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39화
“후아…….”
세상 후련하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충만한 행복감이 밀려오고, 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어흐흐흐흑!”
“그만 울어.”
“아이, 좋아서 그래여. 좋아서…….”
가수상 트로피를 받을 때는 방긋방긋 웃던 막내가 대기실로 돌아오고 나서는 또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소파에 펭귄 떼처럼 뭉쳐 앉은 우리에게 석환 형이 웃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사진 찍자. 너희 팬분들한테 올릴 사진 찍어야지.”
퉁퉁 부은 눈으로 브이를 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던 스타일리스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SNS에 올릴 문구까지 작성해서 홍서영 과장님에게 전송하는 동안.
동생들과 대기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두 트로피를 감상했다. 영롱한 빛을 뿜는 듯한 유리 트로피.
[올해의 앨범상 : 뉴블랙]
[올해의 가수상 : 뉴블랙]
작년에 탄 올해의 노래상까지 포함해서 대상의 모든 부문을 수상한 셈이었다.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요.”
“나도.”
비주의 말에 공감했다.
“빠르면 우리가 한 5년차쯤 됐을 때, 아니면 6년이나 7년차라도… 수상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3년차에 이걸 탔네여.”
“그러니까. 우리 활동하고 3년 만에…….”
썸씽을 기준으로 했을 때, 거의 3년 만에 이룩한 쾌거였다.
불꽃놀이로 데뷔한 시기부터 치면 2년 반 정도고.
보통 아이돌 활동은 계약 기간인 7년을 기준으로 삼는데 그 절반도 되지 않아 올해의 가수상까지 수상한 우리였다.
“…….”
그 생각을 하니 불현듯 부담감이 살짝 밀려온다.
지금의 이 흐름을 내년에도 똑같이 이어 갈 수 있을까, 내년에도 또 대상을 탈 수 있을까.
워낙 다이내믹하게 돌아가는 연예계에선 누구도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뭐.”
웃으며 말했다.
“그건 미래의 우리가 알아서 하겠지.”
“맞아여.”
다 같이 꺄르륵 웃어 대며 일단의 성공을 즐기기로 했다.
스탭들이 떠날 채비를 하는 동안 바깥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가수들이 하나둘 철수하는 모양이다.
그때.
똑똑똑 하는 정중한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쿠와앙! 열렸다.
“행님덜~!”
6인조 미소년들이 관자놀이에 올린 검지를 통 튕기며 인사했다.
“대상 축하합니다~”
“고마워, 너희도.”
“예, 뭐.”
씩 웃으면서 다시 문을 닫고 떠나는데 표정이 조금 애매해 보였다.
아마도 같은 소속사 후배인 세레니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듯했다.
“이따 숙소에서 보자.”
“예~!”
그리고 틴스피릿을 시작으로 대기실에 사람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대상 축하해요.”
“막내야. 나 왔다!”
서노을 선배를 비롯해 오늘 시상을 맡은 배우나 모델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대부분 인증샷을 찍자는 요청이었다.
다 같이 웃으며 사진 촬영을 했다.
가수들과는 아까 어워드 무대 인사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이제 갈까?”
“갑시다~!”
트로피 운반자인 나를 동생들이 엄호하면서 주차장까지 나아갔다.
중현이가 웃었다.
“혹시라도 부서지면 안 되니까요.”
“네가 제일 위험요소야. 중현아.”
“너무하네요.”
새침하게 물러나던 중현이와 부딪힌 원석이 형이 날아갈 뻔했다.
힘은 질량, 그러니까 체급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190인 우리 매니저 형이 날아가는 걸 보면 가끔 신기하다.
중현이가 말했다.
“후우, 트로피가 너무 만지고 싶은데 참고 있어요.”
“이따 숙소 가면 만지게 해 줄게.”
“그래여. 아까 제가 이거 만져 봤는데 되게 약한 거 같던데여. 재질이 싸구려예여.”
“응. 기다려야지.”
