편.
본격적으로 2부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한 번을 안 불러 주네.’
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2부에 들어서 다른 그룹들이 하나씩 상을 챙겨 가는데, 우리는 후보군에만 올랐지, 수상자로 호명되지 않았다.
OST 부문이야 워낙 장소원 선배가 강렬했으니 그렇다 치고.
수상을 예상했던 분야들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었다.
“…….”
살짝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괜찮을 거라고.
나도 지금 은근하게 떨리긴 한데, 내가 동요하거나 그러면 얘네도 눈에 띄게 흔들리니까.
그렇게 웃으면서 괜찮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다음 시상할 부문은 올해의 작곡가 상입니다.
동생들의 안색이 환해졌다.
다른 상은 몰라도 이 부분은 나름 자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광판 속에서 시상을 하러 나온 배우가 봉투를 열었다. 그러고는 살짝 멈칫했다.
뺨을 씰룩이던 배우가 수상자를 호명했다.
-축하드립니다! 우주선 씨!
와아아아! 하며 동생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 가운데, 환히 웃던 내가 주변에서 웃는 얼굴들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전광판에 뜬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올해의 작곡가]
우주선
“……네?”
이내 동생들도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 * *
실시간으로 망고 차트 어워드를 보고 있던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쳣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우주선이야??
-미프에서 어텐션 쓰면서 가명 씀
-근데 맞긴함ㅋㅋㅋ 올해 연간 1위 작곡가라고 주는 거 같음
-아 그러네ㅋㅋㅋㅋ
연간 1위인 Attention에게도 상을 주긴 줘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줄까 고민을 하다 나온 결과물인 듯했다.
당사자인 우주가 눈을 끔뻑이며 당황하는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나 수플레들은 더했다.
‘작년이랑 비교짤 만들어야지…!’
작년 망고에서도 멍 때리고 있다가 ‘올해의 작곡가가 나구나!’ 하면서 화사하게 웃는 우주의 짤이 있었다.
TV 속에서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표독스럽게 웃는 우주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간만에 등장한 부캐
-우주선은 참지 않긔
-백퍼 즐기고 있다 저거ㅋㅋㅋ
-선우주 인터뷰 “우주선 행세를 할 때 즐겁다. 우주선이 되면 독설을 마음껏 퍼부을 수 있다”
-근데 ㄹㅇ 줄만하지ㅋㅋㅋㅋ 이번에 블루문도 우주선 명의로 냈다며
-한태현 솔로앨범도 작곡가명 우주선임
우주가 외부 작업을 할 때 쓰는 부계정 같은 작곡가 명이었다.
당사자가 상을 받으러 걸어가는 동안, Attention과 Blue Moon 등이 배경음악으로 깔려 나왔다.
[우주(선)가 올해의 작곡가인 이유]
우주선일 때
Attention(미프), Survivor(한태현 솔로), Blue Moon(헤일리 블루) 씀ㅋㅋㅋ
본캐로는 겨울잠/낙화/Empire 외 안녕 같은 수록곡 다수
+
(추가) Blue Moon 빼고 여기 언급된 것들 대부분 현재 연간차트 예약임
-ㅇㅇ 안 받는 게 이상한 라인업이다
-서바이버도 우주선이었음..? 나 왜 몰랐지
-다 아는 노래들이네ㅋㅋㅋ 겨울잠이 올해였구나 작년인 줄
-저 중에 한두곡만 써도 작곡가상 예약이긴 하네
-작업량 보소 어떻게 살아 있지
-내 최애 뭐 해ㅠㅠㅠ 얼른 우주선한테 가서 친목하란 말이야
-한태현도 10년 걸림
-10년이면 할 만해..
-(통곡하는 검정고무신 할머니짤.jpg) 할미는 기다릴 수 있다
TV 속에서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아 든 우주가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주선 작곡가님을 대신해 수상하러 나온 뉴블랙 우주입니다.]
뒤에 서 있는 시상자가 손을 들어 웃고 있는 입을 가리는 동안,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주가 촉촉한 눈으로 웃었다.
[미리 알고 있었으면 점이라도 좀 찍고 나왔을 텐데…….]
더 큰 웃음이 흘러나왔다.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푼 우주가 미소를 지으며 트로피를 바라보았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작곡가 상을 받게 되었는데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이 부드럽게 휘어진다.
[노래를 부를 때와 마찬가지로 제가 만든 노래를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신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요. 대개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음악으로 만드는 편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듣고 공감해 주실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습니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에게나 와 닿는 소감이 이어졌다.
우주가 트로피를 손에 꼭 쥐고 말했다.
[다만 아직 저에게는 조금 버거운… 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다른 모든 작업과 마찬가지로 음악도 홀로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 시선이 카메라로 향하고, 회사 근처에서 회식하고 있던 A&R팀과 프로듀싱팀이 질겁하는 가운데.
우주가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우리 A&R팀 및 프로듀싱팀 식구분들. 우리 오래오래 함께 작업해요.]
분명 감동적인 멘트인데 왠지 모르게 인터넷에선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프로듀서들 식겁하는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퇴근을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회사에서 Y앱 라이브 도중 길을 잘못 든 나상윤 피디가 우주를 마주치고 손에 든 커피를 떨어뜨리는 짤.gif)
-우주(24세) : 응애 나 작곡 아가
-사랑하는 프로듀서들아 -> 나다 노비들아
-작곡을 하랬더니 탈곡을 하고 있구나ㅋㅋㅋㅋㅋ
당사자인 작곡가들은 눈물을 줄줄 흘릴 수상소감이었지만, 제삼자로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겐 웃음 파티인 작곡가상이었다.
* * *
“트로피!”
“드디어 트로피 하나 생겼다…!”
올해의 작곡가 상으로 얻은 트로피 하나를 끝으로 우리의 상은 그쯤에서 막을 내렸다.
남은 것은 대상 수상뿐.
베스트 댄스 같은 상도 MOP 엔터의 세레니티와 틴스피릿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우리 분야가 아닌 시상이었다.
“후우…….”
그리고 우리는 무대 의상을 입은 채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다른 가수가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는 동안 목을 뚝뚝 꺾거나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긴장된 눈빛이 교차했다.
“끝나고 맛있는 거 먹자.”
“아이, 김 빠지게.”
투덜대던 리혁이가 이내 웃었다.
무대에 올라가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머리를 맞대고 어깨동무를 한 채 뭉쳤다.
긴장했는지 살짝 거칠고 뜨거운 숨소리들이 가득하다.
“중현아, 숨 좀 살살.”
“네.”
“참진 말고.”
온풍기가 꺼진 것처럼 미지근한 바람이 감도는 가운데.
다음 순서를 예감했는지, 스테이지 너머로 수플레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
수상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새 머릿속에서 싹 사라지고.
남은 것은 무대에 대한 생각뿐이다.
그 때문인지 오히려 평소보다 동생들의 눈빛이 더 집중하고 있다.
“……늘 하던 이야기야. 다들 한 달 넘게 고생 많았고. 오늘 무대 빵 터뜨리고 갑시다.”
하나씩 시선을 마주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나서 다 같이 손을 모았다.
“둘셋!”
“파이팅-!”
공연장 특유의 서늘한 바람이 몸을 휘감는 가운데 마침내 고척돔의 모든 조명이 암전됐다.
올해 첫 어워드의 무대를 선보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