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43)화 (54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43화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캘리포니아 지역 뉴스에서 화제가 된 뉴블랙의 소식은 한국 언론에서도 똑같이 회자되고 있었다.

다만 현지와 다르게 전국 지상파의 뉴스였다.

-네, 인기 아이돌 뉴블랙이 오늘 미국의 유명 토크쇼 <래리 고든 쇼>에 출연했다고 하는데요.

-어마어마한 인파가 그들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좌충우돌 5인조가 담긴 뉴스 썸네일과 함께 [버뱅크 시, 오늘] 하는 자막이 깔려 나왔다.

캘리포니아 지역 뉴스 채널이 내보낸 자료화면이 똑같이 나온다.

드론으로 촬영한 듯, 버뱅크의 스튜디오 주변 거리를 수천여 명의 팬들이 에워싸고 있다.

-네, 현지 시각으로 오후 6시 광경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많은 팬들이 방송국을 에워싸고 뉴블랙을 연호하고 있습니다.

뺨에 태극 마크를 그렸거나 ‘중현이는 강하다’ 같은 플래카드를 든 팬들이 ‘뉴블랙!’ 하면서 외치고 있다.

이어서 자료화면으로 나오는 누군가의 폰카.

[자료제공 : Metube]라는 자막과 함께 뉴블랙이 눈앞으로 지나가면서 일대가 함성으로 뒤덮인다.

-버뱅크 경찰 추산으로도 집계가 안 된 인원들인데요. 일대 거리는 완전히 마비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LA 특파원이 차분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이 때문에 현지 방송에서도 뉴블랙을 대서특필했습니다.

곧바로 놀란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는 리포터들의 모습 등이 자료화면으로 지나간다.

전 세계 인기!

그런 느낌으로 지상파 특유의 과장이 섞인 TV 뉴스에, 보고 있던 한국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허어…….”

항공샷으로 찍은 일대 거리가 도로 빼고 꽉 막혀 있다.

처음에 뉴블랙이 미국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했던 대중들이었다.

‘어이구, 또 뭐 하러 저기까지 간대.’

이미 한국에서 잘나갈 대로 잘나가는 뉴블랙 아니던가.

한국 연예인들이 진입하기 힘든 미국 연예계 쪽에 뭐 하러 가서 고생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저 정도면 갈 만한데…?”

“할 만하네.”

“미국은 원래 가수 보겠다고 저렇게 수천 명이 오고 그러나?”

“그게 아니니까 저 난리가 났겠지.”

일반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농촌에서 TV 뉴스를 보며 모여 있는 노인들도 ‘양놈들에게 인기가 많구만’ 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올라오는 SNS 사진과 각종 언론들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던 수플레들도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어머.’

입이 절로 떡하니 벌어지는 사진들이었다.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지켜보는 경찰관들과 에헤헤헤! 하며 사악하게 웃는 미국 팬들.

‘뭐야. 너네 왜 많은 건데.’

‘미국 팬들 적어서 슬프다며…….’

‘너네도 숯불이구나.’

아니, 미국이니 캠프파이어라고 해야 되나.

어마어마한 현장 화력을 보여 주는 미국 팬들의 모습에 감탄하던 원조 수플레가 인터넷을 바라보았다.

치열한 댓글 공격이 벌어졌던 현장.

-대상 타자마자 미국으로 가는 거 보소ㅋㅋㅋㅋㅋㅋ 아 급하다 급해

-케팝돌들 미국에서 반응 암전인데 굳이 왜 가려고하는지 모르겠음

-소속사 사장들마다 내 안의 미국병 같은 게 있어서 그럼ㅋㅋㅋㅋㅋ 규호도 이번에 씨게 걸린 거지

-토크쇼 헤일리 블루랑 그냥 노래 한곡 부르고 오는 거 같은데 유난은ㅋㅋ

-블루문인가 그거 미국 차트 1위해서 다행이긴 하네. 한국 노래로 아이돌 춤추면 내가 대리 수치올뻔ㅠㅠ

-느그 오빠들 보고 도쿄돔부터 뚫고 오라고 하세요

…그야말로 온갖 조롱이 다 있었다.

뉴블랙이 대상을 탄 이후에는 잠깐 힘을 잃더니, 금세 악에 받쳐서 악플을 달아대는 안티들이었다.

‘미친 거 아냐? 할 말이 따로 있지.’

