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2)화 (57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2화

어쿠스틱 기타를 멘 선우주가 발꿈치로 나무 바닥을 두드리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국악 연주자와 밴드 세션에게 타이밍을 알려 주듯이.

그가 고개를 까딱이며 손짓하자 악기들이 하나씩 끼어든다.

‘우와…….’

국악기와 현대 악기가 절묘하게 섞여 들어 이등병의 편지 전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처럼 연주자들에게 씩 웃던 우주가 고개를 돌렸다.

스탠딩 마이크에 얹은 입술이 부드럽게 열렸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가사를 읊었다.

순식간에 옛 라디오에서 초대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서정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곧바로 입대 예정인 수플레와 아버지에게 시선이 모였다.

‘아버님 되게 좋아하시네.’

자신의 아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주는 우주의 갸륵한 마음이 잘 전달됐는지 아버지가 뭉클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입대 예정인 수플레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이등병의 편지가 절정에 달하고.

-자, 여기까지.

가수의 손짓에 악기 소리들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어쿠스틱 기타의 현 위로 손가락이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위로하는 듯한 음률이 흘러나오고.

다른 멤버들도 같이 허밍을 해 주면서 노래가 막을 내렸다.

“와아아아아아아!”

눈을 살포시 뜬 리더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잘 다녀와요.

그러고는 인사하듯이 손을 흔들었다. 같이 손을 흔들려는 동생들에게 리더가 웃으며 제지했다.

-이건 군필자만 할 수 있는 거야. 얘들아.

-칫.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마치 훈련소에서 동생이나 가족을 배웅할 때처럼 아련한 분위기가 감도는 공연장.

-저 그런데…….

우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우리 어디까지 했죠?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쿠스틱 기타를 든 우주가 뺨을 긁적였다.

-노래 부르느라 어디까지 말했는지 까먹었네요. 기억하시는 분?

-나요.

리혁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관객분들 얼굴 보면서 말 걸고 있었어요.

-아. 맞다.

리더가 씩 웃으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러곤 500명이 넘는 관객을 향해 웃었다.

-정말 다양한 분들이 와주셨네요. 한 분, 한 분씩 말을 걸어 보고 싶지만, 시간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하는 인사로 대신하겠습니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쇼케이스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이곳은 남산골 서울 국악당이고요. 여러분은 지금 저희 뉴블랙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

라디오 멘트를 하듯이 나긋하게 말하던 우주가 기타를 튕겼다.

중현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되게 라디오 스타일이네요. 오늘.

-맞습니다. 중현 씨. 별이 빛나는 우주선의 밤이에요.

적절한 네이밍 센스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분위기를 그렇게 잡아서 그런지 쇼케이스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음악 쇼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평범하지만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수도권 지하철 환승 음악 듣고 싶으신 분? 국악으로 울려 퍼지는 노래 알죠?

국악 연주자들이 흐뭇한 얼굴로 환승 음악 ‘얼씨구야’를 연주하면서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음악이었다.

우주와 중현이 쿠궁, 쿠궁 하며 효과음을 넣는 가운데 지호의 낭랑한 목소리가 또랑또랑 울려 퍼졌다.

-이번 역은 뉴블랙, 뉴블랙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다른 방면으로 가실 고객님께서는 이번 역에서 우주선으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국내 최고의 국악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콜라보에 Y앱으로 보던 시청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저런 분들 연주하는데 나레이션 넣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즐기는 게 더 웃김ㅋㅋㅋ

-이거 제목이 얼씨구야였구나

-국립국악원: (흐뭇)

-가야금 연주자분 존예

-근데 애들 예능 진짜 잘하는 거 같아. 짧은 시간 동안 연주자분들 캐릭터까지 다 잡아 주는 듯

‘이번 도깨비에서 악기 연주 녹음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는 우주의 말에 악기를 띠잉~ 튕기며 고개를 젓는 등.

