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4화
「어서 오세요! 뉴블랙!」
스튜디오로 걸어 나가면서 살짝 숨이 떨려 나왔다.
조명은 환하고, 카메라 너머에 스케치북을 든 제작진이 있는 것은 한국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하지만 생방송이라는 점이 조금 떨렸다.
「뉴블랙의 생방송 출연은 처음이죠?」
「네! 맞습니다~!」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동생들과 활기차게 인사를 하고는 어깨춤을 둠칫둠칫 추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한국의 국민 아이돌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출연진들의 태도도 몹시 호의적이었다.
아까 대기실에서 잠시 만났을 때도 소란이 벌어졌지.
-사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 딸이 진짜 팬인데…! 영상 통화요? 수업 중이어도 괜찮아요! 나오라고 할게요!
-괜찮으면 우리 인증샷 좀…….
-그… 뉴불백은 일본에 출시 예정이 없나요?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이나 올해 초에 비해서 우리가 일본에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꼭 좋은 쪽만은 아닐 것이다.
혐한 프로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까닭에 막상 일본 대중들에게 이미지는 중간이라나.
-일본 사람들이 시사에 관심이 없다고는 하는데…….
석환 형이 말했다.
-너네는 그런… 쪽으로 너무 많이 나왔거든.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어느 정도는 알 수밖에 없지,
미튜브로 뉴블랙 TV 컨텐츠를 찍으면서 한국의 독립운동사라든가 하는 부분을 조명했는데.
하도 이쪽에서 그걸 가지고 한국 정부의 계획이네, 반일이네 하고 난리를 쳤던 모양이었다.
그런 아이돌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다니 근심이다, 하는 식으로.
물론, 그렇다고 일반인들에게 딱히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라고 듣긴 했다. 그냥 잘나간다 하는 정도로만 안다고.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방송으로 간접적인 이야기를 듣는 건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 우리 이름을 더더욱 알려서 호감으로 만든다!’
‘우리를 알면 미워할 수 없어여~’
인지도는 쌓여 있으니, 이번에 방송 출연을 계기로 그걸 긍정적인 쪽으로 이끌 생각이었다.
「연기 천재 왕지호입니다~!」
지호를 시작으로 리혁이, 중현이가 자기소개를 했다.
비주도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요리 천재, 비주입니다~」
「요리 천재! 요리가 취미이거나 그런 걸까나요.」
마지막으로 내게 카메라가 넘어왔다.
손가락 브이를 눈가에 대고는 미소를 지었다.
「언어의 천재, 선우주입니다!」
「오, 언어의 천재!」
‘천재’라고 하는 단어가 한국어로 하면 민망했을 텐데, 외국어라고 생각하니 술술 나왔다.
기왕 나오는 거 강렬하게 가려고 동생들이랑 결정한 자기소개였다.
진행자들의 시선이 내게 제일 먼저 향했다.
「언어의 천재라니, 궁금한데요. 우주 상은 왜 언어의 천재라고 소개를 한 건가요?」
「이 사람은 정말…….」
리혁이가 날 가리키며 말했다.
「어느 나라의 언어든 간에 현지인처럼 말할 수 있거든요.」
「헤에, 그거 진짜인가요?」
「한 번 들어 보고 싶은데요.」
운을 떼는 MC들에게 내가 스페인어 몇 마디를 하자, 오오오 하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잘 모르겠는데 일단 잘하는 것 같다 하는 반응이었다.
내가 웃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오사카 사투리도 준비해 왔습니다.」
「오사카벤을요?」
「네!」
일전에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서 전 세계의 과일상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알고리즘을 타고, 타고 움직이다가 그중에 오사카의 어느 마트 점원의 대사를 본 터였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스탭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낼 때.
「아아~」
확성기로 말하듯 목을 풀었다.
진행자 중 하나인 아나운서가 입술을 꾹 말고 뺨을 씰룩이는 가운데, 멤버들이 파이팅의 눈빛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손짓했다.
「예에~ 이리 오이소! 좋은 물건 많습니더!」
출연진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자신감을 얻은 내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장어 먹는 날! 싱싱한 장어가 단돈 5억 엔! …에서 백만 퍼센트 할인한 2,980엔! 대왕 할인! 어쩌면 이 아저씨는 오늘 장사 관둬야 할지도!」
카메라 뒤편에 있는 제작진들까지 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니 제대로 성공한 모양이었다.
* * *
TV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투리 뭐냐고.’
어설프게 특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현지인이 직접 방문한 것 같은 사투리였다.
특히나 표정까지.
