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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5)화 (57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5화

“와아아아아아!”

도깨비의 무대를 끝내고 하얀 적삼을 내려놓자, 제작진과 출연진의 환호성이 날아들었다.

“장난 아니네!”

“다 컸다. 우리 블랙이들이 다 커서 왔다.”

자기네가 키웠다고 농담하는 주세한 멤버들에게 우리도 키득거리며 패딩을 걸쳐 입었다.

출연진 곁에 서자 반가워하는 눈빛들이 우리에게 향했다.

오형석이 외쳤다.

“국민 아이돌이 다시 한번 주세한을 찾아왔네요.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잘 지냈니?”

“넹!”

지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엄청 잘 지냈어요.”

“오. 그랬구… 요?”

지호의 말투 변화를 감지했는지 출연진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송진우가 물었다.

“지호 이제 요 하니?”

“네.”

“말끝이 달라지니까 좀 어색한데. 전에는 뭔가 ~여 하고 끝나는 느낌이었거든.”

“그런 시절은 갔어요. 전 이제 어른이에요!”

늠름한 아기 버섯 같은 표정에 여희찬와 여희연 남매가 웃음을 터뜨렸다.

우재용 선생님이 끌끌거렸다.

“어이구. 나이 드는 게 무어가 좋다고. 저기서 5년만 지나 봐라. 우주처럼 어려 보이고 싶어 하고 그러지.”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내가 눈을 깜빡거리자 우리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 제가 언제 그랬어요?”

“아니면 말어~”

구수하게 넘어가는 선생님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더 말했다가는 괜히 몰이 당할 것 같아서 조용히 있었다.

예상대로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의 모습에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피디님!”

-네.

“저희 이제 뭘 하면 되나요?”

대략 무엇을 한다는지는 들었지만 정확한 게임에 대해선 안내를 받지 못했다.

“일단…….”

비주가 허공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방금 들었던 내용을 정리했다.

“저희가 이기면 여러분의 금화를 빼앗는 거고, 저희가 지면 반대로 금화를 얻어 가시는 거네요?”

-맞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금화를 얻어서 뭘 하나요?”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게임을 하려면 보상에 대한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주세한에서 주는 금화 소품을 받아 봐야 어디 쓸 데도 없었다.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구 피디님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자, 나와 주시죠.

그러자 제작진 뒤편에서 숨어 있던 수레들이 도르르르 굴러 오기 시작했다.

코를 킁킁거리던 중현이의 얼굴에 환희가 차올랐다.

“형, 저거예요. 제가 말했던 거.”

“저거야?”

“어디서 맛있는 냄새 난다고 계속 그랬잖아요.”

“그게 저거였구나.”

스탭들이 돌돌 끌고 나온 철제 수레는 급식실에서 쓸 법한 모양새였다.

안에 뚜껑 덮인 통들이 가득했다.

-여러분이 보유한 금화로 여기 있는 음식들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피디님의 손짓에 맞춰 뚜껑이 하나씩 열린다.

-1번 타자 떡볶이!

“대, 대박……!”

찬바람이 매서운 한겨울.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 떡볶이의 광채에 주세한 출연진과 우리가 넋을 잃었다.

-그리고 꼬치어묵!

무를 푹 삶은 국물 냄새가 황홀하다.

여기저기서 침 삼키는 소리와 탄식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겨울철 인기 간식이죠~? 붕어빵과 호떡입니다!

이어서 군고구마와 군밤이 등장하고, 순대와 튀김까지 모습을 드러내면서 위장이 요동쳤다.

예능 찍는다고 일부러 공복으로 와서 그런지 속이 뒤집히는 느낌.

리혁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 원래 먹는 것 가지고 열 내고 그러지 않는 편인데…….”

우리 메인 보컬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저건 먹어야겠어요.”

“먹어야지.”

“모든 걸 내려놓고 달려들어야 돼요.”

우리가 펭귄처럼 한데 모여 으쌰으쌰 하는 동안 침을 꼴깍이던 주세한 멤버들도 물었다.

“저거 우리도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당연합니다. 지금 금화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드시고 싶다면 지금 바로 드릴 수 있습니다.

국물이 담긴 종이컵을 든 스탭이 우리와 출연진 앞을 잔망스럽게 뛰어다녔다.

