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4화
같은 시각.
<지금 내 고향은>을 시청하던 중장년 시청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골 때리는 애들이야.’
허우대도 멀쩡하고 생긴 것도 왕자님이나 공주님처럼 뽀얀데. 맨날 이상한 것들만 하는 애들이었다.
물론 그게 바로 뉴블랙의 매력이긴 했다.
지난 1년간 지역 소식 알리미를 하면서 온갖 기상천외한 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으니까.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음 주에는 대한민국 최대 마술 페스티벌! 부산 국제 매직 페스티벌이 개최됩니다!
외발자전거 위에서 저글링을 하면서 마술 축제 소식을 알리기도 하고.
-안녕하신삼!
-다음 주에 열리는 금산 인삼 축제? 알고 계시나요?
인삼탈을 쓰고 등장해서 기대해 주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사연을 읽어 주면서 트로트 신청곡을 신명나게 부르기도 했다.
애청자들 입장에선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인기가 엄청 많던데.’
TV를 틀기만 하면 광고나 예능에서 얼굴이 나오고.
멤버들 사진을 붙여 놓고 설문조사를 하면 열에 아홉은 이름을 맞힐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도 높다.
그런 그룹이 계속해서 출연했던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껍기도 했다.
“그니까 저게 새로 나온 노래냐?”
“응응, 할머니. 신곡이야.”
“쟤네는 신곡 무대를 뭐 이런 데서 한대. 그 가수들 나와서 춤추는데 안 나가고.”
“이번에는 그렇게 하나 봐.”
“그래?”
애청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왜 이런 데서 노래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에 손주손녀와 이야기할 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동안 그들의 귀에도 흥겨운 노래가 흘러들어온다.
가비 가비 돗가비
오도까비
가운데 선 중현과 멤버들이 팔다리를 꿀렁꿀렁 흔들면서 그야말로 신나게 도깨비들처럼 춤을 춰댔다.
진짜 산속에서 불을 피워 놓고 춤추는 도깨비들 같다.
‘노래가 좋네.’
그동안 뉴블랙의 노래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취향이라고 할 만한 곡은 많지 않았다.
명곡단에서 옛 노래를 리메이크한 노래들이나 겨울잠 같은 노래들 정도만 좋았는데.
“새롬아.”
“응?”
“저거 노래 어떻게 핸드폰에 좀 넣어 줄 수 있냐?”
“넣어 줄 수 있지. 근데 미튜브로 봐도 되지 않아…?”
“할매는 그런 거 몰라.”
국악풍의 멜로디에 자꾸만 듣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분명히 요즘 애들이 좋아할 노래처럼 들리는데 묘하게 자꾸 귀가 기울여지게 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자, 다 같이!
막판에 휘모리장단으로 춤판이 펼쳐진다.
풍물놀이 패처럼 덩실거리며 춤추던 뉴블랙의 모습에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춤도 잘 추네.’
그간 손주들처럼 귀엽게 꺄르륵 하던 뉴블랙이 진지하게 옷을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광경에 감탄이 나왔다.
이래서 가수는 가수인가 싶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끼는 동안에도 후렴구가 계속해서 흘러들어 왔다.
가비 가비 돗가비
오도까비
숨을 헐떡이던 척하던 중현이 카메라를 향해 턱짓으로 까딱하고 웃으며 무대가 끝났다.
-와아아아아!
기립박수를 치는 출연자들의 과한 리액션과 제작진들이 손으로 조잡하게 뿌려 대는 어설픈 금박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진지하게 서 있다가 빵 터진 뉴블랙이 그만하라는 듯 손짓한다.
-네! 여러분! 어떠셨나요. 방금 무대? 여러분이 방금 들으신 노래가 바로 저희의 신곡 도깨비입니다!
-가비 가비 돗가비~
후렴을 흥얼대는 동생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맏형이 웃었다.
-꼭 기억해 주세요. 저희의 노래.
-가비 가비 돗가비~
그러고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네, 지난 1년 동안 저희 뉴블랙과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내 주신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여러분을 즐겁게 해 드리는 예능인이 되겠습니다!