댓글들을 읽으며 눈매를 좁히던 수플레들이 이내 피식 웃었다.

‘근데 너네 어디 갔니.’

현장 사진이 SNS에 올라온 후로부터는 안티들이 급 잠잠해졌다.

처음에는 ‘원래 현지 팬 누구나 저 정도 있음’ 하려던 댓글들도 그 모인 인파에 할 말을 잃는 모양새였다.

누구나 현지 팬이 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현지팬들이었다.

당장 미국 애들이 왓더 하면서 놀라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별거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뭐지, 근데…….”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안티들이 잠잠해지면서 평범한 아이돌 팬들이 댓글에 참여하고 있었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야

-내가 여기서 실체없는 해외팬덤이라고 글 오지게 본 거 같은데ㅋㅋㅋㅋ 저게 다 미국팬임???

-인터뷰 보니까 동부에서 비행기 타고 왔다는 팬도 있네ㄷㄷ

-역시 규호에게는 다 계획이 있구나

-오늘 계속 실트에 the new black 있어서 뭔가 했더니 찐블랙이었고..

-근데 미국에서 팬 저렇게 모이는 거 흔하지 않은 거 맞지??

-맞음ㅇㅇ 수백 명 모이는 건 봤어도 저런 건 처음 봄

-우와ㅋㅋㅋㅋ 보고 있는데 자꾸 왜 웃음 나오지

미국 각지의 뉴블랙 팬들이 모인 거다, 하며 깎아 내리려는 댓글도 있었지만 그다지 효력은 없었다.

사진이나 영상 속 오묘한 열기 때문이었다.

뭔가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인파가 일반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친 듯했다.

[LA 사는 급식 숯불이의 후기]

(오늘 날짜의 핸드폰과 함께 미국 급식 인증.gif)

하이스쿨 다니는 급식이인 거시예요

ㅋㅋㅋㅋㅋㅋ 오늘 ㄹㅇ 신기했음

학교 왔는데 애들이 나한테 뉴블랙이 누구인지 물어봄

-그래서 뭐라고 했어?

┕모른다고 했어.. 나도 모르게 당황해 버려서

-야 너가 모른다고 하면 어떡해ㅠㅠㅠㅜㅋㅋㅋㅋ

-영업 타이밍 놓친 주제에 이렇게 글을 올려??? 사죄의 의미로 김중현짤을 올려라

┕죄송합니다..ㅠㅜㅜ 근데 ㄹㅇ 외국 문화 관심도 없던 애들이 뉴블랙 얘기해서 뇌가 멈췄단 말이야

┕(중현 짤.gif)

-됐고 현지 분위기나 얘기해 봐

┕그냥 어젯밤의 소소한 이슈거리 정도..? 쟤네는 누구인데 저 거리를 수천명으로 마비시켰다는 거지 요정도인 듯. 근데 토크쇼 온에어 되면 또 반응 올거 같긴 해

-고맙당 급식 맛있게 먹어

-하긴.. 나 같아도 모르는 외국 가수가 여의도 PBS 앞을 한국인 수천명으로 채웠다고 하면 놀랄 거같긴함ㅋㅋㅋ

외국 스타를 보겠다고 수백 명이야 모일 수 있지만 수천 명은 또 크기가 다른 숫자니까.

현지에서 어떤 분위기인지가 와 닿았다.

그리고.

이쯤 되니 한국의 팬들에게도 호기심이 일었다.

‘이번 프로모션이 꽤 큰 건이었나?’

래리 고든 쇼와 앨런 데일 쇼.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토크쇼였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던 팬들이었다.

그냥 아이돌들이 일본 예능 출연하는 수준으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할까.

[뉴블이들 나온 토크쇼 정리해줌]

이 나라에서는 주세한이나 미프 같은 예능이 없고 그냥 이런 토크쇼가 메이저한 예능(?) 같은 거거든.

아침 인기 프로가 주부들 대상으로 하는 모닝 토크쇼고 밤에는 심야 토크쇼가 인기임

래리 고든 쇼랑 앨런 데일 쇼는 그중에서도 미국 지상파라서 시청률 먹어 주는 프로들임

(2.0 Million 등이 표시된 시청률 그래프.jpg)

노래만 부르고 간다니까 별거 아니다 하는 경우도 있는데 꽤 유명한 가수들도 노래만 부르고 가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 부르는 건 Blue Moon이지만 우리 애들한테 가는 관심도 무시는 못할 수준인거

자세한 설명이 있었지만 대충 알아들은 바에 따르면 주세한이나 미프 같은 데 나와서 가수가 무대 하고 가는 느낌인 듯했다.

