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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68)화 (56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68화

개미위키에서 문장을 복사+붙여넣기 했다는 막내의 말에 교수님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다들 빵 터져서 끅끅거리고 있다.

“저 뭐 잘못했어요?”

고개를 갸우뚱해하는 막내에게 리혁이가 뭐라고 속닥속닥 말해 주었다.

“대박. 진짜요? 대학교에서는 위키 복사하고 그러면 큰일 나요?”

“이건 고등학교 숙제만 해도 알아.”

“제가 학교를 제대로 다녀봤어야 알죠. 가방만 메고 돌아다녔는데.”

“……자랑이다. 자랑이야.”

다시 침착함을 되찾은 정문석 교수님이 입을 열었다.

“학생, 아니, 지호 씨가 열심히 자료 조사를 해 온 게 너무 기특하지만… 이런 위키 류는 레퍼런스에서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넹.”

“틀린 정보가 엄청 많거든요. 당장 여기서만 봐도 7가지 오류가 있고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대학 가기 전에 좋은 거 배웠네요~”

혀를 살짝 내밀고 에쿵 하는 막내를 우리가 냉정한 표정으로 외면했다.

“교수님, 그럼 설명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도깨비가 나오는 설화를 전공한 정문석 교수님이 자신 넘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가 방금…….”

“방금?”

“어디까지 했죠?”

다들 웃음이 터졌다.

도깨비와 뉴블랙이 닮았다, 하는 부분까지 했다고 말해 주자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현이가 웃었다.

“개미위키가 충격이 강하셨나 봐요.”

“아닙니다.”

인자한 미소를 짓던 정 교수님이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과 도깨비가 닮았다고 했는데. 일단 설화 속 도깨비는 노래와 춤을 굉장히 즐기고 좋아합니다.”

“근데 그건 모두가 좋아하지 않나요?”

“그리고 먹을거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

“일례로 제주도에 있는 도깨비신 설화에서는 도깨비가 돼지고기를 굉장히 즐겨 먹습니다.”

우리가 눈을 초롱초롱 뜨자 교수님이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 갔다.

“또한 도깨비의 형체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고 굉장히 다양합니다. 빗자루가 되었다가 어린아이가 되었다가, 노인이 되기도 하고. 젊은 여인의 모습이나 남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등.”

정문석 교수님이 우릴 바라보며 물었다.

“녹화 일정이 잡히고 나서 뉴블랙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앨범을 새로 낼 때마다 그 컨셉이란 것이 확 바뀐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이런 것도 도깨비와 뉴블랙의 공통점이 아닐까 싶네요.”

심리 테스트를 보면서 딱 내 이야기다 하는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중현이가 감탄했다.

“도깨비와 우린 운명이었나 봐요.”

“우리 곡 제목 잘 고른 거 같아요. 형.”

환히 웃는 비주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 정문석 교수님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미리 알고 제목을 도깨비로 정한 것 아니었나요?”

“아뇨.”

“오.”

교수님의 눈빛 너머로 두뇌가 풀가동되는 것이 보였다.

“…이 또한 도깨비스럽네요.”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교수님의 스토리텔링 실력에 다들 박수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예능 잘하신다는 칭찬에 교수님이 쑥스럽게 웃었다.

“아, 그리고 방금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는데 도깨비와 여러분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뭔가요?”

“바로 초인적인 면모가 있다는 겁니다.”

“…….”

그 말에 중현이가 갸웃했다.

“그런 건 없는 거 같은데…….”

나와 동생들이 말을 삼켰다.

연천군의 패왕이라고 불리는 흑염소와 일기토를 하고, 특공대원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절대 열리지 않는 끈끈한 잼통을 열었던 화려한 전적들이 눈앞에 스쳐 간다.

중현이가 우릴 바라보며 물었다.

“음? 왜 그래요?”

“아니야.”

그저 조금 많이 건강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리혁이가 웃으며 말했다.

