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5)화 (55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5화

처음은 일본 SNS에 올라온 글이었다.

@Omlete

(눈이 내리고 있는 도쿄 시내 영상)

여기는 도쿄. 눈이 엄청 내리고 있습니다!!

어깨에 눈이 쌓이는데 살아 있는 초밥이 된 기분이랄까

도쿄 도에 갑작스럽게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SNS에 눈과 관련된 내용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도쿄 눈’, ‘기상청 놈들’ 하는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에 쭉쭉 올라오고.

눈발이 휘날리는 사진이나 영상이 SNS에 도배되고 있었다.

-올해는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걸까 (*^▽^*)

-뭔가 눈이 굉장하게 오네

-좋네. 지금의 이런 눈

-도쿄에 오랜만에 설국이 찾아왔어요♪ #도쿄눈

-정치 이야기를 한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기상청 관료들은 대체 세금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세계 최고의 기상청(웃음)

폭설 주의보를 내려야 할 만큼의 눈은 아니었지만, 다음 날 도로에 쌓일 정도로는 내리고 있는 눈이었다.

곧바로 도쿄 지역에는 TV로 기상 안내가 떴다.

[기상청의 기존 예측과는 다르게, 적설량이…….]

하늘에서 소복소복 내리는 눈송이들.

회사 창가나 아파트 베란다에 나온 이들이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반겼다.

“눈이다……!”

“이따가 눈사람이나 하나 만들어 볼까.”

“올해 첫눈인가.”

저마다 눈송이들을 눈에 담고 있을 때.

눈이 온다는 소식이 퍼진 이후로 온라인에서는 다른 것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rank297

(‘모닝Q’에서 날씨를 예측하는 뉴블랙 멤버의 영상)

눈이 내리는 걸 보자마자 이게 생각났다

감이 대단한 한국의 아이

바로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 ‘눈이 옵니다! 반드시!’ 하면서 호언장담했던 뉴블랙 중현의 영상이었다.

어릴 적부터 농촌에 살아서 공기에 예민하다는 멘트가 포인트였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던 아침 방송인 만큼, 해당 영상은 삽시간에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있잖아. 이거 봤어?”

“뭔데?”

“뉴블랙의 멤버가 기상청이랑 다르게 날씨를 예측했는데, 지금 도쿄에서 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리고 있대.”

“우와…….”

고등학교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이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신기하네.”

“나도 시골에서 살았는데 왜 이런 능력이 없는 거지.”

회사나 식당에서 이야기가 들려오고.

메신저를 통해서도 ‘이거 봤어?’ 하는 미튜브 영상의 링크가 촤라락 퍼지고 있는 중이었다.

동시에 일본 온라인의 검색량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감이 대단하네

-저런 건 대체 어떻게 맞추는걸까

-아침 방송 보다가 갑자기 눈온다고 해서 놀랐는데 진짜였냐!!

-기상청 하나보다 한국의 아이돌 하나가 더 낫다니wwww

-뭐 따지고 보면 인간의 머리도 슈퍼컴퓨터라고 하니까 말이야. 저 아이도 그런 종류일지도 몰라

-한국에서 초인기 아이돌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국 사람들은 좋겠다. 일기 예보 잘 맞아서

그것은 사실이었다.

Y앱 라이브 등에서 중현이 ‘내일 비 내려요’ 할 때마다 사람들이 우산을 챙기곤 했으니까.

팬들이 ‘내일 중현이가 비 내린대요!’ 하면 일반인들이 전해 들으며 아하 하는 식이었다.

한국에는 이미 여러 차례 화제가 되었던 날씨 예측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각,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중현의 기상예보가 화제가 되고 있었다.

