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1)화 (58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1화

-안녕하세요. 주선우 실장입니다.

처음에 그런 컨셉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웃어넘겼다.

저 단장님이 또 이상한 거에 맛이 들렸구나. 우주선을 해 보더니 이제 새로운 걸 하고 싶었구나 하고.

-근데 왜 실장님이에요?

-실장 직급의 일을 할 거거든요.

정말 실장급 매니저처럼 옷까지 차려입고 등장한 우주의 모습에 그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들을 부려 먹을 예정이라는 뜻이구나!’

자기는 실장님처럼 우아하게 앉아 있고, 잡일은 동생들에게 시키겠다는 그런 의지로 읽혔다.

그런데…….

“예능이요?”

“네.”

“그것도 그냥 예능이 아니고 요?”

“네.”

HBS의 인기 예능으로 꼽히는 구 <예능 종합상사>이자 현 .

멤버들이 직장인 컨셉으로 ‘다음은 무슨 게임을 할까요?’ 하며 결정하고 추진하는 예능이다.

미프나 주세한 같은 국민 예능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HBS에서는 최고의 인기 예능.

“……제가 잘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한조가 물었다.

“우리 실장님이 거기 예능 출연을 따 왔다고요?”

“네, 맞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스트릿 보이즈가 답답했는지 주선우 실장이 제작진을 가리켰다.

“카메라 감독님과 작가님한테 여쭤 보세요. 제가 스케줄 문의 드릴 때 같이 계셨거든요.”

“아니, 못 믿는다는 게 아니고…….”

스보 멤버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다.

“당황스러우니까 그러죠.”

“우주 형. 솔직히 이런 체험 프로그램에서 누가 진짜 스케줄을 가져와요…?”

“이건 뭐, 경찰 체험 나가서 범인 검거하는 거랑 동급이잖아요.”

렉스의 적절한 비유에 대기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시계를 확인하던 리혁이 재촉했다.

“이제 가야 될 시간이에요. 일단 이동부터 할게요.”

“네!”

우르르르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뉴블랙 리더의 곁에 졸개들과 친구들이 달라붙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우주의 입에서 자초지종이 흘러나왔다.

TBC 예능 <신토끼>에서 만났던 서브 작가가 여기 돌아다니기에 얼른 가서 인사를 드렸다.

HBS로 이적하신 거냐. 여기서 무얼 하시냐. 그러는 너님은 뭐 하느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매니저 특집으로 출연한다고 그러니까 되게 웃으시던데.”

“그래서 뒤에 어떻게 된 건데요?”

졸개들도 할아버지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리더가 음 하고 말했다.

“여차저차 하다가 마침 이번에 추격전 특집을 하는데… 출연자를 누구로 할지 고민이다. 출연진이랑 경찰과 도둑을 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누구누구 할지 고민된다 하시더라고.”

“거기서 우리 얘기를 한 거예요?”

“응. 좋은 아이템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하시길래.”

일일 매니저가 씩 웃으며 말했다.

“달리기가 특기인 9인조 아이돌이 하나 있다,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까…….”

그러다가 이야기가 급물살을 탔다는 모양이었다.

TBC의 사간 특집에서 뉴블랙이 매니저를 하면서 출연이 성사됐다는 걸로 홍보하기도 좋고.

그런 식의 계산도 담겨 있는 듯했다.

“운이 좋았어~”

우주가 꺄르륵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은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운이 좋아도 이렇게 스케줄 못 가져왔을 것 같은데.’

한두 번 정도 만났을 예능 작가에게 다가가 기억한다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물 흐르듯이 영업까지 하고 왔다.

로드 매니저들이 현장의 일을 하는 동안, 돌아다니면서 스케줄을 가져오는 실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만약에 그들이 같은 상황이었더라면 엇 작가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만 하고 끝났을 텐데.

‘역시 졸개 대장은 다르다…….’

저 정도는 되어야 김중현을 부하로 거느릴 수 있는구나 하는 감탄이 나왔다.

LB가 크으 하며 박수를 쳤다.

“형은 진짜 뭘 해도 성공했겠네요.”

