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2)화 (55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2화

51장. 엔딩은 나의 것

도깨비의 음원 준비는 착착 진행됐다.

“후렴 부분에서 조금 더 강세를 줬으면 하거든요. 이 부분에서 조금 격하게 안무가 들어갈 거니까.”

“어떤 식으로?”

“이렇게요.”

신디사이저에 손가락을 올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실뜨기에서 모양을 바꾸듯이, 기존 멜로디를 늘리고 줄여서 방향성을 보여 주자, 프로듀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괜찮은데? 이대로 바로 완성본 해도 되겠다.”

“즉석에서 떠오른 거 맞아? 완성도가 대단한데.”

감탄하는 프로듀서들에게 내가 미소를 지었다.

‘그야 어워드 보면서 만들었으니까요.’

‘들키지 마여.’

소파에 앉아 홍콩에서 사 온 간식들을 우물거리던 동생들이 흐뭇한 미소를 보냈다.

“근데, 우주야.”

수정본 멜로디를 감상하던 나상윤 피디님이 물었다.

“이거 진짜 지금 즉흥적으로 떠오른 거 맞아?”

“아.”

“아니, 바로 만들었다기에는 너무 완성도가 높아서…….”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프로듀서에게 결국 내가 사실대로 고했다.

사실 어워드에서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면서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들이 떠올랐다고.

비행기 타고 한국에 올 때까지 계속 머릿속으로 구상했다고 말하니, 그제야 프로듀서들이 표정을 풀었다.

“휴우…….”

단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광경에 우리 막내가 물었다.

“다들 왜 그러세여?”

“아니, 우주가 방금 수정했으면 한다는 게… 진짜 즉흥적으로 나온 건가 해서 엄청 무서웠거든.”

“나는 진짜 작곡가 인생에 회의감 들 뻔.”

그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저걸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수정해서 만들었다면 정말로 작곡가 은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하하하!”

작곡가들과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그리고, 가수석에서 어워드 무대를 보며 바로 수정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현이가 엄지를 들어 올렸다.

‘어른들의 동심은 소중한 거예요.’

맞는 말이었다.

화사하게 웃는 작곡가들을 둘러보며 같이 웃고는 다른 수록곡으로 주제를 넘겼다.

나상윤 피디님이 트랙 리스트를 보며 말했다.

“대충 이 정도로 확정하면 되려나? Blue Moon 포함해서 9곡 정도로?”

“네. 자세한 건 TF팀 분들과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타이틀곡인 ‘도깨비’만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을 뿐.

이번에 발매하게 될 스페셜 앨범의 수록곡들은 작업이 끝나 있었다.

블루문을 포함해 총 9곡인데, 프로듀싱팀이 쓴 두어 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내가 쓴 자작곡들이었다.

“노래 제목들이 다 특색 있긴 하네. Man in the castle은 소재가 드라큘라 맞지?”

“곡 구성이 괜찮아. 특색 있고.”

“우리 것도 이번엔 잘 됐으면 좋겠다. 꼭 우리가 쓴 것만 차트 아웃 되더라고…….”

“아앗…….”

겨울잠 때도 그랬듯이 우리가 스페셜 앨범을 내는 목적은 간단했다.

아이돌 활동에 부합하는 곡들을 내는 정규, 미니 앨범과는 다르게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앨범.

쉽게 말해 일종의 번외편 격인 활동이다.

저번에 ‘겨울잠’이 성공을 거두면서 대표님과 이사님이 이번에도 한 번 해 보라고 허가해 준 기획이었다.

“앨범명은 ‘기이(奇異).’……?”

“네. 기이하다 할 때 그 기이에요.”

본래 써 둔 ‘도깨비’라는 곡도 있었지만, 이번에 헤일리와 할로윈 음원을 쓰면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획이었다.

미이라, 흡혈귀, 늑대인간 등의 괴물들이 주제인 할로윈.

각국의 신화나 민담에 나오는 그런 기이한 존재들을 소재로 곡을 써 보면 어떨까 하며 준비한 곡들이었다.

“노래 자체가 되게 재미있지 않아여? 톡톡 튀는 느낌도 들구. 이번에 녹음하면서 되게 재미있었어여.”