‘생각보다 사이즈가 컸구나…….’

그렇게 납득하고 있을 때.

미국에 있는 뉴블랙이 Y앱을 켰다는 알림이 떴다.

-수플레들 안뇨옹!

우주 와쩌염 하듯이 화사하게 웃던 리더와 함께 졸개들이 우아아아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살짝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소식 들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어제 래리 고든 쇼에 출연을 했어요.

-되게 유명한 쇼래요!

-아무튼 이번에 출연을 하게 됐는데 거기서 되게 잘해 주셔서 놀랐어요.

기분 좋게 웃는 것을 보니 현지 인파를 보고 놀란 토크쇼 제작진이 제법 잘 대해 준 모양이었다.

꺄르륵 웃는 가수들을 보며 수플레들이 미국 팬들을 향해 엄지를 척 들어 주려고 할 때였다.

미국 팬들이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고맙습니다. 본토의 수플레들.

-우리 수플레들 너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 우리가 플라워 로드를 깔아줄 것이다.

-LA의 하늘에 뉴블랙을 별로 꽂아줄 것이다

수플레들도 흐뭇하게 웃으며 엄지를 척 들었다.

‘근데 우리가 뭘 가르쳐 줬다는 거지.’

‘몰라, 너네 무서워…….’

본토에서 거대한 몸집으로 껄껄 웃으며 엄지를 들어 주는 숯불들의 모습에 미국 팬들이 주먹을 쥐었다.

‘너희의 가르침으로 우린 성장했다.’

LA 등 미국 현지에 살고 있는 팬들이 눈을 빛내며 현지 반응 등을 모니터링했다.

버뱅크 시에 모인 수천의 인파는 다음 날이 되면서 이곳저곳에 화제가 되는 중이었다.

물론 좋은 쪽만은 아니었다.

-뉴블랙이라는 K팝 그룹이 어제 <래리 고든 쇼>의 녹화를 했다죠? 인기가 어마어마하던데요.

-글쎄요. 그걸 인기가 많다고 할 수 있나?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뉴블랙이란 이름을 들어 본 사람?

-아무도 없네요~

주부들이 보는 모닝 토크쇼에서 호스트들이 수다를 떨면서 은연중에 낮잡아 보는 말을 하기도 하고.

-광팬들이 많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매력 포인트를 좋아해 주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처음 들어 보는데, 아시아의 신비 같은 건가?

-솔직히…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았거든요. 어제 광경은 우려될 정도예요. 가수가 아니라 아시아의 종교 컬트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조금 더 언행이 자유로운 라디오 프로그램들에서는 인종 차별의 선을 넘나드는 발언도 종종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현지 팬들은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지나친 악명만 아니면 된다.’

가십지에 소비될 정도로 어지간히 악명 높은 게 아니라면, 이런 이슈들은 그들의 가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라디오 프로를 들은 운전자들의 귀에 뉴블랙이란 이름이 새겨지고, 아침 토크쇼를 보던 주부들의 눈에 뉴블랙의 얼굴이 들어온다.

이슈가 될수록 돈이 더 들어오는 곳이 미국의 쇼 비즈니스 업계였다.

괜히 할리우드 스타들이 돈이 떨어져 갈 때쯤에 깜짝 이혼 발표를 하고 재결합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Oh……!”

현지 팬들을 환호하게 할 만한 뉴스가 도착했다.

-K팝 가수 뉴블랙, 앨런 데일 쇼에서 짧은 토크와 함께 그들의 소감을 말할 예정이다

본래 노래만 부르기로 했던 토크쇼에 뉴블랙의 토크 분량이 추가됐다는 희소식이었다.

모두가 쾌재를 부르는 한편.

현지 팬들은 중요한 깨달음 하나를 얻고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난리 법석을 피우면 그게 먹힌다.’

지금까지 온라인의 각종 인기투표나 라디오 리퀘스트 등으로는 꿈쩍도 안 했던 주류 미디어 아니던가.

투표를 해도 부정 투표라고 무효처리 하고, 무언가 요청을 해도 묵살하고.