그렇게 차량에 탑승하고 밖으로 나서니 고척돔 바깥에 선 인파들이 보였다.
우리 차량을 알아본 것인지 환호가 들려온다.
-축하해애애애!
창문을 열고 우리도 손을 흔들면서 화답했다.
“고마워요!”
다 같이 인사를 하는 동안 차량이 고척돔으로부터 빠르게 멀어져 갔다. 평소처럼 따라붙는 차량들이 눈에 띄지만 오늘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밤 11시 40분.
축축한 비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가로등과 신호등이 아스팔트 바닥에 반사되어 빛난다.
“이것이 대상 가수의 퇴근길.”
중현이의 드립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좋구나…….”
“그러게여. 좋다는 말 외에는 이 기분을 설명할 수 없는….”
“열심히 했어요. 정말.”
리혁이가 차창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해야죠.”
“고개는 왜 돌리고 있어? 얘 울지, 지호야?”
“맞아여.”
울보래요 하면서 퉁퉁 부은 붕어들이 깔깔 놀려 대는 모습에 민기 형이 고개를 스윽 저었다.
비주가 웃었다.
“근데 진짜 내년에도 또 상 탔으면 좋겠어요. 벌써부터 이런 얘기하면 이른 건 아는데.”
“아니야. 그게 맞지.”
가수상과 앨범상을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내년도 상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사람 욕심이 이래서 끝이 없다고 하나 보다.
뭔가 동기부여도 더 확실하게 되는 거 같고.
그러는 동안에도 각자의 핸드폰이 축하 인사로 쉴 새 없이 반짝거렸다.
한태현 [형]
한태현 [대상 정말 축하함]
한태현 [이따 전화 가능하면 콜하셔]
지인들 중에서 TNT 멤버들의 메시지도 눈에 띈다.
이따가 숙소 가서 전화 해야지.
김덕순 여사, 대표님, 이사님, 나 피디님을 시작으로 축하 메시지에 답해야 할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먼저 답을 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어때?”
“좋아요.”
동생들에게 의견을 물은 후에 매니저 형을 불렀다.
“민기 형.”
“응?”
“저희 지금 와이앱 켜도 괜찮을까요? 짧게 감사 인사 전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수상 소감 시간에 제약이 조금 있는 터라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민기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거 같다.”
그러고는 Y앱 용으로 쓰는 폰을 내밀었다.
곧장 Y앱이 연결되면서 차량 안에 있는 우리 모습이 흘러나왔다.
“수플레에에에에~!”
그리고 그 순간.
-수, 수, 수, 수, 수프프프프프…….
민기 형이 댓글 모니터링을 위해 보고 있던 폰에서 버버벅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거의 만 단위로 쭉쭉 올라가던 시청자 수가 멈추더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는 알림이 떠올랐다.
멀뚱멀뚱 바라보던 우리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와, 이게 터지네…….”
단독으로 서버를 터뜨려 버린 수플레들의 화력에 감탄이 나올 뿐이었다.
* * *
뉴블랙이 ‘대상블랙’ 하는 이름의 Y앱 라이브 방송을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겨우 성공하는 동안.
-뭐야 와이앱 왜 이리 느림
-뉴블랙이 라방중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이네
-대상기념 불꽃놀이(서버가 터짐)
-솔직히 레몬 미튜브랑 y앱 서버비 내야 한다 ㅇㅇ
-그냥 y앱 사자 규호야
대상을 탔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며 Y앱에서 대기 탄 해외 팬들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팬덤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중이었다.
[오늘 틴스피릿 노래상 수상이 말 나오는 이유 (+스샷 추가)]
[전부터 말 많았던 뉴블 불꽃놀이와 REALITY 유사성 논란]
[리얼리티 말고 Demonic도 외국곡 표절 논란 있음]
이제는 선을 넘은 듯한 댓글 싸움까지 벌어지면서 피곤함을 느낀 이들이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근데 오늘 어워드 보면서 새삼 뉴블랙 올라온 거 느꼈다ㅋㅋㅋㅋㅋ
-음원 성적이 ㅈㄴ 압도적이긴 했어
-사실 노래상도 투표까지 쳐서 거의 리얼리티랑 동급이긴 했는데.. 그랬으면 머 난리났겠지
-올해의 가수 ㅇㅈ
-대충 지금 기준으로 판도가 뉴틴스인가..?
