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40)화 (54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40화

활주로 위의 비행기.

차가운 바람에 코가 얼어붙는 듯한 감촉을 느끼며 빠르게 비행기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자.

“우와아아아…….”

호텔방에서 볼 법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푹신한 소파들이 늘어서 있고 안쪽에는 침대까지 어렴풋하게 보인다.

아늑한 우드톤의 인테리어 속에 TV를 비롯해 편의 시설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당신들이 뉴블랙이군요. 탑승하신 걸 환영합니다!」

조종실에서 나온, 콧수염이 인상적인 파일럿분과 악수를 나누었다.

나에 대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눈을 찡긋하며 웃는다.

「비행에 민감하다고 들었는데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가르시아.」

석환 형을 비롯해 매니저 형들도 악수를 나누고는 얼떨떨한 얼굴로 비행기 내부를 둘러보았다.

모두 똑같은 반응이었다.

파일럿들이 조종실로 돌아가 비행 준비를 하는 동안 자리에 앉은 우리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형, 우주 형.”

“어?”

막내가 말했다.

“우리 예전에 돈 모아서 전용기 사자고 한 적 있었잖아여.”

“그랬지.”

“저 지금 진심이에여. 이건 꼭 사야 돼.”

전용기에서 절대 안 내릴 거라는 둥의 말을 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우리 막내였다.

다른 동생들의 반응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세상에… 시트가 진짜 깔끔해. 향기도 나고…! 창문에도 먼지 한 톨 없어!”

깔끔 떠는 우리 메인 보컬님이 몽롱한 얼굴로 창문틀에 먼지가 없다고 손가락을 비비고 있고.

“사, 사과를 서비스로 준대요! 미국 사과!”

과일 마니아가 흥분하고 있고.

“허어어어어어……!”

우리 젤리 곰은 탁자 서랍에 가득한 각종 쿠키와 젤리를 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바보 같은 동생들.

비웃음을 날리며 내 자리를 찾았다. 꽃무늬 시트가 깔린 특별 좌석이 내 자리인 듯했다.

“근데 좋긴 좋다.”

비행기를 둘러보며 말했다.

“비행기라는 생각이 안 들긴 하네. 호텔 방에 들어온 거 같고.”

“그죠?”

나로서도 되게 좋았다.

항상 국외로 출국할 때면 비행뿐만 아니라 그 플러스 알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는데.

비행기에 우리 일행밖에 없어서 좋고.

왠지 모르게 더 안전할 것 같다는 느낌 자체가 좋았다.

“좋구만.”

“이런 호사도 누려 보네요.”

매니저 형들도 시트에 몸을 누인 채 의자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보고 있다.

중현이가 땅콩을 우물거리며 물었다.

“이거 얼마래?”

“검색해 보니까 300억인가, 400억인가 한대여.”

“…….”

수플레빵의 연간 매출과 맞먹었다.

하루 1억씩인가.

잠시 머릿속으로 저작권료 등을 계산하던 리혁이가 날 바라보았다.

“좀 더 노력해 보도록 해요.”

“알았다.”

확인, 하듯 손으로 OK를 그려 주었다.

웃음소리가 감도는 가운데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파일럿들의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일리 블루 항공에 탑승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편안한 비행이 되시기를 기원하며 LA까지 안전하게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아, 맞다.

까먹은 게 하나 떠올랐다.

멘트가 이어지는 동안 가방에서 목베개를 꺼내 장착했다.

‘기석이 형이 이거 주라더라고. 해외 갈 때 쓰래.’

며칠 전, 망고 차트 어워드에서 MC로 만난 모범주로부터 건네받은 짭플레 추기석 씨의 선물이었다.

편안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포근한 뭉게구름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는 이륙 메이트인 브루스를 손에 쥐었다.

꽤애애애액-

LA로 떠나는 오늘의 날씨는 몹시도 쾌청했다.

*   *   *

반 누이스 공항.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전용기를 타고 내리기로 유명한 LA 북쪽의 공항은 오늘도 파파라치들로 붐볐다.

“언제 온다고 했지?”

“조금 있으면 들어올 것 같은데…….”

지금 파파라치들이 보고 있는 곳에는 이륙을 기다리는 비행기가 하나 있었다.

철조망 너머에서 대물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든 파파라치들이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유명한 미남 배우 알렉 웨스트였다.

그가 오늘 여자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에 파리 떼처럼 몰려든 파파라치들이었다.

‘예상보다 늦네.’

비행기가 아직 이륙할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더 대기를 해야 할 듯했다.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

안면이 익은 파파라치들이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을 때, 몇몇이 전화기를 만지작거렸다.

“……어?”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좋은 이야기가 들어와 있었다.