[지금 일본 SNS가 난리난 이유 (feat. 뉴블랙)]

(일본 트위터 반응 번역들)

닝큐-일본 아침 정보 프로-에 출연한 중현이가 눈 올 거라고 했는데 진짜로 눈이 내림

참고로 일본 기상청은 맑다고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저거 난리난거 맞음. 나 일본 사는데 다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뉴블랙 얘기하고 있다

-중간에 뭐야ㅋㅋㅋㅋ 날씨의 아이

-일본인 입장에선 ㄹㅇ 만화속 캐릭터 같을듯

-이거는 저기 기상청 의견도 들어 봐야 안다ㅋㅋㅋㅋㅋ

-아니ㅋㅋㅋ 뭔 영업이 이렇게되는 건데ㅋㅋㅋㅋㅋㅋ

-저희 최애는 날씨를 잘 맞춥니다!!

-저거 그래서 중현이랑 같은 지역에 있는 수플레들은 절대 비 안 맞는다는 말 있음

-(모두가 비를 맞는 가운데, 망고 어워드 레드카펫에서 유일하게 우비를 쓴 수플레들.jp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웃겨

일본에서 ‘뭐야, 무서워, 대단해’ 하는 반응들이 나오는 걸 바라보는 한편.

한국의 인터넷에는 중현의 과거 행적도 발굴됐다.

[이쯤에서 다시 보는 작년 기상청 체육대회]

(비 맞으며 슬프게 웃는 기상청 직원들.jpg)

기상청이 맑은 날로 운동회 잡았는데 중현이가 비 온다고 함

지금까지 기상청과의 승률 100%

-기상청 직원들: 중현 학생.. 눈치 챙겨^^

-슈퍼컴퓨터 왜 사냐 중현이 하나 쓰면 되는데

-슈퍼컴퓨터 <<<< 김중현

-근데 이건 중현이가 더 세보이는데..?

-일부러 비오는 날 잡은 건데 눈치 없네 중현이가ㅋㅋㅋㅋㅋㅋㅋ

-그 얘기 떠오른다. 외국 대학 다니는 수플레가 자기네 기상학과 교수가 중현이 영상 보고 관심 가졌다고

-중현이랑 날씨 파생상품에 손대면 돈 오지게 벌수 있지 않을까

-ㄴㄴ 리스크 있는 사업은 리혁이가 좌시하지 않을 것

그렇게 팬들이 잔뜩 웃음을 터뜨려 대고 있는 동안.

뉴블랙이 목표로 했던 ‘일본에서의 인지도를 긍정적인 쪽으로 이끈다’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thenewblack.official

(검은 우산을 든 미남들이 가운데 래퍼를 중심으로 근엄하게 웃고 있는 사진.jpg)

닝큐 출연!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눈이 정말로 와 버렸네요!!

어쩌면 우리 아이 정말 날씨의 천재일지도..?

자세한 날씨 예측을 듣고 싶다면 htttp://www.metube.com/Qtp.. [자세히 보기]

일본어로 올라온 글에는 아예 미튜브 영상 링크가 붙어 있었다.

기상 캐스터처럼 정장을 입은 뉴블랙의 래퍼가 차분한 목소리로 날씨를 예측하고.

-후우우우우우~!

-으아아!

형들이 햇님과 나그네의 바람처럼 막내 멤버에게 후후 바람을 불며 따라가는 모습이 뒷배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침 방송이 끝나고 즉흥적으로 찍은 영상인 듯했다.

그야말로 물 들어오는 데 노를 젓는 레몬 엔터였다.

-귀여워!!

-오늘 닝큐에서 보고 호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아해도 될까요

-함바그-눈이 무엇인가요? 함박 스테이크같이 큰 눈이 내린다는 것인가요

-앞으로도 이런 날씨 콘텐츠 보고 싶어

-뉴블랙의 영상을 보고 힘내고 있는 고교생입니다! 고마워요!

-나의 마음을 훔쳐 갔습니다. 결혼해 주세요

-아이돌력이 넘친다.. 노벨 아이돌상이 있다면 수상해 주세요

미튜브 댓글창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동시에 지금까지 뉴블랙 World 계정에 만들었던 컨텐츠 중에서 일본 관련 조회수가 급등했다.

‘이혼당합니다! 반드시!’ 하는 마에다 신의 영상이 재조명되는 한편.

