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7)화 (57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7화

머리가 띵했다.

“웨?”

“네?”

“우어… 아니. 저희가 이번 특집의 주인공이라고요?”

“네. 바로 맞혔습니다.”

눈까지 찡긋 하며 웃는 도준기 피디의 모습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바로 그때.

-우주야?

손에 든 핸드폰에서 석환 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주야? 너 무슨 일인데 그래?

낯선 사람인 줄 알고 혹시 몰라 연결해 둔 통화였는데, 그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 피디님이 통화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 없으니 편히 얘기해요.”

감사하다고 꾸벅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형.”

-어… 왜 그래?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사간 출연하는 거였어?”

-아.

아?

아아아?

갑자기 태평해지는 목소리에 울화가 확 치밀었다.

-너희를 위해서 잡은 스케줄이야. 피디님이 보내 주신 기획안이 너무 좋아서 이건 픽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에 차분하게 숨을 쉬었다.

설 연휴를 앞둔 주였다.

고된 노동을 하기 때문에 부상자가 가끔씩 나오는 <사람이 간다>가 아니던가.

그 때문에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를 우려했는데.

석환 형이 OK를 했다면 아마 그런 극한직업 특집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재미있어 보이더라고.

“특집이?”

-아니, 네가 당황할 모습이.

수화기 맞은편에서 즐거워하는 수학귀신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을 꼬옥 쥐고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형은 지금 뭐 하고 있어?”

-오랜만의 휴일이지. 데이트한다.

“실존 인물이랑?”

전화가 뚝 끊겼다.

옹기종기 모여서 통화 내용을 기다리던 동생들이 물었다.

“뭐래요?”

“데이트하고 있대.”

“실존하는 인물이래요?”

“나도 그렇게 물었는데 끊어 버리네.”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TF 팀장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사전에 출연이 협의되었다는 소식.

도 피디님이 다시 끼어들었다.

“사실 여러분에게 미리 말을 하고 싶긴 했어요. 그런데 미리 말을 해 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아니에요. 피디님. 저희 정말 깜짝 놀라는 연기 잘할 수 있어요.”

“그래도 진짜 리얼한 반응은 다르거든요.”

도준기 피디님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어떤 식으로 방송국 PD를 채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개인별 성향의 편차가 큰 직업이 PD였다.

말없이 조용하기만 한 분도 있고, 직접 본인이 뛰는 걸 즐기는 타입도 있고. 짜여진 각본대로 가는 걸 원하는 타입도 있고.

그중에서 여기 도준기 피디님은 진짜 리액션을 제일 좋아하는 분이었다.

“제가 여러분을 좋아하는 이유를 아나요?”

“아니요…….”

“이 프로그램 특성상 사람의 본모습이 나오기가 쉽거든요. 그래서 본모습이 선한 사람들을 최대한 기용하려고 하는데, 우리 뉴블랙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로 와 주셔서 일단 너무 고맙고.”

도준기 피디님이 신이 난 얼굴로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다들 나오세요!”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주차장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등장했다.

ENG 카메라를 짊어진 카메라맨, 종이를 든 작가들, 깔깔 웃고 있는 출연진까지.

삽시간에 차량을 둘러싼 <사람이 간다> 제작진의 모습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리혁이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리혁아. 왜?”

“아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세계일주 크루즈 특집이라고 했는데… 크루즈가 없었잖아요.”

“어? 그러네?”

그러면서 이상했던 사실이 하나씩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이 다 ‘왔어요?’ 할 때, 시치미를 뚝 떼고 왜 왔냐고 물었던 은성이의 눈웃음.

아마 내가 어디까지 알고 왔는지 물어본 듯했다.

‘야!’

‘죄송합니다~’

차창 너머로 활짝 웃고 있는 은성이와 눈이 마주쳤다.

중현이가 젤리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우리 완전히 당했네요.”

“당했네.”

