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7)화 (53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7화

어두운 공연장.

희뿌연 연기가 낮게 깔리면서 관중들의 환호성이 점점 더 커졌다.

‘나온다!’

이번 어워드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뉴블랙의 무대가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암전된 무대를 바라보는 수플레들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기대감, 흥분, 설렘 같은 말로도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두워진 공연장에 한 줄기 조명이 내려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자주색 조명이 무대를 비추는 가운데, 무대 뒤편 화면에서 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환히 빛나고 있는 나무 한 그루.

휘이이- 하고 부는 바람에 자줏빛으로 빛나는 꽃잎들이 검푸른 밤하늘에 흩날리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미친……!’

리프트를 타고 올라온 5인조에게서 빛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한국풍의 새카만 무대 의상.

고급스럽게 새겨진 무늬들과 옷고름, 허리춤에 달린 알록달록한 수실 등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귀걸이나 옥가락지 같은 액세서리가 리프트의 진동에 찰랑거리는 가운데, 멤버들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구와아아아아-!”

벌써부터 심장이 터진 것 같은 수플레들이 비명을 질러 대고, 다른 아이돌 팬들이 오 하고 있을 때.

스산한 바람 같은 인트로와 함께 TV에 자막이 깔렸다.

[뉴블랙 - 낙화(落花)]

올해 봄에 나와 음원 차트를 휩쓸었던 곡이자, 멤버들 중에서 리더인 우주를 상징하는 곡이었다.

가운데 선 우주가 눈을 감고 지그시 서 있는 동안.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듯 멤버들이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거나 손을 뻗었다.

흡사 리더를 중심으로 나뭇가지가 펼쳐진 듯한 느낌. 이어서 네 명이 손끝을 가볍게 튕길 때마다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고이 피워 낸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눈을 뜬 리드보컬이 나지막하게 가사를 부르면서 본격적으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고조되면서 후렴구에서 빵 터지는.

리스너에게 가슴 벅찬 기분을 주는 낙화의 무대는 오랜만에 봐도 너무 좋았다.

‘……코디님, 누구신지 모르지만 사랑합니다!’

오늘따라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Empire의 활동으로 멤버 전원이 흑발인 상황에서, 각자 개성을 드러내는 의상이 더 돋보인다고 할까.

붉은색이 도드라지는 입술들과 액세서리들을 보고 있으니 동양화에서 튀어나온 옛날 미청년들 같다.

돌아와 말하리오

여기 봄이 있노라고

후렴구를 평소보다 살짝 더 높게 올려 부르는 리드보컬의 목소리가 공연장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

수플레들은 무대를 보면서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을 눈치챘다.

실력은 평소와 같다.

워낙 무대를 잘하기로 소문난 뉴블랙다웠다.

그런데 오늘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애들이…….’

좀 빡센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뭔가 달라졌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팬들에게 느껴지는 어떠한 인상이 있었다.

후렴구에 펄럭이는 옷자락마저 각을 맞춘 것 같다.

TV로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의 감상을 말했다.

-와 늅 오늘 퍼포 겁나 빡세네ㅋㅋㅋ

-ㄹㅇ 잘해

-제대로 칼갈고 나온 듯ㅋㅋㅋ 약간 신인때 독기 보는 거 같아서 좋다

-???: 이래도 상 안줘?

-근데 뉴블은 원래부터 무대 매번 저렇게 해ㅋㅋ 유독 오늘 더 돋보이는 거구

-(중현이 ‘무대 할 때면 뼈가 부서진다는 각오로 임합니다’ 하는 인터뷰 짤.jpg)

-중간에 스보 표정 왜일케 웃겨

메인 댄서의 유연한 춤을 보던 스보의 LB가 와… 하면서 입을 떡하니 벌리다가 카메라를 향해 쌍따봉을 드는 장면이 흘러나온다.

신인상을 수상한 트릭스터가 눈을 끔뻑끔뻑 뜨면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왠지 모르게 수플레들에겐 상쾌한 쾌감을 주는 듯한 무대였다.

‘보고 있냐, 망고야….’

TV로 보는데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져 오는 무대.