오사카 마트에서 확성기를 들고 장사를 하고 있는 중년 남성이 떠올랐다.
“흐하하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오사카 지역 사람들도 오 하며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좀 살았나?’
그런 의문을 그들만 품은 것은 아니었는지, 한바탕 웃던 출연진이 뉴블랙의 리더에게 물었다.
「진짜 오사카에서 온 것 같네요! 현지에서 살았다거나 하는 그런 경험이 있는 건가요?」
기뻐하는 곰돌이 속에서 곰돌이 대왕처럼 뿌듯하게 웃던 우주가 말했다.
-아뇨.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했다고요?
-네, 미튜브에서 봤던 영상을 따라 했습니다.
-진짜 언어의 천재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네요. 대단합니다.
오사카 토박이처럼 대사를 한 뉴블랙 멤버 때문인지 출연진의 관심이 이내 다른 이들에게도 이동했다.
-우주 씨가 이렇다는 건 멤버들마다 특기가 하나씩 있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시청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얘네 뭐지?’
뉴블랙이라는 이름을 여러 차례 들어 본 적 있었다.
요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가장 핫한 한국 아이돌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한국에서 전국민으로부터 사랑 받고 있는 초인기 스타라는 이야기도 접한 적이 있었다.
미튜브에서도 종종 인기 동영상으로 뜨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뉴블랙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뭔가 범상치 않아.’
처음으로 본 뉴블랙은 어딘가 모르게 비범한 구석이 보였다.
TV를 뚫고 나올 정도로 입체적인 이목구비뿐만 아니라 뭔가 시선을 끄는 것이 존재했다.
왜 중고등학생들이 염소 챌린지 등을 따라 한다는지 이해가 갔다.
-비주 상은 요리가 특기인 건가요?
-네, 안타깝게도 요리를 선보일 수는 없어서…….
토끼처럼 귀엽게 생긴 메인 댄서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다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요리를 춤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이야, 좋은 도전정신이네요.
-노래 주세요!
나머지 4인이 돱돱돱 하는 아카펠라 화음을 맞추면서 손가락을 딱딱 튕기고, 비주가 오코노미야키 같은 걸 만드는 동작을 취했다.
한 편의 그림 같은 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시청자들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독특하네.’
<오하요! 모닝 Q>에 그간 출연했던 한국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 느껴졌다.
뭔가 동네 친구처럼 친근하다.
‘일본 아이돌을 벤치 마킹한 건가?’
몇몇 시청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런저런 특기를 보여 주던 뉴블랙 멤버들 중 마지막으로 포커스가 옮겨 갔다.
-그러고 보니, 아까 중현 상이 자기소개로 날씨의 남자! 라고 소개를 했죠?
-맞습니다. 날씨 천재.
손가락 브이로 턱선을 강조하는 래퍼의 모습에 다른 멤버들이 신이 나서 외쳤다.
-중현이는 날씨를 잘 맞춥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적중률 백 퍼센트!
진행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사실이면 정말 대단한데요. 관련된 일화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예전에 ‘이천’이라는 곳에서 지역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무도 맞추지 못한 소나기를 예측했습니다.
-대단하네요!
다른 패널이 물었다.
-그러면… 날씨가 안 좋다거나 하면 뭔가 몸으로 느껴지는 건가요? 갑자기 할아버지, 할머니들처럼 허리가 아프다든가.
-어렸을 때 농촌에서 자라서 비가 오는 거에 대한…….
뭐라고 답을 하던 중현이 버벅거리자, 양쪽에 있던 리더와 메인 보컬이 그의 귀에다 속삭였다.
중현이 푸근하게 웃었다.
-직감. 그런 직감이 있습니다.
-대단하네요. 그렇다면 오늘의 날씨 예측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네. 제가 오면서 도쿄의 공기 냄새를 맡았는데.
뉴블랙의 래퍼가 흐으으음 하며 말했다.
-오늘 눈이 옵니다. 그것도 많은 눈이.
-에? 눈이 온다고요?
TV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TV 상단에 떠오른 글귀 때문이었다. [9:39]하는 시각 옆으로 각 지역의 기온과 날씨가 지나가고 있다.
그중에서 ‘도쿄’ 옆으로 해가 쨍쨍한 그림이 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날씨로는 해가 쨍쨍인 걸요.
-으음, 그런가요.
지상파 TV 쇼에서 함부로 기상청의 예측을 무시하기 그랬는지 출연진들이 농담처럼 웃으며 넘겼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다림질을 하고 있던 어느 주부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온다니, 이렇게 맑은 걸.’