나도 젤리 봉지에 손을 넣어 지렁이 젤리를 하나 쏙 뺐다.

우리를 보고 웃던 도 피디가 말했다.

“자, 일단 내리실까요?”

“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기왕 출연하기로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방송 모드로 임해야 할 시간이었다.

우리가 차량 문을 열자 ‘와아아아아!’ 하며 빵집 폭죽을 쏘아댄다.

팡! 팡!

딴따다다단! 딴딴! 하는 BGM과 함께 콩그레츄레이션~ 하는 노래를 부르는 출연진들이었다.

“사람이 간다에 오신 뉴블랙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어서 와요!”

작가님들이 다가와 꽃목걸이를 걸어 주고 박수를 쳐 주었다.

막내가 눈을 흘겼다.

“다들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거죠?”

“그러엄~”

민머리의 민태원 씨가 답했다.

우리와 특공대 특집에서 합을 맞췄던 분 중 하나로 팀의 구멍 담당이다.

“어이구, 입이 얼마나 근질근질하던지.”

“참느라 죽는 줄 알았잖아.”

사간의 맏형 이필승과 에이스 박호범이 너스레를 떨었다.

여기까지는 원조 멤버들이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봬요.”

“안녕하세요!”

우리와 예전 주세한 특집에서 만났던 배우 한여름 씨와도 인사를 나눴다.

한겨울에 만나서 신기하다고 하니 웃음을 터뜨리시는데, 대충 웃음 코드가 우리와 비슷한 것 같다.

남자 셋, 여자 셋. 그리고 은성이.

“저는 사람이 아닌가요~?”

“죄송한데 케빈 씨, 저를 제일 크게 속인 사람의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럼 제 손 보여 드릴까요? 반지 하나 새로 샀는데.”

“야!”

예능용 역정을 내는 내 모습에 출연진이 우주선이다! 하면서 웃었다.

동생들이 참아, 참아 하며 달래 주고 있을 때.

“……!”

출연진과 제작진 틈바귀에 끼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클로즈업처럼 눈에 들어왔다.

우리 매니저들.

나는 물론이고 나를 달래던 동생들도 눈빛이 변했다.

“이 배신자들!”

“하하…….”

우리를 팔아넘긴 두 매니저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MC 포지션인 이필승이 그 둘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 오늘 이 자리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시켜 준 두 매니저 분께 박수 한 번씩 부탁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약속대로 산 채로 잡아 오셨군요!”

비주마저 뒷목을 주무르며 심호흡을 했다.

제작진에 둘러싸여서 비호를 받고 있는 두 매니저에게 막내가 외쳤다.

“이 배신자들! 어떻게 우리를 팔아넘길 수 있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형! 우리를 데리고 어서 운전대를 잡아요.”

하지만 매니저 형들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 뿐이었다.

그러고 있을 때.

민기 형이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얘들아. 그럼 예능 잘하고.”

“우리 먼저 가 있을게.”

원석이 형도 푸근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준기 피디를 비롯한 출연진이 정말 수고가 많으셨다고 문까지 닫아 주며 환송했다.

“……진짜 가네.”

삽시간에 차량이 멀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황량한 주차장에 남겨진 우리뿐.

“너무 울적해하지 마세요.”

도준기 피디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 우리에게 씩 웃어 보였다.

“이번에 진짜 재미있는 거 할 거니까.”

*   *   *

매니저 형들을 배웅해 준 후.

주차장에 다시금 <사람이 간다>의 오프닝 대형으로 섰다.

왼편에는 우리가 서고, 오른편에는 출연진이 서고.

“은성아.”

“네?”

“근데 오늘 뭐 하는 거야?”

“저 진짜 몰라요.”

내 스웨터에 마이크를 달아 주는 스탭을 의식한 건가 싶었는데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진짜 리얼 프로구나.”