그런데 오프라인에 주먹들이 모이니 바로 반응을 하고 있었다.

‘만국의 수플레들이여, 모여라…!’

큰 깨달음을 얻은 팬들이 우르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캐나다, 멕시코 등 인접 국가에서도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수플레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앨런 데일 쇼>를 녹화하는 뉴욕에 팬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   *   *

“얼레……?”

일이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래리 고든 쇼에 출연한 후에는 LA 지역 쪽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가 급작스럽게 생겼다.

주로 ‘너네 팬 많던데 누구냐?’ 하며 묻는 질문들.

“어라……?”

그러더니 갑자기 <앨런 데일 쇼>에서는 너네 토크 분량이 생겼다는 통보를 해 왔다.

미국 토크쇼도 사전 조사 같은 게 있는데, 주로 전화를 통해서 작가들에게 이야깃거리 등을 말한다나.

그래서 영상 통화로 사전 인터뷰도 했다.

“어……?”

계속해서 음? 하고 있을 때쯤에는 아주 싸늘해 보이는 맑은 하늘이 우릴 맞이하고 있었다.

치이이익.

전용기의 계단이 부드럽게 내려가는 모습과 함께 바깥의 서늘한 바람들이 휘이잉 하고 들어온다.

서울과 비슷한 11월 날씨.

방금까지 있었던 LA 쪽 날씨와는 또 다르다.

멍 때리고 있던 막내가 물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했져?”

“뉴…….”

왜 자꾸 뉴블랙만 떠오르는 거지.

리혁이가 책을 덮으며 말했다.

“뉴저지요. 테레보로 공항.”

“아. 맞다.”

이곳은 뉴저지 주의 테레보로 공항.

항공기 중량 제한인지 뭔가가 있어서, 이런 개인 전용기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항이라고 했다.

뉴욕 시의 맨해튼까지도 40분 정도면 간다고.

잠에서 허우적대던 비주가 멍하니 웃었다.

“눈 감았다가 뜨니까 뉴욕 쪽에 와 있네요.”

“그러게.”

미국은 이렇게 TV 토크쇼 스튜디오가 서부에도 있고, 동부에도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낯선 방송 환경이었다.

“중현이는?”

“자고 있는데여. 깨울까여?”

“응.”

중현이의 신발을 신기려고 하는 막내에게 손을 저었다.

“왜여?”

“그냥 흔들어서 깨워.”

“으음… 알았어여?”

내 표정이 살짝 진지해 보였던지 지호가 중현이의 몸을 팡팡 쳤다.

“일어나여어어어-!”

“으음.”

이내 곰처럼 깨어난 중현이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꿈에서 파리가 때리는 줄 알았는데 지호였구나.”

막내가 파리 흉내를 내듯이 에에에엥- 하며 손을 파닥파닥 흔들면서 우리가 웃음이 터졌다.

그동안 곤히 자고 있던 헤일리도 안대를 벗고 일어났다.

그녀의 홍보 담당자, 매니저 등이 그제야 짐을 챙기는 가운데, 헤일리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아, 시발 두통…….」

「괜찮아요?」

「응. 존나 푹 잤나 봐.」

잘 잤다는 듯 코를 찡긋하는 헤일리에게 우리도 웃어 보였다.

그동안 먼저 계단을 내려가 주변을 살폈던 헤일리의 두 경호원이 돌아와 상황을 전했다.

「4명 정도 포착했어요. 가까이서 보이는 것만 치면.」

4 팻츠, 하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자 리혁이가 파파라치라고 말해 줬다.

잠이 덜 깬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던 헤일리가 내게 고개를 돌렸다.

「나 담요 좀.」

가오나시처럼 담요를 뒤집어쓴 헤일리가 이내 깔깔 웃으면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중지를 든 손과 함께.

「이 사진도 한 번 팔아 봐라, 이 등신들아! 깔깔깔깔!」

……정말이지 부러운 인성이었다.

내 꽃무늬 담요를 뒤집어쓰고 내리는 헤일리의 모습에 동생들과 웃음을 터뜨렸다.

“헤일리도 참…….”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 눈빛을 교환하던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하자.”

“이거 재미있어 보여요!”

각자 여분의 담요를 꺼내고는 이히히힛 하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안녕하세요! 우린 뉴블랙!」

「꺄르르르륵!」

왼쪽 검지와 오른쪽 검지, 중지로 N을 만든 우리가 손을 내뻗으며 내려왔다.