“다들 조금 독특하기는 한데 저희한테는 그런 특이한 면은 없다고 생각…….”

“우우우우우!”

어디서 나온 소리인가 했더니 뉴블랙 TV 스탭들이 내뱉는 야유였다. 우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다.

“아니. 같은 방송 식구들이 출연자에게 야유를 하는 게 어디 있어요? 이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나빴다. 진짜.”

항의 표시를 하는 우리에게 성 피디님을 비롯한 제작진이 우우우! 하는 야유를 계속 이어 갔다.

지호가 눈을 부릅떴다.

“자꾸 그러면 리혁이 형 시켜서 야유 되돌려줄 거예요! 이 형 목소리 짱 커요!”

출연진과 제작진이 서로에게 우우우 하는 풍경에 정문석 교수님이 이 또한 도깨비스럽다며 웃었다.

교수님이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도깨비한테는 초인적인 능력이 있어서 연못을 평지로 바꾸거나 하는 일화들이 많습니다. 도깨비 방망이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요.”

“그건 저희와의 차이점이네요.”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초능력 같은 건 없으니까.”

“…….”

아냐. 여기 한 사람 있어.

뜨끔한 느낌을 감추고 있을 때, 불현듯 내가 지니고 있는 동작을 모방하는 능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지금도 옆자리에서 교수님이 짓고 있는 표정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손짓을 할 때마다 그게 뇌리에 각인되는 느낌이 들고.

내 뇌가 분명히 어떻게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무슨 원리인지 감이 안 온다.

“일단 도깨비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정문석 교수님의 도깨비 길라잡이 강의가 이어졌다.

도깨비에 관한 한국인의 인생관, 역사관 등에 대한 마지막 파트까지 이르렀을 때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결국에 옛날 사람들은 도깨비를 믿음으로써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소원을 바란 거네요. 부자가 된다든가.”

“그렇죠.”

교수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대답을 정말 잘해 주시네요. 리혁 씨.”

“네. 예습을 미리 하고 왔거든요.”

“그래요? 어떤 걸 학습 자료로 삼았을까요?”

“교수님의 저작물을 보고 공부했습니다.”

모범생 같은 대답에 정문석 교수님이 보름달 같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 훌륭한 대학생이구나! 하듯이.

“제 저작물을 읽었다고요?”

“네, 여기.”

리혁이가 사인지를 내밀듯 새침하게 웃었다.

“교수님의 석사 논문을 보고 공부했습니다.”

“……!”

그 순간 교수님의 눈동자가 크게 벌어졌다.

마치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을 마주한 것처럼, 굉장히 수치스러워하는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제 석사 논문을 보고 공부했다고요?”

“예.”

“아…….”

왜 그러시지.

정문석 교수님의 반응에 괜스레 걱정스러운 생각이 스쳤다. 혹시 논문에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으신 건가.

의문 가득한 눈길을 보내는 우리와 스탭들에게 교수님이 설명했다.

“그… 석사 논문이라는 건요. 아무래도 석사 과정일 때, 잘 모르고 자신감 넘치게 쓰는 경우가 좀 있거든요.”

“아하.”

“지금 와서 보니까 얼굴이 후끈거리네요.”

공감이 갔다.

“그런 느낌이군요. 저희가 연습생 때 찍은 연습 영상 보고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예… 그렇죠. 하하하.”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된 것 같다.

우리가 흐뭇하게 웃으며 뉴블랙 TV 시청자들을 향해 외쳤다.

“전국에 계신 뉴블랙 TV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대학생 여러분!”

“명심하세요! 교수님들의 약점은 석사 논문이래요!”

깔깔 웃는 우리 모습에 제작진도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멍한 표정으로 따라 웃던 정문석 교수님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인간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교수님이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이 또한 도깨비스럽네요…….”

완벽한 엔딩 멘트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며칠 후.

뉴블랙 TV 월드의 구독자들에게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는 알림이 떴다.

‘또 떡밥인가?’