막내의 말에 다른 동생들도 공감했다.

중현이가 말했다.

“진짜, 리혁이랑 우주 형이랑 둘이서 구박하는 것도 좀 덜하고.”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언제 구박했다고 그래.”

“그래, 중현아. 형 눈을 보고 말해 봐.”

“…….”

중현이가 사과를 깎고 있는 비주 옆으로 들어가 숨었다.

웃음을 터뜨리던 프로듀서들이 말했다.

“그래, 그러면 너희 일본 다녀오는 동안, 작업 끝내 놓고 있을게.”

“네. 부탁드릴게요.”

고성과 멱살잡이가 오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작곡 회의가 간만에 평화로운 분위기로 끝났다.

멤버들과 연습실로 내려가려고 할 때.

“아.”

깜빡했던 게 떠올랐다.

응원봉과 트로피를 챙기는 우리에게 프로듀서들이 물었다.

“왜 그래?”

“혹시, 무지개 보실래요?”

“무지개?”

중현이가 응원봉과 트로피를 들어서 무지개를 보여 주자, 작곡가들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어워드가 끝나고 며칠간.

콘서트 연습을 하면서 드문드문 인터넷을 확인할 때마다 기분 좋은 기사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뉴블랙, 망고 이어 KMA에서도 ‘올해의 가수’ 2관왕.. ‘명실상부 올해의 가수’

-[2016 가요 결산①] “국민아이돌” 뉴블랙이 이뤄 낸 기록들

-[포토] ‘2016 KMA’ 올해의 가수상 뉴블랙!

확실히 상이 좋긴 했다.

‘국민 아이돌’ 하는 부끄러운 칭호가 붙으면서 너희가 대세구나! 하며 인정을 받은 것 같긴 했지만.

이렇게 상을 받고 나니 좀 더 ‘올해의 가수!’ 하고 땅땅 해 주는 느낌이었다.

-뉴블랙 축하해요^^

-솔직히 올해의 가수는 너무나 뉴블랙이었네요. 우리 뉴블랙이들 고기 좀 줄이고, 야채 많이 먹고 건강하자

-뉴블랙이들축하합니다너무예쁘고응원합니다

-주는 김에 올해의 예능인상도 주라

-이렇게 한 게 많은데 가수상만 하나 주고 땡인가요,, 하여간 속이 소갈딱지같이 협소한 것들

-올해의 가수 없는 HBS 가요대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식이 퍼지면서 일반 대중들이 댓글창으로 ‘응원합니다~♡’ 하는 메시지를 많이 남겨 줬는데 볼 때마다 좋았다.

비단 인터넷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반응이 비슷했다.

“대표님! 왜 갑자기 뛰세요!”

“헉, 헉! 엘리베이터 잡아 주려고.”

“같이 안 타세요……?”

“먼저 올라가렴. 하하하.”

회사에서 마주칠 때마다 대표님이 다급하게 달려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주시곤 했다.

회의실에 들어갈 때도 먼저 불을 켜고.

단체로 레몬 저택의 금지옥엽 도련님이 된 기분이었다.

“진짜 부담스러운데…….”

“맞아요.”

“근데 좋아.”

“그것도 맞아요. 흐하하하!”

동생들과 꺄르륵 웃으며 좋아했다.

그렇게 대표님이나 이사님도 ‘우리 올해의 가수~’ 하면서 좋아하시고, 가족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형, 이거 봐요. 저희 엄마 프로필 사진이에요.”

가족들 메신저 프사가 대부분 우리의 대상 수상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비주네 어머님이 ‘대상 가수의 엄마’하는 글귀와 함께 비주의 클로즈업샷을 프사로 해 놓으셨다.

“막내야 건강하거라? 이거 중현이네 아버님이지?”

“네, 맞아요.”

작년도에 올해의 노래상을 받을 때도 너무 좋아했는데.

확실히 가족들에게도 올해의 가수상이 더 의미가 컸던 모양이다.

비주네 어머님부터 시작해서 지호네 아버님까지,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가족들의 사진이 대상 수상 장면이다.

“…….”

딱 한 명을 빼면.