쑥스럽게 크헤헷 웃던 우주가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무튼 여러분 소속사에도 이야기 전달했으니까. 잘 생각해서 출연 여부를 결정해 주세요.”

“네!”

“그럼 파이팅!”

공개홀로 입장하는 입구 앞에서 주먹을 꽁 쥐는 주선우 실장에게 스보 멤버들도 환히 웃으며 파이팅했다.

‘너무 좋다. 진짜.’

친구들이랑 같이 예능 촬영을 한다는 것도 좋은데, 새로운 예능 스케줄까지 하나 더 생겼다.

먼 하늘에서 날아온 제비 떼가 뀨룹뀨룹 하며 박씨를 산더미처럼 떨구고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흐하하하하!”

“안녕하세요! 여러분!”

“스보 왔숑~”

행복한 얼굴로 팬들에게 인사하는 스트릿 보이즈의 모습에 다섯 매니저가 흐뭇하게 웃었다.

“분량 챙겼네요. 형.”

“나 잘했지?”

우주가 중현과 손바닥을 살짝 촙 하며 맞대고 웃어 댔다.

예능 분량도 제대로 챙겨 온 대장의 모습에 졸개들도 끼룩끼룩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할 때였다.

“아.”

무언가 떠올랐는지 멈칫하는 우주.

“그거 말 안 했네.”

“어떤 거요?”

“경찰과 도둑 특집 한다는 거. 산타클로스 옷 입고 루돌프들한테서 도망치는 거라고 하더라고.”

“…….”

“조금 창피할 수 있지….”

멀찍이 무대 위에서 행복하게 방긋방긋 웃어 대는 친구들의 모습에 뉴블랙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비주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스보는 강하잖아요.”

“인정.”

“얼마나 강하면 팬덤 이름도 콘크리트야. 우리는 포근한 수플레인데 저긴 딱딱한 콘크리트잖아.”

“산타와 요정 복장이라니. 콘크 분들도 엄청 좋아하실 거예요.”

카메라 너머에서 웃고 있는 감독과 작가 앞에서 뉴블랙이 나 몰라라 하며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마지막 방송과 예능 출연에 힘입어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스트릿 보이즈.

‘행복하면 됐지.’

뉴블랙 멤버들이 흐뭇하게 웃으며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   *   *

스트릿 보이즈의 사전 녹화가 끝났을 무렵.

아이돌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난리통이 벌어져 있었다.

-거봐 맞잔아ㅠㅠㅠㅠㅠ 맞다고 했자너

-우리 말 맞지??

-공방 기다리는 동안 갑갑해서 미치는줄ㅠㅠ 다들 거짓말쟁이라고 막 놀리구

-억울해ㅠㅠ

콘크리트들이 왜 우리를 믿어 주지 않았느냐며 파르르 떠는 중이었다.

지금 연예계 관련 커뮤니티마다 퍼져 있는 소식 때문이었다.

-사람이 간다-뉴블랙TV ‘역대급’ 콜라보 특집.. “매니저로 정면 승부”

-뉴블랙, 스트릿 보이즈 매니저 된다

-걸그룹 ‘세레니티’, “사간 선배님들과의 인증샷!” SNS 인증

TBC의 인기 예능 <사람이 간다>와 뉴블랙 TV가 아이돌 매니저로 체험 예능을 선보인다는 소식이었다.

아이돌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팬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진짜였네.’

오전에 한창 돌던 떡밥이 있었다.

HBS 공방에 나간 스보의 팬들이 ‘뉴블랙이 매니저로 붙은 것 같다’는 요상한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고 단체로.

하지만 인원이 많다고 해도 믿어 줄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가 이런 걸 할 거라고 생각해.’

모여서 합동 예능이야 할 수 있다.

그런데 1군 아이돌이 다른 1군 아이돌의 매니저 체험 예능을 한다는 컨셉은 듣도 보도 못한 발상이었다.

어쨌거나.

보통 때라면 팬덤끼리 얽히면서 쿠왁! 하며 싸우기 마련인데.

-안냐세여.