헤일리 블루의 전용기가 곧 있으면 반 누이스 공항에 도착한다는 이야기였다.

하나둘씩 소식을 들었는지, 파파라치들이 카메라를 들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찍는다!’

헤일리 블루면 알렉 웨스트와 비슷한 액수를 받을 수 있는 유명 인사다.

자극적인 사진 한 장만 잘 건져도 수천 달러를 챙길 수 있는 인물. 일전에 헤일리 블루의 독점 사진으로 10만 달러가량을 챙긴 파파라치도 있었다.

허겁지겁 달려간 그들의 앞에 이윽고 비행기가 등장했다.

슈우우웅, 하고 멈춘 매끈한 동체.

그런데.

“……What?”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그 계단을 내려온 것은.

‘저 괴상한 꽃은 뭐야?’

꽃이 아니었다.

꽃으로 가득한 담요를 망토처럼 걸친 미남이 비행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고, 수백 미터 거리에서도 선명한 콧대를 보아하니 유명인인 것은 분명한데.

“누구야?”

할리우드의 유명인사 목록 대부분을 꿰고 있는 파파라치들에게도 완벽하게 생소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셔터 누르는 걸 멈추진 않았다.

‘일단 찍고 본다.’

오히려 더 좋았다.

헤일리 블루의 전용기를 타고 내린 정체불명의 미남?

온갖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상상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할 때, 파파라치들은 이윽고 당황했다.

-우아아아아아아!

미니언즈 떼처럼 꽃무늬 망토의 뒤로 올망졸망한 것들이 따라 내리고 있었다.

행동이 유치원생들 같다.

-처음 보는 공항이에여! 꺄하하하하!

-이것이 대상 가수의 입국.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자기들끼리 외치면서 손뼉도 짝짝 치고, 춤도 추고.

심지어는 카메라를 든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뭉클하네….’

뻐큐가 아닌 반가운 손짓을 본 게 얼마 만이던…….

‘이게 아니지!’

그들의 얼굴에 혼란이 서렸다.

정체불명의 5인조가 왜 헤일리 블루의 전용기에서 내린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정체불명의 외국인들이 터미널 쪽으로 사라졌을 때.

카메라를 내린 파파라치들이 탄식했다.

“이건 못 써먹겠는데.”

“방금 쟤네는 누구래? 왜 헤일리 블루의 제트에서 내린 거야?”

“방금 매거진에 보내봤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아.”

구입 의사가 있냐고 밝혔지만 영 탐탁찮은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블로그나 삼류 가십지 정도에서만 관심을 보일 뿐.

시장 가치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시금 알렉 웨스트의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들에게 누군가 말했다.

“뉴블랙이라는데?”

“그게 누구야?”

“헤일리 블루랑 이번에 Blue Moon 불렀대.”

“아.”

이번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선 곡을 함께 부른 이들인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Blue Moon의 뮤직 비디오 속에서 보았던 얼굴들이 방금 전의 미니언즈와 겹쳐 보인다.

‘걔네였구나.’

정체를 알았지만 그저 떨떠름할 뿐이었다.

판매 가치가 없는 사진이었다.

메모리를 확인한 파파라치들이 하나둘 사진첩에 있는 뉴블랙 멤버들의 사진을 삭제하려고 할 때.

“아, 깜짝이야.”

사진을 확인하던 파파라치들이 멈칫했다.

사진마다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푸근하게 웃고 있는 뉴블랙의 멤버 때문이었다.

사진첩을 확인하던 이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당신도?”

“나도…….”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사진마다 정면을 바라보며 ‘널 보고 있다’ 하듯 웃는 누군가의 모습에 섬뜩함을 느낀 파파라치들이었다.

*   *   *

우리가 내린 곳은 반 누이스 공항이라는 처음 들어 보는 곳이었다.

LA에 올 때면 늘 LAX 공항에서 내렸으니까.

팬들의 환영 인파 없이 입국하는 것도 오랜만이라 색달랐다.

“저기 카메라가 엄청 많아요.”

“누구 찍으러 왔나 보네.”

파파라치들로 보이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터미널 안으로 진입했을 때.

맞은편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한 남자를 보고 납득했다.

“오.”

어디 영화에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선글라스를 낀 금발의 미남이 연인으로 보이는 인물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나에게 상대가 미소를 지었다.

「담요 멋지네요.」

「고맙습니다.」

씩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물었다.

“누구야?”

“알렉 웨스트예여. 형.”

“아.”

이름은 들어 본 적 있었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우와 하는 지호에게 물었다.

“되게 유명한 배우 맞지?”

“네, 맞아여. 되게 연기 못하는 분.”

속삭이는 지호의 모습에 픽 웃었다.

입국하자마자 유명한 사람도 보고 관광객으로 입국한 기분이 들어서 몹시 좋았다.

