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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8)화 (57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8화

‘스트릿 보이즈’라고 적힌 서류를 들고 있는 우리에게 <사람이 간다> 출연진이 눈을 크게 떴다.

“스트릿 보이즈?”

“네. 저희는 스트릿 보이즈 담당 매니저예요.”

“……잠깐만.”

박호범이 먹잇감을 가늠하는 호랑이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은성이에게 물었다.

“빈아.”

“네, 행님~”

“뉴블랙이랑 가장 친한 친구가 저어기 스트릿 보이즈 아냐? 저번에 우리랑 특공대 할 때도 한조가 같이 나왔던 것 같은데.”

“맞아요.”

은성이가 일러바치듯 말했다.

“그리고 저번에 주세한에도 같이 나왔어요.”

“맞네. 맞아.”

주세한에서 뉴불백 시식회를 할 때 한조와 LB, 기원이 나왔던 것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사간 출연진이 제작진에게 항의했다.

“준기야. 이거 우리한테 너무 불리한 거 아니냐? 절친이면 음식 취향부터 시작해서 다 알고 있을 거잖아.”

“맞아!”

예능인들이 이건 부당하다! 하면서 와글와글대는 모습에 도준기 피디가 답했다.

“네. 그 부분은 제작진 모두가 충분히 고민을 했던 사항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쩔 수 없었어요.”

“왜요?”

“가요계에 뉴블랙이랑 친하지 않은 그룹이 별로 없었거든요….”

“아.”

“설득력이 있네.”

출연진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대는 광경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마 신인 아이돌 분들이 뉴블랙과 접점이 적은 편인데요. 섭외를 타진했으나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기획사들이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우리와 음악 방송 대기실에서 함께 있을 신인 보이그룹의 상상도가 머릿속에 그려졌으니까.

-저기, 오늘은 저희가 매니저니까 편하게 주무세요.

-아닙니다. 선배님께서 안 주무시는데.

-각 잡고 앉으실 필요도 없구.

-이게 편합니다.

촬영 내내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 게 분명했다.

그럼 재미도 없고.

제작진이 고민을 거듭하다가 나온 선택지가 스보라는 말에 출연진들도 납득했다.

“불리해도 괜찮아요!”

은성이가 손뼉을 치며 기합을 불어넣었다.

“저희가 이겨 버리면 됩니다!”

“그렇지!”

“아무리 뉴블랙이라고 해도 우리가 연예계 짬이란 게 있는데. 매니저 활동은 우리가 더 빠삭하지.”

“승률은 우리가 높아요.”

사간 출연진이 연예계 짬을 근거로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리혁이가 손을 들고 물었다.

“저, 피디님!”

“네.”

“저희 운전은 어떻게 하죠? 저희 팀에 운전 가능자가 있기는 한데, 마땅치가 않아서요.”

“운전 가능자가 누군데?”

맏형 이필승의 질문에 우리가 중현이를 가리켰다.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운전자 구해야겠네.”

“저 운전 잘해요.”

중현이가 눈을 크게 뜨고 항변했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

물론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간 쌓아 올린 이미지가 있다 보니 다들 믿지 않을 뿐.

이래서 사람이 평소에 정상적으로 살아야 한다.

“……나 진짜 운전 잘하는데.”

시무룩해진 중현이를 대충 토닥토닥해 주며 피디님의 답변을 들었다.

“그 부분은 회사 측에 이미 연락을 했는데요. 운전은 따로 담당이 붙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관리감독을 할 인원이 하나씩 붙는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번 특집은 여러분이 매니저로서 주체적으로 활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을 거예요. 음악 방송 리허설부터 라디오, 예능 스케줄까지.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 소화해야 합니다.”

도준기 피디가 씩 웃으며 외쳤다.

“자! 지루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각자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기획사로 이동하겠습니다! 이상!”

카메라가 꺼지고 철수 준비를 하는 제작진 틈바귀에서 사간 출연진이 작별 인사를 했다.

