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0)화 (58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0화

중현이가 인원체크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도 가수들을 데리고 대기실을 나섰다.

“그럼 우리도 갑시다.”

작가님이 스보 멤버들이 사복 위로 차고 있는 명찰을 가리켰다.

“그건 뭔가요?”

“아. 이거요.”

목을 풀고 있는 가수들을 대신해서 내가 설명했다.

“이제 드라이 리허설을 하러 가는데, 거기서 필요한 명찰입니다.”

“드라이 리허설이요?”

“네. 사전 녹화를 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카메라 구도를 체크하는 리허설을 드라이 리허설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명찰을 달고 있어야 체크하기 쉽거든요.”

“신기하네요.”

시청자들을 대신해서 질문하는 작가님에게 음악 방송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해 주었다.

미리 기획사에서 보내 준 안무 영상을 보고 카메라 감독님들이 ‘야, 이거 이렇게 찍자’ 하고 결론을 내리고.

현장에서 이름표 달고 다시 한번 체크하고.

녹화를 하면서 부조정실에 있는 PD가 가사지를 보고 카메라 커팅을 하는 시스템을 설명해 주었다.

“역시 우리 실장님이다.”

“박식하십니다!”

“잘 키운 주선우, 열 우주선 부럽지 않다!”

놀리듯이 손뼉을 치는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을 스산하게 바라보자 다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자. 그러면 마지막 인원 체크.”

리혁이의 말에 스보 멤버들이 인원 체크를 했다. 3줄로 3명씩 서서 9명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할 때.

“근데요. 서 매니저님.”

“네. 나무 씨.”

“비주 매니저님은 어디 계시나요?”

“……그야 당연히.”

여기 있죠, 라는 말을 하려던 리혁이와 우리가 눈을 깜빡거렸다.

없다.

애가 없다.

분명히 나올 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증발했다.

“……어떻게 사람이 3초 만에 사라지지.”

스보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내가 뒷목을 주무르고 있을 때였다.

스탭들 뒤편에서 누군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비주가 숨을 몰아쉬면서 뛰어왔다.

평소처럼 방송국에서 길을 잃은 누군가의 모습에 나와 동생들이 재빠르게 카메라를 보고 윙크했다.

“피디님. 편집~ 부탁드려요~”

화음을 맞춰서 노래를 부르자 카메라 감독님이 뺨을 씰룩였다.

그러자 스보 멤버들이 우우 했다.

“신뢰를 줘야 할 매니저가 어? 이래도 되는 겁니까?”

“네, 됩니다.”

“뻔뻔한 거 봐. 저래야 실장님이 되는 거구나.”

“슬프다. 한때 믿음직했던 그 민초 단장님은 어디 가고, 저런 살쾡이 같은 사람이 와서…….”

9명이라는 인원 때문인지 한 명이 말하면 나머지가 우르르르 벌떼처럼 붕붕거렸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고충을 알 것 같은 기분.

이럴 때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공개홀로 걸어가는 동안 나무에게 슥 붙어서 과자 하나를 손에 쥐어 주었다.

“어?”

“당 떨어져 보이길래. 하나 먹어.”

“……어떻게 아셨어요? 감사합니다.”

무리에서 가장 시끄러운 애가 과자를 우물거리며 조용해지자 소음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비주가 눈을 빛내며 메모장 앱을 켰다.

“가장 시끄러운 사람한테 과자 먹이기…….”

“끈적끈적한 거일수록 좋아. 입에 쩍쩍 붙는 거. 특히 녹여 먹여야 하는 사탕 류.”

“끈끈이 과자……. 그럼 당 떨어져 보인다고 하는 건요?”

“현대인 중에 당이 안 떨어지는 사람은 없잖아.”

“명언…… 메모….”

그때 비주의 옆에서 지호가 물었다.

“그런데 형은 이런 걸 어떻게 바로바로 떠올려요?”

“군대에서 시끄러운 애가 하나 있었거든.”