다른 아이돌들이 상을 하나씩 타 가는 와중에도 작곡가상을 빼면 현재 그룹으로서 무관인 뉴블랙이었다.

나중에 대상을 주려고 해서 그런 것인지, 진짜 물을 먹이려고 하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TNT 팬들이 이런 식으로 희망을 품었다가 식스티 세컨즈에게 상 몰아주기로 난리가 난 적도 있고.

단지.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는 듯 현장에서 환호성을 이끌어 내는 뉴블랙의 무대가 눈에 선명하게 박혀 올 뿐이었다.

‘낙화 다음이면 이제 엠파이어인가?’

미리 유출된 큐시트 상으로는 ‘낙화-Intro-Empire’라고 되어 있긴 했다.

Intro라고 불린 파트에 뭐가 나올지 기대하는 가운데.

“……?”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수플레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의상이 그대로인데?’

당연한 얘기긴 했다.

무대 공간 자체도 협소한 편이고, 의상까지 갈아입을 만한 여유 있는 시간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한국풍인 낙화와 다르게 Empire는 서양풍을 모티브로 한 곡이었다. 뮤비 컨셉부터가 체스니까.

Intro 퍼포먼스가 환복 관련인가 하는 생각을 품는 한편.

‘이거 설마…….’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팬들이 함성을 높여갈 때였다.

잠시 내려왔던 무대의 막이 다시 올라가면서 조명이 내리쬈다.

“지호야아아아-!”

“와아아악!”

붉은 조명이 내리쬔 곳에는, 살짝 땀에 헝클어진 머리 아래로 눈을 빛내고 있는 서브보컬이 있었다.

드라이아이스 연기 때문인지 사방이 붉은 안개.

그 속에서 지호가 독무를 추기 시작하면서 독특한 음률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스커레이드다!’

지호를 주인공으로 하는 곡의 멜로디가 국악풍으로 편곡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럼 대신 북이 나오고.

현악기 대신 가야금이.

해금과 대금 소리가 투박하면서도 멋스럽게 섞여드는 Masquerade의 멜로디였다.

나른하게 눈에 힘을 푼 서브보컬이 슬쩍 내려앉았다가 부드럽게 허리를 튕겨 올라오면서 도포 자락이 펄럭였다.

그리고.

‘비주야……!’

국악풍으로 편곡된 바람꽃의 멜로디.

멈춰 선 서브보컬 쪽의 조명이 꺼지고, 노란색 조명이 메인 댄서의 수려한 미모를 비추고 있었다.

평소에도 이런 연출은 많이 보았지만 사물놀이 같은 국악풍의 쾌활한 멜로디가 관중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손을 좌우로 척척 뻗던 비주가 비스듬히 선 자세 그대로 멈추면서 오른쪽 옷자락이 팔뚝 부근으로 스르륵 내려오고.

이윽고 Nine과 겨울잠의 멜로디에 맞춰 래퍼와 메인 보컬도 등장을 알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쾌하게 춤을 추던 리더가 센터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무대 뒤편에서 수십 명의 댄서들이 걸어 나왔다.

“와아아아아-!”

댄서들과 어울려 풍물놀이 패처럼 움직이던 멤버들에게 국악풍으로 편곡된 불꽃놀이가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

마치 산꼭대기에 오른 뒤, 바로 내리막길이 있듯이 불꽃놀이의 멜로디가 후욱 꺼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곡으로 변한다.

[뉴블랙 - Empire (제국(帝國) ver.)]

TV로 송출되는 화면에 그런 자막이 떠오르면서 Empire의 새로운 전주가 흘러나왔다.

둥-

둥-

북소리가 울리면서 현장이 함성으로 뒤흔들렸다.

병졸들처럼 절도 있게 양옆으로 늘어선 댄서들 가운데, 화려한 의복을 입은 멤버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리드보컬이 허공을 응시하며 손을 내뻗었다.

북을 울려라

멀리 퍼지도록

뒤쪽에서 댄서들이 군무를 펼치는 동안, 원을 그리고 있던 멤버들 속에서 서브보컬이 걸어 나왔다.