“녹화 잘하고!”

“고생 많으셨어요. 3일 후에 봬요!”

각 팀별로 서울로 이동하는 차량에 올라탔다.

<사람이 간다>의 극한직업 체험편: 매니저 특집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   *   *

카메라가 설치된 차량 안.

우리는 리혁이가 들고 있는 태블릿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

리혁이가 뚱한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왜들 그렇게 이상한 각도로 보고 있어요? 목 안 아파요?”

“방송 한두 번 해요. 형? 이게 잘 나오는 각도인데.”

지호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 위치를 파악한 우리 모두가 가장 멋지게 나오도록 몸을 요리조리 틀어서 목을 꺾고 있었다.

“……그런 거 엄청 신경 쓴다니까.”

리혁이가 금발 앞머리를 새초롬하게 슥슥 가다듬고는 우리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스트릿 보이즈의 소속사는 DNS 미디어예요.”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공룡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셨대요. 다이너소어에서 따온 게 바로 지금의 DNS.”

“공룡 기획……!”

머릿속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쿠와앙 하고 울부짖었다.

공룡 기획이라니.

DNS 미디어의 임현식 대표님과 박규호 대표님이 왜 절친인지 납득 가는 네이밍이었다.

“와, DNS라서 다행이다.”

막내가 눈을 빛냈다.

“지금도 공룡 기획이었으면 저 거기로 갔을 수도 있어여. 기획사 이름이 공룡이라니.”

“공룡은 인정이지.”

두 바보가 공룡… 하면서 뺨이 발그레해지는 동안 리혁이가 설명을 이어 갔다.

스보에게 라비앙 로즈라는 선배 걸그룹이 있고, 그 외 소속 아티스트는 누가 있다 하는 이야기.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이야기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진 후.

“애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

스트릿 보이즈로 화제가 옮겨 갔다.

리혁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얼마 전에 기원이랑 톡했는데, 요즘에 음방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대요.”

“제일 바쁠 때지.”

나도 한조로부터 오늘이 마지막 음방이라는 말을 들었다.

설 끝나고 시간 되면 애들끼리 만나서 보드게임 카페나 놀러가자고 이야기 하고 그랬는데.

“우리가 이렇게 갈 줄은 모르고 있겠지. 후후후후.”

“흐하하하!”

깜짝 놀라서 뭐야? 하며 눈을 휘둥그레 뜰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흐뭇해졌다.

이래서 애기들이 부모님 놀래키는 걸 좋아하나 싶었다.

“에휴, 다들 몇 살이야. 정말.”

“너는 그러면 놀래킬 때 끼지 마라. 서리혁.”

“아, 왜요. 나도 낄 거야.”

리혁이가 얼굴을 붉히며 붙을 때.

비주가 다짐하듯이 말했다.

“이번에 스보를 꼭 잘 케어해 주는 거예요. 우리.”

“당연하지.”

“고마워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오도록 만들어 줄 거예요.”

조수석에 타고 있는 작가님이 멈칫하는 동안 우리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콘크리트!”

“오늘 저희 뉴블랙이 여러분의 아이돌을 2박 3일 동안 케어해 주러 갑니다. 흐하하하!”

“역대급 재능의 매니저를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고 스트릿!’ 하는 스보의 구호를 외치고 있을 때였다.

조수석의 작가님이 고개를 돌렸다.

“참, 아직 스트릿 보이즈 멤버 분들이 모르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번에 매니저로 일하기도 하고요.”

“아, 네.”

“기획사 통해서 스트릿 보이즈에게 미리 가짜 명함을 건네주려고 하거든요. 혹시 원하시는 이름이 있나요?”

어디 컴퍼니의 누구 실장 그런 명함을 만들어 준다는 듯했다.

“잠시만요.”

곧이어 우리끼리 무엇을 할지 업무분담을 빠르게 나눴다. 평소대로 두목과 졸개의 계급도가 리혁이의 태블릿에 그려졌다.