“아앗…….”

누굴 말하는지 깨달은 동생들이 웃었다.

사간 제작진 너머로 아른거리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무시하며 공개홀로 입장했다.

“안녕하세요! 스트릿 보이즈입니다!”

스트릿 보이즈가 나무 계단을 통통 밟고 무대로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카메라 감독님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오!”

정중하게 손을 내미는 우리에게 감독님들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악수했다.

“어쩐 일이에요?”

“저희 오늘 TBC 예능 촬영 나왔습니다. <사람이 간다>에서 매니저 특집 촬영하고 있어요.”

“어어, 이게 그거구나. 별일이 다 있네. 아무튼 반가워요~”

“저희 스보 잘 부탁드립니다.”

매니저처럼 말하는 게 웃겼던지 감독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백스테이지 TV 쪽으로 다가가 설 때, 스트릿 보이즈의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 무대가 시작됐다.

사복을 입은 멤버들이 어반 펑크 스타일의 곡에 맞춰 다리를 흔든다.

“형, 이거 찍으면 돼요?”

“응.”

핸드폰 카메라로 TV에서 흘러나오는 리허설 영상을 촬영했다.

가수들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마스크를 턱끝으로 내린 LB가 마이크를 뻗으며 랩을 하는 동안 무대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리혁이가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말했다.

“확실히 해야 하는 일이 달라지니까 보이는 것도 달라지네요.”

“그치.”

“렉스 마이크팩 좀 이따가 확실히 고정해야 되겠어요. 조금 덜렁덜렁하는 것 같은데.”

가수로서 일할 때는 몰랐는데, 매니저로서 무대를 바라보니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음향에는 문제가 없는지, 멤버들이 카메라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시작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이 해 줬던 일이 만만치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고 싶…….

-우린 갈게~

-촬영 잘하고 와. 하하하!

……배신자들을 떠올리며 이를 빠득 갈았다.

당분간 삼겹살만 사 줄 거다.

“휴우~”

드라이 리허설을 마치고 내려온 스보 멤버들에게 잡일 담당인 막내가 물병을 돌렸다.

한조가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물었다.

“영상 찍었지? 바로 확인하고 싶은데.”

“여기.”

우리가 핸드폰을 건네주자 적당히 서너 명씩 모여 감상하기 시작했다.

“괜찮은데? 나쁘지 않아.”

“뭉아. 너 카메라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거 같은데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와야겠다.”

“확인.”

“야. 그리고 자기 순서 끝났으면 후딱후딱 빠져 나와. 알았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수들끼리 피드백을 하고, 우리는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전달할 사항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어……?”

영상을 바라보고 있던 한조 무리가 눈을 깜빡였다. 그 뒤편의 카메라 감독님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영상에 UFO라도 찍힌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에 내가 물었다.

“왜들 그래?”

“흐하하하하!”

이번에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자동 재생으로 내 핸드폰에 있는 영상이라도 흘러나온 건가. 급작스럽게 긴장이 됐다.

할머니 생일 축하용으로 준비한 애교 3종 세트 영상 같은 거 나오면 안 되는데.

“저, 주선우 실장님.”

한조가 뺨을 씰룩거리며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우주선 작곡가님한테 메시지가 왔는데요.”

“네?”

“보려고 한 게 아니라 화면에 톡 알림이 자꾸 떠서.”

“……?”

핸드폰을 받아서 알림창을 내리자 프로듀싱팀 나상윤 PD님으로부터 톡이 잔뜩 와 있었다.

나상윤 [총괄 프로듀서님]

나상윤 [이게 사람이 하라고 만들어 놓은 작업량입니까? 예?]

나상윤 [우주야]

나상윤 [나에게도 인권이란 게 있다]

나상윤 [살려 주라..]

나상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나 팀장님의 절절한 톡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편집 안 되겠죠?”

끄덕끄덕.

품으로 핸드폰을 넣고는 환히 웃었다.

“지금 보신 것은 오해입니다.”