보이그룹의 판도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다.
‘……뉴블랙이 진짜 탑 찍었구나.’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사실인데, 이번 어워드를 보면서 많은 아이돌 팬들이 실감한 사실이었다.
한 해 동안 뉴블랙이 일군 결과물들.
양대 국민 예능 출연으로 역대급 대중성을 챙기고, 가수 커리어로서도 가요계 정점에 올랐다.
멤버들 개인 활동 성과도 두말할 필요 없고.
국내 팬덤이나 일본 투어 등의 규모에서 틴스피릿이 근소하게 앞서긴 하지만 라이벌이라 꼽기에는 애매했다.
‘아깝겠네. 틴스피릿도 나이만 아니었으면…….’
어린 나이가 단점이 된 케이스였다.
12년도에 데뷔해서 벌써 5년차 아이돌이지만 아직도 2~3년차 같이 느껴진다고 할까.
나이가 어리다는 건 연예인으로서 장점이지만 이런 이미지적인 측면에서는 때로 단점이 될 때도 있었다.
물론, 연차가 높이 올라가도 여전히 현역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 시점에선 아쉬운 부분일 터였다.
어쨌거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상대가 너무 세다.’
대중성 좋기로 유명했던 왕년의 식스티 세컨즈가 돌아와도 이길 수 없는 게 현재의 뉴블랙이었다.
빵이랑 불백이 불티나게 팔리는 아이돌을 무슨 수로 이기나.
-뉴스 봤는데 올해 수플레빵 매출 400억이래
-4대 기획사 바로 아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 회사가 파는 거긴 하겠지만 대박이긴 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로 입덕한 팬들한테 저거 원래 굿즈였다고 하는데 안 믿음ㅋㅋㅋㅋ
-초코맛 꼭 먹어 봐 초코맛은 전설이다..
-안티도 사먹는다는 빵
시상식으로 인한 관심도 때문인지 뉴블랙에 관한 정보 글들이 평소보다 더 눈에 띄는 가운데.
웹서핑을 하던 수플레들의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오늘자 시상식 우주 인성 논란.gif]
심장이 쿵! 하는 기분과 함께 다급하게 글을 클릭했다.
그리고.
“아.”
이어지는 내용에 맥없는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앨범상을 앞두고 우주가 한조의 손을 붙잡았다가 탁 내려놓는다.gif)
(가수상을 앞두고 우주가 또 한 번 한조의 손을 붙잡았다가 버린다.gif)
가만히 있다가 봉변 당한 이현조 씨ㅠㅠㅠㅠㅠ
ps. 데뷔 동기기도 하고 둘이 동갑내기 친구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ㅠㅠㅋㅋㅋㅋㅋ
-0고백 2차임 같은 느낌인가
-서로 거북해하는 표정이 ㄹㅇ 친구다ㅋㅋㅋㅋ
-(‘TBC 사나이가 간다’에서 우주를 뒤에서 아련히 노려보는 한조 짤.gif) 선우주,, 죽인다,,
-이건 뭔짤이야?
-작년도 예능ㅇㅇ 우주 때문에 같이 군대 끌려감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어워드에서 대상 발표를 앞두고 두 번이나 봉변을 당한 한조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스트릿 보이즈와의 친목 관련 이야기라든가.
TJ 소속인 트릭스터의 신인상 소감을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5인조의 모습 등등이 소소하게 화제가 되는 한편.
“음흠흠~”
시상식이 끝나고 며칠간 행복한 덕질을 하던 수플레들에게 신규 떡밥이 도래했다.