-네, 안냐세여.. 즈히 오랜만이네여..

-콘크 회원님들 방가방가♡

-숯불 여러분들,,이시죠,, 저희 콘크리트 좋은 말씀 전파하려고 왔읍니다,,

-왜케 다들 말투 이상해ㅠㅠ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교류해서 살짝 어색해

수플레들과 콘크리트가 어색하게 서로 손을 흔들었다.

14년도 데뷔 시기에 경쟁하면서 치고 박고 싸우던 시기가 있긴 했지만, 3년간의 친목으로 사이가 나쁘지 않은 두 팬덤이었다.

수플레 입장에서도 TNT와 틴스피릿 팬덤이 한중일의 중일 같은 관계라면 스보는 호주 같은 가까우면서 먼 나라의 느낌이었다.

큰 다툼 없이 소고기 사실래요? 자동차 사실래요? 하면서 우리 태평양 칭구칭긔 하는.

수플레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신인돌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TJ나 KM에서 신인 홍보하겠다고 불러서 이용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돼서 좋았다.

‘근데…….’

보도 자료를 살핀 수플레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대체 뭘 하는 거지?’

방송 내용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무슨 내용이 나올지 전혀 짐작이 안 된다고 할까.

뉴블랙이 스트릿 보이즈의 매니저를 하는 모습이라…….

다른 아이돌 팬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나 전혀 상상안감

-자꾸만 머릿속에서 늅이 채찍 팡팡하면서 스보로 피라미드 세우는 것만 떠오름

-정상적인 상상을 할 때마다 김중현이 등장해서 다 쓸어버림

-솔직히 중현이가 다 쓸어버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전개가 없긴 하지..

-연습하면서 물 마실때마다 쫓아다닐거 같음

-??? : 목이 마르면 흘러내리는 땀을 대신 드셔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너무한다 진짜ㅠㅠㅠ 우리 애들 그 정도로 이상한 애들 아니라구

여기저기서 설렘 가득한 댓글들이 와글거렸다.

-근데 의외로 정상적일수도 있을듯?

-ㅇㅇ 나도 일케 생각

-웃음기뺀 진지한 4블랙을 기원합니다

-1블랙 어디 갔나요

-5명중 한 명은 반드시 큰웃음을 줄거니까,, 무조건 1명 당첨되는 ㄹ룰렛판 같은거임

-난 오히려 이번에 진지한 거 한번 보고 싶음ㅋㅋㅋ 웃기는 거야 엄청 많으니까

미프에서 프로듀싱을 했을 때처럼 웃기는 것과 프로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고 싶은 팬들이었다.

물론 크게 걱정은 안 됐다.

‘우리에겐 졸개 대마왕이 있다.’

비장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숯불들이 매니저 예능을 기대하는 이유]

(70세 뱃사공처럼 노를 젓고 있는 우주.gif)

(늙은 파티시에처럼 웃는 우주를 보며 당혹스러워 하는 명세진 파티시에.gif)

(옛날 유명 기상 캐스터와 똑같이 웃고 있는 우주.gif)

무슨 일이든 70년차처럼 해내는 젊은이가 있기 때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이건 연차 가도 너무 갔다ㅋㅋㅋㅋㅋ

-뭘 하든 거장같음

-93년생에게서 흘러나오는 39년생의 기운

-ㅁㅊㅋㅋㅋㅋㅋㅋㅋ

-39 ㅋㅋㅋㅋㅋ

-우주는 진짜 뭘 하든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격변의 현대사를 살아온 인물처럼 하는 거 같음

-(돌림픽에서 우주의 표정을 보고 선배 선수가 떠올랐다는 양궁 금메달리스트의 인터뷰)

뮤비 제작기에서 은은하게 뱃사공 미소를 지으며 노인과 바다를 찍는 짤들이 오랜만에 화제가 됐다.

그런 식으로 콜라보가 성사된 사간 특집에 대해 팬들이 복작복작 수다를 떨 때.

‘어……?’

스트릿 보이즈의 주간 스케줄표를 확인하던 팬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모든 행사에 동행한다고 했나?’