“저희도 진짜 모르고 하는 거예요. 저번에 무인도 간 적도 있는 거 알아요? 거기서 생선 구워 먹고 그러고 살았는데…….”

신이 나서 조잘대는 녀석에게 맞장구를 치며 대화했다.

“물고기를 잡긴 또 잡았네.”

“아뇨. 제작진 분들한테 돈 드리고 사 먹었어요.”

나와 동생들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개똥도 약에 쓸 데가 있다더니. 낯선 프로에 오니 은성이마저 이렇게 든든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러는 한편, 주변을 둘러보며 동생들에게 속삭였다.

“일단 장소는 여기 아닌 거 같지?”

“백 퍼센트 여기 아니에요.”

리혁이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오전에 출항 일정이 없어요.”

“오키.”

저번에도 인천공항에 간다고 하면서 특공대에 데려갔던 걸 생각하면 오프닝 장소는 오늘 특집과 큰 연관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금으로선 특집 내용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없긴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했다.

일단 고된 노동은 없을 거다.

생선잡이처럼 근력이 엄청 요구되거나 위험성이 높은 일이었다면 우리 TF팀이 승인했을 리가 없다.

당장 설 명절에 본가에 돌아가는 소속 가수에게 부상을 안길 위험이 있는 일을 시킬 리도 없고. 무엇보다 도깨비의 프로모션은 다음 주에도 계속되니까.

그렇다고 해서 경찰서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또 아닐 것이다.

은성이에게 속삭였다.

“저번에 너희 명예경찰 특집 했던 거 있잖아.”

“아! 제 레전드 짤 나온 그거요?”

“그거 찍는 데 좀 오래 걸렸지?”

“엄청 오래 걸렸죠~ 장기 특집일까 걱정하시는 거 같은데 아마 그런 건 안 할 걸요.”

나도 동의했다.

정확한 일정은 모르겠지만 2박 3일 정도로 잡은 것 같은데.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서 투입되어야 하는 군, 경찰 같은 직종은 시간상 할 수가 없다.

우리를 불렀다는 건 우리 특기를 써먹을 데가 있다는 건데.

떠오르는 게 너무 많아서 거기까지 생각하기로 하고, 리혁이에게 일단 내 의견을 전달했다.

“너도 같은 생각이지?”

“네.”

둘이서 의견을 정리하고는 동생들을 불러 모았다.

“어떤 특집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부대에 간다거나 어려운 일을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닐 거야.”

“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이야기할 테니까.”

동생들과 서로 열심히 해 보자는 눈빛을 주고받고는 다시금 오프닝 대형으로 섰다.

“자! 오프닝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슬레이트는… 우리 우주 씨가 기념으로 쳐 주실까요?”

“네!”

박수를 착 치면서 촬영이 시작됐다.

“간다! 간다! 사람이~”

“간다!”

다시 한번 오프닝이 시작됐다.

아까 매니저들을 배웅해 줬던 이야기부터 현재 심경까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분이 어떠세요, 슬프지만 열심히 해야죠 이런 느낌으로.

그런 대화가 오가고 나서 본격적인 특집 방송에 들어갔다.

“네! 아시다시피 오늘은 아주 특별한 콜라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간다>와 바로 뉴블랙 TV의 콜라보!”

확성기 없이도 우렁찬 도 피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콜라보 특집의 주제를 공개하겠습니다. 화면을 바라봐 주시죠!”

제작진이 준비한 모니터에 전원이 팟 하고 들어오더니 영상이 재생됐다.

“드라마?”

“드라마 특집인가?”

TBC 로고 아래로 한여름 씨가 악당과 구두 주걱으로 칼싸움을 챙챙 하는 드라마 장면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치이익- 하고 노이즈가 낀 화면이 나오더니 이번엔 <사람이 간다>의 한 장면이 흘러나왔다.

TV 채널이 돌아가듯이.

이번에는 음방에서 활약하고 있는 에이플비의 단체 군무 씬과 우리의 콘서트 장면이 흘러나온다.