구재영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여러분. 날씨가 많이 춥죠?

“조용히 해라! 이 마귀야!”

-딱 금화 1개씩만 쓰시면 됩니다. 국물 한 번에 금화 1개예요. 금화는 미션을 하면서 더 얻으면 되잖아요?

종이컵을 든 스탭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린 여희연에게 손부채질을 하며 냄새를 퍼뜨렸다.

여희연이 눈을 슬쩍 뜨며 말했다.

“찬성아.”

“네, 누나.”

“죽고 싶니……?”

“!”

곧바로 막내 스탭이 바로 송진우에게 넘어가 유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혹에 넘어가는 출연진은 없었다.

나미리가 말했다.

“또 뭐가 있는지 알고 이걸 사 먹어요? 이거 먹고 금화 채우러 알래스카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알래스카는 없습니다.

피디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신에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있지만요.

“마귀다! 저건 진짜 마귀야.”

“썩 물러가라! 이 악덕 피디!”

왜 여기 사람들이 유혹에 안 넘어가는지 저절로 납득이 갔다.

-다시 한번 정리하죠.

구재영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결국 도깨비들에게 금화를 안 뺏기면 되는 겁니다. 여러분. 도깨비한테 빼앗길 금화를 지켜 내서 그걸로 음식을 교환하면 되지 않을까요?

“어……?”

“그러네?”

-어차피 이기면 금화가 추가로 주어지지 않습니까? 그걸로 사 먹으시면 됩니다.

“오!”

그러더니 이번에는 우리 쪽으로 확성기를 돌렸다.

-도깨비 여러분. 설마 아무것도 안 드시고 가실 건가요?

“저희는 그래도 이따가 사 먹…….”

-그때 과연 이런 생각이 안 들까요? 아, 그 떡볶이는 과연 무슨 맛이었을까. TBC 방송국 주변에 있다는 최고 맛집에서 사 왔다던데.

“끝나고 주소를…….”

-안 알려 드릴 겁니다.

구재영 피디님의 현란한 화술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동생들과 함께 떡볶이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재미있게 싸워라, 싸워라 하며 부추기는데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이 기분.

“…….”

결국 출연진과 우리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미안하다. 블랙이들아. 우리가 이겨야겠다.”

“아니에요. 저희가 먼저 죄송하단 말씀을 드려야죠.”

“왜?”

“저희가 다 이길 거니까.”

졸개들이 내 뒤에서 후하하하 웃음소리를 더해 주며 하찮게 웃어 댔다.

그냥 안 웃어 주는 게 도움이 될 텐데.

“두고 보자고.”

운동선수 출신이자 승부욕으로 소문난 여희연이 머리끈을 묶으며 말했다.

“오늘 너희 도깨비들의 뼈를 발라 주겠어.”

“뼈……?”

잔뜩 쫄은 우리에게 여희연이 눈을 깜빡이며 아차 했다.

“조금 무서웠니?”

“네.”

“그러면 예쁘게 박살을 내 줄게!”

“가, 감사합니다.”

다른 출연진이 으이구 하는 얼굴로 자기네 식구를 바라볼 때.

우리도 다시금 포즈를 잡고 주세한 멤버들과 찌릿하는 시선을 교환했다.

-열기가 정말 뜨겁네요.

TBC 사옥의 광장에 흐뭇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그러면 첫 번째 게임을 공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게임은 단체전입니다. 게임의 제목은 바로……!

*   *   *

-몸으로 말해요 게임입니다!

“야이……!”

게임의 정체가 공개되자마자 주세한 멤버들은 분개했다.

“장난해?”

“구 피디. 미튜브 영상 못 봤어? 일본에서 쟤네가 저걸로 5백만 원 탔대.”

“저기 미친 애가 한 명 있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이겨?”

졸지에 미친 사람이 된 우주의 어깨를 졸개들이 토닥토닥거리는 동안.

워워 하듯 두 손을 들어 보인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그러실 것 같아서 뉴블랙에게는 핸디캡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훨씬 더 어려운 단어를 배정할 거예요.

“아, 그러면 뭐…….”

어른이들이 새침하게 물었다.

“많이 어려워요?”

-깜짝 놀라실 만큼 어렵습니다.