연주자들도 감초처럼 스며들어 오는 느낌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스페셜 앨범의 다른 곡들의 무대가 이어지고 이벤트 코너도 중간중간 나왔다.

그중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바로 황금 방망이 돌림판이었다.

-네. 우리 맨 앞줄에 계신 황금 수플레 여러분! 가장 어려운 고난이도의 미션을 클리어한 여러분께는….

-저희가 준비한 편지와 함께 아주 어마어마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딴따라라란란!

스탭들이 드르륵 하며 황금 수플레 캐릭터가 주먹을 쥐고 있는 돌림판을 가져왔다.

초등학생들이 짜는 방학 시간표처럼 널찍한 칸에 ‘도깨비 굿즈’ 같은 것이 적혀 있고. 아주 미세한 눈금들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같은 게 적혀 있다.

-Sponsored by 박규호 대표님이고요.

우주에 이어 비주가 환히 웃었다.

-황금 방망이를 찾은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추첨입니다. 이렇게… 끙. 이렇게 돌리면 눈금이 총총총 돌아가요.

비주가 한 번 돌리자 황금 수플레의 손가락에 ‘도깨비 응원봉’이 걸렸다.

중현이가 끄덕였다.

-보시다시피 확률 조작은 전혀 없습니다. 1% 확률로 가전제품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이제 한 명씩 나와서 돌리는 건가 할 때, 우주가 한복 소매를 걷어붙이며 나섰다.

-제가 돌릴 거예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왔다 사기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규호도 알고 준비했을 거야

-???: 우주선을 아냐고요? 내가 아는 타짜 중에 최고였어요

-가전제품을 증정하기 위한 큰 그림ㅋㅋㅋ

-황금방망이 찾았다는 사람들이면 받을 만하지

-뭔가 주주총회에서 배당 선언하는 느낌이야..

-우주 더 유명해지기 전에 라스베가스 한 번 가야될텐데

곧바로 우주가 생긋 웃으며 가전제품 파티를 벌였다. 확률 1%가 쉴 새 없이 터지는 모습에 현장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저게 되네.’

맨 앞줄에 앉아 웃음을 터뜨리는 황금 방망이 수플레들에게 뉴블랙 멤버들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저희는 은혜 갚는 제비예여!’

아이돌 사상 최초, 돈으로 보답하는 최애들이었다.

*   *   *

정신없는 웃음과 함께 쇼케이스가 흘러갔다.

이벤트 추첨을 비롯해 악기 연주자 분들이 쉴 시간도 마련할 겸, 앨범에 대한 Q&A를 진행했다.

포스트잇으로 가득한 화이트보드.

“여러분들이 보내 주신 질문이 많네요.”

하나씩 떼어 가며 질문에 답하기로 했다. 리혁이가 처음으로 포스트잇을 뗐다.

“흐아…….”

“왜?”

“떼는 감촉이 너무 좋았어요.”

“…….”

가끔 새로 산 책에다 코를 박고 행복해하는 등, 필기도구나 포스트잇을 좋아하는 우리 메인 보컬이었다.

헛기침을 한 리혁이가 질문을 읽었다.

“왕지호나랑이혼해 님이 보내 주신 질문이에요. 이번 앨범 컬러는 왜 회색인가요?”

“저 이혼 당했어요?”

막내의 반응에 웃음이 흘러나오는 동안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앨범 컬러가 회색인 이유는 바로 저희의 정규 앨범에서 이어지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에요. Empire 앨범이 검정인 건 아시죠?”

-네!

“저희의 Five Colors 5부작에서 이제 개인 컬러를 다루고 나서 다시 흑색으로 돌아왔잖아요?”

그때 기획한 것이 블랙 앤 화이트였다.

주제는 갈등과 화합.

불꽃놀이에 이은 5부작 앨범에서 만남과 이별을 다뤘다면 이번 3부작의 주제는 갈등과 화합이었다.