수플레들이 비명을 질렀다.

‘미쳤다…….’

안 그래도 좋았던 Empire였지만 이런 식으로 편곡한 무대를 보니 느낌이 완전 달랐다.

기존 Empire가 조금 정적이라면, 꽹과리나 징 같이 국악기가 들어간 ‘제국’은 동적인 인상이 강했다.

리듬도 조금 더 빠르고.

특유의 북 소리가 듣는 이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한편, 무대 위에서는 우주와 비주가 신출귀몰하게 움직였다.

이제 다시

내게 주어진 왕관을

되찾아

동시에 메인 보컬의 고음이 끝없이 올라갔다.

-리혁이 아가미 설 진짜인걸로

-와ㅋㅋㅋ 저 와중에 라이브로 하네

-저 정도는 해야 단추를 터뜨리는구나ㅋㅋㅋㅋㅋ

-나랑 결혼하자 서리혁,, 돈도 네가 벌고,, 일도 네가 하고,, 청소도 네가 하고,,

-그럼 넌 뭐 할건데

-가끔씩 무대보면 조마조마할 때있는데 리혁이는 늘 편-안

-숨소리 섞여나오는 라이브 넘 좋다..

끝에 가서는 멤버들의 얼굴에 흘러내린 땀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까지 보일 정도였다.

정신없이 빨라진 댄스 브레이크.

보고 있던 팬들도 잠시 숨을 참을 만큼 빠른 안무에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각 잡힌 군대처럼 댄서들이 정렬하고, 가운데서 춤추던 가수들이 두 손을 펼치며 엔딩 포즈를 취했다.

공기를 가르듯이 강렬하게 움직였던 옷자락이 막이 내리듯 너울거리며 내려오면서 무대가 끝을 고했다.

“아아아아아아-!”

조명이 암전되면서 뒤로 벌러덩 누워 쓰러지는 멤버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면서 팬들의 함성이 더욱 커져 갔다.

그야말로 올해의 주인공다운 무대였다.

“저거 다음이 우리네.”

“그렇지.”

“쓰벌…….”

누군가에겐 긴장감 가득한 무대였지만 말이다.

*   *   *

“하, 하얗게 불태웠다…….”

“흐어, 흐어어어어.”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걸 보니 어워드 시즌이 맞긴 한가 보다.

막판 가서는 거의 숨을 안 쉬는 느낌이었는데.

“우욱!”

비닐봉지를 붙잡은 지호가 헛구역질을 하고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눈물이 촉촉한 걸 보니 속이 뒤집어졌나 보다.

“괜찮아?”

“네.”

“너 다리는?”

“별문제 없는데여…?”

“다행이네.”

아까 발목을 접지를 뻔해서 걱정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던 모양이다.

물티슈로 얼굴을 콕콕 찍던 중현이가 내게 말했다.

“형.”

“어?”

“형 지금 비닐봉지로 얼굴 닦고 있는데요?”

멍하니 손을 떼어 보니 비닐봉지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 미안……. 비닐봉지로 닦으면 안 되나?”

“숨 좀 쉬어요. 형.”

철골 트러스로 가득한 백스테이지에서 쪼그려 앉거나 널브러져서 숨을 골랐다.

뒤통수에 닿은 서늘한 철골의 감촉이 시원하다.

서늘한 바람에 온몸의 땀이 식으면서 살짝 추위도 느껴지고, 물에 젖은 것처럼 몸이 눅신눅신하다.

그래도 기분은 최고다.

“…….”

일렬로 나란히 앉아 있다가 서로 머리를 맞댔다.

“나, 나는… 불쾌해요. 당신들의 숨결.”

“나도 불쾌해.”

“저두여. 형들의 숨결이 닿는 이 느낌. 으…….”

불결한 놈들, 하며 핀잔을 주면서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군대에서 행정반 일과가 끝날 때 기분의 한 500배 정도 기쁨이라고 표현하면 되려나.

일어날 기운이 없어서 잠시 머리를 맞댄 채로 있다가 매니저 형들의 도움을 받아 일어났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했어요!”