거기에 딸려 나오는 노랫소리.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흥겨운 노래에 어깨를 둠칫둠칫하던 우리 앞에 낯선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왔다.

이필승이 눈을 크게 떴다.

“정석이? 정석이가 왜 나와?”

[안녕하세요. 이필승 형님의 매니저, 마정석이라고 합니다.]

곧바로 ‘Q. 올해로 몇 년 차?’ 하는 자막과 함께 답변이 흘러나왔다.

[네, 경력은 5년 정도 되고요. 필승이 형과 함께한 지는 3년 된 것 같습니다.]

곧이어 다른 매니저들의 인터뷰가 쭉쭉 흘러나왔다.

연예인과 함께 하면서 매니저들의 애환이나 즐거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

“원석이 형이랑 민기 형이에요!”

우리 매니저들이 찍은 인터뷰 씬도 나왔다.

[아무래도 가수와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 그런 게 있죠. 주변 분들의 태도가 달라질 때.]

[뿌듯함이 있어요. ‘매니저?’ 그러다가 뉴블랙 매니저라고 하면 사람들 시선이 달라지거든요.]

[자기 가수를 볼 때요? 애틋하죠. 잠 못 자고 비몽사몽간에 곡 작업하는 모습 보고 그럴 때 가슴이 좀 아파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멤버들이 정말 목숨 갈아서 일하고 있거든요.]

차분하게 말하는 매니저 형들의 목소리에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졌다.

주변 연예인들이 귀엽다는 눈으로 슬쩍 웃고 있을 때.

자신의 연예인에 대해 말하는 매니저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언니 생일은 9월 17일이고요.]

[자기가 안 보는 곳에서 개봉된 음식은 절대 안 먹으려고 해요. 옛날에 안 좋은 기억이 있으셔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오징어 볶음이랑 순대. 근데 순대 간은 또 싫어해요.]

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자막이 깔렸다.

[여러분은 자신의 매니저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곧이어 사간 출연진의 인터뷰가 나온다.

매니저들의 신상에 대한 질문에 곧잘 답을 하곤 하지만 의외의 질문 등에서 ‘어라?’ 하고 막히는 장면들.

[오늘 입은 옷 색깔이요…?]

[어?]

그런 식으로 묘한 분위기 속에서 VCR이 끝났다.

“네!”

도준기 피디의 유쾌한 목소리에 다들 현장으로 정신이 돌아왔다.

“감동적인 VCR이었죠?”

“감독님! 그러면 오늘…….”

“네. 맞습니다.”

도 피디가 웃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2박 3일 동안 연예인 매니저가 되어 현장을 누비게 될 겁니다.”

잠 못 자고 일하는 극한직업 중 하나가 매니저니 취지에 어울리긴 했다.

그때 박호범이 출연진과 게스트 모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팀은 어떻게 나눠서 하는 거예요?”

“네. 일단 룰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여러분은 오늘부터 ‘아이돌’의 매니저가 될 겁니다.”

“아이돌……?”

“어떤 매니저가 가장 어려울까 고민을 하다가 결정했는데요. 활동기 배우 스케줄과 더불어 가장 힘든 스케줄인 음악 방송! 바로 그 음방을 뛰고 있는 아이돌 가수와 함께 다니게 될 겁니다.”

드라마 촬영하는 배우 스케줄이 제일 힘들다는 게 정설이긴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자기 장면이 올 때까지 대기만 10시간씩 해야 돼서 그런지 재미를 뽑기 어려워 아이돌을 고른 듯했다.

활동이 제일 다양하니까.

사간 멤버들이 중얼거렸다.

“일단 지금 활동 중인 아이돌들이…….”

다들 머릿속으로 라인업을 떠올리려고 할 때, 도 피디님이 말을 이어 갔다.

“일단 마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뉴블랙TV 팀과 사간 팀으로 나뉘어 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뭐야! 감독님, 우리 경쟁하는 거예요?”