“이번 스페셜 앨범은 두 앨범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을 담고자 했어요. 저번 앨범의 주제였던 갈등. 그런 갈등이 왜 일어날까? 에 대한 저희 나름의 생각을 담았어요.”

왜 사람들끼리 다투게 될까 하다가 나온 이야기였다.

그야 당연하게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막내의 말에 주제가 결정되었고.

소재를 생각할 때는 중현이가 기이한 존재들에 대한 의견을 냈다.

“검은색과 흰색. 밤과 낮. 그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 지대를 다루고 싶었어요. 낮과 밤에 속하지 않는 기이한 존재들을 넣으니까 딱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신화나 설화 속 존재들이 앨범의 주제가 됐다.

과거에 키나 덩치가 유독 컸던 사람들로 인해 거인 설화 같은 것이 구전되어 전해졌듯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설화 속 존재가 된 이야기들.

그쯤에 이르러 중현이에게 바톤을 넘겼다.

“사실 도깨비란 곡을 쓸 때에 중현이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중현이 네가 설명을…….”

팬들이 오오오~ 하며 추켜세워 주는 추임새에 중현이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영감을 좀 얻었어요.”

초등학교 때라고 했던가.

저번에 중현이가 내게 이야기했던 야구부 시절을 에둘러 표현했다.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이 있잖아요. 남들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나에게 부족한 어느 부분이 남들과 같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나와 동생들, 관객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한 표현을 찾기 위해 한참을 고민하던 중현이가 말했다.

“도깨비는 그런 의미로 준비한 노래예요. 다른 사람과 달라도 상관없다, 괜찮다 하고.”

우리 래퍼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완전히 어른이 아니라서 어수룩하기도 하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진심을 담아 만든 노래예요.”

“참고로 만든 건 제가 만들었어요. 얘네들은 뒤에서 한마디씩 하기만 하고~”

내가 가볍게 웃으며 끼어들면서 살짝 무거워질 뻔하던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렸다.

중현이가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이런 의도를 담아 만들었지만, 저희가 만드는 노래의 목표는 다들 아시죠? 재미있게 노는 거~”

윙크를 하면서 웃어 보이자 동생들이 정색하고, 팬들이 환호했다.

슬슬 도깨비 무대가 다가올 차례.

악기 연주자들이 준비하는 동안 마무리 멘트를 준비했다.

“이제 곧 도깨비의 무대가 최초 공개될 텐데 다들 기대되시나요?”

-네에에에!

“좋습니다.”

스탭들이 무대 소품을 치우는 동안 우리는 엔딩 대형으로 섰다.

막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도깨비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어요. 요즘 여러분과 함께 하는 저희 모습을 담았거든요.”

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데뷔 초에만 해도 라이브 방송이나 이런 게 많이 어색했거든요. 어떻게 해야 되지? 어떻게 말을 해야 될까 하고 엄청 떨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팬분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도 알 것 같고.”

동생들의 멘트에 내가 덧붙였다.

“또, 저희가 이제 활동한 지 3년 정도가 다 되어 가는데… 처음과 느끼는 바가 또 다른 것 같아요.”

데뷔하고 모든 게 어색했을 때는 열심히 해서 이 관심과 애정에 보답해야지 하는 마음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여러분이랑 노는 게 더더욱 재미있어졌어요. 저희가 정말 에너지를 얻어 가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환호성으로 답하는 수플레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도 오늘 재미있으셨나요?”

이구동성으로 화답하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꾸벅 인사를 올리면서 다시 한번 큰 함성이 날아들었다.

“앞으로도 저희가 즐겁게 해 드릴게요.”

“지금까지 뉴블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조명 속에서 동생들과 무대 대형으로 모였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무대를 할 차례였다.

*   *   *

수플레들은 심장이 콩닥콩닥하는 기분을 느끼며 암전된 무대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지잉-!

징이 울려 퍼지고 국악풍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객석이 요란하게 들썩였다.