일본 투어와 연말 무대의 비하인드 영상을 우걱우걱 먹던 수플레들이 입가를 훔치고 달려갔다.

뒤뚱뒤뚱!

떡밥을 하도 먹어서 머릿속까지 살찐 기분이었다. 한 무리로 몰려가던 팬들이 영상 앞에 이르렀다.

[한국 문화 소개] 도깨비는 무엇인가요 (What is Dokkaebi?)

스페셜 앨범 타이틀의 제목인 도깨비가 무엇인지 해외 구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맛있는 건 우리도 먹는다!’

외국인들이 보라고 만든 컨텐츠였지만, 언제나 국내 팬들에게도 재미를 주고 있는 뉴블랙 월드 영상이었다.

곧이어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꽹과리를 치면서 교수를 맞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삐- 처리 된 막내의 ○○위키 발언과 마지막에는 교수의 약점까지.

[오늘 뉴블랙 TV에서 꿀잼 주고 떠난 도깨비 교수님]

(위키에서 긁었다는 당당한 선언에 눈동자에서 불꽃 CG를 피워 내는 정 교수.gif)

(석사 논문에 동공이 흐려지는 정 교수.gif)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초부터 개웃기네ㅋㅋㅋ

-영문 자막 만드는 사람 열일하시는 듯 ㅋㅋㅋㅋ ‘교수의 크립토나이트는 석사 논문’

-교수님에게 당당하게 위키 긁었다고 하는 말에 아찔해졌다

-근데 저거 진짜야??? 석사논문 보면 좀 그런가?

-케바케긴함.. 교수님 따라 다르긴 한데ㅇㅇ 대체로 학창 시절에 찍은 눈물셀카 보는 느낌일걸ㅠㅜ

-세상에,, 앞으로 요긴하게 써먹어야지

-석사논문까지 찾아 읽는 리혁이의 정성에 감동.. 하실 수 없었겠구나

-다 해탈한 표정으로 이 또한 도깨비스럽네요..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국내 팬들이 컨텐츠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영상을 본 해외 팬들도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교수의 약점은… 아니, 이게 아니지.’

도깨비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이 해소됐다.

왜 모르는 사람한테 ‘김 서방’ 하는지, 왜 파란 불꽃의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등등.

뮤비 티저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뉴블랙의 정체성이 담긴 몬스터인 듯했다.

‘본진 팬들이 헛소리하는 거 보이면 때려 달라던데…….’

해외 수플레들이 댓글창을 살피면서 헛소리의 조짐이 보이는 댓글들을 관리하고 있을 때.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는 또 다른 소식이 날아왔다.

[뉴블랙이 경주에 왔네요]

(알록달록한 머리색을 한 뉴블랙 멤버들과 얼굴에 스티커가 붙은 당사자의 인증 사진.gif)

익숙한 얼굴이 보여서 여! 했는데 요예요! 하면서 갑자기 반응하더라고요;

그게 지호였습니다

막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저를 둘러싸고 사진찍자고 그래서 찍고 어어어어?? 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손에 사인지 들려 있고..

-경주??? 왜 왔다고 하나요??

-[글쓴이] 그것까진 제대로 못 물어봤는데.. 주변에 바글바글한 스탭들 이야기 들어 보니까 뮤비 찍으러 왔나 봐요

-대박ㅋㅋㅋ 중현이한테 로또 번호 물어보시지 그랬어요

-[글쓴이] 그런 건 안 된다네요

-왜 왔는지는 못 물어 봤지만 로또 번호는 물어보셨군요..

-보라색 섞인 머리가 우주일 줄 알았는데 지호네요; 머리색이 전체적으로 다 반대가 됐네요

그걸 시작으로 경주 곳곳에서 뉴블랙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들려오면서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뭘 하는 걸까?’

그들이 모르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   *   *

바글바글.

주변에 사람들이 정말 바글거린다.

“와아아아아아-!”