옆에서 활짝 웃던 멤버들이 멈칫한다. 히히 웃고 있는 맏형에게 비주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속삭인다.
눈을 부릅뜬 우주가 웃으며 정정했다.
-예능인도 되고! 가수도 되겠습니다!
-네, 지금까지 뉴블랙이었습니다.
리혁이 눈치 빠르게 손뼉을 치면서 다들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안녀어엉~ 하며 손을 흔들던 뉴블랙 멤버들이 스튜디오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네. 뉴블랙의 멋진 무대였습니다.
엔딩 멘트를 하기 위해 다시금 MC들이 앉아 있는 데스크로 화면이 넘어왔다.
그 뒤로 5인조가 와글와글 떠나는데 리혁이 입모양으로 ‘바보예요?’ 하고 리더가 이이잉 하며 자기 머리를 콩콩 치고 있다.
뒤편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여자 아나운서가 입술을 꾹 말고 뺨을 꿈틀거렸다.
-오늘 날씨가 좀 풀리는 듯했는데 어떻게 추위가 물러가나요?
-네, 오늘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서….
일교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몸 관리 잘해야 된다는 엔딩 멘트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전국에 있는 시청자들의 핸드폰에는 회색빛 앨범 아트가 떠올라 있었다.
국악풍 리듬으로 울려 퍼지는 가비 가비 돗가비 하는 후렴구.
‘좋구만.’
50대 이상 차트에서도 순위가 쭉쭉 올라가는 도깨비.
대중들에게 노래를 알리겠다고 목표한 뉴블랙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디디는 순간이었다.
* * *
<지금 내 고향은>의 무대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아무래도 첫 컴백 무대를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했다는 것이 이색적으로 다가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대 쪽으로만 포커스가 가진 않았다.
[내 고향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뉴블랙의 지난 1년 발자취]
(젖소들에게 마르크스 선언을 읽어 주는 뉴블랙의 래퍼.gif)
(인삼 탈을 쓰고 있는 멤버들 속에서 고구마 탈을 쓰고 있는 중현.gif)
(얼음 축제 홍보를 위해 겨울 여왕처럼 차려입고 등장한 리혁.gif)
(도자기 축제 홍보를 위해 도자기를 직접 만드는데 거의 장인처럼 만드는 리더.gif)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블랙이 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원픽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짤
-뭐야 내고향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나ㅋㅋㅋㅋ
-세레니티가 이어받는다고 했나? 얘네도 부담 겁나 되겠다
-저거 패널들 반응이 더 웃김ㅋㅋㅋㅋㅋ
-(필사적으로 먼 곳을 돌아보는 리포터들의 표정.gif)
사람들이 웃고 있는 게시글을 시작으로 홍 과장님이 보내 준 링크를 하나씩 살폈다.
[어제자 웃음 챌린지였던 뉴블랙 내 고향 출연]
1차 : 인터뷰하는 뉴블랙의 옆에서 은은하게 나오는 병맛영상들
2차 : 금화 뿌리는 사행성 도깨비
3차 : 뒤편에서 이이잉 하는 리더와 구박하는 동생들
-ㅋㅋㅋㅋㅋㅋㅋㅋ저건 인정
-나 어제 보다가 사행성 도깨비에서 뿜음
-금화 저건 진짜 영상으로 봐봐ㅋㅋㅋㅋ 개웃김
-대단하다 저걸 참네
-지난 1년 동안 뉴블랙이랑 같이한 사람들이라 약간 내성 있음
-[병맛저항 +100%]
-보통 막 방송하다가 빵 터지면 방송사고라고 하는데 저건 나무라는 사람 1도 없긴 하더라ㅋㅋ
-우주선 말하다가 고장났네
-세 번째 짤 이이잉 너무 귀엽다ㅋㅋㅋㅋㅋ
그쯤에서 핸드폰을 껐다.
거기서부터는 어제 나의 실수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니까.
꺄르륵 웃는 동생들을 얄밉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중현아.”