안무팀을 비롯해 스탭들과 서로 박수를 쳐 주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재빨리 머리를 말리고 메이크업을 고쳤다.

다시금 가수석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숨을 고르며 뻐근한 얼굴 근육을 풀어 주고는 바로 올라갔다.

“잘했으.”

“감사요.”

손을 내미는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았다.

다른 부문의 몇 가지 시상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인지, 무대 위에서 선배 가수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확실히 무대가 끝나서 그런지 기분이 여유롭다. 체육 수행평가 때 내 차례가 끝난 기분이 딱 이렇다.

홀가분하고.

그래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마음을 비운다. 비운다…….”

“자꾸 내 귀에다 속삭이지 말라그…….”

“형, 되게 초연하지 않아 보여요.”

중현이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는 한편.

본격적으로 틴스피릿의 무대가 시작되면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잘한다.’

‘진짜 잘해요, 무대.’

춤을 출 때마다 탱탱볼 같은 탄성과 활력이 느껴진다.

같은 점프를 해도 틴스피릿이 하면 통통 튀는 듯하고.

우리 중에서 비주 정도만 소화 가능한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연이어 펼쳐졌다.

‘젊음이란 게 좋구나…….’

‘부럽다.’

닳지 않은 연골을 자랑하는 듯한 무대에 부러움을 느낄 뿐이었다.

초반에는 틴스피릿 특유의 청량한 무대로 가다가 후반부에는 다크한 컨셉의 무대를 카리스마 넘치게 펼친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다 비슷하지만 과연 퍼포먼스로 손에 꼽히는 그룹다웠다.

“크롸라라라라-!”

영혼파괴봉이었나.

수천 개의 응원봉과 함께 거대한 함성도 고척돔을 쩌렁쩌렁하게 울려댔다. 마치 사자의 포효 같았다.

그래도 우리 빵들의 포효가 더 귀여웠다.

“휴우…….”

땀에 살짝 젖은 얼굴로 틴스피릿이 가수석으로 돌아왔다.

“아유, 우리 선배님들 고생하셨습니다~”

잘했다며 엄지를 들어 보이자 틴스피릿 멤버들이 눈을 찡긋하는 걸로 답했다.

그렇게 마지막 무대였던 틴스피릿의 공연까지 끝난 후.

이제 남은 것은 3개의 대상 시상이었다.

순서대로 올해의 노래상, 앨범상 그리고 가수상.

-안녕하세요. 배우 이강진입니다.

시상자로 나온 배우가 대중음악에 대한 멘트를 쭈욱 이어 가고는, 긴장한 가수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2016년 망고 차트 어워드 그 첫 번째 대상인 ‘올해의 노래상’ 후보들을 보시겠습니다~!

어워드 로고와 함께 후보군들이 흘러나왔다.

-낙화.

첫 번째로 나온 ‘낙화’에 수플레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어서 세레니티의 REALITY가 청량하게 흘러나오고, 장소원 선배의 OST가 나오고.

틴스피릿의 Demonic과 함성이 뒤섞였다.

마지막으로는 인디 가수 홍샛별의 Dream You가 울려 퍼지며 VCR이 끝났다.

‘쟁쟁하네여.’

‘라인업이…….’

올해 히트한 곡들 모음이었다.

올해의 노래상.

작년에는 우리가 수상한 상이었는데, 지금은 그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올해 우리가 대중적으로 가장 잘된 노래는 역주행한 불꽃놀이인데, 그건 14년도 곡이라서.

아마 세레니티의 REALITY가 수상할 거라고 석환 형한테 들었다.

-자,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이강진이 봉투를 열고 말했다.

-2016년 망고 차트 어워드, 올해의 노래상은… 틴스피릿의 Demonic.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어라?

*   *   *

현장에서 Demonic이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틴스피릿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주변 가수들이 일어나서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을 때.

실시간으로 시청하던 아이돌 팬들이 눈을 깜빡였다.

‘어?’

뭐지?

‘휘연아’ 하는 플래카드를 흔들거나 응원봉을 드는 팬들의 모습이 TV에 스쳐 지나가는 동안.

