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44)화 (54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44화

더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은 그다음이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한국 관광객들에게 비명 소리들이 들려왔다.

“구와아아아아악-!”

본인들 딴에는 꺄아아아 하고 외친 것 같았지만, 왠지 티라노 100마리가 합창하는 듯한 소리였다.

멀찍이서 함성이 물결친다.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면서 경찰들이 무전을 바쁘게 주고받을 때.

“어……?”

달려오던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늦추더니 스튜디오 입구 앞에 딱 멈췄다.

달칵.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한국인들이 익히 알고 있는 얼굴들이 보였다.

‘진짜 뉴블랙이다!’

저도 모르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얘들아!’ 하고 외칠 뻔했다.

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어마어마한 함성이 맨해튼 브로드웨이를 뒤흔들었다.

“구와아아아아아아-!”

귀여운 자식들을 바라보는 듯한 티라노들의 울음소리.

온몸이 저릿저릿해지는 함성 소리에 뉴블랙 멤버들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영어로 인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팬들이 입을 꽉 틀어막고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었다.

‘엄청 감동하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친척 같은 아이돌인데, 이곳 팬들에게는 의미가 다른 모양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저게 다 뉴블랙 애들 팬들이야?”

“어유, 이게 다…… 거리가 꽉 찼는데.”

“그 주세한 나온 사람 있잖아. 대머리 사장이 일을 잘하긴 하나 봐.”

소속사가 일을 잘하는지 해외에도 팬이 드글드글했다.

관광객들이 수군거리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하고 돌아온 가이드가 설명했다.

“원래 이 거리가 브로드웨이에서는 한산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사정이 좀 다르다네요.”

“가이드님! 뉴블랙 왜 왔대요?”

“이곳에서 <앨런 데일 쇼>라는 유명 토크쇼를 촬영하는데, 오늘 거기 출연을 한답니다.”

“오오……!”

“경찰들이 이런 건 자기네들도 처음 본다고 그러네요. 지금 교통 통제도 하고 있다고.”

가이드가 웃음을 보이면서 관광객들도 그제야 우와 하며 웃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귀를 쫑긋하던 중현이 무언가를 감지한 듯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하는 목소리가 초음파처럼 윙윙 울린다.

“중현이 안녀어엉!”

“방송 잘해!”

그러자 다른 멤버들도 다람쥐처럼 고개를 쏘옥 돌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우주와 비주, 리혁 등이 부드럽게 웃으며 꾸벅 인사하는 동안 막내가 우렁차게 외쳤다.

“재미있게 관광하세요오오오!”

“지호도 방송 잘해!”

“네, 저는 건강해요오오!”

동문서답을 하는 막내를 보며 모두들 미소를 지었다.

‘지호니까.’

관광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 한편.

관광객 속 10대와 20대들의 손가락은 친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야야야]

[이거 봐봐]

[(동영상을 보냈습니다.)]

[여기 뉴욕인데 이거 다 뉴블랙 팬이래; 여기 미쳤음]

곧이어 SNS 등에 ‘지금 현재 브로드웨이에 사람들이 모인 이유’ 라는 제목으로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식이 퍼져 나가는 것은 단순히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이건 또 무슨…….」

뉴욕 시민들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이건 뭔 상황인데.’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뉴욕시.

그중에서도 뉴욕의 중심부이자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 맨해튼이었다.

그런 맨해튼에 모여 있는 수천 명이 인파는 버뱅크에서 있었던 일과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누구야? 쟤네……?」

선글라스를 낀 5인조 아이돌이 손짓을 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내가 모르는 외국 스타인가?’

아시아에서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스타인 게 분명했다.

뉴욕 시민들이 핸드폰을 높이 들어 그 모습을 찍고는 SNS와 친구 등에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답장들이 돌아온다.

-저기가 브로드웨이라고??

-저 사람들 누구야????

-누군진 모르겠지만 가서 사진 좀 잘 찍어 둬. 몇 년 뒤에 존나 비싸게 팔릴 수 있음.

마찬가지로 놀라는 반응들이 여기저기서 나올 때.

시민들이 놀란 것은 바로 그다음이었다.

낯선 5인조 보이밴드 다음으로 등장한 팝스타 때문이었다.

「안녕! 나는 너희 Oppa들 친구!」

파란 머리카락 아래로 롱 코트를 걸친 늘씬한 체구의 미인.

커피 프랜차이즈 로고가 새겨진 컵을 술잔처럼 들이켜는 헤일리 블루의 인사에 팬들이 화답한다.

“와아아아아-!”

아까보다는 확실히 작은 함성.

그러하기에 시민들의 얼굴에 혼란이 떠올랐다.