오전에만 해도 근처에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저녁 시간이 되니 핸드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안녕하세요~~!”

“와아아아!”

이곳은 경주 중앙시장.

스탭들이 촬영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가 핸드폰을 든 사람들에게 다가가 잡담을 나누었다.

“자! 즉석으로 질문 받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97 곱하기 47은?”

“누구예요? 수플레죠?”

인파 속에 숨은 누군가의 질문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때 지팡이를 짚고 계신 할아버지가 물었다.

“오늘 뭐 하러 왔어?”

“저희가 이번에 스페셜 앨범 노래가 나오거든요. 그거 안무 영상을 촬영하려고 왔어요~!”

“안무?”

“춤이요. 춤!”

비주가 살랑살랑 춤추면서 사람들이 꺄아 하는 동안 할아버지가 꿀렁이는 비주의 허리를 보고 말했다.

“어이구, 숭해.”

“…….”

고개를 돌린 채 우리에게 얼굴을 파묻는 비주를 토닥여 주었다.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누군가 날 향해 외쳤다.

“머리 예뻐요!”

“그죠?”

“네! 인어공주 색깔!”

내가 환하게 웃었다.

이번에 체리 레드로 염색한 머리에 대해 예쁘다고 평가를 받으니 기분이 좋다.

밝게 빛나는 이 붉은 머리를 위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참았던가.

-끄, 끄아아아악!

-우주야. 아직 탈색 시작도 안 했어.

-마음이 아파요!

-야! 누구 과자 있으면 우주 입에다 좀 물려 봐!

말 그대로 머리가 뽀개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도깨비라는 컨셉에 맞춰서 이번에 ‘염색 전부 개인 컬러와는 다른 색으로 해 보면 어떨까요?’ 해서 추진한 결과물이었다.

나와 막내가 색깔을 교환해서 나는 붉은색, 지호는 보라색. 비주와 중현이는 각각 연한 초록색과 파란색이었다.

“저는요?”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인 리혁이가 물었다.

“저 어때요?”

“음.”

나에게 예쁘다고 칭찬을 했던 시민 분이 외쳤다.

“말포이 같아요!”

“……누구 지팡이 좀 있으면 줘 봐요. 저분한테 주문 쏘게.”

“조용히 해. 말포이.”

내 대답에 동생들이 박수를 치며 깔깔 웃었다.

우리의 재롱잔치에 웃고 있던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크게 미소를 지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저희 정말 후딱 찍을 테니까 조금만 양해 부탁드릴게요!”

“천천히 찍어요. 천천히.”

“감사합니다!”

매니저 형들이 미리 준비한 수플레빵이나 열쇠고리 같은 것을 돌리자 인심이 더 너그러워졌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카메라 앞에 앉은 감독님에게 다가왔다.

“많이 힘들어 보이시네요. 감독님.”

“응.”

“힘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잘 찍었는데 자꾸만 더 완벽하게 찍자는 너희 때문에.”

“그거 말고요.”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감독님을 다독이며 말했다.

“나인부터 시작해서 낙화랑 엠파이어도 같이 찍었는데. 이제 적응하실 때도 됐잖아요. 감독님.”

“너희는 적응이 안 돼. 이번 촬영이 제일 힘들다 그러면 다음에는 더 빡세게 준비를 해 와.”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며 농담조로 힐난하는 감독님에게 끝나고 맛있는 거 사 드리겠다고 말했다.

“황남빵이랑 첨성대 라떼 사 드릴게요.”

“한우 물회도 사 줘.”

OK 하고는 웃었다.

멀찍이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손을 흔들고는 동생들과 진지하게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어떤 식으로 안무를 해야 될지.

미리 숙지한 경주 중앙시장 구조를 살피면서 머릿속으로 동선을 그렸다.

“제가 리드할게요. 형.”

“부탁한다.”

우리 중에서 공간 감각이 가장 좋은 중현이가 안무의 동선을 이끌기로 했다.