3일 동안 모든 스케줄에 동행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에 따르면 뉴블랙이 오늘 음악 방송이 끝나고 동행해야 하는 스케줄이 하나 있었다.

도대체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상상이 안 가는 스케줄이었다.

‘진짜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음악 방송이 시작되면서 콘크리트들의 상념이 끊겼다.

-시작했다

-시작함~!!

-뉴블랙 나오려나? 안나올거같긴한데

-HBS 피디 졸렬해서 내보내 줄리가 없음

MC인 트릭스터의 슬형과 NYX의 샐리가 마이크를 들고 뾰로롱 등장한다.

-얼굴에 김 묻으셨어요~

-잘생김이요?

-아뇨. 진짜 김이 묻었어요.

-엇 그렇군요!

그러면서 샐리 씨, 가장 좋은 김이 무슨 김일까요? 바로 이김입니다! 하면서 윙크를 했다.

그사이 나오는 1위 후보.

-이번 주! 과연 누가 이길까요!

2주 차 활동으로 음방 1위 후보에 오른 스트릿 보이즈와 인디 가수 홍샛별의 앨범 아트가 흘러나오면서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 뭐야.”

부조정실에 있는 메인 PD가 머리를 짜증스럽게 긁었다.

“왜 시청률이 더 나오는 건데?”

“뉴블랙이랑 콜라보 소식 떠서 그런 거 아닐까요?”

“…….”

“그냥 저희도 스보 인터뷰할 때 뉴블랙이 뒤에 깜짝 등장시키는 거 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

기왕 이리된 거 우리도 시청률 콩고물 얻어먹자고 조연출이나 작가들이 제안을 했지만 메인 PD는 고집을 부렸다.

다른 스탭들이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좀 있으면 인사 시즌이라던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조만간 이 프로그램의 키를 쥔 선장이 바뀌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부조정실에서 큐, 하며 곧바로 무대 컷팅을 하는 동안.

방송이 끝날 무렵 1위 후보에 오른 스트릿 보이즈와 팬들은 이어지는 점수 공개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투, 투표 점수가 왜 이래……?’

인기투표에서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낼 수치가 등장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돈까스 망치로 앞자리 숫자를 하나 더 새겨 준 것 같다.

없었어도 어차피 1위였을 테지만 그 때문에 상상도 해 보지 못했던 점수 차가 전광판에 떴다.

‘와우.’

현장에서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세레니티와 다른 가수들의 모습이 비춰지는 동안 팬들도 감탄했다.

투표를 해 주고 조용히 사라진 수플레들.

뿌연 안개 너머로 거대한 크라켄이 촉수를 촙촙 흔들며 멀리 사라지는 걸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이좋게 잘 지내야겠다.’

웬만해선 척을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규모에 콘크리트들이 흐물흐물 웃었다.

*   *   *

음악 방송이 끝난 후.

오랜만에 피디에게 인사하는 시간 없이 공개홀에서 퇴근할 수 있었다.

-오늘은 피디님이 바쁘시니까요. 다들 시간 되는 대로 퇴근하시면 됩니다!

서서히 없어져 가는 추세기는 한데, 여전히 음악 방송 대다수에 남아 있는 요상한 제도가 하나 있다.

방송이 끝나고 단체로 복도에 서서 피디에게 인사하는 시간이다.

왕처럼 등장한 피디가 엣헴 하고 지나갈 때마다 가수들이 멋지십니다 하는 그런 분위기다.

“……이거 백퍼 님들 덕분인 것 같은데요.”

LB의 말에 모두 조용히 웃었다.

우리 얼굴을 보는 게 껄끄럽다고 생각했는지 피디가 사라지면서 퇴근을 앞당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다음 스케줄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긴 한데.

“후우…….”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 진짜 이것까지 해야 돼?”

“아, 이건 좀…….”

“나 좀 잠깐 뒤에 서 있어도 돼요? 어디 그늘지고 어두운 데가 필요한데.”

“그렇게 해.”

리혁이가 내 뒤에서 으어어 하면서 민망함을 호소했다.

