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48화
미국 시청자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귀엽다…!’
호감 가는 미모를 지닌 10대 소년들이 보이밴드처럼 차려입은 채 등장했다.
여성층이 어머 하며 눈을 크게 뜨고, 남자 시청자들은 짐짓 관심 없는 표정을 지었다.
‘옷차림이 저게 뭐람.’
중고등학생들이나 열광할 법한 느낌의 여리여리한 인상이었다.
남자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대면서도 그들의 시선은 계속해서 낯선 미남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경우가 어쨌건 미모는 만국 공통이었다.
-미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고마워요.
뉴블랙 멤버들이 한마디 할 때마다 방청석에서 팬들의 환호가 터져 나온다.
이윽고 차분하게 앨런 데일과 인터뷰를 주고받는데, 처음에는 얼굴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다른 것에 신기함을 느껴졌다.
‘말 진짜 잘하네.’
분명히 한국에서 왔다고 했는데, 얼굴이 하얀 멤버와 잘생긴 멤버는 영어로 말하는 솜씨가 탁월했다.
그 때문에 말하는 내용들이 쏙쏙 들어온다.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덕분인지 6분 정도 분량인데도 내용이 꽉 차 있는 기분이었다.
-당신들은 한국에서 신과 같은 위치에 있군요.
화면 속에서 앨런 데일이 농담과 진담을 섞어 감탄하고 있다.
-아니에요.
-가수의 이름이 들어간 바베큐를 판다고, 추수 감사절 고속도로가 막힐 정도라니…….
처음에는 미국에서 신인이나 다를 바 없는 스타들에게 왜 이렇게 정중하게 대접을 해 주나 했는데.
앨런 데일 쇼에서 나오는 영상에 절로 납득이 갔다.
“워우…….”
“방금 봤어? 캐릭터 스티커를 가지겠다고 빵을 미친 듯이 사고 있잖아.”
“한국에서 장난 아니구나.”
한국에서 거의 왕족 대접을 받는 그룹인 게 분명했다.
가수 이름이 들어간 빵이나 바베큐를 사겠다고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건 미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머릿속에서 한국 국민들이 경배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뉴블랙이 으핫핫핫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내가 모르는 세계적인 스타였구나.’
얼마나 아시아권에서 스타면 미국에서도 팬이 수천 명이나 모일까 하며 시청자들이 생각할 때.
곧이어 토크 주제는 Blue Moon의 뮤직 비디오로 넘어갔다.
헤일리 블루와 뉴블랙이 사이좋게 ‘Stop’ 하며 멈추고는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를 말해 주었다.
‘저게 다 CG였어?’
발전한 영상 편집 기술에 감탄이 나오는 가운데, Blue Moon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밝혀졌다.
-믿기지 않겠지만 저거 즉석에서 작곡한 노래거든.
-즉석에서요?
TV 화면 속 앨런 데일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Blue Moon은 현재 각종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는 곡이었다.
80년대와 90년대 풍 음악에서 느껴지던 레트로한 감성을 트렌디하게 바꿔서 이른바 ‘뉴트로’ 라는 감성의 노래.
온라인에서도 현재 음악 시장 트렌드를 앞서 갔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곡이었다.
그런 음원이 무계획적으로 탄생했다는 스토리는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헤일리 블루가 말한 거니까 진짜겠지.’
본인 히트곡에 대해서도 ‘내가 쓴 초기 버전은 구렸는데 자본을 존나게 투입하니까 좋아지더라’ 하는 인물 아니던가.
그런 셀럽이 하는 말이니 안 믿을 수도 없었다.
“저게 진짜 즉석에서 나온 거라고?”
“오버 같은데…….”
얘네 미튜브에 올라온 내 영상을 봐봐, 하던 헤일리 블루가 이내 상대방의 작곡 능력을 띄워 주었다.
그녀가 써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멤버였다.
-얘는 진짜 천재야. 내가 장담해.
-헤일리가 과장하는 거예요.