그 말에 주세한 멤버들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이윽고 엽전 던지기를 통해서 순서를 정한 후.

먼저 하게 된 주세한 멤버들이 오형석의 앞에 모여 섰다.

그들의 뒤편에서 스탭이 스케치북을 넘겼다.

[귀신]

오형석이 이히히히 하며 라이트로 얼굴을 비추는 듯한 손짓을 했다.

“유령?”

“귀신? 귀신!”

몸으로 특정한 단어를 묘사해서 팀원들이 그것을 맞추는 게임.

매주 온갖 게임을 하는 국민 예능 출연진의 센스와 개그맨 오형석의 뛰어난 묘사가 합쳐져 단어들이 착착착 넘어갔다.

“제한 시간 5분! 총 20개 중에 12개 성공했습니다!”

1개당 25초씩 걸렸으면 썩 나쁜 결과가 아니었다. 주세한 멤버들이 환히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잘했쓰. 이 정도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수월한데요?”

“블랙이들아! 이거 어떡하냐. 우리가 이긴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웃던 우주선과 졸개들이 게임 대형으로 섰다.

반원형으로 둘러싼 졸개들과 앞에 선 두목.

주세한의 멤버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바라보는 가운데 첫 번째 제시어가 공개됐다.

[여우를 초대해서 비죽한 호리병을 내미는 두루미]

그 순간 주세한 멤버들이 빵 터졌다.

“뭐야. 왜 이렇게 길어?”

“쉿, 길다고 말하면 안 되지! 그것도 힌트인데.”

“아. 맞다.”

“와. 난이도 미쳤다. 저거 너무 핸디캡 아니에요?”

출연진이 혀를 내두르고, ‘길다’ 라는 키워드에 뉴블랙 멤버들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질 때였다.

선우주가 다리를 우아하게 들어 올렸다가 사뿐사뿐 내딛기 시작했다.

손으로는 날개를 표현하니 누가 봐도 두루미였다.

“두루미!”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멤버들에게 고개를 까딱해 보인 리더가 누군가에게 오라는 듯한 손짓을 한다.

그러더니 자리를 바꿔 여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는 꼬리를 흔들고 걸어왔다.

“여우!”

손으로 OK를 그린 우주가 다시 두루미가 되어 여우가 있을 자리에 무언가 길쭉한 병을 내민다.

“뭐야. 왜 병이 보여?”

“쟤 마임도 할 줄 알아요?”

“별거 다 하잖아. 이번에 무대 보니까 마술도 하더라.”

중현이 손을 들고 외쳤다.

“중현! 여우를 초대해서 호리병을 내미는 두루미!”

-정답입니다!

정확히 10초.

곧이어 [백혈구와 싸우는 적혈구]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우주의 몸짓에 리혁이 흥분한 얼굴로 정답을 맞혔다.

두 번째 문항은 13초밖에 안 걸렸다.

“……뭐야.”

한 문항당 15초 이내로 컷할 경우에 만점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어려운 단어들이 순식간에 딩동댕 하며 하나씩 사라지는 모습에 원로배우 우재용이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내 칠십 년 넘게 살면서 이런 건 처음 보네…….”

“가족 오락관 있던 시절에 데뷔했으면 상금 쓸어 갔을 애들이에요.”

곧이어 마지막 문항인 [친구가 없어 슬픈 고래상어]를 맞힌 뉴블랙 멤버들이 우아아악 하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얘들아!”

“형!”

“나를 찬양해라!”

“사랑해요! 선우주! 함께해요 영원히!”

아주 난리법석도 그냥 법석이 아니었다.

제한 시간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시간이 20초.

요란하게 춤을 추던 도깨비들이 슬픈 얼굴로 서 있는 멤버들에게 달려와 오두방정을 떨기 시작했다.

“가비 가비 돗가비~”

“기억해 주세요! 가비 가비 돗가비~ 으하하!”

애교 부리듯 하트까지 뿅뿅 하는 이들의 모습에 이내 출연진도 그만 웃고 말았다.

미워할래도 미워할 수가 없다.

“어휴…….”

원로배우 양옥분이 웃으면서 우주의 등짝을 찰싹 치는 가운데.