“네.”
“언제부터 나의 권위가 이렇게 없어졌을까.”
“있었냐고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닐까요?”
“너 이리로 와. 누가 똑똑한 말 하래.”
이놈의 녀석 하며 불렀지만 중현이가 미안해yo 하며 파파팟 도망쳤다.
태블릿 PC로 웹서핑을 하던 리혁이가 흐음 하며 말했다.
“근데 멋진 이미지로 가겠다는 건 실패긴 하네요.”
“그니까.”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거기서 예능인이라고만 안 했어도 우리 이미지가 가수가 됐을 거라고요.”
“아니… 예능인이라고 하면 안 돼, 안 돼 하다가 말이 나왔다니까.”
흥 하고 비웃는 리혁이에게 말했다.
“솔직히 같이 금박 뿌려 놓고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사회적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뿐이에요.”
“그래여?”
막내가 쏙 끼어들었다.
“형이 제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야!”
“아아아! 와, 맨날 나만 구박하는 거 봐.”
약자한테만 강한 서리혁이라고 막내가 힐난을 하면서 둘이 투닥대는 동안 미튜브를 살폈다.
어제자 출연분이 벌써부터 다양하게 편집되어 돌아다니고 있다.
좋은 점이라면 무대와 예능에 대한 관심이 하나로 결합되어서 우리가 목표했던 예능하는 가수에 다가가는 듯하기는 했지만.
“예능 이미지는 버릴 수가 없네…….”
우리의 중얼거림에 매니저 형들이 물었다.
“그거 아직도 포기 안 했어?”
“멋진 가수 하고 싶단 말이에요…….”
“우리가 보기에는 너희 엄청 멋져.”
감동이지? 하는 표정으로 느끼하게 웃는 매니저 형들에게 우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소용없어요.”
“저희는 사람들의 인정을 원해요.”
시무룩하게 축 처진 매니저 형들을 보며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동생들이 헤어 메이크업을 위해 의자에 앉으러 갈 때, 매니저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
“윤 팀장님이 그러시는데 금화 뿌리는 퍼포먼스는 안 하는 게 나을 거라더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어제 방송 끝나고 방심위에 민원 넣은 사람들이 있다나 봐. 천민자본주의… 뭐 그런 말이 들어가 있다는데. 모두가 보는 프로그램에 황금을 뿌리는 건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그…게요?”
“우리 딴에는 도깨비를 구현한 거지만 그렇게 느낀 사람들이 있다나 봐. 뭐, 기사화될 거리도 아니긴 한데.”
그게 거기까지 갈 일인가 싶긴 한데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안 하기로 결정했다.
예능적인 재미와 말이 나올 만한 이야깃거리 중에서는 후자를 피하는 게 더 현명하다.
“멤버들한테 제가 잘 이야기할게요. 그리고 다른 건요?”
“오늘 스케줄 관련으로 일단…….”
다음 주에 있는 가요 시상식을 비롯해 설날 휴가 전까지의 스케줄에 대한 유의사항을 전달 받았다.
이번에 각자 본가로 돌아가기로 한 설 연휴 직전까지 스케줄이 이것저것 많다.
물론 밤을 새워야 할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음악 방송 출연이 없어서 그런지 요즘은 거의 6시간씩 푹 자고 있으니까.
너무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설 연휴 끝나고 나면 새 로드 매니저들이 들어 올 거야.”
“오오!”
“세 명 정도 뽑아 놨는데 지금 연수 중이거든. 끝나자마자 바로 합류시키려고.”
“형들 쉴 시간이 좀 생기겠네요.”
그동안 우리 매니저 팀 규모가 적긴 했지.
대부분 단체 스케줄이라서 큰 인원이 필요 없기도 했고, 배우팀 현장 매니저들이 인력 보충을 해 준 덕분이었다.
배우들은 직업 특성상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사실상 스케줄이 거의 없다. 그랬기에 그 기간 동안 일이 없어서 쉬는 매니저 인력이 충원되고 그랬는데…….