그들 모두가 처음 보는 스케줄이었다.
‘……이건 뭐야? 미국 토크쇼 출연?’
바로 뉴블랙의 해외 토크쇼 출연이었다.
* * *
올해의 가수상을 타고 나서 며칠 후.
캐리어 가방을 챙겨든 우리가 숙소의 2층 계단을 내려왔다.
“으, 으으윽!”
양손으로 캐리어 가방 손잡이를 붙잡은 채, 얼굴이 벌게진 리혁이가 2층 난간에 멈춰 서 있었다.
“뭐 해?”
“이걸 들려고… 흐으으읍! 차!”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토마토 같은 얼굴이다.
“쟤는 짐을 얼마나 많이 싼 거야? 벽돌이라도 넣나.”
“이틀 전부터 싸던데여.”
우리의 수군거림에 리혁이가 크와아악 했다.
“……이게 누구 때문에 그런 거겠어요. 맨날 해외 가서 아, 이거 두고 왔다, 저거 두고 왔다 하니까 그런 거지.”
“그냥 현지에서 사면 되잖아.”
“그런 마인드가 잘못된 거예요. 보면 하여간 무계획…….”
비주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무계획러인 3인방이 어깨동무를 했다.
“무계획이 좋아~ 좋아~”
“조용히 좀 해요!”
낑낑 들려고 애를 쓰는 리혁이의 모습에 내가 중현이에게 말했다.
“중현아.”
“네.”
중현이가 슝슝 올라가서 리혁이와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내려왔다.
땀방울까지 송송 맺힌 모습에 내가 캐리어 손잡이를 붙잡았다.
“어우…….”
이건 나도 좀 힘들겠다 싶다.
“안에 뭐가 들은 거야?”
“이것저것 좀 챙겼어요. 상비약이랑 옷이랑… LA 가서 엄마랑 예인이한테 줄 것도 좀 있고.”
“아하.”
돌아가면서 조금씩 도와주기로 했다.
“자, 그럼 준비됐으면…….”
“잠시만여. 트로피 좀 보고 갈래여.”
“아, 맞다.”
1층 거실에 있는 트로피 장식장 앞으로 다가갔다.
14년도에는 휑한 대상 칸.
그 옆으로 15년도의 올해의 노래상이 있고, 또 옆으로는 올해 수상한 앨범상과 가수상이 있다.
요즘 들어 매일 일어날 때마다 한 번씩 호- 호- 하며 헝겊으로 유리창을 닦는 게 일과였다.
뽀독. 뽀도독.
비주가 헝겊으로 진열장 유리를 닦고는 숙소를 나섰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대상 가수 김중현.”
“닫힘 버튼을 누르는 대상 가수 왕지호.”
“이것이 대상 가수의 캐리어.”
근엄한 표정으로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다가 웃음이 터졌다.
망고 차트 어워드가 끝나고 나서 우리끼리 있을 때 하는 농담이었다.
1층 현관으로 내려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차량에 올라타면서 비주가 수줍게 말했다.
“차에 올라타는 대상 가수~”
조수석의 원석이 형이 화답했다.
“그리고 그런 대상 가수의 매니저.”
“으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우리에게 매니저 형들이 물었다.
“짐은 다 챙겼어?”
“네.”
“그럼 출발합시다.”
차량이 곧바로 출발하면서 다 같이 안전벨트를 맸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고, 입김이 나오는 추운 겨울 날씨.
우린 오늘 미국으로 간다.
“흐아, 간만에 해외 스케줄이네여.”
이번 주의 스케줄은 미국 토크쇼 출연이다.
수요일에 하나를 녹화하고, 금요일에는 다른 토크쇼에서 녹화를 한다.
둘 다 미국에서 유명한 토크쇼들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Blue Moon이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거두면서 출연하는 방송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헤일리가 출연해서 토크를 하고, 우리는 무대를 할 때 등장해서 Blue Moon을 부르고 갈 예정이었다.