“네. 그래서 게스트가 아니라 콜라보 특집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승부를 하게 된다는 말에 우리와 사간 팀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혀들었다.

리혁이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러면 승패는 어떻게 가리나요?”

“여러분이 매니저로서 활동하는 영상을 보고, 현직 매니저 분들이 부문별로 심사를 하게 될 겁니다.”

“그럼 벌칙은……?”

“당연히 있죠! 벌칙이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피디님의 외침에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

“이긴 사람들에겐 어마어마한 보상이, 패배한 자에겐 어마어마한 벌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신나서 웃는 도준기 피디님의 모습에 다들 뚱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듯 상대가 활기차게 말했다.

“자! 그러면 오늘부터 각자 담당할 팀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각 팀 주장들은 나와서 종이를 받아가세요.”

사간 팀에서는 이필승이 나오고, 우리 뉴블랙TV 팀에선 내가 나와서 봉투에 담긴 서류를 받아왔다.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신인 분은 아니겠죠. 신인은 아니어야 되는데.’

‘차라리 선배님들이면 좋겠다.’

신인 아이돌이 적혀 있을 경우에는 상당히 골치 아플 수가 있었다.

쉽게 말해서 14년도의 우리에게 TNT 멤버들이 매니저 하러 왔습니다! 하고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신인 그룹은 자기들 표정이나 자세 하나하나 신경 쓰이고, 우리도 어떻게 대하기 애매하고.

팬들에게도 굉장히 예민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심호흡을 할 때, 사간 팀이 들썩였다.

“어?”

“뭐야! 세레니티?”

“세레니티면 요즘에 제일 잘나가는 그룹 아니야?”

최근 걸그룹 원탑으로 떠오른 이들의 이름에 우리가 환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저쪽이 세레니티면 비슷하게 급을 맞추려고 했을 텐데.

보이그룹 중에서 그런 그룹은 몇 개 안 됐다.

“얼른 꺼내 봐요. 얼른.”

막내들의 재촉에 서류를 촙 꺼냈을 때.

“흐하하하하!”

그 안에 담긴 9인조의 프로필을 본 우리가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멀찍이서 엄지를 들고 있는 도준기 피디님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말했죠? 재미있을 거라고.”

우리가 활짝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   *   *

「사람이 간다 ‘뉴블랙TV 콜라보’ 특집 1화 中」

검은색 커튼을 배경으로 9인조 아이돌이 우르르끼끼 하면서 흥겹게 앉아 있다.

제작진 : 뉴블랙이 올 거라고 전혀 모르고 계셨나요?

그 말에 [한조]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반듯한 인상의 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조 : 정말 모르고 있었어요. 예능 촬영을 한다는 것도 그날 당일 알았거든요.

렉스 : 다들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한조가 대학 과대표가 지을 법한 미소를 지었다.

한조 : 정말 놀랐죠. 깨우러 올 때부터 진짜…….

LB : 근데 그날은 뭔가 느낌이 좀 쎄한? 쎄하다는 말 써도 되나요? 아무튼 이상하다 했어요.

기원 : 새로운 매니저들이 올 거라고 해서 이상했거든요.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분들이 이미 계신대.

유건 : 거기에 실장님도 한 분 새로 오신다고.

LB : 진짜 이상했지.

거친 인상의 멤버들이 유치원생들처럼 와글와글 떠들어 대는 모습이 잠시 지나간 후.

LB가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LB : 아니, 새로 오신다는 실장님 이름이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낯선데 뭔가 익숙한 향취가 나는.

렉스 : 걔네가 명함까지 파고 올 줄은 몰랐어요.

유건 : 분명히 있을 수 있는 이름인데 쎄했어. 나는.

LB가 제작진에게 건네준 명함.

그곳에 적힌 ‘주선우 실장’이라는 이름에 제작진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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