구재영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네! 20 대 12! 도깨비 팀 뉴블랙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자, 그럼 각 팀의 금화에서 5개씩을 차감하겠습니다.”

“5개씩이나……?”

해남 땅끝마을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서 얻었던 금화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풍경에 출연진이 뒷목을 잡았다.

그리고.

“일단 떡볶이! 무조건 떡볶이부터 골라야 돼여! 이거 진짜 가득! 가득 담아여!”

“어묵이랑 튀김, 순대….”

“일단 분식으로 채우자. 분식이 답이야.”

흥분해서 자기들끼리 왁자지껄하게 음식을 퍼 온 멤버들이 그들의 앞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출연진들은 그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떡볶이를 흥분해서 먹는 막내와 그 입을 닦아 주며 튀김을 콕 찍어 먹는 비주. 와구와구 먹는 중현과 순대 양념 세팅을 하는 우주와 리혁까지.

“이야, 금화 살살 녹는다…….”

“저 뱃속으로 들어가는 게 우리 금화라는 거지?”

“잘 먹네….”

방금 전까지 멋들어지게 춤을 추던 이들이 꺄르륵 흥분해서 음식을 먹는 광경.

비주가 미안해하는 얼굴로 물었다.

“드실래요?”

-음식 나눠 주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요……?”

시무룩하게 눈치를 살피는 비주와 다른 멤버들에게 주세한 출연진이 괜찮다는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시금 꺄하하 먹는 도깨비들.

방금 전까지 침울했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삽시간에 분위기가 바뀐다.

“이번에 누가 쟤네 앨범 컨셉 정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잘 고르긴 했다.”

송진우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기상천외한 능력으로 게임을 이긴 것도 그렇고, 왁자지껄 떠들며 잔치판을 벌이는 것이 진짜 도깨비 같았다.

“리혁이 형! 이 맛을 표현해 주세요!”

“저희의 피와 땀이 담긴 맛이네요. 역시 노력의 대가는 달콤한 것 같습니다.”

“고생했지.”

“우주 형, 진짜 고생했어요!”

자기들끼리 자화자찬하는 모습에 주세한 출연진이 다시금 웃었다.

‘얘들아.’

그거 우리 금화야…….

*   *   *

단체전 게임이 끝나고 나서는 개인전 게임이 있었다.

어렸을 때 보던 배틀 만화에서 탑 1층의 보스 누구! 2층의 보스 누구! 하면서 주인공이 싸우고 그랬는데.

그것과 비슷한 구조였다.

“서리혁. 그는 우리 사천왕 중 최약체지.”

“조용히 못해, 왕지호?”

우리 멤버들에게 주세한 출연진들이 팀별로 배틀을 거는 구조였다.

리혁이에게 끝말잇기로 도전한 이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꽃게!”

“게르마늄.”

“…….”

원소 기호와 온갖 치사한 단어로 무장한 우리 애에게 당하는 모습들을 보며 동병상련을 느꼈다.

“추하다. 서리혁.”

“조용히 못해요? 내가 이겨야 금화 따는 거라고요!”

이윽고 ‘동녘’과 ‘라듐’, ‘세파졸린나트륨’으로 패배한 주세한 멤버들이 멍한 표정으로 군고구마를 먹는 우리를 지켜보았다.

물론.

우리가 모든 게임에서 승리를 거둔 건 아니었다.

대체로 승리하는 편이긴 했지만 우리보다 더 잘하는 종목으로 승리를 거둔 팀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네! 한 손으로 큐브 스테이크 굽기! 나미리 팀의 승리입니다!”

프라이팬을 움직여서 큐브 스테이크의 모든 면을 굽는 미니 게임에서 비주가 안타깝게도 3등을 했다.

지호도 우재용 쌤한테 제기차기 종목에서 패배하고.

“하하하! 아이고, 고구마가 꿀맛이네~”

“잘 먹을게~?”

승리한 이들이 금화로 간식거리를 구매하면서 우리에게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가 어색하게 웃었다.

‘좋아하실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출연진 뒤편에서 씩 웃고 있는 구재영 피디님의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지금은 승부욕에 불타서 간식을 마구 사 드시는데.

아마 다 끝나고 난 뒤에 금화가 녹아내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하시지 않을까.