“흐하하하!”

“아니. 진짜 오해라니까요?”

저희 레몬 엔터는 인권을 보장하고… 하는 말을 했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

*   *   *

“피디님.”

-으응….

“자. 여기 카메라를 향해 말해 주세요. 방금 보낸 톡은 친한 사이에서 한 이야기였을 뿐이다.”

-하지만 사실인걸.

“피디님~~?”

-저희… 친한 사이…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말하시는 척하면 안 되죠!”

영상통화 저편에서 나상윤 피디님이 깔깔 웃었다.

미스터 프로듀서에 출연할 때만 해도 예능 출연을 버거워하셨는데 이제는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한 듯했다.

여유롭게 웃던 나 피디님이 오해라며 능글맞게 말했다.

“많이 힘드신가 봐요.”

작가님의 물음에 피디님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저희끼리 하는 농담입니다. 일을 같이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예능 녹화가 생겼다네요? 하하하하!

“…….”

-예고도 없이 갑자기 총괄 PD가 사라지니까…….

좋은 먹잇감이 나타났다고 좋아하던 사간 제작진이 다급하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원래는 오늘 같이 일을 하기로 했거든요.”

“아앗…….”

머뭇거리는 작가님을 보며 웃고는 나 피디님에게 새벽에 원격으로라도 도와주겠다고 톡을 보냈다.

곧바로 됐다는 말이 돌아왔다.

“괜찮으시려나.”

“그러게요. 일 많을 텐데.”

지금 우리는 정규 앨범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월드 투어가 대략 4월 말 즈음 예정이라 앨범이 3월 말과 4월 중순 사이에는 나와야 하는 상황.

남은 기간이 두 달 반 정도 되는 터라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나 피디님과 우리가 계획의 뼈대를 잡아 가는 중이었다.

“저 왔어요.”

푸근한 목소리에 미래 계획에 대한 상념이 끊겼다.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고 머리를 북슬북슬하게 만들던 중현이가 우리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샌드위치 먹으러 가야죠.”

“샌드위치!”

곧바로 다 같이 매점으로 달려갔다.

매점 아주머니가 격하게 반겨 주는 가운데.

“……지, 진짜 샌드위치다.”

Nine 활동 이후로 처음 먹는 등촌동의 명물이었다.

샌드위치를 들고 좋아하는 우리에게 유건이 붉은 반다나 속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진짜 오랜만에 먹어요? 틴스피릿 선배님들이 뉴블랙 준다고 엄청 많이 사 가던데.”

“아. 맞아. 사 주시긴 했어요. 근데…….”

우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직접 이 자리에서 먹는 거랑 몇 시간 동안 가방에서 푹 삶아진 샌드위치랑은 다른 거니까.”

“현장은 현장의 맛이 있지.”

“동의하는 바예요.”

새초롬하게 비닐을 슥슥 까는 리혁이까지 가세했다.

“자자! 건배!”

“샌드위치야!”

“반갑다!”

다섯 개의 샌드위치 빵 끝으로 촙 하고 건배를 한 우리에게 스보 멤버들이 흐뭇하게 웃으며 칭찬했다.

“언제 봐도 잘 놀아.”

“우리도 얼른 먹자. 이 사람들이랑 먹으면 먹방 보면서 먹는 거 같다니까.”

9인조도 샌드위치를 하나씩 까먹고 다른 스탭들도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쉬고 있을 때.

제작진이 카메라 메모리를 교체하고 있는 동안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기원이 중현에게 물었다.

“공방 인원체크는 어땠어요?”

“음, 나름 신기했어. 이게 이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하면서 오오 하는 것도 있고… 좀 슬프기도 하고.”

“슬퍼요?”

“떨어지신 분들 있더라고. 나는 잘 모르겠는데 무슨 준비물이 없으면 들어오지를 못한다나 봐.”

“……이거 떨어지는 것도 있어?”

“그런가 봐요.”