“……으으음.”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메신저를 바라보는 나에게 비주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할머님이 아무래도 전자기기에 익숙지 않으시잖아요. 그래서 여전히 나비 사진인 걸 거예요.”

“그렇겠지?”

소품을 잠깐 착용시켰다고 잔뜩 뿔이 난 치즈냥이의 사진이 프로필에 저장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새로고침을 누르자, 새 프로필이 떴다.

“……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프로필을 확인하자, 보석 반지를 낀 김덕순 여사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아, 진짜 너무하네.”

잔뜩 항의를 담은 톡을 보내니 답장이 돌아왔다.

김덕순 [통장 봐]

통장을 확인해 보니 할머니가 ‘사랑하는우주’로 끊긴 단어와 함께 가수상 축하 명목으로 보낸 금액이 찍혀 있었다.

비주가 우와 하며 감탄하는 가운데, 손가락을 움직였다

나 [사랑해]

김덕순 [미투]

나 [다 내 덕분인 건 알지?]

김덕순 [ㅗ]

나 [오타야?]

더 이상 답장이 돌아오지 않았다.

뭐.

수상 당일에 통화하면서 둘이 같이 펑펑 울고 그랬으니, 메신저 프로필 사진 건은 넘어가기로 했다.

“항의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비주야.”

“네!”

비주가 사과로 중현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곧이어 중현이가 사과를 와그작와그작 하는 동안,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반응들도 확인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우리의 가수상이 화제가 되었다면…….

“으음.”

아이돌 팬들에게는 다른 것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와이앱에 나온 아이돌들 뉴블랙 목격담]

세레니티, 스트릿 보이즈, 틴스피릿 등이 라이브 방송에서 우리를 언급했다는 모양이었다.

물론, 우리가 예상한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저희가 대상 타고 막 울면서 복도 걷고 있다가 그, 뉴블랙 님들과 마주쳤거든요. 근데 중현 님이 트로피를 이렇게 똭 들더니… 무지개를 보여 주셨어요. 리혁 님이 프리즘의 원리라고.

-끝나고 헤일리 블루 선배님 만나려고 가는데, 무지개라고 보여 주는데 신기했어요.

-미안해요. 콘크리트. 우리 응원봉으로는 안 되더라구……. 어어… 나쁜말 쓰시면 안 돼요.

중현이가 보여 줬던 무지개가 바로 화제의 대상이었다.

-(뉴블랙 공식 SNS의 무지개 사진.jp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찐 무지개냐고

-대체 뭘 해야 무지개가 나오는 거지

-각도도 조정해야 하는 듯

-대길이는 비법을 공개해 달라ㅠㅠㅠㅠㅠㅠㅠ

┗대길이는 염소야.. 그런 거 몰라

-뉴블랙이 뉴블랙했답니다 여러분,,

댓글창에서 막 사람들이 웃고 있고 분위기도 좋아서 잠시 이런저런 곳을 누비며 웹서핑을 했는데.

얼마 안 가 포기했다.

“으악, 내 눈……!”

“어우.”

“워…….”

우리에 대한 원색적인 악플로 가득한 글이 보이면서 백스탭 했다.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나름 막말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진짜배기들은 달랐다.

멍한 표정을 짓는 리혁이에게 내가 물었다.

“……괜찮아?”

“괘, 괜찮아요.”

“까먹어 버려. 얼른 까먹어.”

“아니, 어떻게 사람한테 차에 치이라고…….”

혼이 살짝 나간 리혁이를 다 같이 둘러싸고 토닥토닥해 주었다.

“미친 사람이야. 미친 사람. 나도 맨날 비행기 추락하라고 고사 지내는 사람들 있어.”

“형, 신경 쓰지 마여. 제가 울 아빠 시켜서 고소할게여.”

“이거 근데 조만간 회사랑 얘기는 해 봐야겠어요. 선 넘는 사람들이 좀…….”

우리가 괜히 홍보팀에서 보내 주는 인터넷 반응만 보는 게 아니었다.

제목이나 내용이 멀쩡하다 해도 상관이 없다. 악플들은 항상 예기치 못한 순간에 훅 들어오니까.

그러곤 다른 사이트로 넘어갔다.