비주가 내 담요를 뺏어가 돌돌돌 마는 동안, 바깥으로 나와 심호흡을 했다.

“으음.”

광합성을 하는 식물처럼 꿈틀꿈틀하던 중현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따뜻하네요.”

“날씨 좋구나.”

한국에서 출발할 때도 낮이었는데, 여기 와서도 한낮이었다.

한국에서 패딩을 입었던 11월이 이곳에서는 제법 가을 날씨 같다. 추워도 바람막이 정도면 될 듯한 느낌.

지호가 감탄했다.

“이런 데서 살면 성격 막 좋아질 거 같은데. 왜 리혁이 형은 성격이 이렇게 됐을까여?”

“시끄러워.”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여. 궁금해서~”

막내가 리혁이의 뒤에 착 달라붙으며 꺄르륵 웃어 댔다.

전용기를 타고 왔던 게 엄청 마음에 들었던지, 우리 도련님의 기분은 오늘 최고조였다.

자긴 이런 게 몸에 잘 받는다면서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다가 이윽고 도착한 차량에 올라탔다.

「안녕하세요!」

현지에서 섭외한 차량이었다.

미리 예약해 둔 호텔에 가서 짐을 풀고는, 간단하게 단장을 하고 바로 호텔을 나섰다.

식사 약속 때문이었다.

-내 집으로 놀러 와.

토크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이번에 Blue Moon의 1위도 자축할 겸 식사를 하러 오라는 이야기였다.

“선물 지금 가지고 있지?”

“네, 가지고 왔어요.”

비주가 선물봉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말리부라고 하는 지역에 진입하자, 바닷가와 인접한 절벽 위의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허어……! 이거, 저 그거 히어로 영화에서 봤는데!”

“진짜 그런 집이네.”

“근데 3편에서 터졌잖아, 거기.”

“그 말 헤일리 앞에선 하지 마요.”

근처에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헤일리의 저택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들이 보였다.

유명한 관광명소인 듯했다.

차량 진입로로 들어가자 웅장한 2층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

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더 노력해…….’

‘우주선 파이팅.’

차문을 열면서 어이가 없는 기분을 느꼈다.

“너네는 노력 안 해…?”

“형이 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까 그래여.”

“그거 맞음.”

깔깔 웃는 동생들을 보면서 나도 웃었다.

“일 천천히 보세요. 형!”

“다녀와.”

월드 뮤직이라는 레코드사와의 미팅 자리에 가는 매니저 형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현관으로 다가갔다.

딩동- 하고 벨을 누르자 다다다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갈색 머리카락의 어린아이가 꺄아악 했다.

「안녕!」

「잘생긴 사람들!」

헤일리의 딸, 써머가 우릴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가 그랬는데 그…….」

「왔구나-!」

헤일리가 달려와서 딸을 안아 들었다.

방금 뭐라고 말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비행기는? 편해?」

「네!」

「뭐, 다행이네. 아직 안 타 봤거든.」

「……?」

우릴 시승자로 쓴 건가.

다 같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생각에 빠져들려고 할 때,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서글서글한 인상의 미남이 손을 흔들었다.

크리스 카일.

「안녕! 처음 만나네!」

「안녕하세요!」

메디컬 미드에 나왔던 유명 배우라고 일전에 위키피디아에서 읽은 적 있었다.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는데, 상대가 만들고 있는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뭐 만들어요?」

「수플레. 너희 주려고 만들고 있지.」

센스 있는 디저트 메뉴 선정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보아하니 디저트는 남편이 직접 하고, 요리는 별도로 고용한 요리사가 하는 모양이었다.

「헤일리는 무슨 담당이에요?」

「난 돈을 벌지.」

딸내미를 의식한 것인지 입모양으로 ‘존나게 많은 돈을…’ 하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분명 이역만리 먼 땅인데 익숙한 표정이다.

「이리로.」

헤일리가 안내한 곳은 수영장, 그리고 절벽 너머의 바다가 보이는 뒷마당이었다.

테이블 위에 애피타이저가 이미 차려져 있었는데 알록달록한 멕시칸 음식들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고기, 또 고기, 고기.

써머를 무릎에 앉힌 헤일리가 ‘Bon appetit’ 하며 손짓했다.

「아, 참.」

선물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헤일리.」

「뭘.」

「그리고 이번에 AMA에서 상 탔다면서요. 축하해요.」

코를 찡긋하며 웃던 이가 애피타이저를 한 입 먹고는 말했다.

「너희도 상 탔다면서. 그 뭐시기 어워드.」

「이번에 앨범상이랑 가수상 탔어요.」

「오.」

Artist of the year이라고 하니 축하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엄마 무르팍에 앉아 있는 올망졸망한 눈이 우리에게 향했다.