팬들이 몇 시간 동안 엄청 고생하면서 기다리는 건 아는데, 어떤 식으로 참여하게 되는 건지 그 메커니즘은 잘 모르고 있었다.

“신기하구만.”

“그죠. 저 거기서 계속 우와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정체는 안 들켰지?”

“네.”

인터넷을 확인했는데 아직 실시간 검색어나 뉴스에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리드 보컬 영한이 핸드폰을 슥 들어서 톡톡톡 해 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야기 나오고는 있는데 아직 다들 감은 못 잡은 것 같아.”

“오오. 물증이 없는 건가.”

“아니 중현이 형이 머리카락 흘리고 갔다는데.”

“…….”

머리를 슥슥 매만지던 중현이가 어? 했다. 설마 머리카락 한 가닥 없어진 것까지 느끼는 건가 싶을 때.

“진짜 머리카락 잘 떨어지네.”

“……누구나 머리를 긁으면 머리카락이 떨어져. 중현아.”

“저 머리 되게 안 빠지거든요.”

스보 멤버들이 호기심 많은 강아지들처럼 중현이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띠용 하고 올려 볼 때.

한조가 제작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 피디님.”

“네.”

사간의 조연출이 답했다.

“저희 이따가 팬분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말해야 돼요? 이거 비밀로 해야 되나요?”

“아뇨. 굳이…?”

그러더니 도리어 물었다.

“중현 씨가 안 들켰어요?”

“네.”

“…어떻게 안 들켰죠?”

“저희도 그게 신기하긴 해요.”

“사실 들킬 줄 알고 보도자료 준비하는 중이었거든요. 뭐, 편하신 타이밍에 공개해도 돼요.”

사녹할 때 팬들에게 공개하면 되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는 각자 회사 홍보팀에게 연락을 했다.

당연하게도 양쪽 모두 우리가 연락을 맡았다.

“이것까지 저희가 하는 거죠?”

“네.”

“리얼하네요.”

DNS 미디어 홍보팀과 어색하게 상견례를 하고는 보도 자료와 관련된 건을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LB가 굉장히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그건 어떻게 알고 하는 거예요?”

“평소 매니저 형들이 통화하는 거 많이 엿듣고 그래서 그래.”

“대박이네요. 형. 저는 차만 타면 자는데.”

다들 내렸는데 차에서 혼자 태평하게 자고 있어서 난리가 났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나무였다.

다시 듣고 열이 오른 스보 멤버들이 감나무를 열심히 장작으로 만들 때.

이번 예능에서 뭘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다가 스보 멤버들에게 의견을 묻기로 했다.

“의견 청취?”

“응.”

인가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이제 수플레빵 초코 맛으로 갈아탄 이들에게 우리가 물었다.

“평소에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거나… 혹은 활동 중에서 이런 부분을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것들.”

“음…….”

턱을 긁적이던 리드댄서 뭉이 잠만보 같은 눈으로 웃었다.

“솔직히 우리 활동 중에 불편한 부분은 전혀 없고.”

해석) 방송이라 말은 안 하겠다.

“뭉이 말이 맞아. 우리 너무 잘 활동하고 있지. 컨셉도 매번 좋고. 다들 팀워크도 넘치고.”

해석) 이놈의 회사. 어휴.

화사하게 웃으며 표정 관리하는 프로 아이돌에게 우리가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기원이 허공을 바라보며 음 하다가 말했다.

“아쉬운 게 있으면 예능?”

“예능?”

“네. 아무래도 예능 활동을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저희가 인원수도 많고.”

우리를 만나서 반가운 것도 있지만, 지금 스트릿 보이즈의 안색이 밝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예능에 출연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대중성이 좋은 걸그룹과 다르게 보이그룹은 예능에서 잘 안 부르는 편이니까.

때마침 매점에 있는 TV로 세레니티가 컴백곡 를 부르며 각이 선명한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세레니티 분들도 이번에 사람이 간다 출연하시나?”

“맞아.”

수플레빵을 우물거리며 다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TV 아래.