온도 또한 눈이 올 만한 기온이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도쿄라는 도시는 겨울에 건조하고 맑은 날이 많지, 눈이나 비가 그리 자주 오는 편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이 눈이 오면 좋겠네, 하는 말을 중얼거릴 때, TV 속에서 진행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현 상의 재미있는 예측이니까, 시청자 분들은 재미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 TV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프로그램이기에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으려는 모양새였다.
자칫해서 ‘당신네들 때문에 우산 샀다’, ‘왜 눈이 안 오는데 오냐고 하냐’ 하며 항의가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함인 듯했다.
그러는 동안 TV 속에서는 뉴블랙에 대한 인터뷰가 오갔다.
-식물 키우기가 취미라고 들었어요, 중현 상. 요즘에도 키우는 식물이 있다면서요.
-네, 선인장을 키우고 있는데요. 이름은 조니 더 칵투스(Cactus)입니다.
-흐에에, 거대하네요.
자료사진으로 나온 방 안의 거대 선인장에 패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밖에 일본에서 좋아하는 음식이 뭐가 있는지, 막내 멤버의 키가 엄청 자랐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제가 이제는 넘버 투입니다!
-거짓말입니다.
리더의 말에 막내가 눈을 치켜뜬다.
뭐라고 말을 하려고 끙끙대더니 이내 메인 보컬에게 뭐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그 말을 리혁이 대신 옮겼다.
-키를 재 보자고 하네요. 등을 맞대고.
-거부하겠습니다.
미세한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거의 비등비등해 보이는 두 멤버였다.
티격태격하는 5인조의 모습이 아침 TV를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한편, 인터뷰는 음악 쪽으로 넘어갔다.
-일본어 곡이라든가 하는, 일본 활동곡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활동곡이요?
-네, 우주 상은 한국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작곡가잖아요. 미국 영화의 OST에도 참여를 했고. 얼마 전에 나온 Blue Moon은 지금 빌보드 넘버 원 싱글이고.
아, 하던 우주가 미소를 지었다.
-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일본에서도 곡을 내 보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요!
일본 데뷔곡 등을 물어본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의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참여해 보고 싶다는 식으로 답한 리더였다.
MC의 질문을 잘못 이해한 모양이었다.
질문을 고쳐 다시 물어보려고 하던 진행자가 이내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음악 이야기가 나오니까 표정이 또 변하네.’
진지하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우주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이 호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부전자전인가.’
과연 하시모토 겐지의 라이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선명주의 아들다웠다.
그렇게 뉴블랙에 대한 아침 인터뷰를 마무리 지은 후.
-네!
뉴블랙의 정규 앨범 아트를 판넬로 든 진행자가 활기차게 외쳤다.
-지금부터 한국의 초인기 5인조 아이돌 ‘뉴블랙’의 노래이자 한국의 온갖 차트에서 1위를 한! Empire의 무대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카메라 초점이 부우웅 하고 움직이고는 스튜디오의 널찍한 중앙으로 옮겨 갔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은 귀공자들.
하얀 상의와 검은 바지가 흑백으로 대비되는 가운데, 헤드마이크를 낀 리더에게 멤버들이 붙어 있다.
진동하듯이 손을 떠는 모션을 취한 리더가 촤악 손을 뻗었다.
종을 울려라
멀리 퍼지도록
TV를 보던 시청자들이 잠시 볼륨을 조절했다.
인터뷰 때만 해도 활기차게 조곤조곤한 느낌이었는데 TV를 뚫고 나올 만큼 성량이 어마어마했다.
목소리는 또 어찌나 근사한지,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국 아이돌들은 연습량이 장난 아니구나.’
장난기 가득했던 막내 멤버도 지금은 강렬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다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착. 차아악.
무대 대형이 계속해서 바뀔 때마다 절로 감탄이 나온다.
단체로 목을 부드럽게 꺾을 때도 그 각도가 거의 일치할 정도.
“잘하네…….”
일본 시청자들은 신선한 반전을 느끼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너구리 오형제처럼 와글거리던 이들이 무대에 들어가니 표정이 싸악 바뀐다.
한국 아이돌들 대부분이 그런 느낌이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극과 극의 차이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비주라고 했나.’
몇몇 시청자들의 시선이 미소년에게 머물렀다.
단아하게 생긴 미모의 소년이 그 어려운 군무 속에서도 돋보이는 춤사위를 보여 주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포털 검색창에 ‘비주’를 입력하면서 이미지를 찾아보는 사람들이었다.
‘……이건 또 뭐야?’
붉은 무희 복장을 입은 가수가 길쭉한 천을 촤악 뻗는 스틸컷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나와 있었다.