그만한 파괴력을 지니고도 중현이가 물건을 잘 안 부수는 까닭은 그만큼 잘 피하기 때문이니까.

총알 빼고는 다 피하는 우리 애였다.

“후우.”

맛있는 음식 냄새들을 떨쳐 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카메라 앞에 서서 집중했다.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문화재청이랑 관광공사랑 이야기 나눴어.

아무래도 한국적인 곡이다 보니 궁궐이나 재래시장, 그런 곳에서 안무 영상을 스페셜 버전으로 찍으면 어떨까 했는데.

공공기관에서 ‘뉴블랙? 크게 해 보셈’ 하고 손을 거들면서 스케일이 커졌다.

아마 그간 뉴블랙 TV로 한국을 잘 알렸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다.

공공기관과 각 지자체로부터 원하기만 하면 전국 모든 곳에서 찍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오늘 첫 시작을 한 경주시만 해도 벌써 여러 유적지를 돌고 온 터였다. 대부분 ‘여기서 뮤비 촬영을… 해도 된다고?’ 하는 장소들이었다.

불국사 계단을 내려오며 안무 영상을 찍은 가수는 우리밖에 없지 않을까.

“자! 들어갑니다! 큐!”

보안을 이유로 노래는 없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안무는 어차피 조금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우리가 야시장을 활개 치면서 떡을 먹거나 어묵을 쏙 빼먹고 그런 내용들이니까.

중현이를 필두로 야시장 중간 통로를 폴짝 뛰어다니며 엑스트라로 섭외한 시민 분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오늘의 마지막 촬영이기도 한 터라 몇 번의 테이크 끝에 가볍게 끝내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원테이크로 찍었는데도 NG 하나 없이 찍힌 것을 자축하며 감독님과 눈물의 하이파이브를 한 후.

중앙 시장의 상인 분들과 악수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가 팬이야. 팬.”

“누구를 제일 좋아하시나요?”

“유중혁이.”

“김중현이에요.”

“김중혁이?”

중현이가 맞습니다 전 김중혁이에요 하고 훈훈하게 웃었다. 지호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제 이름은 뭐게요~?”

“안지호?”

중현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지호를 토닥였다. 내 순서는 피하려고 할 때, 리혁이가 나를 콕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이 사람은요?”

“김… 우주?”

생각보다 시트콤의 임팩트가 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나이 지긋한 상인 분들까지 우리 이름을 다 안다는 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폭립 등갈비나 석쇠 불고기 같은 야시장 요리를 먹으면서 강조했다.

“저희 가수입니다! 이번에 노래 엄청 할 거예요.”

“자 다 같이! 뉴블랙은 뭐다?”

‘가수다!’ 하며 외치는 상인 분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배를 두드렸다.

돌아다니면서 야시장의 먹거리를 애피타이저로 먹었으니 이제 본 요리를 먹어야 할 때였다.

민기 형이 멍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너네 위장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춤추면 다 소화 돼요.”

특히나 오늘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춤을 춘 터라 기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갑시다! 오늘은 저 선우주가 쏩니다!”

“와아아아아아-!”

경주 최고의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수플레들이 보내 준 음식점 명단을 하나씩 훑어보고 있을 때.

“음?”

핸드폰에 메일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떴다.

영어로 해외 저작권료 정산서가 날아왔다는 문구에 갸웃하다가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

비주가 외쳤다.

“블루문 저작권료인가 봐요.”

“그러네.”

어디 한번 얼마나 들어왔는지 볼까, 하면서 핸드폰을 슥 들어서 정산서의 금액을 확인…….

확인….

“형. 왜 그래요?”

“잠시만.”

두 눈을 비비고 액수를 바라보았다.

작년 할로윈에 공개된 Blue Moon이 두 달간 미국 스트리밍, 다운 사이트와 라디오, 방송으로 벌어들인 금액의 총합.

“……이게 뭐시여?”

0의 개수가 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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