“반응이 제법 괜찮네요.”

태블릿 PC로 대강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던 뉴블랙 TF팀의 홍보 담당, 홍서영 과장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인지도만 높은 상태였거든요. 워낙 TV에서 자주 다뤄주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또렷한 이미지는 없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에서 헤일리 블루를 다들 알지만 어떤 이미지는 없잖아요?”

“그죠.”

호텔방 테이블에 둘러앉은 TF팀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할리우드 스타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뚜렷하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현지에서는 어떤 스캔들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다고 해도 외국에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뉴블랙도 비슷한 경우였다.

“물론, 현지 TV 프로에서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만찮게 나름 긍정적인 쪽으로도 다뤄지고 있거든요.”

“사실대로 보여 주는 거죠. 우리 애들에서 한국에서 이만큼 인기 있다, 하고.”

TF팀장인 윤석환의 말에 동의하던 홍서영 과장이 일본 사람들의 반응들을 보여 주며 말했다.

“일본 대중들에게 뉴블랙을 알리는 첫 지상파 방송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조금 덜어도 되겠어요.”

“괜찮나요?”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호의적이에요.”

홍서영 과장이 말을 이었다.

“원래는 어느 정도 호감 가는 이미지만 가져가자, 하는 걸 목표로 삼았잖아요.”

“그죠.”

“아침 방송이 메이저긴 해도 한 번 나왔다고 일본이 들썩이는 수준은 아니니까. 그런데…….”

홍서영 과장의 시선이 TV로 머물렀다.

일본의 점심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 벌써부터 뉴블랙의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푸근하게 웃으며 ‘눈이 옵니다~!’ 하는 중현의 모습.

“보시다시피 중현이가 터뜨리고 와서…….”

“…….”

잠시 침묵이 흘렀다.

TF팀의 다른 직원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언제 우리 애들이 예측대로 흘러간 적이 있었나요.”

“그렇죠.”

홍 과장이 말했다.

“어쨌거나 이번 방송은 성공적이에요. 중현이 덕에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사람들한테 호감 가는 첫인상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한 것 같아요.”

“목표를 초과 달성했네요.”

TF팀 사이에서 훈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바깥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지만, 그들의 일본 활동에서는 가수들의 활약으로 따스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곧이어 회의가 이어졌다.

“팀장님, 다른 방송국에서도 출연 요청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다른 유명한 아침 정보 프로에서도 또 나와 달라고…….”

“인터뷰 하겠다는 잡지가 더 늘은 것 같은데, 이거 스케줄상으로…….”

“그리고 하시모토 겐지라는 피아니스트가 이번에도 접촉을 해 왔는데.”

마지막 화제에 이르러 윤석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또?”

“네, 한 번만 만나자고. 그냥 만나서 이야기 잠깐 하고 사진만 찍고 싶답니다.”

“거절해.”

“알겠습니다.”

첫 일본 방문 때부터 질척거리다 못해 아예 끈끈이처럼 달라붙으려고 하는 일본의 피아니스트였다.

‘우주네 아버님과 자칭 라이벌이라고 했나.’

그 라이벌 이미지로 아직까지 먹고 살고 있다나.

아마 우주를 이용해서 피아니스트 유망주인 자기 아들의 이름값을 키워 보고자 계획하는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안.

“이번에는 딱 잘라서 거절해 놔. 에둘러서 거절하는 게 안 통하는 사람들 같다.”

“네, 팀장님.”

“그리고…….”

윤석환이 펜대를 톡톡 두드렸다.

‘아니겠지.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 싶지만 사람 일은 혹시나 모르는 거니까.

TF팀장이 지시를 내렸다.

“지금 애들 스케줄이 어떻게 되지?”

“잡지사랑 화보, 인터뷰 진행 중이고요. 조금 이따가 일본 팬들이랑 사인회 진행할 겁니다.”

“이번에 공개 사인회지?”

“네.”

“지금 일본 대중들한테 첫 이미지를 좋게 만든 참이야.”