검은 우산으로 가리고 있는 보디가드들 틈으로 바로 올라타라고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호가 꺄 하며 웃었다.

“셀럽 기분 한 번 제대로 내 보네요. 히힛.”

“뭐, 이 정도는 대상 가수에겐 흔한 일이지. 흐하하!”

언제 이런 셀럽 놀이를 해 보겠냐며 즐기는 분위기였다.

헤일리와 스탭들이 탄 차량이 앞서 가고, 우리와 매니저 형들이 탄 차량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형, 괜찮아?”

“어, 괜찮아. 그냥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평소에는 냉정한 낯을 하고 있던 우리 TF팀 팀장님에게도 제법 신기한 경험인 듯했다.

석환 형이 말했다.

“솔직히 좀 당황스럽거든.”

“형도 그렇지? 다행이다. 우리만 그런 줄 알았거든.”

동부에 있는 앨런 데일 쇼로 녹화를 하러 갈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 모인 수플레들 덕에 갑자기 토크도 생기더니, 뭔가 분위기가 예상과 달라지고 있었다.

진짜 뭔가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평소였다면 비행기 생각으로 혼비백산했을 내 머릿속이 새로운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거 뭐지? 하고.

“후우…….”

긴장하지 말자, 선우주.

처음에는 부담 없이 노래 불러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오들오들하던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먹을 거나 생각하자.”

“뉴욕 피자 먹어여. 뉴욕 피자 유명하다고 그러던데. 검색해 보니까 미국 4대 피자 중에 하나래여.”

“베이글도 먹어요. 우리.”

매니저 형들까지 가세해서 메뉴 고르기가 한창 이어지는 가운데.

일전에도 두어 번 정도 온 적 있는 맑은 하늘 아래 뉴욕 시의 풍경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동시에 긴장이 서서히 풀린다.

뭐.

이쯤 되면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을까.

그러하기에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려는 생각이었다.

*   *   *

뉴욕 브로드웨이.

<앨런 데일 쇼>의 녹화가 이루어지는 스튜디오 근처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경찰차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경에 현지 경찰관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네.’

서부 지역에서 뉴블랙이란 K팝 가수 때문에 난리가 벌어졌다고 해서 뉴욕 경찰도 주목하고 있던 터였다.

혹시 몰라 일단 인력을 배치했는데.

“이거 본부에 지원 요청해야 되는 거 아니야?”

“괜찮지 않을까…? 거기서는 평화롭게 끝났다고 하던데.”

“여긴 뉴욕이니까.”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만약에 뉴블랙이 등장했을 때, 모르는 행인들이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거나 한다면.

“…….”

무시무시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침을 꼴깍 삼킨 경찰들이 그런 미친놈들이 없는지 확인하는 동안, 한 경찰관이 말했다.

“올해 여름에 뉴블랙이 뉴욕에 무슨 스토어를 열어서 지원 나간 적 있거든. 사람 많다고 해서.”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몇십배는 더 많아…….”

브로드웨이 근처를 지나가던 행인들도 놀랄 정도였다.

무슨 행사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열띤 눈빛으로 뉴블랙! 하고 외치는 모습에 시민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뉴블랙이 누군데…?’

이내 구경할까 싶어서 일반 시민들까지 가세하는 가운데.

“어어어……?”

한국 여행사의 뉴욕 패키지 관광을 이끌고 있는 가이드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국 관광객들이 웅성거렸다.

“왜 그래요? 가이드님?”

“아니, 여기가 이렇게 사람이 붐비는 데가 아닌데… 브로드웨이 중에서 꽤 한산한 편이거든요.”

가이드가 당황하고 있을 때, 현장에 모여 있는 인파 속에서 누군가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곧바로 한국이라는 답에 거대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왜 저래?”

“월드컵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관광객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환호성과 함께 모여 있는 인파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한다.

한국 관광객들의 시선도 그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어?”

‘사랑한다 뉴블랙!’ 하는 문구와 함께 뉴블랙 멤버들의 화보가 전광판 광고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국 수플레들이 보낸 선물에 현지 팬들이 우아아아 할 때.

‘뭐여……?’

관광객들이 당혹스러운 눈으로 현장 인파와 광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뉴블랙은 또 왜 여기서 나오는 건데…?’

눈앞의 혼란스러운 광경에 단체로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한국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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