겸손하게 손을 저으며 웃지만, 다른 멤버들이 마치 서열 1위와 함께 해서 의기양양한 강아지들처럼 웃고 있었다.
하찮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가득한 미튜브 영상을 본 사람들처럼 여성 시청자들이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한 번 보여 주겠어요?
앨런 데일이 뉴블랙의 리더에게 즉흥 작곡을 요청했다.
살짝 부끄러워하듯이 뺨을 긁적이는 이가 승낙하자, 스탭이 어쿠스틱 기타를 건네주었다.
화면 속 방청객들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냈다.
“오…….”
앨런 데일의 목소리를 본떠 만든 멜로디를 스르릉 연주하는 광경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앨런 데일~ 앨런 데일~
-오오오~
나긋한 멜로디로 이어지는 앨런 데일 송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쇼 호스트가 데스크를 팡팡 치며 배를 잡고 웃는 가운데, 감미롭게 앨런 데일을 불러 대는 5인조였다.
곧이어 헤일리 블루까지 가세해 화음 가득한 앨런 데일 송이 이어졌다.
‘진짜 저게 되네?’
한 편의 그림 같은 무대였다.
싱어송라이터가 기타를 튕기면서 다른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하고, 그때마다 변주가 조금 바뀌거나 화음이 곧장 맞춰진다.
악기 하나만 던져 줘도 재미있게 노는 뮤지션들의 모습이었다.
댄서라는 유순한 인상의 멤버가 어깨를 흔들며 리듬을 타고, 래퍼라는 멤버가 무릎을 리듬감 있게 두드리고.
헤일리 블루와 나머지 둘이 청량하게 목소리를 보태고.
-와아아아아아-!
좋은 즉석 공연을 보여 준 이들에게 방청객들이 환호를 보냈다.
동시에 시청자들의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처음에는 꽃미남으로 마케팅을 하는 보이밴드 같은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진짜 음악 그룹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얼굴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래나 춤 같은 분야가 그저 그럴 것이라고 판단했던 이들에게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 반전이었다.
“잘하네.”
음원으로 들었던 가수들도 가끔 어워드 무대에서 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 정반대였다.
파란 조명이 내리쬐는 가운데 헤일리 블루와 함께 춤을 추는 멤버들의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저래서 인기가 많구나.’
개개인이 솔로 가수로 활동해도 인기가 많을 만한 이들이 한 그룹에 모여 있었으니까.
푸른 달을 배경으로 서 있는 헤일리 블루와 뉴블랙이 씩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이곤 쿨하게 퇴장했다.
마지막에 지호라는 멤버가 고개를 슥 돌리곤 찡긋 윙크하는 장면을 끝으로 다시금 화면이 넘어왔다.
-근사한 무대였습니다.
쇼의 코미디언인 글렌과 앨런 데일이 함께 꽁트를 하는 코너로 넘어오는 동안.
앨런 데일 쇼의 많은 시청자들은 핸드폰으로 ‘The New Black’을 입력하고 있었다.
이어서 뜨는 이미지나 자료들을 살펴보며 관심을 보이고 있을 때.
“……나는 이제 여한이 없어.”
“나도.”
곳곳에서 쇼를 보고 있던 북미의 팬들이 눈물을 주르르륵 흘리며 감격했다.
‘병맛도 없이 멋진 걸로만 조명을 받았다……!’
병맛 없이 미국의 지상파에 성공적으로 얼굴을 비춘 최애의 모습에 눈물이 절로 나오는 팬들이었다.
* * *
본진에 있는 수플레들도 우어어어 하며 감격하고 있었다.
-미국놈들ㅠㅠㅠㅠ 왜일케 잘해 줘
-불타기 싫으니까..?
-미국 토크쇼 처음 보는데 원래 저렇게 게스트한테 잘 대해 주고 그러나?? 아닌거 맞지?
-ㅇㅇ 애들 많이 띄워 준듯
-앨런 데일 씨 누군지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하,, 혹시나 이상한 거 시키거나 막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가수들이 걱정되었는데.