‘누구길래 헤일리 블루보다 팬들이 더 모여 있는 건데……?’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에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그런 이들의 시선에 스튜디오에 걸려 있는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익살맞게 웃고 있는 유명 토크쇼 호스트 앨런 데일 옆으로 기다란 자막이 달려 있었다.

[오늘의 게스트 - Haley Blue & The New Black]

‘The New Black’이란 이름이 왠지 모르게 범상치 않게 보이는 느낌.

‘뉴블랙……?’

‘누구지?’

‘내가 모르는 엄청난 스타인가…?’

혼란스럽게 변하는 시민들의 머릿속.

뉴욕에 모인 팬들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   *   *

앨런 데일 쇼.

뉴욕에서 녹화하는 이 토크쇼의 시청률은 평균 5위에서 6위 정도라고 한다.

3~4위권의 래리 고든 쇼보다는 조금 낮지만, 젊은 세대에게 호응이 굉장히 좋은 토크쇼라고 들었다.

그만큼 트렌디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 모양이었다.

“건물은 되게 낡긴 했네요.”

“그러게.”

같은 브로드웨이라서 그런가.

일전에 방문했던 <노스탤지어>의 제작자 프랭크 차우의 사무실과 비슷한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앨런 데일 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안내역으로 붙은 직원이 친절하게 대기실까지 안내해 주었다.

메이크업을 하러 가는 헤일리에게 이따 보자고 손을 흔들어 주고는 널찍한 방에 들어섰다.

그리고.

“후우우우…….”

“으아아아…….”

그제야 긴장한 얼굴을 풀고 동생들과 한데 뭉쳐 으아아아 떨었다.

“뭔데 이거!”

“그러니까여. 뭔데여, 이거…!”

한국에서 이 정도로 팬분들이 모였다면 우와아아 하고 기뻐했을 텐데.

일본처럼 가까운 곳도 아니고, 미국에서 이렇게 팬분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 반복되니 당혹스럽다.

그리고 무섭다.

막내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선순위 영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고 오는 건데…….”

“그거 반품 안 했어?”

“넹, 비닐 뜯어서여. 으아아… 근데 저 너무 떨려여!”

“으아아아아!”

우리가 이토록 긴장한 이유는 바로 오늘 토크가 있기 때문이었다.

예능 나갈 때도 매번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외국 토크쇼에서 출연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토크가 확정된 이후로 밤새 리혁이와 토론하면서 대책을 세우긴 했지만…….

“우리 이 정도로 준비 안 하고 스케줄 나오는 건 처음이네요.”

비주의 말에 우리 모두가 공감을 표했다.

그러곤 다시 펭귄처럼 모여 오들오들 떨었다. 중현이가 우리 모두를 토닥토닥해 주었다.

“중현아, 넌 괜찮니.”

“전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럼 생각은 누가 해.”

“형이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내 정신을 부여잡고 동생들에게 말했다.

“그냥 되는 대로 부딪혀 보자. 이게 준비를 한다고 준비가 되는 분야가 아니잖아. 외국 토크쇼니까.”

“맞아요. 문화도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니 예능에서 하듯이 개드립을 던질 수도 없고.

방송 환경까지 낯선 상황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도 긴장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우리에게 민기 형도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쫄지 마. 미국도 별거 없어.”

“맞아요. 우리는 대상 가수니까.”

소파에 앉아서 서류를 살피던 원석이 형과 석환 형이 웃었다.

우리도 밝게 웃었다.

“뉴블랙 TV도 보면 조회수 수천만 되고 그러잖아. 오늘 뉴블랙 TV 미국편을 찍는다는 마음…….”

“그건 절대 안 돼.”

매니저들이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하시네여….”

“몸으로 하는 건 일단 하지 마. 시작부터 미국인들이 너희를 꺼릴 수도 있어.”

우리 TF팀장님의 말에 원석이 형도 거들었다.

“한국 사람들도 처음에 당황했잖아요. 저도 처음에 애들 만났을 때 조금 무서웠고.”

“…….”

그래서 평범하게 하기로 결론이 난 후에 멤버들과 공용 폰으로 Y앱을 키기로 했다.

수플레들한테 진행 상황도 알려 주고,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려는 생각이었다.

Y앱 버튼을 누르려고 하던 바로 그때.

똑똑.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들어왔다.

「안녕!」

청색 수트를 걸친 갈색 머리카락의 남자, 앨런 데일이었다.

래리 고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단정하고 젠틀한 외모가 눈에 띄었다.

길거리에서 이 사람의 직업이 뭘까요? 하면 사람들이 토크쇼 호스트요, 라고 말할 듯한 인상.

-앨런 데일? 걔는 좀 나이스해.

오면서 헤일리가 그랬다.

-진행도 잘하고… 유일하게 단점이 딱히 안 웃긴다는 건데, 대신에 게스트는 확실히 잘 살려 줘.