수플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힐링을 하기 위함이었는데, 다행히 적당한 글이 하나 보였다.

“으하하하하하…….”

“…….”

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는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합시다.”

“연습해야죠.”

이런 악플이나 우리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내뱉는 사람들을 보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만나서 뭐라고 할 필요도 없고.

굳이 따지려고 하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실력으로 증명하면 된다.

그래서 더 잘 되면 그게 바로 최상의 결과이고, 저런 사람들에게 최고의 복수인 거니까.

“보컬 파트 연습 들어갈게요.”

차분한 표정으로 눈짓하는 리혁이에게 우리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   *

며칠 후.

우리는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본도 오랜만이네요.”

비주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오랜만이다.”

“으헷췟……!”

코가 간질거렸는지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하는 막내에게 입바람을 후 불어 주었다.

“뭐예여. 더 간지럽… 으헷췌……!”

“알레르기야?”

“비행기에서 좀 추웠는데, 여기선 또 따뜻하고 그러니까.”

“옷 좀 두껍게 입으라고 했잖아.”

다들 두껍게 패딩을 입었는데, 혼자 포토 뉴스에 잘 나오겠다고 얇은 코트로 멋을 부린 막내였다.

12월의 간사이 공항.

주변에서 수하물을 찾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두꺼운 패딩이나 코트를 입고 있었다.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처럼 따뜻하게 입었어야지.”

“맞아.”

네 명이서 손을 뚠딴딴딴 움직이며 씰룩씰룩 춤을 추었다.

막내가 고개를 저었다.

“형들 그거 같아여. 그 차 타고 지나가다 보면 타이어 파는데 타이어맨 있잖아요.”

“…….”

패딩을 입은 형들의 마음에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곧이어 수하물을 찾은 매니저 형들이 합류하면서 다 같이 나갈 채비를 했다.

간사이 공항의 보안 인력 측이 뭐라고 무전을 주고받더니, 우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가시죠.」

「감사합니다~」

문 앞에 서면서 자동문이 열리는 그 순간.

온풍기로 따스했던 입국장의 온도를 몇 도는 순식간에 올려 버릴 것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셀 수 없이 많은 수플레들이 플래카드를 흔들고 있었다.

취재를 나온 현지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는 가운데, 보안 인력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길을 나섰다.

“…….”

여기저기서 뻗어 나오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저번 일본에 왔을 때보다 훨씬 더 커져 있는 환영 인파였다. 최소 다섯 배는 될 것 같다.

그런 까닭에 무사히 버스에 오르는 것도 어려웠다.

“휴우…….”

중현이가 땀 한 방울을 훔치며 말했다.

“사람 진짜 많이 늘었네요.”

“늘었어요, 정말. 체감상 저번보다 한 서너 배도 넘는 거 같은데……?”

혀를 내두르는 리혁이의 말에, 지호가 씩 웃으며 엉망이 된 목도리를 풀었다.

“그래도 좋지 않아여? 아, 우리가 1년 동안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하고.”

“그러게.”

거의 올해 초에 왔다가 재방문을 하게 된 일본이었다.

도쿄가 아닌 오사카 쪽에 이렇게 사람들이 모인 것도 고무적인 일이고.

뉴블랙 TV 카메라를 들고 있는 원석이 형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네, 뉴블랙이 일본에 왔습니다~!”

“우와아아아아!”

이번 일본 공연은 우리가 낙화 이후로 시작한 월드 투어의 연장선이었다.

여름에 아시아 투어를 할 때, 일본은 올해 초에 공연을 돌아서 바로 또 여름에 하기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겨울에 따로 밀려나게 된 게 바로 12월의 투어였다.

“저희는 이제 오사카에서 이틀 정도 공연을 하게 되고요. 도쿄에서 또 이틀 공연을 합니다!”

“와아아아!”

“공연들이 다 매진이라고 들었는데, 굉장히 떨리네요.”

소감 등을 말하며 촬영을 종료하자, 석환 형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공연 때문에… 우리가 너희 일본 팬들에게 욕 바가지로 먹고 있는 거 알아?”

“왜?”

“수요도 못 맞춘다고…….”

“흐하하하!”