우리에게 잘하고 있다는 듯 주세한 작가님들과 연출부 사람들이 엄지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그러는 동안 중현이도 게임에 나섰다.

-자, 다음은 마술고리 풀기입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두 개의 쇠고리를 이리저리 모양을 짜 맞춰서 풀어내는 게임이었다.

튼튼해 보이는 쇠고리.

준비 땅 하자마자 다들 짤그락 짤그락 하며 풀기 시작했다. 여희연과 양옥분 쌤이 눈에 불을 키고 짤그락거리고.

중현이도 손을 꼼지락거리며 짤그락 소리를 내더니 얼마 안 가 톡, 하는 독특한 소리를 냈다.

“저 다 했어요.”

시작하자마자 30초 컷.

다 풀었다고 차분하게 말하는 중현이의 모습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저 쇠고리를 끊은 건가!’

‘세상에. 저게 끊어지네.’

동생들과 내가 와 하고 감탄하고.

주세한 출연진과 제작진도 웅성거렸다.

“저걸 어떻게 뜯었지?”

“소품 담당 누구예요? 이거 절대 손으로 안 뜯어진다고 그랬잖아요!”

“아니, 저게 어지간한 힘으론 안 뜯어질 텐데…….”

다들 미쳤다, 미쳤어 하면서 감탄하는 모습에 중현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멀쩡한 두 고리를 들어 보였다.

“풀었는데요.”

“…….”

“진짠데.”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중현이가 왠지 모르게 상처 받은 눈빛을 했다.

“진짜 풀었는데…….”

“힘으로 뜯은 게 아니었어?”

“저 공간 감각 좋다고 그랬잖아요. 형.”

세상에.

우리 애가 머리를 쓰다니.

“왜 제가 이걸 뜯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야……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

“네가 똑똑하다는 게 중요한 거야.”

“저 똑똑하죠.”

그러더니 나 똑똑한가? 하면서 웃는 중현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막내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맞아요. 사실 몸이 좋아서 머리를 안 쓰는 거지, 중현이 형이 머리가 되게 좋거든요.”

“시청자 여러분. 기억해 주세요. 저 김중현은 오늘부로 스마트 가이입니다.”

고리를 들고 흐뭇하게 웃는 중현이의 곁에 서서 우리도 와아아아 하고 외쳤다.

주세한 멤버들이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금 리플레이를 돌려 봤지만 중현이가 집중한 얼굴로 고리를 슥슥 풀어내는 광경에 승복했다.

군밤을 금화로 구입하면서 슬쩍 물었다.

“너 진짜 힘 안 줬어?”

“힘 주면 쪼개질 것 같아서 머리 썼어요. 함부로 소품 부수고 그러면 안 되잖아요.”

“잘했다.”

힘 조절도 잘하고 기특하다며 군밤 하나를 먹여 주었다.

이제 4인조의 모든 게임도 끝나고 남은 것은 나뿐.

내가 기지개를 켜면서 몸을 풀자, 주세한 멤버들이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우주네.”

“우주구나.”

“우리 기권할까. 기권하면 그냥 금화 3개 날리고 끝인데.”

“야, 이건 승률이 너무 낮다.”

도전해서 금화를 더 많이 잃는 것보다 기권해서 금화를 적게 잃자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가운데.

내가 웃으며 물었다.

“피디님! 그래서 다음 종목이 뭔가요?”

뭘 하든 가볍게 이겨서 동생들에게 간식거리를 안겨 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였다.

구재영 피디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확성기를 들었다.

-다음 게임은 게임입니다.

“게임…이요?”

-네. 다들 한 번쯤 해 보셨을 고전 게임입니다.

곧바로 제작진들 사이에서 오래된 옛날 휴대용 게임기가 나왔다.

고전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동안 막내와 다른 동생들이 고개를 홱! 돌렸다.

눈빛으로 다급한 신호들이 날아왔다.

‘형, 게임 개못하잖아요.’

‘큰일 났네.’

게임? 하며 으으음 하는 출연진들을 슥 둘러보며 침을 삼켰다.

당황하지 말자. 선우주.

우주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

잠시 고민하다가 나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차분한 포커페이스용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긴장한 출연진에게 말했다.

“저한테 도전하실 건가요?”

일단은 되는 대로 블러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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