게스트를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 주고, 본인이 당하는 캐릭터를 맡아 재미를 뽑아낸다고 그랬다.

「방송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인사를 하려고 들렸는데, 시간 괜찮아?」

「네, 당연히 괜찮아요.」

「드디어 얼굴을 보네, 치치퐁의 주인공들!」

「치치퐁이요?」

그 순간, 오래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노스탤지어의 주인공을 맡은 루퍼트 딘이 토크쇼에 출연해서 한국 단어를 알려 줬던 장면.

-한국 친구가 알려 준 건데, 치치퐁이란 거예요.

-치치퐁?

원석이 형이 마시고 있던 물을 푸흡 하며 주르륵 흘렸다.

우리가 입을 가리고 물었다.

「…그게 여기였어요?」

「맞아, 그리고….」

그가 중현이에게 악수를 청했다.

「우리 소 울음 동영상의 주인공이 여기 있네!」

「고맙습니다.」

흐뭇하게 웃는 중현이를 바라보던 우리가 토크쇼 호스트에게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그건… 당분간 비밀이에요.」

「알았어. 어차피 오늘 이야기할 것도 많아서.」

서로 잘 부탁한다, 너희 인기 대단하더라 하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앨런 데일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우리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뭘 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Y앱이라고 라이브 방송인데.」

팬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이고 방금 하려고 했다는 설명에 상대가 호기심을 보이며 눈을 빛냈다.

「나도 잠깐 껴 보고 싶은데 그래도 되나?」

우리 팬들에게 짧게 인사해도 되냐는 말에 흔쾌히 OK를 하며 Y앱을 켰다.

“안녕, 수플레! 여기 뉴욕이에요!”

「그리고 앨런 데일입니다~!」

이윽고 토크쇼 호스트가 유쾌하게 등장하자, 수플레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온라인인데 왜 낯을 가리는 건진 모르겠지만….

*   *   *

수플레들에게 현지에서 있었던 일이나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이야기하며 긴장을 푼 후.

본격적인 토크쇼 녹화가 시작됐다.

버뱅크에서 봤던 고든 쇼와 비슷한 형식이었다. 사전 MC가 흥을 돋우고, 호스트가 나와 토크를 하고.

“헤일리 나와요.”

“나온다.”

TV 볼륨을 높이며 헤일리와 앨런의 토크를 지켜보았다.

우리는 깜짝 출연 같은 느낌으로 토크 중반부에 등장할 예정이었다.

편집되어 나가게 된다면 아마 5분에서 7분가량 정도의 분량.

「준비해 주세요!」

스탭의 말에 옷매무새를 점검하고는 방을 나섰다.

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어두운 백스테이지에 도착했다.

「여기서 대기해 주세요.」

인터컴을 낀 스탭이 수신호를 주겠다는 듯 손을 들고, 현장에서는 헤일리와 앨런의 토크가 이어졌다.

-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헤일리. 이번에 낸 특별 음원 Blue Moon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맞아. 빌보드 넘버 원 싱글이지.

으스대듯 말하는 헤일리에게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며 요란하게 환호를 해 주었다.

앨런이 데스크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축하드리고요.

-감사.

-특히 뮤직비디오가 화제잖아요. 곧 1억 뷰를 찍을 거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추임새를 덧붙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헤일리에게 앨런에 말했다.

-같이 찍은 가수도 화제였죠? 뉴블랙.

그 순간.

방청객에 잠입해 있던 수플레들의 바람잡이 환호에 방청객들이 웅성웅성하며 뒤를 돌아본다.

두 연예인이 와 하며 웃는다.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네요.

-그치? 나도 처음 본다니까.

-아무튼, 지금부터 뮤직 비디오의 몇몇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기왕이면…….

-걔네도 부르자는 거지? 뉴블랙.

다시 한번 짧은 환호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그런 류의 대화가 이어졌다.

‘뉴블랙이 왔죠? 한 번 불러볼까요~?’ 하며 자기들끼리 운을 띄운다.

각본이라는 걸 모두가 아는데도 능청맞은 두 스타의 합이 그걸 자연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모셔 보죠. 뉴블랙!

인터컴을 낀 직원의 들어가라는 손짓에 동생들과 파이팅 하듯 하이파이브를 했다.

‘가자, 졸개들아!’

‘예!’

처음으로 느낀 건 아주 환한 조명.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방청객에서 우리를 보고 요란한 함성을 터뜨린다.

수플레들이 단체로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다른 방청객들도 얼떨결에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Welcome!

데스크에서 일어난 앨런 데일이 처음 만나는 것처럼 반긴다.

하나씩 악수를 하고는 헤일리 옆에 붙은 소파에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갑자기 식구들이 불어난 느낌이네요. 정말 인기가 대단합니다. 어서 오세요. 뉴블랙!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벼운 인사말과 함께 우리 이름을 짧게 소개한 후.