미국에서 인지도가 없는 가수라고 하기에는 과할 정도로 좋은 대접을 받은 터라 마음이 놓였다.
‘미국 애들이 큰일했다.’
가수들 기 살려 주겠다고 뉴욕에서 응원봉 퍼포먼스를 한 것이 어지간히 효과가 강했던 모양이었다.
동시에 토크쇼에서도 우리가 너네 한 번 띄워 줘 보겠다 하는 의지가 읽혀졌다.
방송이 끝나고 올라온 미튜브 컨텐츠들이 그걸 증명했다.
-Full Interview : Haley Blue & The New Black
-뉴블랙이 Blue Moon의 뮤직 비디오에 대해 말하다
-뉴블랙이 보는 그들의 음악에 대한 관점
시간상 압축되어 5~6분 정도 나왔던 본방송과 다르게 풀 버전과 이런저런 클립이 올라와 있었다.
‘한글 자막은 언제 달려 있던 거지.’
누군가 재빠르게 달았는지 벌써 한글 자막까지 있는 영상이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영상 조회수와 함께 다른 팬들이 단 댓글들도 달려 있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스페인어까지 있는 걸 보면 그야말로 곳곳에 있는 수플레들이 다 모인 셈이었다.
‘반응은 괜찮은가?’
한국에 있는 터라 일반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저 영어에 해박한 수플레들이 퍼오는 SNS 번역 등만 있을 뿐.
-헤일리 블루와 함께 출연한 한국 가수들 꽤 좋았다
-누군진 몰라도 춤 잘 추던데
-노래 잘부르는 멤버 이름이 뭐야? 부끄러워할때 너무 귀엽다. 한국인들 그동안 너네만 좋은 거 보고 살았구나
-앨런 데일송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프로페셔널한 가수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어. 노래에 대해 진지해 보이더라고
역시 이상한 짓만 안 하면 어디에서나 멋지게 보이는 최애들이었다.
“휴우…….”
이대로 멋진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을 때.
각양각색의 반응 중에서 수플레들에게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얘네는 왜……?’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뉴블랙을 부르짖고 있었다.
스레드 형의 게시글에서 뉴블랙 짤이 가득하다.
ET처럼 바구니에 꽃무늬 담요를 쓴 우주가 앉고 중현이 자전거를 타는 연출샷, 흐뭇하게 웃는 비주 짤.
엄지를 드는 척하다가 엄지를 내려서 비웃는 리혁이 짤 등등.
-우리가 지금까지 밈으로 쓰던 짤이 뉴블랙이었구나! 야호
-뉴블랙! 뉴블랙!
-뉴블랙은 오늘부터 전설이다 아무튼 그렇다
-항상 이름 모르고 짤만 저장하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이름을 알게 되었다
본인들이 너드라고 자부하는 외국 커뮤니티 회원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에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좋아해야 할지 환호해야 할지 긴가민가해하는 가운데.
본토의 수플레들이 행복하게 새로운 떡밥을 받아먹고 있는 동안, 미국에서도 실질적인 반응이 오고 있었다.
그 대상은 바로 앨런 데일 쇼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 클립 ‘Allen Dale Song’이었다.
[야]
[너 이거 봤어? :D]
[http://metube.com/Tqw..]
메신저나 메일 등을 통해서 웃기거나 독특한 것을 공유하듯이 앨런 데일 송이 퍼지고 있었다.
헤일리 블루와 낯선 5인조가 기타를 튕기며 앨런 데일~ 하는 영상.
“웃긴다, 누구야?”
“헤일리 블루랑 뉴블랙이란 가수래.”
감미로운 멜로디와 병맛스러운 가사가 합쳐지면서 바이러스처럼 촤악 퍼지는 영상이었다.
‘당신이 뉴블랙을 언제 처음 인지했습니까?’ 하는 질문에 그때가 처음이라고 꼽을 만한 영상이 퍼지는 가운데.