「큰 상이야?」

「아마도…?」

「좋겠다. 나도 어워드 나가고 싶어. 근데 엄마가 안 된대.」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남편 크리스까지 합류해서 식사를 즐기는 가운데, 토크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너희 에이전트가 얘기해 줬겠지만, 내일 나갈 프로그램은 래리 고든 쇼라는 곳이야.」

「유명한 프로그램인가 봐요.」

「뭐, 그렇지.」

옆에 있던 크리스가 굉장히 큰 쇼라며 덧붙여 주었다.

헤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적으로는 개… 좀 별로인 놈이긴 하지만, 진행은 잘해. 질문도 좋고.」

「근데 우린 어차피 노래만 하고 갈 거라서… 토크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아요?」

「그치.」

헤일리가 뺨을 긁적였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되나. 나랑 같이 노래하니까 상관없긴 한데, 거기가 무대 연출은 좋아도 좀 가수들 대우가 뭣 같아.」

「아.」

「뭐, 빌보드 1위도 한 마당에 별 상관이야 있겠냐마는… 그 부분을 좀 미리 말해 두려고. 나도 신인 때 기분 상할 일이 좀 많았고.」

푸대접을 받아도 그러려니 해 달라는 말인 듯했다.

살짝 걱정을 표하는 이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하며 웃었다.

「괜찮아요. 뭐, 방송 끝나고 일렬로 서서 PD한테 인사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방은 주는 거 아니에요?」

「편하게 누워서 쉴 수 있는 정도의 방만 있으면 돼요.」

그런 말을 하며 아련하게 웃는 우리 모습에 헤일리와 크리스가 눈을 깜빡일 때.

써머가 속삭였다.

「저 오빠들이 어느 코리아에서 왔다고 했지…?」

남과 북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   *   *

같은 시각.

@thenewblack.official

(Van Nuys Airport라는 글자를 배경으로 환히 웃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

미국 와쩌용♡

수플레들이 눈을 멀뚱멀뚱 떴다.

‘언제 갔지……?’

미국 토크쇼에서 프로모션 스케줄이 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언제 간 것인지 미스터리였다.

보통 해외에 가면 포토 뉴스 사진 등이 떴는데.

-애들 언제 갔어..????

-순간이동 쓴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간 거지

-이렇게 조용한 출국은 처음인데

-언제 갔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한 출국에 당황해 하고 있는 팬들에게 곧바로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헤일리 블루, 뉴블랙에 ‘전용기로 초청’, “세계적인 팝스타의 남다른 클라스..”

개인 전용기를 보내 줬다는 소식에 모두가 입을 벌렸다.

수플레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스케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ㅋㅋㅋㅋㅋㅋ

-ㄹㅇ 친하긴 한가봄

-뉴블랙 이번에 미국가서 뭐 큰거 해???

-ㄴㄴ 그냥 토크쇼 무대 두어 개 선대

-스케줄 빡세네ㅋㅋㅋ 얼마 뒤면 kma 아닌가

-보통 이런 거 보면 회사가 혹사시키는 거 아닌가 하는데 얘넨 왜 그런 생각이 안 들까

-ㅇㅇ 저기선 규호가 혹사당하거든..

-규호: 뀨우..

-하지 마 경고햇어

빌보드 1위를 한 게 굉장히 고마웠던 모양이다.

헤일리 블루가 소유했다는 개인 제트기가 어떤 기종인지, 집이 어떤지 등등 하는 글이 올라오는 한편.

뉴블랙의 프로모션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그냥 해외 프로모션 하나 보네.’

아이돌들이 일본에서 예능 출연을 하듯이, 미국에서의 프로모션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수플레들도 그저 ‘블루문의 무대가 드디어…!’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해외에 대한 정보가 적기 때문이었다.

외국에서 뭔가 하나 보다 하는 느낌.

그러나….

‘뉴블랙이 래리 고든 쇼에 무대를 선다고?’

북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해외 수플레들에게는 다르게 와 닿았다.

6대 지상파 방송국의 심야 토크쇼 중에 하나로 시청률 전체 순위에서 5위 안에 드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평일 밤에 자주 보는 소프트한 토크쇼 중 하나.

‘블루 문으로 무대 서는 건가!’

헤일리 블루와의 콜라보 때문에 출연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최애를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

토크쇼 방청객을 모집하는 곳에 신청을 하던 팬들이 저마다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보러 갈까?’

방청 신청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스튜디오 앞으로 가서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겸사겸사 응원도 해 주고.

나의 작은 가수를 직접 만나기 위해 짐을 챙기던 팬들이 주먹을 꼬옥 쥐었다.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나라도 가서 응원해야지.’

수천 개의 주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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