전달을 맡은 직원에게 그가 강조했다.

“이상한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 특히 아까 말했던 그 하시모토란 사람도 혹시 모르니 주목하고.”

“네, 서 실장님한테 그렇게 전달할게요.”

“그래, 그러면…….”

곧바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갑작스러운 날씨의 영향으로 일일 카페 운영부터 시작해서 콘서트와 관련된 변수도 체크하고.

굿즈 판매와 행사 일정 등을 비롯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것을 빠르게 하나씩 조율하던 윤석환 팀장은, 잠시 쉬는 시간이 되어 안경을 벗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커피잔을 들고 창가로 다가간 어느 직원이 말했다.

“뷰 하나는 진짜 끝내주네요. 그렇지 않나요?”

“그러게.”

“시내가 한눈에 보여요.”

눈이 내리는 뿌연 하늘 아래로 도쿄 타워가 멀찍이 반짝거리고 있고, 주변 빌딩과 경치가 한눈에 보이는 호텔의 뷰였다.

그걸 바라보던 윤석환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들의 가수와 마찬가지로 구름 위에 올라온 듯한 기분.

‘좋네.’

뉴블랙 멤버들이 TF팀 직원들을 위해 잡아준 스위트룸의 뷰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   *   *

콘서트를 앞두고 도쿄에서의 스케줄이 빠르게 진행됐다.

아침 방송이 끝나자마자 잡지사와의 인터뷰들을 진행했다.

「찍습니다! 좋습니다! 아~! 좋아요!」

「뭔가 ‘이세계로 환생한 내가 최강의 기사단 단장?’ 같은 표정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좋아요~! 하며 외치는 포토그래퍼들과의 작업을 두어  차례 정도 한 것 같다.

유명 잡지사에서 나온 에디터들과도 인터뷰를 진행하고.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기류 속에서 일정이 진행됐다. 아니, 그냥 호의적인 수준이 아니고 완전 귀한 손님 대접이었다.

“역시 본진에서 잘돼야 하네여. 한국에서 인기 많다고 하니까 엄청 잘해 주는 거 봐여.”

“맞아.”

“미국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였잖아요, 우리.”

우리가 뿌연 도쿄 하늘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고마워요! 수플레!”

“우리 잘하고 있죠~?”

왠지 모르게 구름들이 거대한 빵덩어리들처럼 보인다.

눈에서 붉은 광선을 뿜어내는 어두운 구름덩어리들이 쿠후후후후 하며 웃는 듯하다고 할까.

마왕성에서 내려 주는 가호를 받는 느낌이라 좋았다.

“뿌듯하네요.”

중현이와 우리가 흐뭇하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아침 프로에 나왔던 게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오늘 인터뷰한 매체들 모두가 똑같은 질문을 했으니까.

-날씨 이야기도 여쭙고 싶은데요. 오늘 모닝큐에서 눈이 내린다고 예상을 했잖아요.

유명 잡지사들의 에디터들도 공통적으로 물었고.

코믹한 금발 가발을 쓰고 자신을 ‘요리코’라고 지칭한 개그맨 분과 진행한 예능 인터뷰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오오~ 뉴블랙입니다아아!」

팬 사인회장으로 이동하던 중에 차량 창문을 연 막내가 주변 차량에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어푸푸푸푸-!”

곧바로 눈을 얼굴에 얻어맞은 막내가 돌아오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분명히 눈발이 되게 약해 보였는데.”

“차량 속도가 있잖아. 멍청아.”

리혁이가 훗 하며 ‘호감을 얻는 법’이란 책을 덮었다.

“차량이 달리는 속도만큼 반대편에서 눈이 날아오는 거잖아. 달리는 차에서 점프하면 안 되는 거랑 같은 거야.”

“오, 글쿠나.”

막내가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근데 형.”

“응?”

“호감을 얻는 법이란 책은 왜 읽어여? 어차피 실패인데.”

“무슨 소리야. 난 호감 가는 사람이야.”

그 순간, 차량 온도가 3도는 내려갔다.