각자 직급을 나누고 그 안에 예명을 채워 갈 때.

중현이가 물었다.

“형은 뭐 할 거예요? 우주선 실장?”

“아니야.”

우주선은 너무 많이 써먹어서 식상하기도 하고. 스보 멤버들이 보는 순간 바로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았다.

선우주, 우주선… 하며 중얼대다가 무언가 입에 딱 걸렸다.

“주선우.”

“오. 진짜 있는 사람 같다.”

“주선우 실장으로 할래.”

“좋다. 되게 이름이 유능해 보여요.”

우리끼리 악덕 매니저 주선우 실장의 탄생을 축하하며 작가님에게 명단을 제출했다.

그사이 DNS 미디어 사옥이 멀찍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DNS 사옥에 방문하는 건 두 번째였다.

14년도 크리스마스이브에 합동 연말무대 연습을 하기 위해 왔었으니까.

베라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면서 옹기종기 연습실에 모여 앉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추억이네. 정말.”

“그때 무대 하면서 전설의 문과 이과가 등장했죠.”

눈치 없이 말하는 중현이를 향해 말했다.

“감자 매니저는 조용히 하도록 하세요.”

“네, 실장님.”

시무룩하게 말하는 중현이를 바라보며 우리 모두 웃었다.

그러고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우와…….”

우리가 낸 소리가 아니라 조수석에 앉아 있는 작가님의 감탄사였다.

DNS 미디어 사옥 주변에 즐비한 사생들의 숫자에 혀를 내두르는 듯했다. 거의 수십 명 가까이 대기하고 있었으니까.

음방이 끝나고 연습하러 돌아올 스보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몇 명인지 숫자를 헤아리던 작가님이 물었다.

“팬들 진짜 많네요. 원래 이렇게 많아요?”

카메라를 슬쩍 바라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신기하다. 여기… 이게 다 낙서예요?”

“네.”

DNS 미디어 사옥 지하주차장까지 가는 벽에 ‘Street Boys!’, ‘나무♡’, ‘규호♡현식’ 같은 문구들이 즐비하다.

우리 회사만 그런 줄 알았는데 여기도 비슷한 모양이다.

곧이어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 두 대에서 내린 사간 제작진과 우리가 합류하자, 안내역이 종종걸음으로 튀어나왔다.

“어서 오세요! 어우! 정말 팬입니다!”

“안녕하세요.”

“실례가 안 되면 악수라도 한 번.”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홍보팀 직원 분에게 우리도 꾸벅 하며 악수를 나눴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휴.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오시는 길은 괜찮으셨어요? 오늘 차가 많이 막힌다고 하던데.”

“네. 편히 왔어요.”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웃는 홍보팀 직원 분이 사람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목적지는 3층.

난초가 즐비한 복도에 가수들의 앨범 포스터가 주르륵 붙어 있어 영화관 같았다.

빨간 점프수트를 입은 스보가 엄지를 거꾸로 내리는 최신 앨범 재킷 사진을 마지막으로 회의실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어어! 우와, 진짜 뉴블랙…!”

남자 셋, 여자 하나.

갑자기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반갑다는 인사말을 나누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자!”

우리가 손뼉을 치며 환히 웃었다.

“그럼 저희가 뭘 하면 될까요?”

“네. 여러분은 내일 일요일부터 화요일 오전까지 스트릿 보이즈의 매니저를 하시게 될 거고요.”

다른 직원이 말을 이어받았다.

“오늘은 저희에게 하루 동안 연수를 받으실 거예요. 아무래도 매니저 업무에 대해 배우셔야 하니까.”

“네. 저희끼리 그래서 미리 역할도 분담했습니다.”

“그래요?”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매니저들에게 우리가 말했다.

“저는 이제 총괄을 맡았고요.”

“저는 멤버들 기분을 살피고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그걸 해결해 주는 역할.”