앨런 데일이 익살맞게 웃으며 물었다.

-와우, 멤버들 다 영어를 엄청 잘하네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어…….

TJ 엔터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에서도 좋은 선생님을 초빙해 과외를 받기도 했고.

수능 때는 수능 공부로.

데뷔한 후에는 팬들과의 의사소통을 염두에 두고 자발적으로 공부했던 영어였다.

그런 복잡한 사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미소를 지었다.

-우리도 이 친구한테서 배웠어요.

-맞아요.

-최고의 선생님이죠.

다 같이 리혁이를 지목하면서 떠넘겼다.

떠넘기기라서 우리에게 퉁명스럽게 눈을 흘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우리의 모든 영어가 리혁이에게서 왔다는 말에 당사자의 뺨이 홍조로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네… 내가 가르쳤어요.

토크쇼의 호스트가 오 하며 대꾸하는 동안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방청객들의 눈이 한국에서 온 5인조 그룹에게 향했다.

영어를 잘한다는 토크쇼 호스트의 칭찬처럼 그들이 하는 말이 귓가에 쏙쏙 들려온다.

특히, 하얗고 삐죽하게 생긴 멤버와 눈이 별처럼 반짝이는 리더는 웬만한 미국인들보다 발음이 더 정확해 보였다.

-팬덤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뉴블랙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우리 이메일이 마비가 됐어요.

앨런 데일이 너스레를 떨었다.

-수천 개의 이메일이 들어왔거든요. ‘한마디라도 시켜’, ‘노래만 부르게 하고 돌려보낼 셈이야?’ 하는 경고장까지…….

뉴블랙 멤버들이 머쓱하게 웃고 있는 동안, 데스크 아래에서 앨런이 프린트된 종이를 꺼냈다.

-그중 가장 압권은 이거였어요. 여러분, 보세요. 캘리포니아에 사는 루시가 보낸 편지입니다. 그녀 말에 따르자면 9살이라네요.

방청객들이 귀엽다는 미소를 짓는 동안 토크쇼 호스트가 편지를 읽어 주었다.

-하이, 앨런 데일. 산호세에 사는 9살 루시예요. 나는 뉴블랙의 팬이고 그들이 너무 좋아요.

뉴블랙 멤버들이 어머, 하며 감동하고 있을 때.

앨런 데일이 다음 문구를 읽어 주었다.

-그러니 잘 대해 주세요. 뉴블랙에게 못 되게 굴면 당신 이름으로 못된 사이트에 가입할 거예요.

9살 소녀의 무시무시한 협박에 방청객들과 뉴블랙 멤버들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뒤집어졌다.

뺨을 씰룩이던 쇼 호스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서 준비하게 된 토크입니다. 제 이름이 그렇게 쓰이면 안 되니까요.

앨런 데일이 뉴블랙에게 시선을 돌렸다.

-Blue Moon의 뮤직 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뉴블랙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네요.

-네, 뭐든지요.

-이게 어떻게…….

How 하며 말을 세심하게 고르던 진행자가 묻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팬이 수천 명씩이나 모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니잖아요. 미국에 이만큼 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나요?

-아뇨.

리더인 우주가 으음 하며 말했다.

-솔직히 우리도 지금 어마어마하게 놀랐어요.

-여러분에게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거군요.

-…네, 정말 우리도 압도되는 기분이었어요.

-아래층에 있는 경찰들도 같은 생각인 것 같더라고요. 뉴욕에 살면서 그런 표정은 처음 봤어요.

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 똑같은 광경을 목격한 방청객들이 웃음을 흘릴 때.

같이 따라 웃던 비주가 곱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우리가 다른 나라에 와서 활동하는 원동력이 이런 팬들의 응원이니까요.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는 건가요?

-네. 솔직히 우리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아직 몰라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날카로운 인상의 멤버가 팬덤에 대한 답을 마무리했다.

당사자들도 모르겠다는 답변에 더욱 미스터리가 깊어지는 한편, 앨런 데일이 화제를 돌렸다.

-일단 그룹명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보죠! 다른 이름도 많은데 왜 The New Black인가요? 어떻게 정해진 거죠?

그룹명에 대한 간단한 질문.

그런데.

-…….

멈칫 하며 버벅거린다.

어떻게 그룹명을 정한 거냐는 아주 간단한 질문에 멈칫하는 뉴블랙 멤버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팬덤 명도 궁금하네요. 왜 수플레죠? 어째서 한국의 팬덤 이름이 프랑스의 디저트가 된 건가요?

-어…….

웃음을 참고 있는 앨런 데일과 민망한 듯 시선을 돌리는 뉴블랙 멤버들.

‘뭐지?’

방청객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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