그러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있는 감독님이나 작가, 조연출은 굉장히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좋은 장면을 건진다며 행복해하는 표정.

근처에 서 있는 보안업체 직원들도 상황 자체가 웃긴지 피식거리고 있었다.

-끝나고 거기 가요? 으헤헤헤헤헤!

은성이의 웃음이 귓가에 맴돈다.

아까 방송국에서 세레니티 매니저로 온 사간 출연진과 인사할 때도, 이 이야기 때문에 다들 웃음을 터뜨려 댔다.

뺨을 씰룩이는 보안업체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웃기시죠? 웃기실 것 같았어요…….”

“아닙니다. 그냥 제가 원래 잘 웃는 편이라서.”

“제가 생각해도 웃겨요.”

내 말에 그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 정도로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냥 재미있기만 한데…….”

“이게 저희 직업이 직업이라.”

“하긴 그렇긴 하죠.”

고개를 끄덕이던 분이 슬쩍 말했다.

“저, 혹시 이따가 사인 한 장만…….”

“지금 해 드릴게요.”

종이 하나를 받아서 우주선이 들어간 사인을 슥슥 해서 건네드렸다.

그러곤 후하후하 하는 동생들과 합류했다.

“형.”

막내가 넋이 나간 얼굴로 말했다.

“……남의 집 가족여행에 낀 거 같아여.”

“절묘한 비유였다. 막내야.”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근데 노선은 똑바로 정해야지. 여야 요야?”

“국한문 혼용체 같은 거예요.”

훌륭한 국사 드립에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여러모로 성장한 게 기특하다.

근데 왜 나도 긴장되지.

“…….”

눈치 보이고 왠지 저기 들어가면 안 될 것 같고.

우리가 행사장 입구를 보면서 왠지 모를 머쓱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스보 멤버들이 걸어왔다.

“여! 준비들은 되셨는가!”

뻘쭘해하는 우리를 보며 스보 멤버들이 깔깔거렸다.

한조가 내게 팔을 두르며 말했다.

“실장님. 가시죠.”

“예예.”

“실장님이 참석해 주신다니 정말 영광이에요.”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씀을 하세요. 한조 씨.”

“들켰네.”

매니저가 너무 폭언하는 거 아니냐며 한조가 투덜댔지만, 얘네가 이렇게 해 준 덕분에 조금 긴장이 풀린다.

곧바로 문이 열리고 스트릿 보이즈와 함께 우리가 입장했다.

“우와아아아~!”

예상과 다르게 행사장에 앉아 있는 팬들이 대박! 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환호를 해 주었다.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자리에 앉아서 종이를 정돈하고 물을 마시는 동안.

뒤편에 선 우리가 멀찍이 행사 현수막을 바라보았다.

[스트릿 보이즈 팬사인회]

그렇다.

이곳은 다른 아이돌 가수의 팬사인회였다.

팬과 가수가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 특성상 타 아이돌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의 공간.

“그래도 다들 반겨 주시는데?”

“그러게요.”

싸늘한 눈으로 ‘쟤네 뭔데 여기 있어?’ 하는 눈초리를 받을까 걱정했는데 그럴 일은 없어 보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팬매니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예민한 일이 생길 수 있는 팬싸 특성상 팬매니저들이 관리를 하고 우리는 보조하는 구조.

우리가 할 일을 듣고 있는 동안.

“……?”

멀찍이서 카메라 렌즈가 우리 쪽으로 향한 게 느껴졌다.

뭐, 설마 우리 찍으시는 건 아니겠지.

*   *   *

그날.

스트릿 보이즈의 팬사인회 사진들이 SNS 계정에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자랑한 사진이 있었으니.

‘너는 나의 별 이현조’라는 계정이 올린 트윗이었다.

[170122] 명동 팬사인회 뉴블랙 프리뷰

(멍하니 ‘여긴 어디? 우린 누구?’ 하는 얼굴로 서 있는 뉴블랙의 사진 모음)

어느 날 별이 찾아왔다

남의 집 별들이..

SNS를 본 아이돌 팬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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