이제는 우리의 활동 규모가 커지고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진 터라 고정 인력을 3명 더 추가하려는 듯했다.
6인조인 틴스피릿만 해도 매니저가 10명 정도 붙어 있으니까.
“민기 형, 그러면 승진하는 거예요?”
“아니.”
민기 형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현장팀 대빵 정도 되는 거지. 이제 원석이는 부팀장 정도 되는 거고.”
“막내 매니저 탈출이야.”
원석이 형에게 축하한다고 말을 해 주고는 멤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얘들아. 우리 신규 매니저 분들 들어온대!”
“대박!”
“그럼 우리 환영회 열어요?”
눈을 반짝이는 비주의 모습에 매니저 형들이 다급하게 만류했다.
“나중에 확정되면 열어. 확정되면.”
“왜요?”
“일단 그 친구들이 너희 스케줄을 따라갈 체력이 되어야 하는 거니까…….”
“아.”
체력이 안 돼서 나갈 수도 있다는 말에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미친 스케줄이었으니까.
매니저들의 승진 기간이 짧은 이유는 높은 연차의 인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2년차까지는 많아도 3년차 이상부터는 확 줄어든다.
새삼스럽게 우리 매니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형들. 오늘 고기 사 줄까요?”
“응.”
고마움은 고기로 갚는 것이다.
회식한다며 잔뜩 신이 난 형들을 보고는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거울 앞 의자로 향했다.
촬영 시작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1시간.
내 고향에 이은 오늘의 예능 녹화는 바로 TBC의 국민 예능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의 깜짝 출연이었다.
* * *
상암동 TBC 사옥 앞.
입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날씨에도 설 특집 녹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주세한 출연진이었다.
-다들 세배는 잘 하셨습니까?
확성기를 든 구재영 PD의 말에 주세한 멤버들이 궁시렁거렸다.
“말도 마요! 피디님! 이번에 진짜 힘들었다니까. 내비 딱 찍었는데 해남 땅끝 마을이 나오는 게 어디 있어?”
“인마, 나랑 희연이는 미국까지 가서 세배하고 왔다. 나는 내가 세배를 받아야 되는 나이인데.”
원로배우 우재용의 말에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주세한의 설 특집 ‘세배하러 갑니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은퇴 연예인이나 원로 배우 등을 찾아가 안부를 묻거나, 일반 시민들의 집을 찾아가 새해 덕담을 나누는 내용의 특집이었다.
해외에 있는 독립 열사의 무덤을 찾아가기도 하고.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주어지는 금화를 가장 많이 모은 팀이 우승하는 시스템이었다.
-자. 오늘은 중간 정산 시간입니다.
구재영 피디가 총 7명인 4개 팀을 호명하며 현재 금화가 몇 개인지를 알려 주었다.
선두의 우재용-여희연 팀이 의기양양하게 웃고, 꼴찌인 송진우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구재영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아직 미션들이 남기도 했지만… 지금 점수 차로 보면 역전이 굉장히 힘들지 않습니까?
“아, 뭐야. 우리 또 빼앗기 게임 그런 거 해요?”
-네.
“아아아! 이런 거 하지 좀 마요!”
-걱정 마세요. 여러분끼리 뺏고 뺏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출연진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제작진 속에서 탈춤의 도깨비 탈을 쓴 스탭이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여희찬이 물었다.
“우리 춤춰요?”
-아뇨. 그런 게 아니고요. 도깨비와 내기를 하셔야 합니다.
“도깨비?”
-네! 여러분의 세뱃돈을 빼앗기 위해 도깨비가 출동했습니다. 도깨비와의 내기에서 이기면 추가로 금화를 얻고, 패배하게 되면 일정 금화를 도깨비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출연진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러면 우리끼리 연합해도 돼요?”
-네! 여러분 모두가 힘을 합쳐 도깨비와 맞서 싸울 수도 있습니다. 각 팀에게 주어지는 금화의 양은 변치 않습니다.
“오오오!”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미션을 진행하는 동안 현금 대신에 쓰이는 금화였다.