오늘의 무대! 이런 식으로.
“외국에서 행사 한다 하는 정도로 보면 될까여? 저는 미국에 대해서 잘 몰라서여.”
“대단한 거야. 이것도.”
리혁이가 말했다.
“꽤 유명한 가수들도 이렇게 노래만 부르고 가니까.”
석환 형으로부터 미리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리혁이에게 이런 토크쇼 스케줄이 얼마나 큰 건지 설명을 들었지만 사실 외국 얘기라 그런지 잘 모르겠다.
현장 가면 느낌이 오겠지.
중현이가 물었다.
“그러니까… 무대를 잘하면 되는 거죠?”
“그치.”
Blue Moon의 콜라보에서 목표한 것처럼 이번 토크쇼 무대 출연의 목적도 신규 팬 유입이었다.
무대를 보고 어멋! 하며 새로운 팬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처음에 헤일리의 제안을 받았을 때는 망고 차트 어워드가 끝나고, 홍콩의 KMA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했는데.
-이게 그 토크쇼들 시청률이야.
수백만 단위의 시청자 수를 보고는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연습은 LA 가서 하면 되니까.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클레이네 스튜디오를 재방문하는 건 어떨까요? 놀러 가서 잠깐 연습해도 될 거 같은데.”
“아, 그러네. 또 오라고 했으니까.”
“흐하하핫!”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렇게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길목에 진입했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들을 들으며 둠칫둠칫하다가 새로운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이게 그 신곡 맞져? 온더스.”
“맞아.”
이번에 ‘원더 차일드’라는 그룹명으로 데뷔한 <온 더 스테이지> 참가자들의 노래였다.
나오자마자 들었을 때도 꽤 좋다고 생각했는데.
화제성이 워낙 좋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지금 차트에서도 계속 순위가 오르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 K넷 뮤직 어워드에서 만나지 않을까 싶다.
“와, 근데 미국 가는데 김포공항 오니까 느낌 되게 이상한 거 같아여.”
“맞아.”
“인천공항에 가야 될 거 같은데….”
일본 갈 때 아니면 보통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편인데.
오늘은 미국을 가는 스케줄인데도 김포공항을 방문했다.
김포공항 터미널을 쭉쭉 지나가면서 처음 보는 건물이 우릴 맞이했다.
[SGBAC]라는 글자가 새겨진 깔끔한 건물로 올해 개관한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 센터라는 곳이었다.
“내립시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한 로비가 우리를 맞이했다.
대리석 바닥.
왼쪽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라운지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출국 수속을 해 주는 분이 있었다.
우릴 발견하고 인사하는 직원들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 깔끔한 건물은 전용기들이 이륙하고 착륙하는 터미널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전용기를 타고 도착하거나 출국할 때 사용하는 곳.
“우와아아…….”
비주가 말했다.
“최근에 이 정도로 조용하게 공항 와 본 적 처음이에요.”
“그러게, 너무 좋다.”
비행기에 사생들이 함께 올라타거나, 출국할 때 따라붙곤 했는데 이렇게 조용한 로비를 보고 있자니 감동이 밀려온다.
‘고마워요. 헤일리……!’
‘압도적 감사…!’
오늘 우리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이번에 핫100 1위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어느 가수 덕분이었다.
-난 복수는 백 배로 하고, 고마움은 두 배로 표현해.
수속을 마치고 들어선 우리의 눈앞.
유리창 너머로 길쭉한 동체의 비행기가 은색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써니, 네가 비행기 안전에 예민하다고 하던데 맞나? 내 파일럿은 최고의 파일럿이야. 그 외에 몇 가지를 준비했지.
미국까지 편하게 오라며 자기 전용기를 보내 준 미국의 가수였다.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끼며 걸음을 옮길 때.
“…뭐 해?”
“인증샷 찍어야져.”
“아, 맞다!”
핸드폰 카메라를 든 지호에게 다 같이 모여 브이를 했다.
인증샷은 중요한 사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