환하게 밝아 오르는 조명 아래로 짓궂게 웃는 멤버들의 얼굴이 보인다.

Y앱 중계 카메라에 잡힌 지호가 색조 화장을 한 눈을 찡긋하면서 웃는 모습이 흘러나오고.

‘우와…….’

어둠 속을 헤매는 기이한 존재처럼 꾸물꾸물 움직이던 5인조 속에서 리혁이 앞으로 나섰다.

손을 이마에 살짝 올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길을 잘못 들었나

그랬군

두리번거리는 메인 보컬의 뒤로 4인조가 몰래 숨어 지나가는 듯한 안무를 펼쳤다.

잘못된 시간에 깨어났나

그랬군

제자리에 멈춘 리혁의 뒤에서 꾸물거리던 4인조가 추임새를 덧붙였다.

그럴 수 있지

판소리 무대를 보는 것처럼 유쾌한 분위기였다.

장단의 엇박의 맞춰 한국인들이 특유의 박수를 칠 때, 리혁이 들어가고 서브보컬인 지호가 나섰다.

머리 위를 톡톡 두드리는 안무.

자고 나니 뿔이 붙었네

뿔이 없는데

방망이를 사람에게 휘두른다네

우리가

현대에 와서 왜곡된 이미지가 덧씌워진 도깨비의 팔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듯한 가사였다.

검지를 빙글 돌리던 지호가 멈춰 서고, 4인조가 다시금 낮은 목소리로 유쾌하게 읊조렸다.

그럴 수 있지

장단이 또 한 번 바뀌면서 빨라진다.

꾸물꾸물 숨던 것을 멈추는 것을 보여 주듯 안무 동작이 조금 더 크게 펼쳐지는 가운데.

미끄러지듯 걸어 나온 리드 보컬이 팔찌를 짤랑이며 무대 좌우를 돌아다니면서 멤버들도 따라붙었다.

리더의 얼굴에 유쾌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한양이 어디오

서울이라고

세상 천지가 바뀌었는데

우린 그대로네

국악기의 사운드가 서서히 약해지면서 팝 느낌이 조금씩 강해졌다.

우주와 합류한 멤버들이 좌우로 촤악 갈라지면서 뒤돌아 있던 비주가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나섰다.

형체를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처럼 안무 대형이 이리저리 출렁이고.

흥겹게 춤을 추면서도 정면을 바라보는 메인 댄서의 눈빛이 시리도록 선명했다.

하지만 무어 어떠해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춤이나 출까

우리가 누구냐

그 말에 답하듯 래퍼가 튀어나왔다.

무대 중심에 선 중현이 손을 물결치듯이 흔들며 웨이브를 타면서 멤버들도 동참했다.

가비 가비 돗가비

오도까비

도깨비의 옛 이름들이 흘러나오는 후렴구에 관객들이 같이 흥얼거렸다.

멤버들이 흥겹게 웨이브를 타는 안무가 펼쳐지면서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걱정이나 근심이 있으면 털어 버리자는 듯 옷자락이 시원하게 흔들렸다.

멤버들이 말했던 것처럼 정말 신명나게 놀자는 분위기였다.

곧이어 1절에 이어서 2절로 넘어갔을 때.

‘오?’

팬들의 눈에 신기한 안무가 보였다.

댄스 브레이크 구간을 앞두고 우주와 비주가 가위바위보를 한 후에 안무 대형이 촤악 펼쳐지는 것이 있었는데.

‘비주가 어떻게 이겼… 아니 안무가 달라지네?’

뮤비와 달리 비주가 가위바위보를 이기면서 안무 대형이 뮤비에서 봤던 것과 또 달라졌다.

변칙성을 보여 주기 위해 준비한 안무인 듯했다.

아이디어가 좋았다.

무승부가 되면 또 다른 안무가 펼쳐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댄스 브레이크와 함께 무대가 막을 내렸다.