“어……?”
레몬 엔터의 뉴블랙 TF팀에 다소 당혹스러운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 * *
12월 2일.
마침내 KMA 어워드가 열리는 날이었다.
“후아…….”
어제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푹 자서 그런지 나름대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패딩을 입은 채 동생들과 함께 차량에서 서로 몸을 기댔다.
“으어어어…….”
“어째 날이 갈수록 더 추워지는 거 같아여. 저 이거 입김 나오는 거 봐여. 후우우우…….”
“안 나오는데?”
“안이 따뜻해서 그런가 봐여.”
히터가 빵빵하게 나와서 입김이 잘 안 나온다.
금세 더워져서 패딩을 벗고 스웨터 차림이 된 가운데, 영종대교 너머로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뭐 봐?”
태블릿 PC를 보고 있는 리혁이가 답했다.
“미국 반응이요.”
“어때? 좋은 거 같아?”
“엄청 좋은 거 같은데요. 토크쇼 반응은 제법 괜찮았는데, 앨런 데일 송이 막 퍼지고 있나 봐요.”
중현이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미국 사람들은 그게 신기한가 보네.”
“우리도 처음에 엄청 신기했잖아. 우주 형 진짜 외계인 아니냐고 우리끼리 막 그러고”
“그랬지.”
비주의 말에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아무튼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 엄청 신기했던지, 아니면 엄청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앨런 데일송 챌린지……?”
미튜브에 Allen Dale Song Challenge라는 영상들이 눈에 띄었다.
내가 연주한 기타 반주만 따로 따서 앨런 데일송을 부르기도 하고, 자기가 직접 가사를 붙인 커버 영상도 있다.
그 외에 앨런 데일송을 보면서 OMG 하는 리액션 영상도 있고.
“미국 사람들도 잘 노네.”
“파티를 많이 해서 그런가 봐여.”
어쨌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반응이었다.
이번에 외국의 일반인들에게 우리 이름을 잘 알린 것 같다고 할까.
뉴블랙 TV의 신규 구독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홍서영 과장님도 SNS 팔로워 같은 수치를 언급하며 팬들이 실시간으로 붙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왔다.
비주가 망설이듯이 말했다.
“여기서 더 커지면 부담스러운데.”
“왜여?”
“조금 그런 거 있지 않아? 우리 귀요미 수플레 해야 되는데… 그 막 엄청 거대해지고 그러면…….”
“아아.”
서로 우아아앙 해야 되는데, 한쪽이 거대한 고질라처럼 쿠와아앙 하면 뭔가 좀 밸런스가 안 맞는 느낌.
내가 웃으며 말했다.
“비주야.”
“네?”
“어차피 팬분들이 커지면 우리도 같이 커져.”
“아……!”
같이 거대하게 변했으니 여전히 서로 귀엽지 않겠냐는 말을 하며 다 같이 훈훈하게 웃었다.
그러는 동안, 조수석에 앉아 있던 민기 형이 물었다.
“다들 컨디션은 좋아?”
“네!”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이것저것 묻던 민기 형이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우주야.”
“네.”
“그건 생각해 봤어? 미국 래퍼 건.”
“아, 네.”
앨런 데일 송이 온라인상으로 퍼져 나가면서 그걸 본 미국의 유명 래퍼가 컨택을 해 왔다.
자기 노래에 그 멜로디를 써먹고 싶다고.
“그 사람 이름이 뭐였져? 빅 마이크?”
“빅 모건.”
미국의 유명한 래퍼 중 하나였다.
힙합 강세를 보이는 북미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음원 강자로 손꼽히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앨런 데일 송에 대한 구매의사를 밝히기에 조사를 했는데, 이상한 사람은 아닌 듯했다.
-빅 모건? 좋은 새끼다.
헤일리가 호평을 했다.
-비즈니스적으로 만나 봤는데 괜찮아. 상류층 출신인데 할렘 코스프레하는 놈이라서 좀 그렇긴 하지만.