“아니, 이걸 어떻게 맞추냐.”

공항에서 모여 있는 인파를 말하는 건지 석환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연장 대관은 최소 몇 달 전, 길게는 6개월 전부터 잡는 편인데. 그때 예상했던 것보다 팬들이 훨씬 많아진 모양이다.

“너무 슬퍼하지 마, 형. 좋은 일이잖아.”

“그치. 좋은 일이지.”

상대도 이내 씩 웃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스케줄을 말해 주었다.

“저번에 홍보하는 데 너무 애를 먹어서 걱정이 좀 있었는데…….”

“어려웠지.”

마에다 선생님이랑 탈모 이야기만 1시간을 했던 기억이 났다. 평소에 뭘 먹으면 안 되는지부터 해서.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도 말해 줘서 알겠지만, 이번에는 지상파 TV 프로그램 출연이야.”

“아침 정보 프로그램이라고 했나?”

“맞아.”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침 정보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모닝 뉴스 시간대가 지나고 나면 이런 종합 정보 프로그램을 하는데, 그게 꽤 인기 있는 모양이다.

“근데 진짜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야?”

“왜?”

“아니… 혹시 잘못 안 건 아닌가 해서.”

예전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인기 프로라고 듣고 아침 방송에 출연하신 외국 배우 분이 떠올랐다.

미국 토크쇼를 보고 생소했듯이.

우리나라에서 아침 프로가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다 보니 낯설다.

“할리우드 배우나 팝스타들도 일본 오면 무조건 출연하려고 하는 곳이야. 미튜브에 검색하면 나올걸.”

진짜였다.

웬 아침 방송 스튜디오에서 헤일리가 뚱한 표정으로 기타를 치고 있고, 로건 스미스가 댄서들과 둠칫둠칫 춤추고 있다.

노스탤지어의 존 에드워즈 감독님은 망치로 떡메 치기를 하고 있었다.

그 외에 TNT 멤버들이나 틴스피릿같이 익숙한 얼굴들도 있고.

“진짜 인기 프로였구나…….”

“헤일리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으면 인기 프로지.”

아무튼 이 아침 방송 출연을 포함해서 일본 매체들과 준비한 인터뷰가 꽤 된 모양이었다.

저쪽에서 우리를 꺼리거나 섭외를 안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이번에 미국이 좀 컸어.”

“미국이…?”

“뉴욕에서 팬들이 모이고 토크쇼 나오고 하면서, 이쪽에서도 갑자기 섭외가 수월해졌거든.”

“오오…….”

미국 토크쇼 출연의 의도치 않은 성과였다.

민감한 질문 같은 부분은 미리 방송국과 협의가 끝났다는 석환 형의 말을 듣는 것도 잠시.

“근데…….”

내가 물었다.

“왜 이렇게 뭔가 허전한 것 같지.”

“그러게여…….”

“나도 그래요. 뭔가 중요한 것을 잊어 먹은 것 같은…….”

“집에서 1층 나올 때, 으음 하는 그런 느낌이네요.”

곰곰이 생각하던 우리가 이내 눈을 마주쳤다.

-비주! 비주 데려가야 해요!

-비주! 못 가요!

저번에 일본 팬들이 삐- 삐- 하면서 공항에서 아우성을 쳤던 것이 떠올랐다.

국제 미아가 됐던 비주.

케빈 모자를 쓴 비주가 상상 속에서 형… 하고 울먹이는 가운데.

“……비주야!”

나홀로집에 가족들 같은 표정으로 들썩이던 우리가 고개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다급하게 일어난 우리가 버스 구석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

구석에서 뜨개질을 하며 사과를 옴뇸뇸 먹고 있던 메인 댄서와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비주.

그리고 어떤 식으로 무마할지 날 바라보는 졸개들.

“비주야……!”

내가 주먹을 들고 외쳤다.

“사랑한다!”

“엇… 저도요, 형!”

“저도 사랑해여! 우리 뉴블랙 가족!”

“우아아아아~!”

석환 형이 얼굴에 손을 올리고 웃음을 참는 가운데, 동생들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요.’

‘자연스러웠다.’

위기가 찾아왔지만, 오늘도 무사히 잘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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