잠시 적막이 흘렀던 SNS와 아이돌 커뮤니티가 터지기 시작했다.

-??????????????????

-ㅁㅁ무ㅑㄹ

-뭐야???

-어???

-시발 이새기들 뭐야 이거

-아니

-지금 뭐야 틴스피릿이 왜 노래상..?

-노래상 ㅊㅋㅊㅋ

올해의 노래상에 대해선 명확한 예측이 있었다.

‘세레니티 아니면 홍샛별이 탄다.’

연간 1위인 Attention은 방송 버프를 얻은 음원이고, 2위인 장소원의 OST도 마찬가지다.

연간 3위인 데다가 올해 상반기에 어마어마한 히트를 기록한 세레니티의 REALITY가 확실했다.

그다음인 인디 싱어송라이터 홍샛별도 가능성이 있지만… 세레니티의 소속사가 MOP니까.

물론 음원 점수만으로도 ‘낙화’ 역시 상위권이었지만 주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몰아주기 안 할 테니까.’

대형 기획사도 아닌 레몬 소속 아이돌에게 상을 몇 개나 줄 리가 없다.

앨범상 아니면 가수상으로 관측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틴스 점수 됨???

-되긴 됨

-심사 만점 받으면 역전 가능하긴 함

-투표 점수까지 포함하면 이상한 건 아니긴 한데..? 근데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데모닉이 올해 노래상????? 이건 아니지

-엥 데모닉 줄거면 낙화는 뭐임..? 데모닉보다 점수 압도적으로 넘사일 텐디

-끝나고 또 내부데이터 ㅇㅈㄹ할 거 백퍼

-이ㅅㅂ 만만한 게 걸그룹팬덤이지 이새끼들

여기저기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레니티의 팬들이 SNS에서 어안이 벙벙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틴스피릿 팬들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들어갈 때.

수플레들은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콩닥콩닥.

‘이거 설마…….’

지금까지 다른 가수들에겐 상을 퍼부었으면서 뉴블랙에게는 상을 주지 않은 이유.

틴스피릿에게 뜬금포로 노래상을 준 이유.

불길하게 생각했던 사실들이 하나둘 조각을 맞춰 가면서 수플레들의 손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꿀꺽.

‘긴장 풀면 안 된다. 상대는 망고야.’

상식이 없는 놈들이다.

그랬기에 손에 쥔 힘을 풀지 않았다.

TV 속에서 수상 소감을 말한 틴스피릿이 돌아간 이후.

“…….”

곧바로 올해의 앨범상 시상이 이어졌다.

*   *   *

앨범상 시상자로 나온 사람은 우리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정장을 입고 나온 배우 서노을.

<외계인 가족>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가 앨범상에 대한 멘트를 조곤조곤 연설하듯이 말한 후.

-…제가 시상할 부문은 올해의 앨범입니다. 후보들을 먼저 화면으로 만나 보시죠.

노래상과 마찬가지로 ‘낙화’가 울려 퍼지면서 화면에 자막이 떠올랐다.

[뉴블랙]

[별(別) : Into the Black]

올해 봄에 출시한 우리의 미니 앨범 뒤로 주르륵 다른 가수들의 앨범이 하나둘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원 차트 기준이기에 발라드 가수, 인디 가수의 앨범 등이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틴스피릿의 정규 앨범까지 흘러나온 후.

“…….”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달달 떨렸다.

동생들의 손을…….

“나야.”

한조의 손을 놓고 멤버들의 손을 붙잡았다.

이거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심장이 터져 죽겠다. 다 같이 침을 꼴깍이면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올해 수상이 유력하다고 들은 분야.

‘올해의 앨범’ 하는 자막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서노을이 봉투를 펼쳐 들었다.

-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2016년 망고 차트 어워드, 올해의 앨범은…….

봉투 속 이름을 보던 배우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리고 그 눈빛이 향한 곳은.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허, 하며 맥 빠지는 숨이 새어 나오면서.

손을 꽈악 붙잡고 있던 우리에게 수천 명의 수플레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온몸에 꽂히는 듯했다.

올해 우리의 첫 대상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