사석에선 우아하게 말하다가 어워드나 TV만 나가면 요맨~ 하며 말투가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틴스피릿의 역방향 버전 같은 사람인 듯했다.
“그 건은 진행해 주세요.”
“알았어.”
어차피 멜로디만 사 가는 거라 나에게는 나쁠 일이 없었다.
그걸로 랩을 만들어서 돈을 벌면, 내게도 도움이 되는 거니까.
“자, 이로써 전용기까지 한 걸음 더 다가간 거예여.”
“큰모건 씨 파이팅!”
동생들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미국의 프로모션이 좋은 성과를 거둬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
그런 식으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인천공항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런데…….
“뭐야?”
인천공항 3층 출국장.
그곳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여 있었다.
원래 KMA 같은 행사가 있으면 출국하는 가수나 배우들을 보기 위해 팬들이 많이 모이는 편이다.
리혁이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그거까지 감안해도 많은데요?”
“그러게.”
미국에서의 기억 때문인지 처음에는 다 우리를 보러 온 사람들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원석이 형이 경호업체와 연락하더니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원더 차일드 보러 온 팬들이래.”
“원더 차일드요?”
HBS의 오디션 프로그램 <온 더 스테이지>로 데뷔한 KM 엔터의 신인 보이그룹을 보러 온 인파라는 듯했다.
주세한을 잠시 이길 정도로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듣긴 했는데.
“우와…….”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신기할 따름이었다.
“데뷔하자마자 팬들이 저렇게 많을 수도 있구나.”
“방송 본 사람들이 많았나 봐요.”
경호 업체 측 이야기를 들어 보니 첫 해외 스케줄이라고 더욱더 많이 모인 듯했다.
중현이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고생 많겠네요.”
“그러게.”
모여 있는 인원이 이 정도로 많으면 그에 비례해 사생들도 많을 터였다.
첫 해외 스케줄을 한다는 원더 차일드에게 별일이 없기를 바라며, 우리도 차에서 내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심호흡을 하면서 횡단보도의 파란 불이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얼마 전에 탔던 전용기가 바로 그리워질 만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출국길이었다.
뭐라고 여유롭게 웃을 틈도 없었다.
연예부 기자들이 흐아악! 하며 밀려나고, 경호업체 직원들이 총알을 튕겨 내는 방패처럼 사람들을 튕겨 낸다.
“……흐어어.”
겨우 비행기에 올라타 숨을 돌리는 동안, 오늘 옆자리 이륙 도우미로 당첨된 리혁이가 속삭였다.
“흐어, 흐어…….”
“내 귀에 숨 쉬지 마. 불결하다.”
“……그, 그.”
심호흡을 하던 리혁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전용기, 반드시 구매해요.”
“저리 가.”
최악의 이륙 도우미라며 내가 손을 휘휘 젓자, 리혁이가 투덜대며 날 위한 노래들을 선곡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담요와 이륙 메이트 브루스 등의 도움을 받고 있을 때.
웅성웅성.
바깥에서 엄청나게 소란스러운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
귀를 쫑긋하던 중현이가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중현 [원더 차일드 같은데요]
중현 [같은 비행기인가 봐요 우리]
가끔씩 어워드 가면서 다른 가수들을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인 모양이다.
혹시 우리랑 근처려나.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다다다다다.
“휴우…….”
KM 엔터의 매니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먼저 들어와 자리를 확보하더니, 그 뒤로 알록달록한 머리들이 등장했다.
우리가 봤을 때만 해도 색이 없었는데 지금은 화려한 색들로 가득하다.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씩 복도를 지나 진입하는 가운데.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던 우리가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뒤에 사생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던 원더 차일드가 우리와 눈이 딱 마주쳤다.
“엇……!”
그러더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원더 차일드입니다!”
인사를 하며 뒤로 물러나는 광경에 우리가 눈을 깜빡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니.’
‘우리가 뭘 했다고.’
왠지 모르게 억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