그래서 중간중간 맛난 맛집 방문에 금화 몇 개, 이런 식으로 소모하도록 유도하는 제작진이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탈춤을 추는 스탭이 덩실덩실 움직이는 동안 여희찬이 가비가비 돗가비~ 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뉴블랙이 신곡이 나왔네.”
“애들 보고 싶다. 잘 지내나?”
“신곡 대박난 거 축하한다고 문자 보냈는데, 요즘 잘 지낸대요.”
그런 식으로 잠시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샐 때, PD가 게임을 소개했다.
-게임 종목은 여러 개가 있습니다. 자세한 종목에 대해서는 이따가 소개를 해 드릴 것이고요.
PD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오늘 게임을 함께 해 주실 도깨비들을 모셔 보겠습니다.
“……?”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작진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쏘옥 하고 튀어나왔다.
손에 하얀 적삼을 든 도깨비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걸어 나온다.
“어?”
“어어어?”
주세한 출연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깨비 탈을 쓰고는 있지만, 저 독특한 23세기 한복 의상이 어디에 나오는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뭐야!”
개그맨 오형석이 웃음을 터뜨리고 예능인 나미리가 어머 하고 바라보고. 양옥분이 새침한 미소를 지을 때.
구 PD가 확성기를 들었다.
-오늘의 도깨비, 뉴블랙을 소개합니다!
도깨비 탈을 슥 벗자 안에서 새하얀 얼굴들이 오뚝한 콧대를 드러냈다.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드는 뉴블랙에게 주세한 멤버들도 펄쩍펄쩍 뛰며 손을 흔들었다.
“블랙이들아!”
“안녕하세요오오!”
“왜 나왔니!”
“노래 홍보하러 나왔습니다!”
솔직하게 답한 뉴블랙 멤버들에게 주세한 출연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히 5인조여야 하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비주, 리혁, 중현, 지호까지 네 명뿐이었다.
“우주는?”
“얘들아! 우주는 어디 갔어?”
…하는 말을 하던 주세한 출연진의 뇌리에 무언가가 퍼뜩 스쳤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근처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패딩을 입은 남자 스탭.
우리 팀에서 저렇게 실루엣이 잘생긴 스탭이 있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했던 바로 그 스탭.
“후후후. 맞습니다.”
도깨비 탈을 슥 벗자 새빨간 머리카락의 미남이 등장했다.
바로 그때.
웃음을 터뜨리던 출연진 앞에서 우주가 바지춤을 훌렁 내렸다.
“……야!”
갑자기 바지를 벗는 돌발 행동에 야잌! 하며 출연진들이 눈을 가리고 식겁했다.
도리어 고개를 갸웃하는 우주.
“의상 갈아입어야죠.”
“야!”
“왜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시나요…?”
“저저…….”
곧이어 츄리닝 바지 안으로 한복풍 의상이 드러난다.
패딩을 슥 벗자 한복풍 상의도 드러나고.
“내가 쟤 때문에 미치겠다. 증말…….”
원로배우 양옥분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웃음을 터뜨릴 때.
곧바로 모인 5인조가 상암동 TBC 사옥의 빨간 사각형을 배경으로 도깨비 무대를 펼치기 시작했다.
“미친! 뉴블랙…!”
“뉴블랙…?”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이 구경하려고 핸드폰을 들고 달려오고.
스탭들 사이에서도 감탄 어린 비명이 흘러나오면서 상암동 사옥 앞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좋구나…….’
흐뭇한 눈으로 무대를 감상하던 주세한 출연진이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들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잠깐만.”
오형석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우리 그러면 쟤네랑 게임해야 돼?”
“어……?”
“맞잖아. 도깨비랑 내기하라며.”
“……!”
어느 6인조 그룹식으로는 조때따 라고 표현할 수 있는 표정이 주세한 출연진의 얼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보고 쟤네를 이기라는 거야?’
뉴블랙 TV에서 온갖 기상천외한 능력을 선보였던 국민 아이돌.
그들이 바로 출연진이 꺾어야 할 상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