매점 바깥 유리로 지나가고 있는 사람 하나가 눈에 띄었다.

팔에 서류 바인더를 끼운 채 종종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는 사람을 보자마자 머릿속에서 매칭되는 얼굴이 떴다.

“어?”

“나 아는 분 만난 거 같아서. 잠깐 인사드리고 올게.”

“댕겨 와요~”

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매점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   *   *

1시간 후.

사전 녹화를 앞두고 [스트릿 보이즈] 팻말이 붙은 대기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마이크 다시 한번 체크할게요!”

“립 좀 한 번 더 발라 주세요.”

“이거 고정 제대로 된 거 맞아요?”

이제 무대에 올라가서 리허설을 한 번 하고 나면 바로 사전녹화였다.

마지막 음악 방송.

1위 후보에 오른 만큼 바짝 긴장한 얼굴로 몸을 풀고 있는 스트릿 보이즈의 멤버들이었다.

그런데…….

‘선우주 얘는 어딜 갔어?’

한조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우주는?”

“나도 몰라요. 잠깐 시간이 걸릴 거라고 하던데.”

마이크팩이 제대로 고정됐는지 확인해 주는 리혁의 대답에 스보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처음에는 아는 사람을 마주쳤다고 인사를 하러 간다고 하더니 20분 넘게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더니 우주에게 연락을 받은 작가와 카메라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기를 또 30분.

이제는 1시간 가까이 자리를 비운, 일명 주선우 실장의 부재에 스보 멤버들이 감탄했다.

“와. 진짜 실장님 같네.”

5분 전까지는 같이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면 늘 어디론가 사라져 있는.

정확히 무엇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유히 사라졌다가 다시 유유히 돌아오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달칵.

문이 열리면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우주가 아니었다.

“스트릿 보이즈 준비하실게요!”

“네!”

문을 쏙 닫은 음방 스탭이 도도도도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 하고 몸을 푼 한조가 거울 속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도 메이크업을 하니 봐줄 만…….’

…하다는 생각을 할 때, 문이 열리고 초현실적인 미남이 들어왔다.

거울을 바라보던 한조가 한숨을 쉬었다.

왜.

아 왜.

‘쟤는 꼭…….’

맨날 이런 순간에 등장하는 거냐며 마음속으로 친구를 타박하고 있을 때였다.

“형! 어디 갔다 온 거예요?”

“아…….”

뛰어왔는지 살짝 가쁜 숨을 쉬던 우주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인사하다 보니까 얘기가 길어져서. 타 방송국에서 다른 예능에서 뵀던 작가님이거든.”

“그래요?”

“응. 얼마 전에 H 본부 쪽으로 옮기셨다나 봐.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이 나왔는데.”

침을 꿀꺽 삼키는 우주에게 중현이 생수병을 건네주었다.

뒤에서 카메라 감독과 작가가 굉장히 행복하게 웃는 것도 그렇고. 무언가를 해내고 온 모양이다.

“라는 예능 알아? 이름 바뀌기 전에는 <예능 상사>.”

“알지.”

HBS 예능국을 먹여 살리는 인기 예능이다.

스보 멤버들이 어? 하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을 때, 주선우 실장이 코트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물었다.

“거기 출연해 볼 생각 있어?”

“……네?”

“예능 하나 잡아 왔는데, 거기 출연해 볼 생각 있냐구.”

“……네?”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실장님 패션.

정말 실장님처럼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

우스갯소리로 정말 실장님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실장님이라도 된 것마냥 스케줄을 가져왔다.

“자, 잠깐…….”

스보 멤버들의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지금 그러니까 뭐…를 따 오셨다고요?”

“스케줄을 물어 왔다고요.”

“…….”

스트릿 보이즈가 단체로 눈을 깜빡였다.

‘뭐야. 왜 이렇게 유능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대체 누가 매니저 체험 예능에서 진짜로 스케줄을 물어 오냐고…….’

그야말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스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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