“저는 먹을거리와 맛난 걸 챙겨 주는 역할.”

“스케줄 관리 담당이요.”

“잡일입니당…….”

매니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각자 특기별로 잘 분류했다고 칭찬하면서 물었다.

“일단 멤버 이름은 다 알고 계시죠?”

“네. 한조, 렉스, 아이피, LB, 기원, 새봄, 영한, 유건, 뭉. 랩라인이랑 보컬라인, 댄스라인으로 나뉘고…….”

“그럼 저희 이번 신곡도.”

“늘 듣고 있죠.”

매니저들이 멈칫하고는 물었다.

“어떠셨나요?”

“좋던데요.”

“……!”

마치 평론가에게 별점 5점짜리라는 칭찬을 들은 것처럼 좋아하는 이들이었다.

“흠흠.”

얼마 안 가 차분하게 위엄을 되찾은 DNS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팀이 설명을 이어 갔다.

“일단 멤버들에게는 리얼리티 예능 녹화가 있다고 언질을 준 상태예요.”

“네.”

“이따 명함을 주신다고 그러던데. 멤버들 오면 신규 매니저 분이 온다고 전달해 드릴 거고요.”

“네!”

곧바로 매니저 업무에 대한 OT가 이어졌다.

평소 가수 활동을 하면서 잘 모르고 있던 부분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매니저 형들이 하는 걸 지켜봐서 잘 알고 있는 것도 있었다.

“페이스 타임까지 저희가 할 필요는 없는 거죠?”

“페이스 타임을 아세요?”

“네. 음방 나가기 전에 피디님이랑 미팅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라인업을 정할 수 있고.”

“……생각보다 되게 많이 알고 계시네요.”

뭘 안다고 할 때마다 대단하다며 박수를 쳐 주는데 은근히 민망했다.

평소에 매니저 형들이 뭘 할 때마다 그건 뭐예요? 하고 물어본 덕인지 아는 척을 할 기회가 많았을 뿐이었다.

비주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평소에 우주 형이 되게 많이 챙기거든요. 프로듀서는 앨범 만드는 것 외에도 비즈니스를 알아 둬야 한다고.”

“되게 꼼꼼하고 지독해요. 이 사람.”

“저희가 괜히 뇌를 위탁한 게 아니라니까요~”

막내의 해맑은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뇌를 맡겨 뒀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하는 동생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너네도 생각 좀 해.’

‘졸개들은 그런 거 몰라.’

그래도 아는 척을 한 덕분인지 연수를 해 주는 매니저님들이 신이 나서 이것저것 더 가르쳐 줬다.

보조 배터리를 반드시 챙기라는 소소한 조언을 비롯해서 방송 리허설을 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내내 집중해서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암기뿐.

“외워라. 졸개들아.”

“잉.”

“자. 첫 번째로 다 외운 사람이 왕꿈틀이!”

“형은요?”

“아까 들으면서 외웠어.”

동생들에게 젤리를 미끼로 사용해서 암기를 시키는 한편.

매니저 분들에게 물었다.

“내일 첫 스케줄이 HBS 음악 방송이라고 하셨죠? 사전녹화.”

“네.”

그때였다.

스트릿 보이즈가 회사에 도착했는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데뷔 동기들.

“그럼…….”

우리가 웃으며 물었다.

“일단 새벽에 멤버들을 깨우러 가야겠네요?”

“그렇죠…?”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   *   *

스트릿 보이즈의 숙소.

빌라 두 층으로 나뉘어 살고 있는 힙합 그룹의 숙소에 나지막한 숨소리와 코골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AM 03:23]

대중목욕탕에서 쓸 법한 붉은 시계 글자만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곳곳에 리얼리티용 카메라가 설치된 거실.

-리얼리티 촬영이 있을 거야.

-리얼리티요?