싸늘하게 변한 우리들.

비주마저 조용히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에 리혁이가 덧붙였다.

“……정상인들은 나 좋아해요.”

매니저 형들과 우리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흥 하며 ‘호감을 얻는 법’으로 마저 시선을 돌린 리혁이를 보며 웃고는 멀찍이 다가오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

일본 팬사인회가 열리는 장소였다.

*   *   *

몇 시간 후.

팬사인회장 바깥에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카메라 준비해.”

“예!”

카메라맨이 장비를 세팅하는 가운데, 곧이어 도착한 다른 차량에서 코트 차림의 두 남자가 내렸다.

중년 남자와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담배를 태우고 있던 프로듀서가 다가갔다.

“오셨습니까, 선생님.”

“눈이 많이 내리더구만. 그 때문에 늦었네.”

“지금 눈 때문에 난리도 아니지요. 뉴블랙 멤버가 눈이 내린다고 해서 한창 또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프로듀서의 말에 중년 남자, 하시모토 겐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준비됐느냐?”

“네, 아버지.”

“만나서 반갑게 인사만 하면 된다.”

뉴블랙 측에서 만나기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하시모토 겐지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못 만난다.’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그랬듯이 허락만 구하다가는 어차피 못 만날 터였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카메라 한 대를 대동하고 직접 만나면 되는 것이다. 그다음에 방송에서 적당히 포장해서 내보내면 되고.

프로듀서가 씩 웃었다.

“타이틀 하나는 근사하겠네요. <하시모토 겐지, 선명주의 아들과 만남?!> 하고 띄우면 시청률 좀 뜨겠는데요.”

하시모토 겐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큰 화제가 될 거야.’

그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팬사인회를 끝내고 나오던 뉴블랙 멤버들의 앞에 하시모토 겐지가 깜짝 등장하는 것이다.

당혹스럽긴 해도 카메라가 보고 있으니 상대는 웃을 수밖에 없다.

거기서 만나서 덕담 좀 몇 마디 해 주고, 그의 아들 켄타와도 잠깐 인사를 시켜 주며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머릿속에 착착 그린 플랜이 세워졌다.

“곧 있으면 사인회가 끝난다고 하더군요. 이제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시작하지.”

카메라를 준비하고 자세를 잡고 있을 때였다.

“음……?”

하시모토 일행이 눈을 깜빡거렸다.

곧 있으면 사인회가 끝난다고 듣긴 했는데…….

어째 사인회를 끝내고 나온 뉴블랙의 팬들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 점점 증식하는 아메바처럼 늘어난다.

“저, 잠시…… 어어어!”

여유롭게 서 있다가 다급하게 입구 근처로 가려던 제작진이 떠밀려 나왔다.

쑤우욱, 하고 들어가려던 조연출이 팅~! 하고 거의 날듯이 튕겨 나왔다. 동시에 인파가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했다.

거인이 후우우 불고 있는 풍선 위에 점이 된 기분이었다.

“아버지!”

“켄타-!”

부자가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되는 가운데.

운 좋게 떠밀려 나온 하시모토 겐지가 옆에 서 있는 카메라맨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찌, 찍고 있나?”

“예!”

“지금 나옵니다!”

사인회장 문이 열리더니 와아아아아아-! 하던 팬들이 우르르 몰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젊은이들에게 떠밀리던 중년 사내에게 멀찍이 환히 웃고 있는 미청년들이 보였다.

팬들에게 인사하면서 지나가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그가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인사, 인사를……!’

겨우겨우 카메라맨과 함께 인파를 뚫은 하시모토 겐지의 앞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차량에 올라타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

다급하게 다가간 하시모토 겐지가 손을 뻗었다.

“저기, 나는……!”

그리고 그때.

마법처럼 마지막에 타고 있던 멤버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나는……!”

“아!”

하시모토 겐지의 얼굴을 바라보던 미소년이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바로 그때.

메인 댄서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마주쳤다.

“우리 팬이시구나!”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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