관련 이미지를 눌러 계속해서 바라보는 가운데.
TV에서는 무대를 마친 뉴블랙 멤버들이 땀을 살짝 훔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 생방송에 출연하신 기분이 어떤가요?
-너무 좋네요.
리더가 대표로 마이크를 들었다.
-방송을 통해 일본에 계신 팬분들, 그리고 시청자분들과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했고요.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별 인사를 한 뉴블랙 멤버들이 자리를 뜨면서 곧바로 <모닝 Q>가 다음 코너로 넘어갔다.
그러는 한편.
편의점에서 핸드폰으로 잠시 TV를 보거나, 식당에서 틀어져 나오는 방송을 보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등.
도쿄에서 야외활동을 하던 일반인들이 추위 속에서 코를 훌쩍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오늘 날씨.’
확신에 찬 얼굴로 기상예보를 한 뉴블랙 멤버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이내 ‘맑음’이라고 쓰여 있는 날씨를 본 도쿄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겠지.’
해가 유독 쨍쨍한 12월의 하루였다.
* * *
아침 정보 프로그램 시청률 1위의 <오하요! 모닝Q>.
현지 시청자들에게는 ‘닝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인기 프로답게, 뉴블랙은 금세 온라인의 화제가 되었다.
포털창에도 관련 뉴스가 벌써 몇 개 떠올라 있는 수준이었다.
당연하게도, 포털창에 상주하는 이들의 댓글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 아이돌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도 뉴스가 되는 거냐.
-곧 싫증 날 얼굴들이다. 판에 박힌 도장처럼 찍혀 나오는 한국 아이돌들 역시 이상해
-닝큐 앞으로도 보지 않을 이유 생겼다. 사요나라
-동경하던 TV 프로그램에 드디어 출연한 건가
-채널 돌렸다 KPOP 지겨워
-최근 NTN의 한국 밀어주기가 거슬린다. 이 녀석들 정말 한국 좋아하네
-목표했던 세계로 나가기나 해라 일본은 오지 말고
-오랜만에 댓글 달았다. 너희들 밖에서 ‘친구’를 사귄다거나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사회 활동은 하는 거냐
-재일의 댓글 따위 답하지 않겠다
흥분해서 막 이야기를 쏟아 내는 이들과 별개로 일본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SNS에서는 반응이 몹시도 좋은 편이었다.
‘또 올랐다!’
방송 출연 전에도 이미 팬들의 대화 때문에 ‘뉴블랙 닝큐’ 하는 것이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지만.
출연이 끝나고는 일반인들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뉴블랙을 TV에서 오늘 처음 보았다. 열심히 하는 모습 너무 귀여워
-뉴블랙 팬 될것 같다
-피부가 몹시 아름다웠다 ~아~ 너무 예쁘고 사랑
-막내 너무 귀엽잖아. 내 볼따구에 넣고 싶게 생겼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역시 일본 아이돌을 벤치마킹한 걸까나. 친근한 아이돌 반가웠다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실시간 트렌드에 ‘닝큐 비주’, ‘뉴블랙 리더’ 하는 반응이 올라오고.
공식 트위터에서도 게시글을 올렸다.
@Ohayo_morningQ
(뉴블랙이 스튜디오에서 브이 하고 있는 사진)
오늘 생방송 첫 출연해 준 뉴블랙 너무 고마웠습니다!
박력 대박!!!
스튜디오가 작아서 미안해요~ (눈물)
#The_New_Black
그밖에 이런저런 반응을 살피는 가운데.
‘오오오오오.’
SNS 등을 보고 있던 일본의 수플레들은 신발장에서 우산을 찾거나,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사기 시작했다.
‘중현이가 눈이 온다고 했어.’
햇볕 쨍쨍한 날에 우산을 챙기는 이들을 보며 의아해하는 시선을 가볍게 넘겼다.
그리고.
그로부터 1시간 후.
“……에?”
도쿄의 시민들은 당혹스러운 일을 겪고 있었다.
회사에서 세절기를 사용하며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들,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식당 점원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이던 모든 사람들의 앞에…….
“눈?”
하늘에서 눈송이가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곧바로 눈알갱이가 대도시의 하늘에서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이다!’
첫눈이라며 환히 웃으며 눈발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더 어두워진 하늘 아래로 눈이 말 그대로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아름답고도 어딘가 무시무시한 광경.
곧이어 기상청의 긴급 특보가 이어지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눈을 깜빡였다.
‘잠깐만. 이거.’
모두가 다급하게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일본 온라인의 인기 검색어에 ‘뉴블랙 중현’이 폭증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