-응. 그 사람들이 새벽에 깨우러 갈 거거든? 독특하게 깨우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애들한테 얘기해 둘게요.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뭔 신규 매니저도 갑자기 온다고 하고. 뭐지.’

당혹스럽긴 했지만 이제 음방 2주차,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 터라 신경 쓸 겨를이 하나도 없었다.

새벽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기를 2주째.

그랬기에 다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대충 침대로 뛰어든 터였다.

-근데 내일 매니저 새로 온다는 건 뭐야. 주선우 실장님?

-내 생각인데 말이야.

감나무가 특유의 진한 눈썹을 부릅뜨며 말했다.

-대체로 이상한 일이 있잖아? 그러면 뉴블랙을 찍으면 맞음.

-그런 주장을 하는 너에게 우주 형의 명언을 들려줄게. 헛소리 할 거면 베개에다 속삭여.

-아. 근데 이름이 좀 쎄하긴 하다.

-그치?

-근데 UFO 믿는 애가 말해서 설득력 0퍼센트.

-UFO는 진짜라구…….

감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신규 매니저라는 사람이 조금 괜찮고 유능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

‘뉴블랙네 보면 일 엄청 잘하던데…….’

하지만 뉴블랙이 직접 온다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던 터였다.

그리하여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평소처럼 침을 주르륵 흘려 대며 노곤함에 코를 골고 있을 때.

삐빅. 삑.

문이 열렸다.

“우웅…….”

막내 기원이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나며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스스스슷.

거실에서 거대한 바퀴벌레들이 샥샥거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눈을 반쯤 뜬 기원이 뒤척였다.

‘바퀴벌레 저번에 잡았는데.’

반쯤 열린 문으로 거실의 흐릿한 불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리고.

“…….”

기원은 화들짝 놀랐다.

‘방금 뭐가 지나갔지?’

은밀하게 이동하는 듯 거대한 무언가가 바닥을 삭삭삭 기어 다니고 있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기원이 이불을 끌어 올려서 입가를 가리고 있을 때, 거대한 것이 슥슥슥 기어왔다.

“누, 누구…….”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거대한 굼벵이가 꾸물꾸물 일어나더니 침대맡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불을 끌어 올리고 떨던 윤기원이 눈을 깜빡였다.

“어?”

“음? 일어나 있었어?”

풍뎅이 같은 패딩 위로 굵은 선이 도드라지는 미남의 얼굴이 있었다.

중현이 곰발바닥을 들듯이 손을 흔들었다.

“기원이, 안녕. 좋은 아침이야.”

“…….”

“자고 있는 줄 알고 조용히 하고 왔는데 깨 있었네.”

“네…….”

눈을 떴는데 뉴블랙이 숙소에 와 있다.

이게 대체 무슨 농간인지 기원이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스스스스슷.

거의 벽을 타듯이 이동하는 암살자의 모습에 기원이 눈을 깜빡였다.

“저…….”

저분은 누굴 죽이러 가는 건가요, 하는 말이 나올 뻔했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중현이 말했다.

“우주 형이 현조 형 깨우러 가는 중이야.”

“아.”

그러는 동안.

공주님이 쓸 법한 핑크 침대에 누워 있던 이현조는 인기척에 눈을 살짝 떴다.

‘제작진인가.’

짐짓 우아하게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뭐야?’

침대맡으로 가만히 다가온 제작진이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다.

그래서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는데.

샤샥!

“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제작진이 사라져 있었다.

또다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홱 돌렸지만 샤삭 하고 또 사라진다.

한조가 눈을 깜빡였다.

“누구……?”

그때 등 뒤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까꿍 하고 나타났다.

“나야.”

“꺄아아아악!”

화들짝 놀란 한조가 손에 들린 베개를 휘둘렀지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곧바로 핸드폰 불빛이 켜지며 짓궂은 얼굴이 둥둥 떴다.

“피했지롱.”

“야!”

어둠 속에 등장한 도깨비의 모습에 한조는 기절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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