-감사합니다!

장난기 가득한 도깨비처럼 생글거리며 손을 흔드는 멤버들.

그리고.

펑-!

효과음과 함께 무대에 하얀 연기가 깔리면서 멤버들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진짜 도깨비가 사라지는 듯한 모습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성을 더했다.

정말이지 뉴블랙스러운 무대였다.

*   *   *

쇼케이스가 끝난 후.

수플레들은 쏟아지는 소식에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었다.

-뉴블랙, 다시 한번 역대급 컴백.. Y앱 라이브 쇼케이스 중계 ‘역대급 조회수’

-‘국민 아이돌’.. 이번엔 ‘도깨비’로 음원 차트 줄세웠다

-MV도 터졌다.. ‘도깨비’ 역대 최단기간 1000만 뷰 돌파 예상

Empire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1000만 뷰를 순식간에 갱신할 거라는 최애였다.

잘될 거라고 예상하긴 했는데 예상을 웃도는 성적.

오늘 쇼케이스의 시청자 숫자가 충격적이었는지 안티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엠파이어가 최대치가 아니었다고……?’

팬들도 당혹스러웠다.

너무나 당연하게 Empire의 성적을 최대치로 잡고 있었던 수플레들이었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든 잘 유지해 나가자, 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다짐도 하고.

-아니ㅋㅋㅋㅋㅋ 나 진짜 성적충 되지말자 그러고 결심했단 말이야

-여기서 어떻게 더 나올 수 있는 게 있나 싶었는데 미튭 조회수 더 올라갔네..

-아니 어케 아직도 유입이 있지

-스페셜이란 게 성적이 스페셜하단 뜻이었을까

-규호는 오늘도 웃고 있다

-역시 규설뉴..

-그건 뭐야

-규호를 설레게하는 뉴블랙이야. 오늘부터 내가 쓰기로 결정함

-갈길이 멀다 이 팬덤

아직 첫날이라 일반인들 반응은 알 수 없지만 확고부동한 실시간 차트 1위에 머무른 도깨비였다.

워낙 대중픽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이번에 홍보도 잘됐고.

쭉 줄세우기를 한 음원차트 성적이야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건 뭐지.’

수플레들이 가장 놀라고 있는 것은 바로 음반 판매량이었다.

발매 직후 7일간의 판매량으로, 팬덤 화력의 지표로 쓰이는 초동 판매량.

[뉴블랙 스페셜 2집 ‘~기이(奇異)~’ 1일차 초동 마감]

175,3**

첫날에 무려 17만 장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레몬 주식 언제 상장하냐

-첫날 최고치 찍었네..

-이번에 뉴블랙 팬싸랑 음방 없지 않음???

-몇종이야 나 궁금해

-뉴블랙 공구 총대가 석유 부자라는 설이 진짜였나

음악 방송이나 팬사인회도 따로 없고, 그저 소장용 앨범으로 내는 스페셜 앨범일 뿐인데도 압도적인 판매량이었다.

정규 앨범이었던 Empire의 61만 장.

그때보다 첫날이 더 나왔다는 소식에 팬들이 벙찌는 중이었다.

물론 첫날만 봐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Empire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적게 나와야 정상인데, 수치가 이렇다는 건 신규 팬 유입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었다.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고……?’

좋기야 하지만 마치 키가 4미터가 됐는데 성장판이 안 닫혀 있다는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이제야 산 정상에 올라왔다고 좋아하는데 산이 알아서 쑥쑥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팬들이 침을 꼴깍 삼키면서 아득한 높이를 체감하고 있을 때.

“음?”

얼마 안 가 미튜브에 그간 전국 곳곳에서 찍었던 독특한 안무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썸네일을 확인한 수플레들이 따스하게 웃었다.

‘역시 경찰에게 쫓기고 있군.’

팬들이 예상했던 느낌 그대로 올라온 영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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